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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녀를 위한 소나타◀ 제14화 진희의 섹스 파트너 Ⅰ (12/19)

▶창녀를 위한 소나타◀ 제14화 진희의 섹스 파트너 Ⅰ

모처럼 마음을 먹고 한 주영의 전화를 진희는 받지 못하

고 있었다. 그녀의 배 위에 작고 땅딸막한 남자가 올라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땀 한 방울 흘리지 않은 그녀에 비해,

작고 토실토실 살찐 그녀의 남편은 흠뻑 젖어 있었다.

" 전화 왔어요. 받아야 해요. "

" 내버려 둬. 헉헉... "

" ...... "

진희의 남편은 몇 가닥 남지 않은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

고 연신 땀을 닦았다. 진희는 침대에 벌렁 누운 채로 천장

을 바라보며 누구의 전화일까를 생각했다. 조금만 더 기다

리면 받을 수 있을 텐데...

그녀의 예상대로 몇 분 가지 않아 남편은 몸을 부르르 떨

더니 이내 곧 축 쳐져서 옆에 벌렁 드러누웠다. 남들이 보

면 마라톤이라도 뛰다 온 줄 착각할 정도로 심하게 가쁜 숨

을 내쉬었다.

눈부시게 하얀 허벅지가 벌려진 채로 있다가 오무려짐과

동시에 전화벨 소리가 그쳤다. 아쉬운 표정이 진희의 얼굴

에 잠시 스쳐 지나갔다.

사실, 남편과의 섹스보다는 전화로 수다 떠는 게 백배는

더 즐거웠다. 서서히 타오르다 격렬해지는 성욕을 그녀도

주체를 하지 못했다. 그리고 불행히도 그녀의 남편도 그녀

의 성욕을 채워주지 못하긴 마찬가지였다.

기껏 달아오르다가 그녀가 이제 막 시작하려고 하면 남편

은 엉덩이에 불이 났는지 몇 분을 견디지 못하고 쓰러져버

리는 것이었다. 차라리 자위를 하는 게 낫다고 그녀는 생각

했다. 그래서 요즘 그녀는 남편이 하는 대로 그냥 벌렁 드

러누워 다른 생각에 잠기는 방법을 썼다. 어차피 그녀의 바

램이 성취될 리는 만무했고 그저 남편이 섹스를 하건 말건

무관심하게 지내는 편이 정신건강에 훨씬 도움이 되었다.

' 애초에 그 남자랑 맛을 들이는 게 아니었어. '

대학교를 다니며 자취방의 월세가 싸다는 이유 하나만으

로 시작한 동거에서 그녀의 성은 눈을 떠버렸다. 그녀는 남

자와 섹스를 탐닉할 줄 알고 있었고 그 즐거움도 환희도 모

두 잊지 않고 있었다. 그렇다고 그 남학생과 결혼까지 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생활 조건은 섹스와 무관하기 때문

이었다. 그래도 이왕 조건보고 한 결혼인 만큼 남편이 좀

더 섹스에 강했으면 좋았을걸 하는 미련이 남았다.

결혼과 연애를 별개로 생각지 않았던 때는 단 한번, 주영

의 남편을 보고 첫 눈에 반했을 때였다. 그는 섹시했으며

머리는 뛰어났으며 생활력도 강해 보였다.

" 저런 남자라면 아무리 못 살아도 여자를 고생시킬 남잔

아냐. 어떻게든 돈을 거머쥘 남자거든. "

그렇게 입에 침이 마르도록 감탄을 마지않으며 눈을 빛내

고 탐내던 남자였는데 지금은 주영의 남편이 되어 있었다.

만일 주영을 택하지 않고 자신을 택했다면 더할 나위 없는

뜨거운 결혼 생활을 보낼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진

희는 주영에게 심한 질투심을 느꼈다.

순진무구하고 티끌 하나 묻지 않은 주영이 진희의 눈앞에

서 그와 결혼식을 하고 나자 그녀도 보란 듯이 결혼을 했

다. 진희의 남편은 섹스뿐만이 아니라 무엇이든 우유부단했

고 집안에서만 왕으로 군림하고 싶어했다.

섹스에 이토록 소질이 없는 남자는 처음 보는 진희였다.

그렇다고 결혼식도 하기 전에 중매로 만난 물주와 섹스를

해볼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물주들은 의외로 까다로운 면

이 있기 때문에 그녀는 매사에 조심해야했다. 그것이 상류

층을 향한 진희의 첫 걸음이었기 때문이다.

섹스에 무지한 주영을 보고 심술이 나긴 했지만, 미선이

주영에게 매력을 느낀 것은 의외였다. 주영과 진희 앞에서

충격적인 정사 장면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주영이 도망치

듯 피하자, 미선은 닫힌 현관을 향해 중얼거렸었다.

" 무척 예쁜 애야. 정말 망가트리고 싶어져. "

" 예쁘다면서 왜 망가트리려 해? "

" 한번 무너지고 다시 일어서야 정말 예뻐지거든. 저 애

는 한번도 무너져본 적이 없는 애야. 그래서 더욱 완벽하게

무너질 수 있다는 뜻이고. "

" 그렇다면 네가 보는 나는 어때? "

" 넌 별 맛을 다 본 애잖아? 네 스스로 알텐데? 네가 겨

우 겨우 힘겹게 잘도 참고 있지만 어떤 남자라도 네게 손을

내밀면 따라 나설걸? 넌 창녀에 가까워. 내 힘이 필요 없을

정도로. "

창녀라는 말에 발끈 화가 났지만 이내 곧 수긍했다. 그녀

의 몸은 남자를 갈구하는 마음으로 터져버리기 직전이었기

때문이었다. 정말 섹스다운 섹스를 해보고 싶었다.

" 내가 몸을 섞지 않았다 뿐이지 속은 창녀와 마찬가지라

고 하자. 그럼 넌 뭐야? "

" 나? 난 완벽한 창녀야. 그리고 창녀들을 거드리는 포주

이기도 하구. 하지만 내가 몸을 파는 대가로 얻는 건 돈이

아닐 뿐이야. "

" 나도 돈을 원하는 건 아냐! "

" 그래. 넌 그럼 그저 발정 난 암캐지. 네 본능은 화냥년

에 불과해. 그냥 넌 섹스를 즐길 뿐이니까. 창녀라는 말에

민감한가 보구나. 쉽게 설명을 해주지.

난 모든 여자가 창녀라고 생각해. 남편이 있는 여자들은

남편이 밖에서 벌어 오는 돈을 위해 자기 몸을 팔지. 그리

고 결혼할 짝을 찾아 헤매는 아가씨들도 마찬가지야. 미래

에 자신을 먹여 살릴 남자를 위해 몸을 팔아. 남자들은 여

자들의 몸을 갖는 대신 경제력을 댓가로 지불하는 거구. 이

것도 저것도 아닌 여자들은 겉으론 잘난 척 하면서 집에서

자위나 하고 있는 소심한 여자들일 뿐이야. 아니면 섹스를

아예 모르던가.

진정 섹스만을 위하는 사람들이 몇이나 되는 것 같니? 치

사하긴 하지만 각자 개개인이 자신의 몸을 소중히 여기는

만큼 정당한 대우와 댓가를 원해. 난 그에 비해 프리섹스

주의자고 자유 연애 주의자야. 또한 창녀이기도 하고 포주

이기도 하지.

너보고 창녀라고 한 건, 네가 남편의 조건을 따져 결혼한

걸 알기 때문이야. 넌 네 남편의 조건에 몸을 팔았잖아? 창

녀든 화냥년이든 뭐 아무래도 좋아. 난 세상을 보다 즐겁고

짜릿하게 살고 싶어. 내가 원하는 건 모두 손에 넣을 거야.

"

진희는 멍하니 누운 채로 미선의 말을 음미했다. 미선은

아무것에도 구속받지 않는 섹스를 원한다고 했다. 그녀만의

쾌락을 위해선 무슨 짓이라도 서슴치 않겠다는 것이었다.

만일 미선이 파괴적이고 비관적인 염세주의자라면 주변인에

게 미치는 영향이 어떨지는 안 보아도 섬뜩했다.

남편이 뿜어낸 미지근한 정액이 다리 사이로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녀는 무릎을 세우고 티슈 몇 장으로 그것을 닦아

내 버렸다. 서랍에는 미선이 전해주고 간 은팔찌가 고이 놓

여 있었다. 그것을 손목에 끼워볼까 생각했지만, 남편이 짧

은 팔을 뻗어 그녀의 가슴을 마구 주무르기 시작했기 때문

에 잠시 후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남편은 아주 짧은 시간에 여러 번 사정하는 보잘

것 없는 기술을 자랑스러워하고 있었다. 진희는 한숨을 쉬

며 좀 더 그가 그녀의 몸을 더듬을 수 있도록 자세를 잡아

주었다.

' 그래. 난 창녀야. '

코뿔소처럼 씩씩대며 남편의 숨이 거칠어지고 있었다. 진

희는 답답함이 밀려드는 것을 억지로 숨겼다.

- 계 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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