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 (1/50)

싸늘한 겨울.

아직 해가 뜨려면 한참이나 있어야할 이른 새벽이다.

이른 새벽 세상의 정경이 어렴풋이 보여야함에도 어스름한 안개 때문에 시야는 가까운 곳만 보일뿐 모두가 하얀 서리에 감춰져 적막에 싸여있다.

얕은 울타리 속에 길게 뻗은 듯한 철로가 있고 주변의 집들은 모두가 다닥다닥 붙어있는 판자 집이며 그런 집이 줄지어 늘어서있다..

길게 줄지어선 판자 집 중 하나가 소리를 내며 스르르 열린다.

집안에서 사내인 듯한 남자가 문밖을 나선다.

그러나 세찬 추위를 의식한 듯 두터운 털옷 깃을 세우더니 손에 장갑을 낀다.

장갑을 끼는 손이 무척이나 거칠어 보이고 얼핏 손톱 밑에 검은 떼 자국이 보인다.

장갑을 낀 사내는 두어 번 허리를 흔들더니 앞으로 냅다 질러 뛰어간다.

[휴우,,,,,,,헉...]

뛰는 사내의 키는 1M 70CM정도 될 것 같고 체격은 듬직하다.

그러나 하얀 김을 내 쉬며 뛰는 사내의 동안은 이제 사춘기의 아이가 틀림없었다.

어느 아이처럼 아주 평범하게 생긴 얼굴에 밉상이 하나도 없는 보면 저절로 기분이 좋아질 듯한 그런 얼굴을 하고 있는 아이였다.

좁다란 철로변의 소로를 뛰어가던 남자아이는 어느새 자취를 감추고 사라지고 없다.

다시 판자촌은 적막에 덮인다.

남자아이가 사라지고 두어 시간이 지났을까.......

찬 기운을 뚫고 찬란한 해가 동쪽에서 천천히 솟아오를 때 사라졌던 남자아이가 나타난다.

사라질 때와 마찬가지로 숨을 몰아쉬며 뛰어오고 있는 것이다.

아이는 집 앞에서 잠시 호흡을 고르더니 천천히 문을 열고 들어간다.

[수고했어, 밖이 상당히 춥지........

어서 들어와.....]

맑고 청량한 처녀의 목소리가 들리고 문 앞에서 20살 남짓한 처녀가 문설주를 기대고 서서 남자아이를 쳐다보며 맑은 미소를 보이고 있다.

처녀도 한가지였다.

맑고 깨끗한 눈 말고는 그렇게 예쁘거나 못 생기지도 않은 평범한 아가씨였다.

그러나 문설주에 기대고 선 아가씨의 자세가 여간 불편해 보이지 않는다.

[누나, 힘들 텐데 왜 서서 그래.......

내 금방 씻고 들어갈 게...... 어서 문 닫아. 추워.........]

남자아이는 문을 들어서자 있는 조그만 부엌과 겸용으로 되어있는 곳 커다란 물통에서 바가지로 물을 떠 세숫대야에 담고는 추위와 아랑곳없이 세수를 한다.

수건으로 얼굴을 닦고 벽에 걸린 못에 수건을 다시 걸어두고는 남자아이는 방으로 들어간다.

방안엔 조그만 상에 간단한 찬과 두부 국을 따뜻이 데워놓고 밥상 앞에 앉아있는 처녀가 들어오는 남자아이에게 해맑은 미소를 보이며 따뜻이 반긴다.

[어서앉아......밖이 많이 춥지......국이 따뜻할 거야

어서 식기 전에 먹어......]

[헤헤.......누나 나 국 없어도 잘 먹어.

그러니 추울 땐 부엌에도 나가지마......그러다 넘어지기라도 한다면.......

그러니 누나.....내가 모든 걸 챙길 수 있으니. 누난 그냥 편하게 있어.

더 열심히 벌어 빨리 누나를 조금 더 편한 곳으로 모셔가야 할 텐데........

누나....... 조금만 참아.....]

남자아이는 누나라 부르는 아가씨 맞은편에 엉덩이를 내리며 밝게 마주 웃어준다.

하나도 가식이 없는 오직 진실만이 그득한 눈을 하고서.......

처녀는 남자아이의 그 말에 감명을 받아서인지 수저를 옮겨놓는 손이 바르르 떨리고 있다.

[차돌아....누나가 네게 도움을 주지 못해 너무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

울먹이는 듯한 처녀의 소리에 수저를 잡고 밥을 떠먹으려던 차돌 이는 누나에게 호통 친다.

[또.....또......내가 그러지 말랬잖아......

난 누나 없었으면 이 세상에 살지도 못했어.

그리고 누나 없인 이 세상을 살아가고 싶은 마음도 없어.

제발 나 죽는 게 싫으면 누난 나 하라는 데 로 해 줘....알았어.]

[그래, 알았어.

조그마한 게......내가 미안해서 그랬지...

그렇지만 어디 누나한테 큰소리를 치고 그래.. 때려줄까 보다.]

쳐 녀의 목소리가 밝아진다.

그러나 눈망울엔 뿌연 물기가 서려있다.

말은 때려줄까 하지만 처녀의 얼굴표정은 온통 감격에 덮여있다.

[그렇지, 내겐 그런 누나가 좋아..헤헤헤......

그런데 누나 정말 두부 국 맛있다.

세상의 어느 것도 이 맛을 따라오지 않을 거야.

그러니 남은 국 누나가 모두 먹지 말고 남겨 둬.....

나중에 나 일 마치면 와서 먹게. 헤헤헤...]

[쳇.....두부 국이 뭣이 그렇게 맛있을라고.........

걱정 마...저녁에 먹게 고이고이 모셔둘게.]

..........................

차돌 이가 새벽에 나가던 복장과 똑같이 하여 집을 나서려한다.

문고리를 잡고 뒤를 돌아보고는 누나에게 몇 번이고 다짐한다.

[누나, 오늘 밖이 굉장히 추워.......

그러니 제발 오늘은 밖에 나가지 말고 집에 있어.

어제처럼 그러지 말란 말이야......]

[알았어, 어서 가.......]

아가씨는 뭔가 찔리는 듯 풀죽은 목소리로 대답한다.

차돌 이는 그런 누나를 보며 싱긋이 웃는다.

[나 시간 없어, 뽀뽀 안 해줄 거야.]

[저것이 커서도 뽀뽀를 해달라고 하니....어린아이가 따로 없어.]

문설주에 손을 잡고 얼굴을 누나에게 쏙 내밀고 눈을 감고 있는 차돌 이를 보며 누나는 입술을 내밀어 볼에 뽀뽀를 해주려한다.

그러나 입술이 볼에 닿기도 멈추어진다.

무언가 잠시 생각하는가 하더니 볼에다 대려던 입술을 남자아이의 두툼한 입술에 살그머니 내려버린다.

순간 흠칫하던 사내아이가 두 눈을 뜨고는 자기의 입술에 입을 맛 대고 있는 누나의 눈을 본다.

누나는 어색했는지 입술을 거두고 눈을 흘긴다.

[어서가....나. 부끄러워........]

[헤헤헤.......오늘 정말 굿이다.

앞으론 누나의 입술은 나만의 것이야.......헤헤헤.....명심해........]

차돌 이는 누나를 쳐다보며 분명하고 확고하게 말하고는 문을 열고 냅다 뛰어나간다.

누나[선영]는 그런 동생의 치기어린 소리를 듣고는 얼굴을 홍당무처럼 붉게 물들이고 아무 말도 못하고 고개를 숙이고 있다가 차돌이가 집을 나서자 고개를 들고 벌겋게 물든 얼굴에 미소를 잔뜩 거린다.

그리고는 혼자말로 중얼거린다.

[그래, 차돌아.....너한테 이 몸이 뭣이 아깝겠느냐.........

그래도 우린 더 이상은 안돼.......

불쌍하고 가련한 놈.........]

선영 이는 방문을 닫고 방 한쪽에 펴져있는 이불로 다가간다.

다가가는 선영이의 발걸음이 불안하다.

그렇다.

선영 이는 한쪽다리가 불편한 것이다.

약간 절뚝거리며 걸어가 이불 가에 와서는 그 자리에 앉아 양쪽 발을 이불속에 묻는다.

[내가 이런 몸만 되지 않았어도....

차돌이 학교는 보낼 수 있었는데.......

나 때문에 학교도 마다하고........저 똑똑한 놈이 15살인데도 독학으로 중학교

검정고시를 패스하고 지금 고등학교 공부를 하고 있으니.........

나 때문에 저 아이 인생이 어두 어 져서는 안 되는데........휴우......]

선영 이는 온몸을 이불속에 묻는다.

조금 있으니 이불이 약간씩 들썩거리기 시작한다.

울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한동안 들썩거리던 이불이 잠잠해지고 선영이가 덮고 있는 이불이 풍만한 가슴 쪽에서 규칙적으로 오 르 락 거리며 평온해지고 있다.

................................................

일어서면 천장이 머리에 닿아 허리를 잔뜩 구부려야 움직일 수 있는 골방이다.

차돌 이는 이불을 몸에 칭칭 감고 밥상에 올려진 책을 보며 끙끙 앓고 있다.

아마 책 속의 문제가 잘 풀리지 않는 모양이다.

차돌 이는 도저히 견딜 수가 없는지 책을 들고 앉은걸음으로 몸을 움직여 다락방입구에 오더니 사다리를 타고 내려온다.

[누나......이것 좀 가르쳐 줘.....도무지 모르겠어.]

차돌이가 책을 편 채 누나에게 내민다.

선영 이는 소리를 한껏 줄인 TV를 보고 있다가 차돌이가 내민 책을 받아들고는 차돌이가 못 풀어하는 문제를 본다.

그리고는 차돌이의 팔을 잡아끌어 자기 얼굴 옆에 얼굴을 갖다대게 하고는 문제를 풀어준다.

[차돌아, 잘 봐......이 수학문제는 이렇게 푸는 거야.....

****^$$$****]

선영 이는 문제를 푸는 방법을 자세히 가르쳐주고는 차돌 이를 본다.

그러나 차돌이의 눈은 온통 자기 가슴 쪽에 쏠려있다.

선영 이는 차돌 이가 보고 있는 자기 가슴을 본다.

잠자기 위해서 헐렁한 옷을 입고 있은 데다 문제를 풀어주느라 상체를 올리는 바람에 풍만한 가슴 살덩이가 옷 사이로 여과 없이 보여 지고 있다.

[이런 음탕한 맹꽁이.....어딜 보고 있는 거야.]

선영 이는 그런 차돌이의 머리를 쥐어박는다.

[아야........왜 때려...내가 보고 싶어 봤나..

향기로운 냄새가 나서 봤는데. 치이........]

갑자기 알밤을 맞은 차돌이의 입이 한껏 튀어나온다.

[그래도..이게.........

문제 푸는 방법은 알아듣긴 했어........]

선영이의 앙칼진 목소리가 방안을 울린다.

차돌 이는 책을 주섬주섬 주워들고 일어나 다락방사다리에 발을 걸친다.

[그럼 귀까지 누나 가슴에 간줄 알았어.]

차돌 이가 시끈 둥하게 말하자 선영 이는 더욱 부끄러움인지 불같이 화를 내며 일어나서 잡으려오는 몸짓을 한다.

[정말 혼이 나야 되겠어, 너.............]

[아냐....누나 잘못했어, 헤헤헤........]

누나가 잡으려오자 차돌 이는 부리나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간다.

[쿵..............]

급하게 올라가던 차돌이의 머리가 다락방 입구의 벽에 부딪히며 소리를 낸다.

그러더니 중심을 잃은 모양인지 두 손을 허공에 허우적거리더니 뒤로 훌렁 넘어지고 만다.

[쾅,,,,,,,,우당탕...........]

차돌이가 방바닥에 널 부러진다.

선영 이는 눈앞에서 차돌이가 다락방에 들어가려다 말고 입구에 머리를 부딪치고 뒤로 넘어져 방바닥에 처절하게 널 부러지는 차돌 이를 보며 경악에 싸인 얼굴을 해 가지고는 넘어진 차돌 이를 얼싸안는다.

[차돌아......괜찮니, 차돌아.......

내가 잘못했어, 다신 누나가 그러지 않을게.........]

울먹이는 선영이의 목소리와 자기를 안고 흔들어대는 모습을 보며 순간 별들을 헤던 차돌 이는 무슨 말인가를 하려했다가 눈앞에 풍만한 젖가슴이 요동치듯 흔들리는 것을 보고는 그곳에 살며시 얼굴을 묻는다.

아무것도 모르는 선영 이는 차돌이가 정신을 잃은 줄 알고 계속 차돌 이를 도닥거리며 정신을 차릴 것을 애타하고 있었다.

아무리 흔들어도 정신은 차리지 않고 자기의 가슴팍을 더욱 강하게 파고드는 느낌을 받는다.

이상하게 생각한 선영 이는 차돌이의 행위를 본다.

차돌 이는 아주 평온한 모습으로 자기의 가슴에 얼굴을 비비고 있다.

그런 차돌 이를 보며 기가차서 다시 팽개쳐서 혼을 내주고자 했지만 행동을 옮기지 못한다.

차돌이의 모습에 그 어떤 음탕한 모습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치 엄마의 품속에서 놀 듯 그런 평온하고 안락한 모습으로 자기의 가슴살을 비비고 있었기 때문이다.

선영 이는 팽개치기보다 더욱 손에 힘을 주어 차돌 이를 끌어안는다.

[불쌍한 놈.......어찌 엄마가 그립지 않을 텐가..........]

선영 이는 한손으로 차돌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그런데 가슴팍에 전혀 다른 이물질이 느껴진다.

차돌이가 어느 틈에 한손을 누나의 부라 속으로 넣어 풍만한 가슴살을 조물 락 거리고 있었다.

[캭..............]

외마디 비명과 함께 선영 이는 힘대로 차돌 이를 밀어버린다.

그리고 눈을 부라리고 인상을 그려댄다.

눈에는 곧 떨어질 듯 눈물이 가득 고여진다.

[너..너.....누나에게...............흑.......]

제대로 말도 잊지 못하고 결국 분함에 눈물을 보이고 만다.

그제 서야 차돌 이는 자기의 추태를 알았다.

[누나....잘못했어......그만 나도 모르게.............

울지 마..누나......다시는 안 그럴게...........응..누나...용서해줘.......]

[시끄러........올라가..빨리 내 눈에서 사라져.....

못된 놈 같으니......어찌 누나에게..........흑...흑......]

차돌 이는 아무 말도 못하고 흩어져있는 책을 수습하여 다락으로 올라간다.

그리고 한동안 아래에서 들려오는 누나의 흐느낌에 몸 둘 바를 몰라 안달한다.

그리고 혼자말로 자기를 심하게 나무란다.

[에이.......내가 왜 그랬지....

이제 누나를 어떻게 대하지....에이 정말 내가 밉다.......]

........................

.........................

다음날도 예외는 아니었다.

싸늘한 기운이 점점 심해진다.

새벽 먼동이 뜨려면 한참이나 있어야 할 시간인데 판자촌 문이 도 르륵 열린다.

그리고 차돌이가 옷깃을 매만지며 밖으로 나서려하고 있다.

차돌이가 장갑을 끼고 길로 내달리려 하는 참에 선영이의 목소리가 들린다.

[차돌아.........]

차돌 이는 뛰려다 말고 문을 열고 누나를 쳐다본다.

선영 이는 어제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이 아무른 표정 없이 그냥 미소 진 얼굴을 하고 있다.

[뽀뽀도 안 받고 그냥 갈거니...........]

[헤헤헤...누나..........]

차돌 이는 약간 멋 적는지 뒷머리를 끌 적 거리며 얼굴을 누나에게 내민다.

선영 이는 볼에 뽀뽀를 하려다 무슨 마음인지 어제처럼 입술에다 뽀뽀를 한다.

[잘 다녀와.......길조심하고.....]

[헤헤헤...고마워...누나.......헤헤헤...]

차돌이의 쳐진 어깨가 솟아올라 의기양양해진다.

그리고 밝게 웃어 보이며 누나에게 손을 흔들고는 길 저편으로 뛰어 가버린다.

[헤헤헤...............]

뛰어가면서도 차돌이의 얼굴은 화사하기 그지없다.

지금의 얼굴표정은 세상을 모두 얻은 아주 포만감에 젖은 모습이다.

그렇게 기분 좋은 모습으로 차돌이의 하루가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자전거를 타고 가던 차돌 이는 마지막 남은 신문을 담장에 날카로운 철망을 두른 집을 끝으로 아침 신문을 모두 돌렸다.

아직도 주위는 어둡고 침침하다.

차돌 이는 크게 심호흡을 한 다음 기분 좋게 페달을 밟아 지나 온 길을 달린다.

차돌이가 커브를 도는 순간 자전거 바퀴에 무슨 장애물이 걸린 듯 움찔하더니 차돌 이는 자전거와 함께 나둥그레진다.

[쿵,......]

[아야......에이. 씨......무엇이 걸리 적 거렸단 말인가.........씨이......]

차돌이가 투덜거리며 넘어진 몸을 일으키고 옷에 묻은 이물을 털어내곤 자전거를 일으켜 세운 뒤 자전거를 이리저리 살펴본다.

[휴우...다행히 자전거는 이상 없네.........씨이....]

차돌이가 인상을 그리며 다시 자전거에 올라타곤 가려고 하는데 자전거에 걸렸음직한 물건이 희미하게 보이는 것이다.

[저게 걸렸구나......

씨이....... 가방 같은데 무엇이 들 었 길래.........]

차돌 이는 다시 자전거를 세우고는 가방 있는 곳으로 가서 가방을 들어본다.

묵직했다.

차돌 이는 가방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궁금하였다.

가방의 지프를 열고 안을 뒤적거리며 내용물을 살펴본 차돌 이는 헛바람을 내며 뒤로 벌렁 나자빠진다.

[으이미......이게 무어냐.......돈이......돈이 가득 있네.........

보석도 있고..........]

차돌 이는 잠시 동안 그렇게 있다가 부리나케 일어나더니 주위를 살펴본 뒤 아무도 없음을 획인하곤 가방을 자전거에 싣고 내달리기 시작한다.

집과 얼마 떨어지지 않는 야산 아랫자락 사람들이 별 왕래하지 않는 큰 바위 밑에 차돌 이는 쭈그려 앉아 나뭇가지로 땅을 파고 있다.

가방이 묻히고도 남을 만큼 땅을 판 차돌 이는 어디서 구했는지 랩으로 가방을 칭칭 감는다.

그리고는 가방을 땅에 묻고는 흙으로 원래처럼 만들어놓고는 발로 다진다.

이마에 송 글 송글 땀방울이 맺힌 것도 모르고 모든 작업을 끝낸 차돌이가 허리를 편다.

[휴우......이래도 되는 건지......누나가 알면 불호령이 떨어질 테니...일단 나만 알고 있자.

좌우간 이게 무슨 복인지.......

저 돈이면 누나다리를 치료하고도 남을 거야.. 암...]

혼자 말을 하고 있는 차돌이의 표정이 밝지만은 않다.

철들고 처음으로 남의 물건을 제 것으로 하고 있으니 마음에 걸리기도 했으리라....

그러나 어렵게 사는 처지에 그렇게 많은 돈과 보석이 든 가방을 도둑질을 한 것도 아니고 길에 버려져있는 것을 주웠으니 누가 뭐라 하겠느냐........

나만 비밀로 하면 아무도 모를 일이고 누나에게 죄스럽지만 내가 나쁜 짓을 한 것도 아니니.......

차돌 이는 두툼한 재킷 안 포켓에 들어있는 고액권 한 뭉치를 옷 위로 두드려보곤 천연덕스럽게 그 자리를 벗어난다.

차돌이가 그 자리를 떠나면서 다시 한마디 말을 흘린다.

[어째...꺼름 직 하다...........]

차돌이가 땀을 뻘뻘 흘리며 고물을 분류하여 옮겨 나르고 있다.

지금 차돌 이가 일하는 곳이다.

차돌 이는 미성년자라 어디 마음대로 취직할 곳도 없었다.

그나마 듬직한 체구를 보고 고물상을 하는 아저씨가 하루 이틀 쓰 보기로 했는데 성실하고 부지런한 차돌이의 성품에 매료되어 적극적으로 차돌 이를 자기 자식인 냥 돌봐주고 아껴주시는 것 이였다.

해가 서산마루에 걸리고 이마에 땀방울이 가득 맺혀 온몸이 후줄근하도록 피로가 업 습해 온다.

하늘이가 옷소매로 땀을 훔치고 허리를 뒤로 제켜 몇 번인가 움직여본다.

매섭게 찬 바람이 이마에 솟은 땀방울을 식히더니 소름이 으슥하도록 찬 기운이 모공을 타고 들어와 어깨를 움츠리게 한다.

[허허허......힘들지..차돌아......

오늘은 이쯤에서 마치자꾸나..........]

차돌이가 뒤를 돌아다본다.

덩치 좋고 배가 불쑥 나온 50이 가까운 아저씨가 목에 두른 수건으로 이마에 땀을 훔치며 난로가 피어있는 사무실로 들어가고 있다.

[예, 아저씨..........]

차돌 이는 재빨리 사무실로 들어가 난로 가에 손을 내밀고 아저씨를 쳐다보며 빙그레 웃는다.

[허허. 자식....... 어린것이......정말 밝게 사는구나......

어때... 오늘 아저씨 집에서 밥이나 먹고 가지 않겠니.......]

아저씨는 차돌이가 기특한지 얼굴에 환한 웃음으로 화답하며 눈가에 주름을 지으며 차돌 이에게 밥이나 먹고 가라고 권한다.

생긴 것처럼 푸근한 아저씨다.

[아니에요, 아저씨.......누나가 기다리걸랑요.

나 씻고 그냥 갈래요........]

[허허..자식. 누나는 엄청 챙기네 그려..하하하.........

그래....땀 냄새 깨끗이 지우고 가라........나 먼저 들어갈 게.........]

[그러세요, 아저씨.......]

차돌 이는 난로위에 있는 한말들이 깡통에 가득 담겨 부글부글 끊고 있는 물통의 손잡이를 잡고 사무실과 붙은 세면장으로 들어간다.

말 통을 한쪽에 놓고 차돌 이는 옷을 훌훌 벗어 제킨다.

세찬 바람이 간혹 문 자락을 때리며 으스스한 소리를 내지만 차돌 이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벌거숭이로 변하고 만다.

15살 나이답지 않게 벌어진 어깨하며 균형 잡힌 몸매는 벌써 어른이다.

가슴 쪽으로 아직은 덜 영 그렀지 만 꼬불꼬불한 털들이 서로 또 아리를 틀고 더부룩이 누워있다.

잘록한 허리 아래로 터 부룩 히 자라있는 수풀이 보인다.

수풀을 제치고 축 늘어진 체 힘없이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는 자지는 진정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거대해 보인다.

차돌 이는 뜨거운 물을 둘로 나누더니 찬물과 섞은 다음 머리를 감는다.

그리고 타 올에 비누를 묻혀 전신을 닦는다.

정면으로 보지 않고서는 아이라 할 수 없을 정도로 건장하기만한 육체가 따뜻한 물에 씻겨 내려간다.

그렇게 목욕을 마친 차돌 이는 올 때와 같은 옷을 차려입고는 고물상 뒤편에 있는 주택을 향해 고함을 친다.

[아저씨. 저 갑니다.]

차돌 이는 그 말을 끝으로 몸을 돌려 고물상을 벗어나려 달음박질한다.

[그래......내일보자.]

아저씨의 정겨운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온다.

차돌 이는 피식 웃으며 정문을 나오는데 그때 들어오는 여고생과 정면으로 부딪힌다.

[엄마야...........]

갑자기 닥친 상황에 여고생은 그만 뒤로 벌렁 나자빠진다.

엉덩이가 심하게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가 난다.

[쿵..........와당탕......]

차돌 이는 약간의 중심을 잃었으나 금방 자세를 잡는다.

그리고 쓰러진 여고생을 보며 어쩔 줄을 모른다.

그도 그럴 것이 여고생은 쓰러지면서 미쳐 치마가 올라 간지도 모르고 뒤로 자빠져있기 때문이다.

그 바람에 하얀 백색의 팬티가 송두리째 드러나 차돌이의 눈을 어지럽히고 있는 것이다.

하이 얀 피부에 그보다도 더 하얀 팬티로 가려진 여고생의 사타구니는 어린 차돌이의 눈을 어지럽히고 황홀하게 만들기에 충분하였다.

한동안 누워 정신이 없던 여고생이 고개를 들어 자기와 부딪힌 사람을 본다.

그리고 그 사람이 보고 있는 곳을 자기도 뺨�.

[캭............너..너...너.. 엉엉, 난 몰라..............엉엉....]

여고생은 그때서야 차돌이가 뭘 보고 있는가를 깨닫고 치마를 내리고 눈물을 터뜨린다.

[누나....그게 아냐........난................]

차돌이가 변병을 하려고 더듬더듬 입을 연다.

그러나 미처 말을 다하기도 전에 앙칼진 여고생의 목소리가 귀를 울린다.

[엉엉. 너 빨리 안가......너 죽고 싶어.........

나 몰라..엉엉.....]

차돌 이는 더 이상 있기도 뭣하고 해서 그만 앞을 향해 내 달린다.

[누나. 미안해.....본의가 아니었어. 정말이야..]

[말미잘....개새끼........차돌이 넌 변태새끼야..엉엉..........]

울며 욕을 해대는 여고생을 뒤로하고 차돌 이는 고개를 숙이고 한참을 내달렸다.

숨이 차도록 달린 차돌 이는 뛰기를 멈추고 천천히 걷기 시작한다.

차돌이의 얼굴에는 묘한 희열이 서려있다.

[요즘 왜 이렇게 기분 좋은 일만 보게 되지......

그나저나 오늘 또 누나 몰래 그 짓 안할 수가 없겠네........

인 그래도 누나가 무슨 냄새냐며. 코를 낑낑거리는 게 여간 쑥스럽지 않은데.......치이...

누가 그랬어, 남자의 본능이라고............히히히..........]

차돌이가 찾아 들어간 곳은 정육점 이였다.

[아주머니....소고기 맛있는 걸로 구워먹게 두 근만 주세요.]

[오오......차돌이구나....추운데 어린 것이 정말 고생이 많구나.....쯧쯧]

정육점 아주머니가 차돌 이를 반긴다.

차돌 이를 잘 아는 눈치다.

[옛다. 많이 넣었으니 누나랑 맛있게 먹으려무나..........]

[네, 고맙습니다.]

차돌 이는 계산을 하고 정육점을 나와 집으로 향한다.

차돌 이는 집으로 향하다가 가게 윈도우에 걸린 여자의 속옷을 보고 발길을 멈춘다.

그리고 한참을 가게 안을 기웃거리며 살피더니 큰 용기를 낸 듯 가게로 들어선다.

예쁘고 화사하게 차려입은 아주머니가 차돌 이를 보며 웃음으로 반긴다.

[어머.....차돌이구나. 여긴 웬 일이니..........]

[저어...............]

차돌이가 말을 맺지 못하고 머뭇거린다.

차돌이가 눈을 땅에다 주시하고 안절부절 못하자 주인아주머니는 한참을 차돌 이를 보더니 뭔가 알아맞혔다는 듯 손뼉을 치며 크게 호들갑을 떤다.

[호호호.. 그렇구나, 차돌이가 누나 속옷을 사러 왔구나........

호호..차돌이가 이제 어른이 다된 것 같군......

여자들 속옷도 살 용기가 있는걸 보니.......]

[아주머니............]

차돌이가 민망하여 아주머니를 매섭게 노려본다.

[알았어, 얘..........

그래 이정도면 되겠니........브 라가 B컵인데..........]

[몰라요 그게 제일 큰가요.......]

[호호호.. 얘는 아무것도 모르면서......

내가 얼핏 네 누나를 봤는데 이 사이즈면 될 것 같애......

가서 선물해.....안 맞으면 다른 걸로 바꿔줄게..........

오늘 차돌이가 월급을 탔나, 좋은 일이 있는 게 분명해.........호호호.........]

아주머니가 기분 좋게 웃으면서 예쁘게 속옷을 포장한다.

포장을 끝내고 차돌 이에게 전하는 물건은 너무나 작다.

차돌 이는 그 물건을 안 주머니에 잘 간직하고는 돈을 지급하고 도망치듯 가게를 나온다.

저기 저 앞에 누나가 기다리는 집이 보인다.

비록 쓰러져가는 판자 집이지만 차돌 이에겐 너무나 편안하고 안락한 곳이다.

그곳에 이 세상에서 제일로 사랑하는 누나기 있기 때문이다.

차돌이의 입에서 즐거운 노래 소리가 조그맣게 흘러나온다.

[누나 나 왔어..........]

차돌이가 판자 집 문을 힘차게 밀고 들어가며 외친다.

[어머........차돌이구나...오늘은 조금 늦네.....

추워 어서 들어와...밥 먹게.....]

부엌에 달린 방문이 열리며 선영이가 고개를 내밀고 차돌 이를 바라보며 활짝 웃어준다.

[오...... 누나.... 추운데 어디 나가지는 않았지.]

차돌이가 신발을 벗으며 말한다.

[어머..얘 좀 봐......점점......

얘.......내가 어린애니.....네가 하라는 데 로 하게.....

너 많이 못 됐다, 누나를 구속하려들다니..........]

[치이...누가 누나를 놀릴까봐 그러지.

난 그 꼴 못 봐. 그래서 그래.......]

[점점....내일은 내가 알아서 해......

너 자꾸 그러면 정말 내가 가만 안 있는 다.]

선영 이의 목소리가 점점 고조를 띠어간다.

차돌이의 간섭이 선영이의 자손 심을 건드린 모양이다.

차돌 이는 신발을 벗고 슬리퍼를 신으며 딴소리로 누나의 신경을 돌린다.

[알았어, 누나..그런데 불판은 어디 있지..........으음...저기 있구나....]

차돌 이는 버너와 불판을 가지고 방으로 들어온다.

선영 이는 차돌 이의 행동이 의아한지 두 눈을 멀뚱히 뜨고 쳐다본다.

[너 그것은 왜 들고 들어와.......]

[응,,,,,누나 고기 구워 주려고...헤헤헤....]

차돌 이는 버너에 불을 붙이고 불판을 올린 후 가지고 온 고기를 불판위에 올려놓는다.

선영 이는 차돌이가 아직 봉급날이 아닌데도 고기를 들고 오자 의문이 생긴 듯 두 눈을 크게 뜬다.

[웬 고기니......너 혹시........]

[누나....날 잘 알잖아......누나가 걱정하지 않아도 돼...

치이.... 언제 우리누나가 날 믿어줄까........]

[정말이지. 누난 널 믿어......]

[그래 믿어. 그러니 고기 좀 먹어봐.....

누난 어디 통통한 구석이 없어.

아니 한군데만 빼놓고.......히히히............]

차돌 이는 가슴이 뜨끔했지만 누나에게 바른말을 하지 못한다.

그럼 이 순간도 없어지지만 누나에게 실컷 고기를 먹게 해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어떤 이유이건 누나에게 이렇게 고기를 먹게 할 수 있다는 게 무엇보다 기분이 좋았다.

[딱]

[아야......]

차돌 이는 누나가 머리를 쥐어박는 바람에 한손으로 아픈 머리를 매만지며 누나를 쳐다본다.

잔뜩 노기를 띠운 누나의 눈초리를 보는 순간 조금 전에 한말 중에 누나의 신경을 거슬리게 한 것이 생각나 머리를 숙인다.

[치이..바른말 했는데........]

[그래도 이게...........]

선영 이가 다시 한 팔을 머리위로 치켜든다.

차돌 이는 짐짓 피하는 시늉을 온몸으로 표현한다.

[알았어, 누나. 잘못했어.

어서 고기 먹어 타면 맛없다고 그랬잖아.]

선영 이는 그런 차돌 이를 말없이 쳐다보다가 올렸던 팔을 내리고 저를 들어 고기를 집어 입에 넣는다.

말없이 고기를 집어 오물거리는 누나를 보던 차돌 이가 웃으며 누나를 쳐다본다.

[맛있지 그지.......많이 먹어 누나.....]

선영 이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아직 철없이 엄마에게 매달리고 할 차돌이가 어른이 할일을 대신하며 노는 것이 못내 마음에 걸려 더 이상 할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대견하게 노는 차돌이가 무엇보다 고마웠다.

누나로서 하나도 도움도 주지 못하고 해만 끼치는 주제에 큰소리치고 알밤이나 주는 것이 못할 짓을 한 것 마냥 가슴에 걸린다.

그래도 저렇게 대범하게 받아주는 동생이 너무나 고마웠다.

이 세상에 유일하게 같은 피를 타고났다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아닌 것을.......

착한 저 아이에게 내가 너무 심하게 하는 것이 아닌가하여 선영 이는 마음이 아팠다.차돌 이는 지금 가로등 불빛아래에서 신문을 펼치고 있었다.

사회면을 뒤적거리고 있던 차돌이의 눈이 번쩍 떠졌다.

큼직하게 난 기사가 있었다.

XX그룹 회장 상속 자 집에 도둑이 들어 중요한 서류를 훔쳐갔다는 것이다.

경찰이 사건을 수사 중에 있으며 범인의 윤곽이 밝혀질 것 같다는 기사가 있었다.

[호호....그 집 물건이었나 보네.......

다행히 잘사는 사람이라 마음은 덜 캥기네.......]

차돌 이는 어제 자기가 습득하고 마음대로 돈을 유용하여 마음에 걸렸던 것이다.

그렇게 많은 돈과 보석 그리고 알 수 없는 서류뭉치들을 보고 어느 집 물건인가 궁금하기도 하였던 것이다.

차돌 이는 부자 집이니 괜찮을 거야, 그렇게 치부하면서 마음을 편하게 가지려했다.

그러나 마음 한구석이 찝 질 한 것이 여간 불편하지가 않았다.

차돌 이는 일을 하면서도 무엇에 홀린 듯 멍청해 보인다.

몇 번이고 주인아저씨의 주의와 경고를 들었음에도 뭔가 마음이 딴 데 가있는 사람처럼 건성으로 일하고 있는 것이다.

주인아저씨는 한번도 그런 적이 없이 성실한 차돌이가 저렇게 하는 것에는 무슨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내버려두었다.

[,앗, 차돌아 비켜.]

차돌이가 고물을 분류하여 작은 쇠뭉치들을 한 아름 안고 들고 가고 있는데 주인아저씨의 다급한 소리가 들린다.

고물을 잔뜩 실은 차가 고물상안을 진입하여 들어오는데 차돌이가 그 것을 보지 못하고 차가 오는 곳으로 들어간 것이다.

차돌 이가 고개를 돌려보니 차가 눈앞에서 미끄러져 오는 것이다.

순간 차돌 이는 몸을 날렸다.

차 운전수도 주인의 다급한 소리를 들었는지 부레 키를 잡는다.

[키 이익............]

[윽............]

차가 정차하는 소리와 함께 차돌이의 입에서도 가쁜 신음이 터져 나온다.

주인아저씨가 부리나케 뛰어와 차돌 이를 일으킨다.

그러나 부축되어 일어서는 차돌이의 인상은 완전 찌그려져있다.

발을 보니 운동화가 찢어져있고 그곳에서 피가 스며 양말을 붉게 물들인다.

발 옆에는 어지럽게 흩어진 쇳조각들이 아무렇게나 놓여있다.

주인아저씨가 신발을 벗기고 양말을 벗겨 상처를 확인하려든다.

[아악.......]

고통을 참지 못하고 차돌 이의 입에서 비명소리가 터져 나온다.

[안되겠다. 병원에 가봐야겠다.]

주인아저씨는 아픈 신음을 토하고 있는 차돌 이를 냅다 업으며 뛰기 시작한다.

[여보, 내 갖다올게 수고 좀 해줘.........]

[그래요, 얼른 가보세요.

애가 아파서 울려 하잖아요.]

주인아주머니는 남편을 독촉한다.

얼굴엔 온통 수심이 가득하다.

갑자기 당한 일에 모두가 정신이 없는 모양이다.

병원을 나서는 차돌 이와 주인아저씨는 얼굴에 안도의 한숨이 그득하다.

차돌이의 발에는 깁스를 하고 있었지만 그렇게 크게 다치지는 않은 모양이다.

차돌 이는 아까 와는 판이하게 얼굴이 펴져있었지만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인상을 찌푸리는 것이 조금은 고통스러운가 보다.

[아저씨, 죄송합니다.]

[아냐, 내가 미안해. 무거운 걸 들라했으니..........]

병원 앞 도로에 와서 아저씨가 택시를 잡는다.

두 사람은 뒷좌석에 나란히 앉으며 목적지를 기사 분에게 알려준다.

[아니 아저씨......일터에 옷도 있는데..........]

[알아. 옷은 나중에 지은이 학교에서 오면 집으로 보내주마......

그러니 걱정 말고 집에서 편히 쉬어.

몸 나을 때까지 일하러 나오지도 말고........알았어.]

[아저씨...........]

[허허허.......네 마음 안다니까 그러네.......

설마 내가 널 피해줄 까봐 그러니... 아들 같은 네게........

걱정 말고 집에서 몸조리나 잘해.......

참 누나가 많이 걱정하겠다. 네가 걱정하지 않게 인심 시키고.......]

[아저씨..고맙습니다.]

두 사람은 금방 차돌이의 동네에 도착한다.

동네에 도착해서 아저씨는 그냥가라고 종용하는 차돌이의 팔을 잡고는 언덕배기를 올라 차돌이가 사는 줄줄이 판자 집 어귀에 들어서자 차돌이의 팔을 놓아준다.

[이제 혼자서 걸어,

난 네 누나보기에 영 면목이 없어서.....]

[그래요 아저씨...안녕히 가세요.]

차돌이가 작별인사를 한다.

아저씨는 언덕배기를 내려가면서 몇 번이고 고개를 돌려 차돌 이를 쳐다본다.

그리고 가지 않고 그 자리에 서서 쳐다보고 있는 차돌 이에게 손짓으로 들어가라고 한다.

차돌이도 그만 집을 향하여 천천히 발걸음을 띄어놓는다.

집 앞에 도착한 차돌 이는 몇 번이고 문을 열려다 멈추고 망 서린 끝에 살그머니 문을 열고 들어간다.

[누구세요.]

맑고 고운 누나의 목소리가 들리고 방안에서 부석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방문이 쪼르르 열린다.

누나가 놀란 얼굴로 변한다.

그리고 아래위를 쳐다보다가 차돌이의 발에 깁스를 하고 있자 더욱 놀라 두 눈을 크게 뜨고 그 눈에 눈물이 맺힌다.

[어떻게 된 거야......차돌아......]

[내가 일하다 실수해서 발등의 뼈가 금이 갔어.

금방 났는데........헤헤. 누난 이까짓 걸 가지고 뭘 그렇게 놀라....]

[바보,,,,어서 들어와...조심하지 않고......날씨도 추운데 발까지 다치고.......]

선영 이는 목이 메어간다.

어린 나이에 학교도 마다하고 생활전선에 뛰어 들은 것도 마음이 아픈데 발까지 다쳐 오다니......

자기가 불편하지만 않았더라도 차돌 이를 이렇게 고생시키지는 않을 텐데.....

내 사랑하는 동생에게 아무른 도움도 되지 못 한다 여기니 자책감과 함께 서러움도 복받쳐 올라 너무너무 마음이 아프고 그러다보니 연약한 여자의 몸이니 눈물이 아니 나올 리 있겠는가....

차돌이가 방으로 들어오자 선영 이는 떨어지는 눈물을 재빨리 훔치고 차돌 이를 따뜻한 아랫목으로 인도하여 발을 쭉 뻗게 하여 앉게 한다.

그리고는 눈에 눈물이 그득하지만 얼굴은 예쁘게 미소를 지어 보인다.

[바보 조심하지 않고.........

어..그리고 보니 우리 둘 다 발병신이네..........]

[뭐..........정말이네........헤헤헤......]

서로가 어색함을 감추기 위해 웃고 만다.

그리고는 말이 없다.

차돌 이는 다리와 등에 따뜻한 기운이 전해오자 그만 잠이 들고 만다.

항상 추운 다락방에서 자다가 따뜻한 온돌방에서 그나마 누나의 제취가 한껏 묻어나오는 이불을 덮고 누워 있으니 정말 기분이 좋았고 그러다보니 피곤함이 몰려 그만 깜박 잠이 들고 말았던 것이다.

선영 이는 차돌이의 옆에 앉아 차돌이의 이마를 만져주고는 뚫어져라 바라만 보고 있다.

잘생기고 못 생기고는 둘째문제다.

나이보다 조숙하게 자라선지 자기보다 월 씬 키도 크고 덩치도 우람했다.

이렇게 변한 것이 선영 이는 자기 탓이라 생각했다.

내가 아무 도움도 되지 않고 저 아이가 날 위해 내가 고생하며 멸시받는 것이 싫어 그렇게 만류했던 학교도 고집으로 집어치우고 어린나이에 힘든 일을 하고 있으니 이게 다 자기가 못난 탓이라 여겨진다.

그때 사고만 없었어도 내가 다리는 이렇게 되지 않았을 텐데.....

선영 이는 이곳에 정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이런 판자 집도 구하기 어려웠는데 어째 기회가 되려고 그랬는지 그 집이 나가려는 순간에 들이닥쳐 쉽게 이집을 구하였고 이집에 산지 한달도 채 안되었을 것이다.

차돌 이를 전학한 학교에 보내놓고 선영 이는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니다가 그만 시간을 많이 넘겼던 것이다.

그땐 선영이도 막 고등학교를 졸업했던 터라 일자리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밤이 깊어서야 집 앞에 도착한 선영 이는 언덕배기위에 자기를 기다리며 오들오들 떨고 있는 차돌 이를 발견했다.

선영 이는 눈앞이 흐려졌다.

부모의 귀여움도 받지 못 한 덩치 큰 동생이 자기가 올 때만 기다리고 있었으니.....

선영 이는 동생을 발견하고 도로를 가로질러 뛰어오는데 순간적으로 무엇에 부딪혔고 그만 정신을 잃어 버렸다.

정신을 차려보니 불빛을 밝히는 유리조각 몇 개만 주위에 있을 뿐 아무것도 없었다.

언덕을 바라보니 차돌 이는 자기를 발견하지 못하고 귀퉁이에 몸을 붙이고 있다.

선영이가 일어나려다가 덜 썩 주저앉는다.

무릎이 너무나 아프다.

선영 이는 무지하게 오는 통증을 참으며 겨우 차돌 이에게 와서는 그때서야 발견하고 자기에게 안겨드는 차돌 이를 포근하게 안아준다.

그리고 나란히 걸어오다가 누나의 몸이 불편한 걸 본 차돌 이는 얼굴에 수심이 가득하다.

[누나. 어디 아 퍼. 엄청 불편해 보인다.]

[으응....오다가 넘어졌어.]

[에이 조심하지 않고......어디 업혀...내가 업고 갈 게.....]

[어머, 어머,,,,,,얘 좀 봐.....누가 보면 흉봐.........]

[씨 이..... 내 누나 내가 업고 가는데 누가 뭐라 해......웃기고 있네.....

그리고 또 지금은 밤이야. 사람도 별로 없어.]

둘이 실랑이를 벌였지만 선영 이는 차돌이의 고집에 지고 말았다.

차돌이의 넓은 등이 그렇게 아늑할 수가 없었다.

선영 이는 그 등에 얼굴을 파묻고는 영원했으면 하고 기도도 했었다.

그날이후 선영 이는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하루 이틀 지나면 괜찮겠지 했는데 여전히 아픈 무릎 때문에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렇게 한달을 참아도 차도가 없길 래 얼마 남지 않은 돈으로 차돌 이를 부축하여 병원에 가 본 것이다.

이땐 이미 늦어 있었다.

물론 수술하면 정상적으로 돌아올 수 있었지만 선영 이는 돈이 없었다.

무엇에 크게 충격 받은 무릎 뼈가 부러졌는데 신속하게 치료를 받지 못하여 뼈가 어긋난 채로 굳어버렸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정상적인 걸음은 걸을 수가 없으니 지금이라도 수술을 받아야 희망이 있다고 몇 번이고 당부하는 의사들의 말을 들었으면서도 끝내 수술을 하지 못하고 지금껏 그대로 살아온 것이다.

물론 지금은 차돌이가 그나마 벌어오니 충분히 먹고 생활하는 데는 이상이 없지만 저금이라고는 할 여유도 없었고 그 때에는 밥을 굶기가 일 수였다.

차돌 이는 그런 시기를 묵묵히 참아 주었던 것이다.

그리고 자기의 발이 자기 때문이라며 누나를 고생시키지 않으려 학교에도 기어이 자퇴하고 생활전선에 뛰어들었는데...........

이제 그 아이 차돌이도 나처럼 발등에 뼈를 다쳐 들어오니 심장이 내려앉는 듯 불안하고 그간 차돌 이를 위해 하나도 해 준 것이 없다 여기니 미칠 듯이 괴로웠던 것이다.

지금 차돌이의 옆에 앉아 이 아이에게 내 능력으로 뭘 해주면 기뻐할까를 생각하고 있다.

그러던 선영이의 얼굴이 붉게 물들인다.

그 얼굴을 혹시 차돌이가 볼까하여 몇 번이고 차돌이의 반응을 살핀다.

그러나 차돌 이는 자고 있을 뿐이다.

[그래..그깟 도덕이 우리에게 도움도 되지 못하는데......

내가 차돌 이에게 웃음을 줄 수 있는 게 그것이라면 무엇이 두렵고 아까우리......

저 착한 내 동생에게 목숨도 줄 수 있는데.........

다만 저 아이가 놀라지 않아야 할 텐데........]

선영 이는 뭔가 굳게 결심을 한 것 같았다.

선영 이는 고개를 숙여 차돌이의 이마에 살며시 입을 마쳐주고 일어서려다가 다시 차돌이의 입술에 입을 붙인다.

그리고 잠들어 있는 차돌이의 입술을 혀를 사용하여 살며시 벌리고 그 안의 이빨을 혀로 쓸어보고는 한참을 그대로 있다.

차돌이가 숨이 가쁜지 답답한지는 몰라도 몸부림을 치려하자 선영 이는 재빨리 얼굴을 거두고 차돌 이를 바라본다.

차돌 이는 몸을 옆으로 움직이려다가 무슨 고통이 오는지 인상을 잔뜩 찌푸리더니 그만 원래대로 계속 잠을 자고 만다.

[휴우..깬 줄 알았네.......]

선영이가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냉장고를 뒤져보더니 힘들게 방문을 나선다.

방문 밖이 부엌이며 현관이다.

선영 이는 부엌 구석에 자리한 찬장을 뒤져본다.

[어,,,,,,,,정말 먹을 것이 별로 없네.........]

선영 이는 다시 방으로 들어가고 잠시 후 손에 작은 지갑을 들고는 집 밖으로 나온다.

언덕배기를 내려가 다시 가파른 다른 큰길을 조금 올라가고 그 곳에 할머니가 운영하는 부식가게가 있었다.

선영 이는 반갑게 맞이하는 할머니에게 정답게 인사를 하고는 콩나물이며 조개 등 잡동사니를 사들고 나온다.

부식가게 할머니는 어린것들이 고생하며 살면서도 착하게 사는 것을 보고는 모든 것에 덤을 얹 여 듬뿍 주시는 거였다.

선영이가 고맙다며 웃으며 감사함을 표시하곤 다시 집으로 향한다.

뒤에서 물끄러미 지켜보시던 할머니가 선영 이를 불러 세운다,

[처자..... 고운처자야. 잠시만 기다려......]

할머니는 부식가게 안으로 하여 들어가더니 잠시 후 검은 쇼핑백에 가득 뭔가를 주신다.

[이거..된장 조금하고....작년에 담은 김장김치야.....

조금 시큼해도 정말 맛이 들었더 라 구....동생이랑 맛있게 먹어.......]

[아니....할머니 이런걸.....정말 고맙습니다. 맛있게 먹을게요.]

다시 인사를 하고는 선영 이는 길을 내려와 언덕배기에 접어든다.

뒤에서 눈길을 떼지 못하는 할머니가 혀를 차며 애통해 한다.

[쯧 쯧....불쌍한 것들.......]

선영이가 힘들게 언덕배기를 올라간다.

[언니............]

뭔가 부르는 소리가 나는 가 했는데 자기 팔을 끼는 예쁜 손이 있다.

선영 이는 자기 손을 끼는 주인공을 쳐다본다.

[어라. 지은이구나.......

어쩐 일이냐.........]

[응..........차돌이 옷도 가져왔고.......

또 아버지가 언니하고 차돌이 먹으라고 고기를 사 주셨어.

차돌이가 다쳤다고 아버지가 여간 걱정이 아니셔...언니도 그렇지........]

[왜 아니 그러겠어.........

그런데 넌 왜 요즘 차돌이 공부를 안 도와줘...............]

[쳇,,,,,,,,차돌 이는 천재야.......

사실 내가 도움을 받아야 될 처지라고....자손 심 때문에 말을 못 해서지.....

언니 내말이 정말이야.......

차돌인 자기가 한다고 결심하면 무서울 정도로 집념이 강해.........]

[공부는 몰라도 성격은 내 말이 맞아......

그 놈의 성격이 제 인생의 거침돌이 되어서는 안 되는데......]

[그래도 언니.... 그게 차돌이의 매력이 될 수도 있어......

차돌 이는 잘 해낼 수가 있을 거야......]

[그래. 그랬으면 얼마나 좋을까.....

왔으니 조금 쉬었다가 가..... 지금 차돌 이는 자고 있어.]

둘은 그렇게 언덕배기를 오르고 허름한 집에 이르렀다.

찌개 끓이고 식사준비 하는데 긴 시간이 필요 없었다.

선영 이는 금 새 찌개를 상위에 놓고 가게에서 얻어 온 묵은 김치와 다른 반찬을 차리고 방으로 들어간다.

[언니, 너무 솜씨가 좋다, 금방 해 버리네......

난 그렇게 하려면 정말 오래 걸리는데......]

뒤따라 들어오는 지은이가 선영이의 움직임이 너무나 빠르자, 미쳐 도움을 주지 못해 미안함도 있었지만 그 솜씨에 혀를 내둘렀던 것이다.

[호호호...너도 집에만 있어 봐.....

할일이라곤 저 애 식사준비 말고는 할 일이 없으니 당연하지.....

그리고 저 아인 다른 건 다 좋은데 뭐든 기다리는 걸 무지 싫어해서....

그리고 지은아...밥이나 퍼줄래..난 차돌이 깨워야겠어.]

[그래요 언니.....]

선영 이는 한참 곯아떨어져서 자고 있는 차돌이의 어깨를 흔들어 깨운다.

[차돌아......차돌아..일어나.......밥 먹어야지....]

차돌 이는 크게 기지개를 지으며 부 시시 일어난다.

[알았어, 누나....그런데. 이게 무슨 냄새지...죽이는데...헤헤헤.......]

차돌 이는 일어나면서 코를 끙끙거린다.

냄새를 쫒다가 밥을 퍼고 있는 지은이를 발견한다.

차돌 이는 금 새 얼굴이 환해지도록 웃음이 만발해진다.

[헤헤헤......지은이 누나도 왔네........헤헤헤..........]

지은이는 차돌이가 자기를 빤히 보면서 계속 싱글거리자 민망한지 얼굴이 빨개진다.

[왜 자꾸 징그럽게 웃고 그러니.......]

[헤헤..그냥...누나..헤헤헤...........]

차돌이가 계속 웃는다.

무엇 때문에 저렇게 이상스럽게 웃는지 옆에서 지켜보던 선영 이는 의아할 뿐이다.

그러나 기분은 좋다.

아파서 찡그리면 서로 마음이 불편한데 환자가 저렇게 밝게 웃고 있으니 선영이도 따라서 기분 좋게 웃음을 터뜨린다.

[호호호....우리 차돌이가 지은이 오니 엄청 기분이 좋은 모양이지.....

이런 내가 질투가 다 난다 얘..........호호호.......]

[헤헤헤.....누나...그럴 일이 있어...헤헤........]

그제 서야 지은이는 대충 차돌이가 저렇게 싱글거리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너. 정말........정말 그럴래........]

지은이가 밥주걱을 들고 때리려는 시늉을 한다.

그 얼굴이 완전 붉은 홍시를 연상케 한다.

[알았어, 미안, 미안.....헤헤헤...]

[너. 자꾸...........]

세 사람은 같이 식사를 한다.

그러나 지은이는 시종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다.

밥상을 두고 그냥 가려니 그렇고 같이 있자니 차돌이가 원망스럽고....그래서 부끄럽고

차돌 이를 보기가 민망해서 고개를 숙이고 밥을 먹는 것이다.

차돌 이는 맛있게 먹는다.

[이야..이 김치 정말 맛있다.

누나들 먹어 봐 정말이야........]

차돌 이는 묵은 김치를 손으로 찢어서 누나들의 밥 위에 하나씩 올려준다.

선영이가 못마땅한지 그냥 있지 못한다.

[너....자고 일어나서 씻지 않은 손으로.......]

[괜찮아 누나 나 깨끗한걸 알잖아. 헤헤헤...]

그렇게 식사를 마치자 지은이가 기다렸다는 듯이 일어난다.

그리고 재빨리 방을 나가며 신발을 신는다.

[언니, 나 깜박 잊은 일이 있어 가봐야겠어.

설거지 못 도와줘서 정말 미안해.......

그리고 차돌이 너......나한테 죽었어.......발 나으면 그때 보자. 흥..........]

지은이가 하는 갑작스러운 행동에 선영이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어라.....저 애가 왜 저러지........

차돌아, 너 지은이랑 싸웠어........왜 그래..........]

[헤헤. 누나 내가 어린애야.......

여자들하고 싸우게...아무 일도 아냐...항상 그래 지은이 누나는........헤헤헤........]

[거참,,,,알다가도 모르겠네.........]

선영 이는 밥상을 들고 나간다.

차돌 이는 절룩거리며 힘들게 밥상을 들고 가는 누나를 보며 벌떡 일어나 도와주려다가 갑자기 아파오는 다리 때문에 자기가 환자라는 걸 깨닫는다.

그래서 누나에게 미안한 듯 얼굴에 슬픈 그림자를 그린다.

[그 돈으로 누나의 다리를 수술할까.........

아냐 내가 그런 짓을 했다고 한다면 누나는 날 보지도 않으려 할 거야.....

에이...돈이 있으니 고민은 더 많이 되네.......]

차돌 이는 생각을 지우려는 듯 TV로 얼굴을 가져간다.

조그마한 TV에서 가수들이 노래를 부르고 있다.

차돌 이는 TV로 가서 채널을 옮겨본다.

그러더니 한곳에 눈을 고정시키더니 멀찌감치 물러앉아 TV를 본다.

화면 속에는 피가 난무하는 격투기가 벌어지고 있다.

역시 차돌이도 남자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청소년들이 좋아하는 이중격투기에 정신을 빼앗기는 것도 그렇고....그러나 차돌 이는 어린아이였을 때부터 지는 걸 무지하게 싫어하였다.

남에게 맞고 와도 잘 울지 않았고 지면 이기기 위해 별 수단을 다해 기어이 자기를 이긴 아이에게 항복을 받아내고 마는 철저한 승부사의 기질을 타고난 탓도 있었다.

누나는 그것을 늘 걱정하고 있다.

적당히 타협하고 하는 것도 알아야 하는데 한번 고집을 피우면 꼭 자기가 하고 싶은 데로 하고 마는 그러한 성질을 고치기 위해 늘 감시하고 주의를 주곤 한다.

다행히 차돌 이는 늘 누나에게 순종하고 따르니 선영 이는 그나마 자기 말이라도 듣는 것에 안심이 되곤 했다.

밤이 깊었다.

집집마다 환하게 켜져 있던 불들이 하나 둘 꺼지고 있다.

가끔씩 지나가는 열차가 들려던 잠을 깨워놓고 말지만 그래도 세상은 적막하고 쓸쓸한 밤이다.

차돌 이는 보던 책을 접고 일어나 불을 끄고 다락으로 올라가는 사다리에 발을 걸친다.

그러나 아픈 다리로 그것도 깁스한 다리로 사다리를 올라가기에 상당히 애로가 많은지 용을 쓰고 있다.

갑자기 어 두어 진 불빛에 이불속에 다리를 넣고 있던 선영이가 차돌이가 애쓰는 모습을 보다가 피식 웃는다.

[차돌아....그만 오늘 여기에서 자.......]

[어...정말이야 누나. 거짓말 아니지......헤헤헤....]

차돌 이는 번개같이 몸을 돌려 절뚝거리며 걸어와 이불속으로 몸을 숨긴다.

[차돌아...옷은 벗고 자야지....]

[알았어, 누나..헤헤헤........]

차돌 이는 선영이가 다시 쫒아내기라도 할까봐 이불속에서 몸을 드러내지 않고 이불속에서 꼼지락거리며 옷을 벗고는 밖으로 내다 던진다.

[헤헤헤........]

차돌이가 싱겁게 그러나 행복하게 웃는 모습을 보는 성영이도 기분이 좋았다.

마음속으로 저 놈이 아직 부모님의 귀여움을 받을 나이인데..... 혼자 자는 게 얼마나 외로웠으면 같이 자자는 말에 저렇게도 좋아할까.....속으로 안타까운 마음이 솟아나 금방이라도 눈물이 나올 것만 같다. 그러나 선영 이는 용케 참는다.

선영이도 겉옷을 벗고 이불속으로 들어와 차돌이 옆에 눕는다.

차돌 이는 누나의 냄새가 너무 좋았다.

머리에서 풍겨 나오는 샴푸냄새도......그리고 은은하게 스며들 듯이 콧속으로 들어오는 여자의 살 냄새..... 차돌 이는 옆으로 누워 누나를 본다.

그리고 한손을 뻗어 누나의 가슴위에다 걸친다.

선영 이는 깜짝 놀란다.

[어머머....무슨 짓이야.......]

커다란 손이 갑자기 가슴을 압박하고 꾸물대고 있다

비록 옷 위라고는 하지만 젖가슴이 이리저리 뭉개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누나.........]

차돌 이는 그 한마디만 하고는 계속 손장난을 멈추지 않는다.

선영 이는 차돌이의 눈을 보았다.

그 눈에 엄마에 대한 향수도 보였고 한편으로는 알 수 없는 기이한 열망의 눈빛이 선영이로 하여금 냉정하게 뿌리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점점 대담하게 차돌이의 손길은 가슴을 희롱하고 있었다.

[차돌아..누나가 밉니......]

[아니 누나.....난 이 세상에서 누나만큼 좋아하는 사람이 없어.]

[그런데 왜 그러니....누난 지금 얼마나 힘든지 아니.......

엄마가 그리운 거니........아님 누나를 탐하는 거니....]

[누나............]

차돌 이는 그래도 손장난을 멈추지 않는다.

누나가 뿌리치지 않고 그냥 내 버려두는 것이 만져도 좋다는 허락이라도 되는지 누나의 말에 가슴이 찔리면서도 여전히 장난을 치고 있었다.

차돌이의 눈엔 모성에 대한 향수와 이성에 대한 호기심..여러 가지가 어울린 그런 복잡한 눈빛을 하고 있었지만 선영이가 보기엔 그 모습이 모성을 그리는 그리움밖엔 보이지 않았다.

선영 이는 그 말을 끝으로 가만히 있었다.

그래 너라고 어찌 엄마에 대한 그리움이 없겠는가........누나에게서 조금이나마 그런 향수를 달래려무나......애처로운 마음이 들어 차돌이가 하는 짓을 가만히 보고 있었다.

차돌 이는 점점 대담하였다.

어느새 손이 가슴 쪽의 단추를 풀고 부 라를 밑으로 하여 탱탱하고 넉넉한 선영이의 젖가슴을 만지고 있었다.

차돌 이는 생전 처음으로 만져보는 여자의 가슴에 정신이 달아날 지경이었다.

항시 여자를 볼 때 가슴 쪽에 불룩하게 나온 것을 보고는 언젠가 어떤 것이 있어 자기의 마음을 설 레이게 하는지 보고 싶었는데 지금 여자의 젖가슴을 맨살로 만져보고 있으니 물컹하면서도 부드러운 감촉에 전신의 말초신경이 온통 하체로 몰렸는지 주체하기도 힘들게 바지를 뚫고 나오려는 자지 때문에 곤욕을 치루면서도 선영이의 젖가슴을 만져대고 있었다.

차돌 이는 그 가슴이 어떤지 보고 싶었다.

차돌 이는 상체를 들고 누나를 본다.

[누나.......]

그러나 선영 이는 표정도 없이 그냥 눈을 감고 죽은 듯이 있었다.

선영 이는 지금 갈등하고 있었다.

목숨을 줘도 아깝지 않을 녀석인데.....얼마나 엄마가 그리웠으면...........

그리고 지금 사춘기라 다른 아이들처럼 학교에도 다니지 못하니 친구도 없을 테고.......또 한 얼마나 여자의 몸이 알고 싶었으면......자기도 여자이면서 차돌이 나이 때 남자가 어떤지 궁금한 적이 한두 번 이었나.........

선생님을 짝사랑하기도 했었고 남자가 담벼락에 오줌이라도 누고 있을라치면 놀라 호들갑을 지르면서도 손가락사이로 남자의 자지가 어떤지 구경하고자 살 짜기 훔쳐보려 하지를 않았던가.

그런 생각으로 참고 있는데 상체에 써늘한 느낌이 든다.

눈을 가늘게 뜨고 아래를 내려다보니 차돌이가 어느새 상의의 단추를 모두 헤쳐 놓고 부 라를 위로 밀어올리고 자기의 젖가슴을 빤히 보고 있지 않는가.

차돌이가 이렇게까지 빨리 행동할 줄은 짐작하지 못한 것인지 당혹한 표정이 얼굴 가득히 나타난다.

그러나 선영 이는 다시 눈을 꼭 감아 버린다.

차돌 이는 누나의 가슴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봉곳하게 치솟은 살덩어리에 연한 분홍색 꽃 판을 그리고 그 중앙에 하나의 열매가 도발적으로 솟아있는 누나의 가슴에.......

차돌 이는 침을 삼킨다.

그리고 그 열매에 입을 가져간다.

작은 열매를 입속에 넣고 이리저리 굴러본다.

희롱당하는 열매가 화가 났는지 점점 크기를 더해간다.

선영 이는 기가 차다 못해 이젠 부끄러워 죽을 지경이다.

자기의 젖꼭지가 타액이 가득한 아늑한 입속에 들어가는 가 했는데 마구 내쳐지며 희롱당하지 않는가...

그것뿐인가 허벅지살에 뭔가 딱딱한 몽둥이가 연신 껄 덕 대며 찍어대는 것이다.

이러면 안 되는데.........그런 생각이 떠오르지만 뭔가 모를 시원하고 후련한 마음이 차돌 이를 그냥 두게 하는 것이다.

이러다가 만약 정말 그 일이 벌어진다면........정말 상상하기도 힘든 생각이 떠오른다.

아니 지금 말리지 않으면 정말 그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안 되겠다 이젠 말려야겠다, 그런 마음에 선영 이는 눈을 뜬다.

그러나 게걸스럽게 자기의 가슴을 빨고 있는 차돌이의 눈빛이 시퍼렇게 변해있었다.

순간 선영 이는 겁이 났다.

한 가지 일에 집착하면 결말을 보고 마는 동생의 성격도 그러했고.....지금 이 순간을 정지시킨다면 아마 차돌 이는 누나에게 행한 죄의식으로 누나를 보지 않으려 할 것이 너무나 자명할 것 같다는 생각에 어찌 해보지도 못하고 그만 안타까움에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리고 만다.

그 눈물을 감추기 위해 두 손으로 눈을 가리고 그리고 울고 있다.

차돌 이는 누나의 젖가슴만으로 부족했는지 아님 무엇이 그를 이토록 용기를 가지게 했는지 누나의 하의를 벗겨내고 팬티를 잡아채어 찢어버리고는 손으로 누나의 비밀스러운 곳으로 가져간다.

진정 난폭하기 그지없는 행동이다.

평시에 절대 이런 아이가 아니었는데 무엇이 이 아이의 이성을 흐리게 했는지.....

까칠까칠한 털의 감촉이 손바닥에 확연히 전해진다.

[흐흐흐............]

차돌이의 웃음이 짐승의 울음소리로 변해 있었다.

차돌 이는 눈을 내려 누나의 보지를 본다.

새카만 털들이 서러들 위용을 자랑하듯이 빽빽하게 밀생하여 갈라진 계곡을 덮고도 남아 주위는 온통 밀림을 연상케 할 만큼 우거지고 덮여 있었다.

차돌이의 눈은 더욱 커져 화등잔만 해 진다.

차돌 이는 여자의 사타구니에 털이 있다는 것은 안다.

가끔 자위할 때는 여자의 사타구니를 그리며 그리고 누나의 사타구니에도 그러한 털이 있을 거라 생각하고 자위를 해 왔는데 실제로 처음 본 여자의 그리고 누나의 사타구니에 빽빽하게 우거진 털 밭을 보고는 크게 뜨진 눈에 시퍼런 광채가 줄기줄기 나오는듯하더니 입술꼬리가 한쪽으로 밀려올라가며 음흉한 미소마저 그리며 광기를 표출하는 것이다.

선영이도 더 이상은 묵과할 수가 없었다.

[차돌아..안돼.....누나야..누나란 말이야....흑........흑....]

그러나 완전히 이성을 잃어버린 차돌 이는 누나의 그러한 말이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흐흐흐......]

징그러운 웃음을 흘리며 손으로 털 밭을 누벼본다.

그리고 자꾸 다물어지려는 두 다리사이로 다리를 넣어 더 이상 다물어지지 못하게 하더니 그 곳의 정경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오랜 시간 손과 눈으로 그곳을 관찰했던 것이다.

선영 이는 손가락 사이로 번져 나오는 눈물이 이미 홍수를 이루고 있었다.

그런데 자기를 억누르고 있던 몸이 벗어나고 홀가분한 느낌이 든다.

선영 이는 차돌이가 이성을 찾고 벗어나는 가 했다.

이젠 그만이구나, 울면서도 이 정도였길 다행이라 안도한다.

그러나 웬일.......다시 차돌이가 몸을 덮쳐 눌러온다

[아악...............차돌아 안돼......]

숨쉴 틈도 없이 가랑이 사이로 뭔가 상상도 못할 이물질이 자기의 보지를 관통하며 들어온 것이다.

선영 이는 아픔 때문에 죽어라고 차돌 이에게 매달린다.

[아악...엄마야.........앙앙..........]

다시 이물질이 보지구멍을 채우며 밀고 들어온다.

그 이물질은 보지동굴을 가득 채우고 더 이상 들어갈 수 없는 안쪽 벽에 머리를 박고서야 멈춘다.

[엉 엉.. 차돌아. 왜이래...아파. 아파 죽겠어.........

엉 엉..차돌아 누나 살려줘, 으응.....엉....엉...............]

선영 이는 두 손으로 차돌이의 등을 떨어질세라 붙잡고 매달리며 소리 내어 운다.

그러나 차돌 이는 그런 말이 들리지도 않는 모양이다.

차돌 이는 진정 벅찬 감격에 쌓여있다.

자기의 자지가 비좁은 터널을 관통하고 또한 뭔가 따뜻한 속살들이 자지를 휘감아 오는 듯하자 미칠 듯한 흥분에 싸이고 만다.

매달리는 사람이 누구인지도 기억나지 않는 모양이다.

징그럽고 악마의 미소를 흘리며 몇 번인가 엉덩이를 들썩거린다.

그러나 여자를 처음 접한 차돌이가 어찌 견딜 수가 있겠는가.

온몸의 피가 한곳으로 몰리는 듯 하더니 그 피가 자지 끝을 통하여 밖으로 사출한다.

뭔지 모를 통쾌함과 전율이 사지를 휘감더니 괴상한 소리를 지르며 선영이의 가슴팍에 무너지고 만다.

그리고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다.

[으으 헉..............학....학.......]

선영 이는 뭔가 뜨겁고 세찬 물줄기가 보지속살 안으로 부딪히며 들어오는 느낌을 받으며 자기 품속에서 널 부러지는 차돌 이를 바싹 켜 안고는 눈물을 흘리고 있을 뿐이다.

커다란 이물珦� 아직도 보지구멍 안에서 희미하게 꿈틀거리고 있고 그 이물질이 다리를 닫게 하지도 못하게 하고 있다.

선영 이는 이미 벌어진 사실에 망연자실할 뿐이다.

널 부러진 차돌 이를 억지로 옆으로 밀어내곤 살며시 일어나 엉거주춤 밖으로 나간다.

피와 허연 정액들이 하얀 허벅지를 더럽히고 있다.

선영 이는 부엌에서 모든 이물질을 닦아내곤 그 자리에 앉아 밤 새워 울고 말았다.

그것도 모르는지 차돌 이는 이제 평온하게 깊은 잠에 빠져있었다.

승리의 기쁨인가.......알지 못할 웃음을 얼굴에 잔뜩 그리고 그렇게 잠에 빠져있다.기분 좋게 긴 잠을 자고 차돌 이는 부스스 일어난다.

그리고 뭔가 써늘한 느낌이 전신을 음습 한다.

차돌 이는 벌떡 일어나 앉는다.

상의는 걸쳐져 있는데 하의는 벌거숭이다.

눈을 아래로 하여 자기의 상징을 본다.

축 늘어진 자지에 뭔가 검붉은 액체가 붙어 말라있다.

주위의 털들이 아무렇게나 헝클어져 있고 머리에 바르는 포마드를 바른 것 같이 번들거리며 쑥대밭이 되어있다.

그제 서야 상황을 알 것 같다.

차돌 이는 망연자실해진다.

누나의 젖가슴을 만진 것 까지는 알 것도 같은데 그 다음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러나 어렴풋이 떠오르는 건 분명 여자를 안았음을. 그리고 그 여자를 처참하게 범하였음을 떠올린다.

[내가....내가 어찌 누나를.........

정녕 내가 사람이란 말인가......아.....]

차돌 이는 벌떡 일어나 바지를 입고 상의를 걸친 뒤 밖으로 뛰쳐나간다.

도저히 누나를 볼 면목이 없었던 것이다.

자기를 돌봐준 누나를...피를 나눈 누나를.....아무리 이성을 잃었다고 해도 어찌 친누나를 범할 수가 있단 말인가........

차돌이가 방문을 열고 그리고 빠르게 밖으로 나가자 부엌에 쪼그리고 울고 있던 선영이가 벌떡 일어나 차돌 이를 부른다.

[차돌아..누난 괜찮아..가지마.......제발 차돌아.......]

선영이의 애타는 목소리가 등 뒤로 들린다.

차돌 이는 그 음성에 그만 눈물을 흘린다.

그러나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절뚝거리며 골목길을 빠져나간다.

선영 이는 차돌 이를 잡으려고 몸을 일으켜 밖으로 뛰어나가 붙잡으려했으나 사타구니사이에서 몰아치는 통증에 그만 그 자리에 주저앉아 차돌 이를 불러볼 뿐이다.

저 아이가..저렇게 나가버리면.........괴로워 무슨 짓을 벌일지도 모르는데.....

차라리 내가 참고 모른 척 해 버렸으면 저 아이가 괴로워하지 않았을 텐데.......

[흑......흑.....차돌아...누난 괜찮단 말이야........

제발 돌아와 줘..........]

차돌 이는 사람도 별로 왕래하지 않는 거리를 정처 없이 넋이 빠진 사람처럼 걷고 있다.

아직 밤이라 가로들 불빛과 간간이 지나가는 차의 불빛이 거리를 밝힐 뿐 거리는 너무나 조용하고 적막하기만 하다.

그런 거리를 차돌 이는 눈물을 흘리며 하염없이 걷고 있는 것이다.

[이제 어찌 누나를 볼 수 있으리........

내가 짐승이 아니고서야........흑...........흑.....

그래 나 같은 놈이 여기서 무얼 하겠나........

떠나자...누나에게서 멀리멀리 떠나자........

누나가 날 그리고 오늘의 추악한 날을 잊기 위해서라도 내가 떠す嗤?�.]

차돌 이는 누나를 떠나기로 마음을 굳혔나보다.

그럼 누나는 한쪽 다리를 절고 있는 누나는 어찌 살아가나.......

[누나..미안해..........용서 해....].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