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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녀를 위한 소나타> # 4. 부엌에서 (4/19)

<창녀를 위한 소나타> # 4. 부엌에서

" 오 서방이 시키는 대로만 하고 가만히 누워있어. 요즘 젊

은 여자 애들 보니까 별 소리를 다 하고 돌아 다니더구만. 끔

찍한 소릴 잘도 하고 다니더라. 우리 주영이 친구들이야 모두

요조숙녀니까 의심하진 않지만, 그래도 어디서 주워 들은 소리

가 있다면 모두 잊어버리거라. 괜히 아는척하고 오 서방이 몸

에 손대기도 전에 실수하면 너 처녀 아니라는 의심만 받게 되잖

니. "

친정 어머니가 신혼 첫날밤을 걱정하며 신신당부 해주셨던

말이었다. 무엇을 어떻게 하는 게 실수라는 건지 아직도 이해하

지 못했지만, 여하간 나는 그 말을 지켰고 남편은 붉게 물드는

침대 시트를 보고 만족스런 표정을 지었다. 그것은 당연한 결과

였다.

캠퍼스 커플이라는 좋은 명목아래 남편은 혹여나 다른 남자들

의 손을 탈까봐 노심초사 나를 지켰으니까. 남편과 첫 키스를

했고, 남편과 첫 관계를 치른 것이다.

' 나는 불행한 것일까. '

죽을 때까지 한 남자만 알고 지내는 게 과연 불행한 것인지

행복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지난 일 년간의 결혼 생활

을 미루어 보건데, 남편이 여자를 잘 다룬다고는 보기 힘들었

다. 나도 성인 잡지나 기타 매체를 통해 성적인 묘사를 듣고

보았으므로 비교 분석을 할 정도는 된다고 생각했다.

오로지 하복부에 뻐근한 통증을 느끼는 것이 내가 아는 섹

스의 전부였다. 그것을 남들이 과장된 포장을 덧씌워 열거한다

고 믿어 의심치 않고 있었다. 그랬는데...

" 미선... "

신음을 하듯이 그 여자의 이름을 불렀다. 진희는 미선이라는

여자에 대해 훤히 다 알고 있는 게 분명했다. 학교를 다니면서

내내 나에게 질투와 선망의 눈길을 보냈던 진희였다.

남편은 단단해 보이는 몸과 선이 분명한 얼굴을 가진 남성적

인 매력의 소유자였다. 대학교에 입학하자마자 내게 접근한 방

법도 무척 능수 능란했다. 하지만 내가 여자 중학교와 여자 고

등학교를 거쳐 대학에 들어왔다는 것과, 조선시대에 살고 있다

는 착각이 들 정도로 엄한 가정의 외동딸이라는 것을 알아낸

다음부터는 집요할 정도로 내 뒤를 쫓았다. 한마디로 남성 우

월주의로 똘똘 뭉친 남자였던 것이다.

선생님들과 사대부 집안의 가장답게 엄격하기 이를 데 없는

아버지의 손에서 벗어날 틈도 없이 남편의 손으로 나는 넘겨졌

다. 다른 남자들을 접해볼 기회는 내게 주어지지 않았다. 배짱

좋게 아버지의 허락을 받아낸 남편은 자신이 세운 계획표대로

나와의 결혼을 착실히 진행시켰다.

그리고 그 주변을 진희가 맴돌고 있었다.

답답한 갈증에 목이 탔다.

침대에서조차 나는 남편의 뜻을 거역할 용기가 없었다. 나

에게 있어서 남편은 친정 아버지와 똑같은 존재였다. 유일하게

거부했던 것이 있다면 그것은 펠라티오 였을 뿐이었다. 그래도

남편은 그것만큼은 강제로 시키지 않았었다. 남편의 딕을 애무

한다는 것은 먹기 싫은 음식을 억지로 삼키는 것과 다를 바 없

다고 생각했다.

미선의 말대로 나는 침대에 가만히 누워 다리를 벌려주는 것

만이 섹스의 전부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딩동-

남편이었다. 나는 황급히 거실까지 나갔다가 다시 침실로 들

어왔다. 남편은 네 개의 열쇠를 모두 가지고 있었지만 내가 열

어주지 않는 이상 그것을 사용할 생각이 전혀 없는 것 같았다.

옷을 주워 입기엔 너무 짧은 시간이다. 이미 남편이 열쇠를 꺼

내드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벗어든 옷을 손에 들고 어쩔 줄을 몰라 우왕좌왕 방을

서성였다. 괜히 옷을 마저 다 입지 못한 모습을 보인다면 이상

한 의심만 사게 될 것 같았다. 마침내 욕실로 달려가서 타월로

된 가운으로 몸을 감쌌다. 침실에는 벗어 던진 옷이 그대로 널

브러져 있었다.

" 뭐하고 있었어? 시장에 간줄 알았어. "

남편은 억양 없는 목소리로 말하곤 거실의 소파에 털썩 앉

았다. 피곤한지 뒷목을 주무르고 있었다. 나는 남편의 눈을 피

해 가운을 손으로 여미며 싱크대 앞으로 갔다. 저녁으로 먹을

만한 음식이 준비되어 있을 리 없었다. 남편은 끼니때마다 방

금 만든 반찬이 아니면 먹지 않았다.

냉장고 안의 음식 재료들을 무작정 꺼내 놓았다. 무엇을 만

들어야 할지 난감했다. 파를 썰어 넣고 달걀말이를 해볼까. 그

리고 굴비 한 마리를 굽고 시금치를 무치면 되겠구나.

그러나 내 머릿속에는 아직도 미선의 얼굴이 어른거리고 있

었다. 대충 아무렇게나 쌀을 씻어 밥통에 넣고 버튼을 눌렀다.

파를 썰기 전에 달걀을 풀어야지.

달걀 몇 개를 투명 볼에 깨트려 넣었다.

' 미선이하고 키스했다는 사실을 알면 뭐라고 할까... '

느닷없이 그런 생각이 들었다. 생각을 들킬 새라 남편이 있

던 소파를 쳐다보는데, 뜨거운 입김이 목덜미에 느껴졌다. 흠칫

놀란 손에서 달걀이 미끄러져나와 바닥에 떨어졌다. 달걀 노

른자가 부엌의 작은 조명을 받아 번들거렸다. 소리 없이 다가온

남편이 내 어깨를 잡아 자기 쪽으로 돌려 세웠다. 불타는 듯한

남편의 시선이 내 가슴 쪽으로 파고들고 있었다. 나는 고개를

숙여 풀어 헤쳐진 가운의 앞섶을 내려다보았다.

다른 생각에 잠겨 가운이 벌어진 것을 모르고 있던 탓이었

다. 유달리 왕성한 성욕을 가진 남편이 그것을 무시하고 지나

칠 리 없었다. 남편은 가운의 양쪽을 잡고 확 열어 젖혔다. 벌

거벗은 어깨와 분홍빛 젖꼭지가 드러났다.

" 아! 안돼요. 여기서는... "

남편은 손으로 거칠게 가슴을 거머쥐고 내 젖꼭지를 깨물었

다. 비명이 새어나오는 것을 간신히 참았다.

" 아직 샤워하기 전이었나 보지? 그냥 가만히만 있어. "

" ...... "

가만히 있어.

친정 어머니가 당부했던 말이었는데 남편도 그것을 요구하고

있었다. 왜 가만히 있어야하지?

" 싫어요. "

" 가만히 있어... "

녹음기처럼 남편은 똑같은 말을 되풀이하며 성급하게 바지

지퍼를 내렸다. 나는 목욕 가운을 두 손으로 움켜쥐고 발가벗

지 않으려고 힘을 주었다. 언제나 그랬듯이 내 의지와는 상관

없이 허리에 감았던 가운의 끈이 풀어졌다. 남편은 소중한 도

자기를 다루듯이 내 머리를 한 손으로 받쳐들고 식탁 위에 가

만히 눕혔다. 목욕 가운은 침대 시트와 같은 용도로 식탁 위에

펼쳐졌다.

" 아... 아파! "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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