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8. (18/50)

소탈하게 차린 저녁식사를 마치고 차돌 이는 양양의 안내를 받아 방으로 인도되었다.

차돌 이는 작은 전등하나로 방을 밝히고 있는 자그마한 방으로 안내된 것이었다.

집기라고는 자그마한 목침대 하나와 책상 그라고 이불장과 옷들을 넣을 수 있는 허름한 가구가 전부였다.

차돌 이는 방으로 들어와 옷들을 정리하고 창가로 눈을 돌린다.

저녁이라서인지 제법 매서운 바람이 머나먼 중국 땅의 북경에도 몰아치고 있었다.

땅에 덜어진 낙엽들이 춤을 추며 흩날리는 것을 한참이나 물끄러미 쳐다보는 차돌이다.

[기회는 두 번 오지 않는다.

여기서 하나라도 더 알고 가야한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은 것도 아니고 설령 많다 해도 오래 지체할 수가 없다.

내겐 너무나 알고 싶고 깨달을 것이 많으니.......죽었다고 생각하자.]

차돌 이는 주먹을 불끈 쥔다.

그리고 뒤로 돌아 침대에 누워 조금은 두툼한 이불을 머리위에까지 덮어쓰고 일찍 잠을 청한다.

한밤중에 소리 없이 문이 열리고 양 양이 자리끼를 놓아주고 간 것도 모를 만큼 깊이 잠에 취해 있을 정도로 차돌 이는 전혀 이국의 잠자리라 느끼지도 않는지 그렇게 잠이 들어버렸던 것이다.

다음날 새벽에 일어나 마당으로 나오니 하우스 안에 사람의 인적이 들려 들어갔다.

선생님이 그곳에 있었다.

그렇다 차돌 이는 노인을 선생님이라 부르고 있었다.

노인은 차돌이가 예의를 갖추고 제자이기를 수차례 간청하고 허락을 득하려했으나 초지일관 절대 제자는 받지도 않을 것이고 정 부르고 싶다면 선생이라고 부르라는 노인의 고집에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부르게 된 것이다.

[선생님, 기침 하셨습니다.]

차돌이가 노인을 보며 정중하게 아침인사를 드린다.

그런 차돌 이를 노인도 밝은 얼굴로 맞아준다.

[오..손 군인가....조금 더 자지 않고..........]

[아닙니다. 너무나 편하게 많이 잠을 잔 것 같습니다.]

차돌 이는 송구했다.

나름대로 일찍 일어난다고 했는데 노인은 벌써 일어나 하우스 안에서 뭔가를 하고 있지 않는가.....

스승보다 게으fms 자신이 마냥 부끄러웠다.

[허허허....그런가.....

그렇다니 기분이 좋군.....

그럼 나 먼저 들어가네...

자네도 들어와, 아침 먹고 나면 자네가 할일을 일러두겠네.]

노인은 발길을 옮겨 안채로 향한다.

차돌 이는 노인의 뒤에서 그러겠노라고 인사를 하고는 가볍게 몸을 흔들어 새벽의 찬 공기를 심장 깊숙이 흡입하며 몸을 푼다.

그리고 마당 한편에 있는 세면대에서 찬물을 얼굴에 뿌리며 세수를 한다.

차돌이가 세수를 하고 마땅히 얼굴 닦을 수건도 없는 것을 생각하곤 젖은 얼굴로 몸을 돌리니 양 양이 언제 나왔는지 수건을 내밀고 있다.

새벽의 싱그러운 공기와 양양의 밝은 미소가 아침을 더없이 편안하게 해주는 것 같다.

차돌이도 마주 웃어주며 수건을 받아들고 얼굴을 닦는다.

[이거. 아침부터 폐를 끼칩니다.]

[호호호. 어서 들어가요. 바람이 차요..

그리고 우린 아침을 일찍 하걸랑요........호호호...........]

차돌 이는 양양의 웃음이 너무나 듣기 좋았다.

새벽에 하늘을 뚫을 듯이 치솟았던 자지를 찬 공기로 겨우 잠재웠는가했는데 양양의 환한 미소와 밝은 웃음소리에 그만 무섭도록 기지개를 키고 일어나는 자지를 감지하고는 차돌 이는 멋쩍은 미소로 양양의 뒤를 따라 안채로 들어간다.

.

.

아침을 마치고 차돌이가 노인의 뒤를 따라 안내된 곳은 노인의 서고였다.

넓은 방에 빼곡히 채워져 있는 책들로 가득한 방이다.

노인은 차돌 이를 그곳으로 안내하고는 주위를 둘러보고 있는 차돌 이를 주시하며 감정 없는 목소리로 말을 꺼낸다.

[손 군, 자네가 이곳에서 뭘 보건 뭘 깨우치건 여기서 한 달을 지내도록 하게..

일체 질문도 하지 말고.......그렇게 한 달을 이곳에서 생활하게....

그리고 책이 싫증나면 밖에 나가 놀아도 좋네. 단 나와는 한마디도 나눌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하게.

이곳에서 뭘 알건 그건 자네의 능력이며 복일수도 있으니..............

이 시간 이후부터 정확하게 한 달이네.

한 달이 지나면 자네가 여기 들어오고 싶어도 절대 허락할 수 없으니 부디 자네가

원하는 것에 도움이 되는 것들을 찾았으면 하네........]

노인은 차돌이의 대답도 듣지 않고 휭 하니 방을 나가버린다.

차돌 이는 노인에게 인사도 하지 못했다.

오래된 책에서 나오는 곰팡이 섞는 냄새와도 같은 것이 코를 찌를 듯 밀려들고 수많은 책에 압도되어 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국가에서 운영하는 곳이라면 이해가 되지만 개인이 이정도로 많은 책을 소장하려면 어마한 재력과 노력이 따라야 할일인데 노인이 이런 곳을 소장하고 있다니 점점 노인의 정체가 궁금해지기도 한다.

허나 그 생각은 잠시 차돌 이는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하다가 천천히 발걸음을 옮긴다.

서양 잡지도 보이고 책갈피가 떨어져 나간 책도 보인다.

차돌 이는 한동안 서고 안을 헤 메 다가 책이 아닌 노트로 장식된 책장을 발견하고 무심코 한권의 노트를 꺼내본다.

차돌 이는 그 노트의 책장을 펴고는 놀란 눈을 숨기지 못한다.

그 노트에는 다름 아닌 한국의 김치에 대한 것이 기록되어 있었다.

차돌 이는 바쁘게 책장을 넘겨보곤 노트를 어느 정도 읽어보고는 노트를 덮는다.

그리고 한동안 멍청하게 서 있다.

차돌이가 본 노트에는 김치가 어떻게 만들어지며 한국의 지방마다 김치 담그는 법이 틀림을 적어놓았으며 뒤편에는 노인과 정통기관에서 연구하고 생각한 바를 솔직하게 적어놓았던 것이다.

김치가 사람 몸에 좋은 점과 해롭게 하는 점 등을 개인의 생각을 사심 없이 기술한 노인이 적은 노트였다.

차돌 이는 멍청한 표정에서 뭔가 굳은 결심을 한 표정으로 바뀐다.

[그래..선생님이 할 수 있으면 나라고 못할 것이 없다.

이곳의 많은 책을 다 볼 수는 없지만 내가 알고자하고 궁금한 것을 찾아, 내게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한다.

내가 이곳에 온 목적도 그게 아니었나.

그래 한 달간 난 이곳에서 떠나지 않겠어.

하나라도 더 많이 알고 갈 필요가 있음을 금방 내가 깨우치지 않았던가.....

그렇지만 선생님은 예사분이 아닌 것만은 확실해........

이곳에서 내가 올수 있었다는 건 분명 하늘이 준 기회임이 틀림없는데......

단 일분이라도 소홀할 순 없지....

해보자.....]

차돌 이는 각오를 다진다.

입술을 굳게 다물고 눈에는 시퍼런 섬광을 줄기줄기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날 이후

차돌 이는 한시도 서고를 떠나지 않았다.

볼일을 볼 때 외에는 식사도 서고에서 해결하였다

처음엔 양 양이 식탁에 식사를 채려놓고 기다렸지만 차돌이가 서고에서 책에 골몰하는 모습을 보고 식사를 서고에 갖다 주었기 때문이다.

차돌 이는 죽어라고 책에 매달렸다.

제때 식사를 하지 못함은 예사였고 거의 한 달이 다 되어 갈 무렵에는 아예 식사할 시간도 아까운지 온 신경은 책에 쏠려 있었다.

씻지도 못하여서인지 얼굴 피부는 거필하고 눈은 휑하니 들어가 있고 머리와 수염은 산발이 된 채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그러나 눈빛만은 짐승이 먹이를 잡을 때의 눈빛처럼 온통 퍼런 광기로 접어 있는 듯 무시무시하게 보이고 있었다.

양양도 그런 차돌이의 집념과 광기가 무서운지 서고안의 차돌 이를 볼 때면 몸이 떨릴 정도의 공포를 느끼기도 했다.

또한 양양의 말을 전해들은 노인은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이곤 눈을 감곤 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났다.

차돌 이는 노인의 부름에 서고를 나오면서도 무엇이 아쉬운지 자꾸 고개를 돌려 서고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벌써 한 달이라니.....

차돌 이는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간 것이 못내 아쉬웠다.

조금만 더 시간을 주었더라도.........그런 아쉬운 생각에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억지로 떼어 노인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노인은 산발이 된 차돌 이를 쳐다보며 기이한 미소를 짓는다.

[손 군, 도움이 되었는가......]

[선생님, 너무 빨리 지나간 시간이었습니다.

제겐 이제껏 살아온 무엇보다 소중하고 뜻 깊은 시간이었습니다.

그간 궁금했던 것들이 조금은 알 듯 그렇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차돌 이는 시간이 짧은 것의 아쉬움을 이야기하고 동안 느낀 점을 솔직히 대답해 올린다.

조금 더 시간을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얼굴 가득 묻어있다.

[그럼 되었네....

과하면 넘친다했네......

나머진 스스로 깨달으면 될 것이네....

그리고 내일부터 한 달간은 모든 동식물에 관한 나의 지식과 생각을 들려줄 참이네...

두 번 말하지 않겠으니 정신 바짝 차려야 할 것이네.....]

노인은 냉정했다.

차돌이가 무얼 원하는지 얼굴을 보면 알 수 있었지만 모른 척 외면하는 것이다.

허나 이 순간 노인의 속마음은 놀라움에 가득 차 있었다.

그런 골방에서 한 달을 지내기도 힘든 일인데 이 젊은이는 더욱 그곳에 있고 싶어 하고 이미 무언가를 그 방속에서 있는 한 달. 그 한 달에 만족할만한 것을 얻었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기에 더욱 놀라움을 감출수가 없었다.

그러나 겉으로는 내색할 수가 없어 조용하지만 단호하게 말하는 것이다.

[네, 선생님........]

[자..이만 면도도 하고 오늘은 휴식을 취하도록 하게나......

자네와 있으니 고약한 냄새가 나서..허허허.......목욕부터 하시게나..........]

[이런, 선생님.......]

차돌이가 면목이 없어진다.

차돌 이는 그제 서야 자기의 꼬락서니를 살펴본 것이다.

거지가 따로 없었다.

머리와 수염은 자라고 헝클어져 산발이었고 얼굴은 땟자국이 자르르 하였다.

이런 모습이었다니 이런 몰골로 선생님을 뵙다니.........차돌 이는 죄송스러워 얼굴도 들지 못하고 안 절 부절하였다.

노인은 그런 차돌 이를 보고는 다시 편한 웃음을 지어보이더니 멀 찌기 서 있는 양양을 쳐다본다.

[양아, 손 군을 욕실로 안내하려무나......허허허.......

손 군 모양새가 앵벌이 하는 소년 같으이.........허허허......]

[네, 할아버지]

양 양이 웃으며 할아버지의 말에 대답하곤 차돌이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린다.

차돌 이는 다시 노인을 향해 고개를 숙이고는 양양을 따라 밖으로 나온다.

양양은 욕실 앞에 멈추고는 차돌 이를 돌아본다.

그리고 아래위를 쳐다보더니 깔깔 웃어 제킨다.

[호호호......정말 거지가 따로 없어요.

서고가 무엇이 좋다고 난 이제 냄새도 맡기 싫은데.......

정말 댁은 이상한 사람임에 틀림없어요,

꼭 할아버지랑 비슷해요..호호호.........]

[죄송해요, 아가씨........

내가 봐도 심한 것 같네요, 헤헤헤..........]

차돌이도 멋쩍게 웃어버린다.

꼭 치기어린 어린아이가 미안해서 하는 몸짓을 하며...........

그리고 차돌 이는 급하게 욕실로 들어간다.

차돌이가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있다.

그리고 손으로 얼굴이랑 몸을 문지르자 금방 물이 더러워진다.

차돌 이는 자기의 몸에서 엄청난 땟물이 나오자 스스로 민망해하며 바쁘게 손을 놀려 때를 밀기 시작한다.

차돌 이는 욕실에서 나와 그대로 꼬꾸라지듯 침대에 쓰러진다.

피곤이 몰려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몸은 천근인데 머릿속이 갑자기 떠오르는 사람들로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척인다.

무엇보다 여자 생각이 간절한 것이었다.

고국에 있는 여자들 자기 말 한마디, 몸짓하나로도 발가벗고 달려들 여자들이 있는데 벌써 한 달이나 금욕을 했으니 젊은 혈기에 어찌 달아 오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런 생각 저런 생각 온갖 생각이 다 든다.

종내에는 그렇게 보고 싶고 그리워하는 누나의 생각에 미치자 차돌 이는 벌떡 침대에 일어나 앉는다.

누나 생각을 熾梨� 위해서다.

그러나 한번 떠올린 누나생각이 어찌 쉬 지워지겠는가.......

무엇보다 누나를 가질 때의 그 감각 때문에 미칠 것만 같아온다.

[아....누나..........]

차돌 이는 헐렁한 잠옷 밖에서 자기의 불두 덩이를 손으로 잡는다.

한손에 넘치고도 남을 묵직한 물건이 가득 잡혀온다.

그때 밖에서 노크소리가 들린다.

[똑....똑.]

차돌 이는 얼른 자세를 잡고 침대에 누워 이불을 얼굴아래까지 덮어쓰고 잠자는 시늉을 한다.

한참을 노크하며 기다리던 방밖의 사람이 조용히 문을 따고 들어온다.

그리고 차돌 이를 직시하고는 피식 웃음을 지우며 들고 온 옷가지를 한 쪽 에다 두고 물러난다.

양양이었다.

차돌 이는 양 양이 물러나고 난 뒤에도 이불속에서 나오려고 하지 않는다.

가랑이 사이에서 뭔가 꼼지락거리는 것이 보인다.

그렇게 한동안 이불이 덜 썩 이더니 잠잠해진다.

그리고 조금 있으니 얕게 코고는 소리가 들린다.

.

.

한편 선영 이는 지금 무얼 하고 있는가......

그토록 차돌이가 보고파하는 선영 이는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넓고 호화스런 사무실이다.

가운데 기주가 앉아있고 그 세로로 길게 이어진 첫째자리에 선영 이가 앉아있다.

기주는 만면에 웃음을 지우고 선영 이를 쳐다보고 있다.

넉넉한 웃음 뒤에 아쉬운 그런 표정도 섞여있다.

[손 실장.......정말 그 사람이 싫어......]

기주는 웃으면서도 선영 이가 이해되지 않는 모양이다.

[회장님, 전 이미 마음속에 둔 사람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겠지만 전 영원토록 그 남자를 내 사람으로 살기로 맹세한바 있고

또한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그 맹세를 지키고자 합니다.

회장님이 괜한 수고를 하셨습니다.]

선영 이는 단호했다.

이미 자기의 마음을 가져간 사람이 있으니 그런 쓸데없는 짓은 다시는 하지 말라는 경고도 들어 있었다.

[허허허...이런 이렇게 곱고 아름다운 처자를 누가 점 찌었을꼬..........

내가 질투가 다 나네......허허.....]

기주는 너털웃음을 짓는다.

그리고 이내 표정이 굳어지며 몸을 앞으로 당긴다.

[설마....동생은 아니겠지............아니 동생이냐....]

기주는 선영이가 한시도 못 잊고 있는 남자가 차돌이라는 것을 안다.

그러나 그 남자는 친 혈육이 아닌가.

혈육에게 사랑하고 서로 아끼며 사는 것은 당연지사겠지만 이성으로서는 아니지 않는가.

기주는 설마 선영이가 천인 공로할 천륜을 어기는 그런 행동을 할 사람도 아니라고 믿었고 또 다른 방향으로 생각하니 자기가 알고 선영 이는 지금껏 한 번도 남자와 테이트조차 하지 않은 그런 여자였다.

자나 깨나 동생을 그리워하는 마음뿐인 선영이가 마음을 준 남자가 있다니 그러면 동생이냐며 조금은 놀란 표정으로 묻는다.

[사장님, 아무렇게도 짐작해도 좋습니다.

허나 내가 내 마음속의 사람을 밝히면 회장님과는 인연이 다하는 것이라 여겨도

좋습니다.

그래도 알고 싶다면 전 회장님께 지금 바른말을 하겠습니다.]

선영 이는 테이블을 보며 이야기하면서도 절대 물러나지 않고 자기의 할 말을 다하고 만다.

그것이 알고 싶다면 지금이라도 말해 줄 테니 대신에 다시는 자기와는 인연을 맺지 못할 것이란 말을 잊지 앉는다.

[허허..이런 고약할 데가.........

사람을 궁금하게 해놓고 엄포라니................나 원 참.........

이거 더 알고 싶어지는데......... 허지만 자네를 내 곁에서 보내고 싶지 않네......허허...]

[..............................................]

선영 이는 침묵으로 일관한다.

기주는 그래도 뭔가 아쉬운지 선영 이를 힐끔거리며 요모조모를 살핀다.

선영 이는 기주의 눈빛이 어디를 살피고 있는지 잘 안다.

지금껏 자기에게 보여준 호의는 감당하기도 어려웠지만 어찌 보면 자기의 환심을 사기위한 것이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지나쳤고 자기를 보는 눈빛은 먹이를 앞에 두고 먹지 못하는 그런 아쉽고 애가 타는 빛이었다.

기주는 혀를 내밀어 입술에 침을 묻힌다.

[손실장이 사실 마다하기를 난 바랐는지도 몰라.......

저쪽에서 워낙 손 실장에게 반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애걸하기에 운을 놓은

것이야......

그나저나 이렇게 아름다운 아가씨를 그냥 놔두는 남자가 과연 누구일꼬......

지금 나라도 솔직히 자네를 강간이라도 하고 싶은데.......허허.....참.......]

[..........................................]

선영 이는 그래도 말이 없다.

기주는 다시 한 번 선영 이를 살피더니 허탈하게 말한다.

[솔직히 나도 남자라네.......

지금도 자네를 어찌하고 싶어 죽을 지경이야......

자네도 알다시피 난 조금은 호색한 편이지만 자네에게 향한 마음은 절실해.......

자네가 이런 내 마음을 알까 모르겠네........]

기주가 힘없이 이야기 한다.

그것은 사랑 고백이었다.

그제 서야 선영 이는 고개를 들어 기주를 쳐다본다.

그리고 분명하게 말한다.

[회장님, 전 회장님께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지금이라도 회장님이 절원하면 거절하지 못합니다.

물론 사랑을 주는 것이 아니라 가질 수 있는 것은 제 몸 뿐이겠지만........

그러나 각오하셔야 할 것입니다.

이 일로 회장님의 앞길에 내가 구렁텅이로 몰아 떨일 수 있으니까요.

전 몰라도 내 남자가 회장님의 목을 원하면 전 서슴없이 회장님의 목에 칼을 그릴

것입니다.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그래도 절원하시겠어요.]

선영 이는 매섭게 기주를 쳐다본다.

도움을 받았으니 주겠지만 절대 그냥 주지는 않을 테니 그만 한 각오 없이는 언감생심 꿈도 꾸지 말라는 엄포였다.

[허허......무서운 아가씨네.........

솔직히 지금 심정이면 자네를 안는 조건에 내 목숨을 걸어도 하고 싶네.........

그러나 난 아직은 견딜힘은 있어.

그러나 정말 나중에 자네를 원해도 자네가 들어주겠나......]

기주는 선영 이를 마주 쳐다본다.

그 눈빛이 이글거리고 있다.

그러나 선영 이는 그 눈빛을 피하지 않는다.

[한번은 들어주겠습니다.

동생의 부탁이 아니더라도 절 이만큼 만들어 주신 분이니까요.

그렇지만 잘 생각하셔야 할 것입니다.

전 한번한말 다시 번복하지 않는 여자입니다.

그리고 저 같으면 두 번 다시 절 쳐다보지 않고 한지로 내쳐버리겠습니다.]

선영 이는 승낙한다.

그러나 그것은 승낙보다 더 무서운 거절이었다.

[솔직히 그러려고도 했어,

허나 내가 자네를 보지 않으면 이상하게 하루를 지내기 힘들어.

마누라에게도 전혀 그런 느낌은 없었는데........

또한 자네의 능력이 나를 감탄하게 하고 있고 자네 같은 사람을 한지에 묻어 섞이게

하는 것은 기업인의 도리도 아니고.........

하지만 자네의 마음을 알았네. .

그만 나가보게......허허허......]

기주는 선영 이를 내친다.

선영이도 더 이상 그 자리에 앉아있고 싶지도 않았다.

설마 했던 생각이 진실로 다가오니 마음이 무겁기 그지없었다.

선영 이는 지금 차돌 이를 생각하고 있었다.

차돌 이에게만 준 몸 이였고 이제 차돌 이를 위해서만 살 생각을 했었는데 기주가 부탁해오면 딱히 거절할 묘책도 없었다.

이제껏 보여준 호의는 도가 칠만큼 지대하였고 기주의 여자관계를 지켜보며 지나치게 밝히는 남자인데 자기를 지금껏 그냥 두고 온 것만 하더라도 엄청난 인내였으리라 여겨진다.

또한 도 희 언니가 자기를 보면 항상 남편의 바람기를 걱정하곤 했었는데 그 바람기를 재워줄 여자가 자기인거 같다며 넌지시 기주의 여자가 되어주길 바라는 마음도 비쳐 오질 않았던가.

처음엔 그런 도 희가 너무나 쾌심 하고 원망스러웠던 것이 여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니 차라리 여기저기 날리느니 한 여자에게 안주하는 것이 낫다고 여겨진 것이 아닌가하고 이해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막상 기주가 자기의 마음을 밝혀오자 선영 이는 올 것이 온 것인 냥 항상 생각하고 마음먹고 있던 것을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말해준 것이다.

처녀의 몸으로 그런 말을 하려니 부끄럽기도 했지만 망설일 일도 아니고 기주가 보여준 마음을 보니 언젠가는 그런 일이 분명 닥칠 것이 뻔하고 억울하게 당하느니 조금은 당당하게 그리고 나중에 차돌이가 무슨 일을 하려면 기주를 등에 업고 일을 하면 나을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에 한번쯤 몸을 주어 차돌이의 앞날에 무한한 영광이 있다면 바꾸고도 싶었다.

그래서 그렇게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런 뜻을 보여준 것이다.

자기를 취하면 엄청난 손해를 가져온다고 미리 엄포를 놓은 것이다.

그래도 취하려 든다면 어쩔 수 없고 포기한다면 현재 상태를 유지할 수 있으니 기주한테 먹혀들 것이라 여겼던 것이다.

선영 이는 머리를 숙이며 인사를 하고 물러난다.

기주와 불편한 대화를 가졌던 선영 이가 다시 기주와 자리를 같이 한 것은 일주일이 지난 저녁이었다.

이번엔 사무실이 아닌 레스토랑이었다.

호화롭고 아늑한 그리고 크고 널찍한 홀에 오직 두 사람만이 마주보고 앉아 음식을 먹고 있었다.

이 자리는 기주가 만들었고 선영 이는 다른 일이 있겠지 하고 나왔지만 몇 번의 물음에도 말은 하지 않고 포도주와 음식을 먹고 있는 기주의 표정은 몹시 굳어 있었다.

선영이도 더 이상 이유를 묻는 것을 포기하고 억지로 호크와 스프를 들고 가끔씩 음식을 취할 뿐 침묵을 지키고 있다.

한동안 침묵으로 일관하며 음식을 먹고 있던 기주가 뭔가 마음을 굳힌 듯 잔에 담긴 포도주를 마시더니 굳은 표정을 그대로 한 채 선영 이를 쳐다본다.

[손 실장.........

전에 한말 지금도 유효하겠지........

난 세상에 내게 있는 모든 것을 빼앗겨도 자네를 얻고자 하네......

일주일을 생각해도 내 마음을 돌리지 못하였네.....

난 자네를 갖지 못하면 지금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지경이네.

그 만큼 내 절실한 심정을 들어줄 수 있겠나.........]

[.................................]

선영 이는 고개를 들고 기주를 쳐다본다.

기주가 말을 하고 자기를 쳐다보는 시선을 조금도 피하지 않고 쳐다보다가 고개를 떨 구고 다시 호크에 손을 가져간다.

기주는 선영이가 자기를 쳐다보고는 아무 말도 없이 고개를 내리는 선영 이를 보며 틀렸구나하는 절망감에 빠져든다.

[아.......그렇겠지........

내가 자네를 탐내 선의를 베푼 꼴이 되어 버렸으니 자네의 실망도 크겠군.....

허지만 더 이상 내 마음을 숨기고 싶지 않아서야 용서해.......

그리고 이젠 내가 더 이상 자네를 잡고 있을 이유가 없어졌어.

자네가 무얼 하든 내가 적극적으로 돕겠네........

그러나 난 언제나 자네를 노리고 기회를 만들어 볼 참이야.............]

기주가 다시 잔에 술을 채우고 입으로 가져간다.

그때 조용히 선영이의 목소리가 기주의 귀로 스며든다.

[회장님,

절 한번 안는 것으로 만약 정말로 회장님의 소중한 무엇들을 잃어도 원망하지 않고

받아들일 자신이 있습니까........

저 같은 여자의 몸뚱이는 얼마든지 회장님이 구하실수도 있고 그래서 취할 수도 있는데 무엇이 회장님에게 저를 갖게 하게 만들었을까요.

천한 저 같은 여자를 한번 안는데 엄청난 댓 가를 치룰 수도 있는 위험한 여자를........

정말 그것이 용기인가요, 아님 객기인가요......

다시 말하지만 회장님이 절원하시면 전 지금은 무력하게 당할 수밖에 없어요.

그걸 미끼로 엄청난 댓 가를 요구할지도 모르는데 그런데도 취하시겠다면 절 드릴게요.

분명한건 지금 한말의 약속을 남겨주신다면.........

전 그걸로 회장님을 꼼작 못하게 만들어야 하니까요.]

선영 이는 확실한 댓 가를 요구한다.

선영이의 마음속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일이라면 이걸 미끼로 언젠가 만날 그 누군가에게 힘을 실어줄 심산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선영 이는 서글펐다.

오직 그 사람에게만 줄 몸이라 여겼는데 이제 그 사람 아닌 다른 남자에게 안길 운명이라 여겨지니 왈칵 눈물이 쏟아지려는 것을 억지로 참는다.

쏟아지려는 눈물을 참으며 그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고개를 창 쪽으로 돌린다.

창 너머엔 적막한 어둠과 하얀 고층빌딩이 허수아비처럼 서 있다.

저 멀리 번화가의 불꽃들이 화려하게 출렁일 텐데도 창밖엔 화려한 그 무엇도 없었다.

맞은편 건물의 창속에서 파 아란 불빛만이 눈을 어지럽힌다.

밝기를 달리한 그 불빛들이 간혹 깜박이기도 한다.

그 빛을 마주보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왜 그렇게 허탈하고 처연해 보이는지 모르겠다.

그녀는 소리 없이 울고 있었다.

지난 수년을 오직 한사람만을 위한 몸이라고 가꾸고 지켜왔는데 이제 자의든 타의든 모든 것을 일어야만 했다.

가슴이 찢어질듯이 아파오는 것을 가까스로 참으며 이 순간이 빨리 지나가기만을 고대하는 것이다.

[그래, 자네를 안을 수 있다면 내 무엇이든 주겠네.

내 약속하마....]

기주는 선영이의 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눈앞에 보이는 욕망과 충동이 모든 걸 떨쳐내었다.

그녀를 품을 수 있다면 당장 죽어도 좋다고 생각이 들었다.

모든 걸 원하는 대로 해주고 빨리 그녀를 품고 싶었다.

그러나 그는 섣불리 행동하지는 못했다.

다 잡은 고기를 눈앞에서 놓치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 재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이제껏 보아온 선영 이는 남을 괴롭히거나 해칠 성격이 아니다.

또한 예전에 봤던 차돌이란 동생도 남의 도움을 원하지 않는 그런 강직한 성격이었고 그러고도 착하고 진실 된 아이로 보았다.

이 세상에 그들 둘만이 있는 선영이가 자기를 해하고자 한대도 극히 미비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마음에 드는 여자를 취하는데 물질적이던 무엇이든 잃기는 마련인데 일단 선영 이를 먼저 안고 그 다음일은 차후에 대처하기로 한 것이다.

기주의 이 짧은 시간에 생각한 결정이 나중에 어마어마한 파장을 몰고 와 혼자 속 앓 이를 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세상일은 모르는 법인데 기주는 너무 성급히 결정을 내렸던 것이다.

그 만큼 선영 이를 안고 싶었던 마음이 절실했다.

[회장님이 방을 얻으세요,

난 지금 내 가슴속에 든 남자에게 용서를 빌고 조금은 울어야겠어요.

단 한번이지만 내가 그 남자에게 죄를 짓는 것은 사실이니까요.

나중에 내가 그 남자를 만나 더욱 가까워질 수 있다면 오늘 일을 솔직히 이야기하고

사죄 받고 싶어요.

만일 용서를 해 주지 않는다면 죽음으로 죄를 씻을 거 에요.

회장님이 저에게 건네줄 것을 만들 시간도 필요할 것이고........

전 이만 일어날게요.

전화주세요.]

선영이가 조용히 일어나 몸을 돌려 홀을 빠져나간다.

기주는 선영이가 말을 하며 초롱초롱한 눈에 물기가 어리는 것을 보았다.

곱고 매끄러운 피부에 눈물이 흘러내려 자욱이 날까 두려워진다.

기주는 모든 여자가 그러했듯이 자기를 향해 웃어주기를 바랬는데 선영 이는 그렇지가 않았다.

어쩔 수없이 분명 반항하고 거절해도 되건만 선영이의 마음속에 무엇이 들어있어 날 거역 지 못하고 어렵사리 받아들이려하는지 조금은 궁금해지기도 한다.

어쩜 선영 이의 착한 마음에 이제껏 도와준 은혜를 이런 식으로라도 갚고 싶은 것인지..아님 진실로 이것을 미끼로 날 이용하려할 것인지...기주는 먼저의 생각에 더 마음을 둔다.

만일 후자의 일이라도 충분히 대처할 수 있다고 여겨졌고......

기주는 선영이도 자기를 진정 원하고 사랑해주었으면 하는 바람도 인다.

기주는 다시 마음을 정했다.

그래 이것을 계기로 선영 이의 마음을 잡도록 해보자......저 순진한 선영 이가 모질고 악착같은 면도 있음을 보아왔기 때문에 더욱 신경을 쓰서 잘하다보면 선영이의 마음도 내게 기울어 잘 된다면 후처라도 만들어 평생을 살 수 있다 여겼다.

자기의 바람기를 잘 알고 있는 마누라도 넌지시 그런 마음을 표하지 않았던가.......

선영이라면 안심이 된다고 착하고 욕심 없고 또한 일가도 없는 그런 아이라면 모른 척 할 수 있다는 언질이 있지 않았던가.....

좌우간 이런 일이 세상에 드러나게 할 수는 없는 일..

이런 일은 나중 일이고 오늘 선영 이를 취할 수 있다는 기쁨에 기주는 아랫도리가 후줄근하도록 설레 임을 가진다.

저렇게 젊고 환상적인 몸매를 갖추고 있는 여자를 내가 안는다.

저렇게 예쁘고 청초한 여자를 내가 가랑이를 벌리고 그 가랑이속을 마음껏 내 자지로 흠집을 낼 수 있다 여기니 더 이상 홀에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기주도 급히 일어나 홀을 나간다.

두 시간이 지난듯하다.

XX호텔

현관정문에 택시가 선다.

택시 안에서 정장을 한 젊은 여자가 내리더니 현관을 들어선다.

여자가 안내데스크로 가고 있을 때 그리고 그곳 종업원과 뭐라 속삭이고 있을 때 호텔 안에 있던 사람들 모두가 힐끔거리며 그 여자를 살펴보곤 한다.

그만큼 여자가 빼어나게 아름다운 몸매와 청초하고 예쁜 얼굴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20중반 가량 된 젊은 여자가 호텔에 왔으니 이상할 법도 한데 보는 사람들은 그런 생각이 아닌 눈빛에 야한 그리고 음한 빛이 새어나오고 있었으니....

길게 뻗어나간 다리가 무릎위에 감춰진 치마로 인해 더 이상 보이지 않는 것이 안타까운 듯 쉬 눈길을 돌리지 못한다.

아가씨는 말을 끝냈는지 또박또박 구두소리를 내면서 승강기 쪽으로 가더니 때마침 정차한 승강기에 몸을 숨겨버린다.

여러 곳에서 안타까운 한숨소리가 들린다.

물론 후론 트의 남자도 그 아가씨에 온통 시선을 빼앗기고 멍청히 바라보고 있었으니.........

선영이었다.

선영이의 표정은 어딘가 암울해 보인다.

항상 웃는 얼굴로 살아가는 선영이인데도 지금은 그렇지가 못한 모양이다.

선영이가 승강기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복도를 따라 걸어가 맨 끝 쪽에 자리 잡은 로 얄 객실 앞에 걸음을 멈춘다.

그리고 몇 번이고 호흡을 크게 내쉬고는 마음에 안정을 가져보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가 천천히 객실을 노크한다.

[똑, 똑, 똑........]

기주는 벌써 목욕을 끝냈는지 가운을 걸치고 호화스런 의자에 앉아 맥주를 기울이고 있다.

그리고 노크소리가 들리자 만면에 회색이 돈다.

그 노크소리가 누군가가 자기 방을 들어올 때 두드리는 노크소리와 박자를 같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주가 벌떡 일어나 문으로 뛰어가 문을 열어준다.

선영이가 문 앞 에서 고개를 숙이고 서 있다.

[어서와. 밖이 몹시 춥지.........]

기주는 선영이의 손을 잡아끌어 객실로 들여놓고는 문을 닫는다.

기주의 얼굴엔 함박웃음이 그득하다.

그런데 좋기만 웃음 뒤에 음침하고 고약한 웃음이 간간이 흘러나오고 있으니 아마 흉측한 생각이 마음속에 있는 것을 전부 감추지 못한 것 같다.

분명 선영 이를 나름대로 요리하려는 계책이 숨어있는 듯......

기주는 선영 이를 의자에 앉히고는 맥주잔을 권한다.

[한잔 하겠어.]

[아니에요. 난 이런 곳이 처음이라 어색하기만 하네요.

빨리 집에 가고픈 마음밖에 없어요.

회장님은 이미 준비가 되신듯하니 저도 망설일 이유가 없겠네요.

씻고 올게요.]

선영이가 일어난다.

선영 이는 빨리 이 시간이 지나갔으면 하는 바램 이었을 것이다.

어쩌면 치욕스런 일이 아닌가......

그러나 기주는 그런 선영 이를 제지한다.

[잠깐, 난 이일에 많은 것을 걸었어.

자네가 한번이라 했으니 그 한번을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해도 괜찮지 않겠어.

난 자네의 지금그대로를 안고 싶어.]

[안돼요, 전 지금 몹시 추해요.

회장님이 냄새를 맡기에 역겨울 정도로 내게 많은 땀이 배여 있어요.

잠깐이면 돼요.]

선영이가 깜작 놀라며 진저리를 친다.

사실 밖에 나가 아무도 없는 곳에서 자기의 마음과 몸을 앗아간 남자에게 한없이 울고 용서를 빌었고 그렇게 몸이 후줄근하도록 울고 난 뒤에도 기주와 정사를 해야 한다는 긴장감에 변소에 수없이 드나들며 뒤처리도 말끔히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그런데 기주가 지금 이대로 나를 벗기고 안는다면 정말로 추한 여자로 인식될까 두려워지고 창피하기도 하였다.

[절대 안 돼......

난 지금의 자네를 원해.

하나도 숨기지 않고 자네가 갖고 있는 순수한 냄새 그것이 진정한 자네를 안는 게

아닌가....

난 그런 호기를 놓칠 수가 없네.......

그리고 나도 지금 여유를 부리고 있지만 이건 허세야.

나도 급해, 이리와.........]

기주가 일어나 다짜고짜 선영 이를 안아버린다.

그리고 숨쉴 틈도 주지 않고 입을 맞추고 키스를 한다.

선영 이는 갑자기 당한 키스에 도리질을 하려다가 어차피 내가 원하던 원하지 않던 어쩔 수없이 행해야 될 일인데 기분 상하게 할 필요는 없다 여기고 그 키스를 묵묵히 받아들인다.

기주는 키스를 하면서 선영이의 펑퍼짐한 히프 살을 주무르며 바싹 당긴다.

비록 옷 위이지만 풍만한 젖가슴의 감촉이 자기의 가슴을 압박해오니 말할 수 없는 전율이 일고 심장의 박동이 가 파 온다.

또한 콧속으로 싱그러운 샴푸냄새인지 선영이의 머릿결 냄새가 향기롭게 밀려들고 긴 머리칼이 살살 나부끼며 가끔씩 볼을 간지를 때면 짜릿한 자극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기주는 선영 이를 떼어낸다.

[자넨 너무 좋은 향기를 품고 있네.

난 지금 미치기 일보직전이라네..........]

기주는 선영이의 정장상의에 손을 갖다 댄다.

그러나 선영이의 손길이 그 손길을 떼어낸다.

[회장님, 불을 꺼주세요.

자꾸 창피하게 만드신다면 어쩜 나가버릴지도 몰라요.

그리고 옷은 제가 벗을게요.

회장님은 그만 자리에 가 있으세요.]

선영 이는 부끄러웠다.

사랑하는 사람에게도 벌거벗은 몸을 보이는 것도 부끄러운 일 일진데 하물며 피치 못하게 바쳐지는 재물과 같은 몸이지만 남자의 경험이 차돌이외는 없는 선영이로서는 여간 부끄러운 일이 아니었다.

[허허....자네가 간다면 난 뭐가 돼지, 그럴 수는 없지........

그래..... 내가 불을 끄고 기다리지......

그리고 말이야 이건 진심인데 둘이 있을 때에는 내 이름을 불러줄 수 없겠나...

난 자네에게 내 이름을 불러주는 것을 듣고 싶네만...........]

기주가 자기의 원 하는 바를 슬쩍 밝히고 침대로 간다.

그리고 리모콘으로 객실의 불을 침침하게 만든다.

그런다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겠는가.......

사람은 조금이라도 어두컴컴해지면 용기가 나는 법인지 선영 이는 기주가 객실을 어둡게 만들자 조용히 옷에 손을 가져가 단추를 하나씩 끄른다.

기주에게는 너무나 지루한 옷 벗는 시간이었고 선영 이에게는 너무 빠른 시간이었다.

하나씩 벗은 옷을 정갈하게 하고 선영이가 부 라와 팬티차림으로 기주에게 향하고는 재빨리 침대위로 뛰어들어 침대보에 몸을 감추어 버린다.

기주는 그런 선영이가 너무나 사랑스러운 모양이다.

기분 좋은 웃음을 터뜨리며 벼락같이 선영 이를 안는다.

[자네가 이렇게 감싸면 난 아무것도 할 수 없잖아.......

우리에게 주어진 밤이 길지도 않는데 자넨 오래 있고 싶은 모양이네.

정말 그러길 원해....

어쩌면 자네에게 지옥 같은 시간이 될지도 모를 이 시간이 빨리 가는 게 낫지 않겠어.

그렇다면 내게 더욱 야한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는데...아니 그런가..........

진정 내가 잘못 생각한 것인가........]

기주가 음침하게 웃으며 선영 이를 쳐다본다.

선영이가 그 소리를 듣더니 침대보를 잡고 있는 손을 놓고는 그 손으로 얼굴을 가려버린다.

마음대로 하라는 무언의 표시이다.

기주는 과감하게 침대보를 벗겨 멀리 던져버린다.

그리고 선영이의 반항을 초기에 잠재우려는 듯 먼저 급하게 팬티에 손을 잡고 끌어내리려하자 선영이가 엉덩이에 힘을 주어 반항의 몸짓을 한다.

기주는 헛기침을 두어번한다.

그러자 선영이의 엉덩이에 힘이 빠지고 그 사이 재빠르게 팬티를 내려버린다.

기주는 팬티를 멀리 던져버리고 상체로 손을 돌려 부 라의 호크로 손을 가져간다.

이번에는 선영이도 호의적이다 이미 팬티까지 벗겨진 상황인데 더 이상 망설여 시간을 끌 필요가 없다 여겨진 것인가 기주가 부 라를 벗겨낼 때까지 몸을 흔들어가며 협조해 준다.

금새 선영이의 몸이 벌거숭이로 변해버린다.

이제껏 한사람의 남자 앞에 잠시 드러낸 몸이지만 이렇게 노골적으로 드러내기엔 난생 처음이다.

선영 이는 얼굴을 가린 손가락사이로 기주의 표정을 살핀다.

기주의 눈빛이 음험하게 변해있고 입을 벌리고 자기의 몸을 하나라도 놓칠 새라 뚫어지게 살피고 있는 모습에 부끄럽고 창피해서 두 눈을 꼭 감아 버린다.

그리고 몸을 돌리려하자 억센 힘이 그걸 방어해버린다.

선영 이는 모든 걸 포기해버린다.

쏟아지려는 눈물을 입술을 깨물며 참으며 빨리 이 시간이 가기를 마음속으로 천지신명께 빌고 또 빌어댄다.

그러나 기주의 참을성도 대단했다.

기주는 지금 세상에 없는 보물을 앞에 두고라도 있는 듯 벌어진 가운사이로 흉측하게 솟아올라 꿈틀대는 자지를 그대로 방치하고 눈에 비치는 아름다운 광경에 침을 흘리다시피 하며 감상하고 있었다.

이제껏 상대한 여자와는 틀리다.

누워있어도 하나도 쳐지지 않고 하늘을 향하여 건방지도록 솟아있는 두 봉우리 그 봉우리 끝에 연분홍 꽃 판을 두고 정상임을 알리는 작은 돌출열매가 떨어질 듯 위태롭게 달려있다.

풍부하다 못해 어마하게 큰 거유이면서도 저런 위용을 갖추고 있다니 아무리 선진 기술로 만들어진 몸이지만 근본이 없으면 도무지 만들어내질 못할 것 같은 태산이었다.

깍 아 지른 것 같은 봉우리를 타고 내려오면 큰 가슴을 받치고 있는 허리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가 늘은 허리가 있다.

허리중앙에 패인 배꼽 .

그 배꼽이 가쁘게 몰아쉬는 호흡 때문에 쉴 새 없이 오르내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 기주를 미치게 하는 건 선영이의 사타구니였다.

옷 속에 가려있어 몰랐는데 선영이의 사타구니가 이렇게 색스러울지는 짐작도 못했었다.

패인 배꼽 아래로 일자로 내려간 작지만 선명하도록 길고 새카만 털들이 일자 형태로 내려가더니 갑자기 넓은 분포로 퍼지고 그 넓은 분포에 빽빽하고 긴 그리고 부드러운 시커먼 털 밭이 형성되어 있었다.

찢어진 도끼자국을 가려버리고도 남을 털들이 그곳을 우산으로 덮은 것 같지 않는가.

기주는 입가에 침이 털어지는 것도 몰랐다.

기주로서는 진정 처음으로 보는 털 많은 여자였다.

그것도 그토록 원했던 여자가 자기의 취향에 맞춤이라도 했듯 누워있으니..........

기주의 얼굴이 자기도 모르게 그곳으로 향한다.

언제 움직였는지 선영이의 두 다리 사이에 파고들어 얼굴을 향하고 있는 기주도 완전 발가숭이가 되어있으니.......기주가 선영이의 다리를 벌리고 그곳으로 가져가 냄새를 맡아본다.

그곳에서 좋은 향기가 나질 않고 쿰 쿰 하고 시큼한 냄새가 나질 않는가.

별로 좋은 냄새가 아닌데도 기주는 더욱 그 냄새를 흡입하고자 코를 킁킁댄다.

선영 이는 죽을 맛이었다.

지저분하고 엄청 냄새가 날 텐데 기주가 그곳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질 않는가.

창피하고 부끄러워 다리에 힘을 주어 모아보려 했지만 이미 두 다리사이에 기주의 몸End이가 들어있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선영이가 힘을 주자 기주는 반사작용으로 더욱 선영이의 가랑이를 벌리질 않는가....

뭔가 그곳에 차갑고 깔깔한 물체가 느껴진다.

선영 이는 그것이 언젠가 느꼈던 혀라는 것을 알고는 진저리를 친다.

[아.. 회장님. 그만. 정말 싫어요.]

선영 이는 더 이상 눈물을 막지 못했다

소리는 내지 않지만 두 눈에서 하염없이 눈물이 타 내리고 있다.

기주는 냄새가 나는 선영이의 가랑이를 있는 힘대로 벌려놓고 털로 무장하고 위장한 진지에 사정없이 치고 들어가 혀로 공략한다.

짭짤하고 쿰쿰 한 냄새가 하나도 역겹지가 않다.

혀로 공략하면서도 선영이도 어쩔 수 없는 여자구나....이렇게 아름다워도 그곳의 냄새는 일반여자와 다를 바 없구나.....그렇지만 절대 선영이가 이런 몸으로 남자를 대하지 않을 것인데 어찌하던 내가 공갈이던 말던 이런 식으로 추하게 만들 수 있다니 흐뭇해져 온다.

기주는 더 이상 자기의 자지를 그냥 둘 수가 없었다.

자지가 기주의 코에 맡은 냄새가 전달되었는지 끊어질 듯 아파온다.

어서 자기를 식혀달라는 듯 못 참도록 시위를 하고 있다.

기주가 상체를 일으킨다.

그리고 무섭도록 발기한 자지에 침을 묻히고 선영이의 보지에 조준을 하고는 힘을 주어 밀어 넣는다.....

[아...아.......아파..............]

물론 선영 이는 처녀가 아니다.

하지만 차돌이가 어릴 적에 겪은 자지 아니었던가.....

여자가 그 곳의 고통을 잊으려면 아주 여러 차례 관계가 있어야 서서히 통증이 없어지는데 선영이로서는 두 번째의 남자이지만 또한 두 번째의 정사이기 때문에 처녀나 별반 다름없는 고통을 느끼고 있었다.

또한 지금 기주의 자지는 어릴 적 차돌이의 자지를 월 씬 상회하고 있었기 때문에 입구에서부터 밀려드는 고통에 고개를 저으며 하소연하는 것이다.

기주는 그런 선영이의 모습에 더한 욕기가 나는지 더 한층 힘을 주어 자지를 밀어 넣는다.

[아...... 아악. 제발..... 살살..아파요...엉엉............]

이십 중반이 넘은 여성이 아프다고 울고 있다.

기주는 한 번도 선영이가 우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물론 처음 만났을 때 말고는 그런 내색은 보았어도 금 새 표정을 바꾸고 밝은 얼굴로 자기를 대하곤 하던 선영이도 이 고통만큼은 별수 없는 모양이다 그런 생각이 든다.

그러자 더욱 얼굴에 강한 객기가 흘러나오며 있는 힘대로 허리를 내려 앉힌다.

[아악............회장님.....제발....... 그만, 엉 엉,,,,,,,,,,,,,]

기주가 손을 기주의 등을 죽으라고 안으며 몸을 밀착해온다.

선영 이는 기주의 거친 공격에 충격을 완 와 해보려는 몸짓이었지만 기주는 그것이 더한 흥분을 일으키는 모양이다.

선영이가 아파하고 괴로워하는 모습이 통쾌한 듯 웃고 있다.

그것뿐인가.

자지를 감싸고 죽어라고 붙들고 있는 선영이의 보지속살의 압력에 날아갈 듯 심한 쾌감을 느낀다.

기주는 죽어라고 허리를 움직인다.

[악.... 악...회장님, 제발....... 살려줘요. 나 죽어요.........악...악........]

선영 이는 아프고 쓰라림에 견딜 수가 없었다.

자기도 모르게ㅐ 살려달라는 비명이 절로 새어 나온다.

기주는 얼마가지 못한다.

기주의 처음 생각엔 아주 천천히 선영 이를 골려주고 그러려고 했는데 선영이가 처녀로 착각하고 그 고통에 쾌감을 느끼고 자기도 모르게 허리를 빠르게 놀린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좁은 보지 속에 그것도 엄청남 압박을 가하고 있는 질속에서 얼마 견디지도 못했겠지만 그 짧은 시간이지만 기주로서는 이제껏 갖지 못한 엄청난 쾌감을 느끼고 뜨거운 분출을 시작했던 것이다.

[어 헉......흐 헝........]

한없이 자지를 불끈거리며 사출을 거듭하고는 힘없이 늘어진 자지가 서서히 선영이의 질속에서 빠져버리자 허탈한 듯 옆으로 나둥그레진다.

기주는 아직도 쾌감에 젖은 듯 눈을 지긋 이 감고 가쁘게 호흡을 몰아쉬고 있다.

선영 이는 이제 얼굴도 가리지 않는다.

눈에는 눈물이 마르지 않고 타 내리고 있고 두 손은 아랫도리를 감싸고 있다.

그렇지만 손으로 그곳을 어찌 모두 감쌀 수 있겠는가 손가락 틈을 타고 허연 액체가 스며 나올 듯 모습을 보인다.

선영 이는 움직이지 못할 것 같은 몸을 억지로 세우고는 엉금엉금 기다시피 하여 욕실로 향한다.

기주는 그런 선영 이를 쳐다보고는 고개를 바로 하고는 눈을 감아버린다.

최고의 쾌락 뒤에 오는 피곤을 막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실로 기주에게 오십이 다 되어 진정으로 온몸으로 느껴본 쾌락이기에 더한 피로가 온 것인지도 모르겠다.

선영 이는 욕실에서 한없이 울었다.

그리고 마음을 다잡았는지 몸을 씻기 시작한다.

오랜 시간을 들여 육신 구석구석 기주의 냄새를 지우고 있었다.

선영이가 욕실을 나올 때에는 기주가 잠에 빠져들려는 순간이었다.

기주는 몰려오는 잠을 억지로 뿌리치고 선영 이를 본다.

선영 이는 약간 어기적거리며 침대 곁으로 다가오더니 벗겨진 속옷을 찾아 입고 다시 정갈하게 개어둔 정장을 차려입는다.

기주는 말없이 선영이의 행동을 쳐다보고 있을 뿐이다.

선영이가 옷을 모두입고 기주를 쳐다본다.

[회장님, 제게 주실 것이 있지요.]

기주는 눈짓으로 테이블 위를 가 르 킨다.

선영이가 기주의 눈짓을 보고 테이블로 다가가 작은 봉투를 든다.

그리고 문으로 향해가자 기주의 낮은 음성이 뒤에서 들린다.

[손 실장......내게 다시 기회가 없을까.......]

선영 이는 기주의 처량한 소리를 듣자 고개만 돌린 채 기주를 바라본다.

[회장님 전 더 이상 죄를 짓기 싫어요...

아마 그런 일이 온다면 전 죽어버릴지도 몰라요.

회장님은 절 잘 아시잖아요.

사실 전 지금도 죽고 싶은 마음을 억지로 참고 있어요.

꼭 봐야할 사람, 내가 사랑하는 사람,

어쩜 오늘일도 그 사람을 위하여 행해진 것일 거 에요...

천천히 나오세요. 먼저 가겠어요.]

선영이가 빠르게 말을 마치고 밖으로 사라진다.

기주는 선영이의 굴곡 있는 뒷모습을 쳐다보며 허탈감을 감추지 못한다.

선영이의 마음도 돌리지 못했고 또한 선영 이를 자기 마음껏 소유하지 못한 아쉬움이 들었던 것이다.

기주는 어디론가 전화를 한다.

상대방이 전화를 받자 다짜고짜 한마디만 하고는 끊어버린다.

[여보, 선영이의 마음을 돌리지 못했어,

당신이 나서서 도와줘야겠어.]

기주는 전화기를 던지다시피 내려놓고는 눈을 감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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