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창녀를 위한 소나타> # 7-9. 부엌에서 (7/19)

▶창녀를 위한 소나타◀ 제7화 전철 안에서

" 밀지마세요! "

내 바로 옆의 여자가 짜증나는 목소리로 날카롭게 외쳤

다. 다른 사람들이 누군 밀고 싶어서 미나 하는 표정으로

그 여자를 노려본다는 것을 느낄수 있었다. 한 여름의 아침

이 그렇게 불만스럽게 열리고 있었다.

그 속에서도 나는 나름대로의 재미를 느끼고 있었다. 얼

굴이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내 엉덩이를 스쳐가고 다시 밀

어대는 것이 그다지 나쁘지는 않았다. 내 뒤에는 때론 젊은

여자가 섰고, 때론 남자들이 섰다가 떠나갔다.

그들은 모두들 지친 표정으로 출근을 하겠지. 그리고 일

을 하다가 때가 되면 점심을 먹고 또다시 이 지옥철을 이용

해 퇴근을 할거야. 재미없게 사는 것은 나뿐만이 아니잖아.

그들도 저마다 만들어낸 유리성에서 살고 있는 거야.

이유 없는 뿌듯함이 내 기분을 좋게 하고 있었다. 내 몸

에 바짝 밀착되는 사람들에게서 묘한 동질감이 느껴지고 있

었다.

" 아...! "

한 무더기의 사람들이 탑승하자 내 뒤에 있던 사람과 더

욱 강하게 밀착되어졌다. 저절로 비명이 올려졌다.

질 좋은 애프터 쉐이브 향 때문에 그 사람이 남자라는 것

을 알 수 있었다. 그 사람은 최대한 내 몸에서 떨어지려고

벽을 손으로 짚으며 거리를 유지하려 애쓰고 있었다. 괜히

웃음이 나왔다. 눈을 살짝 들어보니, 길고 힘차 보이는 손가

락이 내 머리 위쪽의 벽에 단단히 자리잡고 있었다. 그래도

그의 하체와 내 엉덩이는 조금의 틈도 없이 붙어 있는 꼴이

었다. 그 사람은 상체만이라도 나에게 실례되지 않게 떨어

져 있고 싶은 모양이었다.

이 정도라면 견딜만 한데.

분명히 깔끔한 매너가 몸에 배인 남자일거라는 생각이 들

었다. 미세한 전철의 진동으로 그의 몸이 내 몸에 밀착되는

횟수가 많아졌다.

이대로 뒤돌아서면 품에 안기는 꼴이 되겠지.

더운 열기 때문에 후끈하게 달아오른 뺨을 식히기 위해

벽에 몸을 더욱 기대었다. 조금 아까부터 엉덩이 부분에 뭔

가 걸리적거리는 것이 있었다. 애써 의식하지 않으려 해도

그것이 뒤에 선 남자의 발기된 딕이라는 것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남자들의 딕은 머리의 통제를 받지 않고 따로 노는 독립

국이라는 우스개가 생각났다. 이 정도로 밀착되어 부비적

거리는 데 발기되지 않는다면 그게 더 비정상 아닐까.

온 몸의 신경이 모두 엉덩이 부분으로 쏠리고 있었다.

' 이 남자가 쓰는 쉐이브 향 때문이야. '

억지로 만들어낸 변명거리치고는 너무나 궁색했다. 남자

의 멋진 손과 쉐이브 향에 취해 이 정도로 자극 받으리라곤

상상도 해본 적이 없었다.

" 미안해요... "

뒤에 선 남자는 내가 자신의 딕을 의식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모양이었다. 잘 들리지도 않을 정도로 내 귓가에 미

안하다는 말을 속삭였지만 나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멋진

목소리인 것 같았다. 하지만 돌아설 엄두는 나지 않았다.

갑자기 스커트 안에 아무것도 입지 않은 것이 생각났다.

이 남자는 내가 팬티도 걸치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을까.

그래서 더 자극이 된 건 아닐까. 옅은 쾌감이 바늘처럼 콕

콕 찔러댔다.

어제 저녁에 침실의 전신 거울 앞에서 살펴보았던 내 엉

덩이는 탐스럽게 부풀어올라 무척 탄력 있게 보였었지. 아

직은 쓸만한 몸매라고 자부해도 좋을 것 같아. 혹시 이 남

자가 그것을 못 느끼는 것은 아니겠지.

그러나 그 남자는 그것을 못 느낀 것 같았다. 그는 피나

는 노력으로 아주 조금의 틈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엉덩이

에서 더 이상의 발기된 딕이 느껴지지 않았다. 아쉬움이 엉

덩이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나는 숨을 집어삼키며 그 남자가 애써 만든 틈을 없애버

렸다. 허리를 약간 앞으로 숙여서 남자의 딕을 찾아 엉덩이

를 다시 밀착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어떻게 그런 대담한 행

동을 할 수 있었는지 나 자신도 놀라고 있었다.

목덜미 부분으로 남자의 호흡이 멈춰진 것을 느낄 수 있

었다.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내 엉덩이의 선을 느

껴봐. 완만한 곡선을 이루는 엉덩이의 감촉을 느껴보라구.

내 벗은 몸을 보면 당신은 탄성을 내지를걸.

남자는 잠시동안 머뭇거리더니 한 손을 슬쩍 내렸다. 나

와의 간격을 넓히는 것은 포기했나보았다. 나머지 한 손은

건성으로 벽에 대고 모양새만 유지하고 있었다.

그 남자의 왼 팔이 내려가면서 고의적으로 내 어깨를 스

쳐지나갔다. 머리털이 곤두서는 쾌감에 몸이 떨려왔다. 더

이상 돌이킬 수 없기 전에 이 자리를 박차고 나가야 한다는

생각과 어차피 어쩔 수 없는 이 상황을 즐겨보자는 생각이

마음을 흔들었다.

망설이듯 남자의 손은 자신의 바지 호주머니에 찔러졌다.

내 반응을 살피는 낌새였다. 나는 핸드백을 가슴에 안은 형

태로 고집스럽게 벽을 마주한 채였다. 그 남자는 탐색하듯

이 호주머니 안의 손을 폈다가 오므렸다. 남자의 숨결이 떨

리고 있었다.

입안이 바짝 메말라왔다.

한 구역을 지나 사람들이 휩쓸며 나가고 들어오자, 남자

는 균형을 잡는 척 하면서 비틀거리며 내 허리에 손을 갖다

대었다. 그리곤 조금 더 대담하게 엉덩이를 살짝 쓸었다. 사

람들은 그의 행위를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남자의

빨라지는 심장 박동이 등을 통해 전해져왔다.

멋지게 뻗은 남자의 손은 내 엉덩이를 강하게 움켜잡았다

가 놓았다. 그리곤 팬티 라인을 찾는 듯 이리저리 헤매고

있었다. 그의 딕은 내 엉덩이의 오른쪽에 바짝 들이밀어졌

다.

팬티 라인을 찾지 못한 그의 손은 잠깐 멈추어졌다가 아

주 조금씩 스커트를 들어올리고 있었다. 나의 맥박도 요동

을 치며 빨라지고 있었다.

그 남자는 내가 노팬티라는 것을 손으로 확인하고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그리고 이번엔 망설임 없이 나를 뒤에서

한 손으로 끌어안은 형태로 자세를 잡았다. 그의 왼 손이

슬며시 스커트 안으로 잠입해서 앞쪽의 음모를 찾고 있었

다.

그는 사람들의 시선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 것 같았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살핀다거나 하지 않고 곧바로 푸쉬를

공략했다. 그의 딕은 한껏 부풀어올라 내 엉덩이에 찰싹 달

라 붙어있는 상태였고, 스커트는 허리 부분까지 말려 올라

가 있었다. 하긴, 사람들이 아무리 그와 내 행위를 보고 싶

어해도 그렇게 혼잡하고 꽉 조여진 상황에서는 불가능한 일

이었다.

그의 왼 손은 푸쉬가 젖을 때까지 부드럽고 소중하게 애

무해주었다. 중지 손가락이 촉촉하게 젖은 푸쉬 안으로 깊

숙이 파고들었다. 이 사람은 손가락이 아니라 딕을 찔러 넣

고 싶었을 거야.

뜨거운 숨결이 귓볼을 간질였다. 간헐적으로 그의 낮게

깔린 신음 소리가 흘러나왔다. 심장이 터져버릴 것 같았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눈을 속이고 음탕한 짓을 태연하게

나누고 있는 내 모습이 도무지 믿어지지 않았다.

나는 꿈을 꾸고 있는 거야.

그랬다. 지금 어느 역을 지나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를 정

도였으니까. 사람들의 웅성이는 소리보다는 그의 거센 호흡

소리가, 잃어버리지 않으려고 꽉 쥐고 있는 핸드백보다는

그의 딕이 더 중요했다.

나는 그와 전철 안에서 나누고 있는 은밀한 행위를 함께

공유했다는 것 자체를 즐기고 있었다. 숨이 턱 막혀왔다.

<계속>

▶창녀를 위한 소나타◀ 제9화 비서실에서

갖가지 상념을 깨우기라도 하듯, 엘리베이터는 경쾌한 신

호음으로 도착했음을 알려주었다. 나는 잰걸음으로 비서실

을 향해 돌진했다. 역시 예상대로 미스 민은 자리에 없었다.

일정이 빽빽하게 적힌 서류와 갖가지 복잡한 잡다한 종이

들이 미스 민의 데스크에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남편은

외근을 나간 걸까.

미스 민의 자리에 앉아 잠시 생각을 정리했다. 서류를 대

신 정리해줄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그만두기로 했다. 괜히

건드렸다가 나중에 무안을 당할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 그이가 올 때까지 느긋하게 준비하고 있어야지. 내가 팬

티를 입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그이는 내게 흥분해서 달려

들 거야. 그이의 널따란 데스크에 눕혀질까, 아니면 질감 좋

은 가죽 소파에 눕혀질까. 그건 그이의 마음대로일거야.

만일 그이가 또 다시 서두른다면 손을 잡고 고개를 저을

꺼야.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확실하게 의사 표현을 해

주어야지. 그이는 너무 바쁘게 살아왔기 때문에 여태껏 내

감정을 알아챌 여유도 없었던 거야. 매일같이 다람쥐 쳇바

퀴 돌 듯이 숨막히게 살아온 남편에게 한번도 고마움을 느

껴보지 않았었어. 애초에 잘못은 내게 있었는지도 몰라. '

새삼스럽게 남편의 얼굴이 보고 싶었다. 미스 민은 아직

도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나는 차라리 남편의 자리에서 기

다리기로 마음먹었다.

비서실과 '사장실'이라는 글귀가 새겨진 남편의 사무실 문

은 화장실 안의 화장실처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나

는 사장실과 비서실의 경계를 놓아주는 화려한 문고리를 잡

고 살며시 힘을 주었다.

" 사장님... "

미스 민이 남편을 부르는 소리가 그곳에서 새어나오고 있

었다. 본능적으로 다시 문을 닫으려고 했지만 이미 때는 늦

어 있었다. 반 뼘 정도로 열려진 문 앞에서 나는 순간적인

판단을 해야했다. 비명을 지를 것인가. 아니면 문을 활짝 열

어 젖힐 것인가.

그러나 나는 그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고 서 있었다.

미스 민은 바닥에 무릎을 꿇고 남편을 올려다보며 남편의

바지 지퍼 사이로 돌출된 딕을 혀로 핥고 있었다. 그녀의

굽실거리는 긴 머리를 움켜쥐고 남편은 사무실 한 가운데에

우뚝 서서 신음 소리를 내고 있었다.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제 나와 섹스를 한 후에

그는 자신의 딕을 깨끗이 세척한 것일까. 미스 민은 언제부

터 저런 봉사를 하게 되었을까. 얼마 전의 IMF 한파로 감

원할 대상에서 미스 민을 제외시켰던 그날이 아닐까. 미스

민은 저 입으로 어떤 점심 메뉴를 시켜 먹을까.

그녀는 남편의 딕을 달콤한 아이스크림이라고 착각하는

것 같았다. 입 안 깊숙이 빨아들였다가 내뱉고 다시 혀로

핥기를 반복했다. 끈적해 보이는 그녀의 타액과 딕에서 조

금씩 새어 나온 정액이 아침 햇살을 받아 번들거렸다.

미스 민은 남편의 딕을 손에 감싸쥐고 피스톤 운동을 해

주면서 그 끝은 혀로 할짝할짝 핥았다. 끊임없는 남편의 신

음 소리가 내 귀에까지 전해졌다.

정돈된 스커트와 재킷, 그리고 목 부분까지 정갈하게 단

추가 채워진 블라우스. 그녀는 오로지 입술과 손을 이용하

는 봉사만 한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것은 내게 아무런 위안

이 되지 못했다. 서서 구경만 하는 데에도 상당한 정신력이

소요되었다.

남편이 절정에 다다랐는지, 미스 민의 머리를 양손으로

쥐고 앞뒤로 흔들었다. 그녀의 입이 푸쉬가 된 양, 남편의

딕은 격렬하게 움직였다. 그리고 곧 이어 익숙한 남편의 탄

성이 들렸다.

" 아...! "

여운을 남기는 듯한 짤막한 신음. 저것은 나만의 전유물

인줄 알았는데...

황급히 미스 민에게서 떨어져 나간 딕에서 우윳빛 정액이

포물선을 그리며 바닥으로 뿜어졌다. 탄력 있는 파마 머리

카락을 쓸어 넘기면서 미스 민은 남편의 딕을 혀로 마무리

해주었다. 티슈가 필요치 않은 편리한 방법이었다. 그래도

바닥에 떨어진 정액은 닦아내겠지.

미스 민의 얼굴은 상기되어 발그레한 빛을 띄고 있었다.

그것은 남편도 마찬가지였다. 미스 민이 일일이 바지 지퍼

를 올려주고 넥타이를 바로 매어주면서 마지막 키스까지 가

볍게 해주자, 남편은 예의 그 깔보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돌렸다.

" ......! "

사장실 문고리를 힘겹게 잡고 서 있는 나와 남편의 접시

만 해진 눈이 정면으로 맞닿았다. 경직된 남편에게서 심상

치 않은 기운을 느꼈는지, 미스 민이 내 쪽을 바라보다가

비명이 터져 나오려는 입을 양손으로 간신히 막는 게 보였

다.

남편의 눈동자는 한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당황했겠지. 이

럴 때를 위해서 황당하다는 표현을 쓰나봐. 그래서 나에게

펠라티오를 더 이상 강요하지 않았었구나. 저렇게 훌륭하게

잘 해주는 친절하고 예쁜 비서가 있었으니까. 이제는 이해

가 돼. 그런데 왜 자꾸만 눈물이 나오는 거지.

정말이었다. 뜨거운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려 멈추지

않았다. 눈물 때문에 남편과 미스 민의 얼굴도 잘 보이지

않았다. 나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면서 조용히 문을 닫았다.

진작 이렇게 할걸 왜 지금껏 그렇게 멍청하게 구경하고 있

었던 걸까. 그들의 눈에는 내가 얼마나 처량 맞게 보였을까.

죽고 싶다는 생각이 다시금 뼈저리게 찾아들고 있었다.

나는 상처받고 있었던 것이다. 철썩 같이 믿었던 남편에게

서 얻은 배신감이 수치스럽게 느껴졌다. 속이 울렁거렸다.

영욱의 딕을 빨아대었던 미선의 입술과 미스 민의 입술이

영화 필름처럼 어지럽게 보여졌다 사라지곤 했다. 남편의

딕과 영욱의 딕. 그리고 전철에서 엉덩이로 느꼈던 그 남자

의 딕. 미선과의 감미롭고도 자극적이었던 키스.

도망치듯 복도 끝의 화장실로 들어가 문을 잠갔다. 아침

대신에 마셨던 오렌지 주스를 모조리 토해버렸다. 얼마나

토했던지 위액까지 나올 지경이었다. 위장이 뒤집힌 것처럼

고통스러웠다. 눈물과 콧물이 범벅이 되어 얼굴을 닦아내는

데에도 한동안의 시간이 걸렸다.

나를 뒤쫓아 달려온 남편이 화장실 밖에서 체면도 잊고

마구 외쳐대고 있었다. 내 이름을 부르는 것 같았다. 마음이

진정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나는 천천히 일어서서 화장실의

로크를 풀었다. 남편은 여자 화장실을 의식하지 않고 침입

해 들어와 있었다.

" 주영아. 내게 해명할 기회를 줘. "

" ...... "

해명? 무엇을 해명한다는 말인가. 미스 민이 강제로 자신

을 겁탈한 거라고 둘러댈 속셈일까?

나는 코웃음을 치고 남편을 징그러운 바퀴벌레 피하듯 살

짝 몸을 돌려 세면대에 걸린 커다란 거울 안을 들여다보았

다. 코끝과 눈 주위가 빨개져 있었다. 집에서 나올 때 화장

을 하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미지근한 물을 틀고 가볍게 세수를 했다. 남편은 무거운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내게 일어난 심경의 변화를 눈치챈

것 같았다. 하긴. 눈치 하나는 정말 끝내주는 남자지. 내가

싫어하건 좋아하건 무조건 무시하고 딕을 찔러 넣은 걸 제

외하면 말이야.

- 계 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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