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차돌이의 누나 선영 이는 뭘 하고 있을까........
그날 차돌이가 울며 집을 박차고 나갈 때 선영 이는 커다란 절망감을 맛보았다.
저 아이가 저렇게 나가면 쉬 돌아오지 않을 아이란 걸 누구보다 잘 아는 누나이기에....
뛰어나가 잡으려 해도 불편한 몸이고 설사 몸이 불편하지 않았더라도 아랫도리 가랑이사이 보지에 커다란 몽둥이가 박혀있는 듯 걷기조차 힘들었기 때문이다.
차돌이가 집을 뛰쳐나가자 울면서 애원해도 차돌 이는 죄의식 때문인지 번개같이 사라지고 말았던 것이다.
선영 이는 차돌이가 돌아오길 빌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기다려도 돌아오지 않았다.
아침이 되어 신문배급소 소장이 와서 차돌이가 안나왔다면서 궁금해 찾아 왔길 래 선영 이는 차돌이가 몸이 심하게 아파 병원에 입원했다고 거짓말하며 아마 못 나가게 될 것 같으니 다른 사람을 구하라며 돌려보내기도 했다.
선영 이는 마구 쏟아지는 눈물을 막을 수가 없었다.
그까짓 순결이.......아니 순결을 준 것이 아까운 게 아니었다.
언젠가 누구에게 줄 순결이고 남보다 동생에게 주는 걸 무엇 하나 아까우리.........허지만 피를 나눈 형제끼리 근친은 우리 사회의 도덕과 인식에 절대 허락할 수도, 해서도 안 되는 일이기에 그것이 두 사람을 괴롭히고 절망에 빠트린 것이다.
선영 이는 도덕이 뭔데 사회의 관염이 무언데 우리가 헤어지게 하는가.....이 세상에 둘밖에 없는데 그까짓 도덕이 왜 우리가 헤어져야 하는가......
내 몸이 뭐가 대수라고 사랑하는 동생이 원하면 목숨도 줄 수 있는데 그까짓 정조가 무어가 대단하다고 우리가 이렇게 괴로워하고 헤어져야 하는가......
선영 이는 마음속으로 반문하고 정의를 내려도 이미 동생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들어오지를 않는다.
이 아이가 무슨 결심을 하면 끝을 보는 아이인데....이렇게 추운날씨에 어디서 떨고 있지나 않는지 불편한 다리로 어디서 헤 메고 다니고 않는지.......이것이 모두가 자기가 참지 못하고 동생을 난감하게 만들은 죄같이 느껴줘 너무나 가슴이 아픈 것이다.
[흑......흑........차돌아.....돌아 와...누난 괜찮아.......
이제부터 네가 누날 밤새도록 가지고 장난감취급해도 아무소리 안하고 웃으며 받아줄게
제발 누나 곁으로 돌아 와....흑......흑........나 이제 어떻게 살아........흑...흑.....]
선영 이는 차돌이가 돌아온다면 무슨 짓을 해도 웃으며 받아들이기로 맹세를 하였지만 차돌 이는 그날 돌아오지 않았다.
선영 이는 울다 지쳐 잠이 들고 만다.
어제 밤에 차돌 이에게 당한 추행도 있었고 하루 종일 먹지도 않고 울었으니 피로가 몰려온 것이다.
햇살이 커턴 사이로 환하게 비추이고서야 선영 이는 잠에서 깨어났다.
[차돌아..........차돌아........]
선영 이는 일어나자마자 차돌 이부터 찾는다.
불편한 몸으로 사다리를 타고 다락을 쳐다보고 부엌까지 살펴보고 난 뒤 선영 이는 방 벽에 들을 기대고 그대로 주저앉는다.
또다시 눈물이 흐른다.
어디에도 차돌이가 왔다간 흔적이 없다.
차돌 이를 안보고 살 자신이 없어진다.
이제 어떻게........무얼 의지하고 살아야한다 말인가.....
망연자실 넋이 빠져있는 선영이다.
[똑......똑.....똑.......]
누군가 문을 두드린다.
선영 이는 그 소리가 자기 집 문인 줄 알고는 급히 흐르는 눈물을 감추고 자리에서 일어나 급히 달려 나간다.
혹시 차돌이가 온 것이 아닐까해서이다.
선영이가 바쁜 걸음으로 방을 나가 문을 열고 밖을 본다.
밖엔 차돌이가 아닌 아주 잘 차려입은 중년부부가 서 있었다.
환하게 웃으며 자기를 보고 웃고 있다.
[실례지만 여기가 선영이라는 아가씨가 산다고 들었는데.........]
화사하게 차려입은 부인의 입에서 자기를 찾자 선영 이는 지체하지 않고 되묻는다.
[예, 제가 선영입니다. 누구신지요.]
[호호호........여보. 단번에 찾았네요.
호호. 아가씨가 차돌이라는 아이의 누나가 맞죠.]
부인은 뒤에 서서 웃으며 바라보고 있는 남편에게 찾았다는 말을 하고 선영 이에게 다시 말을 건다.
[예, 차돌 이는 제 동생이에요,
우리 차돌 이를 아시는가요. 안다면 우리 차돌이가 어디 있는지도 아시겠네요.
제발 가르쳐주세요.......아님 누나가 잘못했으니 들어오라고 해 주세요...
누나가 차돌이 하자는 대로 할 테니 제발 집으로 돌아오라고 해 주세요.......흑.....흑...]
선영이의 눈에서 다시 눈물이 떨어지고 만다.
부인의 입에서 그토록 보고 싶어 하는 동생의 이름이 나오기에 혹시 그의 행방을 알고 있다 여기고 부인에게 매달리다시피 하며 울부짖는다.
중년부부는 선영 이의 그런 모습을 보고는 웃는 얼굴을 지우고 측은한 표정으로 바뀐다.
[아가씨.....눈물을 거두세요.
그리고 여기서 이럴게 아니라 잠시 들어가서 이야기를 했으면 하는데......]
뒤에 서 있는 남자가 앞으로 나서며 선영 이를 다독인다.
[아참, 내가 실례를 했네요.....
누추하지만 잠시 들어오세요.]
선영 이는 눈물을 훔치며 돌아서서 한발 앞서 방으로 들어가서는 방안에 깔린 이부자리를 한쪽으로 치우고 따뜻한 아랫목으로 앉길 기다린다.
중년부부는 선영이의 뒤를 따라 방안에 들어와서 방안을 한차례 둘러보고는 자리에 앉는다.
선영 이는 중년부부가 자리에 앉자 바싹 다가앉으며 마음에 있는 궁금한 것을 물어본다.
[저.......아까 차돌 이를 안다고 하셨어요.
혹시 내 동생이 어디 있는지 아시나요.]
[허허허...아가씨.....동생과 무슨 일이 있어도 크게 있은 모양이군요.
허나 나도 아가씨 동생이 어디 있는지 몰라요.]
남자는 선영이가 자리에 앉자마자 차돌 이를 물어오자 당혹함을 나타내다가 다시 자애로운 표정으로 바뀌며 솔직하게 대답한다.
[그럼 어떻게 우리 동생을 아나요......
동생은 두 분 같은 분을 알 처지가 못 되는데요.]
선영 이는 모든 것이 궁금했다.
곱게 차려입은 두 분이 차돌 이를 알 까닭도 없을 건데 차돌 이를 들먹이며 자기를 찾아오지 않는가....선영 이는 한걸음 더 바싹 다가앉는다.
[허허허....내 여기까지 와서 무얼 숨기겠소.
난 박 기주라고 합니다.
저긴 나의 내자인 유 도 희이고........
아가씨.......솔직히 동생은 나뿐만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위기에서 구해준 아이요.
나도 아가씨 동생을 어제 만났지만 결심을 돌리지는 못했소.
그 아이가 무엇 때문 인지는 몰라도 대단한 결심을 하고 있었어요.
다만 떠나면서 하나 부탁했는데 바로 아가씨였소.
우린 그 부탁을 들어주기로 했고 아니 거절할 입장도 아니었지만.......
하여간 아이는 자기 누나를 만나면 이렇게 전해 달라 했소.
꼭 다시 만난다고....성공해서 누나를 죽을 때까지 편하게 모신다고......
그때까지 우리말을 듣고 따라주길 바란다고 했소.]
남자는 방안에 들어와서 방안을 둘러보고 이런 생각을 가졌다.
비록 누추하고 볼품없이 살고 있지만 어디 한군데도 청결하지 않는 구석이 없다.
필요 없는 건 더 더기도 하나 없이 실로 현재실정에 맞게 검소하지만 야무지게 산다는 느낌을 받았다.
허름한 간이 이불장이지만 조금 열려있는 그 속에 들어있는 이불이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었고 벽에 걸린 몇 가지의 옷들도 깨끗하게 세탁되어 있었다.
들어오면서 본 부엌은 얼마나 닦았는지 시멘 바닥이 번들거렸고 없는 찬이지만 하나같이 비닐에 덮여있거나 뚜껑이 닫혀있고 그 속에 든 음식도 새것처럼 하고 있었다.
요즘에도 이런 사람이 있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리고 대화를 하는데도 비록 당황하고 경향이 없지만 하나같이 예의를 지키고 있었고 한점 비굴한 표정이 없는 순수한 감정 자체를 보이고 있었으니 남자는 차돌이가 하지 않은 말까지 하며 이 아가씨를 돌보아 주고 싶은 마음이 절로 생겼고 꼭 그렇게 하고 싶었다.
그래서 비교적 솔직히 말해준 것이었다.
[차돌아........흑.............누나는 어찌하라고..........흑........흑......]
선영 이는 그만 방바닥에 얼굴을 박고 만다.
흐르는 눈물과 감정을 제어하지 못했다.
생전 처음 보는 남 앞에서 예의 아니게 울고 만 것이다.
이때 부인이 선영이 곁으로 다가와 선영 이를 살며시 안아준다.
[아가씨, 울지 말아요.
이런다고 간 아이가 돌아오지 않아요,
그리고 돌아오고 싶어도 누나의 이런 모습을 보면 더욱 못 오지 싶어요.]
부인이 선영이의 어깨를 다독거려주자 선영 이는 부인의 가슴에 얼굴을 묻는다.
부인이 말하는 음성이 그렇게 듣고 싶어 하던 엄마의 목소리 같아 자기도 모르게 부인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러댄다.
선영이의 울음이 잦아지자 남자는 다시 입을 연다.
[아가씨.......동생이 돌아왔을 때를 생각하셔야지......
지금보다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줘야 하지 않겠어요.
동생도 누나를 보기위해 성공해서 돌아온다 했는데 누나가 이렇게 좌절에 빠져있어
되겠어요.
이제 아가씨도 동생 못지않게 날아야지........
내가 아가씨에게 날게 하지는 못해도 날개를 달아줄 힘은 있어요.
훗날 멋진 재회를 위하여 열심히 살아야 하지 않겠어요.]
[흑........두 분 말씀 고맙습니다. 허지만 전..............]
선영이가 부인의 품에서 벗어나 자세를 바로 한다.
비록 눈물에 젖어 벌겋게 충열 된 눈이지만 쓸데없는 호의는 받지 않겠다는 의지가 보인다.
[아가씨...도움이라고 생각 마십시오.
동생이 우리에게 베푼 것은 이것의 수십만 배는 넘는 것이니........
이제 우리를 믿고 아니 가족이라 생각하시고 우리가 하자는 대로 잠시만 따라줘요.
그리고 아가씨가 싫으면 그때 언제든지 떠나도 잡지 않겠어요.
허나 그러지 않길 우린 진심으로 바란답니다.]
[아저씨................사모님.........]
[그래요 가요, 지금 당장 가요......
여기서 하루도 지체할 필요가 없어요.
나도 아가씨가 좋아졌어요......날 엄마라 해도 좋고 언니라 해도 좋으니 우리 함께
동생을 기다려요.]
..................................................
그렇게 선영 이는 끌려가다시피 중년부부를 따라나섰고 그날 바로 서울 XX대학병원에 입원하였다.
언제 연락이 되어 있었는지 아니면 중년부부의 힘이었는지는 몰라도 선영 이는 환자복을 갈아입는 순간부터 바빠야 했다.
의사의 진료를 받고 사진 촬영에다 소변 외 변 검사 그 외 피검사까지 하고서야 병실로 안내되었다.
병실에 들어온 선영 이는 다시 한번 놀라야했다.
무지하게 넓은 병실에 없는 것이 없을 정도로 호화롭게 꾸며진 특실로 안내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방안에 미리 기다리고 있던 간호사가 선영 이를 보며 인사를 한다.
[이 미란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선영 이는 기가 차지도 않는다.
환자인 자기가 잘 부탁한다고 인사를 해야 하는데 간호사가 도리어 그런 인사를 하자 기가 막혀 말도 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병실 세월이 계속 되었다.
중년부부는 처음 올 때 같이 오고는 남자는 다시 보지 못했다.
사모님은 하루에 한번은 들러 선영 이를 보고는 용기를 주곤 했다.
[호호호...선영아.....기분이 어때.......
아마 네가 여기서 퇴원하면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을 거야........호호호......]
[언니.....그러다 동생이 날 몰라보면 어쩌지..........]
선영 이는 모든 것이 행복했다.
그러나 병원을 퇴원하고 나서 언젠가 차돌 이를 만날 때 자기를 몰라볼까 우려 아닌 우려를 한다.
[아무려면 그럴 리가..........호호호......]
여인은 절대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걸 장담하며 곱게 웃는다.
그렇다. 둘은 언니 동생하기로 하였다.
며칠 되지 않았지만 두 사람은 서로의 허물을 벗고 친숙해 있었다.
그렇게 둘은 한참을 농담도 해가며 노닥거리고는 부인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선영인 부인이 갈 시간이라는 걸 눈치 챘다.
자기를 위해서 아까운 시간을 배려해줬다는 걸 아는 선영이다.
선영인 지체 없이 작별인사를 한다.
[언니, 잘 가...]
[그래, 너도 힘내, 내일은 들리지 못할 것 같아.
네 수술인데 내가 괜히 마음이 아플 것 같아서.............
그러나 내가 수술 끝나면 같이 놀아줄게.]
여인은 일어나서 선영일 빤히 본다.
그런 여인의 얼굴 표정엔 진심으로 선영일 위하는 마음이 가득해 보인다.
[언니.....고마워요.............]
........................
선영 이는 수술대위에 누워있다.
머리위엔 광열 한 빛을 뿜어내는 전등이 이글거리고 있었고 벌거벗은 몸에 얄팍한 천조가리 하나로 몸을 감추고 누워 있다.
선영이의 눈에 차돌이가 그림처럼 나타난다.
어린애처럼 떼를 쓰다가도 누나인 자기를 염려하여 호통 치던 모습도......자기와 입맞춤을 하고는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하던 모습. 자기를 범하고 괴로워 울며 뛰쳐나가던 모습도 떠오른다.
[아..차돌아.......]
선영이의 눈에 눈물이 고이더니 볼을 타고 흘러내린다.
그리고 그렇게 뚜렷이 보이던 동생의 얼굴이 차츰차츰 희미해진다.
선영 이는 그렇게 아무것도 볼 수도 없고 생각할 수도 없는 망각의 세계로 빠지고 만다.
선영이가 눈을 떠 고 정신을 차린다.
얼굴에도 붕대가 감겨있고 복부와 가슴에도. 그리고 무엇보다 묵직한 느낌이 다리에서 온다.
선영 이는 천 사이로 다리를 본다.
깁스를 한 다리가 보인다.
선영 이는 다시 눈물이 흐른다.
돈이 없어 정말 살아가기도 힘들어 아픈 다리를 그냥 두어 불편했던 다리가 나중에 전처럼 걸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런 다리가 기어이 수술되었던 것이다.
선영이가 소리 없이 울고 있자 누군가가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아준다.
고운 향내가 가득 선영이의 코 속으로 밀려들어 기분을 상쾌하게 한다.
그 손수건을 잡고 있던 가느다란 손가락이 눈을 떠나자 손수건 임자의 얼굴이 보인다.
[언니..............]
선영인 반가움에 큰소리로 여인을 부른다.
[호호호..울보 아가씨...또 울었어....호호호......]
도 희가 선영 이를 놀리듯 환하게 웃고 있다.
도 희는 선영이의 수술부위를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흡족한 듯 웃고는 다시 선영 이를 보며
활짝 웃는다.
[나중에 너 예뻐졌다고 언니 괄 세 하면 안돼...그러면 아프게 꼬집어줄 거야.. 호호......]
선영 이는 뭐라 말할 수도 없었다.
조금 전에 언니라 불렀는데 자기가 들어도 이상한 소리로 들리고 그 나마 천으로 얼굴을 가리고 겨우 코만 드러낸 터라 말하기도 힘들었다.
다만 고마운 마음을 담은 눈으로 바라보고 있을 수밖에.........
[며칠만 참아..그러면 깁스 말고는 얼굴붕대는 풀수 있다고 했어.
그리고 언니 내일 사장님과 외국 나가.....아마 며칠 널 못 볼 거야.....
잘 견디고 있어야 해.......그리고 갔다 올 때 사장님이 너에게 주라는 선물을 가져올게...
아마 널 힘들게 하려고 하는 선물이지만 참고 받아들여....
그게 널 날게 하는 힘이 되는 것이니........]
도 희가 선영 이를 보자 선영 이는 큰 눈을 깜박거리며 궁금해 하는 빛을 보인다.
[나도 잘 몰라....호호호.........]
............................
선영이가 붕대를 풀었다.
선영 이는 불편한 다리를 휠체어에 올려놓고 거울을 보며 얼굴을 매만진다.
아직 부기가 있지만 예전과는 많이 달라진 모습이다.
자기가 봐도 반할만큼 예쁜 여자가 거울에 있었다.
선영 이는 눈을 아래로 내린다.
그리고 살며시 상의 환자복 단추를 열고 가슴을 본다.
큼직한 수박덩어리가 그곳에 있었다.
원래 큰 가슴이었는데 전에는 탄력이 덜했고 쳐진 듯 한 느낌이 들은 가슴이 아주 팽팽하게 하늘을 향하여 도발적으로 솟아있다.
손으로 살며시 가슴을 만져본다.
탱탱한 탄력이 손가락으로 전해온다.
선영 이는 봉우리 끝에 매달려 위태하게 달려있는 열매를 손가락으로 집어본다.
짜릿한 전율이 온몸을 타고 흐른다.
선영 이는 얼른 손을 떼고 단추를 잠근다.
[호호호........너무 아름다워요, 여자인 제가 봐도 반하겠어요..호호호.....]
선영 이는 재빨리 소리 나는 곳으로 고개를 돌린다.
간호사가 자기를 보며 방긋 웃고 있다.
선영 이는 부끄러웠다.
조금 전의 자기행동을 모두 보았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다.
[어느 분이 아가씨를 데려갈지 몰라도 아마 그 남자는 봉 잡은 남자일거에요..호호호...]
간호사가 계속 선영 이를 놀려댄다.
[그만 하세요, 간호사 언니.........]
선영 이는 간호사기 칭찬하는 말이 기분이 좋기도 했지만 여간 거북하지도 않았다.
그런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기도 했지만........
선영인 휠체어의 바퀴에 손을 가져간다.
그러자 간호사가 재빨리 다가와 선영이의 뒤에서 휠체어를 밀어준다.
[어머..언니가 이런 것 까지 해요.]
[호호호...아가씬 특별환자에요....사실은 수간호사 한명이 더 있어요,
나중에 교대하면 볼 수 있을 거 에요...........
호호호. 그러고 보니 아가씬 저만 본 것 같네요...호호호....]
간호원은 화사하게 웃으면서도 대답엔 망설임이 없다.
[................]
선영 이는 입을 다문다.
나중에 알은 이야기지만 이 병원 역시 사장님의 재단 한 부분이라는 것을 알았기에..
[모처럼 바 같 공기 마시러 나가볼까요 아가씨............]
선영 이는 간호사의 말에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승낙의 표시를 한다.
...............................................
추위 때문인지 지나가는 모든 사람들의 복장이 두툼하다.
손에는 장갑을 끼고 있는 사람이 대부분이고 옷깃을 세우거나 아예 털 달린 모자를 쓰고 다니는 사람들도 있다.
병원 햇빛이 들어오는 담벼락에 휠체어를 탄 선영 이는 태양을 바라본다.
이글거리는 태양이 빛을 주고 있지만 추위를 이기기에는 역부족이다.
태양의 이글거리는 모습이 차돌이의 웃는 모습으로 바뀐다.
[차돌아............]
차돌 이는 금 새 사라지고 다시 태양만 있다.
[들어가요 추워요.]
선영 이는 다시 병실로 들어가 침대에 눕는다.
그리고 침대보를 머리 위까지 덮어쓰고 훌쩍거린다.
무엇이 선영이의 마음을 아프게 했는지 선영 이는 그렇게 한동안 울다가 잠잠해진다.
간호사는 그제 서야 침대보를 내리고 선영 이를 바로 눕게 하고는 밖으로 나가더니 새 침대보를 가져와 선영 이를 덮어준다.
간호사는 침대보를 선영이 가슴위로 덮어주며 선영이의 가슴을 본다.
비록 옷 위지만 쳐지지도 않은 채 하늘로 향해 봉곳 솟은 젖가슴이 그렇게 탐스러울 수 없다.
간호사는 침대보를 덮어주는 척하면서 선영이의 가슴에 손을 갖다대고 감촉을 느껴본다.
탱탱하고 부드러운 가슴살이 느껴진다.
선영이가 이상한 감촉에 몸을 뒤척이자 간호사는 얼른 침대보를 덮어주고는 멀 찌기 떨어진 의자에 앉는다.
그리고 선영 이를 보다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자기의 가슴을 손바닥으로 쥐어본다.
실망이 가득한 표정으로 변한다.
다음날,
선영이가 아침을 마치고 링 겔을 맞으며 TV에서 흘러나오는 아침 프로그램을 보고 있었다.
프로는 헤어진 가족이 극적으로 상봉하는 그리고 온통 스튜디오를 눈물바다로 만드는 그러한 감동적인 장면을 연출하고 있었다.
선영 이는 그 프로를 보자 자연적으로 차돌이가 생각난다.
어디서 무얼 하고 있는지 이렇게 추운 날 어디서 떨고 있지는 않는지 배는 굶고 다니지 않는지...그러한 생각들이 뇌리에 가득 차지자 그만 커다란 눈에 금방 눈물이 고이고 만다.
이 세상에 혈육이라고는 둘 뿐인데...........그 아이가 지금까지도 나와의 일로 상심해서 어디서 지금 나처럼 나를 생각하며 울고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자 주체할 수없이 눈물이 나온다.
내가 차돌 이를 위해서 뭘 하나 해준 것이 있었던가,
동생은 불편한 나를 위하여 학교도 마다하고 어린 나이에 직업전선에 뛰어들어 이제껏 날 먹이고 편안하게 하기위해 모진 고초를 겪으며 살아왔는데 이까짓 몸 뚱 아리가 무슨 대수라고 그렇게 상심하여 동생을 마음 아프게 했을까.......
다시 만난다면 두 번 다시 헤어지지 않고 살 것이라고 마음속으로 맹세한다.
사회의 관념을 무시하고라도 동생이 원하는 대로 이까짓 몸 동생을 위하여 어린 날 날 위하여 고생했던 것을 보상해주고 말리라 맹세한다.
이미 자기의 몸은 동생이 가져갖고 동생의 여자가 되어버렸지 않는가.....
동생이 원한다면 이 한 몸 동생을 위해 살리라 맹세한다.
동생의 아기를 낳고 빨래하며 동생에게 순종하며 그러한 삶도 마다않고 살리라 맹세한다.
[아....정말 보고 싶어....차돌아........]
조용히 혼자 한숨쉬듯 동생을 불러본다.
그리고 그날 동생이 만졌던 살덩이에 가만히 손을 가져가본다.
비록 전날과는 다른 형태의 살이지만 속에서 전해오는 감각은 변함이 없다.
가슴을 주무르며 엄마를 그리듯 조 물락 거리던 동생의 손길이 그리워진다.
야수같이 변하여 가슴을 으깨듯 힘차게 주무르며 누나의 애원을 무시하고 욕구에 사무쳐 광분하듯 번개같이 자기를 짓누르며 살을 찢는 고통을 주며 무자비하게 자기 속으로 자지를 들이민 그 곳에도 손을 가져가본다.
언제 그랬냐는 듯 지금은 하나의 고통도 없고 무수한 털만이 손바닥을 간 지르고 있다.
선영 이는 동생의 손바닥이 마구 헤쳐 보던 그 곳 털 밭을 쓸어본다.
사각거리는 느낌이 손바닥을 거쳐 머리로 전해온다.
야릇한 기분이 든다.
사실 선영 이는 지금껏 한번도 자위를 해보지 않았다.
눈에는 눈물이 그득하면서도 자기의 비처를 직접 만지자 알 수 없는 야릇한 기분이 온몸을 타고 흐르고 보지 깊은 곳이 축축해지는 느낌이 온다.
선영 이는 깜작 놀라며 얼른 손을 그곳에서 물린다.
눈물 젖은 얼굴이 발갛게 홍당무가 된다.
선영이가 진저리를 치며 눈을 뜬다.
눈을 떤 선영 이는 토끼가 제풀에 놀란 듯 얼굴을 더욱 빨갛게 물들이며 고개를 돌리고 만다.
언제 왔는지 도 희가 자기를 바라보면서 웃고 있다.
지금 선영이가 뭘 하고 있었는지를 보았다는 표정이다.........
[호호호.....선영이가 살만한 모양이지........]
[언.........언니...........]
[호호호....괜찮아......건강하다는 것이 아니겠어.
지금 나도 가끔 그럴 때가 있어.
그럼 선영 이와 다를 바 없이 행동하는데 뭘...호호호.....]
선영 이는 진정 부끄러워 몸 둘 바를 몰랐다.
잠깐이었는데........ 차돌이의 생각에 잠깐 그곳에 손이 갔는데 그 순간을 도 희에게 들켜버렸으니 진정 부끄러워 죽고만 싶었다.
그러나 도 희는 선영이의 침대 머리맡에 앉아 선영이의 머리카락을 매만져주며 괜찮다며 배려해주는 것이다.
선영 이는 계속 얼굴을 붉히고 돌아 있을 수가 없었다.
선영이가 몸을 일으키려하자 도 희가 부축해준다.
선영이가 몸을 일으키고 부끄러운 듯 도 희 의 품속에 안긴다.
[언니 잘 갖다왔어. 사장님도.......]
선영인 궁금한 것을 물어본다.
[응....사장님도 오셨어. 동생 선물을 한 아름 사가지고.........호호.
아마 지금쯤 담당 의사를 만나고 있을 거야......
그리고, 너 정말 예쁘다........나라도 반할만큼..........호호호.........]
여인은 선영일 안고는 그의 머릿결을 쓸어준다.
그리고는 지금 선영이의 아름다운 모습에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언니................]
선영인 그런 여인이 고맙기도 했고 부끄럽기도 했다.
그렇게 둘이 정담을 나누고 있을 때 기주가 들어온다.
[허허허....언제부터 둘이 그렇게 다정했지......이거 질투가 나서 원....허허허.......]
기주는 들어서자마자 켜 안고 있는 두 여인을 보며 놀리고는 얼굴 가득 반가움을 나타낸다.
[어머...당신이........호호호..........]
[사장님 오셨어요, 먼 길 다녀오셨는데 쉬시지 않으시고........]
선영이가 앉은 채 머리를 조아린다.
기주가 선영이의 곁에 오며 링겔 꽂힌 팔을 잡는다.
[허허허..우리 아가씨도 그동안 잘 지내셨나........
그런데 너무 예뻐서 내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으니.........허허허....]
기주가 선영이의 팔을 잡으며 환하게 웃는다.
[사장님이 보살펴준 은혜입니다.
이 은혜 반드시 갚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선영인 양 볼에 붉은 물감을 드리우며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허허..은혜랄 거야........좌우간 모든 수술이 완벽하게 잘 되었고.......
선영아.....이제 거친 세상에 나갈 시간이야.
이제까지 어떤 삶을 살아왔건 모두 머리에서 지우고 이제부터 너의 삶을 이루어
가야해.
퇴원하면 바로 거친 세상이야. 넌 그걸 헤쳐 나가야 해....
그래서 내가 네게 조금이라도 힘이 될 수 있는 선물을 가지고 왔으니 모든 것을 잊고
한번 멋지게 도약해본다는 심정으로 노력했으면 해 ........]
기주는 선영이의 손을 힘주어 잡는다.
또 한, 눈은 선영이의 눈을 바라보며 앞으로 살아나갈 일에 힘을 주려하고 있다.
[사장님....]
선영 이는 궁금했다.
평소 자상하던 사장님이 표정이 엄숙했기 때문이다.
기주는 선영 이를 가만두지 않는다.
얼굴을 돌려 밖을 향해 들어오라는 지시를 내리자 마치 기다리고 있은 듯 사람이 들어온다.
기주는 그렇게 들어온 사람들을 선영 이에게 소개한다.
선영 이는 기주가 이렇게 당혹스럽게 할 줄은 몰랐다.
자기의 의사도 없이 막무가내로 사람들을 부르고 또 한 소개까지 시킬 줄을....
너무도 반갑고 고마운 분이 하는 행동인지라 다른 것을 생각할 경향도 없었다.
선영인 들어온 사람들을 쳐다본다.
[이 두 사람이 선영이가 퇴원할 때까지 외국어와 기타상식을 가르쳐줄 거야
열심히 배우고 나중에 나를 도와줘야지........
그리고 내년에 야간대학에 다닐 수 있게끔 조치할 테니까 그리 알고..........]
기주가 두 사람을 소개한다.
30중반의 남자와 여자가 서 있다가 선영 이를 보며 묵례를 한다.
선영이도 두 사람을 향해 묵례를 하곤 기주를 쳐다본다.
그 얼굴에 다시 감격의 눈물이 어린다.
[사장님........]
[허허허......이런 아가씨가 걸핏하면 눈물을 보이고..........
쯧..쯧 그래가지고 어찌 이 거친 세상을 살아가려고...............허 허
그래 잘할 수 있지........]
기주는 어찌할 바를 모르는 선영이의 등을 다독거려준다.
[사장님, 이렇게 배려해 주시는데..제가 어찌 한눈을 팔겠습니까........
사장님의 기대를 절대 저버리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선영 이는 기주가 고마웠다.
고개를 들어 기주를 마주본다.
그런 선영이의 표정엔 이상한 독기마저 감돌고 있었다.
[허허. 그래야지,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당장 오늘부터 시행하도록 해.......
난 이만 회사로 가야겠어.
당신이 여기남아 선영 이를 조금 더 살펴주고 가도록 하시오.]
기주는 다시 한번 선영이의 등을 다독거려주고는 자리에서 일어난다.
[예, 염려마세요.]
도 희가 걱정 말라는 눈빛을 보낸다.
기주는 일어나서 밖으로 향하다가 인사를 하는 두 남녀에게 한마디하고는 병실을 빠져나간다.
[우리 선영이 잘 부탁드리겠소.]
..................
그날부터 선영 이는 수술자국이 아물 때까지 두 사람에게 외국어를 배우고 기타 일반상식 등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을 배우게 되었다.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안다 했던가.....
선영이의 진도는 두 사람의 선생의 상식을 뛰어넘는 장족의 발전을 보이고 있어 두 사람의 선생이 고개를 흔들 정도로 빠른 진척을 보인다.
두 달이 넘는 기간을 병원에서 정신없이 보내고 선영이가 퇴원하는 날이 왔고 선영 이는 한 다발의 커다란 꽃을 사장님으로부터 받아 가슴에 안고는 절 룸 거리며 퇴원을 했다.
구정이 얼마 남지 않는 몹시 추운 날이었다.
그리고 집으로 내려가지 않고 시내 한복판에 자리한 사무실을 겸용한 호스텔에 입주하게 된것이다.
집 내부에는 필요한 모든 것이 빠짐없이 갖춰져 있었다.
이 모든 것이 기주가 배려한 것이다.
한바탕 집안을 정돈하며 도 희와 설 담을 나누고 헤어지고 난 뒤 혼자가 되었다.
선영 이는 방으로 들어가 침대머리맡에 조그만 액자를 내려놓고 벌렁 드러눕는다.
액자엔 선영 이와 차돌이가 황하게 웃으며 얼굴을 맛 대고 있는 사진이 들어 있었다.
선영이가 한시도 빼놓지 않게 지니고 다니는 사진이다.
선영 이는 눈을 감는다.
그리고 앞으로 닥쳐올 일에 대한 설레 임도 가진다.
기주는 내일 당장 운전학원에 다니라는 엄명을 내린바 있다.
그리고 할 수 있는 한 각국의 외국어를 배울 수 있도록 하라는 지시를 받았고.......
기주는 선영이의 빠른 진척을 듣고 머리가 엄청나게 뛰어나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더욱 욕심이 생긴 것이다.
그것은 선영이도 매 한가지다.
선영이도 이해심은 누구보다 많지만 무엇을 하건 쉽게 포기하지아노는 고집도 가지고 있었고 또 못다 한 공부를 하게 되는 기쁨에 늦었으니 남보다 더욱 열심히 해야 한다는 각오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토록 하고 싶은 공부를 마음껏 할 수 있었으니 그것이 무엇보다 선영 이를 기쁘게 했던 것이다.
세월은 흘러가게 마련이다.
선영 이는 나름대로 차돌 이를 찾아보았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그리움은 마음속에 숨겨두고 현실에 적응해 나가고 있었다.
시간을 쪼개 야간 대학에 나가고 XX그룹 비서실에 발탁되어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기에 이르렀고 급기야 부회장 수행 비서실장으로 임명받았던 것이다.
즉 기주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스케쥴 관리는 물론이고 외국 바이어들의 통역도 맡아 회사의 기밀을 누구보다 많이 아는 핵심적인 인물로 부각되기에 이르렀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바쁘게 보내고 있었다.
물론 반발도 없지 않았다.
신출내기가 인사권자에게 인정받아 낙화 산 출세를 했으니 좋게 볼 사람은 없었다.
허나 탁월한 말솜씨와 정확하고 치밀한 스케쥴 관리에 모두다 혀를 내두르고는 선영이의 능력을 인정하고 수긍한 것이다.
얼굴과 몸매는 물론이고 세련된 옷차림하며 그런 선영이의 맵시에 회사에서 어쩌다 선영이의 모습을 보면 모두가 선망의 눈초리로 넋을 잃고 쳐다보곤 했다.
물론 기주도 처음에는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드렸는데 갈수록 선영 이를 쳐다보는 눈길이 야릇하게 변하며 한숨을 내쉬곤 하는 것이다.
선영이의 아름다움에 취했던 것이다.
커다란 눈에 총기를 가득 담고 얼굴엔 항상 편안한 미소가 늘 함께했고 우아한 목의 곡선을 따라 도발적으로 치솟은 가슴하며 그 아래로 간들거리는 허리는 어떠한가.
바람불면 끊어질 듯 호리낭창 한 허리가 부드럽게 언덕을 지운 엉덩이위에
서 아슬아슬함을 연출하고 있었고 짧은 치마 아래로 곱게 뻗은 다리가 그 모든 것을 받치고 있었으니......가히 좆 달린 남자라면 어느 누가 안아보고 싶지 않으리..
허나 그림의 떡이 아닌가.
웃으며 말하는 그 속에 가히 범접하지 못할 위엄도 있었고 이런 여자 눈에 눈물을 흘리게 해서는 안 된다는 묘한 보호본능까지 일으키게 하고 있으니.......
선영 이는 그렇게 차돌 이와 만날 날을 고대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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