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Step2. Jealousy-- >9 (29/40)

< --Step2. Jealousy-- >

 집으로 돌아온 지혜. 그녀의 표정은 눈에 띄게 밝았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그녀는 부모님께 인사를 하고 샤워를 간단히 한 후에 방으로 돌아와 책상에 앉았다. 책상 옆에 있는 책장에는 책이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가지런히 꽂혀져 있었고 학용품도 조금의 흐트러짐도 없는 것을 보아하니 그녀의 성격을 알 만 하다. 

"일단. 됐어. 일단."

 영문 모를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리는 지혜. 무엇이 되었다는 건지. 지혜는 침대 옆에 두었던 가방에서 휴대폰을 꺼내었다. 최신형의 스마트 폰. 민수가 무료한 시간이 지겨울 때 필요성을 느꼈던 그 스마트 폰이었다. 그녀는 스마트 폰의 버튼을 눌러 화면을 켰다. 도트를 해제한 스마트 폰의 배경에는 공부를 하고 있는 민수의 사진이 들어가 있었다. 민수가 봤으면 조금 놀라지 않았을까 싶다. 잠시 스마트 폰을 이리 저리 만지는 지혜. 그리고 그 스마트 폰에는 놀랍게도 미진의 번호가 떠 있었다. 오늘 민수의 폰을 만지면서 미진의 번호를 알아낸 지혜였다. 그 번호를 천천히 저장해 가는 지혜. 32/44 32

"나쁜 년."

 미진의 번호는 지혜의 휴대폰에 [나쁜년] 이라고 저장되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에 섬뜩한 웃음이 지어졌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려는지... - - - 

"응. 누나. 미안해요. 이번 주 토요일에 친구가 저 만나러 올라온다고 해서요. 못 갈 거 같아요."

 [뭐? 그럼 같이 만나면 되잖아. 내가 맛있는 거 사줄게.] 

"아니에요. 그. 친구들이랑 같이 그러니까. 음.. 남자들끼리 놀려고요. 하.

하.

하."

 [수상해... 남자끼리 뭐 하게? 솔직하게 불어!] 

"뭐가 수상해요. 그러니까 오랜만에 고향친구 만나니까 그냥 신나게 놀려고 하는 거죠. 저 못 믿는 거에요?"

 [아니. 그건 아니고. 피이. 알았어. 잘 놀아. 일요일에는 올 거지?]

"그럼요. 제 친구 일요일 아침에 내려간다고 하니까요. 갈게요."

 [알겠어.] 휴우. 그런데 내가 왜 지혜랑 만나는 걸 누나한테 감추는 걸까? 도둑이 제 발 저리는 걸까? 아니면. 혹시 뭔가 찔리는 게 있는 걸까? 죄책감이 조금 들었다. 지금이라도 다시 전화해서 사과하고 사실대로 말할까? 그런데 왜 자꾸 그걸 감춰야 될 거 같은 거지? 내 마음을 나도 잘 모르겠다. 어쩌면 누나 몰래 지혜랑 데이트를 하고 싶은 마음일지도 모르겠다. 나도 남자라고. 여자친구도 있는데 이런 마음이 들다니. 

"휴우."

 누나와의 통화를 끝내고 침대에 누워서 한숨을 내쉬었다. 참. 나. 그러고 보면 나도 참. 못된 놈이다. 지혜가 아직까지 나한테 마음이 있는지 알면서도 이렇게 가까이 지내는 걸 보면. 단칼에 쳐내야 되는데 그게 잘 안 된다. 아쉬움이라고 해야 하나? 어장관리라도 하고 있는 건가? 인간 김민수. 더럽게 성공했네. 시부럴. 분명 누나를 좋아하는 게 분명한데. 그렇다고 지혜를 단칼에 쳐내고 싶은 마음도 없으니. 이래저래. 마음 복잡한 하루였다. - - -

날씨는 꽤 쌀쌀했다. 이제는 지나가는 사람들도 외투를 입고 다녀야 될 정도의 날씨였다. 그렇다고 뭐 막 춥다. 이 정도는 아니지만 말이다. 그래도 오늘 날씨는 괜찮았다. 어제 저녁에도 기상캐스터 누나가 오늘 날씨는 화창하다고 말해줬다. 크크. 내가 매일 저녁에 꼬박꼬박 챙겨보는 기상일보였다. 어쩌면 날씨보다 기상캐스터에 더 관심이 있는 것 같지만 말이다. 나는 검은색 면바지에 흰 셔츠를 입고 그 위에 재킷을 걸쳤다. 뭐. 나름대로 거울을 보니 괜찮은 거 같다. 

"짜식."

 왁스로 머리까지 해 놓은 모습을 보니 그래도 좀 잘나 보인다. 하긴 남자들은 그들 대부분이 자신의 얼굴이 괜찮다고 생각하는 동물들이니까. 나는 지갑과 열쇠, 휴대폰을 챙기고 원룸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는 바로 택시를 타고 약속장소로 향했다. 

"민수야. 여기야."

 택시에서 내려 잠시 주위를 바라보는데 활짝 웃으면서 지혜가 나를 발견하고는 손을 흔들어주었다. 나름 일찍 온다고 왔는데. 먼저 왔구나. 허. 참. 요새 여자들이랑 만나는데 한 번도 먼저 도착해 본 적이 없다. 이게 도대체. 크크. 그렇다고 내가 약속시간에 늦는 나쁜 남자인 것도 아닌데.

"어. 지혜야."

 나는 지혜에게 손을 흔들며 다가갔다. 늘씬한 다리가 잘 들어나는 청바지에 프린팅 티셔츠. 그리고 잘록한 허리선이 돋보이는 재킷을 입은 모습. 전체적으로 그녀의 늘씬한 몸매가 부각되는 패션이었다. 

"예쁘다. 오늘."

 평소 학교에서는 머리를 묶고 있는 모습만 보다가 머리를 푼 모습은. 정말 장난이 아니었다. 고운 머릿결에. 어깨 조금 밑까지 오는 긴 생머리는 가히 남자의 로망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았다. 두근. 두근. 미. 미쳤나. 왜 이래. 갑자기 나는 그녀를 보고 두근거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미친 놈. 애인도 있는 놈이 지금 여기서 두근거리면 어쩌잔 말이야? 나는 황급히 방울을 꺼내어 흔들었다. 딸랑. 딸랑. 딸랑. 방울의 청아한 소리에. 나는 급격하게 마음이 안정되는 것을 느꼈다. 지혜는 갑자기 

내가 방울을 꺼내 흔드는 모습을 보고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아. 

"왜. 갑자기 방울을 흔드는 거야?"

"아니. 아무 것도 아니야. 방울소리 듣기 좋지?"

"응. 그 방울소리는 좀 특별한 거 같아. 좀 마음을 울려오는 방울소리랄까? 그거 어디서 산거야? 나도 살 수 있으면 사게."

"아. 이거? 주은 거야."

"그렇구나."

"그만 갈까?"

"응. 가자."

 내 말에 그녀가 수줍게 내 손을 잡았다. 이 아가씨 왜 이래. 나는 슬쩍 손에 힘을 주어 손을 빼내려고 했다. 그러자 지혜가 서운한 듯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치이. 그래도 오늘 나름대로 데이튼데. 손도 안 잡아주려고?"

"그래도 좀 찔려서. 미안해."

"오늘 하루만 잡으면 안 될까? 응?"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애원하는 듯한 눈빛으로 지혜가 나를 바라보았다. 아이 씨. 이런 눈빛을 하면 도저히 거부할 수가 없잖아. 그래. 눈 딱 감고. 오늘만 손잡는 거다. 오늘만. 오늘만. 나는 큰 결심을 하고 놓으려고 했던 지혜의 손을 힘을 주어 잡았다. 여고생의 부드러운 손이 내 손 안에 가득히 잡혀왔다. 빌어먹을. 미진이 누나에 대한 죄책감이 들면서도 또 이 감촉이 설레니. 난 정말. 남자는 다 늑대라더니. 

"가자."

"그래. 헤헤."

 활짝 웃는 지혜. 그 표정을 보니 죄책감이 사라지고 마음 한 구석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 오늘은 지혜 친구로서. 

나는 큰 결심을 하고 놓으려고 했던 지혜의 손을 힘을 주어 잡았다. 여고생의 부드러운 손이 내 손 안에 가득히 잡혀왔다. 빌어먹을. 미진이 누나에 대한 죄책감이 들면서도 또 이 감촉이 설레니. 난 정말. 남자는 다 늑대라더니. 도 또 이 감촉이 설레니. 난 정말. 남자는 다 늑대라더니. Text Loading ...

< --Step2. Jealousy-- >

 지혜와 택시를 타고 도착한 곳은 원더랜드였다. 이름부터 뭔가 환상적이지 않은가? 한국에서 가장 큰 놀이공원 중에 한 곳이기도 했다. 단순 놀이공원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레저, 사파리, 숙박시설까지 겸용하고 있는 어마어마하게 큰 곳이기도 했다. 이용권 요금이 장난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지혜가 온라인으로 주간 일일 이용권을 이미 예매했었다. 에휴. 이럴 때 보면 나는 참 이런 거에 젬병인 놈이다. 지혜한테 미안해서 나는 오늘 식사는 내가 다 사기로 그녀에게 약속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토요일. 오전이지만 안에는 사람들이 벌써부터 막 들이닥치고 있었다. 

"사람 진짜 많네."

"그러게. 히히. 그래도 좋다. 우리 일단 뭐 하나라도 타자."

"오자마자?"

"그래. 그래야 본전을 뽑지. 부지런히 타야 돼. 지금 그나마 사람 없을 때 말이야."

"그러자.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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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혜의 손에 거의 끌리다시피 해서 따라갔다. 주변을 돌아보니 정다운 풍경이 펼쳐진다. 아이 손을 잡고 온 부모의 모습.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걸어 다니는 모습. 제각기 다른 사람들이지만 모두 행복해 보이는 표정이었다. 지혜의 손을 잡고 함께 걸어가며 나는 그녀의 표정을 바라보았다. 지혜 역시 행복해 보이는 표정이다. 그래. 나도 행복하다. 그나저나 정말 다르다. 뭐가 다르냐고? 내가 갔던 지방의 놀이공원과는 규모나 시설이 차원이 다르다는 이야기다. 서울 올라오기 전에도 놀이공원에 안 가봤던 건 아니다. 아니 사실은 꽤 자주 갔다. 심지어 학교에서 소풍도 놀이공원에 갔을 정도니까.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그 곳은 별로 시설이 좋다고 할 수가 없었다. 그다지 놀이기구가 많은 것도 아니었고. 그래도 나름대로는 즐겁다며 즐겼었다. 아니 그 때는 그 곳의 시설이 안 좋다는 것을 별로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오늘. 원더랜드에 와서 살펴보니. 이건 뭐 차원이 다르다. 차원이. 솔직히 말해서 겉으로 티는 안 내려고 하지만 지금 난 상당히 들떠있었다. 

"우리 저거 타자."

 손을 잡고 나를 끌고 가는 지혜. 눈앞에는 보기만 해도 아찔해지는 뭐라고 해야 되나? 청룡열차라고 해야 되나. 정확한 명칭은 모르겠지만 롤러코스터가 맹렬한 속도로 움직이고 있었다. 정확한 이름은 엄청 몽환적으로 길게 붙여놓은 거 같았는데. 내 

알 바는 아니다. 내가 그 정확한 명칭을 알 필요는 없지 않나. 

"저. 저거?"

 조금 쫄았다. 원래 지방에서 놀이공원에 갈 때도 저런 거는 잘 타질 않았다. 내가 조금 머뭇거리는 기색을 보이자 지혜가 웃으면서 말했다. 

"설마 무서운 거야?"

"아니야. 무섭기는."

 솔직히 무섭다. 하지만 사나이 자존심이 있지. 나는 지혜의 손을 잡고 앞장서서 걸었다. 그리고는 롤러코스터를 타기 위해 줄을 서 있는 사람들 뒤에 가서 섰다. 점점 줄이 줄어들고. 내가 저걸 타야될 시간이 다가오면서. 하아. 점점 긴장이 되었다. 반면에 지혜는 마냥 신난 모습이었다. 얘 봐라. 장난 아니네. 진짜. 완전 강심장이다. 

"재밌겠다. 호호."

"후우. 그러게. 진짜 재밌겠네."

"많이 긴장돼? 우리 타지 말까?"

"쓰읍. 무슨 그런 말을. 나 김민수. 이런 걸로 무서워 하고 그런 놈 아니다."

 개뿔. 자존심은. 겉으로 의연한 척 하지만 줄은 점점 줄어들고. 결국 내 차례가 왔다. 열차 중간쯤에 앉고. 나는 안전장비를 확실히 확인해본다. 

"이거 막 올라가고 그러진 않겠지?"

"에이. 안 그래."

 긴장해 있는 내 모습이 재미있는 듯 지혜는 연신 날 보며 싱글벙글이다. 허.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나도 웃음 밖에 안 나온다. 그리고... 출발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죽을 뻔 했다. 저런 건 내 체질이 아닌 가 보다. 난 무서워서 온 인상을 찌푸리고 겨우겨우 참아내면서 탔는데 내 옆에 아가씨는 전혀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타면서도 계속 웃는 거 같았는데 내려와서도 너무 재밌었다며 한 번 더 탈까? 라고 말해왔다. 비틀. 

"아. 아니. 좀 어지럽네? 잠시만 좀 앉을까?"

그녀의 한 번 더 타자는 말에 몸이 절로 비틀거렸다. 어휴. 나는 근처에 있는 벤치에 가서 엉덩이를 붙였다. 지혜가 내 옆으로 다가와서 앉았다. 

"많이 어지러워?"

"아니. 괜찮아. 조금만 앉아 있다가 다른 거 타러 가자. 저거 말고."

"호호호. 알았어. 그러자."

 내가 울렁거리는 속을 달래기 위해 잠시 앉아있는 동안 지혜는 내 옆에 달싹 붙어 앉아있었다. 애초에 지혜와의 이런 상황들이 은근히 즐거웠기 때문에 나는 그녀를 전혀 말리지 않았다. 남자의 본능이라고 할까? 그래봤자 변명에 불과하겠지만. 다음으로 탄 놀이기구는 후룸라이드였다. 내가 제일 좋아했던 놀이기구. 그런데 여기는 코스길이가 차원이 다른 것 같았다. 내가 갔던 놀이공원에서는 급강하 구간이 딱 하나였는데 반해 여긴 두 군데였고, 코스 전반적으로 길이 역시 훨씬 길었다. 후룸라이드를 좋아하는 이유는 한 가지다. 물방울이 튀면서 급강하를 할 때. 그 느낌이 정말 좋았던 것이다. 특히 후룸라이드에서는 한 가지 이벤트가 더 있는데 그건 바로 사진이었다. 급강하 코스에 사진기가 설

치되어 있고 내려갈 때마다 사진이 찍히는 것이었다. 후룸라이드를 다 타고 내려왔을 때. 지혜와 나는 사진을 찾으러 갔었다. 사실 지혜는 별로 사진을 보고 싶지 않았던 모양이지만 나야 꼭 사진을 찾아가니까. 사진을 보니 절로 웃음이 터졌다. 나는 v자를 그리며 베테랑의 면모를 뽐내었는데 지혜가 표정이 조금 웃겼던 것이었다. 지혜. 야도 참 웃긴 게. 그 무서운 롤러코스터는 그렇게 멀쩡한 표정으로 탔으면서. 후룸라이드는 왜 이렇게 웃긴 표정을 지으면서 내려온 건지. 지혜가 사진을 보고는 에이. 정말. 이라면서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내가 사진을 보고 웃자 지혜는 내 손에서 사진을 빼앗아 가버렸다. 

"크크. 표정 진짜 웃기다. 그 예쁜 얼굴이 이렇게 망가질 수 있구나. 하하하."

"치. 그만 해. 물 튀는 게 싫어서 그랬단 말이야."

"하하하. 시원하니 좋잖아. 안 그래?"

"흥."

 토라지듯 고개를 돌리는 그녀. 나는 그런 그녀가 귀여워서 나도 모르게 그녀의 옆구리를 손가락으로 쿡쿡 찌르며 장난쳤다.

"아이. 참. 간지러워."

 그녀가 내 손길에 그녀가 간지러운 듯 웃음소리를 내며 몸을 조금씩 비틀며 움직였다. 나는 그런 반응이 너무 재밌어 조금 더 그녀를 간지럽혔다. 그러던 중 지혜가 다리가 돌부리에 걸렸는지 넘어지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와락. 나는 황급히 지혜가 넘어지려는 걸 막으며 그녀를 껴안았다. 지혜의 가녀린 몸이 내 품에 폭 안겨왔다. 이런. 장난을 좀 심하게 쳤는 걸까. 그것보다 이 상황을 어떡하지. 지혜의 가녀린. 그러면서도 뭉클한 몸이 품에 쏙 들어와서 난 어쩔 줄 몰라 잠시 그녀를 안고 있었다. 지혜가 내 품에 안겨서 복숭아 빛으로 얼굴을 살짝 붉히고는 날 올려다보고 있었다. 두근두근. 내 지조없는 가슴이 또 살짝 울렁거렸다. 나는 그녀의 양 팔을 잡고는 살짝 그녀를 떼어내며 말했다.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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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응. 민수. 너가 잡아줘서 덕분에."

"무슨 애가 장난 좀 쳤다고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려고 하냐. 하마터면 쪽 팔릴 뻔 했네."

"치이. 너가 간지럽혔잖아. 솔직히 말해봐. 일부러 나 안으려고 그랬던 거 아냐?"

"야가. 야가. 큰일 날 소리를. 하하. 아니다. 우리 딴 거 하러 가자."

"수상해. 김민수."

"어허. 수상하기는."

 나는 이 상황이 조금 뻘쭘해서 황급히 상황을 넘기기 위해 얼버무리며 지혜의 손을 잡고 걸어갔다. - - - 지혜와의 데이트는 충분히 즐거웠다. 예상했던 것보다도 훨씬. 미진이 누나와 공포영화를 봤을 때도 그렇지만 특히 여자랑은 역시 무서운 걸 같이 해야 된다는 것도 깨달았다. 무슨 이야기냐고? 원더랜드에서 데이트를 할 때 귀신의 집에 들어갔을 때 이

야기지. 솔직히 나도 좀 쫄았던 적이 몇 번이나 있을 정도니까. 롤러코스터나 이런 놀이기구는 뺑뺑 돌거나 높이 올라가고 그런 게 무서운 거지. 사실 나는 귀신이나 공포물 이런 거는 별로 무서워하지 않는 성격이다. 그런 내가 쫄았던 적이 몇 번 있었다는 거는 무슨 말이냐. 다른 사람들은 진짜 화들짝 놀래는 경우가 많다는 말이다. 여하튼 덕분에 귀신의 집에서 지혜는 거의 내 옆에 꼭 붙어서 움직였다. 화들짝 놀래서 비명을 지르며 안겨오는데. 아우. 웃긴 건 여러 번 지혜의 몸을 품에 안아가면서 내 자신의 거부감도 사라졌다는 거다. 세상에. 오늘 데이트를 하면서 아침에는 꽤 컸던 죄책감이 저녁이 다 된 지금에 와서는 거의 사라져버렸으니. 김민수. 나 혹시 바람둥이 기질이라도 있는 걸까? 우유부단한 걸까? 둘 다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점심을 먹고 원더랜드에서 저녁까지 놀다가 원더랜드에서 나와서 우리는 저녁을 먹었다. 간단히 먹고. 지혜는 노래방에 가고 싶다. 라고 말했다. 노래방이라. 남자애들이랑 시험치고 몇 번 가기는 했지만 여자랑 단 둘이 가는 건 처음이다. 세상에. 미진이 누나 랑도 안 해본. 난생 처음 해보는 것들을 지혜랑 너무 많이 해보고 있다. 

"그래. 가자."

 내가 택시를 타고 지혜를 데리고 간 곳은 몇 번 가본 적이 있는 노래방이었다. 밤10시 이후야 청소년들은 출입금지인 게 이 나라의 법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밤 10시가 

되려면 시간은 많이 남았다. 한 탐 정도는 충분히 하고도 시간이 많이 남는 게 사실. 월드 노래방. 대학가에 있는 노래방 중에 한 곳이다. 현민이 놈 때문에 알게 된 곳이기도 했다. 캬. 생각해보니 박현민. 이 자식이 내 서울라이프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 새삼 느껴진다. 학교에 가면 더욱 괴롭혀줘야겠다. 

"어. 학생. 오늘은 여자친구랑 같이 왔네?"

 내가 들어가자 푸근한 인상의 노래방 주인아줌마가 말을 걸어왔다. 사실 몇 번 온 게 다지만 내 얼굴을 알아보다니. 아줌마. 기억력이 좋은 건지. 아니면 상술이 좋은 건지. 아무래도 기억력같다. 그러니까 오늘은 여자친구랑 같이 왔네. 라고 말을 하지. 여하튼 기억력 좋은 아줌마한테 잠시 감탄을 하다가 말을 했다. 

"네. 하하. 오늘은 그렇네요."

"매일 남학생들끼리만 오더니. 아가씨. 참 예쁘네요."

 아줌마가 지혜한테 웃으면서 상냥하게 말을 걸었다. 

"정말요?"

"그래요. 호호."

"좋은 방으로다가 하나 주세요. 서비스 시간은 아시죠?"

"알았어. 잘 줄 테니까. 자. A2번 방으로 가요."

간단하게 방을 정한 후에 나는 지혜와 함께 노래방 안으로 걸어갔다. 각 방에서 큰 노래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소찬휘의 노래를 꽥꽥 질러가는 어떤 여자 목소리도 들리고, 고해를 부르는 남자 목소리도 들린다. 고해라니. 요즘 TV에서 남자가 부르지 말았으면 하는 곡 1위가 고해인 판국에. 쯔쯔.

============================ 작품 후기 ============================한 편 더 올릴거임.

스토리를 조금은 억지로 끌어가는 느낌.

하지만... 일단 뭐. 각성까지는 끌고 가야죠. 그때가 1부 끝이 될 거임.

아마 2부 부터는 조금 성격부터 달라진 주인공이 될 거임.

그리고. 하렘? 물론 여자가 더 나타나긴 하겠지만 무작정 하렘은 없을 거고. 방울의 제한도 있을거고. 그렇슴돠. 그나저나 폭염때문에 모기가 없어졌나 했더니 비오고 온도가 조금 내려가서 그런가? 모기에 한 방 물렸음다. ㅋㅋㅋㅋㅋㅋㅠㅠ ㅠㅠ ㅠㅠ ㅠㅠ ㅠㅠ슬퍼라. =====================================================================

슬퍼라. =====================================================================Text Loadi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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