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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ep2. Jealousy-- >4 (24/40)

< --Step2. Jealousy-- >

 행복 사우나. 요즘 뭐 피트니스 센터니 스파월드니 하는 게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지만 현민이가 자주 간다는 행복 사우나는 그런 곳과는 거리가 멀었다. 친숙한 동네 사우나. 요즘처럼 인테리어가 화려한 그런 곳이 아니라 조금은 어두컴컴한 분위기의 친숙한 동네 사우나였다. 나한테는 이런 곳이 더 좋았다. 더 정겹지 않은가. 

"남자 넷요."

 각자 돈을 꺼내어 지불하고. 우리는 건물 삼 층에 있는 남자 사우나로 올라갔다. 그리고 카운터에서 각자 표를 건네고 열쇠를 받은 우리들. 목욕탕 풍경은 정겨웠다. 목욕탕에 마련 되어 있는 쇼파에는 한 아저씨가 벌거벗은 채 누워있었고, 또 나무평상엔 다른 아저씨가 발톱을 깎고 있었다. 척척척 하는 소리와 함께 목욕탕 스킨을 바르는 아저씨도 있었고. 번잡하지는 않지만 평범한 목욕탕 속 풍경이었다. 아마. 여기 오는 저 아저씨들은 다 이 사우나 단골인 것 같았다. 원래 사우나라는 곳이 한 번 정붙이고 단골이 되면 다른 곳은 가는 게 26/44 26

조금 어색하기도 하지 않은가? 

"137번. 어딨노?"

"따라와."

 내 번호는 137번. 135번부터 138번까지. 우리 네 명의 번호였다. 조금 안쪽에. 우리들의 라커가 있었다. 각자 자신의 라커앞에 서서 천천히 옷을 벗어가는 우리. 현민이 놈이야. 겉으로 보면 모르지만 은근히 군살이 많은 스타일이고, 명철이는 키도 크고 덩치도 컸다. 물론 그만큼 살도 쪘지만 그렇게 보기 싫은 것은 아니었다. 나야. 군살도 없지만 그렇다고 뭐 근육이 있는 것도 아닌. 그냥 호리호리한 몸이었고. 그나저나 진한이가 몸이 좋았다. 운동을 열심히 하는 것 같았다. 

"이야. 진한이 니 운동 열심히 했나보네."

 내가 진한이 몸을 보고 감탄했다. 현민이가 그래. 몸 좋다. 라며 동감했고. 명철이도 고개를 끄덕였다. 

"뭐. 축구 잘 하려면 운동을 열심히 해야 되니까."

"아. 맞다. 축구 대마왕."

 축구 대마왕. 축구를 할 때만 다혈질로 변하는 진한이의 별명이었다. 하지만 실력은 

훌륭해서 우리 반 부동의 원톱 스트라이커를 맡고 있기도 했다. 나는 그 말에 동감을 하며 팬티를 벗었다. 그리고. 세 놈의 시선이 나한테 집중되는 게 느껴졌다. 

"진짜 보물은 여기 있었네."

 진한이의 농담. 나의 굵고 긴. 위풍당당한 똘똘이를 보고 진한이가 하는 농담이었다. 크크. 나는 자랑스럽게 허리를 내밀었다. 

"좀 대단하냐?"

"장난 아니네. 수술한 거 아니냐?"

"수술이라니. 자연산인기라. 축복받은 거라 할까?"

 난 장난스럽게 말하며 라커 문을 잠그고 열쇠를 발목에 찬 채 사우나를 향해 걸어갔다. 나머지 세 명도 옷을 다 벗고 따라왔다. 나는 사우나만 오면 당당했다. 솔직히 남자들은 크기에 민감한 동물이다. 뭐든지 큰 게 좋은 거라 생각하는 단순한 동물이랄까? 다들 별로 의식은 안 하는 척 하지만 사우나에 오면 다른 남자 거기 크기가 얼마나 되나 관찰을 하는 동물들 아닌가? 아니나 다를까 내가 옷을 홀딱 벗고 체중계에 

올라 체중을 재고 있는데 시선들이 느껴진다. 남자의 시선은 전혀 달갑지 않지만 뭐. 난 당당하니까. 

"어. 살 좀 쪘네."

 내가 체중계에 나온 숫자를 보며 기뻐서 말했다. 62킬로그램이라는 수치가 나온 것이었다. 원래는 60킬로그램이었는데 말이다. 

"원래는 몇 킬로였는데?"

"60. 크크. 다행이다. 살이 좀 찐 모양이네."

"난 살 좀 빠져야 될 텐데."

 현민이가 내가 내려온 체중계에 올라서면서 말했다. 나랑 키는 비슷하지만 녀석의 몸무게는 69킬로그램이었다. 

"흐윽. 1킬로 늘었다."

 울상을 짓는 박현민. 내가 녀석에게 말했다.

"난 그 몸무게가 부러운데?"

"이 군살도 부럽냐?"

 자신의 옆구리를 잡아서 나에게 보여주는 현민이. 아뇨. 그건 별로. 진한이와 명철이까지 다들 몸무게를 한 번씩 재보고 우리는 다들 샤워타월을 하나 챙겨서 사우나 안으로 들어갔다. 사우나 특유의 습하면서 따뜻한 공기가 우리를 반갑게 맞이했다. 사우나 안은 그리 번잡하지 않았다. 얼추 육안으로 살펴보니 한 열 명 정도? 목욕탕 안에 있는 것 같았다. 평일이다보니까 사람이 별로 없는 거라며 현민이가 말했다. 주말에는 터져나간단다. 허름해보여도 워낙 오래 된 사우나라서 단골이 많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샤워기 앞에 서서 간단하게 샤워를 했다. 탕에 들어가기 전에 먼저 몸을 씻는 것은 목욕탕의 기본적인 에티켓이다. 현민이는 아침에 집에서 나올 때부터 목욕탕에 갈 거라고 생각을 하고 나왔는지 센스 있게도 샴푸를 챙겨 왔다. 덕분에 명철이와 진한이와 나는 따로 샴푸를 사거나 할 필요가 없었다. 

"야. 아껴 써라."

"내 거도 아닌데 뭐. 크크."

난 샴푸를 잔뜩 짜서 머리를 감으며 말했다. 현민이가 으으. 하며 샴푸를 바라보았다. 머리를 감고. 샤워타월에 잔뜩 비누를 묻혀 샤워를 했다. 내가 면적이 가장 좁아서 그런 건지 아니면 씻는 속도가 빠른 건지. 그도 아니면 제일 꼼꼼하게 안 씻었는지 내가 제일 먼저 온탕에 들어갔다. 

"흐으으."

 아. 들어갈 때 이 느낌. 조금 뜨겁다 싶은 이 온도. 딱 좋다. 맨 처음에 들어갈 때는 살짝 온 몸이 간지러운 듯한 이 느낌. 쩐다. 역시 샤워와는 차원이 다른 느낌이다. 나는 온탕에 머리만 빼꼼하게 내놓은 채로 뒤 돌 난간에 머리를 기대고 누웠다. 곧 이어 다른 녀석들도 온탕으로 들어왔다. 

"아. 좋다. 좋아."

 다들 온탕에 몸을 밀어 넣고는 그 따뜻함에 오늘 모의고사를 친다고 나름대로 혹사한 머리의 피곤함을 풀고 있었다. 

"그나저나 민수 너 요즘 게임 접속 안 하더라."

"아. 드래곤 킬러 말이냐?"

"어. 자주 들어오더니만 요즘은 잘 안 들어오던데?"

 현민이 놈은 여전히 학교만 끝나면 드래곤 킬러를 하는 모양이다. 

"아. 게임 접었다. 이제 공부해야지."

"허. 정말 철 들었네. 철 들었어."

"니도 이제 공부해라."

"난 고3 올라가서 하면 된다. 머리가 좋으니까."

 저 근거 없는 자신감. 내가 피식 웃어주었다. 온탕에 머리만 내민 채 몸을 푹 담구고 있으니 노곤해진다. 그래. 이 느낌. 내가 좋아하는 이 느낌. 하지만 온탕에만 있으면 숨이 가뻐오는 게 문제다. 나는 잠시 몸을 일으켰다. 반신욕 하는 자세로 앉은 것이었다. 숨을 고르기 위함이다. 

"후우. 좋다. 이렇게 때 좀 불린 다음에 때나 밀자."

"때 수건 누가 사 올래?"

"가위. 바위. 보 하자."

 진한이 말에 우리는 가위 바위 보를 시작했다. 그리고 명철이가 당첨이 되어 명철이는 온탕에서 나가 때밀이 수건 4개를 사서 들고 왔다. 우리는 한참을 온탕에 더 들어가 있다가 물 밖으로 나왔다. 

"손가락 봐라. 크크."

 뜨거운 물에 몸을 오래 불렸더니만 손가락이 쭈글쭈글. 불어 있었다. 우리들은 자리를 옮겼다. 앉아서 개인적으로 씻을 수 있는 곳 있지 않은가? 목욕탕에서만 볼 수 있는 조그만 의자를 각자 들고 가서 앉아서는 때를 밀기 시작하는 우리. 

"으아. 때 봐라. 장난 아니네."

 때를 확 불린 후에 밀어서 그런 건지. 아니면 근 일 년을 목욕탕에 오지 않아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미는 족족 나오는 때는 나를 경악시켰다. 내가 이렇게 더러웠단 말인가? 

"어휴. 아주 국수가 나오네. 국수가."

 평소에도 자주 목욕탕에 온다는 현민이는 밀어도 때가 많이 나오지 않는 모양이었

다. 진한이나 명철이도 현민이보다는 때가 많이 나오는 편이지만 나보다는 적게 나왔다. 

"하아. 내가 이렇게 더러웠다니."

 중얼거리며 나는 온 몸을 빡빡 문질러갔다. 살갗이 붉게 물들 정도로 말이었다. 그렇게 몸 앞부분부터 다리까지 밀고는 우리는 서로 등을 밀어주었다. 현민이와 내가 서로 등을 밀어주기로 하고 명철이와 진한이가 또 서로 등을 밀어주기로 했다. 

"야. 아프다. 좀 살살 밀어라."

"이렇게 밀어야 때가 다 벗겨지지. 참아라. 이 형님이 봉사해주시는 데."

"형님은 개뿔."

 한참을 때를 밀었다. 얼마나 빡빡 밀었는지 팔도 아프고 온 몸에 힘도 없었다. 때를 다 밀고 우리는 다 함께 냉탕으로 뛰어들었다. 뜨겁게 달아오른 몸이 냉탕의 시원한 물로 가라앉는 듯한 느낌이 기분 좋았다. 원래 목욕탕의 백미는 냉탕에서 노는 게 아닌가? 우린 목욕탕에 있는 아저씨한테 한 소리 듣기 전까지 놀다가 밖으로 나왔다. 때도 밀었겠다. 목욕탕에서 한참을 놀았겠다. 출출해져서 나는 계란과 바나나 우유

를 먹었다. 뭐라 뭐라 해도 역시 목욕탕에서 목욕을 한 후에는 바나나 우유가 최고인 것 같다. 그렇게 목욕탕에서 조금 더 시간을 보내던 우리는 교복을 입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오랜 만에 함께 피시방으로 향했다. 결국 남자들끼리 모이면 놀러 가는 곳은 피시방인 것 같다. 하아.

============================ 작품 후기 ============================축구 잘 보세요. 좋은 밤 되시구요. 바바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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