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해가 떠오르지 않는 새벽이다.
세찬 찬바람이 모질게도 불어온다.
차돌 이는 보퉁이를 들고 커다란 대문 앞에 서 있다.
언젠가 신문배달을 하고 오면서 습득했던 그 보퉁이다.
차돌 이는 커다란 집 차임벨을 누른다.
잠시 후 안에서 인터폰으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 목소리에는 기운이 하나도 들어있지 않다.
[누구십니까..........]
[저, 신문 배달하는 사람입니다.]
[그럼 신문은 안에 넣으면 될 것 아닌가..
왜 아침부터 사람을 귀찮게 하는가.......그렇지 않아도 속이 상해 미치겠는데.........]
남자는 인터폰 수화기를 놓으려는 모양이다.
차돌 이는 급히 말을 건넨다.
[잠깐만요. 전할물건이 있어 왔습니다.]
[아니 정말..뭘 전하겠다는 건가...일 없으니 어서 가봐...]
[저....이 댁에서 잃어버린 물건 같기에 전하러 왔습니다.
그런 일이 없다면 저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차돌이가 그 말을 끝으로 뒤로 돌아 걷는다.
인터폰에서 다급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뭣이....정말이야.....여보세요, 여보세요.]
차돌이가 대답이 없자 남자는 몇 번인가 부르더니 수화기를 끊는다.
이어서 대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더니 잠시 후 남자가 잠옷 바람으로 스위퍼를 끌고 대문 밖으로 나선다.
그리고 저 앞에 보퉁이를 들고 절뚝거리며 걷는 차돌 이를 발견하곤 번개같이 달려 와 차돌이의 앞을 가로 막는다.
[얘야, 네가 방금 통화한 아이니..]
[예,]
[그래...사실 아저씨 집에 도둑이 들어 아주 중요한 것을 잃어버렸단다.
그래서 짜증을 냈던 것이니 이해하고 주웠다는 물건을 보여줄 수 없겠니]
차돌 이는 아무 말 없이 보퉁이를 내민다.
남자는 그 자리에 쪼그리고 앉아 보퉁이를 푼다.
그리고 보퉁이 속에서 나오는 물건을 보고는 환호성을 지른다.
[맞아 이것이야......하늘이 도우셨어.
진정 오늘이 지났으면 엄청난 결과를 맞이할 뻔 했는데.....정말 하늘이 도우신거야.]
중년 남자는 보퉁이에 담긴 물건을 보고 감격에 겨운 듯 어찌할 바를 모른다.
차돌 이는 몸을 돌린다.
물건을 주인에게 돌려줬으니 마음이 한결 홀가분해졌고 또 한편 그 보퉁이에서 얼마간의 돈을 꺼내 쓴 죄가 있어 말없이 몸을 돌려 그 자리를 벗어나고 있었다.
그러나 몇 발자국도 옮기기 전에 중년남자의 손에 몸을 잡히고 말았다.
[아니..이렇게 고마운 물건을 찾아주고 그냥가다니........
이보게 아이야 너무 고맙다.. 아니 여기서 인사할게 아니지.....
자..자. 잠시 집으로 들어가자꾸나. 내 고마운 성의라도 표시해야지. 암.........]
[아닙니다,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럼........]
[허허허.......세상에 이런 아이가 있다니.........허허.....
아닐세, 어서 들어가자.........]
중년 남자는 막무가내였다.
한사코 사양하는 차돌 이를 끌다시피 하여 집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차돌 이는 집 응접실에 들어오기까지 수차례 놀라고 또 어리둥절하였다.
마치 왕궁에라도 들어온 것처럼 화사하게 꾸민 정원과 여러 가지 장식품 현관을 들어서고 응접실 소파에 앉기까지 쳐다본 모든 것이 너무나 으리으리했고 호화스러워 진정 천국에 온 느낌이었다.
중년남자는 차돌 이를 앉히고 자기도 가운데 자리에 앉는다.
그때 하늘하늘한 잠옷을 입은 예쁜 아주머니가 안방에서 나와서는 대충 의도를 알았는지 만면에 웃음을 띠우고 차돌 이와 맞은편에 앉아서 차돌이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고 있다.
하늘 이는 감히 그 아주머니를 바로 쳐다보지 못한다.
얼굴도 얼굴이지만 입고 있는 잠옷이 젖가슴과 팬티를 환히 나타내주는 그야말로 도발적인 차림 이였기 때문이다.
중년남자는 그러한 차돌이의 낌새를 알았는지 헛기침을 한다.
그러나 여자는 막무가내로 앉아있다.
[여보, 아직 어린아이잖아요,
뭐 어때요, 호호호.....]
[그래도 남자인데....허허...]
차돌 이는 얼굴이 빨개진다.
허긴 이 사람들이 뭘 알겠는 가 몇 시간 전에 차돌이가 여자를 품었다는 것을......
중년남자가 차돌 이에게 감사를 표한다.
[어떻게 보답해야지.....
사실 오늘 이 서류가 없다면 만 명도 없는 사람들이 고충을 입을뻔 했어.
그만큼 우리에게 중요한 서류야....
회사의 사활이 걸린 서류 였 거 던......너무 감사하네.......]
[여보, 말로만 해서야 되겠어요,
세상 사람들이 알면 우리가 모질다고 그러겠어요,
보아하니 어려운 모양인데 우리를 살려주었으니 우리도 도와야 하지 않겠어요,]
[그럼......이보게......
자네가 원하는 것이 있으면 말해보시게....
내 아무것도 아끼지 않겠네...]
차돌 이는 당황했다.
이 사람들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올 줄은 짐작조차 못했기 때문이다.
[저..실은.....그 보퉁이에 있는 돈 중에 조금 훔쳤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내 언제고 꼭 갚아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전 도움을 받을 일을 하지 않았습니다.
본래 그 것은 아저씨 것이고 전 주인을 찾아주었을 뿐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러니 신경 안 쓰도 됩니다.]
[허허. 이런 조그만 아이가 정말 맹랑한 꼬마가 아닌가.....
나도 고집은 있는 사람이네.. 절대 그냥 보내지 않을 테니 소원을 말해보시게.]
[없습니다.]
차돌이도 당당했다.
누가 차돌 이를 15살이라고 보겠는가.
하나도 주눅 들지 않고 자기의 뜻을 밝힌다.
[요즘 보기 드문 아이로고.........허허.....
네가 이 서류의 중요성을 알면 내 맘을 이해 할 것이네...
좌우간 내 이것의 10%로에 해당하는 금액을 자네에게 주겠네. 허허허.....]
[아저씨......부자인 것은 알아요,
그 서류가 무엇인지 몰라도 아저씨가 내게 주려는 금액이 100만원쯤 됩니까.....]
[하하하..........호호호,,,,,,,,]
아저씨와 아주머니가 배를 잡고 웃는다.
아마 차돌이의 말이 어이가 없는 모양이다.
한참을 웃더니 남자는 자세를 바로하고 다시 차돌 이를 본다.
[아마. 그 액수의 5000배는 넘을 걸세.......하하....]
[옛,]
이번엔 차돌이가 놀란다.
5000배라면 500억이다.
그 이상의 서류와 뭐가 그 보퉁이에 있은 모양이다.
[자네는 어리기에 이것의 중요성을 모를 거야..
이것이 어떻게 내 비밀금고에서 흘러나갔는지는 몰라도 그만큼 중요한 것이야.
이제 내 맘을 알겠지.]
차돌 이는 한참을 생각하고 망설인 끝에 말을 꺼낸다.
[아저씨가 말하라니 말하겠어요.
정말 나에겐 소원이 하나 있어요.
나에겐 이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누나가 있어요.
오래전에 뺑소니차에 다쳐서 다리를 절고 있어요.
누나에게 다리를 고쳐주어 다른 사람들처럼 뛰어다니게 하는 것이 제 소원입니다.
그리고 다른 건 필요 없습니다.
그래도 주시겠다고 고집을 피우시면 전 아저씨가 사업을 하시니 그 것을 다시 아저씨
기업에 투자한다고 여기고 거둬주십시오.]
[허허허.....과연...예사 아이가 아닌지고......
나에게 자네 같은 아들놈만 하나있어도...........]
남자는 차돌이의 마음 씀이 비상한걸 보고 감탄을 금치 못한다.
자기에게 딸만 셋 있어 아들이 그리운 차에 맹랑하고 당당한 차돌 이를 보니 아들 생각이 나는 모양이다.
[여보......]
칼날 같은 여자의 목소리에 남자는 어깨를 움추린다.
[알았어..허허. 그저 아들이야기만 나오면 저런 다니까......허허...]
남자는 중얼거리더니 다시 차돌 이를 본다.
[그래. 자네가 사는 곳은........그리고 지금 어느 학교에 다니나...]
[전 학교를 다니지 않습니다.
그리고 전 지금 이곳을 뜰까 합니다.
다행히 하나밖에 없는 누나를 편하게 해줄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인줄 모르겠습니다.
다른 것은 묻지 마십시오.
누나에게도 오늘 일을 비밀로 해 주십시오.
제가 이런 일로 다른 사람에게 누를 끼쳤다고 누난 절대 호의를 받으려 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누나를 설득하는 일도 아저씨가 해 주십시오.
그럼 이야기가 끝났으니 전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차돌이가 주소를 적어주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중년부부는 차돌이의 얼굴에서 확고한 결의를 보고 더 이상 말을 꺼내지 않는다.
일어나서 가는 차돌이의 등에다 대고 하는 남자의 말이 들린다.
[꼬마야,,언제고 힘들면 날 찾아오게나........
누난 걱정하지 말고.....어디에 있어도 건강하고 자네의 앞길에 행운이 있길 빌겠네.
그리고 자네가 투자한 돈 꼭 찾아가길 바라네..]
중년부부는 차돌 이를 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요즘 보기 드문 아이가 아닌가....
생김새도 별로 특출 나 보이지도 않고 다만 키가 크고 몸집이 좋은 것 말고는 내세울 것이 없어 보이는 아이가......속에 능구렁이가 들어있어 보이질 않는가....
더군다나 학교에 다니지도 않는 아이가 조리정연하고 남을 위하며 조금도 굽히지 않는 자세에 속으로 연신 감탄했던 것이다.
[정말 대단한 아이가 아닌가. 허허........]
[그래요, 여보, 나도 처음이에요......
어쩜 아이가 말하는 게 어른 같은지.........참 마음에 들어요,]
여자도 당당한 차돌이가 마음에 들은 모양이다.
[당신도 그러 했소.
조금 나이가 많다면 우리 애들하고 짝 지워 주고 싶은 아이던데..허허.....]
[그러게요,
그 아이에게 누나가 있으니 언제고 찾아오지 않겠어요.
그때도 지금 같으면 우리 애 랑 교재 시키죠 뭐...호호호......]
[맞아....우리에게 누나가 있으니 언제고 올 거야..암.......
좌우간 김 실장 오면 바로 보내야겠어.
아니 우리가 가 봅시다.
그 아이가 어떤 아인지 주위의 평판도 들어보고 또 누나를 우리가 직접 데리고 와야
체면이 서지 않겠소.]
[그래요, 당신 생각이 옳아요.
우리 그렇게 해요.]
중년부부는 보퉁이를 마치 신주단자를 모신 듯이 들고는 안방으로 간다.
그리고 여기저기에 바쁘게 전화하는 소리가 역력히 들린다.
목소리엔 밝고 활기에 가득 차서 듣는 사람이 기분이 좋을 정도이다.
그 만큼 중년남자는 신이 났던 것이었다.
차돌 이는 집을 나섰다.
옷깃을 세우고 바람과 싸우며 그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긴다.
그나마 걱정이던 누나를 보살펴줄 사람이 있기에 발걸음이 한결 가볍다.
[누난, 절대 날 용서하지 않을 거야.......
아......미친놈아 차돌아 미친놈아......어찌 짐승 같은 짓을..........]
차돌 이는 달리기 시작한다.
절뚝거리며 목적도 없이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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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돌 이는 자기도 모르게 한 방울 씩 흐르던 눈물이 어느 샌가 폭포수가 되어 흐르고 있는 것도 모르고 마냥 힘없는 발걸음을 절뚝거리며 옮기고 있다.
얼마나 걸었을까.......
기차역이 보인다.
차돌 이는 제일 종착역이 어디인가 묻고 기차표를 끊는다.
그리고 역전 내 나무의자에 앉아 바닥만 보고 울고 있다.
다행히 이른 아침이라 별 사람은 없었지만 간혹 열차를 타려고 온 사람들이 한동안 차돌이의 행색을 보고 혀를 차기도 한다.
[쯧....쯧...아직 어린 것이 무슨 슬픔이 있는지..저렇게도 슬피 우나.......]
멀리서 기적소리가 들리고 차돌 이는 엉덩이를 일으킨다.
그리고 빠른 걸음으로 화장실에 들어가 눈물 자국을 지우고 역 구내로 들어간다.
[칙칙 폭폭.......칙칙 폭폭........]
기차는 가끔 굉음을 울리며 잘도 달린다.
.
.
.
한 낮이다.
따스한 햇살이 비추이는 정오 무렵 차돌 이는 종착역에서 내리고 따스한 햇빛 이 눈부신 듯 바라보다가 낯 설은 땅을 정처 없이 걸어간다.
시내의 복판에 작은 공원이 있다.
노인들이 의자를 독점하다시피 앉아있고 또한 삼삼오오 둘러앉아 화투를 치기도 한다.
차돌 이는 공원 안을 서성거리다가 한쪽 그늘진 곳 나무아래에 앉는다.
그리고 천천히 깁스를 해체한다.
그리고 옷깃� 세우고 한동안 발을 쓰다듬더니 일어난다.
여전히 절룩거리지만 아까보다는 동작이 원활하다.
차돌 이는 빠른 걸음으로 걷는다.
차돌이가 들어간 곳은 중국집이다.
[어서오세요.]
이제 40이 채 되지도 않은 듯한 아주머니가 차돌 이에게 자리를 권한다.
[저..........저어.......]
차돌 이는 앉지도 않고 아주머니를 보고 말을 더듬는다.
아마 무슨 할 이야기가 있는 듯한데 쉽게 입에서 나오질 않는 모양이다.
[저어....배달하는 사람 구한다고 해서 왔습니다.]
그제 서야 아주머니는 차돌이의 의도를 눈치 채고 차돌이의 이모저모를 살핀다.
뭔가 우수에 접힌 듯 한 눈을 보자 집에서 가출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옷차림은 비싼 옷은 아니지만 깨끗하고 정갈하였고 차돌이의 인상도 어디 죄를 지을만한 인상이 아니고 순수해 보인다.
[그래.......으음. 몇 살이니........]
[16살입니다.]
차돌 이는 나이를 속인다.
너무 어리면 쓰 주지도 않을까 해서인 것도 있고 뭔가 자기를 감추고 싶었나보다.
[학생이니........]
[아닙니다.]
[집은..........]
[...................]
차돌 이는 말을 않는다.
아주머니는 대충 알겠다는 듯이 부드러운 눈빛으로 차돌 이를 쳐다본다.
그때 주방에서 40정도로 보이는 아저씨가 나오더니 차돌 이를 살핀다.
그리고 반갑게 웃으며 반긴다.
[이름은........]
[손 차돌이라고 합니다. 그냥 차돌이라 부르면 됩니다.]
[호호호....재미있는 이름이네......
저 양반은 우리 주인이야....인사드려.]
[처음 뵙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차돌이가 고개를 숙이며 반듯하게 인사한다.
이런데 일하러 온 것이지만 너무나 바르고 정중하게 인사하는 차돌이가 부담되는지 아저씨는 껄껄 웃으며 다시 차돌 이를 쳐다본다.
[보아하니 어려운 처지인 모양인데........며칠만 여기서 견뎌봐...
그리고 집을 가던 지 일하던지 결정하고........
말씨가 여기 말이 아니니 먼 길을 왔나본데 오늘은 쉬고 내일부터 일해 봐.......]
[예, 아저씨, 정말 고맙습니다.]
[여보, 저 애 좀 쉴 수 있도록 해줘........ 무척 피곤해보여 애가.....]
[알았어요, 여보.....]
차돌 이는 아주머니가 인도하는 쪽방에 들어간다.
[조금 추울 거야.
내 보일러 올려줄 테니 쉬어. 그리고 이불은 저기 있어.]
아주머니는 감사의 인사를 하는 차돌 이를 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남을 대하는 태도가 당당하고 태도에 망설임이 없다.
보아하니 덩치가 또래의 아이들보다 한 츰 컸지만 남을 괴롭힐 아이는 아닌 것 같은데 멀리 집을 나선 것을 보면 사연이 있을 거라 여긴다.
허나 차돌이의 태도가 절대 이유를 말하지는 않을 것 같기에 자기의 입에서 밝히기 전까지 묻지 않기로 했다.
다만 차돌이의 인상이 좋아 며칠 지켜보기로 한 것이다.
차돌 이는 방안을 둘러본다.
그리고 결심한다.
내 뭔가 이루기전에는 절대 누나를 만나지 않겠다고........
그리고 소망을 이룬 뒤 누나 앞에서 용서를 빌고 당당히 죽겠다고.....
지금까지도 힘들게 살았는데 한번은 남들 위에 서고 죽고 싶었다.
차돌이가 그런 결심을 하며 멍하니 앉아있는데 문이 열린다.
아주머니가 큰 그릇에 짜장 면을 가득 담아 단무지와 함께 차돌 이에게 준다.
[아직 밥도 먹지 않았지.......
우린 점심은 그냥 이렇게 때워.......
이거라도 먹고 배를 채워......]
차돌 이는 벌떡 일어나 쟁반을 받아든다.
[아주머니 정말 고맙습니다.
열심히 일해 보겠으니 많이 가르쳐주십시오.]
[호호호....우리가 뭘 가르칠게 있어.........
그런데 넌 말하는 게 아이 같지 않아.
요즘 아이들하고 틀리다 이 말이야 내 말은......호호호.....먹고 쉬어..]
.
.
바쁜 일과가 시작된다.
주인아저씨와 아주머니는 10시경에 문을 연다.
그리고 양파와 단무지 등 재료를 챙기고 준비를 하기 시작하였고 그 준비가 끝나자 아침을 먹는 것이다.
그리고 12시가 되어오자 손님이 가게에 들기 시작했고 전화벨이 울리면서 주문이 들어온다.
아저씨는 바쁜 손놀림으로 음식을 만들었고 아주머니는 가게의 손님시중과 잡일을 한다.
차돌이도 손님에게 물을 갖다 주고 반갑게 웃으며 인사를 하곤 주문을 받아 주방아저씨에게 알린다.
아주머니는 그런 차돌 이를 보며 흐뭇한 듯 웃고 있다.
처음이면 부끄럽기도 하고 주인 눈치도 보여 몸이 굳어 잘하지도 못하는 게 이때까지의 경험인데 차돌 이는 마치 오래전부터 이일을 한 것인 냥 일을 처리하는 솜씨가 여간 아니라
대견하게 바라보는 것이다.
그리고 차돌 이는 아주머니가 가르쳐주는 약도를 머릿속에 기억하고 오토바이에 철가방을 싣고 배달을 나간다.
접때 고물상일을 할 때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주인아저씨가 배워준 탓에 익숙하게 몰수가 있었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났다.
밤이 어둑해서야 일손을 접고 밥상에 마주 앉았다.
중1학년 남자와 초등학교 6학년 연년생의 아이들이 그 자리에 함께하고 있다.
주인 자식들이다.
아이들은 엄마아빠가 가게일이 바빠 아이들을 돌보아주지 못하자 학원에 보내 공부를 하게했고 그 시간이면 학원에서 돌아와 같이 식사를 하는 것이다.
처음엔 차돌 이와 아이들이 서먹하여 말도 하지 못하더니 붙임성 있는 차돌이가 살갑게 말을 건네고 하여 어느새 친해졌고 농담도 할 정도로 가까워 있었다.
물론 주인부부의 자식들이 착한점도 있었지만 차돌이가 대하는 것이 하나도 가식이 없고 당당했고 그런 자세가 어린아이들의 마음에 박혀 형 오빠라고 부르며 형제같이 따르는 것이었다.
또한 주인부부는 아들이 문제가 막혀 전전긍긍할 때 혹시나 하여 차돌 이에게 물어보라고 했는데 차돌 이는 마치 선생님보다 더욱 세밀하고 알아듣기 쉽게 가르쳐주곤 해서 놀란 적도 있었다.
그걸 보고 매우 머리가 뛰어난 아이라는 걸 알았다.
더군다나 새벽 5시면 일어나 어디 도장에 다니는 듯 하지 않는가..
아마 여기에서 살 의향을 굳힌 듯이 보인다.
주인부부는 그런 차돌이가 마음에 들고 붙잡고 싶으면서도 차돌이의 가족들이 근심하고 걱정할 것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주인부부는 오늘 차돌 이를 보낼 결심을 한 것이다.
[차돌아....밥 먹으면서 이런 소리하기는 무엇 하다만 이제 가족들이 걱정하는 집으로
들어가라.....
우리야 네가 정말 마음에 들고 붙잡고 싶어도 한창 공부할 네가 우리가 잡아 앞길을
막을 수는 없지 않겠느냐....]
마침 식사를 다한 차돌 이는 주인부부를 번갈아 쳐다본다.
뭔가 망설이는 눈치를 보이더니 결심을 굳힌다.
[아저씨. 그리고 아주머니......
전 정말 이런 이야기는 하지 않으려 했습니다.
사실 전 고아나 다름없습니다.
누나가 하나있지만 그 외에는 피붙이 하나 없는 외톨입니다.
또한 학교는 초등학교가 전부이고 그 외에는 다녀보지도 않았습니다.
작년에 고입 검정고시에 합격했고 지금까지 대입검정고시를 보려고 나름대로 공부
한 적이 있지만.......전 어디에도 갈 곳이 없습니다.
그래도 가라하시면 떠나겠습니다.
아니면 조금만 더 절 여기서 기거하도록 해 주십시오,
민 철 이와 선주와도 이제 정이 들었는데.........]
[무엇이.........네가 고아라고...........이런.]
주인아저씨가 놀라는 듯 하다.
사리분별하고 당당한 차돌이가 고아처럼 학교에도 다니지 못했다니......
그런데도 저렇게 당당할 수 있다니..........
아저씨는 차돌 이에게 다시 한번 놀라고 만다.
[형, 정말이야......형이 학교에도 다니지 않고 혼자 공부했다는 게........]
[그래, 민 철아.. 형은 너처럼 학교에 다니지 못했단다.
물론 공부를 도와준 사람은 있었지만.......]
[아빠....형을 어디 보내지 마세요, 난 형이 너무 좋아요.]
[허어....이것 참..........]
주인 부부도 차돌 이에게 그런 아픔을 간직하고 있을 줄 진정 몰랐다.
뭔가 감추는 게 있는듯하지만 차돌이가 혼자 힘으로 나이보다 빠르게 중학관문을 돌봐한 것이 되니 우수한 머리에 감탄도 나고......하여간 차돌이의 아픈 상처를 들추어 괴롭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같이 있게 됨을 고마워하는 것이다.
차돌이가 가게에서나 배달을 원하는 집에서도 차돌이의 밝은 인사와 성실함이 조금씩 알려줘 저런 아이를 데리고 일 할 수 있다는 게 여간 고마운 것이 아니었는데..주인은 그만 말문을 닫고 만다.
그렇게 차돌이의 일과는 시작되었고 다람쥐 쳇바퀴 돌아가듯 매일매일 변화가 별로 없는 하루가 된 것이다.
새벽에 일어나 격투기 도장에서 온몸이 으스러지고 찢어지는 듯한 고통을 감수하며 운동에 열심이었고 늦은 밤은 책을 보며 대입검정고시를 준비하며 공부하는 것이다.
나중에 행여 누나를 만난다면 하나도 누나의 뜻에 거슬리지 않는 동생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제일 큰 의무이자 소망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세월을 보내고 있던 어느 날.........
차돌 이는 중국집이 노는 날 새벽운동을 마치고 늘 하던 습관대로 산에 올랐다.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정상에서 마음껏 고함을 지르기도 하며 산을 정복한 쾌감을 누리다가 하산하며 자기가 보아두었던 계곡 깊은 곳 가느다란 물줄기가 떨어지는 곳에 갔다.
그 곳에서 옷을 벗고 떨어지는 물줄기를 머리끝에 맞으며 기도를 하는 것처럼 한참을 앉아 있다가 벗어난다.
수건으로 몸을 닦고 옷을 입고 나오려는데 갑자기 번개가 치고 굵은 빗물이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차돌 이는 숲 속 깊은 골짜기에 있어 모르지만 아까부터 시커먼 구름이 몰려들고 있었기 때문에 산에 올랐던 다른 사람들은 모두 급히 하산했었고 아무것도 모르는 차돌이만 목욕을 하느라 시간을 뺏긴 터라 산속에서 비를 맞았던 것이다.
나무아래 몸을 피하였는데도 나뭇가지 사이로 빗물들이 세차게 차돌이의 전신을 때린다.
날씨는 거센 비바람에 항복했는지 순식간에 캄캄해져 온다.
차돌 이는 비를 피할 곳을 찾는다.
아무리 둘러봐도 비를 피할만한 곳은 눈에 보이지도 않는다,
차돌 이는 일단 내려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천천히 발걸음을 옮긴다.
처음엔 내려가던 길이 맞았는데 갈수록 이상한곳으로 들어간다.
길을 잃은 것이다.
물론 차돌 이는 지금 자기가 가고 있는 길이 맞다 고 여기고 계속 가는 것이고. 한참을 걸었는데도 인적이 다닌 길이 나오지를 않는다.
그때서야 차돌 이는 겁이 나기 시작했다.
차돌 이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때 번개가 치고 천둥소리가 귓전을 찢어놓을 듯이 들린다.
마치 자기를 향해 때릴 듯이 덮치자 차돌 이는 다시 발을 옮긴다.
그런데 발이 미끄러지는 가 했는데 몸이 어디론가 굴려간다.
등과 다리 팔등에 수없이 아픈 고통이 밀려온다.
그리고 정신을 잃어버린다.
차돌 이는 서서히 깨어난다.
자기의 온몸이 찢어져 쓰라리고 멍이 들고 뼈마디에 성한 곳이 없을 정도로 고통이 밀려온다.
비는 멈 쳐 있었는데 길은 보이지를 않는다.
차돌 이는 인가가 있을법한 곳을 그리고 안전하다 싶은 곳을 정하고 풀과 나뭇가지를 헤치고 천천히 하산한다.
얼마가지도 못해 차돌 이는 길을 멈추고 앞을 빤히 쳐 다 보고 있다.
놀라운 일이 그 곳에 있었다.
자기 몸체만한 돌이 한 마리의 하얀 뱀을 누르고 있었다.
하얀 뱀은 손가락 두께 같은 몸집에 두 뼘은 되지 않을 정도로 아주 작은 뱀이었다.
순간 차돌 이는 백사가 아주 귀하고 많은 돈을 번다는 것을 생각하고 어떻게 저놈을 생포할까 연구를 한다.
현재 뱀은 큰 돌에 몸을 눌리고 있어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으나 놈을 생포하려면 바위를 들어야할 것이고 그렇게 한다면 놈은 달아나거나 물수도 있는데 만약 독이라도 있다면 끔직한 생각도 든다.
그러나 뱀을 쳐다보는 차돌 이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이상하게도 뱀이 자기를 보면서 울며 구해달라고 애원하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럴 리가 자기를 의심하며 눈을 깜박이다가 다시 뱀을 쳐다보면 그만 그런 생각이 또 드는 것이 아닌가.
차돌 이는 생각한다.
백사는 영물이라는데........돈은 열심히 일해서 벌이면 되고 백사도 짐승이며 수명을 갖고 태어나지 않는가....
내가 저곳에 사람이 저렇게 있어도 돈을 벌 궁리를 할 수도 있는가...
나쁜 마음을 버리자.. 이 깊은 산속에서 저놈이 내 눈에 보인 것도 인연일진데.... 비록 짐승이지만 생명을 구해주는 일이니 좋은 일이 아니겠느냐...그런 생각이 든다.
생각이 들자 행동은 빨라졌고 마음은 다급해졌다.
차돌 이는 일단 뱀이 자기를 물 수 없는 위치에 서서 돌의 틈새에 손을 넣고 뱀 이 빠져 나오게 힘을 쓴다.
그러나 돌은 꿈적도 않는다.
차돌 이는 오기가 생기고 악이 받힌다.
온몸에 힘을 팔에 집중하고 기함을 지르며 힘을 쓰자 돌은 꿈틀거렸고 뱀은 잽싸게 빠져나온다.
뱀은 자기를 구해준 사람을 잠시 보는 듯 하더니 돌을 들고 있는 팔을 물고는 어디론가 사라진다.
[아야...........]
차돌 이는 뱀이 자기를 물고 사라지자 쾌심한 생각이 든다.
[빌어먹을 뱀 새끼....기껏 구해줬더니 사람을 물어..]
차돌이가 뱀에게 물린 팔을 보고 상의 옷자락을 찢어 그 위를 묶으려고 했지만 갑자기 몰려오는 어지러움에 그 자리에 정신을 잃고 쓰러진다.
차돌 이는 산에 올라 두 번이나 정신을 잃는 상황을 맞았던 것이다.
차돌 이는 다시 깨어난다.
깨어난 차돌 이는 자신의 몸이 이상하다는 것을 느낀다.
아까 전에는 그렇게 아프고 쑤시던 뼈마디가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졌고 주위는 어둑 한 데 정신을 집중하자 한층 앞이 밝아 보이는 듯 하는 것이 아닌가.
그것뿐이 아니었다. 이렇게 가뿐하고 날아갈 듯한 몸이 언제 한번이라도 있었던 가 정말 몸이 하늘을 날아올라도 될 정도로 가벼워 보이지를 않는가......
차돌 이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백사에게 물려 정신을 잃어갈 때 아. 이게 죽음이구나, 그렇게 생각하고 정신을 잃었는데 정신을 차리자 자기 몸의 엄청난 변화에 자기 스스로도 놀라고 말았던 것이다.
[백사가 나에게 복을 준 것이구나..........
짐승도 은혜를 아는데,,,,,,,,,,,,,휴우,,,,,,아무튼 정말 기분이 좋네..]
차돌 이는 다시 산을 내려온다.
좀처럼 나타나지 않을 듯 보이던 길이 나타난다.
분명 사람들이 지나간 흔적이다.
차돌 이는 그제 서야 마음을 놓고 길을 달린다.
그 걸음이 너무 빠르다.
다만 달리는 차돌이만 모를 뿐.....
저 아래 마을이 보인다.
가로등에 불이 켜져 있는 걸 보고 차돌 이는 너무 늦었구나 생각하며 중국집을 향해 급히 간다.
그런 차돌 이를 본 사람들은 이상한 듯 모두가 쳐다보지만 차돌 이는 옷이 다 찢어지고 그랬으니 그러겠지 여기며 중국집으로 발걸음을 빨리한다.
중국집 앞에 도착한 차돌 이는 다시 고개를 저어며 이상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분명 노는 날이라 가게 문이 닫혀있어야 함에도 문이 열려 있다.
[어......갑자기 무슨 예약이라도 받은 건가...]
차돌 이는 문을 열고 들어간다.
차돌이가 문을 밀고 들어간다.
그리고 손님인줄 알고 인사를 하려던 주인아주머니가 크게 놀라며 잽싸게 뛰어와 차돌이의 손을 잡는다.
[어떻게 된 거야....
난 네가 말도 없이 가버린 줄 알았어....
옷이 그게 뭐야...어디 맞기라도 한거야......
도대체 어디 있다 이제 나타나는 거야.]
이번에는 차돌이가 의아해진다.
산에 갔다 오는 사람보고 아주머니가 너무 호들갑을 부리며 안달하자 차돌 이는 멍하니 아주머니를 쳐다본다.
[아줌마, 지금 산에 갔다 오는 거잖아요.
가게에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가요. 노는 날 일을 다 하게...]
그때 주방에서 나온 아저씨가 차돌 이를 본다.
[야,,,,이놈아 야.....지금 네가 나가고 며칠이 지난 줄이나 아나....
벌써 사흘째다 사흘....이놈이 지금 정신을 어디다 팽개치고 다니나.....
도대체 어찌된 거야........]
[옛.............]
차돌 이는 눈을 크게 뜨고 멍청해진다.
잠시 정신을 잃은 것 같은데 사흘이 지나다니......그럼 내가 사흘 동안 그 산속에서 정신을 잃었단 말이야.......
그러고 보니 엄청 배도 고파온다.
도대체 내가 어찌된 거야......
분명 백사에게 물렸으니 어딘가 이상해야 하는데 전신에 기운은 옛날보다 넘치고 있고 차돌 이는 어리벙벙할 뿐이다.
[사흘이 지나다니........내가 사흘 동안 정신을 잃었단 말인가]
차돌이는 다시 넘어지면서 다친 몸을 살펴본다.
그제서야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는 것을 알았던 것이다.
그런데 어디에도 짖
찢어지거나 찰과상 같은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분명 피는 말라붙어 덕지덕지 앉아있는데 어디 아픈데도 없는 것이 아닌가....
차돌 이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이것 참..어찌된 건지.......산에서 미끄러져 정신을 잃었다가 그리고 집에 오는데.....]
차돌이가 중얼거리는 소리에 아주머니는 뭔가 감을 잡은 듯 하다.
[그랬구나..갑자기 쏟아진 비에 길을 잃고 쓰러졌구나.
다행이다. 우린 네가 어디 간 줄 알고 얼마나 서운했는데.......
자. 어서 앉아, 밥이라도 먹어야지. 배고프겠다.]
차돌이는 주인 부부의 애써주는 마음에 감격한다.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그동안에도 자식같이 돌봐준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자기가 없어지고 이렇게 애타하고 있음을 알고는 눈물이 핑 돌 정도로 감격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백사이야기는 꺼내고 싶지 않았다.
차돌 이는 대충 그간의 일을 이야기 한다.
아주머니는 식사를 챙기면서도 차돌이의 이야기를 듣고 중간 중간에 혀를 차기도 하고 안타까워하는 표정을 지으며 차돌이가 무사하게 귀환했음을 안도하는 것이다.
[자식.......그래 아무데나 목욕하려다 그렇지......
이제 또 산에 갈 거야.....]
아저씨가 걱정이 되는지 차돌이의 머리를 쥐어박는다.
[그래...이젠 산에 가지마.....
내 운동기구 하나 사다줄 테니 다시는 산에 가지마........]
아주머니가 아저씨의 말을 거든다.
그리고 차돌 이에게 숟갈을 쥐어주며 어서 밥 먹어 라는 시늉을 한다.
차돌 이는 더 이상 주인 부부를 바로 보지 못한다.
자기를 걱정하는 마음을 알았기에 마주 쳐다보면 눈물이 떨어질 것 같아서이다.
차돌 이는 급하게 밥을 먹는다.
[얘..얘..... 체할라...천천히 먹어.]
번개같이 한그릇을 비우자 아주머니는 기다렸다는 듯 그릇을 들고 다시 밥을 퍼온다.
차돌이는 개눈 감추듯 두 그릇을 비우고 의자를 물린다.
[아주머니 저 씻고 옷 갈아입고 나올게요.
그간 본의 아니게 쉬었으니 열심히 해야죠.]
[아니다, 차돌아. 오늘 하루는 그냥 쉬려무나.......
그렇게 바쁘지도 않으니.......]
[하여간 씻고 옷 갈아입고 나오겠습니다.]
차돌 이는 주인부부의 눈을 등 뒤로 하고 주방에 딸린 문으로 나간다.
주인부부의 입에서는 흐뭇한 미소가 감돌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활짝 펴진다.
[역시 놈은 어딘가 틀려.....
저놈이 지금 이렇게 살아도 나중엔 분명 큰 인물이 될 거야. 암.......]
[그래요, 저도 늘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분명 요즘 보기 드문 아이임이 틀림없어요.]
[으음......당신이 많이 챙겨줘....
우리가 뭘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저놈은 은혜를 원수로 갚을 놈은 절대 아닌 것
같으니.......]
[알았어요, 여보..........]
서로 마주보는 부부의 얼굴엔 차돌 이에게 배려하려는 마음이 가득히 배여 나온다.
.
.
.
그로부터 며칠 후
차돌 이는 쉬는 날 다시 산을 찾았고 예의 작은 폭포 밑에서 명상에 잠겨있다.
그런데 느낌이 이상하여 명상에 잠길 수 없었다.
차돌 이는 눈을 뜬다.
바로 앞 바위위에 백사가 또 아리를 틀고 있다.
자기가 구해주고 또 자기를 물어 정신을 잃게 했던 백사가 눈앞에 있었다.
차돌 이는 순간 놀라기도 했지만 자기를 쳐다보고 있는 백사에게서 살기가 없는 것처럼 보이기에 살며시 웃어주며 반갑게 혼자말로 말을 걸어본다.
[너야, 놀랬잖아.....
왜 왔어, 사람들 눈에 보이면 안돼. 어서가......]
차돌이가 손을 저어 백사을 쫒아보지만 백사는 움직이지를 않는다.
이상함을 느낀 차돌이가 다시 말을 걸어본다.
[왜...나랑 있고 싶은 거야.....허나 안돼. 난 네가 무섭거든.....]
백사는 눈동자를 굴리며 뭔가를 알리는 듯 했다.
차돌 이는 이상하게 백사의 표정이 슬퍼보였다.
[아...너도 친구가 없는 게로군.
그래서 내게 왔구 만.....그런 거야...]
백사가 눈을 깜박인다.
차돌 이는 신기했다.
어디선가 본적이 있다
무릇 영물이란 사람 말을 알아듣는다고...
차돌 이는 백사가 영물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그럼 넌 내말을 잘 들을 거야. 그럼 놀아주지....
그러나 내말을 어기면 절대 널 쳐다보지도 않을 거야..]
백사가 다시 눈을 깜박인다.
[그럼 좋아....나와 놀려면 몇 가지는 지켜야 해
넌 지금부터 다시는 사람을 물면 안돼....
그리고 나와 있어도 흔적이나 내가 이상하게 아니 징그럽게 느끼게 해선 안돼....
그리고 내가 널 찾으면 언제든지 올수 있어.]
차돌 이는 그냥 물어본 것이다.
설마 짐승이 어찌 그럴 수가 있나하는 마음에서
그러나
백사는 눈을 깜박이다가 또 아리를 풀고 한 바퀴 빙 돌더니 다시 또 아리를 틀고 앉는다.
승낙한다는 표시인가.
차돌 이는 백사의 행동이 예사롭지 않았지만 뭔가를 알리는 표시임을 짐작한다.
[그러나 오늘은 안돼....저번에 너 때문에 늦어 주인 부부를 얼마나 걱정 시켰는데.
나 빨리 가야하거 던 그러니 이제 가봐.]
차돌 이는 백사를 보며 친근하게 말한다.
그러나 백사는 여전히 그대로 앉아있다.
[너, 내말 잘 듣는다 하고선 벌써 말을 안 듣다니...
내 나중에 찾을 테니 지금은 어서 가....]
그제 서야 백사는 눈을 껌벅이더니 허공으로 치솟아 사라져버린다.
차돌 이는 놀라고 만다.
설마 백사가 허공을 비상해서 사라질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분명 영물이리라.
차돌 이는 기분이 좋았다.
아직까지 변변한 친구하나 사귀지 못했는데 짐승이지만 자기 말을 알아듣고 한편으로는 영물 같아 보이는 짐승과 같이 어울릴 수 있다는 게 무엇보다 좋았다.
차돌 이는 그 곳을 벗어나 산을 내려온다.
입에서 휘파람소리를 내며 그렇게 흥이 나서 내려오는 것이다.
.
.
.
내일이 추석인가 보다.
벌써 많은 세월이 흘렀다.
차돌이가 여기 둥지를 틀고 있은 것이 2년이 넘었다.
그간 차돌이의 근황은 별반 달라진 게 없었다.
그간 꾸준히 해온 운동은 이제 어느 정도 몸에 기술이 붙었는지 어느 누구와 싸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지만 한번도 시합에 나서지는 못했다.
물론 나이가 어린 탓도 있었지만 이상하게 마음을 먹고 기를 올리고 주먹을 뻗으면 엄청난 파괴를 가져오는 자신의 힘을 보고 기절하도록 놀란 것이다.
어디에서 생긴 힘인지 천천히 생각해본 결과 백사[사신]에게 물리고 난 뒤부터 그런 힘이 생긴걸 알았다.
[참고. 사신은 차돌이가 백사에게 지어준 이름]
그것을 알고 난 차돌 이는 그런 힘을 아무도 없는 곳에서 실험해보고 진정 엄청난 힘이 주먹을 통하여 뻗어 나와 무시무시한 위력을 보이자 기분도 좋았지만 겁도 났던 것이다.
진정 살기를 품고 이런 힘으로 사람을 때린다면 뒷일은 생각하기도 싫었다.
차돌 이는 그 힘을 평생 쓰지 않기로 마음의 결심을 굳게 했다.
그래서 청소년들이 가지는 시합에도 행여나 순간적으로 그 힘이 나올까 두려워 관장이나 주위 사람들이 그렇게 권유해도 나가지를 않았던 것이다.
차돌 이는 격투기를 통하여 그것으로 챔피언이 되어 누나를 찾고 용서받고자 했는데 만사휴의가 된 것이다.
차돌 이는 다른 방법으로 성공하기 위하여 요즘 깊은 생각에 젖어있는 것이다.
그리고 어린 나이에 대입검정고시를 합격한 것과......백사와 친해진 것.....그리고 나날이 건장해지고 사내답게 변한 몸..... 무엇보다 차돌 이를 괴롭히는 것은 여자만 보면 특히 예쁜 여자를 보고 저 여자와 자봤으면 그러한 생각을 품으면 온몸이 달아오르고 견딜 수가 없었다.
해서 사람이 없는 곳에서 대낮이라도 자위를 해야 할 정도로 넘치는 성욕을 감당할 재간이 없었다.
또한 사타구니 성기도 어른이 되면 조금씩 커지지만 차돌이의 성기는 기형이라 할 정도로 발기하면 45도에 가까운 형상으로 구부러지는 것이다.
두께나 길이도 일반사람들의 크기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장대하게 자랐고 평시에는 다른 사람과 조금도 다를 바 없는데 발기하면형상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기형으로 변하는 바람에 속 앓이 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성기고 또 어린 나이라 다른 사람은 거의 일직선이며 어쩌다 자기 같은 사람이 있다 해도 휘어진 정도인데 차돌 이는 사람의 상상을 넘어버린 성기를 지니게 된 것이다.
그리고 주인아주머니가 성장한 자기를 보고 가끔 멍청히 쳐다보며 뭔가 갈구하는 눈빛을 보이지를 않나...
이제 중학생이 된 주인부부의 딸이 지나칠 정도로 따르고 관심을 보이지를 않나...
차돌 이는 그 모든 것이 부담이 되곤 했던 것이다.
이제는 떠날 때가 된 것인가.....
이날도 차돌 이는 잠을 이루지 못하고 밤거리를 어슬렁거리고 있다.
집 근처 작은 공원에서 한동안 밤하늘을 보며 있다가 시간이 너무 늦은 것을 깨닫고 지름길을 통하여 집으로 들어가는 중이였다.
[제발...살려주세요.]
어디선가 가냘프고 애처로운 소리가 들린다.
차돌 이는 소리가 난 곳으로 급히 발을 옮긴다.
골목을 돌아 인적이 드물고 급커브가 있는 길에서 봉고차가 승용차를 가로막고는 여자를 태우려 하는 것이다.
차문이 열려있고 엎어진 남자가 있는데 얼굴에 피투성이다.
차돌 이는 망설임도 없이 실 갱이 를 벌이고 있는 곳으로 간다.
그리고 승용차를 막고선 봉고차의 번호를 머릿속에 기억하고는 사람들에게 나선다.
[아저씨..이게 무슨 짓입니까......아직도 사람을 납치하려는 자들이 있다니......]
차돌이가 갑자기 나타나서 자기들의 일을 방해하자 모든 사내들이 차돌 이를 쳐다본다.
덩치는 컸지만 아직 머리에 피도 마르지 않는 꼬마가 아닌가...
[이런 개새끼......어디서 이런 좆만 한 새끼가 나타나서 우리 일을 망치나.....
씹할 놈 그냥 곱게 갈 일이지....
생쥐 저 녀석도 보내버려.
이왕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한 놈 더 골로 보낸다고 달라질게 뭐있어.]
생쥐란 놈이 다짜고짜 오더니 차돌 이를 향해 주먹을 날린다.
그러나 차돌 이는 날아오는 주먹을 피하며 여자를 봉고차에 태우려고 하는 사내에게 급히 달려가 몸을 밀어버린다.
사내들과 여자가 나둥그레진다.
[이런 씹 새끼가.....
야 이 새끼부터 처리하자.]
사내하나만 여자를 끌어안고 잡고 있고 나머지가 벌 떼처럼 차돌 이에게 달려든다.
대 여섯 명의 사내들이 갑자기 달려들자 차돌 이는 당황해 버린다.
언제 이런 드잡이 질을 해본 적이 있는가.
아무리 운동을 하고 했지만 이런 싸움과는 질적으로 틀리기에 차돌 이는 무수하게 날아오는 손짓과 발짓에 온몸을 짓이겨지도록 두들겨 맞는다.
그러나 정신을 잃지 않고 악바리처럼 달려드는 바람에 사내들은 조그만 아이에게 기가 질리면서도 때리기를 멈추지 않는다.
차돌이의 얼굴에도 피투성이다.
얼마나 맞았을까 멀리서 싸이 렌 소리가 들린다.
그러자 이젠 때리는 남자들이 당황한다.
[안되겠다, 빨리 여자를 싣고 달아나자.....
이 좆만 한 새끼 때문에 일이 엉망으로 됐잖아.....]
사내들이 차돌 이를 내버려두고 여자를 차에 싣기 위해 우 루루 달려들어 몸부림치며 반항하는 여자를 차에 태우려 한다.
차돌 이는 악에 받혔다.
어디서 이런 힘이 났을까.
그렇게 맞고 나면 다른 놈이라도 벌써 정신을 잃거나 골로가야하는데 차돌이가 달려와 여자를 죽어라고 켜 안고 놓지를 않는다.
사내들은 어이가 없는 모양이다.
[이것 봐라. 어디서 이런 찰거머리가 와서 다된 밥에 죽을 빠트리나....
야..... 이 개새끼 죽여 버려.]
옆에 있던 한 놈이 어디서 준비했는지 쇠 파이프로 차돌이의 이마며 팔 온몸을 사정없이 때린다.
그러나 맞으면서도 차돌 이는 여자를 놓지 않는다.
싸이 렌은 더 크게 들린다.
곧 이곳에 도착될 모양이다.
[야 그만 튀자 어디서 저런 개새끼가 나타나서 다된 밥에 코를 빠트리다니......
씨 펄. 이거 형님을 어찌 보나.....
야....... 할 수 없다 그만 튀자...]
사내들은 차돌 이와 여자를 두고 급히 봉고에 올라타더니 사라져버린다.
그제 서야 차돌 이는 이제껏 깡으로 잡아온 정신을 잃어버린다.
여자는 차돌이의 손에서 힘이 풀리고 자유롭게 되자 차돌 이를 보더니 승용차로 달려간다, 그리고 사내에게 달려들어 몸의 상태를 살핀다.
[여보, 정신 차려. 제발 .엉 어어 엉..........]
자기를 구해준 차돌이보다 남편의 안위가 걱정이 되는 모양이다 여자는 옷을 찢어 피를 흘리는 남편을 지혈하는 모양이다
그 와중에도 차돌 이는 억수 같은 피를 흘리며 기절해있고 얼굴은 점점 하얗게 변하며 창백해지는 것이다.
차돌이가 정신을 차린 곳은 병원 중환자실이었다.
온몸이 붕대로 감싸있어 실로 미 이 라를 방불케 할 정도로 하얀 붕대로 온몸을 감고 있었다.
[크 응......]
차돌이가 정신을 차리자 눈에 보이는 것은 하얀 천장이고 팔에는 링 겔 병이 온몸에도 붕대로 감싸인 자신을 발견한다.
몸을 움직이려하자 어디 아프지 않는 곳이 없다.
차돌 이는 그만 쓴 웃음이 나오고 만다.
괜히 남의 일에 나선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어찌 남의 불행을 보고 있을 수가 있단 말인가.......
돌아온 건 온몸의 멍과 부러진 팔다리뼈 같은데......차돌 이는 웃으려다가 갑자기 전신을 쑤시고 저리는 아픔에 그만 눈살을 찌푸리며 신음을 토하고 만다.
[으...................음.....]
신음소리에 간호원이 급히 달려와 차돌 이를 살핀다.
그리고 정신을 차린 듯한 차돌 이를 보고 급히 의사를 찾는다.
잠시 후 의사가 달려와서는 차돌이의 전신을 살펴보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차돌 이를 본다.
[정신이 드는 모양인데...기분은 어떤가.....그리고 이름이 뭔가........]
의사는 환자의 상태도 궁금하지만 인적사항도 궁금한 모양이다.
허긴 환자 기록부에 아직 아무것도 신상명세가 기록되지 않았으니 그럴 만도 하다.
차돌 이는 이름을 알려 준다.
그리고 묻는 데로 나이와 생일 그리고 주소는 중국집을 불러준다.
의사는 그 모든 것을 알고는 차돌 이를 보며 신기한 듯 말한다.
[나이가 아직 어린데도 굉장히 건장한 몸을 지니고 있었더군.....운동하나........
다른 아이들 같으면 지금 병신이 되었거나 죽었을지도 모르는 엄청난 구타였는데......
하여간 천행이라 할 수밖에......]
차돌 이는 의사가 하는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대신 집에 갈 걱정을 하는 것이다.
[선생님...저 지금 들어가야 해요.
주인아주머니가 걱정한단 말이에요.
내 이정도 아픔은 참을 테니 붕대 좀 풀어주세요, 갑갑해서 견딜 수가 없어요.]
[허허. 이놈 보게........
넌 지금 중환자야......
뼈가 금이 가고 부러지고 또 근 100바늘이나 실로 살을 꿰맨 만신창이 된 몸이야.
뭐.. 퇴원 한다 구. 어린놈이 정말 대단하군 그래...허허.....
까불지 말고 그렇게 한달은 하고 있어야 할 거야.....
아직 이놈은 자기가 얼마나 찢어지고 다친 줄도 모르나봐..웃기는 놈이네.
김 간호사, 이놈에게 거주지 전화번호를 알아가지고 보호자더러 병간 해라고 하게......]
의사는 기가 찬 듯 대광 이를 쳐다보며 호통을 치곤 간호원더러 보호자를 데리고 오라고 지시한다.
그리고 몸을 돌려 나가버린다.
간호원이 차돌 이를 다구 친다.
전하번호를 알려 달라 구..그러나 차돌 이는 전혀 알려주지 않는다.
연신 아픔에 끙끙거리면서도 아예 입을 닫는 것이다.
차돌 이는 일도 못하는 것도 미안한데 다시 주인부부에게 걱정을 안겨줄 수 없다 여기고 한사코 전화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것이다.
결국 간호원이 포기하고 물러난다.
그리고 몇 시간 후 이번에는 경찰이 들어와 사건을 묻는다.
차돌 이는 본대로 이야기를 해준다.
경찰은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곤 다시 차돌이의 인적사항을 묻는다.
차돌 이는 인적사항을 알려준다.
그러나 역시 전화번호는 입을 다문 체 알려주지 않는다.
결국 경찰도 차돌이의 고집에 질려 그만 물러나고 만다.
그런 날이 며칠이 지났을까.....
차돌 이는 입원실로 병실을 옮기고 단잠을 자고 있었다.
그런데 향긋한 냄새가 나면서 중년일 것 같은 나이의 세련된 여자가 차돌이의 치료받는 모습을 걱정스레 쳐다보고 있다.
차돌 이는 누구인가 궁금했지만 옆 환자 보호자겠지 하는 생각에 생각을 접는다.
그때 의사가 환자를 보기 위하여 병실로 들어와서는 세련된 여자를 보더니 머리를 숙여 인사를 한다.
[오셨네요, 전무이사님은 어떠신지요.]
[많이 좋아졌어요. 그리고 이 아이는 어떤가요.]
여자는 간단히 대답을 하고 차돌이의 상태를 묻는다.
[허허허..내 여러 환자를 보아왔지만 이 아이처럼 회복속도가 빠른 아이는 처음입니다.
아마 이런 회복세라면 보름정도만 치료하면 통원치료해도 무방할 듯 여겨집니다.
정말 저로서도 이해하기 어렵지만 찢어진 상처는 지금 6일째인데 거의 아물었어요.
금이 가거나 부러진 뼈도 붙고 있고요....
정말 신기한 신체라 아니할 수 없는 아이네요...허허허....... ]
의사는 차돌이의 몸 상태를 이야기해준다.
믿기지 않는 표정을 하고서 여자에게 웃으면서 공손하게 느낀 대로 말한다.
[정말 다행입니다. 저나 그이는 이 아이 아니었으면 이미 죽은 목숨입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리고 그이도 이 아이를 보고 싶어 해요.
해서 그러니 이 아이 병실을 그이 옆방으로 옮겨줄 수가 없을까요.]
[예, 어느 분 지시라고...곧 그렇게 시행하겠습니다.]
의사는 다시 여자에게 인사를 하곤 병실을 빠져나간다.
여자는 차돌이 옆으로 오더니 잠에서 깬 차돌 이를 보며 환하게 웃어준다.
그러나 차돌 이는 영문을 모른다. 예쁜 아줌마가 자기의 병을 염려해 주는 것도 이상한데
더군다나 자기를 아는 듯하자 의아함을 감추지 못한다.
여자가 다정하게 자기의 상태를 걱정해준다.
[얘야......괜찮니....아직도 많이 아프지......]
[예, 그런데 예쁜 아줌마는 누구세요....전 아줌마를 모르는데....]
차돌 이는 점점 궁금해진다.
도대체 누구 이 길래 나에게 이처럼 신경을 갖고 다정하게 대해주나 싶었다.
아줌마의 조그맣고 예쁜 입에서 다시 꾀꼬리 같은 소리가 흘러나온다.
[날 모른다고....... 아직도 내가 누군지 기억하지 못하는 모양이구나.
전날 네가 목숨을 걸고 구해준 아줌마가 바로 나란다.]
아줌마가 정체를 밝힌다.
[아...아줌마구나.......난 누구인가 했어요.....
그런데 여긴 어떻게 왔어요.
참 그때 차안에도 사람이 다쳐있던데 아저씨인가 보죠.......아저씬 괜찮은가요.]
그제 서야 차돌 이는 자기가 끝까지 지켜낸 아줌마가 이분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문뜩 차에서 피를 흘리고 있던 분이 생각났다.
그래서 그분은 어찌되었냐고 묻는 것이다.
[그래..아저씨도 나도 네가 아니었으면 아마 죽었을 거야.......
놈들은 우리를 노리고 계획적으로 그런 일을 저질렀음이 분명했으니까.......
그건 그렇고 얘야, 정말 고맙다, 정말...이 은혜를 어찌 갚지.......]
[치 이..아줌마.......그딴 것이 무슨 은혜가 될 수 있어요.
내 걱정은 말고 아저씨나 돌보세요.
난 많이 좋아졌으니 내일이라도 퇴원해도 될 것 같아요.....
그런데 아줌마...난 돈이 없는데.. 어떻게 해야 퇴원할 수 있나요.....걱정이 되어서.........
병원에 오래있으면 돈이 많이들 텐데.........]
차돌 이는 병원비가 걱정이 되는 모양이다.
얼굴에 수심이 가득 들어차자 아줌마는 그런 차돌 이를 보고 웃어주며 안심시킨다.
[호호호......얘야...그런 걱정 말고 치료나 열심히 받아.
내가 어찌 네게 그런 부담을 주게 할 수가 있어.
설령 아줌마가 아니라도 너 같은 훌륭한 아이는 국가에서도 모두 치료해줘....호호호....
정말 요즘 보기 드문 착한아이네.......]
[휴......다행이다. 난 돈 달라면 어쩌나 했어요. .아줌마 고맙습니다.
그리고 이젠 괜찮으니 가서 일보세요.]
[그래...그런데 어찌 네게 사람이 아무도 없니..........
찾아오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그러니..쯧쯧.....정말이야..]
[.....................................]
차돌 이는 말을 않는다.
대신 고개를 돌려 버리고 만다.
여자도 차돌 이에게 뭔가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재차 물어본다.
[얘.........정말 이때까지 혼자 있었니......]
아줌마가 재차 묻자 차돌 이는 누나생각이 떠올라 그만 눈에 눈물이 맺힌다.
[전 고아나 다름없어요,
누나가 있는데 누나를 혼자 두고 집을 나와 버린걸요.
그러니 제겐 찾아올 누구도 없어요.]
차돌이가 눈물을 글썽이며 자조 섞인 음성으로 아주 낮게 말한다.
그 표정이 너무나 애처롭고 가련해 여자는 무엇이 가슴을 찌르는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뭔가 사연이 있는 아이가 틀림없음을 느낀다.
그렇지만 고아나 다름없는 아이가 불의를 보고 자기 몸을 던져 남을 구하려는 심성을 지니고 있다니..정말 밝고 깨끗하게 자란 아이임이 틀림없다고도 생각이 든다.
여자는 자기를 구해준 아이가 고아나 다름없는데 그런 아이를 이때까지 병실에 혼자 있게 했다는 죄책감에 싸인다.
[아....그런 줄도 모르고.......우릴 구해준 너를 이렇게 박절하게 대했다니.....
얘야, 진정 미안하다.]
[아주머니 괜찮아요. 그러니 이제 가보세요.]
차돌 이는 눈을 감는다.
저렇게 고운 아줌마가 슬픈 얼굴을 하고 있으니 마음이 걸린 것이다.
그날 아줌마를 구해줄때는 아줌마가 나쁜 사람들에게 봉변당하는 것을 볼 수가 없어 그랬는데 지금 그 아줌마가 이렇게 예쁘고 곱다니....그리고 사람의 간장을 녹일 듯 한 향수냄새가 코를 간 지르자 더 이상 마주대하기가 어려웠다.
이제껏 봐온 아줌마 중에서 이처럼 세련되고 예쁜 아줌마를 처음 본 것 같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그런 아줌마를 쳐다보고 있자니 아랫도리 자지가 충동을 참지 못하고 걸 떡 대며 한껏 부풀어 올라 견디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애써 충동을 참아내려 눈을 감아 버린 것이다.
여자는 그런 차돌 이를 잠시 내려다보더니 몸을 돌려 나가버린다
그리고 시간이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차돌 이는 다른 병실로 옮겨졌다.
넓고 거실 같은 소파도 갖춘 독방으로 옮겨진 것이다.
차돌 이는 이 모든 것이 아줌마가 배려한 것인 줄 알고는 감사의 마음을 품는다.
차돌이로서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배려였기에 어리둥절하기도 하였지만 기분은 엄청 좋았다.
그날 저녁
여자는 어찌 알았는지 차돌이가 일하는 중국집을 찾는다.
주인부부가 일하는 그곳에 부부는 얼굴이 굳어진 체 뭔가 불안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여자는 차돌 이를 아느냐고 중국집 아줌마에게 묻는다.
중국집 아줌마는 감히 이런 곳에 오지도 않을 세련되고 멋진 여자가 무턱대고 찾아와서는 차돌 이를 묻자 의아스러운 마음이 든다.
그러나 아줌마는 차돌이이야기가 나오자마자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여자에게 되묻는다.
[아니.... 댁이 어떻게 우리 차돌 이를 아나요.
혹시 우리 차돌 이를 데리고 있는 건가요. 아님 우리 차돌 이에게 무슨 일이라도......
그 여리고 착한 놈이 어디서 무얼 하는지.......어디 밥이라도 먹고 있는지.....
아주머니 혹 우리 차돌이 거처를 아시면 제발 알려주세요.
부모도 없이 자란 그 어린 것이 얼마나 착하게 살려고 노력하는 아이인데......
아직 소식도 모르니........휴우......]
아줌마는 거의 울음을 터뜨릴 듯한 모습이다.
중국집을 찾아간 여자도 놀라기는 매 한가지다.
착하고 대단한 아이인줄은 짐작했지만 이토록 사람을 감동시키도록 착하고 열심히 살아가는 아이인줄은 짐작도 못했기 때문이다.
여자가 잠시 멍하니 있자 주방에서 차돌이 이야기가 나오자 황급히 아저씨가 나온다.
아저씨가 나오자마자 차돌 이를 걱정하며 이것저것 캐묻자 여자는 중국집 부부를 자리에 앉게 하고는 이때까지 일어난 모든 일을 자세하게 말해준다.
[그럼 차돌이가 이때까지 병원에........
그것이 우리를 얼마나 원망할까. 한번도 찾아오지 않았다고........]
[그렇지 않아요....
그 아인 댁들이 걱정할까봐 전화번호도 알려주지 않는 아이에요.
저야 혹시나 해서 물어물어 왔지만.......]
[맞아....그 녀석은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아이야.........
나도 이날까지 많은 아이를 대해왔고 지금도 자식을 키우지만 요즘 그런 아이는
어디에도 없을 정도로 목표가 뚜렷하고 그처럼 착실한 아이는 본적이 없었으니.......
하여간 대단한 놈이야.......
그렇게 맞고도 끝까지 사람을 구하려는 마음을 지니다니......역시.........허허허...]
아저씨도 차돌이의 행방을 알고 또한 정의로운 일로 해서 병원에 있다니 안심이 되는 듯 이제 웃기까지 한다.
그러고도 여자는 한참을 중국집 부부와 이야기를 나눈다.
슬픈 표정을 지었다가도 낮게 웃음을 흘리다가 연신 고개를 끄덕이지를 않나......
하여간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뭔가를 상의하고는 여자가 일어난다.
여자의 얼굴엔 미소가 만발하다.
그러나 중국집 부부는 슬픈 표정과 기쁜 표정이 어우러져 복잡 미묘한 얼굴을 하고 있다.
그렇게 그들은 헤어졌다.
차돌이가 호사스런 입원생활을 하고 있던 어느 날.
차돌 이의 병실에 휠체어를 탄 중년환자가 들어왔다.
휠체어 뒤에는 예쁜 아줌마가 휠체어를 밀면서 환하게 웃으며 들어오는 것이다.
[허허허......자넨가, 우리부부의 목숨을 구해준 것이.....
정말 인사가 늦었네그려...허허허........]
차돌 이는 알 것 같았다.
예쁜 아줌마가 휠체어를 민다는 것은 그만큼 가깝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 일거고 아직 걷지를 못할 정도라면 그때 차안에서 피를 흘리던 남자임이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차돌 이는 침대에서 일어나 공손히 인사를 한다.
[덕분에 별 것 아닌 일로 호사하고 있습니다.
어디 아픈 데는 괜찮으신지요.]
[허허..난... 아직 이네........
그런데 젊어 선가 회복이 굉장히 빠르군..........]
남자는 차돌이의 회복속도에 부러움을 느낀다.
[예, 그렇지 않아도 오늘 퇴원했으면 합니다.
무엇보다 이런 곳이 익숙하지 않고 갑갑해서 미칠 지경입니다.]
[허허허...그럴 것이네.
나도 젊어서는 그랬으니 오죽하겠나..........]
그리고 중년남자는 뒤의 여자를 본다.
[여보, 아까 의사말도 들었으니 이 청년 그만 퇴원시키도록 해 주시오. 허허허.......]
[여보...그래도..........]
여자는 망설여지는 모양이다.
아직 완전히 정상을 찾지 못함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허허..젊은이가 갑갑한 모양이오 그리고 나도 내일 퇴원할 생각이요,
지금껏 너무 오래 자리를 비웠소.
이제 휠체어를 타고라도 회사에 나가봐야 할 것 같으니 당신도 그리 아시오,]
[어머......안돼요, 당신은 아직 더 있어야 해요. 낫지를 않았다고요.]
여자는 소스라친다.
아마 남편의 말이 너무 어처구니가 없었던 모양이다.
[젊은 사람도 퇴원하는데 내가 이 정도로 병원신세를 져서야 되겠소,
저 청년이 우릴 보고 비웃을까 두렵소.
아무 걱정 말고 그리 알고 있으시오,]
다시 중년남자는 차돌 이를 본다.
[이 은혜를 어찌 갚아야 할지......젊은이....내 잊지 않겠네.......]
[무슨 말씀을.........]
[허허........알았네, 알았어, 여보 그만 갑시다.]
중년남자는 더 이상 있기가 민망한지 부인에게 가기를 원한다.
여자도 마지못해 나가면서 차돌 이에게 환하게 웃어주고는 휠체어를 밀며 병실을 나간다.
차돌 이는 여자가 미소를 짓는 순간 온몸에 전율이 이는 것을 느낀다.
여자가 웃는 모습뿐인데도 뭔가 모를 가슴의 열기가 머리끝으로 치솟는가 하더니 그 기운이 다리사이로 급격히 몰려 자지가 금 새 부풀어 올라 터질 듯 하지 않는가.....
[휴우...내가 왜 이러지.......
그래..나중에 내가 성공하면 저런 예쁜 아줌마를 하인으로 부리며 살고말거야....
그리고 맨 날 홀랑 벗겨놓고 그렇게 살아야지, 흐흐.......]
차돌 이는 병실 안 화장실로 급히 들어간다.
그리고 급하게 환자바지를 내리고 자지를 손으로 보듬는다.
눈앞에 금방 왔던 예쁜 아줌마를 홀라당 벗겨 희롱하는 상상을 하며 거의 90도 가까이 휘어진 자지를 손으로 쓸어내린다.
금방 피가 자지 끝으로 몰린다.
[으...............으으........]
자지 끝에서 세찬 정액줄기가 쏟아져 나와 변기위 벽을 때린다.
허연 액체가 벽을 타고 흘러내리며 텁텁한 냄새를 풍긴다.
한동안 사지를 떨며 사출을 하던 차돌이가 자지 끝을 손으로 쥐어짜고는 바지를 올린다.
[언제고 저 예쁜 여자를 내 맘대로 하고 말거야......꼭...]
언감생심, 감히 꾸어선 안 될 꿈을 꾸다니.....
허긴 젊을 때 가지고 싶은 것이 하나둘이겠는가......
과연 그 일이 차돌이 마음대로 이루어 질수 있을까......
차돌 이는 화장실을 대충 청소하고 나오니 뜻밖에도 반가운 손님이 와 있다.
[오빠.....형...............차돌아......]
중국집 부부와 민 철이 선주가 병실을 찾아온 것이다.
선주는 얼마나 반가운지 눈에 눈물이 그득해서 부모가 보던 말 던 차돌 이를 켜 안고 눈물부터 흘린다.
차돌 이는 억지로 선주를 떼어내고는 중국집 주인부부에게 허리를 숙인다.
[아저씨, 아주머니, 정말 죄송합니다.
본의 아니게 자꾸 폐를 끼치게 되는군요.
그런데 어찌 알고 ...........오늘 퇴원하면 용서를 빌려했는데..]
[허허. 이 놈 아야.........왜 연락 안했니.......
우리가 언제 널 모질게 대하기라도 했니.......]
주인아저씨가 차돌이의 손을 굳게 잡으며 원망어린 눈으로 쳐다본다.
그러나 그 눈 속에 걱정하고 마음 아파하는 심정이 고스란히 나타나 있다.
주인아줌마도 달려들어 차돌이의 손을 잡는다.
[넌 정말 못됐어, 사람을 이렇게 걱정시키다니.......]
차돌 이는 그만 눈에 눈물이 핑 돈다.
피를 나눈 형제도 아니도 그렇다고 인척관계도 아닌 사람인데 어찌 보면 주인과 고용인일 뿐인데......이토록 진심으로 걱정하고 형제보다 더한 정을 나타내자 감격하고 말았다.
굵은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린다.
[아저씨, 아주머니, 이렇게 마음 쓰 주시니 정말 고맙습니다.
언제고 내가 성공한다면 그 모든 것은 두 분이 날 도와주신 것이라 믿고
한시라도 잊지 않겠습니다.]
[그래..차돌아..꼭 성공해서 우리를 찾아주려무나...............]
차돌이가 퇴원하고 보름정도 흘렀을 때였다.
여느 날과 다름없이 하루의 일을 마치고 가게를 청소하고 그리고 방에서 내일 쉬는 날이라 등산복을 챙기는 등 부산을 떨고 있을 때였다.
그때였다.
주인부부가 차돌이의 방에 들어온다.
얼굴이 많이 불편해 보인다.
차돌 이는 근래 주인부부의 얼굴이 굳어있는 것을 종종 봐왔다.
자기를 쳐다볼 때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기 때문에 혹시 자기가 무슨 실수를 했나하고 조심하고 있던 참이다.
주인부부는 방에 들어와 앉으며 차돌 이를 앉게 하곤 말없이 한참을 쳐다본다.
그러다 결심을 굳혔는지 아저씨가 말문을 연다.
[차돌아, 네가 우리 집에 온지 2년이 넘었지.]
[예, 벌써 그렇게 되었더군요.]
허긴 차돌이가 워낙 얼굴이나 몸에 털이 많은 아이라 요즘 들어 아침에 면도하는 것이 일과가 되어있었으니......그만큼 성장해 있었던 것이다.
[참, 늠름하게 자랐구나.
차돌아, 길게 이야기하지 않으마......
이젠 너도 네 야망을 위해 날개를 달아야 하지 않겠니.
아무소리 하지 말고 오늘 짐 싸서 내일 떠나도록 해라.....
내일 네가 가는 곳은 네가 성공할 수 있는 길이라 여기기에 우리가 승낙했단다.]
아저씨가 밑도 끝도 없이 축출 령을 내린다.
차돌 이는 갑작스런 아저씨말에 당황하여 어쩔 줄을 모른다.
[아니. 아저씨, 갑자기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전 여기가 너무 좋고 편한데. 제가 홋 무슨 잘못이라도 저질렀는지.........]
[아니야..넌 우리 집에 와서 너무나 많은 도움을 줬어.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
그리고 우린 널 한시도 남이라 여기지 않았어. 이건 진심이야.
그러나 네게도 마음속 깊은 사연이 있지 않겠어. 말 못할 사연 말이야.
그 한을 풀려면 여기보다 그곳이 나을 것 같아서 보내는 거야,
그러니 아무소리 말고 가도록 해........
그동안 우리가 서운하게 대한 것이 있다면 모두 이해하고...........
부디 훌륭한 사람이 되길 진심으로 바래.
잘 가, 그리고 성공하거 던 꼭 찾아와......술이나 한잔하게...]
아저씨는 마음이 진정 안 되는지 그 말을 끝으로 방에서 나가버린다.
차돌 이는 눈을 크게 뜨고 아줌마를 쳐다본다.
[그래, 저이 말이 맞아.....
널 놓치기가 싫지만 널 위해서 보내 주는 거야....]
아줌마도 눈에 눈물이 글썽해 가지고 겨우 말을 한다.
차돌 이는 아줌마의 손을 덜 썩 잡는다.
[아줌마. 도대체 왜 이러는 겁니까.
나를 어디에 보낸다 말입니까......]
[내일 보면 알거야.......
차돌아. 꼭 성공해서 우리 만나자.]
아줌마는 차돌 이를 가볍게 안는다.
그리고 소리죽여 가볍게 운다.
한참을 그대로 있던 아줌마는 차돌 이에게 떨어지며 눈가를 훔치고는 호주머니에서 도장과 통장을 꺼내 차돌 이에게 준다.
[네 돈이야, 우리가 네 돈을 꼬박꼬박 저금해뒀어.
얼마 안 되지만 요긴할 때 쓰도록 하려무나......]
그리고 차돌이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슬그머니 일어나 나가버린다.
[아줌마........]
차돌 이는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고 어이가 없다.
졸지에 주인 부부에게 추방령을 당하다니...그러나 차돌 이는 주인부부가 자기를 버린 것이 아니고 더 나은 곳에 보내려 한다는 걸 안다.
그렇지만 갑자기 당한일이라 어리둥절했던 것이다.
[그래, 이젠 떠날 때가 된 거야.......
나도 내 야망을 위해서 어차피 가려고 하지 않았던가.....
잘된 일인지도 모르지......
그런데 어디로 보내려고 저렇게 그러실까........]
차돌 이는 궁금했다.
그러나 내일이면 알일 차돌 이는 그 자리에 누워 버린다.
온갖 지나간 일들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차돌 이는 피식 웃기도 하고 괴로운 표정도 짓는다.
어느새 차돌이의 눈에 눈물이 맺히더니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진다.
자식같이 돌봐준 두 분이 아니신가......
이분이 아니었으면 그 차거 운 겨울 한동안 떠돌아 다녔어야 했을 텐데 좋은 분 만나서 일도 했지만 공부도 하고 세심한 곳까지 챙기시고 살펴준 부모 같은 분들이 아니었던가.
이제 이분들과 이별해야 한다니.....슬픈 마음이 가슴을 짓눌러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울고 있는데 민 철 이와 선주가 들어온다.
민 철 이는 들어오자마자 차돌이 옆에 앉아 큰소리로 묻는다.
[형, 정말 가는 거야.........아니지 그렇지....
우리 아빠 엄마가 가라해도 형 가지마. 나랑 같이 살자 응 형........]
차돌 이는 민 철 이를 쳐다보며 눈물을 닦고는 빙긋이 웃어준다.
[자식,, 내가 간다 해도 널 잊겠니.....
이 형도 가야할 때가 된 거야.......
이담에 우리 어른이 되어 그때 만나자.
그때까지 공부 잘하고 씩씩하게 커야 해........]
차돌 이는 민 철 이를 어깨를 두드려주며 도닥거린다.
[안돼, 형 가지마...
내가 가서 아빠 엄마더러 형 못 보내게 할 거야.......씨 이..... 형, 절대 못가.......]
민 철 이가 씩씩거리며 나간다.
차돌 이는 그런 민 철 이를 쳐다보다가 문 옆에 서서 눈물을 흘리고 있는 선주를 바라본다.
[선주야.........]
[오빠.............엉...엉...........]
선주는 벼락같이 차돌 이에게 안기며 펑펑 운다.
차돌 이는 그런 선주를 가만히 안고 등을 쓸어준다.
슬프기는 차돌이도 매한가지다.
그러나 억지로 눈물을 참고 슬픔을 나타내지 않으려고 하고 있을 따름이다.
[엉.....엉.........오빠............안가면 안돼.......]
선주는 차돌이가 가는 것이 가슴이 아픈 것이다.
때로는 오빠 같고 때로는 자기만의 남자라 생각하고 어린여자의 마음속에 연정을 품어온 차돌이가 자기 곁을 떠난다니 마음을 표시할 수도 없고 그저 슬퍼지는 것이다.
차돌 이는 선주의 울음이 잦아지자 선주를 뒤로 밀어 품에서 떼며 선주를 바라본다.
[선주야...오빠 나중에 꼭 다시 올 거야..
그때까지 예쁘게 그렇게 커야 해........]
[오빠,,정말이지 꼭 선주를 보러 올 거지.........]
선주는 차돌이가 이미 떠날 사람임을 알고 있으라는 말을 않는다.
대신 꼭 자기를 찾아주길 바라는 약속을 받아내고 싶은 모양이다.
[그럼......내 꼭 선주 보러 올 거야......]
[오빠.........꼭 와 그때 선주가 오빠한테 줄 것이 있어.
그걸 받으러 꼭 와야 해..]
[하하하....선주가 내게 뭘 주려고 그럴까.
그걸 받기위해서라도 오빠 성공해서 꼭 널 보러올게.......]
[고마워 오빠..........꼭 와야 해........]
선주가 일어난다.
그리고 방문을 열려다가 고개를 뒤를 하여 차돌 이를 쳐다본다.
동그란 눈망울에 눈물이 어려 있어 더욱 초롱초롱하게 보인다.
선주는 다시 몸을 돌려 차돌 이에게 몸을 던지듯이 하며 안는다.
[오빠...내게 한번만 입 맞춰 져.......]
차돌 이는 멍해진다.
이제 중학생 계집아이가 어른들이 할 소리를 하고 있으니.......... 차돌 이는 어이가 없어 선주를 바라보니 선주는 진심이 가득한 얼굴로 자기를 바라보고 있다.
그 어디에도 음탕하거나 불결하게 보이는 부분이 없다.
차돌 이는 당돌한 선주의 부탁을 거절할 수가 없었다.
사실 조금 전 선주를 안고 있을 때 푸짐한 선주의 가슴살이 자기를 짓눌렀을 때 자기도 모르게 자지가 부풀어 오르고 흥분되어 조그만 선주를 짓밟아버리고 싶은 충동이 일어나기도 했기 때문이다.
차돌 이는 가만히 입술을 내려 선주의 작은 입술에 안착시킨다.
선주는 차돌이의 입술이 자기 입술에 내려앉자 손을 차돌이의 목에 두르고 입술을 떨어지지 않게 하려는 듯 필사적으로 매달린다.
차돌 이는 작은 선주의 입술을 빤다.
그리고 입술을 열고 가지런한 이빨을 칫솔로 닦듯이 하다가 이빨을 열고 그 속으로 혀를 가져가 선주의 혀를 찾는다.
선주는 정신이 없다.
처음으로 이성과의 접촉인데다 진하게 몰아붙이는 차돌이의 키스에 황홀한 기분마저 든다.
문득 가슴 쪽에 차돌이의 손을 느낀다.
옷 위로 자기의 가슴을 조 물락 거리는 바람에 선주는 얼굴이 홍당무가 된다.
그러나 그 손길을 떨쳐버리려고 하지를 않는다.
작은 가슴을 만지며 조 물락 거리는 차돌이의 손동작에 야릇한 느낌도 왔지만 뭔가 차돌 이에게 인상 깊게 남기려는 마음도 일었기에 손길을 모른척하고 그냥 둔다.
차돌이의 손길은 점점 대담해진다.
옷 위로 만지는 것에 성이 차지 않는지 어느새 선주의 운동복 상의 안으로 손을 넣어 부 라를 의로 밀치고 이제 부풀어 오르는 가슴을 손바닥 가득이 쥐어보기도 하다가 작은 젖꼭지를 잡고 아프도록 꼬집기도 한다.
선주도 야릇한 기분이 온다.
선주의 혀는 이미 차돌이의 입속에 빨려 들어가 뿌리가 빠지도록 얼얼한 빨림을 당하고 있다.
선주는 갑자기 몸이 굳어진다.
차돌이의 손이 가슴에 만족하지 않고 바지와 팬티고무줄을 뚫고 다리사이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아까부터 이상한 느낌에 그 곳에서 이상한 물이 나와 축축하게 변해있는 그곳에 차돌이의 손이 거침없이 밀고 들어와 이제 자라나기 시작한 춘초를 쓰다듬고 있는 것이다.
선주는 죽고 싶도록 부끄러웠다.
[아야............]
선주는 차돌 이를 밀어 넘어뜨린다.
보지근처 춘초지대에 살이 빠지는 너무 심한 아픔에 온힘을 다하여 차돌 이를 밀어뜨린 것이다.
선주는 눈물이 핑 돈다.
너무나 아픈 고통이 그곳에서 몰려 아직도 얼얼했기 때문이다.
선주는 두 손으로 사타구니를 감싸고 있다.
사타구니의 그 아픔은 금 새 사라졌지만 부끄러워 고개도 들지 못할 지경이었다.
선주는 실눈을 뜨고 차돌 이를 바라본다.
차돌이가 자기의 춘초를 손가락 가득 새까맣게 뽑아들고는 냄새를 맡지 않는가.
선주는 일어선다. 그런 선주를 보며 차돌 이는 아쉬운 듯 말을 한다.
[선주야..이것 항시 간직할게........]
[오빠. 나빠............말미잘 .....너구리. 짐승........]
그러면서 급히 방문을 열고 나가버린다.
차돌 이는 손가락 사이에 가득 집힌 새까만 춘초를 바라보며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 일어나서 그 춘초를 소중하게 갈무리한다.
[후후후........조그만 게 벌써 자랐어.....후후후............]
이별의 슬픔은 잊었나.
차돌 이는 방문을 잠그고 바지를 내려뜨린다.
그리고 기형적으로 생긴 우람한 자지를 흔들기 시작한다.
[우........누나............하고 싶다. 미치도록...........]
잠시 후 차돌이의 자지에서 멀건 정액을 사출하고야 만다.
차돌 이는 방바닥에 뿌려진 정액을 닦을 생각도 없는지 그냥 하늘을 보고 누워 눈을 감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