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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ep2. Jealousy-- >

 어어. 눈을 뜨려는데 이마가 지끈지끈. 너무 아파왔다. 어제 화를 참지 못하고 벽에다 머리를 마구 찧어갔던 그 통증이 이제야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아아."

 그 통증에 나는 손을 이마에 가져가며 나지막한 신음소리를 내었다. 그런데. 내 이마에 상처가 아니라 뭔가 덧대어져있는 게 느껴졌다. 

"응?"

 내가 잠시 비틀거리며 침대에서 일어나려는데 옆에서 날 잡는 손이 느껴졌다. 그래. 지혜. 너구나. 잠시 잊고 있었던 어제 일이 다 떠올랐다. 나는 거의 지금은 자포자기하는 심정이었다. 그리고 지혜한테는 아직도 미안한 마음이었다. 아마도 누나와는 예전처럼 돌아가기 쉽지 않겠지. 먼저 신뢰를 무너뜨린 것도 나였고. 거기다가 지혜랑은 이제 건너서는 안 될 강을 건너고 말았으니까. 

"아흑."

 나는 잠시 지혜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욱씬거리는 머리 때문에 두 손을 머리에 감싸39/44 39

고 신음성을 내었다. 아흑. 뭐냐. 이 두통은. 뭔가 뾰족한 걸로 머리를 콕콕 쑤시는 듯한 두통이었다. 젠장. 

"괘. 괜찮아?"

 지혜가 머리를 부여잡는 나를 보고는 걱정스런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이마에 거즈를 붙여놓은 것도 지혜인가? 

"하아. 괜.. 찮아. 이거.. 니가 붙여놓은 거냐?"

"으응.. 약국 갔다 왔어. 간단하게 연고랑 해서.. 그래도 병원은 가봐야 되지 않을까?"

 하아. 저렇게 나오는 지혜를 보니까 어제 일이 더 미안해진다. 지혜가 저질렀던 일보다 더 큰 잘못을 나는 그녀에게 저질렀다. 난 나한테 그렇게 폭력성이 존재하고 있다는 걸 몰랐다. 나도 어떻게 된 일인지 잘 모르겠다. 어제 저녁에 있었던 일 말이다. 맨 처음 지혜를 원룸으로 데려와 거의 강간하다시피 강제로 안았던 때의 기억은 흐리다. 그저 중간에 자신이 지혜의 처음을 가져갔을 때. 지혜의 고통스러워하는 표정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라는 것? 그리고 그 다음부터는 기억이 생생하게 나고 있었다.

"내가... 어젠 정말 미안했다."

"미안하다고 하지 마.. 그럼 내가 더... 마음이. 안.. 좋으니까."

 풀이 죽은 것 같은 지혜의 목소리가 들린다. 나는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러고 보니. 지혜의 왼쪽 뺨에 살짝 멍이 들어있는 게 보였다. 왼쪽 입술에도 붉은 기운이 보이는 걸 보니. 아무래도 어제 내가 그녀의 뺨을 후려쳤을 때 생긴 것들 같았다. 세상에. 엄마가 어릴 때부터 항상 하셨던 말이 떠올랐다. 남자는 첫째도 매너. 둘째도 매너. 셋째도 매너가 중요하다. 그리고 절대로 여자한테 손찌검하면 안 된다고. 그렇게 강조하시던 엄마 말이 생각난다. 난 그러겠다고 말했고.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여자를 때려본 적은 없었다. 물론 말다툼은 심하게 했지만 적어도 손을 올려본 적은 없었다. 

"아팠지?"

 내가 지혜의 왼 뺨에 내 오른 손을 가져가서 감쌌다. 따뜻한. 그리고 보드라운 그녀의 뺨이 손에 느껴졌다. 지혜는 내가 손을 가져가자 약간 움찔했다. 평소에 당당하던 그녀의 모습과는 너무나도 다른 그 가녀린 모습에 난 잠시 할 말을 잊었다. 

그러고 보니. 난 내가 또 나쁜 새끼라는 걸 깨닫는다. 미진이 누나를 어제 저녁부터 완전히 잊고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 정확히 지혜와 몸을 섞으면서부터 미진이 누나의 생각을 완전히 머리에서 지웠던 것이 생각난다. 솔직히 말해서 난 미진이 누나한테 한 번도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는 않았다. 좋아한다. 사랑스럽다. 라는 말은 했어도. 사랑해요. 라고 그녀에게 말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준 것도 없네. 준 것도 없어. 받기만 디따 받고. 준 것도 하나도 없고. 참 내. 

"그나저나 너 부모님 걱정 안 하시냐?"

"괜.. 찮아. 친구들이랑 찜질방에 간 거로 알고 계셔."

"그래?"

"응... 노래방에서. 너 나가고.. 그렇게 말씀드렸어."

 노래방이라. 어쩌면 지혜는 어떤 일이라도 벌어질 거라고 예감하고 있었던 걸까? 

"하아. 이건 어떡하냐. 너희 부모님한테도 내가 못 할 짓 했다."

 계속 지혜의 살짝 멍이 든 뺨이 거슬린다. 부르튼 입술도 거슬리고. 그리고 가장 거

슬리는 건 지금 내가 누워있는 침대 시트에 있는 붉은 얼룩이었다. 파과의 고통이 고즈란히 담겨져 있는 그 얼룩. 죄책감은 깊어만 진다. 난 멍하니 침대시트를 바라보고 있었다. 죄책감과 복잡한 심정을 담아서. 그걸 지혜가 알아차린 것일까? 

"난. 정말 괜찮아.. 그리고 미안해.. 나 때문에 괜히 너랑.. 그 언니. 그 언니도 상처 많이... 받았겠지? 내가. 정말 어떻게 정신이 나갔었나봐... 질투심 때문에 눈이 멀어서.. 난 신경쓰지 말아.... 그리고 필요하다면.. 내가 그 언니 만나서 다 설명할게."

"그러면? 너랑 나 사이에 있었던 이 일도 없어지는 거냐?"

"괜.. 찮아.. 나. 너랑 있었던 추억이라고 생각할게. 그 언니한테는 절대로 말 하지 않을 거야."

"흥. 그러면 내 마음이 편해질 거 같냐? 날 도대체 어느 정도로 개새끼를 만들려고 그러냐. 추억? 니 가치가 그것밖에 안 되냐? 처녀까지 나한테 줘놓고."

"그럼.. 어쩌라고. 나 보고.. 내가 애초에 잘못한 거잖아.. 그러니까 내가 이러는 거잖아.. 씨이."

"몰라. 여하튼 넌 미진이 누나 만날 생각은 하지도 마. 니가 설명한다고 해도 둘이 만나서 좋을 건 없어 보인다.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넌 그냥. 공부나 열심히 하고 있

어. 괜히 이걸로 마음고생 하지 말고. 이번 일 때문에 성적이라도 떨어지고 이러면 나한테 혼날 줄 알고. 알겠어?"

"아.

알았어."

"일단... 씻고. 오늘은 집에 돌아가. 그나저나 그 뺨은 어떻게 하냐."

"괜찮아.. 둘러될 테니까 걱정하지 마."

 하아. 지혜가 침대에서 일어난다. 일어날 때 나지막한 목소리로. 아아. 라는 소리를 내는 것을 보면. 그리고 걷는 게 조금 어색해 보이는 걸 보니. 아무래도 어제의 섹스가 아직까지 몸에 영향을 주고 있는 모양이었다. 새삼 저런 몸으로 약국까지 가서 내 이마에 거즈까지 붙여준 걸 보면. 날 정말 좋아하긴 좋아하는 모양이다. 그나저나 어쩌지. 후우. 나는 일어나서 대충 트레이닝복을 챙겨서 입었다. 지혜가 씻고 나오면 일단 데려다 줄 생각이었다. 쓰고 갈 모자도 준비하고. 나는 트레이닝복을 입은 채 침대에 드러누웠다. 일단 지혜한테 큰소리를 치기는 쳤는데. 막상 어떻게 해야 될지 막막하다. 미진이 누나한테는 뭐라고 하나. 그렇다고 정말 지혜 말처럼 모두 없던 걸로 하고 되돌아 갈 수도 없고. 심지어 누나한테 먼저 전화를 걸 용기도 나지가 않는다. 죄를 짓고 나니 마음이 불편한 게. 이래서 죄를 지으면 안 된다는 거다. 사람이 일단 마음이 불편하니39/44 

까. 얼마나 불편한 지 모르겠다. 지금 이렇게 누워있지만 지금도 좌불안석이다. 한참을 그렇게 누워 있다 보니 지혜가 씻고 나왔다. 대충 찬물로 얼굴이나 씻은 모양이다. 그래도 들어갈 때보다 단정해진 머리 등이 보기는 좋았다. 화장기 없는 맨 얼굴이 보기 좋았다. 다만 외쪽 뺨에 약간 불그스름하게 멍이 든 모습이 안쓰럽게 보였다. 그녀가 옷을 제대로 챙겨 입었다. 그런데 그녀가 입고 있는 티셔츠는 정말 엉망이었다. 목도 늘어지고. 온통 꾸깃꾸깃한 상태. 어쩔 수 없이 지혜는 재킷을 끝까지 동여 입었다. 그걸 보니 어제 내가 얼마나 그녀에게 난폭하게 굴었는지 알 수가 있었다. 가뜩이나 미안한 마음이 그것을 보니 더 미안했다. 나는 모자를 쓰고 지혜와 함께 원룸을 빠져나왔다. 그리고는 바로 택시를 잡았다. 걸어갈 수도 있는 거리지만 지금 지혜 몸 상태도 그리 정상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근데 참 어처구니가 없는 건. 지금 이 순간에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이 뭔지 아나? 돈에 대한 생각이었다. 어제 내가 지불했던 노래방 값이나 택시비 등. 참 내. 이 심각한 상황에서 생활비가엄청 나갔다는 게 생각이 나다니. 나도 참. 어처구니가 없는 놈이다. 지혜 집 앞에서 택시는 멈추었고. 나는 그녀와 함께 내렸다. 그녀를 들여보내기 전에 나는 손수 그녀의 옷을 추슬러주었다. 특히 지혜 부모님한테 죄송스러운 마음이다. 곱게 키운 딸일 텐데. 잘나지도 않은 엄한 놈팽이가 마음대로 희롱해 버렸으니. 

그녀가 들어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나는 몸을 돌렸다. 그나저나 지혜네 집. 꽤 잘 사네. 그런데 여기면 버스정류장에서 생각보다 많이 걸어야 될 거 같은데. 새삼 지혜가 나랑 같이 타려고 버스까지 바꾼 걸 느낄 수가 있었다. 난 지혜네 집에서 원룸까지 걸어오면서 챙겨온 방울을 만지작거렸다. 한참을 방울을 만지다가 나는 휴대폰을 꺼내어 들었다. 

"전화를 해야 하나. 어쩌나."

 잠시 망설이다가 나는 휴대폰으로 미진이 누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는 가지만. 받지를 않는다. [고객님이...] 그래. 전화 받기도 싫겠지. 누나한테는 어떻게 하지? 하아. 이젠 정말 어찌해야 되는지 잘 모르겠다. 지혜랑 있었던 일까지. 머리가 너무 복잡했다. 딸랑. 딸랑. 딸랑. 이렇게 복잡할 때. 내가 할 수 있는 게 방울을 흔드는 것뿐이라니. 하아.

============================ 작품 후기 ============================주인공 ㅄ임... ㅠㅠ 다음편에 1부 끝임. 방울 각성하고. 주인공은 시크하고 나쁜 남자 될 거임. 된장.

근데 ㅋㅋ 제가 주인공 상황이라도 주인공보다 ㅄ짓 안 할 자신은 없음. 여하튼 그건 그렇고. 하우. 비가 올듯말듯한 이 날씨. 꿉꿉합니다. 댁들은 어떤지요? 여하튼 지혜는 착한애였음돠... 질투에 눈이 멀어서 ㅠㅠ=====================================================================

여하튼 지혜는 착한애였음돠... 질투에 눈이 멀어서 ㅠㅠ=====================================================================Text Loadi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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