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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녀를 위한 소나타◀ 제12화 오픈! 섹스 사냥시즌 Ⅱ (10/19)

▶창녀를 위한 소나타◀ 제12화 오픈! 섹스 사냥시즌 Ⅱ

팔찌 고리에 손을 가져갔던 주영이 멈칫하며 시아의 얼굴

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언제든 관둘 수

있다는데 집에 가져가서 화장대 서랍에 처박아 두어도 뭐라

고 할 사람은 없었다.

게다가 시아가 저렇게도 탐을 내고 있는 지금, 굳이 이

자리에서 돌려줄 필요는 없는 것이다. 주영은 입술을 깨물

고 팔찌 고리를 푸는 대신에 가슴 앞으로 팔짱을 끼었다.

이 곳에 들어와서 처음으로 해보는 도전적인 몸짓이었다.

미선은 소리 없이 웃고 있었다.

" 네 남편과 헤어질 생각이니? 구체적으로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있지? 그냥 내버려 둘 생각이야? "

" 모르겠어. 솔직히. "

" 네 마음을 잘 알지. 지금 당장 너의 자아를 모두 깨부

수진 못할 거야. 지금의 너를 여태까지 지탱해왔으니까. 하

지만 조금씩 탈피하면 돼. 세상은 어떤 눈으로 바라보느냐

에 따라 지옥일수도, 천국일수도 있으니까. "

" 넌 어떻게 세상을 살아가고 있지? 무엇을 위해서? "

미선은 하얗게 웃으며 망설이지 않고 곧바로 대답했다.

" 내가 즐겁고 행복하기 위해서 살아! 너무나 당연한걸

물어보는구나, 넌. 행복이란 건 별게 아니거든. 행복은 바로

각자가 느끼는 정신적인 만족이야. "

아주 조금의 망설임과 설레임, 그리고 불안감을 껴안고

주영은 미선의 공룡 몸집 같이 커다란 맨션을 나와 거리를

걸었다. 시아는 그녀가 나올 때까지도 미선에게 매달려 은

팔찌를 달라며 졸라대고 있었다. 미선이 과연 시아에게 팔

찌를 주었을지 궁금했지만, 그녀에게 빈틈 하나 없이 달라

붙어 있는 시아를 보는 것도 더 이상은 고역이었기 때문에

주영은 미선의 말을 곱씹으며 하릴없이 헤매고 있었다.

물결치듯 사람들의 행렬이 일정한 리듬을 타고 거리 위에

서 출렁거렸다.

세상이 달라 보일 거야.

정말 미선의 말대로 세상이 바뀔까? 내가 마음먹기에 따

랐다고? 그럼 더 이상 수족관 속의 관상어가 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일까?

주영은 가끔씩 쇼윈도우를 멍하니 바라보며 멈추어서 미

선이 준 팔찌에 어울릴만한 옷을 찾기도 했다. 딕을 여비서

의 입에 삽입한 채 신음하던 남편의 모습이 떠나질 않았기

때문에 뭔가 특이한 기분전환이 필요했다.

결국 한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서 그녀는 요란한 무늬가

새겨진 짧은 반바지와 가슴 언저리까지 파인 대담한 티셔츠

를 사고야 말았다. 평소라면 가슴이 떨릴 정도로 비싼 가격

이었지만, 눈을 질끈 감고 남편의 신용카드를 옷가게 여직

원에게 내밀었다.

' 이건 내가 앞으로 달라지는데 필요한 작은 절차에 불과

해. 부모와 남편이 그렇게도 금지시켰던, 남들이 그토록 눈

에 불을 켜고 찾아다니는 세상 사는 재미를 나도 느껴볼거

야. '

주영은 자신이 입고 있던 옷을 대충 말아서 근처의 쓰레

기통에 집어넣어 버렸다. 적어도 남들의 눈을 의식하는 습

관부터 버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지금껏 그녀를 옭아

매었던 것들은 모두 깨부수고 싶었다.

한결 발랄해진 표정에 쭉 뻗은 다리, 하늘거리는 티셔츠

사이로 드러난 도톰한 가슴이 그녀를 더욱 돋보이게 만드는

데 성공한 것 같았다. 몇 몇의 남자들은 걸음을 멈추고 그

녀를 바라보곤 했던 것이다. 주영은 기분이 좋아져서 섹시

해 보이는 까만 샌들까지 샀다.

가느다란 팔목에 은빛 팔찌가 차갑게 빛났다. 그녀에게

무척 잘 어울리는 액세서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좀

더 용기를 내어 호텔 지하의 바(bar)를 찾아 들어갔다.

" 마티니 주세요. "

엉덩이를 조그마한 의자에 붙이고 앉아 콧노래를 흥얼거

리며 칵테일을 주문했다. 때 이른 퇴근 시간이어서 그런지

실내는 매우 한가했다. 주영은 투명한 마티니에 담겨진 녹

색 올리브를 바라보며 새삼 자신의 대담해진 행동에 감탄하

고 있었다.

" 빛이 고운 실버군요. "

한 남자가 호기심이 담긴 눈으로 그녀를 지그시 바라보았

다. 언제 다가 왔는지 모를 정도로 그는 솜씨 좋게 그녀의

옆자리에 앉아 똑같은 마티니를 주문했다. 그가 주영의 팔

목에 채워진 은팔찌를 힐끔 쳐다보았을 뿐인데도 그녀는 온

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남자는 그녀의 나이보다 두배 정도 연상으로 보였다. 보

통의 키에 말쑥해 보이는 양복을 입고 있었다. 귀 옆의 머

리엔 세월의 흔적이 보였고, 느긋한 여유가 배어 있었다. 주

영은 긴장한 채 살짝 웃어 주었다.

' 지금이 섹스 사냥 시즌이야. '

이 남자도 은팔찌를 끼고 있는 것일까? 하지만 실망스럽

게도 그의 팔목엔 번쩍이는 금시계만 존재하고 있었다. 그

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묵묵히 마티니를 마셨다. 주영은

그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은 의식하지 않고

오로지 그에게만 신경을 집중했다.

" 아! "

주영의 입에서 비명 같은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그가

주영의 드러난 팔에 입술을 누르고 있던 것이다. 다른 사람

들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남자는 주영에게 바짝 몸을

기대고 속삭이는 척 가장하고 그녀의 귓망울을 깨물었다.

" 정말 시즌이 시작되었군. "

피가 거꾸로 역류하고 있었다. 남자의 음성은 너무나 부

드러웠다. 그는 주영의 손을 잡아 감싸고 손가락 끝을 가볍

게 혀로 핥았다. 그녀의 몸이 떨리고 있었다. 말초신경이 모

두 곤두서는 기분이었다. 그래도 그녀는 다른 사람들의 시

선을 의식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 여기서 나갈까? "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마음속으로는 당장 팔찌를 풀어

버려야겠다는 생각과 이대로 어떻게 진행되나 보자는 호기

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었다. 남자가 싱긋 웃으며 먼저 일

어서서 그들이 마신 칵테일을 계산했다. 주영은 생각보다

자신이 크게 동요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며 말없이 남자를

따라 나섰다.

" 여기가 좋겠어. "

주영의 눈이 휘둥그래졌다. 남자는 호텔 객실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가 아니라 비상구 문을 열고 그녀를 밀어 넣고

있었다. 지하 주차장과 연결된 통로여서 서늘한 바람이 계

단을 휘몰아 돌고 있었다.

그는 들고 있던 서류 가방을 계단에 내려놓고 주영의 머

리를 양손으로 움켜쥐며 뜨거운 숨을 불어넣었다. 그녀의

전신을 짜릿한 쾌감이 훑었다.

남자는 주영의 드러난 어깨와 손까지 부드럽게 쓸어주며

그녀의 반응을 즐기고 있었다. 무조건 껴안고 계단 위로 뒹

구는 것인 줄로 예상하고 있던 그녀는 약간의 수치감에 얼

굴을 붉혔다.

" 귀엽군. "

그의 손이 지나간 자리를 그의 혀가 뒤쫓아 핥았다. 그는

마론 인형을 세워 놓듯이 주영을 벽에 밀어 세우고 드러난

허벅지 안쪽을 혀와 입술로 애무하기 시작했다. 주영은 숨

을 크게 들이마셨다. 몸이 격렬하게 타오르고 있었다.

- 계 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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