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1. (21/50)

언제부터인가 남모르게 떠올리며 그리워했던 얼굴이었다.

이제 그 사람과 아무런 약속도 받아내지 못하면 내 마음은 추억 속에 묻어져 갈 뿐이다.

윤지는 그러기가 싫었다.

맺어지던 그렇지 않던 그 사람의 얼굴을 보고 싶었다.

그러면 이 자리를 떠나면 안 된다는 걸 알고 있다.

억지로 끌려가면서도 마음은 쾌재를 부르고 있었다.

차돌 이는 간단히 윤지를 소개시키고 자리를 옮길 것을 권유한다.

그러나 일행은 서로 차돌 이와 기념사진을 남길 목적으로 쉬 임 없이 카메라를 들이대고 있었다.

차돌이가 졸업 복을 반납하고 언젠가 현영 이와 같이 왔고 알렌에게 한국을 소개시켜준 토속 집으로 온 것은 두 시간이 지나고 저녁이 가까워올 무렵 이였다.

토속 집엔 손님이라곤 없었다.

홀 가운데 음식이 가득 차려져있고 그 음식들은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차돌이가 의아해서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궁금증을 나타내자 현영이가 재빨리 나서서 설명해준다.

[오빠의 졸업이라 아빠에게 억지를 부렸어.

오빠가 싫어하리라 여겼지만 한 번 봐 줘...오빠는 또 이틀 후면 가잖아.

그러니 오늘은 아무소리 말고 우리의 정성이라 생각하고 즐겨줘. 그렇게 해 줄 거지...]

[그래도 이건 너무 호화판인데........]

더 이상 차돌이도 뭐라 할 수 없었다.

아무리 사치를 싫어하지만 오늘 같은 날 까지 그녀들의 성의를 저버리기엔 마음이 불편했고

또 이상하게도 그렇게 싫지도 않았다.

[호호. 오빠 승낙한 거야. 호호.......]

일행이 자리에서 앉는다.

차돌이가 가운데 앉자 서로 옆에 앉으려 자리 쟁탈전이 벌어진다.

차돌 이는 일행에게 자리를 정해준다.

우선 윤지를 배려하여 자기 오른쪽 옆에 그리고 알렌을 왼쪽에 앉게 한다.

일화와 미지 현영을 맞은편에 앉게 하곤 자리를 앉는다.

일화와 미지는 어제 같이 밤을 보낸 터라 군말이 없는데.....현영 이는 입이 한발이나 나온다.

차돌 이는 내일은 자기와 같이 있어준다는 차돌이의 말에 입이 찢어지도록 좋아하더니 알렌과 윤지를 자청해서 앉히고 있다.

알렌은 염치를 모르는 듯 했다.

그저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 옆에 있을 수 있어 마냥 즐거운 표정이다.

알렌은 현영에게 감사의 키스를 볼에다 해주기도 한다.

실로 개방적인 성품이 아닐 수 없다.

윤지는 얼굴에 가득 홍조를 담고 할 수없이 지정된 자리에 착석한다.

그러나 일행들을 마주 쳐다보지도 못한다.

실로 어울리기도 힘든 언니들이 아닌가..

집안은 말할 것도 없고 생긴 것까지 자기가 따라갈 수 없는 그런 미녀들과 같이 자리를 하고 있으니 말문이 막히고 숨이 답답해 올 뿐이다.

윤지는 문뜩 이런 생각이 들었다.

차돌이의 어디가 좋아서 이렇게 안달하는지.....차돌 이를 좋아하는 마음이 자기보다 더 하면 더 했지 못하지도 않은데 웬일인지 차돌이의 말을 구슬리지 않으려고 노심초사하는 모습을 보곤 이상하게 생각했다.

여자들이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이 다른 여자들과 인사만 나눠도 앙칼진 고양이처럼 변하고 절교를 하는 시국인데 이렇게 무엇 하나 빠질 데 없는 여자들이 어떻게 하면 차돌이의 환심을 살까 그것만 생각하고 있는 듯 보이자. 희한한 일이라 느껴졌다.

그런 생각이 드니 윤지의 마음속에도 오기가 솟아오른다.

나도 여자인데 왜 이런 여자에게 기죽을 이유가 있는가하고.....얼마나 위험한 발상인지 윤지는 느끼지도 못하고 차돌이의 늪 속으로 점점 발을 들이밀고 있는 것이다.

일행이 동동주를 마시며 환담을 나누고 즐거워한다.

술이 조금 거나하게 취해진 일행들은 미리 준비한 이벤트인지 밴드를 불러 마치 자기가 가수인 냥 노래를 부르며 분위기를 고조시켜간다.

아무리 좋은 것도 시간이 지나면 시들해진다.

즐거움에 지친 모두는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리고 밖으로 나와 이미 대기시켜둔 차에 각자를 태운다.

차돌 이는 일화와 미지에게 다가가 요사한 미소를 지으며 귓속말로 뭐라 속닥인다.

모녀는 갑자기 얼굴이 붉어지며 어찌할 바를 모른다.

[한 달이면 전처럼 자라.....

하여간 다음에 왔을 때 내 방에 당신들 모습이 있길 기대해......

물론 당신들뿐이 아냐.

저기 현영이도 그럴 거야........

난 욱 박 지르고 싶지 않아 당신들이 결정해.......]

무슨 말인가 다른 사람은 알 길이 없다.

차돌이가 기분이 상해 목소리가 커져 들었으나 그 말뜻을 헤아릴 수가 없었다.

차돌 이는 기사에게 출발할 것을 지시한다.

곧 일화와 미지를 태운차가 집을 빠져나간다.

차돌 이는 다시 현영 이가 탄 차로 간다.

[우리 집에서 내가 올 때까지 기다려. 오늘 널 작살내고 싶어....]

현영의 귀에 빠르게 그리고 거역하지 못할 인상을 지으며 말하고는 자기가 탈 차로 향한다.

[정말. 그래도 돼........참말이지........]

현영 이는 다리를 팔짝뛰며 좋아한다.

돌아서는 그의 등을 바라보며 들뜬 소리로 되묻는다.

[그래.......내가 늦으면 형수랑 이야기하고 있어.

그리고 이것 가져가고......]

차돌 이가 언제 왔는지 손에 꽃다발을 한 아름 들고 있다.

들고 온 꽃다발이랑 또 모두가 개별적으로 준비한 선물을 현영이 차에 싣는다.

현영 이는 얼굴에 온통 화색이다.

좋아서 죽겠다는 표정이다.

사실 같이 있고 싶어도 그의 주변에 자기혼자가 아니니 속 알이만 했었다.

그런데 그런 마음을 마치 그가 알고 있기나 한 것처럼 자기와 시간을 갖겠다는 것이 아닌가.

그것이 무얼 말하는 건지는 현영도 안다.

섹스를 하겠다는 말이다.

오늘 무참하게 당하더라도 그와 있을 수 있다는 게 무지하게 좋았다.

이미 그에게 순결을 주었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가득 차 있는데 아무래도 좋았다.

그저 입에서 환한 미소가 지워지지가 않는다.

[어서 가.......]

차돌 이는 그런 현영 이를 보며 난감해하는 야릇한 미소를 지어준다.

현영 이를 보내고 그는 윤지에게 다가가 그녀의 손을 잡고 알렌이 타고 있는 차로 간다.

알렌은 이렇게 헤어지는 가 울상을 짓고 있다가 차돌이가 자기가 타고 있는 차에 윤지를 태우더니 자기도 탄다.

알렌은 그가 차에 오르자 기쁨을 감추지 못한다.

비록 윤지가 동승했지만 크게 문제 삼지도 않는다.

원체 개방된 나라에서 살았고 또한 활달하고 명랑한 성격을 가진 그녀는 애정을 표시하는 일도 주저하지 않는다.

활짝 웃으며 괴성을 지르며 박수까지 치며 즐거워한다.

[어디에서 묵어,

괜찮다면 우리 둘에게 커피한잔 줄 수 있겠지...

그런다면 보답으로 내가 알렌을 죽여줄 수도 있는데.........]

요란법석을 떨고 있는 그녀를 보며 차돌 이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커피를 대접할 수 있느냐며 묻는다.

그러면서도 은근히 뿌리칠 수 없는 말로 그녀를 유혹한다.

[예스, 예스......]

알렌은 차돌 이와 같이 있고 또 안길 수 있다는 말에 얼굴 가득 기쁨을 나타낸다.

옆에 윤지가 있어도 불시에 차돌 이를 안으며 양 볼에 키스를 하는 등 애정을 표시한다.

윤지로서는 보기가 민망할 정도였다.

물론 차돌이가 영어로 알렌에게 하는 말을 듣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애써 그 말을 못 들은 척, 이해 못하는 척 하고 있을 뿐이다.

[윤지야, 그래도 되겠지. 커피정도는 마실 수 있지 않겠어.]

차돌 이는 다시 고개를 돌리며 윤지를 바라본다.

빙그레 웃는 모습이 천진난만하다.

아마 두 얼굴을 가진 자의 가면이니라.

[네, 그렇게 해요,]

윤지는 고개를 숙인다.

차돌이가 알렌에게 하는 말 중 마지막 말은 섹스이야기다.

그걸 모르는 윤지가 아니고 그걸 알면서도 허락하고 말았으니 부끄럽기도 했다.

윤지는 달아오르는 볼을 차돌 이에게 보일 수 없어 고개를 숙인 것이다.

[후후후. 요 런, 앙큼한 아가씨 내 말뜻을 다 알고 있잖아. 하하.........]

차돌이가 그런 윤지의 머리에 가볍게 알밤을 놓는다.

윤지는 더욱 고개를 숙여버린다.

모른척한 것이 들통 나버려 더욱 부끄러웠다.

[쳇, 내가 뭐 알렌 같은 줄 아나봐..........]

고개를 숙이면서도 새침하게 중얼거리는 윤지다.

[그래 알았어. 이 부드러운 아가씨야 누가 뭐라 했어...하하하....]

차돌 이는 그런 윤지를 보며 앙천대소를 터뜨리고 만다.

그만큼 윤지의 모습이 귀여웠고 예뻤기 때문이다.

[또...또..........]

[하하하...................]

차는 얼마 지나지 않아 xx호텔에 도착한다.

세 사람은 곧바로 승강기로 다가가 승강기가 열리자 몸을 들이민다.

호텔 종업원이나 손님들이 알렌의 늘씬한 몸매에 넋을 빼앗긴 듯 쳐다보고 있는 것을 뒤로하고 세 사람은 특실에 숙소를 정하고 있는 알렌의 방으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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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피를 마시고 알렌은 시시콜콜한 이야기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지겨운지 샤워를 해야겠다며 욕실로 들어간다.

윤지는 알렌이 사라지자 아까부터 묻고 싶은 것을 물어 본다

[선배.....선배는 이렇게 많은 여자를 사랑하고도 뒤가 켕기지 않은 철면피인가요.]

윤지가 제법 대담해졌다.

지금까지 본 현상을 말로 설명할 수 없도록 혼란스러웠고 무어가 있어 모든 여자들이 그에게 목 메 다는지 궁금했다.

[어......그렇게 보였어, 후후후.......

윤지는 날 몰라. 내가 얼마나 냉정한지........

난 누구에게도 강요하거나 핍박하질 않아...

그 여자들은 그저 내 옆에 있고 싶어서 있는 거야.....

윤지는 착하니 그런 걸 모를 거야....후후후.......]

[그래도 여자와 자면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닌가요...]

윤지는 차돌이도 여자들도 이해가 되지를 않는다.

더군다나 여자를 안고도 무책임하게 보이는 차돌이가 얄미워진다.

그러나 차돌 이는 윤지의 말을 흘려듣는다.

[후후. 꼭 너 같은 철딱서니 없는 소리다....

자...... 나에 관한 것은 그렇다 치고 윤지는 어때....

애인은 있어.... 아님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애인이랄 수는 없어도 좋아하는 사람은 있어요.]

윤지도 숨기지 않는다.

차돌이의 말에 똑 부러지게 대답한다.

[후후후...그럴 나이지. 아니 너무 늦었어.

윤지처럼 아직 순결을 가진 여자가 너무도 귀한 시절이니. 후후후...

누굴까. 궁금해지는데............나도 아는 사람이야.]

차돌 이는 윤지를 뚫어져라 쳐다본다.

그녀가 마치 천사와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 천사의 굴곡이 그의 마음을 숱하게 일렁이게 하고 있다.

그녀는 자신의 그림자 속에서 스스로 몸과 마음을 지키고 있었다.

아무도 모르게 감추어져 있었고 또한 비밀스런 무엇이 그녀를 둘러싸고 있었다.

천사는 그것도 부족하여 의상이라는 허울까지 덮어쓰고 비밀을 간직하고 있었다.

그런 천사를 천당에서 끌어내려 악마의 불꽃에 빠트리고 싶은 사탄의 마음이 불연 듯 솟아난다.

옷 속에 감춰진 풍만한 가슴을 짓이겨버리고 싶어진다.

다리사이 보지와 항문에 자신의 자지를 한껏 박아 고통과 수치에 울게 하고 싶어진다.

티 없이 순결하며 고독 에서 자신을 지키는 그녀를 무참하게 발가벗겨놓고 자그맣고 예쁜 입으로 하루 종일 더러운 오물로 범벅이 된 자지를 물고 빨게 하고 싶어진다.

악마가 머릿속에서 그를 괴롭힌다.

차돌 이는 악마의 모습을 감춘다.

순진한 천사의 탈을 훔쳐내어 그것을 얼굴에 덮는다.

[그래요, 선배도 잘 아는 사람인데. 그 사람 너무 못됐어요.

선배님이 한번 때려줄래요,]

윤지가 차돌 이를 직시하며 또박또박 말해준다.

차돌이도 평소와 다른 용기 있는 윤지의 행동이 이상한지 마주 쳐다본다.

치렁치렁한 머리가 자꾸 눈앞을 가리는지 연신 머리칼을 어깨 뒤로 제키는 윤지가 눈빛을 빛내며 자기를 쳐다보고 있다.

약간 붉게 물든 볼이 더욱 윤지를 청순하게 해 준다.

큰 눈을 제외하면 별로 예쁜 것은 없지만 누구나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는 그러한 모습을 갖추고 있는 윤지다.

그런 윤지가 마음에 둔 남자가 있다고 한다.

사 못 궁금해진다.

[누굴까..나도 안다면..........그나저나 내가 아니라니 서운하지만 하하하..]

[쳇, 누구긴 바보같이...치 이........]

윤지가 고개를 숙인다.

[어랍 쇼, 윤지야.....넌 그러면 안 돼.

난 솔직히 널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아.]

차돌 이는 그제 서야 윤지의 마음을 훔치고 있는 도둑을 알았다.

손을 저어며 절대 그런 일이 있으면 안 되며 그렇게 되면 그녀가 불행해지는 것이

눈에 보이듯 선하지 않는가.

한순간 그녀를 짓이기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으나 초롱 한 그녀의 눈빛을 대한 그는 그녀만은 나라는 악마의 소굴에 드는 것을 만류하고 싶었다.

[치 이. 언제는 날 힘들게 해놓고 그렇게 즐거워하더니.......

남자란 전부 도둑인가 봐, 확실해 그 말이...]

아무것도 모르는 윤지다.

지금 차돌이가 얼마만큼 자기를 생각해서 하는 말인지 모르고 있다.

악마가 얼마나 무서운 줄 모르고 그 탈을 쓰고는 순진한척하는 자기에게 넋을 잃고 스스로 소굴로 들어가는 것인 줄 모르고 있다.

그저 마음이 원하고 그걸 전하고 싶은 순결한 마음으로 속마음을 드러내고 있다.

[윤지야......]

차돌 이는 어이가 없어 다음 말을 잇지 못한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더 이상 그녀를 방관할 수 없다 생각했다.

[윤지야,

너의 순수한 마음을 왜 내게 주려고 하니.....

허긴 사람이 단 한순간이라도 사랑을 느끼게 되면 자기의 모든 삶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지게 마련이야.

오직 그 사랑만이 우선하니까......

그때는 이 세상의 어떤 음악도 새들의 노랫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했어.

허나 윤지는 그런 사랑을 나에게 줘선 안 돼....

그러면 윤지의 다음날은 온통 캄캄한 밤처럼 어둠침침해질 거야

분명히 말하지만 난 윤지가 아무리 좋게 봐주어도 내 자신을 속이지 못해...

지금 내 옆에 있는 여자들도 나의 영상과 그림자만 쫒아 다니는 허수아비야.

난 그 여자들에게 아무것도 주지 못하거든....

오로지 난 내 옆에 알랑거리는 여자들 마음대로 해버리는 폭군에 가까운 지독하게 나쁜

사람이란 말이야.

윤지가 내 옆에 절대 있어선 안 돼.]

차돌 이는 진심으로 윤지가 자기에게 구속되는 걸 원치 않았다.

물론 한때의 성적욕심에 지나칠 정도의 장난도 했지만 이 순간 윤지만은 아픔을 주고 싶지는 않았다.

나라는 악마가 얼마나 무서운지 가르쳐주고 물러나길 바랐다.

[그럼 선배는 왜 내게 그런 짓 한 거야.

여잘 희롱한다는 건 욕심이 난다는 건 마음에 있다는 것 아니야.]

윤지는 철없는 사랑에 정신을 잃은 것인가.

남자들의 장난과 호기심이 자기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믿은 것 같다.

그러나 차돌이의 대답은 윤지의 기대를 무너뜨리고 만다.

[맞아, 난 널 망가뜨리고 싶었어.

그건 예전이나 지금이나 한가지야.

그렇지만 윤지야.

지금 내 옆에 있는 여자들은 어마한 환경 속에서 자란 천도복숭아 같은 아이야.

내가 달려들어 씹어 먹고 버려도 얼마든지 새롭게 그리고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그런 여자들이야.

넌 그렇지 못하잖아...

난 더 이상 말 않겠어.

분명한건 난 이미 마음을 누구에겐가 줘 버린 껍데기뿐인 남자야.

그 여자의 허락 없인 먼 훗날 누구도 내 옆에 있질 못해...

지금은 가슴속에 품고 만날 날만 기다리는 신세지만 언젠가 난 그 여자를 위해

그 여자가 원하는 삶의 방식으로 살아갈 사람이란 말이야.]

차돌 이는 다시 윤지를 타이른다.

[그럼, 선배 곁에 있는 여자 모두 그걸 알고 있어.

그러고도 선배 곁에 있고 싶어 해........]

윤지는 궁금했다.

과연 차돌이의 여자들도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는지.......그러고도 같이 있으려는 이유가

무엇인지.....

[후후후. 계집애 끈질기기는.......그래 모두 다 알고 있어.

내 한마디면 아마 학교에 발가벗고 나오라 해도 모두 그렇게 할 거야.

난 그런 여자 아니면 곁에 두지도 않아....

어때. 무섭지 난 그런 사람이란 말이야...

요,,,,,, 바보 맹꽁이 같은 보드라운 아가씨야...하하하...]

[..............................]

윤지는 말이 없다.

긴 침묵에 들어간 듯 고개를 숙이고 생각에 잠겨있다.

인간이 어떤 존재이기에......

인간이란 세상의 모든 생물 중에서도 가장 어처구니가 없는 존재가 아닌가,

욕구의 육체화요 그 덩어리에 불과하다.

오직 자기 자신만을 의존하며 살아가고 있으며 자신의 불행과 결핍, 그리고 곤궁의 해결 이외에는 별로 추구하지를 않는다.

그래서 인간이 생활하는 것에는 급하게 이뤄지는 요구에 시달리며 새로이 전개되는 삶의 고통으로 시달린다.

그래서 다른 면에서 인간을 괴롭히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종족의 보존하고 번식을 위한 성욕이 아니던가.

고달픈 삶을 살기위해 불안한 발길을 옮기면서 조심스러운 눈으로 주위를 살피며 바람직하지 못한 무수한 현실과 부딪치고 그와 싸우며 비참하게 살아가는 인간인 것을.......

또한 인생은 무엇인가.

암초와 거센 물결이 굽이치는 바다나 다름없다.

폭풍우와 파도 등 거친 바람을 맞으면서 그걸 피하기 위해 좌우를 두루 살피면서 간신히 몸을 피해나가는 부평초 같은 것이 아니던가.

자기의 재능과 노력으로 그 모든 것을 그럭저럭 피해나간다 하더라도 앞으로 나갈수록 점점 심해지는 풍파에 피할 수도 밀어낼 수도 없는 지경에 다다르며 결국 죽음이라는 난파 속으로 함몰되고 만다.

죽음만이 모든 고통과 비참함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길이다.

죽으면 아무것도 없는 것을.....

그런 이 세상 인간이 고달프고 인생이 비참해지더라도 풍파에 몸을 던지는 것이 우매한 사람이 아니던가,

이건 용기도 아닌 본능이며 내 삶의 자유다.

내가가진 꿈이 하나의 물거품이 되더라도 진실을 감추고 산다면 너무나 서글플 것이다.

자유로워지자. 그리하여 힘든 이 세상 나름대로 보람을 안고가자.

죽음이 오는 그날까지 나 자신에게 당당하고 떳떳해지자.

끝없이 이어지는 온갖 잡념이 그녀의 뇌리 속을 돌아다니며 생각을 부추기고 있다.

윤지는 어지러움을 느낀다.

이때 문소리가 들리며 알렌이 커다란 타 올로 몸을 가리고 욕실에서 나온다.

그리고 아직까지 가지 않고 뭔가 사색에 잠겨있는 윤지가 보고는 얄미운지 싸늘한 눈길을 던져주고는 차돌 이에게 달려들어 두 손으로 목을 감는다.

치렁치렁한 금발이 두 사람의 얼굴을 가리듯이 펼쳐진다.

알렌이 차돌이의 입에 키스를 하려하지만 차돌이가 알렌을 밀쳐내며 눈을 부라린다.

[알렌, 많이 건방졌어. 이 여자는 나의 손님이야.......

그런데 어디서 건방지게 이 여자를 난처하게 만들고 있어.]

알렌은 차돌이가 화를 내자 금 새 눈물이 도는 듯 커다란 눈에 물기를 머금으며 고개를 숙이고 만다.

차돌이가 얄밉다.

자기를 위해서 머나먼 이국땅에 홀로 생활하는데 자기를 안아주지는 못할망정 꾸지람을 하다니.

고향에 두고 온 가족들도 생각난다.

코를 훌쩍이며 눈물을 터뜨리고 만다.

윤지도 더 이상 있기가 민망해서 자리에서 일어나 작별인사를 하곤 방을 나간다.

[바래다 주고와도 그렇게 하고 있으면 두 번 다시 날 볼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할 거야...]

차돌 이는 위로는커녕 도리어 불쾌한 듯 소리치며 나가버린다.

사실 윤지를 바래다줄 시간도 되었고 알렌을 다잡기 위한 수법이었다.

망아지처럼 날뛰는 그녀를 온순하게 만들지 않으면 앞으로 피곤한일이 눈을 보듯 뻔 하기에 꼬투리만 잡으면 호통 치며 그녀를 난처하게 만든다.

이런 마음을 알리도 없는 알렌은 슬픔에 금방 소리 내어 울어버린다.

그러나 울음도 잠시 알렌은 번개같이 화장대 앞으로 달려가 화장을 시작한다.

호텔 로비를 지나 현관 앞에 두 사람이 서 있다.

[윤지야, 차 잡아줄까......

아쉽지만 우리의 인연도 여기까지 뿐인 것 같아.....

제기랄......이럴 줄 알았으면 발가벗겨 날것으로 잡아먹는 건 데.. 히히히.]

차돌이가 농지 꺼리로 이별을 대신한다.

[선배.....지금 날 잡아먹지 그래...

난 선배라면 뭐든 줄 수 있을 것 같은데......]

윤지는 이상하게도 그런 상소리가 밉거나 역겹지가 않았다.

그녀는 앞으로 발을 옮기려다말고 차돌 이를 돌아보더니 뭔가 굳은 결심을 한 듯 힘겹게 말을 뱉는다.

[어라... 계집애 그 사이 농담도 다 하고.......

봐, 나하고 있으면 그렇게 나쁜 사람으로 전염된다고, 흐흐흐...]

차돌 이는 윤지가 농담하는 줄 알고 같이 맞장구를 친다.

순진하고 착한 윤지가 농담하는 줄 착각하고 있다.

[선배, 농담 아냐......

솔직히 고백할게.........지금 내 가슴속엔 선배만이 가득 차 있어.

선배를 다시 못 만난다면 정말 살 희망도 없을 것 같아.

내가 왜 이러는지 나도 모르겠어.

분명한건 내가 선배를 무지하게 사랑한다는 거야, 비록 짝사랑이지만......

그런데 이제 이렇게 선배를 만났는데 벌써 이별이라니. 난 그렇게 할 자신이 없어.]

차돌 이는 멍해진다.

굴러온 복이지만 먹고 차 버리기엔 너무나 순수한 아이다.

그런 순수한 아이가 모든 자존심을 내던지고 사랑을 고백하는 것이 아닌가.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윤지의 얼굴을 보니 진정 하기 힘든 결정을 내리고 그걸 고백한 것이 하나도 허투루 한 것이 아니라 진심임을 읽을 수 있었다.

[난 누구라도 나를 구속할 수 없는 사람이라 했어.

네게는 그런 아픔을 주고 싶지 않아.....

또 한 내 곁에 있고 싶다면 여자로서 견디기 힘든 그런 비싼 댓 가를 치루지 않고는

어림도 없어.

나도 사실 윤지가 좋아. 네게만은 더 이상 나쁜 짓 하고 싶지 않아. 잘 가,

훗날 인연이 있음 또 만나겠지. 만약 그런데도 모른척해........안녕......]

차돌 이는 그 말을 끝으로 몸을 돌려 현관 안으로 들어가 버린다.

윤지는 그렇게 그 자리에서 꼼짝을 하지 못한다.

고개를 숙인 그녀의 눈에 눈물이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지더니 급기야 하염없이 떨어지고 있다.

소리 내어 울지도 못하고 곡은 가슴속에 묻어두고 눈물만 흘리는 그녀의 모습이 너무나 안타까워 보인다.

윤지는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느낌이다.

난생 처음으로 이성에게 마음을 가졌고 그것이 시간이 지나 홀로 안는 사랑이 되어 그 사랑을 고백했건만 돌아온 건 싸늘한 대답이고 허무한 결실이다.

이렇게 내 사랑이 아무것도 아니게 처참하게 짓이겨지고 망가뜨릴 수 있다 말인가.

눈앞이 캄캄해진다.

수많은 사람들이 사랑에 미치면 눈이 먼다고 하던데 지금 나의 꼬락서니가 그 꼴이 된 것 같지 않는가.....

윤지는 허무하고 허전한 마음을 또 다르게 생각해본다.

여기서 내 사랑을 접을 수 없다고 여겨졌다.

사랑은 신뢰로부터 시작한다, 믿고 있는 윤지다.

나의 중심에서 벗어나 사랑하는 사람의 중심에서 행하자.

그 길이 끝없이 멀고 먼 길일지라도 아니면 영원히 돌아올 수 없는 길일지라도 용기 있게 헤쳐보리라 결심한다.

그러면 언젠가 사랑하는 이의 마음에 조그만 잔물결이 일 것이고 그것이 해일처럼 내게 다가올 수도 있지 않겠냐고...

그 사람을 의심하지 말고 그 사람이 무얼 행하던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한다.

맹수를 길들이려면 맹수의 습성을 알고 이해해야 한다고 했다.

사나운 맹수를 온순하게 길들여 같이 어울리는 즐거움이 언젠가 오지 않겠나....그때까지 참고 인내하며 견뎌보자.

그 사람을 믿고 신뢰하며 참아보자

참는 것만큼 기쁨도 크지 않으리......

그렇게 생각하는 윤지가 어느 정도 마음의 안정을 찾은듯하다.

과연 차돌 이가 이런 윤지의 마음을 알기나 하련지........

.

.

차돌이가 객실로 들어가자 알렌이 기다렸다는 듯 벌거벗은 몸으로 달려든다.

그리고 엄청나게 굴곡이 진 매력적인 몸매로 안기면서 차돌이의 귀로 뜨거운 숨을 몰아쉰다.

[아........다 알 링.......]

차돌 이는 순간 당황하였지만 알렌의 적극적이고 활달한 성품을 아는지라 덮쳐오는 몸을 켜 안으며 조용히 속삭인다.

[이봐. 알렌.....나도 좀 씻어야하지 않겠나...]

[싫어. 싫어....나 지금 급해. 어서 안아 줘. 빨리......]

차돌이도 마다할 이유가 없다.

냉큼 알렌을 안아들며 침대로 가 알렌의 몸을 침대위에 내동댕이친다.

침대가 울렁거리고 풍만한 알렌의 몸이 스프링의 반동 작용으로 인해 상하로 들썩인다.

차돌 이는 급히 옷을 벗어 제킨다.

순식간에 차돌이도 벌거숭이가 된다.

침대에 누워 차돌이의 행동을 지켜보던 알렌은 한없이 성이 난 차돌이의 자지를 보며 연신 감탄을 금치 못한다.

[오우..멋져. 정말 멋져..오.. 내 사랑......

빨리 와요. 그리고 나를 짓밟아주세요. 오..내 사랑.......]

차돌이가 알렌의 위로 덮치자마자 앵두 같은 젖꼭지를 혀로 애무하며 풍만한 젖가슴을 이지러져라 주물러댄다.

알렌의 호흡도 거칠어지고 비음이 연신 입에서 새어나온다.

그로부터 2시간을 오로지 알렌의 육체를 탐미하며 침대보에 오줌이 흥건하도록 적시게 만든 뒤에야 차돌 이는 일어선다.

그리고 말없이 알렌을 쳐다보며 싱긋이 웃어준다.

알렌의 땀에 절고 헝클어진 머리가 조금 전의 상황을 대변해주듯 엉망이 되어있었다.

사지를 벌리고 누워 축 늘어져있지만 자기를 바라보는 눈빛은 오로지 사랑과 감동밖에 없어 보인다.

알렌도 차돌 이를 보며 한없는 사랑이 담긴 웃음을 보여준다.

알렌은 그러지 않을 수 없었다.

얼마나 많은 절정을 맛보았는가.......

언제 이런 기분을 느낌을 가져본 적이 있었던가....

오직 차돌이 에게 서만 얻는 섹스의 커다란 기쁨에 알렌은 오줌뿐 아니라 눈물까지 흘려대며 감격에 찬 목소리로 차돌 이에게 매달렸다.

이런 남자를 어디에서 만날 수 있으랴.

이렇게 2시간을 쉬지 않고 나를 즐겁게 해주고도 지금 표정은 아직도 기운이 철철 넘쳐나는 것 같지 않는가..

자기가 이 남자를 알게 된 것이 커다란 행운으로 느껴진다.

비록 온몸의 기운을 상실하여 움직이기도 귀찮았지만 차돌 이를 바라보며 한없는 사랑을 전하는 눈빛만은 잊지 않고 보내고 있었다.

차돌 이는 알렌을 그대로 두고 욕실로 들어간다.

그리고 간단히 샤워를 끝내고 나와 옷을 주섬주섬 주워 입는다.

그런 차돌 이를 보며 알렌은 슬픈 미소를 떠올린다.

잡고 싶은데 잡을 궁리도 없고 잡는다고 있을 사람도 아님을 알고 있다.

영원히 저 사람을 내 옆에 두고 살고 싶지만 그것도 안 된다는 걸 안다.

오직 내가 저사람 곁에 있을 수 있기를 바랄 수밖에 없다.

알렌은 그 상황이 미웠다.

아무것도 부족한 것이 없이 진정 잘해줄 수가 있는데...저 사람의 마음은 나에게 조금도 기울어지지 않는다.

무엇이 저 사람을 저렇게 만들고 있는지 애 뜻한 마음도 인다.

그러나 현실은 내편이 아니고 저 사람편이다.

그나마 나를 반겨주고 안아준다는 것만도 감사할 뿐이다.

어디 가서 이런 느낌 쾌락을 볼 수 있는가......

저 사람의 어디에서 지칠 줄 모르는 정력이 솟아나와 나를 이 지경으로 만든단 말인가...

차돌이의 모든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나, 가야겠어...]

차돌이의 한마디가 알렌의 상념을 깬다.

알렌이 일어나려 애쓴다.

그러나 차돌 이는 그런 그녀를 만류한다.

[일어나지마.........그리고 한동안 우리 보지 못하겠지.

나 없다고 바람 피 지마.. 그러면 정말 다시는 안 볼 테니.........]

[정말, 보고 싶어 어째......

이제 당신만이 나의 주인이야......

당신 말고는 누구도 날 가질 수 없어. 맹세할게........

흑,,,,흑.... 당신이 정말 그리울 거야..흑흑.........]

알렌의 눈에 눈물이 맺힌다.

그렇다.

지금 헤어지면 근 1년이라는 세월을 헤어져있어야 한다.

알렌은 정인과 또다시 헤어지는 슬픔에 눈물을 떨어뜨리며 나지막하게 소리 내어 운다.

[이런 바보......내가 갔다 오면 꼭 너를 찾는다는 걸 약속할게.....

그러니 울지 말고.........잘 있어......]

차돌이도 울고 있는 알렌이 안타까운지 더 이상 있지 못하고 급하게 방문 쪽으로 발길을 뗀다.

[잠깐...]

알렌이 어디서 기운이 솟았는지 벌떡 일어나 서랍 속에 조그만 케이스를 들고 와 차돌 이에게 전해주며 키스를 해 댄다.

차돌 이는 알렌의 키스를 받아준다.

잠깐 동안의 키스를 끝내고 차돌 이는 그녀가 준 케이스를 보며 궁금해 한다.

[졸업 선물이야.. 집에 가서 봐.......

다르게 졸업선물 준비하려했지만 시간이 없어서............

당신이 갔다 오면 더욱 멋진 선물을 준비해 놓을게............]

차돌 이는 그녀를 바라본다.

그리고 무엇인가 말을 하려하다가 그만두고 빙그레 웃어준다.

그리고 방문을 열고 천천히 나와 버린다.

조그맣게 들리던 울음소리가 점점 크게 들린다.

차돌 이는 그녀의 마음을 알 것 같지만 더 이상 어떻게 해줄 것도 없었다.

이별은 빠를수록 좋은 법 발길을 빨리하여 빨리 그 장소를 벗어나려 할 뿐이다.

.

.

차돌이가 호텔을 나와 택시를 잡기위해 택시정류장에 섰다.

그런데 갑자기 향기로운 냄새가 나는가하더니 가느다란 팔이 다가와 자기의 팔짱을 끼지 않는가.....

깜짝 놀라 옆을 쳐다 본 차돌 이는 또 한 번 놀란다.

윤지가 눈이 벌겋게 부운채로 고개도 들지 못하고 자기를 잡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아니. 아직 집에 가지 않았어.

여태 이 추운 곳에서 날 기다리고 있었단 말인가.......]

윤지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인다.

[난 집에 가야해.....

집에서 누가 기다리는 줄 윤지도 봤으니 알 것 아냐.......

지금 시간이 늦어 윤지랑 이야기할 시간이 없어.

그러니 내가 택시 잡아 줄 테니 집으로 가........]

차돌 이는 윤지가 애처로웠다.

지금 그녀의 행동이 무얼 뜻하는 것이며 그것이 얼마나 그녀를 아프게 하는 일인지 알고 있었기에 조용히 돌려보내려는 것이다.

[싫어요, 집에 가지 않을래요.

당신을 잊어버릴 수가 없는데 내가 어찌 갈수 있어요.

당신을 볼 수 없다면 차라리 여기서 죽어버릴래요.]

윤지가 대담하게 속에 있는 말을 숨기지 않고 털어낸다.

사랑에 빠진 여자가 상대에게 전적으로 얽매여 그를 위해서라면 어떤 희생도 무릅쓴다고 했다.

윤지는 사랑에 목말랐고 그를 그리워만 할 수가 없었다.

나를 위해서 결국 그의 마음속에 자리를 해야 한다.

얼마나 무모하고 허무한 도전이 되더라도 물러 설 수가 없었다.

기회는 지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뿐이었다.

지금은 비참할지 몰라도 언제고 이이의 마음속에 나라는 존재가 영구불멸 한 것으로 자리할 수 있지 않는가.

그때까지 피눈물도 마다하지 않을 자신도 생긴다.

설령 모든 것을 잃고 빈껍데기만 남은 허망한 삶이 닥치더라도 지금 이 순간의 기회를 다음으로 미루고 싶지 않았고 그래서 용감하게 무모한 도전을 하는 것이다.

차돌 이는 어이가 없었다.

그토록 알아듣게 설명해 주었는데 막무가내가 아닌가....

용의 아가리에 들어가 통째로 고기를 상납하려는 하루살이의 행동을 스스로 자처하고 있지 않는가....

사람이란 본래 사랑을 위해서라는 허울을 쓰고 모든 것을 팽개치기도 한다.

그러나 지금 윤지가 갖고 있는 정열은 한계를 넘어선 것이다.

마치 자기의 욕심을 이루어지기전에는 한걸음도 물러나지 않겠다는 경고이기도 했다.

이것이 자기 일생을 송두리째 망치는 것 일수도 있는데 바보 같은 그녀가 한심스럽기도 했다.

[너도 정말 바보다.

내 곁에 있으면 몸 버리고 그리고 울 일 말고는 없어.

젊은 청춘을 아름다운 사랑도 해보지 못하고 청승떨 일 말고는 없을 텐데....

네가 원하면 이제 나로서도 더 이상 말릴 재간도 없어.

그러나 지금은 내가 집에 들어가야 한다는 거야.

설마 대담하게 내 집까지 와서 다른 여자 앞에서 수치를 당하고 싶은 것은 아니겠지...

그럴 용기도 아직은 없겠지만........]

차돌 이는 더 이상 그녀의 생각을 바꾸려 들지 않는다.

다만 오늘은 시간을 가질 수 없음을 분명히 밝히고 다시 한 번 집에 갈 것을 권유한다.

[그럴 수 있어요.

당신이라면 내 모든 것을 주어도 아깝지 않을 거 에요.

언니들이 한다면 나도 할 수 있단 말이에요.]

윤지는 대담하게 차돌 이를 쳐다보며 앙칼지게 그리고 분명하게 자기의 뜻을 밝힌다.

차돌 이는 잠시 동안 윤지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기더니 살며시 자기 쪽으로 끌어당긴다.

조그마한 몸이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차돌 이는 미소를 짓는다.

좋아서 짓는 미소 같기도 하지만 어쩌면 자기의 그물에 걸려든 고기를 보며 애처로운 미소 같기도 하다.

택시가 와서 멎는다.

[자. 가자. 네가 좋아하는 사람의 진면목을 보여줄 테니........

아마 넌 오늘 결심을 뼈저리게 후회할거다.]

차돌이가 먼저 택시에 탄다.

윤지는 잠시 망설인다.

[안타면 난 간다........]

차돌이가 문을 닫으려는 시늉을 하자 윤지가 급하게 택시에 올라탄다.

택시 안이 푸근한 데에도 윤지의 몸은 계속 떨고 있다.

떨고 있는 그녀의 가느다란 손을 잡으니 얼음덩어리처럼 차갑다.

[병신.......이렇게 추운데 기다리고 있다니..........]

차돌 이는 윤지를 당겨 안아준다.

윤지도 차돌이의 몸에 쓰러지듯 안긴다.

그리고 모든 것을 포기한 듯 눈을 감아버린다.

얼어 차갑게 변해버린 볼 살이 부들부들 떨면서 차돌이의 품속을 병아리가 어미닭의 품속을 찾아들 듯 자꾸자꾸 파고든다.

윤지는 차돌이의 품이 그렇게 따스할 수가 없었다.

마치 아늑한 솜이불에 싸인 느낌이었다.

윤지는 스르르 눈꺼풀이 내려앉는 것을 느끼며 천천히 잠속으로 빠져든다.

차돌 이는 그런 윤지를 처음부터 품에 안고 지켜보고 있었다.

이 아이가 나에게 연정을 품고 있다니.....또 하나의 여성이 불행으로 치달리고 있으니 뭐가 뭔지도 모를 막막함에 못 박힌 듯 윤지를 지켜보고 있다.

윤지야...

너의 사랑이 널 불행하게 만들 텐데 왜 떠나지 않고 그 길을 걸으려고 하니....

너 뿐만 아니라 나로 인해 곤경에 빠진 여인이 한둘이 아닌데 이제 너도 그 길을 스스로 찾아드는 불나방인가...

난 아무것도 네게 해줄 것이 없다.

고작해야 너를 안고 싶어 하고 나의 취향에 맞게 변태놀음에 쓰일 하나의 도구로 여기고 괴롭히고 아픔만 줄 수 있는데......너의 목을 조이는 그런 고통도 나는 방관만 하고 있을 뿐인데도 악마의 소굴로 스스로 걸어오다니.......이젠 나도 어쩔 수 없다.

지금의 너로 그냥 놓아둘 수도 없다.

나의 마음은 이미 널 소유하고 짓밟으라는 악마의 교시가 끊임없이 메아리치며 들려오고 있고 난 너를 산산이 부셔놓고 싶은 열망만이 가득하다......

난 널 부셔줄 것이고 너의 눈엔 하루도 빠짐없이 눈물만이 가득하리라.

너의 그 눈물도 내 앞에서는 마음대로 흘리지도 못하는 그런 냉가슴을 앓을 것이다.

차돌 이는 더 이상 윤지를 지켜보지 못한다.

욕망과 안타까움이 교차해 가슴이 갑갑하여 그도 윤지처럼 눈을 감아버린 것이다.

.

집에 도착하자 식구들 모두가 반긴다.

떨고 있는 윤지를 현영 이더러 안방 침대에 눕히게 하고는 거실 쇼 파에 앉는다.

거실과 방은 한여름을 방불케 하듯 후끈후끈 달아올라 덥기까지 한다.

차돌 이는 술을 가져오게 하고는 집의 식구들과 늦은 만찬을 갖는다.

[형수도 한잔해...]

차돌이가 곰의 처를 앉게 하고는 술잔을 권한다.

곰의 처는 연신 곰을 쳐다보며 사양한다.

[삼촌, 전 술 못해요..]

보다 못한 곰이 나선다.

[당신 오늘은 한잔 받아야 하는 것 아냐.......

우리대장 졸업 날이고 또 모래면 다시 이별인데........]

그제 서야 마지못해 곰의 처가 잔을 받더니 차돌이가 부어주는 술을 받는다.

[자, 다시 이렇게 모여 한잔하려면 오랜 시간이 흘러야 됩니다.

그때까지 모두 건강하길 바라며 건배합시다.]

차돌이가 술잔을 올린다.

그러자 모두는 술잔을 높이 올려 건배를 외친다.

[건배.................건배...]

술잔에 든 술을 모두 마신 차돌 이는 현영 이를 보며 미안한 듯 웃어준다.

[윤지를 데려와서 미안해.......

그렇지만 막무가내로 저러는데 어쩌겠어, 추운데 벌벌 떨고 기다리고 있더라고.......

할 수 없잖아, 데리고 올 수밖에.......]

[치이......얼마나 기다리고 있었는데....윤지를 데려오다니....

나보고 어찌하라고.....미워죽겠어, 정말...........]

현영 이는 셀 쭉 해진다.

오늘 둘만의 시간에 마음껏 섹스의 향락을 즐겨보려 했는데 윤지라는 방패가 방해를 놓고 있으니 어찌 기분이 좋을 수 있으랴....

[하하하...................]

[하하하........아가씨...우리 대장 바람둥이인줄 아시잖아요.

어쩌겠어요, 두 사람이 같이 우리 대장을 모셔야지...........

그건 그렇다하지만 팔 없는 저 동생은 어찌할 고.......

나야 저사람 붙들고 용쓰면 된다지만.

저 아우는 혼자서 고달픈 밤을 보내야겠군. 하하하........]

곰과 외팔이가 호탕하게 웃으면서 현영 이를 놀려댄다.

마치 오늘 저녁일이 눈앞에 원하게 보인다는 말이다.

[어마. 아저씨. 난 몰라........]

현영 이는 그 말을 듣고는 부끄러운지 고개를 숙이고 만다.

[여보, 어떻게 그런 말을............]

곰의 처도 듣기 민망한지 눈을 흘기며 곰을 쳐다본다.

그러나 그녀 역시도 웃음을 짓고 있다.

[하하하...괜찮습니다, 사실이 그런걸요....

형수는 어제도 보았잖아요, 이놈이 얼마나 나쁘고 변태인가를......

그래도 식구들이 날 이해해주는 것 같아 안심이 됩니다.]

차돌 이는 솔직히 자신의 작태를 시인 한다.

그리고 이왕 모두 알았으니 모른 척 이해하라는 암시다.

[무슨 말씀을....

우린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네....

사나이의 성욕이 어디가 끝이란 말인가....

솔직히 나 역시 그런 적이 여러 번 있었고 죄의식은 가졌지만 한 번도 사양해본적은

없었네......

우린 대장이 그런 데에는 말 못할 사연이 있으리라 보네......

그리고 우린 대장이 하는 일에 조금도 꼬투리를 달거나 불만이 없네.

아니.. 역시 우리대장이란 생각이 들어 흐뭇하기만 해..하하하......]

곰이 솔직하게 지난날의 자기행동과 차돌이의 행위에 불만이 없다는 걸 밝혀준다.

오히려 지금 차돌이가 하는 것이 너무나 사나이답다고 느껴지기도 했다.

지금 이런 일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 않는가.

절륜한 정력이 아니면 도무지 엄두도 못 낼 일을 차돌 이는 아무렇지도 않게 행하니 그의 정력에 감탄했고 그러고서도 여자를 후려잡아 꼼짝 못하게 손아귀에 쥐고 흔들고 있으니 부럽기도 했다.

[형 고마워........

그나저나 외팔이형이 외로워서는 안 되는데.......

하여간 외팔이형은 다음 귀국 때까지 여자를 집에 데려오지 못하면 내 집에 있을 수

없다는 걸 명심해, 알았지. 히히히........

그렇지 않아 형, 우리만 즐긴다는 것이 말이나 돼.......

내 집에 그런 사람이 잇다는 걸 이제야 알다니.......

내가 그런 것 엔 통 미련하단 말이야...

형, 내말 꼭 지켜야해..]

차돌 이는 외팔이를 쳐다본다.

농담 같은 소리로 들릴지 몰라도 농담으로 하는 말이 아니었다.

어디 차돌이가 농담이나 하는 사람이었던가.......

[어디 나 같은 놈에게 올 여자가 있겠어요,

허지만 노력해 보겠소이다........]

외팔이도 민망한지 고개를 약간 숙이고는 그 뒷머리에 손을 가져가더니 간질이고 만다.

[아니, 꼭 데려다놓아야 해.......

안 그러면 정말 형을 다시는 안볼 테니.........]

차돌 이는 다시 한 번 다짐을 준다.

..................................

정겨운 술자리가 아닐 수 없었다.

이때껏 이렇게 속마음을 보이며 이야기한적이 한번이라도 있었던가.

차돌 이는 자기 옆에 든든한 형이 둘이나 있다는 게 너무나 좋았다.

술이 모두 없어지고서야 모두는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넓은 거실에 차돌 이와 현영 이와 그리고 방에 윤지가 있을 뿐이다.

차돌 이는 현영 이에게 다가와 살포시 안아든다.

그리고 귀에다가 나지막이 속삭인다.

[저앤 처녀야....

지금 무지하게 부끄러울 텐데 네가 용기를 심어줘야겠어.

너라면 날 위해서 충분히 그래줄 수 있으리라 믿어.]

[치이..둘이만 있을 줄 알았는데....

하지만 어쩌겠어, 오빠의 일인데. 도울 수밖에.....그렇지만 오빠 미워..........]

현영 이는 입이 한발이나 나오고 만다.

차돌이가 무얼 원하는지 알았고 이젠 둘만의 오붓한 시간은 물 건너 간 것이었으니....

그러나 어쩌겠는가,

사랑하는 사람이 하는 말이니 또 그이 곁에 있자니 그를 거역할 수도 없고.....마지못해 들어준다는 안타까운 표정이 그대로 보인다.

[하하하......]

차돌이도 민망한지 웃음으로 얼버무린다.

그리고 현영이의 토라진 모습을 보고 대소를 터뜨린다.

침대위에 세 사람이 누워있다.

어제와 같은 상황이었지만 분위기는 냉랭하기 짝이 없다.

아무도 말을 하는 이도 없고 이상한 행동을 취하는 이도 없다.

차돌이도 어색하기는 매한가지다.

현영이가 미지와 같이 있다면 자기가 원하고 취하고 싶은 데로 행했거나 명했을 것인데 아무것도 모르는 윤지가 있는 통에 섣불리 말을 꺼내기가 어색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바지 속 자지는 이미 치솟을 때로 솟아올라 용을 쓰고 마음은 어제와 같은 야릇한 흥분에 터질 것 같은데 아무른 행동도 취하지 못하자 미쳐버릴 것 갼年�.

차돌 이는 모종의 결단을 내렸다.

차돌이가 슬그머니 일어나 방문 앞으로 걸어가다가 아직 침대위에 누워 눈을 말똥거리며 쑥스러워 하고 있는 두 여자에게 말을 건넨다.

[나 연구실에 한번 둘러보고 와야겠어.

그러나 돌아와서도 이런 분위기면 바로 나가버릴 테니 그리 알아....

내 여자도 내가 마음대로 못한다면 내가 자격이 없거나 당신들이 자격이 없거나 둘 중

하나일 테니...

난 지금 마음이 편치 않아 엄청 기분이 나쁘단 말이야....]

차돌이가 신경질을 내며 나가버린다.

그러나 밖으로 나온 차돌 이는 방문을 보며 회심의 미소를 비쳐 보이더니 지하실로 향한다.

아마 이 후의 일이 짐작한다는 의미심장한 미소였다.

............................................

둘만 남은 방안은 잠시 동안 적막이 흐르더니 현영이 입을 연다.

몸을 돌려 윤지를 쳐다보며 윤지도 자기를 보게 하고는 조용하게 묻는 것이다.

[윤지야......오빠를 사랑해.......]

윤지가 고개를 끄덕인다.

현영은 윤지의 그 모습을 보고 쓸쓸한 미소를 띠운다.

[너도 바보가 되어버렸군,

허긴 오빠를 알면 바보천치가 되고 마니......너도 우리도 모두 그래......

이젠 어떠했으면 좋겠니....

오빠는 화가 나서 나가버렸고. 너와 난 부끄럽고 쑥스럽고...........아무도 짐작 못한

예기치 못한 현실에 당황하고 있으니....

그이를 원한다면 우린 이대로 있어서는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나는 진정 민망해

어찌할 바를 모르겠어.

무언가 그이를 위해서 행동을 취해야 하건만 아무른 행동도 취하지 못하니........

솔직히 말해 지금쯤 윤지 네가 없었으면 난 벌써 오빠에게 매달려 한참 섹스에

몰두하고 있었을 거야..

나도 섹스를 좋아하지는 않아...

그러나 오빠를 즐겁게 해 주는 일이 지금은 섹스밖에 없으니 어쩌겠어.

난 그렇게 해서라도 오빠가 날 잊어버리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야.

네가 있어서 곤란한 상황이 연출되었지만 어차피 난 네가 옆에 있어도 오빠가 원하면

가랑이 벌리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어.

그런데 지금은 네가 있어 그렇게 할 수가 없게 되었어.

넌 내가 어떻게 했으면 해..........

분명 오빠는 너를 그냥 두지를 않을 거야.

조금 전에 그 뜻을 비치고 갔으니........

이젠 우리가 결단을 내릴 차례야.

이대로 네가 여기 있는 다면 넌 조금 뒤에 닥칠 고통과 수난, 아니 이성이 보는 것을 알면서도 남자에게 안기는 추한 모습을 보이는 그런 상황이 될 거야.

그래서 하는 말인데 그게 싫다면 지금이라도 집으로 갔으면 해.

난 진심으로 그러길 바래..........

이미 난 그이의 늪에 빠져버려 헤어날 수가 없어 도리가 없지만 넌 지금이라도 마음을 고쳐먹는다면 편안하고 단란한 그런 생활을 누릴 수 있을 거야.

내말 이해하겠지.......시간이 없어.

저이는 성질이 급해, 저이가 정말 성질부리면 진짜 우리를 안 볼지도 몰라.

난 그게 무서워.

저이를 잃고 살아갈 수가 없으니............

그리고 또 하나 지금 내 몸은 폭발할 지경이야.

저이의 품에 안기고 싶어서 말이야,

그런데 네가 있어...지금 내 몸은 오빠를 내속에 두지 못해서 발광하고 있는데 억지로 참고 있는 거야.

윤지야.

네가 나라면 어찌하겠니.......]

현영인 솔직한 심정을 숨김없이 윤지에게 말해주고 윤지의 심정을 묻는다.

이렇게 서로의 눈치만 보고 있으면 죽도 밥도 안 된다는 걸 알고 있다.

차돌이의 성격이라면. 뒤는 생각하기도 싫었다.

뭐가 어떻게 되었건 빨리 결정을 내리고 준비할 수밖에 없다.

다만 현영인 윤지가 오늘 일을 두려워하고 부끄러워 빨리 도망쳐주길 간절히 바라면서 딱 잘라 말을 못하고 윤지를 설득하려 한 것이다.

윤지도 마냥 입을 다물고 있을 수는 없었다.

[언니....

난, 모르겠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러나 나는 갈수가 없어.....모르겠어,...언니...언니가 절 좀 도와줘.........]

자기보다 예쁘고 모든 것이 월등한 현영이가 솔직하게 말해오는데 동생뻘인 자기가 계속 침묵으로 일관할 수는 없었다.

침묵으로 사태를 수습할 수가 없었다.

현영인 절실해보였고 자기도 지금 와서 물러나기도 싫었다.

그가 얼마만큼 내 가슴에 깊이 자리한 사람인데.....

저녁 황혼녘의 석양빛을 받아 언제나 붉게 내 마음을 물들이며 가슴 출렁이게 한 사람인데.....

그의 무심한 눈길 하나, 표정하나도 나로 하여금 기쁨과 환희로 들뜨게 만들지 않았는가,

나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나의 모든 것은 그와 함께이길 원했고 그의 조그만 하나에도 온통 나를 지배하지 않았는가,

나는 누구보다 그와 가까이하고 싶었고 영원히 그의 그림자도 되고 싶었는데 이렇게 물러나라니. 안될 일이다.

오늘 죽는다 해도 가슴속에 품었던 내 마음을 보이고 싶었다.

물론 처음 남자에게 안기는 자리에 타인이 있다는 것이 여간 불편하지는 않았지만 그 사람도 그이의 여자이고 언젠가는 서로 사이좋게 지내야 할 사이라면 수치정도는 감수해야 된다는 결심도 섰다.

이젠 현영이의 아량과 호의를 기대할 수밖에 없다.

차돌 이는 어쩌면 내가 가길 바라고 한 소리일지는 몰라도 내가 여기서 물러날 수 없다는 것도 보여주고 싶었다.

그만큼 당신을 사랑하고 있는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

그래서 현영 이에게 도움을 청하며 부끄러운 듯 그녀의 품속에 머리를 기댄다.

윤지는 현영의 솔직한 말에 대답할 말을 찾지 못한다.

[어머..너는 정말 바보다. 그래 어쩌니, 그이를 사랑하는 우리 모두 바보이니...

그건 그렇고 넌 처음이니..남자와 자는 게..........]

현영인 윤지를 책망한다.

그리고 그녀의 머릿결을 매만지다 궁금한 듯 윤지의 얼굴을 세우고 물어본다.

윤지는 얼굴을 붉히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그녀의 품속에 안긴다.

[허긴 이해가 돼......

그러나 어쩌겠어.

이젠 우리가 사이좋게 지낼 수밖에 없잖아...

윤지야, 용기를 가지자 너도 나도.......

부끄럽고 추하게 보일지 몰라도 우리가 이뤄내야 할 사랑이 아니야....

그때가 언제일지 몰라도 그때까지 참으며 오빠를 즐겁게 하는데 최선을 다하자..

넌 지금 나의 이런 행동이 이해하기가 어렵겠지만..

분명히 너도 내 마음처럼 될 날이 머지않아...

분명한건 난 오빠를 위해서라면....

오빠가 원한다면 벌거벗고 종로네거리도 활보 할 수 있어.

그렇게 해서 오빠가 날 받아주기만 한다면...그보다 더한 짓도 마다 않을 거야...

윤지야.......

우리 서로 다른 몸을 하고 있지만 오빠에게 하나 된 몸과 마음을 보여주자.

그럴 수 있겠어.]

현영인 윤지를 설득한다.

이왕 이렇게 될 것이라면 서로를 믿고 허물없이 지내자는 말이다.

그것이 얄궂은 사랑 때문에 일어난 일이지만 이 순간 후회 없는 일이라 생각한다면 용기 있고 용감하게 대처하자며 설득한다.

그리고 자기는 그런 행위가 그를 위한 것이라면 하나도 추하거나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용감하게 행동할 수 있다는 결심도 보여주며 마음을 단단히 하자고 당부한다.

같은 여자로써 질투가나고 어려운 일이지만 우리가 먼저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주자고

윤지를 다그치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보이고 있다.

[언니, 사실 지금 무척 두렵고 떨려....

언니 말처럼 할 테니 언니가 나 좀 보살피고 도와줘. 언니.......]

[바보, 쯧쯧쯧....어쩌다 너도........알았어, 용기를 내자,]

현영인 예쁜 입을 윤지의 입에 살며시 붙였다 뗀다.

그리고 살포시 미소를 지어주며 윤지의 목을 덮고 있는 셔 쓰의 아래 끝자락을 잡고 위로 올린다.

윤지도 이젠 모든 것을 운명에 맡긴 듯 상체를 움직여 현영이가 자기 옷을 벗기는데 도움을 준다.

브래지어가 나타나고 그것마저 현영의 손에 의해 떨어져 나간다.

[어머머..정말 예쁜 가슴이네........

풍만하고.......오빠가 너무 좋아하겠다. 부럽다 얘.....]

현영이 윤지의 젖가슴을 칭찬한다.

조금도 늘어지지 않고 팽팽한 탄력을 유지하면서 하늘을 향해 보란 듯이 솟아있는 윤지의 가슴이 고봉을 연상시키고 있었다.

윤지는 여자인 현영이가 자기의 젖가슴을 칭찬하자 부끄러움도 들었지만 기분도 좋았다.

[아이..언니. 그러지 마. 부끄러워.......]

윤지는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같은 여자에게 속살을 보여주는 것만 해도 얼굴이 달아 심하게 떨고 있는데 가슴까지 어루만지며 칭찬하지 않는가. 부끄러워 당장 현영이의 손을 뿌리치고 싶었지만 억지로 참으며 견디고 있다

현영인 손가락으로 윤지의 젖꼭지를 희롱하며 장난을 치고 있다가 천천히 손을 바지로 내려간다.

그리고 바지 단추를 풀고 쟈 크를 풀더니 상체를 일으켜 바지를 다리 아래로 내린다.

바지가 벗겨지고 예쁜 꽃무늬가 그려진 하얀 팬티가 최후를 가리고 있다.

[호호. 우리 윤지 젖가슴처럼 여기도 예쁠 거야....

어디 한번 볼까.........]

현영이 팬티에 손이오자 윤지는 손을 들어 얼굴을 가린다.

듣기에 음담패설이 아닌가.

언제 이 같은 소리를 들어보기라도 했나.

그런데 현영인 자기의 부끄러운 곳을 이미 보기라도 한 것처럼 농담 삼아 이야기하며 또 손으로 부드럽게 만지는 감촉이 야릇하고 이상해 진저리까지 치대고 있다.

[어머. 언니 제발......부끄러워.........]

[호호호..계집애.

조금 있으면 지금보다 천배는 더한 부끄러운 짓도 내 앞에서 할 건데...........

벌써 이러면 어째.. 호호호.............]

현영인 부끄러워하는 윤지에게 핀잔을 주며 웃는다.

지금 이러한 행위는 아무것도 아닌 것인데 너무 부끄러워한다고 놀리는 것이다.

아마 현영인 이런 패설로 윤지를 안심시키고 또한 그런 분위기에 빨리 적응하기를 바랐는지도 모른다.

현영인 번개같이 윤지의 팬티를 내려 벗겨버린다.

[오....과연.............정말 부럽다.

윤지는 오빠가 좋아하는 것 모두 갖추고 있네..........

너무 부드럽다...그리고 이 엄청난 털........정말 네가 부럽다..오.........어쩜....]

현영인 깜작 놀랐다.

윤지의 몸은 차돌이가 원하는 그러한 몸을 지니고 있는 것 같았다.

차돌 이는 섹스 시엔 자기의 취향을 솔직히 밝히고 그런 걸 원하고 한번 마음을 먹으면 상대방을 고려하지 않고 욕심을 채우는 변태적인 기질이 많은 사람이 아닌가.

여자의 어떤 모습을 좋아하는지 알고 있는 현영이다.

현영인 지금 자기눈앞에 펼쳐진 윤지의 다리사이가 너무나 부러워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진정으로 윤지의 몸을 부러워하고 있다.

아랫도리만큼은 차돌이가 좋아하는 것을 모두 갖추고 있는 듯 했다.

현영인 윤지의 부채꼴 보지 털을 한동안 어루만지며 그 부드러움에 감탄하고 있었다.

윤지는 얼굴이 홍시가 되다시피 하여 손으로 여전히 얼굴을 가리고 숨을 멈추고는 안 절 부절 못하고 있었다.

이미 현영 이와 하나같이 되기로 하였으니 말릴 재간도 없었지만 보지에 털이 나고 지금까지 자기 외에는 남의 손이 닿지 않은 은밀한 곳에 같은 여자의 손이지만 닿아 보지 털을 어루만지고 있다.

그것만이 아니었다. 이따금 갈라진 연한속살에 현영이의 손길이 닿자 부끄러워 미칠 것 같았다.

보는 것도 만지는 것도 부끄러워 미칠 지경인데 현영이가 자기의 그곳을 칭찬하며 부러워하는 것이 아닌가.

도무지 고개를 들 수도 없었고 눈을 떠서 현영일 쳐다볼 엄두조차 없었다.

허나 속 깊은 곳에서 내 몸이 차돌이가 좋아하는 몸이란 게 한편으로는 안도되고 자랑스럽기까지 했으니; 묘한 두마음이 엇갈리며 윤지를 더욱 당황하게 만든다.

그러면서도 간지럽고 징그러운 느낌을 보지에 가득 느끼면서도 저항하지 못하고 오직 다리에 힘을 주어 오므리기에 바빴다.

그러나 힘을 준다고 털 밭이 감춰질 수 있겠는가.

백일하에 드러난 보지 털 밭이 현여의 손에 의해 마구 이리저리 흐 트러 지고 나부끼며 현영 이에게 농락당하고 있다.

곧이어 윤지의 귀에 뜨거운 김이 들이닥치더니 조그만 소리가 들린다.

보지의 털 밭은 여전히 현영의 손에 농락당하고 있으면서..............

[윤지야, 이젠 네가 내 옷을 벗겨주지 않겠어.]

그제 서야 홍시가 된 얼굴을 현영 이에게 보이며 마지못해 그런다는 시늉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어쩌면 윤지도 복수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자기를 발가벗긴 현영일 자기 손으로 발가벗기고 싶은 그런 마음이 들었을 것이다.

윤지가 현영이의 옷을 벗기려고 상체를 일으키자. 현영이 먼저 침대위에 일어난다.

윤지는 그런 현영일 쳐다보다가 현영이 원하는 바를 알고 자기도 일어서서 현영이의 상의 끝을 잡고 옷을 당긴다.

그리고 상의를 벗기자 브래지어도 하지 않은 맨몸이 드러난다.

자기보다 못할 것이 없는 아름다운 젖가슴이 나타난다.

하얀 피부에 커다란 젖가슴 눈이 부시도록 아름답다.

윤지는 저절로 감탄사가 나온다.

[우와....언니. 너무 멋지다..

언니가 학교 퀸이라 어딘가 틀리겠지 했지만 이정도일 줄은 몰랐어.

정말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워......]

[호호호......그래 고마워 빈말이라도.....

그런데 오빠는 아름다움도 모르는 말미잘이야......

오빠의 가슴엔 누군지는 몰라도 한 여자만 자리하고 있으니......]

현영이 갑자기 슬픈 어조로 끝을 맺는다.

윤지도 들은바가 있기 때문에 대충 현영의 마음을 알 것 같았다.

그런 현영의 마음을 어루만져준다.

[언젠가 우리에게도 마음을 주지 않겠어요.

난 그때가 언제인지는 몰라도 마냥 기다릴 거 에요......]

윤지는 차돌이의 마음이 자기들에게도 올 것이라 믿으며 확신에 찬 어조로 말한다.

[호호호..너도 이젠 정말 바보가 다 되어 버렸구나.........

그래, 우리 그러자.......언젠가는 우리에게도 진실한 마음을 주리라 믿어.

오빤 여자와 섹스 할 때는 변태지만 마음은 무척 따스한 사람이니...........]

현영이가 윤지의 말에 동의하며 전의를 다진다.

윤지는 다시 손을 바지로 가져간다.

그때 방문이 열리며 차돌이가 들어온다.

그리고 별난 광경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이내 얼굴이 활짝 펴지며 미소로 가득 찬다.

갑자기 들어온 차돌 이에게 놀랐을까....

두 여자는 그 자리에 움 추리며 앉아서는 어쩔 줄을 모른다.

차돌이의 등장이 두 여자에게 순간적인 부끄러움을 안게 한 모양이다.

차돌 이를 위해 용기 있게 한 행동이고 나중에 이보다 더한 상황을 맞게 되리란 것도 알지만 갑자기 등장한 차돌 이를 보자 쑥스러움과 부끄러움이 아직 어린 두 여자를 당혹케 한 것이다.

차돌 이는 움츠리고 있는 여자 옆 침대에 걸터앉으며 비릿하게 웃으며 말한다.

[아주 보기 좋았어.

계속해 줄 수 있지.]

몇 번의 실 갱 이가 오가고 급기야 차돌이의 눈에 화가 받친 섬광이 일어나자 두 여자는 마지못해 일어나 아까의 상황을 연출한다.

두 여자의 얼굴은 이미 홍시가 되어있다.

이미 차돌이가 훤히 알고 있는 몸이고 또 알몸이지만 남자가 코앞에 있는데 여자들이 서로 옷을 벗겨주며 벌거벗고 서 있는 꼬락서니를 보인다는 것이 여간 수치스럽지 않을 손 가,

윤지는 현영이의 바지를 벗겨낸다.

아니나 다를까.....바지 속에는 아무것도 없다.

새까만 털들이 눈앞에 드러난다.

배꼽을 정점으로 하여 듬성듬성 난 털이 내려갈수록 짙음과 범위를 넓혀간다.

중간부위의 길고 빽빽하게 난 털을 중심으로 주위에 마구 돋아있는 털들이 윤지의 입김에 의해서 마구 흩날리고 있다.

예쁜 얼굴과 예쁜 몸매를 가진 여자가 가진다고는 상상키 어려운 음탕한 자태의 모습인 것이다.

윤지가 현영이의 짙고 엄청난 털 밭을 보고 있자 현영인 쑥스러움을 피하기 위해 윤지에게 사연을 설명한다.

[오빤 털이 많은 것을 좋아 해......겨드랑이 털도 못 깍 게 하는 것이 오빠야.

허긴 본래 나는 털이 많은 편이지만 그이의 취향에 맞추려 약을 발라서인지

심해......네가 보기에도 너무 심하지.......]

윤지는 부러운 것인지 이상한 것인지 눈을 떼지 못한다.

이렇게 길고 많은 털을 가졌는데도 만족하지 못하고 더 많이 나려고 약까지 바르다니.

이정도이면 수영복조차 걸치기가 쉽지도 않을 터인데....... 차돌이의 취향이 새삼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리고 마음 한구석에는 부모님께 고마움도 전하고 있었다.

그렇게 다리사이 털 많이 난 것이, 부끄러워 남몰래 면도하기도 여러 번, 그러나 그 시일이 지나면 더욱 짙게 솟아나는 털을 보며 나는 왜 이렇게 털이 많을까.

우리 부모님은 왜 여자에게 이런 많은 털을 유산으로 물려주신단 말인가.

대놓고 원망하진 못했지만 얼마나 속이 상했는가.

그것이 지금 얼마나 행운이고 고마운 일이란 말인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다리사이 털을 무지하게 좋아한다는 것이 윤지에겐 부끄러움이 자랑으로 변하며 슬쩍 미소까지 떠올리며 좋아하는 것이다.

[자. 이제 두 분은 벌거벗었으니 나도 벗겨주지 않겠어.

두 분 발가숭이 아가씨..후후.........]

차돌이가 침대위로 올라와 벌떡 일어선다.

두 여자는 서로 마주보며 얼굴을 붉히다가 차돌이의 옷자락으로 손을 가져간다.

윤지는 차돌이의 옷에 손을 가져가면서 자기 자신에게 놀라고 있었다.

아직 남자에게 말도 잘 붙이지 못하던 내가 아니었던가.....

그런 내가 남자 앞에서 벌거벗고 있고 또 남자를 벌거벗기고 있으니.....

어두워도 힘든 일을 밝은 불빛아래 천연덕스럽게 이런 일을 자행하다니 어처구니가 없기도 했다.

무엇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을까.......나에게 언제 이런 용기가 있었는가.......아니면 내게 더럽고 음탕한 피가 흐르고 있어 그 피가 지금 발동하여 나를 이렇게 만들은 것인가, 또한 지금 자기 말고도 한 여자가 있어 두 여자가 한 남자의 사랑을 받기위해 세상 사람들이 말하는 변태 짓을 천연덕스럽게 하고 있지 않는가.

지금의 자기행동이 꼭 창녀가 하는 행동 같지 느껴지지 않는가....

부끄럽고 수치스러워 미칠 것도 같은데 나의 어디가 이런 걸 하라고 종용하는 것일까....

남자를 아는 몸도 아닌 네가 윤지는 자기가 행하고 있는 행동에 스스로 놀라고 있었다.

윤지는 그렇게 처음으로 남자를 맞이하는 특이한 경험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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