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 (9/50)

일화가 말이 없자 차돌이가 다시 묻는다.

[그렇다면 나한테 당신이 뭐지.......]

[내 사람.....]

일화는 그 물음에 망설이지 않고 대답한다.

차돌 이는 갑자기 냉소적인 콧방귀를 낀다.

[흥, 내 사람이라고.........그 딴 것은 개에게나 줘라 그래........

분명히 말하지만 당신은 내 사람이 아냐.......

내가 내 사람이라고 불릴 사람은 이 세상에 오직 한분뿐이야.....

내가 당신한테 그 정도였다면 앞으로 다시는 우리 서로 보지 말아야 할 걸.......

난 나를 주인으로 섬기고 거역하지 않으며 오직 순종만을 하는 그런 여자들만 내 곁에 둘뿐이야.....

건방지게 나와 동격으로 느끼는 여자라면 두 번 다시 상대도 안 해.....

아니.... 그런 여자는 모진 수모를 줘야 속이 풀리는 사람이야....

웃기는 소리하고 자빠졌네......

돈깨나 지녔다고 위신까지 절로 세워지는 줄 아는 모양이지....씹 헐.....]

일화는 차돌이의 말이 끝나자 지체 않는다.

차돌이의 품속에 더욱 바싹 파고들며 아양을 떨며 속삭인다.

차돌이의 비위를 거 스리지 않겠다는 순종이기도 하다.

[그래요. 내 사람이 아니라 당신은 내 주인이에요. 난 당신의 하인이고......]

[후후. 이제 말귀를 알아듣는군,

잘 들어..하인은 주인을 거역하거나 거슬리는 행동은 하지 않는다.

주인의 명이라면 그것이 섶을 지고 불에 뛰어들라고 해도 그렇게 하는 것이 하인이 할 행동이야...

그렇게 할 자신이 있어.]

차돌 이는 일화의 고개를 잡고 자기를 바라보게 하고는 다짐을 받듯 차거 운 눈을 빛낸다.

실로 광기에 싸인 눈빛이 저러하리라......

지금 그의 눈빛을 보고 어느 누가 그를 거역하거나 거스릴 수가 있을까.

[그럴게요, 당신이 원하면 무엇이든 거역하지 않고 할게요.

다만 당신이 날 멀리 하지 않아만 주신다면 무엇이든 할게요.]

일화는 차돌이의 눈을 보며 분명하게 다짐한다.

그의 눈빛이 무섭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그를 이해하고 존경하는 마음이 있었다.

그를 미워하기도 했고 저주도 했지만 그를 만나고 생전 알지 못했던 쾌락을 알았기에 마음보다 몸이 먼저 그를 원하고 순종했기에 주저 없이 자기 주인임을 맹세하고 절대로 그를 떠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는 것이었다.

[후후후........좋아.......

난 그렇게 모진 주인은 못돼.......

하지만 다른 사람이 있으면 넌 나의 사모님이고 오직 둘만이 있을 때는 넌 내 종이며

하인이야, 그러니 절대 내말을 어기면 안돼......

아니 설령 다른 사람이 있더라도 내가 명하면 제일 우선적으로 해야 한다는 걸 명심해.

만일 내말을 거역하면 하인은 주인에게 모진 고초를 받게 돼.

허나 말 잘 듣는 하인에게는 사탕을 물려줄 수도 있는 것이 나야...

그럴 수 있어,]

차돌 이는 재차 묻는다.

[예, 그럴게요. 당신은 내 주인이고 난 당신의 말 잘 듣는 하인이 되고 싶어요.]

일화는 망설이지 않고 분명하게 대답한다.

이미 차돌 이를 벗어나서 살 의향은 멀리 사라진지 오래다.

오직 차돌이만이 날 황홀경에 이끌었고 앞으로도 그걸 만끽하고 싶은데 왜 이 사람을 거역하여 괴로움을 자초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기에 하인이 아니라 노예라도 되어 곁에 있고 싶었다.

[후후후..일화, 넌 내말을 잘 듣는 개가 되어야 해...후후후.... 개 말이야......]

차돌 이는 그제 서야 웃는다.

한쪽 입가가 말려 올라간 비열한 웃음이었다.

그리고 일화를 철저한 노예로 취급하는 말투를 주저 없이 뱉아 내고 있다.

[그래요, 오직 당신에게는 개도 짐승이 되어도 괜찮아요.

난 당신을 내 목숨보다 소중하게 여기고 살거니 까요.]

[그래. 후후후......가만있자. 우리 아직 씻지도 않았지.

어때, 사랑스런 개야.... 네가 입으로 나의 보물을 깨끗이 해보지 않겠어.]

차돌이가 일화에게 입으로 자기의 자지를 빨라는 명을 내리자 일화는 망설이지 않고 방그레 웃으며 천천히 고개를 내린다.

[예, 주인님의 명이 아니라도 그렇게 해주려고 했어요,]

[후후후. 많이 해 봤다 이거지,]

차돌 이는 일화가 조금도 망설이지 앉자 다시 더러운 창녀를 대하듯이 한다.

[아니..아직 한번도 남자의 자지를 입에 물어본 적이 없어요,

내말은 진심이니 믿어주세요.]

일화가 눈을 크게 뜨고 고개를 가로 젓는다.

억울하다는 표정이 역력하다.

일하 역시 한편으로는 지금 자기가 왜 이렇게 되었는지를 의아했�.

나에게 이런 광기가 있었더란 말인가.

남자에게 쾌락을 얻었다고 내가 이 정도로 추해질수 있단 말인가.

이런 느낌 없이 살았어도 어느 누구에게 손가락질이나 욕설을 들어보았던가.

그런데 지금 난 왜 이렇게 변했는가.....

세상에 존경받는 도독군자에게 마음을 주는 것도 아니고 이제 자식 같은 어린 아이에게 쾌락을 얻었다고 내가 이렇게 변할 수가 있단 말인가

모든 것이 마음 한구석에서 의문이 일어나기도 했지만 그를 보노라면 그런 생각은 어느새 사라지고 그를 향한 충성의 마음만 생기고 있었으니...............

사실 일화로서는 어쩔 수가 없는 일이기도 했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사신의 기운을 마셨으니 그 사신의 주인인 차돌 이에게 몸과 마음이 복종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었다.

차돌 이는 일화가 완전히 자기 손아귀에 들어온 것을 느낀다.

다시 음흉하게 웃으며 일화를 독촉한다.

[알았어, 한번 빨아봐.......

만족을 느끼도록 해야겠지......흐흐흐...]

일화가 고개를 아래로 내려뜨리고 두 손으로 차돌이의 자지를 감싸 안는다.

그리고 경악의 눈동자를 보이더니 천천히 고개를 아래로 내려뜨린다.

일화는 차돌이의 자지가 급속도로 부풀어 오르며 엄청나게 휘어지는 것을 보고 놀랐고 그 크기에 다시 놀랐다.

과연 저것을 내 입에 품을 수 있을까 의심이 들 정도로 위압을 가져다주고 있었다.

그러나 차돌이의 환심을 얻고 싶었다.

입이 작다면 찢어서라도 저것을 품어 차돌 이를 기쁘게 해주고 싶었다.

일화가 차돌이의 자지첨단에 입술을 대었을 때 문 앞에서 급한 발걸음이 들린다.

일화는 순간적으로 그 발자국의 임자가 민수임을 느낀다.

그래서 행동을 중지하고 어쩔 줄을 모른다.

차돌이가 매섭게 째려본다.

일화는 그 눈빛에 모든 기가 사라져 버린다.

천천히 차돌이의 첨단을 입속에 품어본다.

입안 가득이 차돌이의 자지로 메어진다.

그리고 비릿한 냄새가 역겹게 코로 밀려온다.

구역질이 나오려는 것을 억지로 참는다.

[형, 자.........]

민수가 문 앞에서 차돌 이를 찾는다.

[아니 민수구나..... 들어와.....]

차돌이가 민수를 들어오라고 한다.

일화는 사색이 된다.

그러나 다시 들려오는 민수의 말에 조금의 안도를 가지며 입에 자지를 물고 애원하는 눈빛으로 차돌 이를 본다.

차돌이도 일화의 예쁜 얼굴을 보며 야비하게 웃는다.

[응. 그런데 형, 문이 잠겼어,]

[그래. 어쩐 일이야.]

차돌 이는 민수가 왜 왔는지 알면서도 능청스럽게 묻는다.

[형이 아까 두시간만에.... 헤헤.......이 팬티 갖다 놓으라고 했잖아.....

그런데 어떤 여자인지 몰라도 정말 야한 팬티를 입고 있어. 헤헤헤...

덕분에 자지가 아프도록 했지만. 헤헤헤...........]

민수는 자기가 온 목적을 말한다.

문 밖 저쪽에 있지만 민수의 얼굴이 그려진다.

[후후후. 맞았어. 내가 깜박했어...잔뜩 흐려놓았겠지....]

[형, 너무 많이 싸서 미안해, 아직도 물이 떨어지고 있어. 헤헤헤.]

[알았어, 문 앞에 놓고 네 방으로 건너가...........]

차돌 이는 일화를 보며 얄미운 미소를 지으며 민수에게 말한다.

[그래 형 , 잘 자....

아참, 그리고 이 팬티에 묻어있던 털이 두 오라기 있었어, 그건 내가 가져도 돼지....]

[뭣이.........후후후. 그래라..

아마 너처럼 그런 행운을 가진 남자는 드물 거야.

그 털이 얼마나 귀한 것인 줄이나 아니.

아마 넌 평생을 살아도 못 가질 털을 가진 것이니 보관이나 잘해...흐흐흐..]

차돌 이는 실로 짐승보다 못한 행위를 하고 있다.

그걸 가지고 좋아하는 민수가 그 털이 자기 엄마 털이라는 걸 알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상상만으로도 야하고 음탕한 생각이 치솟는다.

[헤헤헤. 고마워...형.......]

민수는 감사함을 전한다.

그리고 몸을 돌리고 그곳을 벗어난다.

발자국이 멀어진다.

이 모든 것을 듣고 지켜본 일화는 얼굴색이 벌겋다 못해 창백하게 변해있다.

아들놈이 아무것도 모르지만 엄마의 팬티에다 딸딸이를 쳐 그 정액을 흐려놓은 것도 부족해 아들놈이 자기 보지 털을 가지고 있다 생각하니 진정 얼굴들 수없을 만큼 수치와 부끄러움을 느꼈다.

언제 두 사람이 이런 이야기와 행위를 편하게 할 만큼 가까워 졌단 말인가.

일화는 점점 차돌이가 무서워 졌다.

눈물이 두 볼을 타고 흘러내린다.

그러나 차돌 이는 야속하게 한마디도 없다.

[씹 헐. 더럽게도 못 빠네..........일부러 그런 척 하는 건지 제기랄........

그만 빼고....... 가서 방문 앞에 있는 네 팬티를 가져와...

분명한건 입으로 물어서 가져오라는 것이야.

시간은 일분......시간을 지체하면 후후.. 넌 하인으로서 모진 고초를 당할 거야....

지금보다 몇 배는 더한 .......또 네가 나의 말을 거역하려는 마음이 있는지 그렇지

않는지 이것으로 시험한다고 봐도 좋아...]

[아....주인님.....제발. 그것만은.....]

결국 올 것이 오고 말았다.

민수가 방 앞에 와서 차돌 이와 대화를 하는 중간에 문뜩 가졌던 생각이 추호도 틀림없이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는 일이 없기를 수 천만번 마음속으로 빌었지만 아무 소용이 없는 일이 되고 말았다.

그리고 일화는 그런 차돌이의 요구를 거역할 수도 없으니. 울먹거리며 선처를 호소하는 것이다.

[후후. 벌써 10초 흘렀어.]

일화는 돌이킬 수 없음을 알았다.

이젠 차돌이의 손아귀에서 절대 벗어날 수없다는 것도 깨달았다.

거역하면 무엇 하리.......나의 주인은 분명 거역하면 그보다 더한 벌을 내릴 것 같은 마음이 들고도 남으니.......일화는 번개같이 방문을 열고 입으로 팬티를 물고 차돌이 앞으로 온다.

일화는 매 쾌한 냄새가 코를 찌르고 조금 전 차돌이의 자지를 입에 머금을 때보다 수십 배는 더한 구역질을 억지로 참는다.

그것뿐이랴 팬티에서 정액이 타고 흘러 젖가슴에 떨어지고도 있다.

[앉아.....]

일화는 팬티를 입에 물고 차돌이 앞에 앉는다.

차돌 이는 흠씬 젖은 팬티를 손가락으로 집더니 일화에게 다시 명을 내린다.

[눈감고 입을 벌려 최대한 크게....]

기어이 일화의 눈에 눈물이 떨어진다.

정말 가혹한 형벌이며 수치스러운 일이 아닌가.

실로 사람이 해서는 안 될 일을 차돌 이는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모양이다.

차돌이가 서운해진다.

그러나 거역할 수는 없는 노릇 눈물을 흘리며 입을 벌린다.

차돌 이는 정액이 떨어지는 팬티를 일화의 입 위에 올려놓고 다른 손으로 팬티를 뒤적인다.

그러자 팬티 속에 싸여 붙어있던 정액들이 흩어지며 허연 정액들이 마구 일화의 입속으로 떨어진다.

일화는 숨을 멈추고 눈을 감고 그 정액들을 고스란히 입에 담는다.

차돌이가 팬티를 내려놓고 다시 명령한다.

[한 방울도 남기지 말고 삼키도록 해......]

그러면서 일화의 코를 잡는다.

일화는 쾌쾌한 악취 때문에 겨우 숨을 참고 있는데 차돌이가 코까지 막자 얼떨결에 정액들을 삼키고 만다.

그리고 엎드려 한동안 입을 막고 구역질을 참는다.

[후후. 좋았어, 넌 자격 있어...

이제 당신은 자식의 정액까지 삼킨 더러운 여자야.

물론 주인이 시킨 일이지만 감히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했다 이 말이야......

좋은 구경을 했어, 이제 내가 어떤 놈인 줄 알았지

그러니 절대 내말을 거역하지 마라......

민수와 관계하고 싶지 않으면...후후후....]

차돌이의 말은 여전히 냉랭하다.

일화는 도무지 빠져나올 수 없는 늪 속에 빠졌음을 다시 한번 느꼈다.

차돌이가 저렇게 안 해도 난 시키는 데 로 할 것인데 왜 이렇게 무모한 짓까지 시키는 것인지 모른다.

아마 날 더욱 수치와 모멸감을 주고 싶은 것이 있나보다..

또다시 서운한 마음이 들어 눈물이 쏟아진다.

그렇지만 거역한다면 자식의 자지를 자기 깊은 보지 속에 품을 수도 있다는 말에 오금이 저린다.

능히 차돌 이는 하고도 남을 사람으로 보았기에.....

차돌 이는 그런 일화를 아랑곳 않고 일화의 가랑이를 벌리게 하더니 민수의 정액이 잔뜩 묻은 팬티를 보지동굴에 집어넣는 것이다.

일화가 사정하는 눈빛을 보내고 눈물을 흘려도 차돌 이는 마침내 자기가 하고자 하는 일을

모두 하고서야 일화를 일으켜 앉힌다.

[내일 저녁까지 그 속에 담고 있어.

그리고 내가 내일 들어오면 확인을 받으라고.....흐흐흐...]

[흑, 흑,,주인님..........제발..제발.......흑. 흑.....]

[씹 헐.. 난 잘 먹고 잘사는 년들은 그런 짓도 안하는 줄 알았어.

네년은 누구보다 더 밝히는 똥개 같은 년이야....

그런 년에게 이정도면 많이 봐 준거라 생각해...........

다음엔 점점 심해질 테니 마음에 각오는 항상 단단히 하고........]

차돌 이는 울면서 애원하는 일화를 모질게 거절한다.

지금 차돌이의 정신상태는 광기에 싸인 변태성욕자나 다름없었다.

아니 그것보다 심한 상태였던 것이다.

언제나 가졌던 마음 세상 모든 여자들을 개같이 짓밟으며 살고 싶은 욕망이 지금 여지없이 표출되고 있었고 그 시작이기에 더욱 광분에 휩싸인 지도 모른다.

[아....주인님..........]

[자. 이제 그만 울고 사모님은 이만 안방으로 가시죠,

난 좀 자야겠으니...........]

차돌이의 얼굴이 비열하다 못해 냉소적이다.

그리고 일화를 내쫒는다.

일화는 그만 이 자리를 빨리 벗어나는 것이 좋겠다고 싶었는지 옷을 찾는다.

그러나 차돌 이는 일화의 손을 거머쥐고 걸어 나가 방문 밖으로 밀쳐버린다.

차돌이가 이렇게 마음속에 악마를 감추고 살았단 말인가.

진정 그렇게 하고도 입엔 만족스런 음소를 흘리고 있으니 무서운 차돌이가 아닐 수 없다.

[흐흐흐......무슨 옷은........ 그냥 벌거벗은 채 가도록 해........

보지 속에 있는 것 빠지지 않도록 조심하고......

또 하나, 나에게 올 때나 있을 때는 속에 걸친 쪼가리가 없어야 한다는 걸 명심해......]

일화는 차돌이가 벌거벗은 몸을 만들어 쫒아낼 줄 몰랐다.

일화는 극도로 긴장하고 만다.

몸을 움츠리고 발소리를 죽여 조심스럽게 복도를 걷다가 안방이 보이자 재빠르게 안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는다.

그리고 조용하지만 약한 울음소리가 들려나온다.

그 울음소리는 근 한 시간을 끌었고 그리고 잠잠해진다.

.

.

.

그렇게 한집에 사모님이 하인이 사는 비밀스런 생활이 계속된다.

해는 바뀌고 마지막 한파마저 조용히 물러가고 만물이 때를 만난 듯 모습을 드러내는 봄이 찾아왔다.

아직 조석으로 싸늘한 기운은 사라지지 않고 있지만 봄날의 오후 한때는 따사롭기만 하다.

차돌 이는 대학 3학년에 편입되었다.

어떤 생각인지는 몰라도 자연과학을 공부하는 학과를 선택했다.

그리고 때때로 한의학을 공부하기도 하면서 바쁘게 보내고 있었다.

물론 처음에 학교에 편입되었을 때 교수나 학생들이 고운 눈으로 보지 않았지만 차돌이의 영민한 머리와 탐구력에 교수는 자기가 알고 있는 지식을 아낌없이 전수하며 아끼고 있었다.

사근사근하고 붙임성 있고 예의바른 차돌 이를 누가 싫어하리......차돌이의 두 얼굴이 여지없이 드러나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미지는 같은 학교 2학년에 있으며 미지의 친구들이 차돌 이를 소개 팅 해달라고 졸라도 여전히 차돌 이에 대한 냉소적인 모습만 보이고 있었다.

아니 점보다 더하는 것인 줄도 모른다.

나이도 자기보다 어리면서 학년은 고학년이고 혼자서 독학하다 자기 부모를 만나 호강하는 것이 못 마땅 하는 것이다.

하물며 부모님은 물론 동생 민수까지 차돌이 말이라면 모두 껌벅 죽으니 어찌 속이 상하지 않겠는가....좌우간 미지는 차돌이가 반갑게 인사를 해도 모른척하기가 일수였다.

오늘 아침까지도 그랬다.

아버지는 집안도 모르는 차돌 이를 자기와 짝을 이뤘으면 하는 마음을 공공연히 드러내놓고 있다.

차돌 이는 무슨 마음인지 빙그레 웃고만 있었고 자기의 마음도 모르는 민수는 환호성을 올리며 적극 찬동하기까지 한다.

내가 무엇이 모자라 저런 집안도 모르는 놈에게 시집을 간다 말이야.....

언감생심 꿈도 꾸어서도 안 될 놈이 건방지게 좋다는 말도 없고 싫다는 표정을 보이는듯하니 자손심이 뭉개지고 속이상해 견딜 수가 없었다.

괜한 화풀이를 친구에게 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차돌 이는 자손심도 없는지 자기만 보면 누나하며 밝은 미소를 보이고 있으니 그 속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조금 전에도 서로 얼굴을 마주치자 누나하고 반가운 인사를 하는 차돌 이에게 냉소적인 콧방귀만 끼고 아는 척도 안 하고 돌아섰는데도 놈은 빙그레 웃고만 있었다.

그런 차돌이가 그렇게 멋있게 보이는지 친구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차돌 이를 소개해달라고 조르니 여간 못마땅하지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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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차돌 이는 학교 도서관에서 밤늦도록 공부하고서야 책을 챙겨 도서관을 빠져나온다.

싸늘한 공기가 온몸을 싸고돈다.

그러나 차돌 이는 그 찬 공기가 마음에 드는지 깊게 심호흡을 몇 번 하고는 천천히 교정을 빠져나온다.

[빵,,,,빵.........]

늦은 밤에 누가 예의 없이 크 락 숀을 누르고 다니는 걸까......불쾌한 얼굴로 소리 나는 곳을 쳐다본다.

빨간 자동차가 차돌이 옆에 미 끌어 지듯 정차하며 조수석 문이 열린다.

작지만 아주 비싼 외제 차다......

차돌이가 누가 자기에게 이런 호의를 베푸는가 하여 고개를 숙이고 안을 본다.

머리를 어깨너머로 넘기고 통통한 얼굴에 매력적으로 생긴 아가씨가 자기를 보고 웃는다.

하는 행동은 건방진 것인데 아가씨의 얼굴을 보고 있으니 명랑하고 귀엽다는 생각이 먼저

오를 만큼 정겨운 얼굴이다.

차돌 이는 문뜩 다른 사람 얼굴이 떠오른다.

[누나도 저랬는데.....언제 봐도 편안한 얼굴..................]

차돌 이는 생각을 접고 아가씨에게 말을 건다.

[저보고 타라는 것입니까.]

[호호호. 그래요..그렇지 않음 여기 누구 다른 사람이 있나요,]

아가씨는 웃으며 차돌 이를 빤히 쳐다보고 있다.

그러나 차돌 이는 아가씨의 호의를 사양한다.

[아...그렇군요. 하지만 난 댁을 모릅니다.

그리고 아직은 멀쩡한 다리라 누구에게 빌붙지 않아도 견딜만하니..............]

[듣던 대로군요,.......내가 궁금하지도 않아요.

이 늦은 시간에 여자가.....그리고 왜 당신을 기다렸는지도.........]

[궁금하긴 해요........하지만 내일이 아니라서...안녕히 가세요.]

차돌 이는 가볍게 묵례를 하고는 다시 앞을 보며 길을 걷는다.

아가씨는 기도 차지 않는 듯 멍청한 표정을 보이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 급하게 차를 몰더니 차돌 이를 앞 지러 고는 길을 막듯 차를 세운다.

[이번에는 길만 막았지. 또다시 사양하면 정말로 댁을 치게 하겠어요.

그렇게 해서라도 내차에 싣고 말테니 선택하세요.]

아가씨의 앙골 찬 소리가 터져 나온다.

차돌 이는 기가 차기도 했지만 그 용기가 정말대담하고 사랑스럽다.

[하하..이런 죽기 싫으면 타라는 뜻인데..........

아직 청춘이라 벌써 죽기는 무엇하고 할 수없이 타야겠군요..하하하......

그리고 어떤 아가씬데 이렇게 용감한지 이젠 정말 궁금해져서 견딜 수도 없고.....하하.]

차돌 이는 망설이지 않고 조수석에 올라탄다.

그리고 의자를 뒤로 제켜 비스듬히 몸을 눕히고는 정면을 쳐다본다.

그런 차돌 이를 지켜본 아가씨는 싱긋 웃으며 차를 출발시킨다.

[언제나 그렇게 당당하세요.]

[후후후...............]

차돌이가 대답은 않고 손을 머리 뒤로 깍지를 끼고는 웃기만 한다.

아가씨는 얼굴에 노한 표정을 올리다가 다시 웃음을 되찾는다.

[난 박 현영이라 해요,]

[..........................]

다시 아가씨가 이름을 밝힌다.

그러나 차돌 이는 묵묵부답이다.

[흥, 댁은 인사도 할줄 모르는 그런 사람인가요......

건방지다고 생각지는 않은가요.]

현영은 차돌이의 행동이 거슬리는지 콧방귀를 낀다.

여자가 이렇게 관심을 가지고 다가가는데 반응이 없다니.....

적어도 뭐라 한마디 할 정도의 관심을 가지고 바라보아야 되는 일 아닌가.

목석이라면 모를까 현영 이는 건방진 차돌이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제 서야 차돌 이는 전방을 보던 시선을 아가씨에게로 돌린다.

[아가씨,

댁이 이 밤중에 날 기다렸다면 내가 누구고 어떤 놈인지는 알고 왔을 것 아닌가.....

알고 있는 사실을 다시 한다고 기억이 새로워지는 것은 아닐 텐데....구 태어 말할

필요가 있을까.....]

[어머...어머...점점.....처음 보는 여자한테 반말 비슷하게 하고.......

내가 댁보다 나이가 많을 텐데 말을 그렇게 함부로 해도 되나요.]

현영 이는 기가 차지도 않는 모양이다.

이제껏 많은 남자를 보아왔지만 초면에 건방지게 반말을 하지 않나......하물며 자기보다 어린 남자한테 반말을 듣고 있으니 화가 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러나 차돌 이는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웃는다.

[점점 답이 나오네........

나보다 나이가 많다는 것을 강조하는 걸보면 날 많이 안다는 뜻이야...

결국 아가씨가 전부 말할 건데 내가 물어볼 이유가 없지 않겠어.....

후후후..그리고 보니 미지누나 친구인 모양인데..굉장히 친한 모양이지.....

미지누나는 나를 몹시 어쭙잖게 여기는 사람인데 그런 나를 알려줄 정도면 ..후후후....]

차돌 이는 뭔가 짐작이 갔다.

현영이가 누군지 알겠다는 투였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차돌이가 알게 모르게 심어놓은 흉계인줄을 그녀가 알면 과연 표정이 저러할까........

[호호호..그래요. 난 미지 친구에요...

아직까지 한번도 댁 같은 사람을 보지 못해 건방지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네요.

하지만 대단해요. 마음에 들고요........호호호.....]

현영이도 그만 웃고 만다.

차돌이가 예의 바르고 붙임성이 있다는 주위의 평판을 들어 알고 있었는데 예상외의 성격을 발견하자 약간 어리둥절했지만 사나이라면 그런 기개가 있어야. 적어도 나와 만나는 남자라면 그 정도의 기개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현영이다.

처음엔 나이도 어린 차돌이가 반말을 하지 화가 났기도 했지만 누나친구라는 걸 알고도 여전히 자기의 소신대로 행동하자 그만 그것이 하나의 멋으로 보였고 호감이 갔던 것이다.

현영 이는 계속 말을 이어간다.

[호호호......어쩐지...친구들이 미지에게 댁을 소개해달라고 조르는 데는 이유가 있었어.

이봐요......차돌아저씨........나랑 사귀지 않을래요.]

[후후후...............]

차돌 이는 웃기만 한다.

그녀가 당돌하고 귀엽기도 했지만 이 모든 것이 작전대로 움직이고 있기에 흐뭇하기도 했다.

[왜요, 사귀기 싫어요. 난 그렇게 막 되먹은 여자가 아니에요.]

[후후후..........]

여전히 차돌 이는 미소를 그리며 웃고만 있다.

현영 이는 자손심도 상하고 화가 치솟는다.

현영 이는 차를 길옆으로 세우더니 차돌 이를 째려본다.

[정말 여자를 엄청 무시하는군요.

건방진 것도 적당하면 멋이 되지만 지나치면 화를 불러온다는 것쯤은 알 텐데.......]

차돌 이는 그제 서야 현영 이를 쳐다본다.

싱글거리며 웃던 표정은 지우고 날카롭게 현영 이를 쳐다본다.

그 눈빛이 너무도 강렬하여 현영 이는 째려보던 눈을 아래로 떨어뜨린다.

현영이로서는 이제껏 남자 앞에서 꼬리를 내리기는 처음 있는 일이다.

그만큼 차돌이의 눈빛이 강렬하여 마주 대할 수가 없었다.

[이봐, 아가씨........

나하고 사귀자고 했어.

난 그럴 여유도 이유도 없어,

무턱대고 여자나 사귀는 그런 안일한 삶을 살 형편도 안 되는 놈이야.

또 하나...난...여자를 사귀지 않아.....

가슴 크고 엉덩이 큰 여자가 나에게 무릎 꿇고 순종할줄 아는 여자를 곁에 두지...

아가씨처럼 당돌하고 동격으로 나를 대하려는 여자는 나에게 밥맛이야...

눈빛이 고와서 듣고 있었지만 너무 지랄 같은 말을 하기에 일러두는 거야..

날 계속 태워주려면 가고 그렇지 않겠다면 여기서 내리지......

제기랄..그런데 여기가 어디야........]

[뭣이.......나보고 밥맛이라고........이런 개떡 같은 자식이........철썩............]

차돌이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현영이의 불같이 노한 음성이 터지는 가 했더니 연이어 뺨을 때리는 소리가 들린다.

[내려...이 개자식아...흑...흑...........]

현영이가 서러운가 보다.

현영이가 어떤 생활을 하고 살았는가......무남독녀 외동딸로 집안의 귀여움이란 귀여움은 독차지 하고 살았는데 어디서 개망나니 같은 놈이 자기에게 밥맛이라고 하지 않는가.......

뭐라....엉덩이 크고 가슴 큰 여자가 무릎 꿇고 머리를 조아려야만 자기와 사귈 수 있다는 말인데.....하잘 것 없는 거지새끼가 감히 누구더러 종년 취급하는가 하고 불같이 노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분함에 그만 눈물을 흘리며 통곡하는 것이다.

[엉,,,,엉,,,,,말미잘 같은 새끼.....개새끼......누구더러......엉 엉엉........]

현영은 분함을 감출수가 없었다.

언제 자기가 남자에게 이토록 깊은 관심을 표한 적이 있었는가.

자존심 팽개치고 행하였는데도 도리어 돌아온 건 욕설과 거절이 아닌가.

분함에 눈물과 고함을 쳐가며 성질을 부려보지만 상대는 더욱 기고만장 하지 않는가.

[후후후.......감히 사나이의 뺨을 때리다니.........넌 후회할거야.........

그러나 한번은 용서하지....미지누나를 봐서..........후후후......]

차돌 이는 차에서 내린다.

그리고 거리를 걸어간다.

어딘지는 알 수 없지만 시내와 떨어진 곳이 분명하다.

지나다니는 차들도 별로 없는 한산한 거리이다.

지나가는 택시가 있나 살피며 그냥 큰길을 어 설렁거리며 걸어간다.

한참을 걸어가도 기다리는 택시는 오지 않고 점점 차들의 왕래도 뜸해진다.

그래도 차돌 이는 앞을 향해 꿋꿋이 걸어간다.

뒤에서 차의 불빛이 비치고 그 차가 앞으로 가는가했는데 차돌이 옆에 멈춘다.

다시 조수석 문이 열리고 맑고 고운 목소리가 들린다.

그렇지만 그 목소리는 어딘지 모르게 앙칼지다.

[타세요.....그길로 가면 집도 없는 길이란 말이에요.]

차돌 이는 현영 이를 잠시 쳐다보다가 차에 올라탄다.

현영 이는 조금 가다가 차를 돌려 속도를 내며 달린다.

눈엔 눈물이 흘러서인지 얼굴이 엉망이다.

화장한 얼굴이 얼룩이 지고 눈엔 아직도 물기를 머금고 있으며 입은 한일자로 닫혀있다.

차는 한참을 달려 차돌이의 집으로 가는 어귀에 당도했다.

[세워...여기서 걸어야겠어. 오늘 기분이 엉망이야........]

현영 이는 차를 세운다.

그런데 차돌이가 기분이 엉망이라지 않는 가 기분은 자기가 엉망인데 도리어 자기 때문에 기분이 엉망이 된 듯 하지 않는가......정말 못 말릴...그리고 아집으로 똘똘 뭉친 망나니로 보인다.

차돌이가 조수석을 열고 나가려 한다.

[저....................]

현영이가 뭔가 말하려고 차돌 이를 세운다.

차돌 이는 차에서 내리려다 엉거주춤한 자세로 현영 이를 쳐다본다.

[왜,,,,,아직 할말이 남았어.]

[아니에요, 안녕히 가세요.]

현영 이는 할말을 하지 않고 인사로 대신 한다.

차돌 이는 차에서 내려 빠른 걸음으로 집으로 향한다.

현영 이는 차돌이의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고 있다가 차를 돌려 오던 길로 사라진다.

며칠이 지난 어느 날.......

햇살이 포근하게 비추는 오후였다.

차돌이가 교수님의 강의를 듣고나온다.

책에서 눈을 떼지 않고 건물을 빠져나와 교정 안 잔디밭에 설치된 나무벤치에 앉아 책을 보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햇빛이 가려지는가 하더니 옆에서 아주 좋은 향수냄새가 나질 않는가.....

차돌 이는 책에서 눈을 떼고 냄새나는 곳으로 고개를 돌린다.

바로 자기 옆자리에 미지가 노한 표정을 지으며 앉아 자기를 매섭게 쏘아보지 않는가........

[흥......네가 뭔데 내 친구를 울리고 그래.....

어디서 굴러먹던 거지새끼가...누구한테 건방지게..........]

[철썩............]

미지는 말도 끝내지도 못하고 뺨이 떨어져나가는 아픔을 맛보아야 했다.

차돌이가 노기를 잔뜩 띠우고 자기를 노려보고 있다.

미지는 차돌이의 눈빛을 보고는 진저리를 친다.

아직 미지는 차돌이의 저런 눈빛을 본적도 없었지만 그 눈빛에 기가 꺽 이려 든다.

그러나 눈빛보다 뺨을 맞았다는 생각이 떠오르자 아픔도 같이 온다.

미지는 뺨을 손으로 감싼다.

[감히 네가 누구에게.......]

[철썩.........]

또다시 다른 쪽 뺨이 떨어져나가는 통증이 온다.

미지는 분하기도 하지만 아픔에 그만 눈물을 쏟고 만다.

[엉...엉...엉........네가 나를 때리다니...........엉. 엉....]

미지가 벤치에 엎드려 대성통곡한다.

차돌 이는 그 모습을 한동안 바라보고 있다가 부드럽게 말한다.

[누나......이건 내가 때린다고 생각하지 마.....누나의 부모님이 때린 것이라 생각해....

그리고 누나....나 정말 많이 참았어........갈게.]

[엉..엉...그래 네까짓 게 안 참으면 어쩔 건데.. 엉. 엉..엄마..엉엉.......]

차돌 이는 울고 있는 미지를 그냥 두고 교정 밖으로 빠져나간다.

얼굴에 아까 미지에게 보내던 부드러운 모습은 찾아볼 수도 없다.

뭔가 눈빛이 틀리다.

꼭 무슨 일을 저지르고자 할 때 보이던 눈빛을 차돌 이는 하고 있다.

무얼 하려고 그러한 눈빛을 나타내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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