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돌이가 침대에 누워 있다가 무엇이 생각났는지 방안에 마련된 책상에 가서 앉는다.
그리고 졸업선물로 받은 것을 펼쳐놓고 하나씩 뜯어본다.
알렌이 준 선물이 제일 포장이 아름다웠다.
포장을 뜯고 케이스에 든 물건을 쳐다보다가 물건 옆에 놓인 하얀 쪽지를 보고는 손으로 집어 꺼내 쪽지를 읽는다.
쪽지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미국의 회장님이 합작의 성사 공로로 자그마한 성의를 표시하며 졸업선물로 대신한다는 글이었다.
그리고 자기는 미쳐 준비한 것이 없어 미안하다며 돌아오면 깜작 놀랄 선물을 주겠다고 하며 졸업을 축하한다는 내용이었다.
차돌 이는 쪽지를 접고 케이스에 든 물건을 꺼내 손에 든다.
자동차 열쇠였다.
그리고 차량인도영수증 등이 있고, 어디 있는 대리점에 가면 가져올 수 있는지도, 그에 따른 모든 서류도 함께 접혀 있었다.
차돌 이는 그만 쓴 웃음을 짓는다.
알렌이 잔꾀를 부린 것이다.
분명 이런 식이 아닌 직접 주었다면 자기는 절대 받지를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우회적으로 선물을 준 것이다.
차량이 너무나 고급이라 차돌 이는 언제 이차를 몰아볼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도 들었지만 이왕 이렇게까지 해서 준 선물이니 접수하기로 했고 미안하고 또 엉뚱한 방법으로 자기에게 선물을 준 알렌이 사랑스럽기도 해서 웃음을 띠고 있는 것이다.
차돌 이는 웃는 얼굴로 다시 일화가 준 선물을 풀어본다.
고급시계가 들어있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고가의 제품이란 걸 알 수 있다.
그 곳에서도 예외 없이 쪽지가 있었고 조그만 쪽지에는 축하한다는 말과 사랑한다는 말이 적혀있었다.
차돌 이는 흐뭇했다.
인간인데 선물을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 가 점점 짙어가는 웃음을 얼굴에 하고는 이것저것 모든 선물을 풀어보고는 대단히 흡족한 듯 활짝 웃는다.
그리고 또 무엇이 생각났는지 벌떡 일어나 옷을 뒤지더니 조그만 케이스를 가져온다.
선주가 집에 가서 보라며 준 케이스다.
테이프를 뜯고 포장을 푸니 하얀 쪽지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쪽지에는 예쁜 글귀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
[오빠, 사랑해............오빠가 뭐라 하 든 난 영원히 오빠 것이야.....
이번엔 아쉬운 데로 이것이지만 다음엔 더 귀한 것을 줄게.....
오빠가 나만 보면 빼앗아 가는 것이니 소중히 간직했으면 해...사랑해 오빠.......]
세줄 뿐인 글이었지만 애정이 담뿍 묻어있다.
차돌 이는 혼자말로 ;자식. 조그만 것이...후후후....;싱긋이 웃는다.
그리고 조그만 케이스를 열자 시커먼 것이 가득 들어있었다.
차돌 이는 그것이 무엇인줄 짐작하고 깜작 놀란다.
꼬 불하고 새카만 털들이 작은 케이스 안에 수북이 들어있었다.
그렇다, 선주의 사타구니 털이었다.
차돌이가 장난삼아 말을 한 것이 어린 선주의 마음을 움직였나보다.
[하하.... 자식. 장난이 아닌 데 조그만 것이..........
그랬구나, 그랬어. 이것을 주려고 늦었구나, 하하하...녀석...]
차돌 이는 케이스를 들고 부드러운 털을 꺼내 볼에다 비벼본다.
선주의 냄새가 그곳에 잔뜩 묻어 나오고 있었다.
................................................
차돌 이는 모든 여자들에게 감사하고 고마운 마음을 가진다.
정말 지긋지긋하리만큼 괴롭히고 나의 만족을 위하여 그렇게 힘들게 했는데도 모두는 나를 이렇게 극진히 생각하고 사랑하는 것이 아닌가.
나를 위하는 마음, 아니 남을 위하는 마음일거다.
백의의 천사로 불리는 나이팅게일도 비교적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고 부모의 반대를 무릎 쓰고 남을 위해 간호원이 되어 총알이 빗발치는 전쟁터에서 적아를 가리지 않고 부상자를 치료해준 것은 나보다 남을 먼저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씨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 아니던가.
나의 주변에 있는 모든 여자들이 그러한 마음을 지니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가 나를 위해 수치와 부끄러움도 아랑 곳 않고 자신을 희생하고도 불평불만 하나 없이 희생한 여자들이 아닌가.
그건 자신을 위한 용기가 아니라 자신보다 더한 귀중한 사랑이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문득 부끄러움을 느낀다.
[후후후..............]
의미모를 웃음을 웃고는 갑자기 차돌이가 부산해 진다.
가방을 꺼내 옷가지를 넣는 등 한동안 정신없이 부산을 떨더니 가득 채워진 가방을 한곳으로 밀어 놓고는 침대로 와 불을 끄고 눕는다.
이틀사이에 여러 명의 여자와 정신없이 미친 병자처럼 변태적인 섹스를 즐겼다.
그리고 오늘 모처럼 혼자가 된 것이다.
아무리 철인이라도 그렇게 심한 전쟁을 치렀으니 피곤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피로도 풀고 또 내일 아침 일찍이 일어나기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려는 것이다.
침대에 누워 어두침침한 천장을 본다.
갑자기 그곳에 환상이 일고 누나가 흐릿하게 나타나는 것이다.
누나는 차돌 이를 원망하는 눈빛을 하고 있었다.
아침에 꿈에 보이던 누나가 이번엔 천장에 흐릿하게 나타나는 것이다.
[누나............]
차돌 이는 낮게 누나를 부르고는 더 이상 누나를 마주하기가 괴로운지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어쓰고 만다.
...........................................
차돌이가 그렇게 환상에 메여 괴로워하고 있는 이 시간.....
누나 선영 이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
.
선영이 극동빌라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나온다.
지친기색인지 아님 피곤한지 얼굴이 매우 어두워 있다.
선영 이는 승강기를 타고 올라가 3층에 내린다.
그리고 승강기 옆에 있는 301호실의 문을 따고 들어간다.
집에 들어간 선영 이는 곧바로 안방으로 들어가 가방을 한편에 던져버리고 침대에 몸을 던져 버린다.
그리고 조금 있으니 어깨가 들 석 인다.
울고 있는 모양이다.
선영이가 이곳 극동빌라로 이사 온 것은 불과 열흘 전이었다.
선영이가 호스텔에서 빌라로 이사를 오게 된 것은 기주가 선영 이와의 정사이후 기주가 마련해준 새로운 거처이다.
기주가 빌라를 준 것은 선영이 와의 관계를 돈독히 유지하기위한 방편이기도 했지만 선영이 이번일로 자기를 떠나기라도 할까봐 노심초사하며 도 희와 의논 끝에 마련한 집이였다.
물론 그일 이후 두 사람은 극도로 서먹한 관계를 유지했다.
서로 쳐다보기도 말을 건네게도 민망하고 서먹했다.
그러나 용기를 낸 것은 선영이었고 먼저 말을 꺼내게 된 것도 선영이었다.
지나간 일이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행동했고 물론 조금은 어색했지만 기주에게 지난 일을 지금은 잊어버리자고 했으며 다시는 지난 일을 거론하거나 심기를 불편하게 한다면 자기가 먼저 사표를 쓰고 회사와 기주와의 모든 인연을 끊겠다는 단호한 말을 했다.
선영의 말을 들은 기주는 한동안 망연자실하였지만 차후 천천히 선영이의 마음을 돌려보리라 생각하고 선영이의 결심에 손을 들어주었다.
그러나 기주는 선영이 와의 그 일이 마음에 걸려 항상 불편했고 자기의 마음을 물적으로 표시한 것이 선영이의 거처를 마련해준 것이며 선영이가 극구 사양하며 호의를 받아드리려고 하지 않자 도 희까지 동원하여 겨우 설득시켜 입주를 하게 된 것이다.
선영 이는 입주하면서 이곳에 기주가 한번이라도 나타나면 즉각 집을 처분하고 그리고 다신 기주를 보지 않겠다는 맹세를 했으며 기주는 그런 선영의 요청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선영 이는 넓고 아늑한, 그리고 호화스런 빌라로 이사를 왔지만 즐거운 마음은 별로 없었다.
어차피 처음부터 자기의 모든 생활은 기주의 뜻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었고 사실 다른 방도도 없었다.
기주 곁에 있어야만 언젠가는 차돌 이를 만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였기 때문이다.
자기로서는 유일한 혈육인 차돌 이를 만나는 길이 기주와 차돌이의 끈이 있었고 그 끈을 지키고 있어야 동생을 만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기 때문이다.
요즘 며칠간 선영 이는 이상하게 미치도록 차돌이가 보고 싶었다.
항상 그리워하고 있었지만 요 며칠간은 견디기 힘들 정도로 떠오르는 바람에 미쳐버리도록 그리움에 가슴앓이를 해야 했었다.
해서 선영 이는 시간을 내어 한동안 찾지 못했던 차돌 이와의 추억이 담긴 철로 변 집을 찾았다.
그러나 이게 웬일이란 말인가.
철로 변 옛집은 도로확장관계로 헐렸고 흔적도 없었다.
넓게 트여진 도로만 있을 뿐 옛날의 정경은 어디에도 찾을 수 없었다.
선영 이는 그 자리에 쭈그리고 앉아 망연자실하였던 것이다.
그 어디에도 옛날의 추억은 없었다.
내 설음이도 그리운 이웃의 설음도 없었다.
모두 다 사라지고 없었다.
슬플 것도 없으면서 온갖 것을 다 서러워해 자주 울곤 하던 그때의 어린 시절, 그곳이 그날의 순수함으로 돌아갈 수 없어 그녀는 울고 있다.
이제 울지 않아도 될 나이이건만 눈물을 흘리고 있어 만약 사람들이 그녀를 본다면 이상한 눈초리를 보낼 것이다.
그래도 그녀는 사라진 추억이 안타까워 소리죽여 울고 있다.
[이런 일이....이제....]
쏟아지는 눈물을 억지로 참고 집에 와서 얼마나 울었던 가.
점점 만날 길이 차단되어 영영 보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그렇게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뜬눈으로 밤을 지 새 기도 했다.
그일 이후로 선영이의 얼굴이 밝지 못하였다.
무엇을 잃어버린 듯 항시 공허한 눈빛이었고 대충 그 사실을 전해들은 기주는 선영 이를 배려하여 스케줄도 조절해가며 선영 이를 편하게 해주려고 노력하였다.
.
침대에 누워 한동안 흐느끼던 선영이가 몸을 바로 한다.
얼굴에 화장이 번져 엉망이 되어있고 아직도 눈엔 눈물이 흐르고 있지만 고운 얼굴만은 숨기지를 못한다.
텅 빈 것 같은 공허한 눈동자가 지금 선영의 마음을 대변해주고 있는 듯하다.
마음이 공허하고 잠잠해지면 편안하고 안락해진다.
그러면 마치 물속의 달그림자처럼 자기가 원하는 뜻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그렇게 마음이 선명해지면 생각이 가닥을 잡게 된다.
물론 이러한 마음의 씀씀이가 사람을 건강하게도 하지만 비틀어지면 우울하게도 만든다.
선영인 후자였다.
뜻의 가닥이 너무나 보고 싶은 얼굴로 선명히 그려진 것이다.
차돌이가 다시 생각난 것이다.
지금쯤 무얼 하고 있을까?
나처럼 차돌이도 이 누나가 보고 싶어 울고 있지나 않을까?
밥은 잘 먹는지, 아프지나 않는지, 온갖 걱정이 꼬리에서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아......차돌아, 어디 있니? 너무 보고 싶다. 흑흑.........]
선영의 가슴속에 차돌 이라는 존재가 동생에서 언제부터인가 한 남자로 자리 잡고 있었다.
얼마 전의 일도 아니고 아주 오래전부터 자기 가슴속을 아련하게 그리고 아프게 자리 잡은 남자로 변해있었다.
동생을 사랑하는 당연한 것이 언제부터인가 한 남자로 다가왔고 그 사랑을 가슴속에 몰래 품고 혼자 가슴앓이하며 살아왔다.
누구에게 말도 못하고 드러낼 수도 없는 사랑이기에 더욱 가슴이 아팠던 것도 사실이다.
언젠가 다시 만나면 내 마음을 고백해야지, 부끄럽고 천륜에 어긋나는 그런 사랑이지만 진실 된 마음으로 고백해야지, 나의 사랑을 차돌이가 받아준다면 차돌이의 그늘에서 꼭꼭 숨어 세상과 단절하며 살지라도 차돌이의 아기도 낳고 밥도 하고 빨래도 하며 그렇게 살아도 행복하리라. 단 하루라도 그렇게 살고 싶었다.
그런데 과연 나의 마음을 차돌 이에게 나타낼 수 있단 말인가.
만약 그래서 나의 마음을 그에게 고백해서 그 아이가 천하에 다시없는 화냥년이나 창녀로 여겨 다시는 날 보지 않는다면 어찌하나, 그 애가 상처를 받는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죽는 방법 말고는...그 방법이 그 애의 상처를 치유하는 것이라면 조금도 주저하지 않으리라,
그녀는 지금 이렇게 말 못할 고민과 사랑을 혼자 가슴속에 품고 살았고 지금 이 순간 그저 차돌이가 죽도록 보고 싶었다.
[아.....차돌아..........]
선영의 그리움은 끝이 없었다.
여자가 사랑을 알고 그 사랑을 향해 노를 젓고 있는데 풍랑이 일어 배는 부두에 정박하지 못하고 홀로 바다에 떠다니는 외로운 신세가 아닌가.
언젠가는 내 사랑도 안착할 수 있으리라......
봄날의 새싹처럼 내 사랑이 그 사람에게 섬세한 느낌으로 다가가리라.
누구도 나의 사랑을 완성시켜줄 수가 없다.
오로지 나만이 이런 비이기적인 진실한 사랑을 줄때만 사랑은 이어지리라.
그리하여 그 사랑이 그 사람의 품에 안길 때 손을 내밀어 내 손을 잡아 주리라.
그때 말하리라.....
진정 당신만이 내 사랑이고 나의 영혼이며 나의 주인이라고........
[차돌아......흑...흑. 차돌아......]
선영인 사람을 사랑한다는 건 하나의 인내를 시험하는 것이라 단정했다.
물론 상대방의 사랑을 얻지 못하면 두렵고 괴로운 사랑이기도 하지만.....
끝없이 노력하고 진실함을 보이면 반드시 손을 내밀어주는 것이 사랑이라고 여긴다.
사랑은 날 행복으로 이끌기도 하지만 그 사랑을 얻기 위해선 이처럼 고난을 얼마나 견딜 수 있는가하는 시험이 아닌가 생각 든다.
비록 규범과 도덕으론 이해할 수 없는 사랑이지만 선영인 이 모든 고초를 겪더라도 영원히 그 사랑 앞에서 무릎에 입 맞추며 살고 싶었다.
그때까지 내 마음을 온전히 지키며 살아가리라....
시시각각 수많은 유혹이 나를 어지럽게 하며 유혹해도 난 사랑의 양심을 굳게 지키며 언젠가 화사하게 웃을 날을 위해 웃으며 참으리라 다짐한다.
...................................
선영인 손으로 자기의 젖가슴을 터져라 움켜 잡아본다.
탄탄한 탄력이 두 손 가득히 넘친다.
언젠가 차돌이가 맛있게 빨던 가슴이 아니던가....
어린아이처럼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쪽쪽 빨던 차돌이의 모습이 떠오른다.
선영의 얼굴이 붉게 물들어간다.
그녀는 벌떡 일어나더니 손으로 단추를 풀고 그리고 옷을 훌렁 벗는다.
모든 옷을 남김없이 벗고는 다시 그 몸에 속이 훤히 보이는 실크잠옷을 입는다.
그리고 다시 침대에 몸을 던지고 허리를 움츠리며 한손으로 잠옷을 걷어 올리고 또 한 손은 다리 사이로 감춘다.
한손으로 잠옷위로 봉곳 솟아있는 젖가슴을 터져라 움켜지며 주물럭거리며 다리사아에 있는 손도 천천히 아래위로 움직인다.
[아.................아.........]
입에서 야릇한 비음이 새어나오고 있다.
조금 전까지 흐느끼던 선영 이는 어디에도 없고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고 두 손을 연신 자기 몸을 문지르며 몸을 비틀고 있는 것이다.
[딩동, 딩동.........]
불같이 타오르며 전신에 스물 스물 기던 전류가 초인종소리에 찬물을 덮어쓴 것이다.
선영인 계속 울리는 초인종소리에 몸을 일으킨다.
그녀의 얼굴은 화장이 번져 엉망이 되어 있었고 방금 전의 짜릿한 향연을 맛볼 순간에 불청객이 들었음에 노기마저 띄우고 있었다.
천천히 잠옷을 추스르고 나와 현관입구와 연결된 인터폰을 본다.
도 희가 문 앞에서 두 손 가득히 짐을 들고 발을 구르고 있었다.
아마 한참을 벨을 눌렀는데도 아무 반응이 없자 아무도 없는 것이 아닌가하여 조바심이 났던 모양이다.
선영인 인터폰에 반가움을 표시하곤 문을 열어준다.
[어머. 언니가 웬일이야.......]
[계집애, 있으면서 뭐했어, 빨리 문 열어주지 않고....
그리고 난 여기 오면 안 되니,,,,,,,네가 요즘 우울해 보인다고 해서 놀러왔지.
마침 그이도 오늘 외국 갔으니......어때, 오늘 재워줄 수 있지........호호호.....]
도 희는 빨리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고 선영일 핀잔하더니 예의 밝은 모습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오늘은 선영 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려고 왔으니 그리 알라는 말이다.
선영이가 반대해도 그 말을 들을 도 희도 아니었고 선영이 또한 오늘 너무 외로웠기에 도 희 의 말에 얼굴이 활짝 펴지며 좋아한다.
[언니가 자고 간다면 나야 좋지..정말 자고 갈 거야.....호호호...........]
선영이 도 희가 들고 있는 짐을 나누어 받아들며 같이 호들갑을 떤다.
[그럼 이 계집애야...내가 언제 헛말하든...........
그리고 너 아직 아무것도 먹지 않았지.
호호호....오늘 둘이서 한번 마음껏 먹어보자...
여기 소주랑 고기 잔뜩 사왔어..호호호..........]
[어머...언니가 소주 먹는다고........]
선영인 도 희가 소주를 사왔다고 하기에 믿기지가 않았다.
한 번도 그런 술을 먹는 모습을 본적이 없었는데 소주랑 고기를 먹자고 하다니..
더군다나 여긴 도 희 집처럼 누가 음식을 해줄 사람도 없다.
자연히 도 희도 음식 하는 걸 도와야하는데,,그런 일을 하려하다니 믿기지가 않았다.
그러나 도 희 의 대답은 명쾌하였다.
그런 선영이의 의아심을 한 번에 날려버린다.
[어라. 난 소주 먹으면 안 되니.........나도 잘 먹어.
그러니 우리 고기 구워 마음껏 먹어보자고...........
선영이도 내일 쉬니 우리 정말 실컷 먹어보자. 얘....호호호..........]
도 희는 선영이의 우려를 한눈에 알아차렸다.
영리한 그녀가 선영이의 마음을 한 번에 풀어주며 앞장서 주방으로 향한다.
갑자기 선영이의 주방이 바빠진다.
10명이 먹어도 많을 만큼 많은 음식을 사온 도 희다.
선영인 음식 사온걸 보며 도 희에게 웃어준다.
[언니, 이것 전부 언니가 시장본거야.....]
[그래, 뭐가 빠졌니.......모두 산다고 사왔는데........]
도 희는 선영이의 말에 뭔가 부족한 것이 있는지 걱정스레 묻는다.
[아니..언니가 이런 걸 사왔다니 신기해서 물어 본거지. 호호호.........
그런데 너무 많이 사왔다.
이걸 전부 먹으려면 아마 며칠은 먹어야 될 텐데...
좌우간 언니가 모두 먹고 가야해.....
난 몸매관리 때문에 조금밖에 안 먹을 거야, 호호호.......]
선영이도 기분이 밝아졌다.
도도하게 보이고 품위가 있어 다른 사람이 접근하기가 힘들어 그렇지 도 희는 무척이나 밝고 명랑한 성격을 지니고 있었다.
선영이도 도 희와 있으면 마음이 편해지고 그러다보니 흉허물 없는 자매사이가 되어버린
것이다.
선영이의 말에 그냥 듣고 있을 도 희도 아니었다.
[이런 몹쓸 계집애 보았나,
자기 먹으라고 사왔는데 날 먹이려하다니.....
안 돼..네가 많이 먹어야 해.
아니, 내가 억지로 먹이고 말테야...호호호..........]
[그래요 언니, 오늘 모든 걸 잊고 실컷 먹어 봐요.. 호호호..........]
.
.................................................................
.
[언니, 고마워....]
선영이가 침대에 누워 전등불을 바라보며 고맙다는 인사를 한다.
[뭐가........]
도 희는 선영일 바라보며 모로 누워 있었다.
한손으로 선영이의 머릿결을 쓰다주며 정다운 목소리로 반문한다.
[사실 외로웠거든.......]
[뭣 때문에...선영이 마음속에 있는 남자 때문에........]
도 희가 선영이의 머리를 넘겨주며 다정하게 말한다.
그리고 선영이의 외로움이 무엇 때문인지 아는지 미소를 짓고 있다.
[맞아, 언니....요즘 미치도록 보고 싶어, 언니............]
선영이가 침통하게 그리고 울적하게 마음을 털어놓고 슬픔에 빠진다.
[호호호....누가 우리 선영 이를 이렇게 괴롭게 할까?
이렇게 예쁜 선영 이를 말이야........]
[언니.......]
선영 이는 몸을 돌려 도 희 의 품속으로 안겨든다.
그런 선영 이를 말없이 켜 안고 머리칼을 쓸어주는 도 희다.
침대에 누운 두 여자의 정겨운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선영 이는 도 희 의 얇은 잠옷 속에서 풍겨 나오는 살 풋 한 젖 냄새와 큼직한 젖가슴의 살덩이에 고향 같은 느낌을 받고 깊이 품속으로 안겨든다.
[계집애, 외로웠긴 외로웠나봐....]
도 희도 그런 선영 이를 품속에 가둬놓을 듯이 힘차게 안아준다.
그리고 입술로 선영이의 이마에 살포시 키스를 해 준다.
이 아름다운 아가씨의 가슴속에 자리하고 있는 남자가 누군가?.....
그토록 좋은 혼처마저 마다하고 일편단심 기다리는 복 많은 남자가 누구인가?
일가친척 없이 외롭게 자란 이 아가씨의 가슴에 이토록 잊을 수 없는 자국을 남긴 사내가 도대체 누구인가?
도무지 그 남자의 이야기만은 극도로 피하며 홀로 가슴속에 간직하며 가슴앓이를 하고 있는 선영이가 너무 애처로워 보이며 선영이의 가슴에서 지워지지 않도록 낙인을 새겨놓은 남자가 누구인지 궁금해진다.
얼마나 멋진 남자인지 언젠가 알게 되겠지만 정말 선영이만큼 그 남자가 보고 싶어진다.
동생이 아닌 자기분신처럼 느껴 모든 세상관념을 잊고 자기랑 한 남자를 받들며 호강하며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여자의 모든 자손 심을 팽개치고 자기랑 그렇게 살자고 권해도 일언지하에 거절하며 오직 가슴속의 남자만을 기다리는 기러기 같은 여자가 아닌가....
남편의 욕심과 갈망으로 선영 이와 한차례 관계를 가진 것도 알고 있다.
어찌 보면 남편의 바람기에 제동을 걸기 위함이었지만 그것마저 자기의 묵과아래 이루어진 일이라 지금 선영이의 애처로운 모습을 보는 도 희 의 마음이 넌지시 아파온다.
어찌 보면 마땅히 권리를 누릴 수 있는 여건인데도...
자기를 도와준 은혜에 보답코자 눈물을 참으며 남편에게 열어줬던 몸이 아닌가?
나중에 선영이의 동생이 이 사실을 알면 우리를 어떻게 생각할까?....
도와줬다는 핑계로 여자의 몸이나 탐하는 그런 짐승으로 볼지도 모르는 일 아닌가.......
지난 일들이 후회되고 그냥 마음이 아파온다.
아직도 남편은 선영 이를 그리워하고 못 잊어 애타하고 있는데. 장차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선영이만 마음을 가져주면 모두가 원만히 될 것 같은데 선영이의 마음은 꽁꽁
닫혀있으니....나중일이 혹시나 잘못 풀리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
이렇게 착하고 여린 선영 이를 우리가 괜히 울린 것인지도 모른다.
선영이가 어찌 그 일을 잊을 수가 있겠는가.
가슴속에 그렇게 간직한 남자를 두고 남편에게 안겼을 땐 그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단순히 은혜에 보답키 위한 행동으로 보기엔 너무나 큰 희생이 아닌가.....
선영 이를 안고 있는 도 희 의 머릿속엔 혼란이 엉켜 어지러울 지경이다.
[언니, 뭘 생각해...]
선영이가 도 희 의 생각에 찬물을 끼얹듯 잘라버린다.
[아니, 널 생각하고 있었어,]
도 희는 다시 선영 이를 힘을 주어 켜 안고 조그맣게 속삭여준다.
그녀의 추운겨울에 얼어붙은 마음을 이듬해 따뜻한 봄볕으로 녹여주듯이 한없이 포근하게 품어준다.
파란 들판에 핀 이름 없는 풀꽃들의 향기를 품고서..................
선영 이는 도 희 의 아늑한 품속에서 언제부턴가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끼고 있었다.
서럽도록 가는 흐느낌이 시간이 가자 점점 소리를 높여가더니 종내에는 크게 엉엉 울고 만다.
[언니. 엉... 엉엉....동생이 보고 싶어.
엉엉....미치도록 보고 싶어. 엉 엉엉.........차돌아......엉엉.........]
동생이 보고 싶다고 선영이가 울부짖는다.
도 희는 선영이가 혈육인 동생이 보고 싶어 울부짖는 것이 너무나 애처롭다.
그런데 선영이의 몸부림이 동생이 보고 싶어 우는 정도가 아니라 그 이상을 목매달아 우는 듯 맛灌�.
사랑하는 님 이 목 메이게 그리워 통곡하는 듯하다.
도 희는 이상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도 희는 그저 선영 이를 안아줄 뿐 아무것도 해줄 것이 없다.
[그러니, 그렇겠지. 얼마나 보고 싶겠니........]
도 희는 그저 선영이의 등을 도닥거려 줄 뿐이다.
[언니, 엉. 엉엉......내 동생 지금 어디 있을까.
지금 이 누나가 이렇게 보고 싶어 하는 줄 알기나 할까?. 엉 엉엉......
내가 그를 얼마나 사랑하는데....엉..엉엉...........]
선영 이는 복받쳐 오르는 감정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소리 내어 울면 울수록 슬픔은 더욱 가중된다.
도 희 의 품속에서 마구 소리치며 통곡한다.
[그래, 울고 싶을 때 울어버려라,
내일부터 내가 네 동생을 찾아보도록 할게...
아니, 온 힘을 기우려 찾아줄 게........]
[엉. 엉엉...................]
선영 이는 하염없이 운다.
선영 이를 안고 있는 도 희 의 눈에도 눈시울이 붉어지며 맑은 이슬이 맺힌다.
도 희는 선영이의 마음을 보니 문득 유 강희 시인이 쓴 글이 떠오른다.
그 글을 되 세기며 선영 이를 끌어안고 조용히 눈물을 흘린다.
이건 도 희 의 지금 심정이었기에......
팔복 동 연가
살아가자면 눈물 날 일 많아라.
눈물 날 일 많은 사연일진대
여름한철 무 우나 배추씨를 뿌리듯
때때로 땅을 파고 슬픔의 씨도 묻으며
저녁에는 그냥 빈손일지라도 좋아라.
어둠을 뚫고 일어서는
수많은 별 싸라기들을 바라보노라면
그래도 세상은 묵묵히 일하며 사는 자의 거룩한 한 마당임을.......
헤진 옷 사이로 속살이 보이는 게 무슨 부끄러움이 되랴,
무슨 죄가 되겠느냐,
아이들은 눈부신 햇빛 속에서
한 마리의 어린 짐승으로 뛰놀게 하고
늙은이는 늙은이대로
주름살 무 우청이라도 말릴 일이다.
한 끼의 양식을 걱정하기보다는
차라리 한 조각 뉘우침으로 배부른 팔복 동 사람들,
항시 웃음을 잃지 않는 법으로
잎잎이 슬픔도
반짝이는 키 큰 미루나무 한그루씩을 아름 가꾸며 사느니......
......................................
.
.
.
아침이 밝았다.
지난밤의 슬픔도 맑게 게인 하늘에 모두 날려 보냈는지 슬픔의 그림자는 어디에도 없다.
차돌 이는 떠날 짐을 다시 챙겨보곤 침대에 앉아 방을 휘둘러본다.
이제 다시 이 방에 오려면 1년 가까운 세월이 흘러야 하리라.
어제 밤의 심정이면 당장이라도 누나를 찾아가고픈 마음이었지만 참기로 한 차돌이다.
누나에게 내가 조금이라도 고생하는 모습을 그리고 억척같이 살아가는 모습도 보여주기가 싫었다.
누나를 데려 올 때면 모두가 완성되어 누나를 여왕으로 입성시키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 조금만 더 참자.
내가 생각하는 바를 어느 정도 얻었을 때 당당히 누나에게 동생의 잘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이런 생각 저런 생각에 잠겨있는데 방문이 열리며 곱게 화장한 일화와 미지가 들어온다.
너무나 화사하고 밝은 웃음을 보고 있는 차돌이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모녀는 무슨 미인대회라도 나가려는지 곱게 화장하고 차려입었다.
모녀는 차돌이의 양옆에 앉아 팔을 잡으며 애정을 표시한다.
[후후후....이런 이렇게 곱게 하니 내 눈이 어지럽군,
정말 예쁘군, 두 사람 모두....이거 갑자기 가기가 싫어지는데.....]
차돌 이는 갑자기 능글맞아진다.
두 사람이 다정하게 자기를 반겨주는 것이 무엇보다 좋았다.
그것은 바로 두 사람 간에 갖고 있던 모든 허울을 벗어던졌다는 것이리라.
갑자기 또 두 사람을 벗겨놓고 요상한 게임 속에 빠져버리고도 싶었다.
그렇지만 그렇게 할 수 있는 시간이 없었기에 농을 걸고 있다.
[그래요 오빠, 가지마......
우리가 오빠 하라는 데로 다 해줄 테니 가지 말고 우리랑 있자. 응........]
미지가 웃음 진 얼굴로 애교를 피운다.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 농을 잘도 받아주는 미지다
[후후......당신들을 두고 가긴 아깝지만 어쩌겠어, 가야지.....
사실 내가 가야 당신들도 지난일이나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고 마음에 결정을 확고히
내릴 것 아냐.]
[피 이. 우린 당신을 떠나지 않아요,
제발 당신이나 우리를 가끔 씩이나 珝▤� 줘요,
그리고 이건 당신을 향한 우리의 마음이에요. 당신이 그러길 바랐지만...]
일화가 다른 손에 들고 온 보따리를 건넨다.
차돌 이는 보따리를 풀어보고 그 속을 확인하고는 얼굴 가득 흐뭇한 미소가 감돈다.
두 사람이 쉽게 할 수없는 여자의 자존심을 버리고 자기 뜻을 거역하지 않고 따라준 것이 기분 좋았다.
[일어나 봐,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 시켜 줘......]
[그래요, 당신이 확인해야 우리도 마음이 놓이죠.]
모녀는 망설임도 없다.
이미 모종의 묵계가 있었는지 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보더니 웃는다.
둘이는 똑같이 일어나더니 차돌이 앞에 서서 치마와 바지를 벗어버린다.
속에 아무것도 입지 않았는지 바로 벌거숭이 하체가 드러난다.
차돌이의 눈은 두 사람의 사타구니로 향한다.
어제까지 수북하게 자라있던 털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고 완전 민둥산이 된 보지가 보인다.
[흐흠. 좋아.......]
차돌 이는 손을 내밀어 모녀의 항문까지 손바닥으로 쓸어보더니 옷을 입도록 한다.
[당신들에게 미안해.....
내가 왜 당신들에게 이런 걸 시켰는지 몰라...
그렇지만 난 누구에게도 편견을 주지 않아.
당신이 나의 처음이야...
내가 없을 땐 당신이 나를 대신해야 해......
모두는 당신이 무얼 시키고 원하던 따라야 할 것이야.
만일 그러지 못한다거나 당신에게 반항하고 항거한다면 가차 없이 내치도록 해..
그래도 말을 듣지 않으면 내가 쥐도 새도 모르게 이 세상 밖의 사람으로 만들어
줄 테니..................
그리고 당신이 알렌을 만나면 내 뜻을 전해주어,
하여간 지금 두 사람 용기가 대단하고 고마워...후후후......정말이야............]
차돌 이는 두 사람을 번갈아 보다가 일화에게 시선을 준다.
그리고 자기마음이 무엇을 행하는지 스스로도 알 수 없을 때가 많다며 이해를 구한다.
그리고 자기의 여자들은 무조건 자기 뜻을 따라줄 것을 비추고 일화가 자기의 첫 여자임을 확신시키며 모든 자기여자들을 일사분란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엄중한 지시이며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다.
[치..알았어요, 그리고 다신 이런 짓, 시키지 않을 거지요.]
일화가 입술을 내밀며 흘겨본다.
사실 그녀는 엄청난 용기를 필요로 했다.
차돌이의 명이라 거역할 수도 없었지만 한사람의 아내이고 남편을 속여야만 했으니 그것도 여자가 지닌 제일 부끄러운 곳을 손댄다는 것이 어찌 보면 정숙하지 못한 음란한 여자로 인식되어질 일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녀의 망설임은 별로 시간이 걸리지도 않았다.
그녀에게는 마음속에 커다란 꿈이 있었고 미래에 그걸 이루기 위해 과감하게 자기 자신을
그에게 주었다.
불굴의도전이 아니라 그를 향한 애정을 표시하는 것이었고 훗날의 꿈을 향해 나아가고자 했다.
자기가 그에게 안주하는 것은 자기 자신이 그를 향한 일념으로 힘차게 발걸음을 옮기는 것만이 최선이라고 믿었다.
그녀의 얼굴에 흡족한 미소가 펴져있다.
조금은 그가 자기를 품어주었기 때문이다.
차돌 이를 대신할 수 있도록 해준 것은 자기를 인정한다는 말 이였고 모든 여자보다 우선권한을 자기에게 주고 있으니 폴짝 뛰도록 기분이 좋았지만 억지로 참아가며 삐진 것처럼 애교를 부리고 있다.
차돌 이는 그런 일화를 보며 웃으며 다시금 뭔가를 주문한다.
[후후후..다음에 만날 때는 예전보다 배 이상으로 많으면 너무 좋을 텐데.... 후후후.......
자연적으로는 어려울 것이고 방법은 많이 있어. 그건 각자가 알아서들 하고......
다음엔 꼭 그런 모습을 보고 싶어. 후후후.......
그리고 당신, 앨범을 여러 개 사야할거야.....
각자의 모습을 앨범에 담아 예쁘게 보관해.....
그리고 깍은 털을 이렇게 보관하지 말고 예쁘게 유리액자에 실물형태로 새겨 진열장에
장식해놓으면 엄청 멋지겠지..흐흐흐.........
당신이 모두의 언니니까 책임지고 만들어 봐....알았지.
그리고 미지는 특히 언니 말을 잘 따르고. 엄마라고 떼쓰지 말라고....
나중에 언니 말을 거역했다는 말이 들리면 정말 살기 힘든 삶을 살게 해 줄 거야.
다른 사람에게도 나의 말을 꼭 전해.....]
[어머... 오빠, 엄마야, 언니가 아니고.......]
미지는 엄마를 언니라 하는 차돌이가 이상한 듯 쳐다본다.
누구보다 잘 알고 세상이 모두 아는 모녀간인데 별안간 호칭이 이상해지자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짓고 있다.
[맞아, 미지. 네 엄마야. 그러나 나랑 있으면 나와 먼저 잔 사람이 언니야......
미지가 나랑 먼저 그런 일이 생겼으면 엄마가 미지보고 언니라 불러야 했을 거야.......
난 그렇게 불리어 지는 걸 원해......무슨 말인지 알겠지.........]
차돌 이는 분명하게 확고하게 말한다.
도무지 상식 밖의 도덕이라 한동안 두 사람은 멍했지만 차돌 이는 그런 모든 도덕을 무시하고 있다.
오로지 자기취향대로 자기 발상 적으로 모든 것을 행하는 차돌이가 엉뚱해 멍한 모습으로 모녀는 보아야했다.
[싫어, 그렇게 못해. 어찌 엄마보고 언니라고 해......]
미지는 한마디로 거절한다.
말도 안 되는 호칭이라며 고개를 심하게 옆으로 흔든다.
그러나 차돌이도 고집을 꺽 지 않는다.
[나랑 있을 때 만이라고 했어,
뭐라 부르던 내가 없을 땐 네 맘이지만 내 앞에서 날 거 스리지 마.
그래.....당신도 미지와 같은 생각이야........]
일화는 멍청해 있다가 결국은 차돌이가 원하는바 대로 될 일인데 거부하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차돌이의 표정은 심각했고 그가 그걸 원하면 모녀는 다른 방도가 없었다.
다행히 그와 있을 때 만이라 조금은 마음이 놓이지만 말도 안 되는 호칭이라고 항변하지도 못하고 순순히 그가 원하는 대로 따라야했다.
[당신 뜻에 따를게요,]
일화도 부끄러운지 고개를 숙이고 만다.
아무리 모녀가 한 남자를 사랑해서 그의 말을 따르지만 딸이 자기에게 언니라 하다니 기가차서 말도 나오지 않지만 차돌 이에게 빠져나오지 못할 바엔 차라리 그의 뜻을 순순히 따르는 게 낫다 싶었다.
그러나 엄마와는 달리 미지는 차돌이의 처사가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다.
아직 젊고 남녀관계가 어두운 탓인지 불만을 계속 토로하고 있다.
[피 이. 무조건 자기마음대로야...난 안할 거야...피 이....]
미지가 불만을 연신 토하고 있을 때 일화가 차돌 이에게 조용한 소리로 부끄러운 듯 말한다.
[저어....미지는 내가 알아서 타이르도록 할게요.
그리고 진열장에 이걸 그렇게 해 놓으면 모두가 볼 텐데....
어디 남이 안보는 곳에 숨겨두면 안되겠어요.
만약 여기두면 밖의 사람들도 이걸 볼 수 있잖아, 당신만 봐야할 것을..........
그렇게 하도록 해 줘요........]
일화는 미지를 조용히 시키고 낮은 소리로 말한다.
차돌이가 원하는 것이 밖의 사람들이 볼까 두려운 것이다.
자신의 치부를 감싸고 있는 것이고 또한 그러한 모습을 여지없이 찍어둔 사진이었기에 남이 볼 수 있는 곳에 둔다는 것이 마음에 걸린 것이다.
그러나 차돌 이는 냉정하다.
[이봐, 난 숨기고 싶지 않아.....
밖의 사람들 모두가 두 사람이 나와 잔다는 것을 알아.....
소문낸다면 벌써 났어,
그리고 난 사람을 볼 줄 알아.....
저 사람들 말투가 억세고 생긴 것이 험악해도 주인을 배신하는 그러한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그래서 나와 사는 거야.
난 저 사람들이 나의 치부를 보겠다면 다 보여줄 수 있어,
나를 주지 않고 어떻게 다른 사람을 나에게 달라할 수 있어.
그리고 다른 사람은 여기에 올 사람도 없고.......물론 온다 해도 숨기지는 않겠지만...
하여간 당신이 알아서 해. 분명한건 난 세상이 하나도 무섭지 않아..........]
걸 꺼림이 하나도 없다.
뭐가 무서워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남의 눈치나 체면 때문에 못할 것 없다.
난 더러운 것도 당당하게 하며 살 것이다.
자기의사를 분명하게 밝히는 차돌이다.
허나 말미에는 일화가 알아서 하라며 조금의 양보도 한다.
한순간 나와는 달리 저 여자들이 무슨 죄가 있어 남에게 말 못하는 수치를 안고 살 이유가 없다 여겼기 때문이다.
[혹시 그 양반이 여기 와서 이걸 볼 수도 있잖아요.......그게 무서워서 그랬어요..
고마워요. 부탁을 들어줘서. 그렇지만 당신에게 실망하지 않도록 할게요]
일화의 얼굴이 활짝 펴진다.
차돌이의 분부라면 죽어도 해야 하는데 다행히 그가 양보를 하자 죽음에서 살아난 것처럼 기뻤던 것이다.
[미안해.....허나 설사 그렇게 해서 그 양반이 와서 본다고 해도 절대 난 치우지 않아..
만약 그런 일이 생긴다면 그때 달리 방법을 생각할 수밖에..]
차돌 이가 점점 무섭게 변해진다.
모녀는 도저히 차돌이의 고집을 꺾지 못할 줄 알았던 것을 양보받자 말할 수 없이 기뻤지만 뒤이어 말하는 차돌이가 남자라도 자기를 거슬리면 어떠한 짓도 마다하지 않을 것 같기에 무서움에 몸을 떨기도 한다.
변화무쌍한 차돌 이를 어찌할 수가 없어 그저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었다.
[여긴 나의 성전이야. 이곳에선 내가 왕이고 모두는 내 백성일 뿐이야.
누구든 나를 거역하면 죽음도 감수해야 할 거야. 후후후...........
자....그만하고 나가지. 시간이 되었어,]
차돌이가 무서운 엄포를 남기며 먼저 방을 빠져 나간다.
나가면서 차돌 이는 일화가 자기의 뜻에 따르겠다고 한 것이 무엇보다 기분이 좋았다.
어쩌면 불행을 자초할지도 모를 일인데 나를 마음 편히 그리고 따뜻하게 대해주려는 사랑이 있었기에 자존심마저 팽개치고 감미롭게 대해준 것이란 걸 안다.
이제 헤어지면 오랜 기간을 서로 떨어져있어야 한다.
그런 나에게 마음을 편하게 해주기 위해 어렵고 힘든 결정을 해준 것이 아닌가,
일화의 한마디가 가슴속에서 따스한 별빛으로 스민 것이다.
그러나 차돌이의 자존심은 그런 표정을 얼굴에 담지 못한다.
아무것도 차돌이의 마음속 변화를 짐작하지 못하는 그저 모녀는 차돌이의 등을 쳐다보고 있다.
일화와 미지는 빈손으로 나가는 차돌 이가 어이없는지 서로를 바라보곤 입을 내민다.
두 사람은 차돌이가 짐들을 자기들 더러 가져나오라는 것을 행동으로 보이자 연약한 여자들에게 이런 일을 시키다니 어이가 없었지만 어찌하겠는가, 이미 몸과 마음이 차돌 이에게 완전히 굴복하고 말았는데 모녀는 가방을 들고 방을 나선다.
가방이 무거웠는지 끙끙 용을 쓰며 들고 나가는 것이다.
밖엔 이미 사람들이 모두 나와 있었고 차돌이가 나오고 이어 여자들이 짐을 들고 힘들게 나오자 외팔이와 곰의 처가 급히 달려가 짐을 받아들고 차로 온다.
그 모습을 보고 있는 차돌 이와 곰은 의미모를 웃음을 주고받으며 악수를 나눈다.
[형, 어제 내가 한말 제대로 알아봐 주시고 자격이 있다고 여기면 형이 선별해서
처리해줘...
지금 매달마다 들어오는 돈이라면 충분히 몇 명은 도와줄 수 있을 테니.....
모든 집안일과 내가 부탁한 일등 형이 모든 걸 알아서 처리해...
난 그 일이 어떻게 되든 형을 원망하지 않을 테니 형이 소신껏 처리해줘.]
[알았어, 대장...
힘닿는데 까지 열심히 알아볼게.....
좌우간 나를 믿고 그런 큰일을 맡겨주니 송구하기까지 하네그려..허허허...]
차돌이가 곰과 무슨 밀약이 있었는가.
어제 자다 말고 곰을 불러 한참을 이야기하던 차돌이가 아니었던가,
뭔가 대단한 구상을 했고 그 일을 곰에게 일임한 모양인데....
곰은 차돌 이에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이 일은 나중에 밝혀지겠지만 뭔가 대단한 일을 하려함이 틀림없어 보인다.
[무슨 말을.난 형이나 저분들 남이라고 생각하고 대해본적이 없어.
내가 고지식하고 지기 싫어하는 성격이라 형들에게 항상 미안한 마음이 들어.
생활이 엉망인 나를 그래도 이해하고 챙겨주는 형들인데......
형들만 좋다면 난 죽을 때까지 형들이랑 살고 싶어.]
차돌 이는 형들이 영원히 자기와 같이 있어주길 바라며 간청한다.
[허허허...이런 대장이 우리를 울리려고 하나........염려 마시게,
대장이 우리를 쫒아내지만 않으면 우리도 대장과 같이 살고 싶네....하하하...
자, 모두 준비가 끝났으니 잘 가시게. 그리고 건강히 다녀오시게나.]
곰은 차돌 이를 차에 태운다.
운전석엔 미지가 앉아있고 뒷좌석엔 일화가 앉아있었다.
차돌 이는 일화 옆에 앉아 차창을 내리고 모두에게 작별인사를 한다.
곰의 처는 무엇이 슬픈지 눈에 눈물이 그렁하다.
일행들의 작별 손 인사를 뒤로하고 차는 미끄러지듯 앞으로 나간다.
금 새 집은 보이지 않는다.
차돌이가 눈을 감고 뒷좌석에 등을 기대자 일화가 살며시 차돌이의 손을 잡아준다.
[당신 기다리기가 무척 힘들 거야....
다시 돌아오면 그 땐 지금처럼 오래 떨어있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일화는 이별의 아쉬움이 서러운지 얼굴에 어둠이 그득하다.
모든 사람들이 한 가지가 아니겠는가,
사랑하는 정인이 언제 돌아올지 모르고 기약 없이 떠나는데 서럽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일화 역시 여자였고 목숨 바쳐 사랑하는 사람이 그렇게 떠나는데 웃을 수가 없었다.
터져 나오려는 눈물을 가까스로 참고 있다.
[후후...그렇게 될 날이 올 거야.
그리고 그땐 내가 당신을 힘들게 괴롭힐 것이 뻔 한 데도 그렇게 하고 싶어........]
차돌이가 빙그레 웃는다.
그 역시 아쉽고 서운한 마음이 있었지만 이왕 헤어질 것인데 그냥 웃기로 했다.
[이젠 아무래도 좋아요, 당신이 하라면 정말 무엇이든 할 수 있어요.
당신만 내 곁에 있을 수만 있다면............]
일화의 눈과 얼굴에 진한 애정이 가득 담으며 그를 본다.
[후후. 고마워. 당신이 내 가슴속의 여자를 빼곤 첫사랑이야.....
당신이 이렇게 날 생각하고 있는데 어찌 내가 당신을 버릴 수가 있겠어.
염려 말고 동생들 관리도, 또 다른 모든 것도 나대신 당신이 챙겨줬으면 해......
그리고 수시로 모두 불려 들여 신체정기점검도 하고.......후후후............
무엇보다 내가 무얼 원하는지는 당신이 제일 잘 아니 그 기호에 맞춰 교육도 시켰으면 좋겠어.
만약 그 일이 부끄러워 당신 말을 안 들으면 나중에 알려달라고......
절대로 용서 못하지....
그런 여자는 다시는 나를 못 볼뿐 아니라 세상에 없는 수치를 안겨 살도록 만들 테니,
흐흐........
내가 왜 당신에게 이 일을 맡기는지는 잘 알거야.
난 섹스 시엔 나도 모르게 엄청난 변태로 돌변하잖아.
당신은 다른 여자보다 남자경험도 많고 어떻게 해야 내가 좋아하는지도 제일 잘 알기
때문에 내 기호를 맞춰 보라고 부탁하는 거야.
즉, 다시 만나면 무슨 짓을 해도 거북하지 않도록 모두에게 교육시켜 놓으라는
말이야.....
여자들끼리도 사랑할 수 있는 그런 모습도, 알았지.....후후후............]
차돌이가 한손을 일화의 어깨를 두른다.
그리고 작은 소리지만 앞으로 할 일을 분명하게 지시한다.
말은 부탁 같지만 명령이나 다름없는 말이다.
[치 이...애들이 내말을 들을까.......]
일화는 아이들이 따라줄까 반신반의한다.
그의 부탁이라며 한다는 말이 모든 여자를 변태로 만들어 놓으라는 말이 아닌가.
일순 눈이 휘둥그레졌지만 이왕 모두는 그의 여자이고 그의 여자끼리 서로 허물없이 지내려면 그것도 한 방법이 되겠다, 여겼다.
또 한편으로는 차돌 이에게 물들었는지 묘한 호기심도 일었다.
같은 여성을 벗겨놓고 자기 마음대로 희롱하고 싶은 야한 욕망도 가슴속에서 뭉클 뭉클 일었다.
그러나 그나 자기의 숨겨진 욕망을 아직 젊은 아이들이 따라줄지가 의문이 들었다.
[분명 당신이 하는 데 로 따를 거야.
아까도 말했지만 말을 듣지 않으면 절대 용서 않을 테니........
난 상관관계가 확실한 사람이야.
당신이 제일 상전이고 다음에 미지, 현영이 그리고 알렌, 윤지..그런 순서야......
또 있지만 나머진 확실치 않아서.......
분명히 말하지만 서열을 거역하면 절대 용서 못해.
자기보다 서열이 높은 사람이 시키는 일이라면 발가벗고 종로네거리도 활보할 수
있어야해.
난 꼭 그렇게 할 것이고 그 것을 따르지 않으면....후후후...........]
차돌 이는 확신한다.
분명 모두는 일화의 명에 따를 것이라고.....
모두를 잘 알고 있는 차돌이기에 감히 장담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자기의 명을 거역한다면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는 뜻도 분명히 밝힌다.
[어머머...많기도 하네. 또 있다고.....정말 당신은 사람이 아냐......
어떻게 그 많은 여자들을 거느릴 수가 있어, 정말 자신 있는 거 에요.]
일화는 놀라는 시늉을 하며 호들갑을 피운다.
그녀는 알고 있었다.
자기 혼자로는 차돌 이를 감당할 수가 없다는 것을 모녀가 덤벼도 그를 다운시키지 못하고 오히려 자기들이 먼저 항복하지 않았는가. 차돌이의 정력이라면 더 많은 여자도 감당할 수 있다는 확정을 가지고 있지만 또 다른 여자가 있다는 말이 듣기가 좋지 않았다.
[후후후...난 자신 없으면 안 해..........]
차돌 이는 실실 웃으며 일화에게 장난을 친다.
그녀의 상의 코드 속으로 손을 넣으니 부드러운 맨살이 잡힌다.
그의 손이 맨살에 닿자 일화는 몸을 움 추린다.
일화는 차돌이의 명을 그대로 실천하고 있었다.
브래지어와 팬티를 입지 않았던 것이다.
차돌 이는 몸을 옆으로 하여 일화의 풍만한 젖가슴을 만진다.
손에 가득 물컹한 가슴살이 잡히며 보드라운 느낌이 손안에 퍼져온다.
일화도 지나가는 차의 사람이 볼세라 몸을 약간 돌려 시선을 막곤 하지만 차돌이의 손을 물리치거나 거부하지 않는다.
오히려 즐겁다는 표정이다.
[피 이.......
난 운전하는데 두 분이서 재미있게 놀다니 정말 질투가 나서 어디 운전하겠어.]
미지가 백미러를 통해 두 사람의 유희를 지켜보곤 놀려댄다.
그러나 질투의 표정은 어디에도 없고 사이좋게 노는 모습이 즐겁다는 표정이다.
[미안해, 미지야, 내가 여기 있어야 했는데 어찌하다 엄마가 있었네. 호호호......]
[호호호...괜찮아 엄마, 사실 너무 다정해보이니 괜히 그래본 거야.
안심하고 즐겨,
내가 양보할 테니... 그러니까 나중에 오빠가 명하신일이나 사정을 봐줘.
알았지 언니엄마. 호 호호호.........]
미지가 재미있어 죽겠다는 표정으로 백미러를 보며 웃고 있다.
도무지 모녀가 나눌 대화가 아니었다.
어찌해서 모녀가 이렇게까지 변했단 말인가,
사랑에 매달리고 차돌이의 신비한 힘에 매달리고 그리고 엄청난 쾌락을 안겨주는 육체에 매달리다보니 도덕이란 관념이 차돌 이에게만은 별세계의 것인 냥 되어버렸고 오직 차돌이의 얼굴에서 기쁘고 즐거운 표정만 나오면 좋아라, 매달리는 몸들이 되어버렸다.
차는 인천공항에 도착하였다.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간 느낌이다.
차돌 이는 끝없이 손으로 일화를 주물러대었고 나중엔 일화의 입에서 이상한 비음이 흘러나오고 몸을 떨도록 만들었고 곧 일화가 찡그리며 몸을 떨어대는데 차는 공항의 주차장에 정차한 것이다.
일화는 한동안 입에서 단내를 풀고 있다.
차돌 이는 못내 자기 여자들을 두고 떠나는 것이 서운한 모양인지 한시도 손을 가만있지 못했다.
허긴 이제 떠나면 한동안 여자를 안아볼 수도 없다 생각하니 몸은 달아오르고 섹스는 할 수 없고 그러다보니 애간장을 식히는 방법이 손장난뿐이었던 것이다.
그 시간도 오래 지속되지는 못했다.
차가 공항 주차장에 주차하지 장난도 그만두어야 했다.
차돌 이는 일화가 옷을 추 스리는 모습을 바라보며 싱긋 웃고는 몸을 앞으로 하여 미지의 입술에 키스를 한다.
그리고 잠깐이지만 일화와 그렇게 장난을 치는 것을 묵과하고 마음대로 편하게 도와준 미지에게 감사의 키스를 길게 해 주었던 것이다.
차돌 이는 미지의 입에서 입술을 뗀다.
간혹 지나가는 차들이 이 모습을 보았지만 젊은 남녀가 흔히 있는 공항의 풍경인지라 대수롭지 않게 보곤 지나가는 것이었다.
공항청사에 들어가 출국 수속을 끝내고 차돌 이는 두 사람에게 온다.
그런데 두 사람의 주변에 많은 여자들이 모여 재잘거리고 있다.
현영이도 보이고 윤지도 보인다.
그리고 알렌도 일행들과 있다가 차돌 이를 보고는 번개같이 달려와 긴 손을 차돌이의 목에 걸더니 사정없이 입을 맞추는 것이다.
차돌 이는 많은 사람들이 있는 곳이라 밀쳐버리려 했지만 알렌의 나라풍습을 알 곤 그 키스를 받아준다.
겨우 알렌을 밀치고 일행에게 다가간 차돌 이는 금방 온 여자들의 인사를 받는다.
차돌 이는 사람들이 보던 말 던 현영 이를 당겨 안곤 입술에 잠깐 키스를 해 준다.
그리고 윤지 앞으로 가자 윤지는 얼굴이 완전 홍시로 변해있다.
[윤지야, 키스하지 말고 갈까..........]
윤지는 말이 없다. 더욱 고개를 땅으로 쳐 박는다.
차돌 이는 순진한 윤지가 선뜻 그러하지 못하리란 것을 안다.
그러나 아무도 없다면 분명 달려들 것 같은데 아직 용기를 내기가 어려운 모양이다.
차돌 이는 윤지를 안는다.
그리고 고개를 올려 윤지의 입술에 입술을 맞춘다.
윤지는 반항도 못하고 몸을 사시나무 떨듯이 떨면서 차돌이의 키스를 받아준다.
키스를 끝낸 일행들은 자판기에서 커피를 빼와 마시면서 잡담을 계속한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북경으로 향하는 손님들은 개찰구로 들어가라는 안내방송을 듣는다.
갑자기 일행들의 분위기가 숙연해진다.
이별의 시간이 온 것이다.
차돌 이는 개찰구로 향하면서...모두에게 말한다.
[오늘이후 이 사람에게 절대 복종해야한다.
난 서열을 중시하는 사람이라 위계질서를 정확히 하는 사람이야.
나를 보겠다면 이 사람 말을 그 무엇이든 들어...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그리고 알렌에게도 영어로 그 말을 전한다.
알렌은 일화를 쳐다보더니 그러겠다는 시늉으로 머리를 숙인다.
결정이 빠른 알렌이다.
개방적인 나라에서 마음껏 생활한 알렌이지만 차돌 이와 같이 있을 수 있다면 무슨 짓인들 못해....같은 여자인데 못할 일 시킬 것도 아니고..또한 차돌 이를 먼저 모셨으니 언니임에 틀림없으니 지금은 질투를 내기보단 차돌이의 마음을 얻어야한다는 생각에 차돌이가 원하는 대로 명을 따르겠다는 것을 먼저 보여줘 떠나는 차돌 이에게 확실한 인상을 심어주려 했던 것이다.
[그리고 난 나쁜 놈이지만 당신들은 같은 여자 아닌가.
서로를 경계하며 쌓았던 담이 있다면 이제 헐어버려.
그렇게 해서 열려진 마음으로 서로의 소리를 들어주고 서로 있는 것 나눠 쓰고
도움 주며 그렇게 친하게 지내야해.....
그리고, 윤지를 많이 보살펴 줘.......]
차돌 이는 그 말을 끝으로 입구로 들어간다.
개찰구로 들어가고 마지막 몸을 들어낼 수 있는 코너까지 온 차돌 이는 뒤를 보며 손을 흔들어준다.
여자들은 모두가 눈물이 글썽하고 윤지는 흐느끼고 있다.
차돌이가 마지막에 자기를 보살펴주라는 말에 더한 감동을 받은 윤지는 눈물이 비 오듯 흘리며 큰소리는 내지 못하지만 소리를 참으며 우는 모습이 애처롭기까지 하다.
일행들도 손을 흔들고 있다.
차돌 이는 급히 코너로 들어가 버린다.
차돌이가 사라지자 일행들은 모두가 멍청한 사람들처럼 기운이 풀려 그 자리에 주저앉는다.
차돌이가 심어준 불길이 너무나 거센 것이었기 때문일까.......
말은 하지 않지만 모두는 가슴이 무너지는 느낌을 받고 있었다.
공항 하늘로 비상하는 비행기가 있었다.
북경으로 향하는 비행기가 힘차게 하늘로 솟구치고 있었다.
일행들 모두는 그 비행기를 쳐다보고 있었다.
비행기가 저 멀리 까마득히 구름 속으로 사라질 때까지 그곳에 있던 일행들이 서서히 움직인다.
일화가 모두에게 어디 가서 이야기나 하자며 말한 것이다.
분명히 자기귀로 확답을 들어야했다.
차돌이의 많은 여자들,
그리고 그의 행각으로 볼 때 앞으로 더욱 생겨날 것만 같으니 차돌이가 말이 나온 김에 확실히 자리를 잡아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고 했다.
그 골속으로 흐르는 물을 포용하고 다스리기 위해서는 나지신이 호수가 되어야겠다고 생각 들었다.
내가 그렇게 포용하듯 낮추어야 나중엔 모두의 위에 있다는 걸 모두가 깨달으리라.....
일화의 생각은 그것이었다.
모두는 불만이 있을 수 없었다.
나이도 많은 어른이기도 했지만 차돌이가 떠나기 전에 한 말이 있었기 때문이다.
모두는 차돌이가 빈말하는 사람이 아님을 안다.
그 무엇이 잘못되더라도 자기가 하고자하는 일은 절대 중도에서 포기하지도 않는 옹고집의 사내인 것도 알고 있다.
따를 수밖에 없다. 아니 따라야한다.
아니 모두가 그이를 사랑하는 마음이라면 당연하다고 느껴진 것이 아닐 런지.....
모두가 그를 사랑하고 그이를 위해서 무엇이라도 할 자기들인 것이다.
이젠 나를 내보이지 않고 나의 말을 주장하지 않고 또는 나 자신을 감추는 그런 굴종이 아닌 진정한 나 자신을 보이고 도우고 희생하며 남을 충분한 인격자로 대우하면 나 자신도 그러한 대접을 받으리라 생각 들었을 것이다.
잘생기고 못생기면 뭐가 틀리리....나이가 많고 적으면 뭐가 다르리....부자고 가난뱅이면 많이 먹고 적게 먹는 법도 아닌데....사랑은 공정하고 평등한 법이다.
지금 그 누가 나보다 그이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있는가.
물러설 수도 물러나기도 싫은 모두다.
이해하고 협조하고 우리들 스스로 희생해야 할 처지가 아닌가.
묘한 인생사에 흘러든 묘한 자신들이기에 모든 걸 감수하기로 굳게 마음먹은 것이다.
일화를 제외한 모두는 그렇게 생각하고 순순히 일화가 지시하는 대로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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