소설리스트

25. (25/50)

북경의 날씨는 을씨년스럽기만 하다.

공항청사에서 양양과 나오는 차돌이의 얼굴은 날씨와는 달리 매우 밝아 보인다.

양양은 추운지 몸을 움츠리며 나오지만 얼굴은 웃고 있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서로를 보며 환하게 웃으며 재회를 만끽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바쁘게 움직여 택시를 잡는다.

그리고 택시에 앉은 양양은 그제 서야 궁금증을 묻는다.

[어땠어요, 졸업식은........

만나 뵐 사람은 모두 만났나요.]

[그럼요, 얼마나 즐겁고 재미있는 시간을 가진지 모른답니다.

역시 고국이 편하고 좋더군요.]

차돌 이는 고국에서의 일을 생각하니 기분이 좋은지 으쓱댄다.

[쳇, 아직도 여자냄새가 나는 걸로 보아 순전히 여자만 만났나 봐요.

아마 좋아하는 사람이 많나 보지요. 피 이.....바람둥이 같이......]

양 양이 볼이 불퉁해진다.

이제 자기정도는 안중에도 없어하는 듯 보였고 다른 한편으론 자기와는 무관한 사람이지만 아마 여자로 인한 것에 기분이 좋아하는 듯하자 질투가 나기도 한 것이다.

차돌 이는 그런 양양을 보며 싱긋이 웃어 보이더니 약을 올리기라도 할 참인지 솔직히

말해준다.

[그럼요, 어찌 그렇게 나를 잘 아시나요. 하하하..

고국엔 날 좋아하고 따르는 여자들이 수두룩해요. 하하하.........

여긴 하나도 없지만.............하하........]

[쳇, 누가 없다고 그래요. 알지도 못하면서........]

양양은 더욱 심통이 나는 모양이다.

빈말이라도 보고 싶다는 말 정도는 해줄 줄 알았는데 그런 기색은 아예 없고 온통 고국 여자들을 이야기하며 황홀해하고 있으니 더욱 약이 오른 것이다.

[어랍 쇼. 중국엔 아는 여자라곤 양양아가씨뿐이 없는데..........

설마 양양아가씨는 아닐 테고..누굴까..궁금하네. 하하......]

차돌 이는 양양을 골리고 있었다.

사실 차돌이도 양양에게 보고 싶었다고 말하고 싶었는데 그런 말을 할 기회를 놓쳤고 양양이 애가 달아하자 혹시 하여 양양을 골리며 속마음을 떠보는 것이다.

[흥, 누가 여자마음도 헤아리지 못하는 쑥 맥 같은 남자 아니랄까봐. 흥.......흥...]

양양은 점점 볼이 부풀어 오른다.

이젠 인상까지 잔뜩 찌푸려있다.

[후후....사실 내겐 그런 점이 있긴 있나 봐요.

난 여자를 그냥 취하지, 사랑해서 취하는 놈이 아니니.......아가씨가 잘 본 것 같네요..]

차돌 이는 계속 웃으며 양양을 골려대듯이 말한다.

[어마,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여자를 안을 수도 있나요....

모를 일이네.........그럼 정말 몹쓸 바람둥인데..........]

양양이 차돌 이를 쳐다본다.

몸을 파는 여자가 아니라면 행할 수 없는 일이데 너무나 태연하게 말하는 차돌이가 이상해 보인 모양이다.

또한 여자도 자존심은 있는데 사랑하지도 않는 남자에게 몸을 줄 수가 있는가,

그것이 강간이라면 모르지만...그런데 그의 말을 듣자면 스스로 몸을 갖다 바친다는 말이다.

자기의 상식으로는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하하. 아가씨는 몰라도 돼요, 알 이유도 없을 테고......]

[누가 알고 싶어 그러나...이상하니 그렇지..]

양양은 정말 이상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남녀가 같이 잔다면 분명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야 가능하리라고 생각했는데 차돌 이는 여자를 그냥 소유물정도로 취급하지 않는가.

그런데도 여자가 이 사람 옆에 있다면 그 여자는 정신병 환자가 아니면 있을 수도 없다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를 따르는 여자들 모두가 정신이 이상한 지는 것은 당연한 사실일 것도 같다.

그의 사랑을 목매달고 바라면서 그 옆에서 떠나지 못하고 있는 바보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난폭하고 변태 짓을 아무리 강제라지만 고스란히 받아드리면서까지 당하고도 그의 곁에서 떠나지 못하고 있는 자기도 그가 말하는 여자들도 모두 환자임에 틀림없다고 생각이 들었다.

양양은 싸늘한 눈으로 차돌 이를 힐끗 쳐다본다.

내가 이 사람의 무엇이 좋아 긴 밤을 설쳐대어야 했는가.

그의 무엇이 나를 사로잡고 마음을 애타게 만드는지 자세히 보고 싶었다.

정말 잘생긴 얼굴이었다.

그것 말고는 다른 사람이랑 특별나게 다른 것도 없는데....무엇이 이 사람을 좋아하게 되는지....사실 양양도 그가 있을 때에는 몰랐는데 차돌이가 며칠간 고국에 가고 없을 때 그가 생각나고 보고 싶어 힘든 밤을 지냈었다.

그런데 오자마자 곧 이별이라 생각하니 마음에 품은 애 뜻 하고 그리운 정이 솟아올라 견디기가 힘들었다.

갑자기 내가 진정 이 사람을 사랑하고 있구나,

아무른 정담도주고 받은 적이 없는데 왜 이 사람이 내 가슴속에 자리 잡아 나를 힘들게 하는지.......이것이 사랑을 하는 여자의 아픔인가.,

이 사람이 언제 내 가슴속에 있어 날 애태우게 하는지....견딜 수가 없었다.

분명 양양은 차돌 이를 달리 생각하는 마음이 점점 깊어졌던 것이다.

이제 이 사람이 내 곁을 떠난다면 난 이 사람을 잊고 예전처럼 살수가 있을까.....

타국의 사람을 이루지도 못할 사랑을 나 혼자만이 가슴앓이를 왜 하게 되었을까?

점점 자신이 차돌 이에게 빠져드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다.

이제 이 사람이 가버리면......한없이 슬퍼지고 가슴이 답답해온다.

[뭘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그리고 선생님은 편안하시겠죠.]

차돌이의 소리가 들리자 양양은 생각에서 깨어난다.

[할아버지는 며칠 다녀올 데가 있으시다 면서 출타 하셨어요.

내가 손녀라도 할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할 데가 너무 많아요.

나이가 그렁하신데 어딜 그렇게 나가시는지..........]

양양은 할아버지가 걱정이 되는 모양이다.

차는 어느새 집 앞에 도착하고 차돌 이는 짐을 들고 집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방에 짐을 두고 거실로 나와 소파에 앉는다.

양양은 차돌이가 앉자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차를 가져와 차돌이 앞에 놓는다.

[선생님이 아무 말씀도 없으시고 나가신 겁니까?]

차돌 이는 귀국하기 전에 선생님이 자기에게 한말이 있어 물어본 것이다.

[아뇨, 할아버지가 댁에게 전해라는 쪽지가 있어요.

나중에 전해 드릴 테니 일단 몸이나 녹게 차나 드세요. .]

[아. 그러십니까?]

차돌 이는 안심이 되었다.

아는 사람이라곤 아무도 없는 타국이다.

그나마 선생님이 자기를 어여삐 보시고 접때 알아보겠다고 한 약속을 지켜주시는 것 같아 고마운 마음이 절로 인다.

차돌이가 차를 마시고 일어나서 방으로 들어간다.

할아버지와 양양에게 줄 선물도 챙기고 잠시 몸을 씻기 위해서다.

차돌이가 샤워를 마치고 간단한 복장으로 있는데 노크소리가 들리고 양 양이 들어온다.

그리고 손에 들고 온 메모쪽지를 전해준다.

차돌 이는 쪽지를 펴서 읽어보곤 소중하게 간직한다.

[내일 아침에 떠나야겠네요.

정말 많은 폐를 끼친 것 같아 송구하기가 그지없습니다. 아가씨..]

차돌 이는 정중하고도 감사하는 마음을 담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쳐다본다.

[아니에요, 사실 댁이 있어서 얼마나 좋았는지 모릅니다.

심심하지도 않았고.........사실 우리 집에 사람들의 발길이 통 없는 곳이기도 하지만....

부담 갖지 마세요, 전 하나도 불편하지 않았으니............]

그녀는 차돌이의 시선을 마주 대하기가 부끄러운 듯이 고개를 숙이며 나직이 말한다.

부끄러워하는 양양을 쳐다보는 차돌이의 눈이 갑자기 빛난다.

그녀를 쳐다보는 눈빛이 조금 전과 달리 광채가 나고 있다.

그녀의 땋은 머리와 길고 하얀 목덜미가 눈 안에 가득 들어와 가슴에 열정의 불을 지른다.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호흡이 거칠어진다.

양양의 하얀 목덜미를 물어뜯고 싶은 충동이 끝도 없이 일어난다.

옷 속에 감춰져 있지만 불룩한 가슴살이 호흡을 내쉴 때마다 움직이고 있다.

저 가슴에 얼굴을 묻고 그리고 사정없이 터뜨리고 싶은 충동이 파도가 밀려오듯 몰려온다.

[아......아가씨..........]

차돌 이는 격정을 참지 못하고 벼락같이 양양을 안고는 미처 방비하지도 못한 그녀의 빨간 앵두 같은 입술에다 두툼한 자기입술을 겹쳐버린다.

졸지에 기습을 당한 양 양이 빠져나가려 얼굴을 도리질을 하며 두 손을 바 둥 거리며 몸부림쳤지만 차돌이의 완력을 당해낼 수가 없었다.

차돌이가 자기의 이빨을 비집고 혀가 입안으로 들어오려고 하고 있다.

갑자기 호흡이 답답해지고 초롱 한 그녀의 눈엔 당황한 빛이 역력하다.

하지만 차돌이의 혀는 끈질기게 자기의 입속으로 들어오고자 용을 쓰고 있고 복부아래 엉덩이에도 차돌이의 손길을 느껴진다.

순간 까마득한 낭떠러지에 선 느낌이 든다.

어쩌면 이렇게 되고 싶은 건지도 모르지만 이것은 아니었다.

이런 식으로 내 모든 것을 빼앗길 수가 없었다.

그를 물리쳐야 한다는 생각은 간절하지만 힘없는 육체가 따라주지 않았고 차돌이가 온몸을 쓰다듬으며 애무를 하자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차츰차츰 그에게 벗어나려는 몸부림이 힘이 없어진다.

그리고 어느새 그녀는 그에게 동화되었는지. 아니면 뭔가 야릇한 전율에 모든 것을 포기했는지 자기도 모르게 두 손은 차돌이의 목을 감고 있었고 이빨을 열어 그의 혀를 받고 있다.

차돌 이는 양양의 입속에 혀를 움직이며 천천히 양양을 뒤로 눕힌다.

그리고 대담하게 한손으로 옷 위의 가슴을 주물러본다.

풍만한 젖가슴 살이 느껴진다.

차돌 이는 참을 수가 없었다.

급하게 양양의 상의를 헤치고 브래지어 안으로 손을 밀어 넣어 젖가슴을 만진다.

팽팽하고 부드러운 가슴살이 한손 가득히 넘쳐 잡힌다.

양양은 정신이 없었다.

입안엔 차돌이의 혀가 침범하여 놀고 있다가 어느새 자기의 혀를 유도해내어 세차게 빨아대고 있었고 맨살의 가슴살이 손에 의해 마구 주물러지고 있지 않는가.

그리고 허벅지를 헤 메던 손길이 순식간에 팬티 속으로 들어와 부끄러운 비처의 수풀지대를 마구 헤치고 있지 않는가.

부끄럽고 어찌할 바를 몰라 얼굴은 홍당무가 되어버렸고 그의 손길을 피하려고 마구 요동쳐보지만 그럴 때마다 그 손길은 기다렸다는 듯 더 깊이 침투해들어와 이젠 갈라진 계곡속의 늪지대를 쓸고 있지 않는가....

양양은 겨우 고개를 움직여 차돌이의 입술을 벗어나며 간절히 애원한다.

[아. 제발. 이제 그만....그만하란 말이에요........흑.......]

양양은 그의 가슴아래 깔려 눈물을 흘리며 애원한다.

그러나 이미 활활 타오르는 차돌이의 정염을 막을 수가 없었다.

차돌 이는 악마의 미소를 번뜩이며 하나하나 그녀의 옷을 벗겨 버린다.

아니 벗기는 것이 아니라 찢어버리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팬티를 발에서 빼낸 차돌 이는 시퍼런 광망이 어린 눈으로 양양의 벗은 몸을 본다.

이미 차돌이의 눈은 야수로 변해있어 흉폭 하게 변해있었고 입으로는 게 침을 흘려가며 징그러운 미소를 짓고 있다.

양양은 그런 차돌 이를 본다.

절망감이 온 전신을 맴돈다.

시퍼런 광망을 보이며 짐승처럼 달려드는 차돌 이를 막을 방도가 없었다.

이젠 무엇이라도 이 사람의 욕정을 막을 수가 없음을 느꼈다.

이대로 모든 것을 빼앗기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는데..나 스스로 주고 싶은 마음도 일기도 했지만 이렇게 빼앗기다시피 나의 모든 것을 주고 싶지가 않았는데 서글픈 눈물이 쏟아진다.

그녀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만다.

이제 이 사람을 무엇으로도 막을 수가 없는데 더 이상 반항해 보았자 그를 부채질하는 꼴이 될 것이다.

이렇게 나의 모든 것이 사라지는구나, 절망감에 휩싸여 그녀는 그만 눈을 감아버리며 온몸의 힘도 풀어버린다.

차돌이의 눈은 지금 온통 양양의 사타구니에 쏠려 있었다.

두툼한 둔덕에 갈라진 계곡 옆으로 우거진 울창한 수풀을 보고 있었다.

차돌이의 내쉬는 숨에 의해 길고 짙은 털들이 나부끼듯 흔들리고 있었다.

양 양이 다리를 붙이고 있지만 양양의 모든 것이 일목요연하게 드러나고 만 것이다.

차돌 이는 무자비하게 양양의 다리를 벌리고 찢어진 계곡으로 입을 가져간다.

[아. 안 돼...제발 정신 차리세요. 예...........흑...흑....]

양양은 눈을 감은 체 다시 한 번 애원한다.

이미 이성을 잃은 이 사람이 정신이 돌아오기는 만무하겠지만 이대로 있기에는 자존심도 상했고 혹시나 하는 바람도 있었다.

[흐흐흐.........]

차돌이의 징그러운 웃음소리가 다리사이에서 터져 나오더니 갈라진 계곡 우거진 수풀 속으로 깔깔하고 미 큰 둥 한 살덩이가 침범하여 개가 밥그릇을 활 듯 활타댄다.

요상하고 음침한 소리가 그곳으로부터 울려 나온다.

양양은 부끄러움과 수치감에 미칠 것만 같았다.

손으로 차돌이의 머리를 젖혀보려 했지만 요지부동 꼼작도 않고 수치스런 짓을 연신 해대고 있다.

차라리 빨리 당하여 이 난관을 피하고 싶은 마음도 든다.

다리를 벌리고 입으로는 부끄러운 곳을 핥아대면서 손은 자기의 가슴을 터져라 뭉개고 있다.

[흑...흑..제발..............]

양양의 소리가 차돌 이에게 들렸나, 차돌 이는 양양의 보지를 침과 애 액으로 질펀하게 해놓고는 고개를 든다.

그리고 흉 소를 흘리며 그녀의 얼굴로 다가와 다시 입에다 키스를 한다.

양양은 금방 자기의 더럽고 부끄러운 곳을 빨던 그의 입이 자기의 입으로 오자 피하려했지만 어느새 차돌이의 입에 점령당하고 만다.

그리고 그 순간 자기의 다리가 치켜 들려지는 느낌이 들고 그 다리사이로 차돌이의 하체가 조이듯이 다가온다.

또 한 자기의 보지동굴에 묵직하고 불같이 뜨거운 몽둥이 같은 것이 오더니 갈라진 계곡을 아래위로 쓸어대고 있다.

부끄러운 곳을 유린당하는 수치심에 소리를 지르고 싶지만 입도 차돌 이에게 막혀있다.

별안간 아래를 칼로 찌르듯이 강한 고통이 오더니 뭔가 딱딱한 물체가 자기의 보지속살을 가르고 천천히 밀려들어온다.

무지무지한 고통이 온몸을 강타하듯이 몰려온다.

생전 당해보지 못했던 고통이 보지 속으로부터 밀려와 뇌리를 강타한다.

양양은 너무나 커다란 고통에 하얀 눈동자를 보이며 정신을 잃고 만다.

차돌 이는 양 양이 정신을 잃자 키스를 멈추고 상체를 들며 자지와 보지의 맛 대인 곳을 보고는 징그러운 웃음을 지으며 허리를 천천히 움직인다.

허리를 움직일 때 빠져나오는 자지기둥에 빨간 혈 혼이 점점이 묻어나오고 있다.

차돌 이는 붉은 혈 혼을 보자 얼굴 가득 회심의 음침한 미소를 머금는다.

차돌이의 움직임이 점점 빨라진다.

거머리가 숨어 있는가......

양양의 깊은 보지속살의 연한 살들이 침입자를 향해 끊임없는 반항을 한다.

불방망이를 포획하기라도 하는지 살들이 자지를 휘감기 일 수였고 입구는 조이고 조이며 무자비한 침입자인 커다란 자지를 동강이라도 낼 심산인지 엄청난 힘으로 조여 댄다.

그러나 수많은 방어도 악마를 막을 수가 없었다.

조이면 뚫고 감으면 힘으로 풀어가는 불덩이였다.

정신을 잃은 양양의 몸 뚱 아리가 그의 허리 움직임대로 덜렁거리며 움직인다.

정신을 잃어도 아픈 충격은 남아 있는지 입에서 나오는 신음은 여전히 흘려대고 있다.

사정없이 옥죄이는 보지속살에 처녀임을 증명하는 피를 본 차돌 이는 극도의 흥분으로 인하여 빠른 절정을 보이고 만다.

[우...우욱......정말 좁은 보지네........우........욱... 이젠 못 참겠어.. 으............]

결국은 자지가 용트림하더니 거침없는 분출을 시작한다.

마지막 한 방울 까지 불방망이 속에 있는 정액을 양양의 몸속에 쏟아 부운 차돌 이는 기진하여 옆으로 나둥그레지고 만다.

그리고 양양의 보지속살에 대한 기억을 뇌까리고 있다.

[으........멋진 보지야.......아.......]

양양은 죽은 듯이 늘어져있을 뿐이다.

차돌 이는 자지에 묻은 혈 혼과 허연 정액의 산물들을 닦을 힘도 없는지 가쁜 호흡을 몰아쉰다.

그 호흡이 어느 정도 진정이 되는 가 했더니 코에서 가볍게 코고는 소리가 들린다.

차돌이가 그렇게 슬그머니 잠이 들 때 양 양이 정신을 차린다.

다리사이에 엄청난 고통이 몰려오고 아직도 뭔가가 보지 속을 꽉 채우고 있는 듯하다.

고개를 돌리자 차돌이가 포식을 하고 잠든 사자처럼 가볍게 코를 골며 자고 있다.

눈물이 다시 쏟아진다.

원망어린 눈길로 차돌 이를 쳐다보다가 억지로 몸을 일으킨 양양은 침대 아래로 발을 내려 걸으려하다가 그만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만다.

아랫도리에서 오는 엄청난 고통이 양양의 발길을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흑.. 흑 .흑... 나쁜 사람....난 이제 어떻게..........흑...흑...]

그녀는 무지하게 당한 고통과 순결을 잃어버린 설음에 끝없이 운다.

그러나 그 곳에 있을 수가 없었다.

자기의 비밀스럽고 소중한 곳을 마구 유린하고 또 그곳을 보며 징그럽게 웃어가며 욕심을 채우던 그의 모습이 떠올랐다.

아무리 고통을 호소해도 그는 악마나 다름없었지 않았던가.

징그럽고 야비한 웃음과 욕망을 채우며 패설을 쏟아내던 그를 쳐다보기가 싫었다.

보지가 쑤시고 아파 정상적인 걸음새를 못하고 기다시피 하여 옷가지를 챙겨들고 조심스레 방을 빠져 나온다.

자기의 방으로 들어간 양양은 침대에 몸을 던지다시피 하더니 소리 내어 울기 시작한다.

너무나 졸지에 당한 일이고 그 아픔도 컸었지만 무엇보다 정절을 이런 식으로 잃었다는 것이 분하고 원통한 것이다.

이십 수년을 고이고이 간직한 순결을 도둑맞다시피 강제로 잃어버렸으니....

그녀의 가슴은 서러움과 분함, 등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일어나 미쳐버리고 싶었다.

그녀의 우는소리는 밤새 방에서 멈추지 않았다.

황산으로 가는 버스.

그 버스의 뒤쪽 차창 가에 얼굴을 두고 밖을 내다보고 있는 차돌이가 보인다.

이제 서서히 날이 밝아오려는데 이른 아침부터 황산엔 왜 가는 것일까.

날이 어두컴컴할 무렵 도망치다시피 나온 차돌 이는 황산으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실은 것이었다.

지금쯤 양양은 어찌하고 있을까,

우려도 되고 마음도 아파온다.

이제껏 많은 여자를 접하면서도 강간이라고는 하지 않았는데 양양과는 순간의 충동으로 상대방의 의사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섹스를 행했으니...양양도 그렇지만 선생님을 대할 면목도 없었다.

자기를 위해 평생을 수집하고 연구한 모든 것을 개방하고 가르쳐주지 않았던가?

은혜를 배신으로 갚은 셈이 되었다.

미안하다는 쪽지 한 장만 달랑 남겨두고 집을 살짝 빠져나올 수밖에 없었다.

도무지 양양의 얼굴을 대면할 자신도 용기도 없었다.

배은망덕하게도 양양에게 그러한 짓을 하고도 선생님이 일러주신 곳을 찾아가고 있으니 조금 더 자제하지 못한 자신을 한없이 나무라며 침통한 표정으로 있는 것이다.

차창으로 보이는 넓은 들판도 간혹 오고가는 사람들의 모습도 눈앞에 보이는 정경도 모든 것들을 보고 있어도 느낌이 없다.

밖을 내다보고는 있었지만 눈엔 울고 있을 양양의 모습만 떠오르고 있다.

[휴우....내가 어쩌다가......이 일을 어찌해야하나.....휴우....]

깊은 한숨만 입에서 토해져 나올 뿐이다.

이젠 도리가 없다.

나중에 무릎 꿇고 백배 사죄하더라도 지금은 잊자.

내가 못나고 더럽고 짐승 같은 놈이지만 일단 내가 할일은 하고 처벌을 받자.

나중에 이 일로 말미암아 내 앞길에 장애가 생기더라도 내가 저지른 짓이니 달게 받자.

그러한 심정을 안고 차돌 이는 황산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

.

거의 8시간이나 걸렸는가 보다.

오다가 몇 번이고 쉬었지만 지루한 버스길이었다.

주차장을 빠져나와 하늘과 먼 산을 쳐다본다.

하늘은 우울한 기분처럼 을씨년스럽다.

바람이 세차게 불어와 옷깃을 날리고 지나가는 모든 사람들도 모두 몸을 움 추리며 걷고 있다.

먼 산엔 아직 눈이 녹지 않아 어렴프시 보이는 고봉마다 눈이 얹혀 져 있다.

깍 아 지른 고봉위에 쌓인 눈들과 바람에 흩날려 마구 날리고 있는 눈가루들...

새삼 추위를 실감케 한다.

차돌 이는 택시를 잡아타고 가까운 호텔로 향한다.

지금은 늦어 목적하는 곳에 갈수도 없었고 안다고 해도 어떻게 가야하는지 낯선 곳의 지형을 어찌 함부로 혼자 오를 수 있겠는가,

오늘은 쉬고 내일 아침에 떠나기로 결정하고 호텔로 향한 것이다.

.

호텔 객실에 들어 온 차돌 이는 짐을 들고 들어온 호텔보이에게 가고자하는 곳을 묻고 내일 안내해줄 사람을 구할 수 있는가 물어본다.

[예, 손님 길이 험하고 외진 곳이지만 얼마든지 구할 수 있습니다.

내일 아침에 대령시켜 놓을 테니 염려마시고 편히 쉬십시오.]

보이가 친절히 대답해준다.

아마 겨울철이고 모두가 할일이 없어 돈이 되는 일이라면 얼마든지 사람을 구할 수 있는 시기인 듯하다.

차돌 이는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약간의 팁을 보이 손에 집혀준다.

보이는 거듭 감사하다는 말을 하곤 방을 나간다.

.

....................................................

아침 일찍 떠날 모든 채비를 갖추고 호텔로비를 가자 어제 안내했던 종업원이 나이가 40정도 되어 보이는 남자를 데리고 온다.

[손님, 이분입니다.

이분이 손님을 그곳으로 안내할 사람입니다.]

종업원이 차돌 이에게 남자를 인사시킨다.

종업원이 데려온 남자는 수부 덕 한 얼굴에 면도도 하지 않았는지 수염이 그득했다.

그는 차돌이 앞에 마주하더니 고개를 숙인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장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합니다. 전 손 차돌이라고 합니다.]

차돌이도 마주 허리를 숙이며 반가움을 표시한다.

[무슨 말씀을.....어디, 우리나라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어디서 오셨습니까,]

남자는 고개를 들고 환한 미소를 짓는다.

젊고 건장하며 예의바르게 행동하며 자기를 반갑게 환대해주니 기분도 좋았고 어딘가 조금은 모습이 틀린 것을 보며 한국 사람인지 아님 일본사람인지 궁금했다.

[예, 한국에서 왔습니다.]

차돌이도 그의 물음에 솔직하게 대답한다.

굳이 숨길이유도 없었고 오늘 종일 같이 있어야할 텐데 조금이라도 가까워지는 게 좋다 생각했다.

[허허...그래요,

손님이 가고자하는 곳은 사실 이곳 사람도 잘 가지 못하는 험한 산중에 있습니다.

쾌 유명한 절이지만 원체 험한 산중에 있고 길도 험한지라 사람들이 많이 가지 않는

곳입니다.

그런데 한국분이 그 곳을 알고 찾다니....정말 뜻밖입니다.]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곳 사람도 잘 찾지 않는 그곳을 가려는 그가 의아한 것이다.

외국 관광객이 황산에 오르는 일은 허다하지만 험한 산중의 그곳을 찾아간다니 이상한 마음이 들었다.

[그러십니까, 아는 분의 소개로 한번 찾아 볼 까 해서.....]

[하여간 잘 알았습니다,

어때요, 별다른 일이 없다면 지금 출발하시죠.]

남자는 차돌이가 이미 떠날 차비를 갖춘 것을 보고는 더 이상 지체할 이유도 없고 해서 차돌 이에게 출발하자며 그의 짐 가방을 들더니 앞장서서 걷는다.

차돌 이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종업원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다시 한 번 전하고는 중년의 뒤를 따른다.

..........................................................

덜컹거리는 버스를 타고 산 아래 외진 곳에 두 사람이 내린다.

차돌 이와 중년남자이다.

남자는 매섭게 불어오는 바람을 의식했는지 어느새 준비했던 목도리로 얼굴을 가리며 앞장서서 산으로 향하는 작은 길을 따라 산으로 올라간다.

산에 이르자 거센 바람이 나무에 부딪치며 만들어내는 소리가 마치 새소리처럼 여겨진다.

고개를 들어 산머리를 보니 깍 아 지른 고봉들이 눈을 어지럽힌다.

헤아릴 수도 없는 고봉들이 저마다의 위용을 자랑하며 한껏 뽐내고 있는 것이 있다,

금강산의 봉우리보다 10배 이상 많다는 곳이 이곳 황산이 아니던가....

엄청난 수효의 고봉들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으니 그 정경이 너무나 아름답고 무거운 마음이 탁 터여 진다.

남자는 그런 고봉들의 정경에는 안중에 없다는 듯 계속하여 산을 오르고 있다.

남자의 입에서 하얀 김이 모락모락 새어나오고 이마에는 땀이 나는지 가끔 머리를 싼 목도리를 제켜 땀을 닦기도 하면서 산을 오르고 있다.

차돌 이는 주위의 풍경을 감상하면서도 발걸음은 남자와 보조를 맞추며 그를 따라가고 있다.

남자의 거친 호흡소리와는 대조로 차돌이의 호흡은 여전히 고르기만 하다.

험한 산을 오르면서도 안정된 호흡을 유지하기가 쉬운 일은 아닌데.. 그렇다면 엄청난 체력이 뒷받침하고 있다는 증거가 아니겠는가......

그렇게 한참을.....근 2시간을 산을 오른다.

길을 막고 있는 돌을 피하기도 하고 드문드문 가파른 길을 지나기도 했다.

그런데 갑자기 사람들이 다니기 좋게 만든 길이 나온다.

그렇게 안정된 산 길 양옆으로 하얀 눈이 쌓여 있었다.

그리고 별로 멀지도 않는 곳에 크지도 작지도 않은 산사가 보인다.

깍 아 지른 절벽아래 5-6개의 건물로 단장하고 지붕엔 까만 기와를 얹은 오래된 절이 나타난 것이다.

남자는 가던 길을 멈추고 기쁜 숨을 몰아쉬며 차돌 이를 뒤돌아본다.

[손님, 저 절입니다, 이제 다 온 것 같습니다.]

[하하...그렇습니까, 어서 가시죠.]

차돌 이는 이마에 땀방울이 그득한 남자에게 미소를 지어준다.

두 사람은 또다시 걷기 시작한다.

두 사람은 결국 산사에 도착했고 남자는 목이 마른지 부리나케 샘터로 가더니 물부터 떠 마신다.

차돌 이는 남자를 보며 싱긋 웃고는 고개를 돌려 절 내부를 한 바퀴 둘러본다.

사람들은 보이지 않고 너무나 적막같이 조용한 절이었다.

[손님, 이제 제 할 일은 끝난 것 같군요.]

이때 입가에 묻은 물기를 소매로 훔치며 남자가 다가와서 차돌이 옆에 선다..

[정말 고맙습니다.

덕분에 정말 수월히 이곳을 찾아온 것 같습니다.]

차돌 이는 남자에게 정중히 고개를 숙인다.

감사의 인사와 함께 안내보수로 주기로 한 액수에 많은 수고비를 더 드린다.

남자도 마주 작별인사를 하고 차돌이가 건네는 보수를 받는다.

보수를 헤아리던 남자는 깜작 놀란다.

이미 계약한 금액을 초과한 금액이었다.

너무 많은 보수에 놀란 빛을 띠우며 차돌 이를 보니 그는 빙그레 웃으며 괜찮다는 손짓을 하지 않는가.

남자는 너무 고마웠다.

돈을 벌기 위해서였지만 이만한 보수면 한동안 놀고먹어도 될 돈 이였기에 그걸 미련 없이 안내비로 내놓고 넉넉한 웃음을 짓고 있는 차돌 이에게 연신 허리를 숙이며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곤 다시 오던 길로 발걸음을 옮긴다.

차돌 이는 남자를 보내고 산사의 제일 큰 건물로 향해 발길을 움직인다..

몇 걸음을 걸었을까, 마침 저쪽에서 스님이 한분이 걸어 나오고 있었다.

차돌 이는 재빨리 스님 앞으로 다가가 합장을 하며 인사를 드린다.

[반갑습니다. 주지스님을 뵙고자 합니다만......]

[무량수불, 이렇게 외진 곳에 오늘 귀한손님이 오셨네요.

주지스님은 저곳 불당에서 불공을 드리고 계십니다만.......]

스님도 두 손을 합장하며 반갑게 차돌 이를 맞이한다.

그리고 손을 들어 주지스님이 있는 곳을 손가락으로 알려준다.

[감사합니다, 스님.]

차돌 이는 다시 합장을 하며 고마움을 표시하곤 스님이 가르쳐준 건물로 들어간다.

머리가 하얀 늙은 스님이 앉아 있었다.

노스님이 무슨 경전을 읊으며 불공 삼매경에 빠져있다.

차돌 이는 조용히 스님의 뒤편에 무릎 꿇고 앉아 두 손을 가슴께에 모아 합장을 하며 스님이 불공을 끝내기를 기다린다.

그리고 생각한다.

통상 절이라면 스님이 아미타불하고 손님을 접견하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이곳 스님은 무량수불이라고 하지 않는가,

아마 부처님을 섬기지만 일반절과는 다른 도인들이 수양하고 그리고 중생을 선도하는 그런 절이라는 생각이 든다.

주지스님이라는 분은 머리도 깍지 않았지 않는가.......

이런 저런 생각이 머리를 혼란스럽게 한다.

시간이 많이 흐른 것 같다.

차돌이의 무릎이 아련하게 저려오려 할 때 노스님은 불공을 끝냈는지 자리를 뒤로한다.

아마 뒤에 누군가가 있음을 알고 있다는 행동이다.

[무량수불..시주님, 어서 오십시오.]

노스님이 다소곳이 두 손을 가슴 앞에 합장하며 고개를 숙인다.

[예, 스님. 처음 뵙겠습니다...]

차돌이도 최대한 공손하게 인사를 한다.

노스님은 합장을 한 체 고개를 들더니 천천히 차돌 이를 살핀다.

[보아하니 이곳 사람은 아닌 듯 하 외다.

말투도 이곳과는 틀리 고 약간 어눌한 것을 보니........

그래, 시주님께서 험한 산사를 찾아오신 것은 분명 이유가 있으리라보는데...

어찌 이곳을 찾으셨는지요.]

노스님은 차돌이의 이목구비와 말투를 보고 어디서 오신 젊은인가 궁금한 것이다.

또한 산 아래 마을 사람들도 길이 험해 잘 찾지도 않는 절에 젊은 이방인이 찾아왔으니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라 짐작했다.

[전 한국에서 온 손 차돌이라 합니다.

무아거사님을 찾아뵈려 왔습니다.]

차돌 이는 신분을 밝히고 찾아 온 용건을 말한다.

[아니....사부님을.....

허허허... 사부님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인데 시주님이 알고 있다니....

그 것도 한국분이..........허허허.....]

노스님은 깜작 놀란다.

이 절을 찾아온 것만 해도 예사롭지 않은데 더군다나 자기가 섬기는 사부님을 찾아왔다 하지 않는가.

사부님이 어디 세상에 이름을 날리고 다니신 분도 아니고 속세와 거의 단절하다시피하고 계시는 분인데 젊은 사람이 더군다나 외국 청년이 사부님을 찾으니 어찌 놀라지 않겠는가.

잠시 황당한 표정을 짓던 노스님이 손님을 대하는 자기의 실수를 깨달았는지 너털웃음을 터뜨린다.

[저.....이분이 소개하여 왔습니다.]

차돌 이는 2개의 봉투를 품에서 꺼내 스님 앞에 놓는다.

선생님이 이곳을 찾으면 보이라며 주신 서신이다.

하나는 주지스님에게 하나는 거사님께 보내는 서신이었다.

노스님은 두 개의 봉투를 살피더니 자기 앞으로 온 봉투를 뜯어 내용을 읽는다.

글을 다 읽고 봉투를 갈무리하더니 다시 차돌 이를 본다.

[대단한 젊은이군,

그 분과 사부님은 막역지우처럼 지내던 분이셨어요.

그 분을 못 뵌 지도 근 10년도 넘은 것 같은데.......

그래, 그분은 안녕하신지요,]

노스님도 선생님을 아는지 사부님의 막역지우인 선생님의 안부를 묻는다.

[예, 편안히 건강히 계십니다.]

차돌 이는 주지스님이 선생님을 알자 얼굴이 환해지며 공손히 대답한다.

[허허허..나이가 구순인데도 ....허허.......

하여간 시주님, 사부님은 지금 출타중입니다.

언제 이곳을 들릴지....원체 기약도 없이 바람같이 사시는 분이라 언제 올지 모릅니다.

전 제자지만 그 분의 허락 없이 그분의 행적을 혹 알아도 말씀 드릴수가 없습니다.

사실 지금 어디 계시는지 무얼 하시는지 모르고 있기도 하지만.........

언제 돌아올지도 모르는 분이십니다.

그러니 시주님, 그만 돌아가시던지 아님 여기서 며칠 기다려보시겠습니까.........

돌아가신다면 편지는 소승이 필히 전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시주님께서 기거하는 연락처를 알려주세요, 사부님이 돌아오시면 연락드리죠.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시주님.]

노스님의 얼굴이 환해진다.

사부님의 막역지우인 진 선생이 나이가 지긋함에도 불구하고 무탈하며 건강하게 사신다니 기분이 좋은지 환하게 웃는다.

그리고 차돌 이를 보며 무아사부님의 근황을 알려드리며 안타까운 표정도 짓는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왕 왔으니 며칠 기다려볼 겸, 잠시 폐를 끼쳤으면 합니다..

그래서 제가 거사님을 뵐 인연이 있길 빌 수밖에요.

그리고 이렇게 환대를 해주어 정말 너무나 감사드립니다.]

차돌 이는 노스님의 배려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

어차피 여기올 때에는 목적을 가지고 왔고 또한 선생님이 소개해 주시는 분이 세상과 단절하다시피 한 기인이시고 필시 선생님이 그분의 사 사를 받을 수 있게 소개 글까지 올렸으니 뭔가 틀리신 분일게다.

그렇게 생각하고 기일이 얼마가 지나도 꼭 만나보고야 말리라 다짐했다.

그런데 노스님이 절에 기거할 수 있도록 선처까지 해주시니 얼마나 고마운지 몰랐다.

차돌 이는 허리를 깊이 숙여 감사드린 것이다.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십시오.

먼 곳 이곳까지 찾아준 시주님이 더 감사할 따름입니다.

자, 그럼, 오시느라 피곤하실 테니 소승이 쉴 곳을 안내해 드리리다.

시주님. 따라나서지요,]

노스님은 일어난다.

불당 밖으로 나온 두 사람은 마침 지나가는 행자스님이 있어 노스님은 그를 불러 차돌 이를 어디론가 안내하라는 지시를 한다.

그리고 노스님은 차돌 이에게 합장을 해보이며 인사를 하더니 다른 건물로 사라진다.

차돌 이는 행자스님에게 인도되어 불당과 약간 떨어진 바위 밑의 암자로 가더니 방으로 차돌 이를 인도하며 앉게 한다..

[시주님, 여기서 푹 쉬시도록 하십시오.]

[감사합니다, 스님....]

스님이 방에서 물러나고 잠시 앉아있던 차돌이가 밖으로 나온다.

그는 암자 주위를 천천히 둘러보더니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엄청나게 큰 바위가 암자 뒤에 병풍처럼 펼쳐져 바람을 막고 있어 포근하게 느낄 만큼 양지쪽에 자리 잡은 조그만 암자였다.

아마 이곳 암자는 손님이 묵고가게 만들은 곳으로 보였다.

암자의 앞과 옆으로는 아름드리 고목이 수도 없이 자라있고 낙엽은 떨어지고 없지만 우람한 덩치를 보노라면 수많은 세월을 산 나무임에 틀림없어 보였다.

[정말 아름답고 멋진 곳이야.......]

차돌 이는 감탄을 금치 못한다.

한동안 주위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더니 걸음을 옮겨 방으로 들어간다.

방엔 조그만 탁상이 있었으며 벽에 호롱이 걸려있었다.

방 한쪽구석에는 정갈하게 개여 진 이불이 있었고 방바닥은 싸늘하고 훈기조차 없어 오래 동안 비워두지 않았나 싶었다.

차돌 이는 대충 짐을 정리하고 가뿐한 옷으로 갈아입고는 다시 밖으로 나와 암자 뒤편으로 조금 전 스님이 간곳으로 가본다.

행자스님이 암자 뒤편 아궁이 앞에 앉아 불을 지피고 계셨다.

[스님, 제가하겠습니다.]

차돌이가 다가가 스님을 밀쳐내자 행자스님은 빙그레 웃으며 자리를 비켜준다.

[그래요, 할 수 있겠어요,

그리고 앞으로는 이일을 시주님이 직접 하셔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염려 마십시오.

그런데 이곳 절엔 정말 사람의 왕래가 드뭅니다. 스님....

참, 그리고 주지스님의 법호는 어찌되시는지요....]

차돌 이는 아궁이 앞에 앉는다.

그리고는 얼굴에 의문을 가득 담은 표정으로 행자스님을 쳐다본다.

[그렇습니다.

사람들의 발길이 많지 않는 곳이지요.

워낙 산세가 험하다보니 정신수양이나 신체 수련하러 오시는 분외에는 거의 사람들의 왕래가 없는 절이지요.

사실 소승도 사람이 그리울 때가 한두 번도 아니랍니다.

그리고 시주님을 보니 문득 한사람이 떠오르는군요.

제가 어릴 때 지금 시주님처럼 한국에서 오신분이 주지스님의 제자가 되어 한 2년

정도 이곳에서 생활한 적도 있었지요...

그리고 주지스님의 도호는 진양이라 합니다.

그럼 전 이만,

참, 저녁시간은 6시입니다. 시간 맞추어 내려오십시오. 무량수불.......]

행자스님은 차돌이의 궁금증을 이해라도 하듯이 이것저것 묻지도 않은 것까지 소상하게 알려준다.

그리고 밖으로 나가려다 방금 생각났는지 몸을 돌려 식사시간을 알려주며 합장을 한다.

[예, 스님....고맙습니다. 앞으로 폐 끼칠 일이 많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차돌 이는 공손하게 나가는 행자스님에게 고개를 숙인다.

그리고 스님을 보내고 다시 아궁이 앞에 앉아 한편에 쌓아 둔 장작들을 꺼내와 불이 붙은 나무에 그 무게를 더한다.

.

..............................................

요 며칠간 차돌 이는 지루하지만 지난날을 돌이켜보는 시간을 가졌다.

무엇하나 올바르게 살았던 것이 없는 삶이였기에 연신 허무한 미소만 얼굴에 그린다.

지닌 욕심이 과하기에 그걸 이루기 위해 악마의 발톱도 자제하지 않고 살았다..

모든 욕망은 필요와 결핍, 그리고 빈곤에서 오는 것인데.............모든 것이 모자라고 부족하다 여겼기에 그것들을 충족하기위해 추잡한 짓도 마다하지 않았지 않았던가.

그로해서 욕망이 채워진 것도 있겠지만 채워지지 못한 것이 그보다 훨씬 많기에 지금도 그런 욕구를 충족시키려 하기위해 스스로를 다잡기 위한 시련이라 여겼다.

향락을 누리는 기간은 짧다.

짧음을 길게 엮어가기 위해 시련으로 여기며 역경을 이겨내고 욕망이 충족되어 쾌락을 얻었다하더라도 그 쾌락은 외형적인 환상이나 다름없으며 다음에 다른 쾌락이 나타나면 전자는 소실되어 형태는 사라지고 다음에 온 쾌락 역시 환상에 불과할 뿐인데.................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의지를 진정시켜 잠재우거나 또는 계속해서 붙잡아둘 그런 힘은 아무 곳에도 없다.

운명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도 어쩌면 거지의 발아래 던져준 한 푼의 동전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오늘의 목숨에 풀칠하며 괴롭고 힘든 세상을 그렇게 사는 생을 내일로 연장시키는데 불과 할뿐이다.

모든 것에서 탈출하고 싶어진다.

잠시나마 끊임없는 욕구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 나의 정신을 압박에서 구출하여 탐욕의 대상이 아닌 관조의 대상으로 그렇게 살고 싶어진다.

혐오의 대상이 아닌 존경의 대상으로 살고 싶어진다.

진정 나는 어떤 놈인가.

추한 육신과 천한 욕정 그리고 속된 야망. 온갖 어리석음으로 가득차 있지 않는가.

부자연스럽고 타락한 생활에서 오는 천박하고 횡포한 그런 인간이 아닌가.

남들의 눈에 위대하고 놀라운 존재로 보이도록 하며 살았고 나는 그런 사람들을 한낮 보잘것없는 인간으로 보았으며 그런 사람들은 굴욕적이고 치욕적인 모든 것들을 감수하는것이 귀중한 마음의 산물이라 여기고 덮고 당하여도 잊어버리고자 하는데 나는 그들을 평생 존재한 나를 위해 그 무엇도 마다않는 고독 속에 유배된 자처럼 여기며 살았던 것이 아닌가,

모든 것이 부끄러웠고 허무했다.

그러나 그는 다시 생각을 바꾼다.

세상에 누가 있어 날 돌봐줄 수 있더란 말인가.

오로지 내 몸은 나 아니면 어디 발붙이며 살아갈 수도 없는 외톨이다.

순진하고 착한 마음은 버려야한다.]

언젠가 모든 것이 이루어졌다고 여기면 그땐 진정 사람으로 태어나도 지금은 악마가 아니라 그 할아버지라도 손을 잡고 내일을 성사시켜야한다.

안일하고 정화된 마음은 진정 나에게는 사치다.

지금이 어느 때인데 그런 못난 생각을 하다니 차돌 이는 눈에 찬 광기를 드러내며 입술을 굳게 앙다문다.

.........................................

오늘도 주지스님에게서 아직 아무른 언질도 없다.

차돌 이는 무료한 나날을 오로지 심신단련에만 열중하기로 했다.

예전에 배웠던 운동의 동작을 기억해내어 나름대로 산속에서 홀로 뜀박질하며 또는 발차기와 주먹단련 등 지루한 나날을 그렇게 보내고 있었다.

이날도 홀로 산에서 땀을 흘리고 내려오니 행자스님이 자기를 기다리고 있다.

[무량수불....주지스님이 찾으십니다.]

차돌 이는 행자스님이 이끄는 데로 암자를 내려와 불당 건물로 들어선다.

머리가 하얀 마른 노인이 불상을 보며 앉아있고 주지스님은 뒤에서 무릎을 꿇고 계신다.

차돌 이는 문득 짚이는 것이 있었다.

마음속으로 아마 저분이 내가 만나고자 그리고 스승으로 모시고자 하는 분이라고.....

차돌이도 말없이 주지스님과 부처님에게 합장을 하고 주지스님 옆에 무릎을 꿇고 앉는다.

한동안 침묵이 계속된다.

그렇게 답답한 분위기가 카랑카랑한 소리에 의해 깨지고 만다.

[허허허...젊은이가 수양이 깊 구만.........

이런 자리에서도 호흡이 고르고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다니........

진영감이 사람을 보기는 제대로 본 듯 하구만........

그래, 쉬운 길을 두고 어려운길을 왜 찾으려하는고.........]

맨 앞쪽에 앉은 노인이 몸을 돌려 앉으며 차돌 이를 유심히 살펴보고는 낮은 웃음을 터뜨린다.

도인 차림의 노인이 차돌 이를 칭찬하고 또한 차돌 이를 가르친 선생님을 칭찬한다.

그리고 이해하기 어려운 말을 하며 차돌 이를 직시한다.

[거사님, 쉽게 갈 수 있는 길은 쉬 잊어지고 어렵게 간 길은 좀체 잊어지지 않고 영원히

뇌리에 남는다, 들었습니다.

전 남들이 다닌 길보다 새로운 길을 가고자 함입니다.]

차돌이의 대답은 시원하고도 명쾌했다.

자기가 가고자 하는 길을 조금도 주눅 들지 않고 당당하게 말한다.

그렇게 머리를 조아리며 말하는 차돌이의 행동이 전혀 가벼워 보이지 않는다.

몸가짐을 가볍게 하면 경솔하고 경망해진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였다.

눈밖에 있는 모든 사물에 현혹되면 몸가짐은 자기도 모르게 방정스럽게 된다.

무아거사의 위엄에 현혹되면 안 된다.

물론 그분의 제자가 되길 간절히 바라지만 주눅은 들지 않아야한다.

조심하고 또 조심하며 행동을 신중히 하는 것이다.

[허허...무지 랭이 같은 인간이로고.....

나에게 무얼 배울게 있다고......고생만 할 텐데.....그래도 따라나서겠느냐,]

노인은 고개를 끄덕인다.

얼굴이 약간 상기한 것이 조금은 놀란 것 같았다.

깊은 물은 조용히 흐르듯이 젊은이가 당당하게 자신의 포부를 밝히면서도 건방지지도 않았고 경박하지도 않았다.

즉 그의 마음이 깊은 물처럼 고요함이니 무엇이 그를 불안케 하리...

인간이라면 누구나 별별 탐욕을 부리려는 법이고 은연중 그런 것들이 눈에 보이는 법이다.

이놈은 나에게서 많은걸 빼앗아갈 놈으로 보인다.

늘그막에.... 인생의 황혼녘에 찾아온 무지랑 이가 아닌 총명하고 비범한 놈이니 속으로 너무나 기뻤다.

당당하고.....무엇하나 마음에 들지 않는 구석이 없었다.

[거사님, 아니 사부님 정말 감사합니다.]

차돌 이는 벌떡 일어나 절을 한다.

어디선가 들은 기억대로 중국의 옛 풍습에 사부로 모시고자하면 구배를 올린다, 듣고는 그 자리에서 아홉 번 빠르게 절을 한다.

[허허. 성질이 급한 젊은이로고........

지금 바로 출발해야하니 준비하고 산문에서 기다 리 거라.

짐은 간편하게 하고 중요한 것만 소지하면 될 것이니라.......]

노스님은 차돌이가 절을 하자 만류하지 않고 받아들인다.

제자로 삼겠다는 무언의 표시였다.

차돌 이는 환하게 웃으며 주지스님과 부처님에게 합장을 하고는 재빨리 불당을 나온다.

그리고 번개같이 내달려 자기가 거처했던 암자로 가서 여권이랑 간단한 소지품을 담은 등 가방을 메고 빠르게 달려 산문 앞으로 간다.

얼마나 신이 났는지 지금 절이란 곳도 잊고 요란한 소리를 내며 뛰고 있는 것이다.

산문 앞엔 무아거사가 주지스님과 있다가 차돌이가 나오는 것을 보더니 몸을 돌려 앞으로 걷는다.

차돌 이는 주지스님께 합장을 하고 인사를 하곤 무아거사의 뒤를 따른다.

주지스님도 무아거사의 등에 대고 인사를 하고 있었다.

주지스님은 멀리 사라지는 두 사람을 보고는 의아한 듯 머리를 갸웃거리고 있다.

자기가 아는 사부님은 언제부턴가 제자를 받지 않으셨다.

이제 구십 고령을 넘었는데 그것도 타국 젊은이를 제자로 받아 드린듯하니 사부님의 마음을 헤아리기가 어려웠다.

그렇지만 사부님이 제자를 받아드린 것은 사실이 아닌가,

자기에겐 사제가 하나 생긴 것이 되었지 않는가......

눈에 총기가 있고 범상하진 않아 보였지만 사부님이 너무 쉽게 제자를 받아들인듯하여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사부님의 마음을 짐작하기가 어려웠다.

깊은 산속,

해가 어두컴컴해져서야 차돌 이와 무아거사는 작고 얼기설기 지은 움막 같은 집이 몇 개 보이는 곳에 도착하였다.

차돌 이는 체력에는 자신이 있다고 평소에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차돌 이는 무아거사를 따라잡기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우 리 며 거위 뛰다시피 하였다.

온몸에 땀이 나와 속옷을 축축하게 적신지 오래였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목적지에 당도한 차돌 이는 안도감에 긴장이 풀려 더 이상 서 있기가 힘든지 무릎을 손으로 잡고 엎드려 호흡을 고르고 있었다.

이와 대조적으로 무아거사� 여기까지 올라와도 호흡은 물론 어디하나 지친 구석이 없었다.

언제 나타났는지 16-18세 정도 보이는 여자아이가 나와 무아거사에게 절을 하며 반긴다.

말없이 인사를 하는 여자이이의 얼굴은 반가움과 또 한편 차돌 이를 보고는 의구심이 일어나는지 두 사람을 쳐다보는 여자아이의 표정은 보는 사람에 따라 수시로 변하고 있다.

[무랑아, 저 아이가 오늘부터 여기에 머물 것이니라.

빈 움막에 거처를 마련해주고 내일 내려가서 이 아이의 짐을 가져오도록 해라.]

소녀는 알겠다는 표시로 고개를 끄덕이곤 다시 움막으로 들어간다.

차돌 이는 소녀가 무아거사의 물음에도 고개로 가부를 알리자 참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어린 소녀인데 벙어리라니.....

다시 무아거사의 음성이 들린다.

[저 아이는 벙어리가 아니란다.

그냥 말하는 걸 극도로 싫어하지.........

자. 따라들어 오너라.......]

무아거사는 차돌이의 속을 알고 있는 것처럼 궁금증을 풀어주고 한 움막으로 들어간다.

차돌이도 무아거사의 뒤를 따라 들어가 무아거사의 앞에 무릎을 꿇는다.

[무엇 때문에 고생을 자초하는지는 묻지 않겠다.

네가 뭘 얻기 위해 시련을 견디고 아니 견디고는 네 하기에 달렸으니..

네가 시련을 이겨내면 내가가진 조그만 것을 가르쳐줄 것이고...

하여간 오늘은 쉬고 내일부터 바로 수련에 들것이니 그리 알아라.]

무아거사는 차돌 이를 직시하며 조용하면서도 엄숙하게 자신의 의사를 밝힌다.

모든 것은 네 하기 나름이다 그런 말이다.

그리고 바쁘게 수련을 지시하는 것은 자기에게 주어진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왕 제자를 받아들였으니 한 가지 라도 많이 물려주고 싶은데 시간은 많지 않고 어떻게 하든 한시라도 빨리 제자가 조그만 성취라도 이루는걸 보고 싶은 것이다.

그만큼 거사는 차돌이의 재질과 총명함을 보이는 눈동자에 매료되어 있었다.

[네, 사부님.......]

차돌 이는 사부님의 말에 최대한 공손히 대답하며 입술을 굳게 앙다문다.

결의를 다지는 것이다.

그렇게 조금 있으니 아까 보았던 소녀가 조촐하게 차린 밥상을 들고 온다.

밥공기엔 그야말로 두 숟갈만 떠도 없어질 양의 밥이 담겨있었고 찬으로는 이름 모를 채소로 조금씩 두 가지가 차려있었다.

차돌 이는 어이가 없었다.

이건 숫제 아니 먹니 만 못할 것 같았다.

무아거사는 차돌이의 심중을 눈치 채었는지 다시 조그맣게 말한다.

[이곳까지 곡식 나르기가 쉽지 않을뿐더러

사람이 배가 부르면 게을러지고 그러면 수양에 도움이 되지 못하느니라.

물론 적은 양이라 처음엔 힘들겠지만 ,,,,

그러나 언젠가는 이것도 배가 부르다는 걸 깨닫게 될 것이야.]

[예, 알겠습니다, 사부님..........]

세 사람은 밥상을 두고 밥을 먹는다.

무아거사는 젓가락에 몇 알 안 되는 밥을 입에 넣고는 한참을 오물거리며 먹는다.

그렇게 하는 것은 소녀도 마찬가지였다.

차돌 이는 처음 에는 배가고파 급하게 먹었지만 사부님이 저를 놓지 않았는데 제자가 저를 먼저 놓는다는 것은 예가 아니다, 여기며 억지로 속도를 맞춘다.

실로 죽을 맛이었다.

그렇게 식사를 끝내고 사부님의 축출 령이 있고서야 차돌 이는 움막을 나올 수 있었다.

그리고 소녀의 안내를 받고 움막에 와서는 자리에 누워 버린다.

피로가 겹친 탓인지 잠이 연신 쏟아졌기 때문이다.

얕은 홑이불을 깔고 덮으니 추위에 온몸이 오싹해 온다.

움막은 불을 지필 곳도 없는 말 그대로 거적 대기로 얼기설기 엮어놓은 막이었기에 거적 대기사이로 찬바람이 들어와 온몸을 때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온몸을 움츠리고 차돌 이는 눈을 감는다.

.

다음날....

차돌 이는 사부로부터 엄청난 꾸중을 들어야했다.

늦잠을 잤기 때문이다.

아침을 조촐하게 마친 두 사람은 산으로 다시 오른다.

깊은 골짜기가 나오고 엄청난 바위가 길을 막고 펼쳐져있다.

바위 한 가운데로 물줄기가 내려치고 바위 밑에는 움막의 크기 만 한 웅덩이에 물이 넘쳐 아래로 흘러내리고 있었다.

이렇게 깊은 산중에 이런 곳이 있다니 자연의 방대함에 그저 놀라는 차돌이다.

무아거사는 차돌 이를 폭포가 떨어지는 바위 밑 조그만 동굴로 안내한다.

바닥엔 거적 대기만 있을 뿐 아무것도 없는 조그만 굴이었다.

노인은 거적 대기에 앉는다.

[내 곁에 앉아라.]

차돌 이는 사부 옆에 무릎을 꿇는다.

[그렇게 앉지 말고 좌선하는 자세로 앉아라.]

차돌 이는 다시 자세를 고쳐 사부님이 앉아있는 모습을 흉내 내며 앉으려한다.

[허허. 아이야.....

좌선이란 자세가 중요한 것이 아니리라.

무엇보다 먼저 몸이 편안해야 수월히 명상에 빠져들 수 있고 불편한 자세로는 깊은

명상에 잠길 수가 없느니라.

그건 육체의 고통이 정신이 가고자함을 막기 때문이니라.

네가 제일 편한 자세로 앉으려무나..........]

차돌 이는 고개를 숙여 감사의 절을 하고는 사부의 지시대로 평상시 하던 대로 양반다리로 앉는다.

차돌이가 앉자 무아거사의 목소리가 굴 안에 퍼진다.

[지금 네게 일러줄 것은 아무것도 없느니라.

노부가 알고 있는 것 중에 그래도 남에게 가르칠만한 것이 기 이니라.

무릇 기란 자기성찰로 인해 얻어지는 것이므로 내가 알고 있는 수련방법을 그나마

알려주고자 함이니라.

그것을 얼마나 빨리 느끼고 깨닫고는 아이 네가 하기 달렸느니라.

먼저 지금부터 벽을 보고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공을 깨달아보아라.

공이란 무엇인가, 모든 것을 비워 없는 것을 말한다.

그걸 깨달으려면 먼저 자신이 갖고 있는 모든 선입견을 버려야 할 것이다.

미래에 관한 어떤 고정된 생각이나 희망을 지니고 있는 한 깨닫지 못할 것이다.

나는 새를 보라 그러면 나는 흔적도 볼 것이다.

실제로 나는 새의 흔적은 볼 수 없는데도 우리는 그 흔적을 말한다.

그건 마치 볼 수 있는 것처럼 느끼기 때문이다.

있는 것이 없는 것이고 반대로 없는 것이 있는 것이니라.

사람들의 진정한 존재는 공으로 시작해서 공으로 돌아간다.

내 마음이 어느 한곳으로 집중하지 않고 자유롭게 내버려 두 거라.

강물이 흘러 바다로 가듯 그냥 가는 데로 맡겨 두 거라.

집중을 하면 안 된다.

마음이 가는 데로 호흡도 생각도 모든 것을 그냥 두고 단지 네가 그렇게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라

이러한 수행을 계속하다보면 공으로부터 오는 진정한 존재를 느낄 것이다.

그래서 네가 깨달으면 다음엔 공의 공간에 하나의 마음을 심었다고 생각하고

그 마음을 손가락으로 이동하도록 해라.

공의 세계에 돌입하면 그곳은 아무것도 없는 곳이 아니겠는가.

움직이는 모든 것은 아주 자연스러워지니 어렵지 않을 것이니라.

그러면 네가 모르는 우주의 기와 네 신체의 잠 력 이 그곳으로 이동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니라.

그때 손가락에 모인 마음의 기를 몸 밖으로 내 보낸다 생각하고 힘을 써보아라.

그래서 이것을 손가락으로 찔러 깨뜨린다면 기를 네 몸속에 받아들이고 발출할 수 있는

조그마한 경지에 올랐다고 볼 수 있느니라.

내가 가르칠 것이 이것이니라.

얼마나 이것을 빨리 깨닫고는 네 정신여하에 달렸으니 소홀하지 말아야 할 것이니라.

그걸 이루고 그리고 다시 부단히 수련하면 더욱더 높은 경지에 오를 수 있을 것이니라.

만약 네가 그런 경지에 이른다면 다음으로 내가 가진 조그마한 비기마저 전수해주마.

내 나이 고령이라 생도 얼마 남지 않았으니 네가 빼앗아가려면 조금도 한눈을 팔아서는

안될 것이니라.....

그러니 오늘부터 여기서 생활하며 이 자그마한 돌을 손가락으로 깨뜨리지 못한다면

내려오지를 말거라.

만일 참지 못하고 물러난다면 기 길로 바로 하산해야 할 것이다.

내말 알아듣겠는가.]

무아거사는 긴 설명을 하고는 눈을 감는다.

오래 간만에 너무 많은 말을 한 것 같았다.

제자를 깨우치게 하려는 전수였지만 과연 이룰 수 있을지도 염려가 된다.

쉬운 일이 아니기에....자기도 오랜 시간에 걸쳐 조그마한 성취를 보았는데 과연 제자가 모진 고통을 참으며 아주 작은 성취라도 얻을 수 있을까하는 걱정도...아직 젊은 나이이고 외국 사람인데 수련 중에 불상사라도 나면 어찌할까 염려가 되어 많은 말을 한 것이다.

차돌 이는 일순 당황했다.

어떻게 좌선을 하고 어떻게 마음을 비우라 그리고 어떻게 하면 될 수 있다 전혀 그런 말씀은 없다.

오로지 차돌 이에게 맡겨놓을 뿐이다.

차돌이도 사부님이 그런 데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 여기고 따를 것을 다짐한다.

[예, 사부님, 절대 사부님을 실망시키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허허..그래야지, 그럼 지금부터 면벽에 들어 수련을 시작하도록 하 거라.......

어지러운 자연 환경보다 단순한 벽이 생각을 편하게 하고 공을 깨닫는데 도움이

되리라. 지루하고 고통스럽겠지만.....

또 한 가지 모든 일에는 쉬움과 어려움이 겹치는 법이다,

쉽다고 척척 해치우고 어렵다고 피하면 아무 일도 끝내지 못하는 법이다.

난관에 부딪쳤을 때는 수월했던 것을 생각해 믿고 의지해 어려움을 의심해 보거라,

그러면 쉬운 것에서 어려운 것을 풀어내는 실마리가 있을 것이다.

높은 곳에 이르려면 낮은 곳에서부터 출발해야하는 법이고 깊은 물에서 놀고 싶으면

얕은 물에서 먼저 물놀이를 해야 하는 법이다.

이렇게 세상만물이치는 간단한데도 인간은 늘 항상 망각하고 잊고 사는 것이다.

큰 것을 얻으려면 작은 것을 소중히 하듯이 처음이 무척 중요한 법이다.

마음을 다스리라는 말이니라.]

사부는 일어난다.

무아거사는 일어나며 차돌 이를 무심하게 쳐다본다.

기의 수련을 어찌 말로 설명하고 가르칠 수 있단 말인가.

오로지 자기 스스로 깨달아야 아는 것이며 인체의 신비한 힘을 이끌어 내는 것인데 남의 힘을 빌 어 터득할 수도 없는 것이다.

무아거사는 자기가 스승으로부터 전수받은 그대로를 차돌 이에게 일러주고 깨닫기를 바란 것이다.

그러나 그 고통이 아니 고통보다는 외로움, 그리고 좀체 들지 못하는 공의세계에 절망감, 모든 것이 얼마나 힘 든다는 걸 알기에 얼굴에 표정은 그리지 않았지만 측은한 눈으로 쳐다본 것이다.

차돌 이는 굴 앞까지 나와 공손히 합장하며 인사를 드리고는 굴속에 들어가자마자 벽을 보며 눈을 감는다.

차돌이도 한시라도 지체할 여유나 시간도 없었다.

이루고자 하는 일은 산더미처럼 밀려있는데 그것을 이루는데 도움 되는 공부를 하고자왔지만 오래 머물 여건도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시간 이루로 차돌 이는 사부가 일러준 대로 수련에 집중한다.

세월은 흘러간다.

처음 차돌 이는 무아의 경지에 빠져들지 못하고 엄청난 마음의 방황을 알아야했다.

아침에 한번 소녀가 주먹밥을 갖다 주면 그것으로 하루를 때워야했고 배고픔과 깨달음을

얻지 못해 엄청난 고초를 겪기도 했다.

그러나 세월은 가게 마련이고 차돌이의 집념은 무서우리만치 집요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모든 것이 허 하고 없는 마치 먹지 않아도 살 수 있을 것 같고 내 몸이

가벼워 하늘에 둥둥 날아다닐 것도 같이 느껴지는 것을 경험한다.

이것이었구나.

정신을 흩트리면 세상에 내가 와있지만 정신을 수습하면 다시 편안해지는 것이다.

수련을 하면 할수록 더욱 편안해지는 속도가 빨리 오고 몸은 무엇으로도 깨트릴 수 없는 있어도 없는 것 같은 느낌이 든 것이다.

이것이 공이란 것이었구나.

단순하면서도 복잡하고 어렵고, 그러면서도 너무나 보잘것없는 그런 세계가 공의 세계였구나.

차돌 이는 공의 경지를 느끼고 그걸 깨닫고자 수련을 계속하자 그때부터 그토록 괴롭히던 배고픔과 앉아있는 자세에 대한 고통도 점점 사라짐을 느끼게 되었다.

추운 겨울날에 굴속에 들어간 차돌이가 돌멩이를 무의식중에 내 뻗친 손가락에 의해 깨어진 것은 무더위가 기성을 부리는 여름철이었다.

세월을 잊고 오직 기의 수련에만 매달린 효과였다.

차돌 이는 너무나 감격에 벅차 그 자리에 앉아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모진 고초 속에 얻은 깨달음이 아닌가.

전에 없던 몸속에서 뭔가 살아 전신을 돌아다니고 있는 것 같은 기이한 힘을 느낄 수도 있었다.

그 움직임을 전부 손가락으로 모아 몸 밖으로 배출한다는 마음으로 그 기를 실어 찌른 결과가 그토록 바라던 일이 아니던가.

이제 스승님이 바라던 경지에 도달하지 않았는가.

벅찬 감격에 해냈다는 자부심에 그간의 고초를 잊고 눈물을 흘리고 만 것이다.

차돌 이는 한달음에 산을 내려왔다.

그리고 수염이 텁수룩이 자라 보이지도 않는 입으로 사부님께 아뢴다.

[사부님, 제자가 해냈습니다.

드디어 사부님이 바라던 바를 제자가 해내고 말았습니다.]

차돌 이는 사부님의 면전에 무릎을 꿇으며 환호의 소리를 질러댄다.

감격에 들떠 더듬거리며 말하는 차돌 이를 무아거사는 눈을 부라리며 냉정하게 꾸짖는다.

[아이야, 그 깐 것을 지금 이루고서 감격하다니 정말 실망이로다.

산천에 펄펄 날던 꾀꼬리는 아름다운 목소리 때문에 사람들에게 잡혀 조롱 속에서

얻어먹고 살고 마음이 깊고 넓은 사람은 꾀꼬리 같은 목청을 지니고 있어도 뱁새처럼

산다했다.

가슴에 옥을 품어도 누더기 옷을 걸치고 산다며 노자님이 남기신 말도 있다.

부를 자랑하면 졸부가 되고 지위를 자랑하면 간신이 되느니라.

졸부란 헐벗은 허수아비처럼 자신을 감추는 짓이고 간신은 굶주린 개가 남의 밥통을

훔치듯 염탐꾼에 불과할 뿐이니라.

자랑할 것이 많을수록 자랑할 것이 없는 것이다.

항상 겸손하고 겸양해야 참다운 자아를 이루는 것이니라.

내말이 무슨 말인지 알 것이다.

그렇지만 아이야,

네가 늦게나마 성취를 이루었다니 사부는 조금은 보람을 느끼느니라....

그러니 조금치도 수양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될 것이니라.

하여간 고생이 많았느니라.

얼굴이랑 머리를 다듬고 오늘은 쉬고 내일부터 다른 공부를 해야 하니 마음에 각오를

단단히 하도록..........

그리고 지금 네가 이룬 경지를 계속 수련하지 않으면 지금까지 쌓아온 모든 것이

사라지고 말 것이니라.

그러하니 부단히 노력하고 더욱더 열심히 정진해야 하느니라.

알겠느냐.]

무아거사는 차돌이가 조그마한 성취로 기뻐 날뛰며 자만하는 것을 나무란다.

어미가 젖을 먹일 때 아이에게 영양 좋은 젖이라고 자랑하지 않는 법이다.

그렇지만 제자가 성취를 이룬 것에 칭찬도 아끼지 않는다.

사실 무아거사는 속으로 엄청나게 놀라고 있었다.

제자의 빠른 성취가 자기의 상상을 너무나 벗어났기에...........

그러나 한줌의 표정도 흩으러 떨이트리지 않고 자만하는 차돌 이를 나무란다.

[예, 사부님 이 제자가 조그만 성취에 너무 자만하였습니다.

더욱더 열심히 수련을 게을리 하지 않겠습니다.]

차돌 이는 부끄러워졌다.

조그만 성취에 도취되어 날 띤 것이 너무나 부끄러웠다.

차돌이가 얼굴을 붉히며 더욱더 열심히 수련할 것을 맹세한다.

아무것도 아니었구나, 사부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 나의 성취는 대단할 것도 아닌데 괜한

호들갑을 떨어 사부님을 실망시켰구나,

이정도 밖에 안 되는 나였더란 말인가.

머나먼 이국땅까지 와서 이정도로 만족하고 날뛰는 망아지처럼 설치려고 왔단 말인가.

아직 멀었구나. 내가 너무 자만했구나.

사람이란 뜨거운 불똥이 살갗에 떨어져야 뜨거운 줄 안다고 했다,

그러나 마음속에서 활활 타오르는 불꽃은 뜨거운 줄도 모르는 법이다.

그래, 다시 시작하자,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새롭게 의지를 다지는 차돌이다.

그러자 사부는 흐뭇한 듯 차돌 이를 보며 웃는다.

[그래, 그래야하느니라.....

그러니 이만 나가 보거라,

네놈에게 냄새가 나서 견딜 수가 없구나.

무랑이 네 머리를 손질해줄 테니 깨끗이 하여 내일 보자꾸나...]

[예, 사부님, 그럼........]

차돌이가 사부님의 질타만 받고 나온다.

차돌이가 나가자 거사는 그제 서야 얼굴에 당혹한 빛을 그린다.

젊은 아이가 정말로 이정도의 경지에 6개월이라는 시간에 성취를 이룰 줄은 전혀 상상하지 몰랐기 때문이다.

진 노인이 극찬하고 자기가 보기에도 범상치 않는 골격과 품새에 조금 가르쳐보고자 했으나 이렇게 빠른 시일에 이런 경지까지 도달하리라곤 전혀 뜻밖이었다.

[허허허..정말 놀랄 일이네...

난 그 아이가 제풀에 지쳐 그만 갈 줄 알았는데 그러한 경지까지 가다니......

정말 무서울 정도로 집념이 강한 아이로고....허허허.....]

끝내는 흐뭇한 웃음으로 바뀌는 무아거사이다.

제자가 이렇게 훌륭한 성취를 이루자 사부로써 기쁘기도 하였기 때문이다.

[잘 되었어,

이제 나도 이 세상을 떠날 때가 다 되었는데...........

저 아이라면 우리 무랑 이를 잘 보살펴 줄 수 있으리라......

정말 남은 걱정거리를 저 아이가 풀어줬으면 좋으련만............]

무아거사는 혼자 중얼거리더니 눈을 감는다..

.

그날이후

차돌 이는 사부로부터 기의 흐름과 발출하는 방법 또 신체부위와 혈맥의 상관관계 등을 전수받는다.

또한 어찌하면 몸속의 기를 발출하여 적은 힘으로도 상당한 파괴력을 가져올 수 있는지 기를 운용하는 방법도 알려주었고 시시각각 움직임이 틀리다는 혈의 운동과 활용하는 법과 혈을 순탄히 하여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비법도 전수하길 마다않았다.

또한 시간이 나면 차돌이가 새벽에 운동할 때 움직임을 보고 적시에 빠르게 기를 활용하는 방법도 가르쳐주었다.

하루가 다르게 차돌이의 몸엔 은연중 근접키 힘든 중압감을 지니게 되었고 눈빛은 더욱 총총하게 빛나고 몸은 가볍고 재빨라져갔다.

예전에 뛰어넘지 못하던 곳도 어렵지 않게 몸을 솟구쳐 넘어갈 수가 있었고 힘들고 오랜 뜀박질에도 쉬 피로가 오지 않았다.

차돌 이는 세월이 가는 것도 잊은 채 오로지 공부에만 매달렸다.

그렇게 차돌이가 일치월장하며 성취를 더해가며 수련에 열중하고 있을 때 무랑이가 차돌이의 공부를 방해한다.

[거사 할아버지가 찾으십니다.]

무랑의 목소리다.

카랑카랑하고 색깔이 없는 무심한 소리다.

허긴 무랑이도 사부님과 생활한 것이 근 10여년이 되었으니 웬만한 장정 몇 사람은 가볍게 물리칠 수 있는 기와 기술을 갖추어 있다는 것을 은연중 느끼고 있던 차돌이다.

[하하. 그래, 가보자꾸나,]

차돌이가 사부님의 면전에 조용히 무릎 꿇으며 앉는다.

차돌 이를 안내하고 왔던 무랑이가 할일을 끝내고 나가려다 사부님의 제지를 받고 차돌이 옆에 무릎 꿇고 앉는다.

[무랑아, 너도 앉아라. 네게도 할 말이 있느니라.

아이야, 세월이 무쌍하구나,

네가 온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1년을 훌쩍 넘겼으니 이제 헤어질 때가 되었나,

보구나........]

무아거사는 부드럽고 조용하게 말하며 차돌 이를 쳐다본다.

[아니, 사부님 어인 말씀입니까,

제자는 아직 배울 것이 너무나 많습니다.

제발 절 내치려하지 말아 주십시오, 사부님....]

차돌 이는 어안이 벙벙하였다.

갑자기 불러 이제 헤어지자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하기 때문이다.

차돌 이는 머리를 조아리고는 사부를 올려다본다.

1년 전보다 몸은 더욱 마르셨고 총기는 점점 흐려진 듯해 보인다.

백발이 성성한 머리가 이리저리 날리고 있지만 아직은 정정해 보이는데 갑자기 이별을 예고하니 도대체 무슨 이유인지 사연을 몰라 전전긍긍해진다.

무아거사는 그런 차돌 이를 보며 빙그레 웃는다.

[아이야, 내말 잘 들어야 하 느 니라,

세상은 사람을 백년천년 잡아두지를 않는단다.

짧은 세월이었지만 네가 있어 여간 좋았지 않았다.

이젠 네가 가기 싫어도 내가 가야할 때가 되었기 때문이리라.

그러니 아무소리 말고 떠날 채비를 차리고 내일 떠나도록 해라.

그리고 떠나는 네게 부탁하나 하려는데 들어줄 수 있겠느냐.]

아....사부는 생의 끝남을 말하고 있었다.

그 마지막을 보여주지 않게 하려는 배려였다.

그리고 아직 남아있는 미련이 있어 그걸 차돌 이에게 부탁하려는 것이다.

[사부님,

사부님 부탁을 제가 어찌 망설일 수 있습니까,

부탁은 모두 제가 이루어 드릴 테니 제발 떠나라는 말씀은 말아주십시오. 사부님.......]

차돌이도 은연중 사부와 정이 들었다.

고지식해보이지만 마음속엔 누구보다 따뜻한 정을 품고계시는 사부님이 아니신가,

사부의 말씀은 죽음이라는 절망적인 소리로 이별을 고하는 것이 아닌가.

모든 사람들 저마다 각기 다른 일생을 맞이하는 운명이 있고 그 운명은 살아있는 동안

밝을 수도 흐릴 수도 있다.

사부님이 어떤 길을 걸으며 살아왔는지 아직 아무것도 듣지 못했는데 지금 꺼져가는 등불처럼 모든 것을 훌훌 털어버리고 자연으로 돌아가려한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등불의 불꽃처럼 기름이 떨어지면 꺼지고 만다.

누구나 겪는 세상의 이치인데 지금 이 순간 그 무엇도 그의 아픔을 대신할 수는 없었다.

갑자기 눈물이 핑 돈다.

[고맙다, 아이야.....

내가 죽으면 무랑 이를 어쩔까 걱정이 되었는데 네가 거두어 주려무나.......

아이가 말수가 적고 입이 무거워 네가 데리고 있어도 해는 끼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내게 배운 비기는 함부로 써서는 아니 된다.

세상의 사람들을 구하고 도움 주는데 활용했으면 하느니라.

알았느냐....]

사부는 차돌이가 이룬 기의 비기로 잘못 활용하여 사람을 다치게 할까 경계한 것이다.

세상을 떠나며 갖고 가기가 뭣해서 제자에게 전수를 하였지만 그럴 악용하여 사용할까봐 언질을 준 것이다.

그리고 혼자 남을 무랑이가 걱정되어 차돌 이에게 의지시키려는 것이다.

설령 그렇게 해서 무랑이가 나빠질 수도 있지만 이제 무랑 이를 혼자 둘 수도 없었고 무랑이의 운명을 차돌 이에게 넘기는 것이다.

[아..사부님...흐흑...흑........

제자가 어찌 사부님의 금과옥조와 같은 말씀을 잊을 수가 있습니까, 사부님..흑..흑....]

차돌이가 그만 흐느끼며 눈물을 토하고 만다.

무아거사는 그런 차돌 이를 보더니 돌연 무랑을 쳐다본다.

[넌 제자를 따라가도록 해라...

그리고 이것은 내가 마지막으로 하는 말이니 맹세할 수 있겠느냐?.]

무아거사는 무랑을 직시하며 결단을 요구한다.

무랑이도 사부가 임종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하는 말임을 알아챘다.

갈 곳 없는 자기를 10여년이 넘게 키워주신 분이다.

이제 이 세상을 떠나면서 마지막으로 자기에게 당부하는 말인지라 소리 내어 울지는 못해도 눈물이 흘러 볼을 적시고 있었다.

무랑은 고개를 끄덕인다.

[넌 제자를 나를 섬기듯 섬기면서 모셔야 하느니라.

제자가 무엇을 하던 무랑이 넌 벙어리가 되고 봉사가 되고 귀머거리가 되어 날

보살피듯 옆에서 보살피고 지켜야 할 것이니라.

제자의 액운이 겹쳐있어 네가 옆에서 조금이라도 힘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니라.

그리할 수 있겠느냐.....]

[예,..........흑. 흑....]

무랑도 격한 마음에 계속 입을 다물고 있을 수는 없었는지 조그맣게 대답을 하곤 그만 엎드려 소리 내어 울고 만다.

무아거사는 울고 있는 두 사람을 쳐다보며 흐뭇하게 웃는다.

[내일 떠나도록 하거 라.

이제 너희들이 사는 세상으로 들어가려무나...허허허.............]

차돌 이와 무랑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고 사부님께 매달렸지만 끝내 사부님의 노한 소리에 할 수없이 움막을 나와야했다.

그리고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하고 생각에 잠겼다.

결론은 이렇게 떠나지 않겠다. 만일 사부님이 별세하시면 손수 무덤이라도 만들어드리고 떠나야겠다고 다짐하였다.

그렇게 밤은 지나가고 아침이 밝아온다.

무랑이 자기에게 뛰어온다.

눈에 눈물이 범벅이 되어있다.

차돌 이는 무슨 이유인지 대충 감이 왔다.

급히 움막으로 들어가자 사부님이 앉은 채 고개를 떨어뜨리고 있지 않는가......

사부님은 죽음을 예견하고 계셨던 것이다.

차돌 이와 무랑은 그 자리에 엎드려 대성통곡을 터뜨린다.

[흐흐 흑...흑. 사부님..................]

[엉........엉엉........]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차돌 이는 이렇게 울 수만은 없었다.

이제 가신 분을 위하여 양지바른 곳에 묻어줘야 제자가 마지막 할일이라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로부터 3일후......

움막을 떠나는 남녀가 있었다.

보퉁이와 짐 가방을 들고 허름한 옷으로 가볍게 입은 두 사람은 움막을 떠나 산을 내려오고 있었다.

차돌 이는 올라갈 때는 추운 겨울이었는데 지금은 여름이 시작되는 계절에 하산하니 1년이 넘도록 황산 깊은 산중에 있었던 것이다.

차돌 이는 뒤를 본다.

무랑이가 딴 세상을 본다는 것이 겁이 나는지 차돌 이와 서� 발자국을 사이로 두고 따라오고 있었다.

억지로 발걸음을 떼어놓는 기색이 역력하다.

차돌 이는 제자리에 서서 기다렸다가 무랑이가 옆에 오자 한손을 내민다.

무랑 이는 그 손을 보고 부끄러운지는 몰라도 손을 잡지 않는다.

차돌이가 짐짓 노기 띤 목소리로 무랑을 욱 박지른다.

[벌써 사부님 앞에서 한 맹세를 어기려하는가.........

그렇다면 좋다.

네가 나를 따르려 하지 않겠다면 나도 널 데리고 다니고 싶지는 않다.

산사에 널 맡기고 갈 것이니 그리 알아라......]

무랑은 차돌이의 호통에 깜작 놀라는 빛이다.

그러더니 언제 잡았는지 모를 정도로 재빠르게 차돌이의 손을 잡는다.

그리고는 얼굴을 붉힌다.

[얼굴을 붉히지도 말라.

나와 있으면 정말 볼 상 사나운 것을 수도 없이 볼 테니.....

그리고 걱정마라. 내가 널 어찌하겠느냐.... 좋은 사람 찾아 편히 살도록 해 주마......]

무랑 이는 그 말을 듣자 차돌 이를 바라보며 애원하는 빛으로 변하며 고개를 세차게 옆으로 젓는다.

그리고 겨우 들릴까하는 소리로 말한다.

[싫어, 절대 오빠 곁에서 떠나지 않을 거야....

거사 할아버지도 그래라 했어.........]

아마 무랑인 차돌 이를 벗어나서는 생활할 자신이 없는 모양이다.

아님 심중에 차돌 이를 사모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일까.....

다른 사람에게 보낸다는 말에 기겁을 하며 좀체 열리지 않던 입을 놀리며 차돌 이를 잡는다.

[후후후...그러면 내말 잘 들어야지 .....자...가자,]

저녁노을이 산마루에 펼쳐질 때 두 사람은 절에 도착했다.

1년 전이나 지금이나 어디 절이 변하겠는가,

산뜻하게 꾸며놓은 규모 있는 절의 분위기에 엄숙한 마음이 절로 인다.

못 보던 석탑과 석등도 보인다.

절에 있는 조형물의 규모에 눌려 신심이 절로 우러날 정도로 불자들을 압도하듯 하고 있었다.

행자승의 안내를 받아 적 목당이라는 편액이 높다랗게 걸린 방으로 들어서니 주지 진양노스님이 반갑게 차돌 이를 맞아준다.

[사부님이 사형이라 부르라 했습니다.

그동안 별고 없으셨는지요.

이제 이곳을 떠날 때가 되어 사형을 만나보고 떠나려고 들렸습니다.]

차돌 이는 인사를 드리며 방안을 살펴본다.

방안의 분위기는 무척 장엄하게 꾸며놓아 신도들로 하여금 숙연한 감정이 우러나게 해 놓았고 일반 불자들은 출입조차 하기 어려운 득공만의 세계였다.

[무량수불,,,,,,그러시던가. 어서 오시게. 사제.......

그래 사부님은 강녕하신지,]

진양노스님은 차돌 이에게 합장하고는 만면에 기쁨을 드러낸다.

사실 노스님은 거사님에게 몇 번의 사 사도 받고 했지만 극구 정식으로 제자 되기를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차돌이의 말을 들으니 이제 자기를 제자로 받아드린다는 말이니 어찌 기쁘지 않겠는가.

그래서 편하게 차돌 이를 사제라 부른 것이다.

또한 사부님의 고마운 배려에 감사하며 사부님의 안녕을 묻는다.

[.......................................]

차돌이가 말을 못하고 있다.

그만 슬픈 마음의 격정이 일어 도무지 사부님이 세상을 떠났다고 말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사형은 알아챘다.

[무량수불, 어째 요즘 통 불안하더니.........그랬구나........

그래, 편안히 모셔놓고 가는 거구나.......무량수불....]

진양사형이 눈을 감는다.

[그래요, 진양사형.......아주 따뜻하고 양지바른 곳으로 모셨습니다. 사형 흑..흑.....]

차돌이가 흐 느껴 울고 만다.

[무량수불......무량수불..............]

사형은 눈을 감고 염불만 읊고 있다.

그러한 사형의 감은 눈에도 눈물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살아생전에 한 번도 사부님이라 부르지도 못한 제자가 아닌가.

비록 살아생전에 정식으로 제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죽고 나서라도 제자로 인정받았으니

기쁘기도 했지만 그분이 제자라고 말은 하지는 않았지만 제자로 인정하지 않은 것도 없었다.

항상 나무라고 가르침을 내려 자기의 마음을 트이게 해주신 분이다.

이제 그분의 흔적을 볼 수가 없다.

바람이 불면 물결이 일고 물속의 달그림자는 없어지듯이 그분도 한 조각 이 세상에서 조그만 흔적만을 남기고 그렇게 떠나버렸다.

이 세상 수억만의 인간 중 그를 아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불과 가까운 사람 외에는 그러� 그분이 남기신 혼은 대단했다.

전국을 안 가본 곳이 없을 정도이고 그곳에서 그분의 말씀을 듣고 그것을 속세사람들에게 전파한 제자 아닌 제자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분은 없어도 그분의 가르침은 영원히 인간세상에서 인간들이 살아가는데 큰 받침대가 되리라.........

언제나 살 수없는 게 인간이지만 그렇게 가셨다니 가슴이 울컥해진다.

자주 찾아뵙고 마음을 전하지 못한 게 천추의 한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제 가신 분을 어쩌겠는가.

명부전에 이름을 올리고 극락왕생을 빌어줄밖에......

진양노스님은 마음속으로 백번이고 천 번이고 염불만 읊조린다.

.

.

.

북경 시외버스주차장......

차돌 이와 무랑이 버스에서 내린다.

기나긴 시간 버스여행길인지 두 사람은 무척 피곤해보였다.

무랑은 오는 동안 내내 밖을 향해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바 같 세상에서의 살 일이 걱정도 되고 또한 세상의 풍경이 무랑의 눈을 돌리게 하지 못하도록 무랑의 눈에는 신비의 세계에 온 듯 온통 호기심으로 차 있었다.

차돌 이는 개찰구를 빠져나와 조그마한 대합실에서 고개를 좌우로 살피며 누군가를 찾고 있다.

그리고 기둥에 몸을 붙이고 자기를 야속한 듯 바라보는 양양을 발견한다.

일순 차돌이의 표정은 반가움으로 젖어 들었다가 다시 우울한 모습으로 변한다.

지난날 자기가 양양에게 몹쓸 짓을 하지 않았는가,

그리고 지금 또 양양의 도움을 받아야할 처지고 그렇지 않아도 양양을 보지 않고는 마음이 무거워 그냥 갈수도 없었지만 막상 양양의 원망스런 눈빛을 접하자 죄스러움이 마음 가득 들었다.

차돌 이는 천천히 양양에게 다가간다.

[아가씨.....그동안 잘 계셨는지........선생님도 무고하시겠죠.........]

차돌 이는 반가운 마음에 손을 내밀다가 급히 내린다.

손을 내밀기에 염치가 너무 없었다.

[당신이 그런 걱정이나 했을까요. 나쁜 사람..........]

양양의 말은 냉정했고 차갑기만 하다.

그러나 차돌 이를 바라보는 양양의 눈동자는 반가움에 일렁이고 있었다.

[정말 잘못했습니다. 죄를 달게 받을 각오로 왔습니다.]

차돌 이는 양양의 기분을 안다.

양양이 그럴수록 죄스러운 마음은 점점 깊어진다.

차돌 이는 진심으로 양양에게 용서를 빌고 싶었다.

[흥,.....내가 보기엔 그렇지 않아 보이는데.........

하여간 여기서 이럴 수는 없으니...온 사람을 물리칠 내 처지도 못되고....

가요, 당신이 제 맘대로 했던 집으로..]

양양은 그 말을 끝으로 돌아선다.

말투가 냉랭하기가 북풍한설에 얼음이 묻어나오는 듯하다.

그러나 걸어가는 양양의 걸음새는 물오른 실버들 가지 같은 허리와 둥그스름한 엉덩이를 흔들어가며 한껏 매력을 발산하며 걷고 있었다.

차돌 이는 알 수 있었다.

냉랭한 말투 뒤에 그리움과 반가움이 묻어 있음을......

양양도 자기를 잊지 않고 있었다.

차가운 말투 뒤에 이미 자기를 용서하고 그리움으로 찬 것을 읽고는 양양의 뒷모습을 보며 싱긋 미소 짓더니 무랑을 향해 큰소리로 말한다.

[무랑, 어서와...]

무랑은 많은 사람과 각양각색의 복장 또 가판대에 놓인 온갖 상품들 모두가 신기한지 연신 살피며 눈을 크게 뜨고 살펴보고 있다가 차돌이의 음성에 정신을 찾았는지 어설픈 미소를 지어보이더니 급히 짐 가방을 들고 차돌 이를 따른다.

차돌 이는 택시에 타서 기다리고 있는 양양을 보며희미한 미소를 다시 한 번 지어 보이더니 택시에 짐을 갈무리하고는 무랑과 함께 택시에 올라탄다.

양양은 차돌이가 웬 처자를 데리고 오자 아까부터 참았던 궁금증을 말한다.

[누구에요,

평범해 보이지는 않는데......]

양양은 무랑 이를 보고는 웬 여자를 데리고 왔는지 엄청 궁금했다.

뭔가를 수련하기위해 할아버지가 소개한 곳으로 갔는데 돌아오며 여자를 데려왔고 그 아가씨는 자기가 보기에도 예사롭지 않는 기를 보이고 있었다.

필경 이런 아가씨를 데리고 왔다면 무슨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것이 양양은 몹시 궁금했다.

[무아거사님이 데리고 있던 아가씨입니다.

거사님이 임종하며 내게 맡긴 아가씨라오.

무랑아, 인사 올 리 거라........

사부님과 절 친우이신 진 선생님의 손녀분이시다.]

차돌 이는 양양의 궁금증과 무랑의 궁금증을 한꺼번에 풀어준다.

양양이나 무랑은 같은 여자이기에 다른 여자가 차돌 이를 알자 극도의 호기심을 보이고 있었다.

무랑이 고개를 약간 숙이며 인사를 한다.

양양은 무랑이 말은 않고 고개 짓으로만 인사를 하자 의아함을 감추지 못한다.

이때 차돌이가 나와 다시 양양의 호기심을 풀어준다.

[무랑이라 부르는데 극도로 말을 아끼는 아가씨라오.

벙어리도 아닌데 누구와도 말을 않아 나도 무랑의 속에 무엇이 들어있는가 하고

궁금하다오.

양양아가씨가 이해를 해주시구려.]

양양은 그제 서야 알 것도 같았다.

양양은 할아버지 친구 분이 돌아가셨다는 말에 충격을 받았지만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속으로 삭히면서 할아버지의 친구 분이 데리고 계셨던 아이를 이제 혼자 둘 수가 없어 차돌 이에게 맡긴 것이라 짐작했다.

그리고 속으로 또 한 번 놀랐다.

차돌이가 떠나고 할아버지가 와서 얼마나 대단한 아이라고 사실 침이 마르지 않도록 칭찬한 사람인데 그곳에서도 얼마나 거사님의 애정을 받았으면 타국의 젊은이에게 손녀 같은 아이를 맡겼을까. 차돌이의 능력이 어디까지인지를 몰라 궁금증이 솟아오른다.

허나 지금 무랑을 보니 어쩌면 자기와 비슷한 신세인지라 알지 못 할 호감이 치솟는다.

[그래요, 어서 와요.

난 양양이라고 불러요.......아가씨가 괜찮다면 언니라 불러도 좋고.........]

양 양이 다정한말로 무랑에게 정다움을 표시한다.

무랑은 고개를 들어 양양을 보더니 살며시 웃어준다.

웃는 얼굴에 비록 표정은 담겨있지 않았으나 차돌 이는 크게 놀란다.

무랑의 미소 짓는 모습은 거의 볼 수 없는 정도인데 양양에게 크게 미소 짓는 표정을 보자 무랑을 보며 의아함을 감추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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