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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ep2. Jealousy-- >2 (22/40)

< --Step2. Jealousy-- >

 집에 가는 버스는 항상 만원버스였다. 앉을 데는커녕 편안하게 서서 가는 것도 힘들 정도의 만원버스. 나는 지혜와 함께 항상 이런 버스에 같이 올랐다. 덕분에 의도치 않은 스킨쉽이 일어나기도 했다. 뭐. 나야. 미진이 누나가 있긴 하지만 이건 불가피한 일이니까. 양심에 전혀 찔리는 것도 없다. 사실 나를 대하는 지혜의 태도에서 왠지 얘가 나한테 마음이 있는 게 아닌가? 라는 생각도 했었다. 그래서 더 친절하게 대한 것도 사실이고. 하지만 뭐. 이젠 확실히 나한테 애인이 생겼으니까. 쓸데없는 친절을 지혜에게 베풀 필요는 없지. 덜컹. 잠시 생각에 잠겨 서있는데 버스가 덜컹거리며 움직였다. 나는 재빨리 봉을 잡은 손에 힘을 주어 버텼다. 그런데 내 앞에 있는 지혜가 문제였다. 미처 대비를 하지 못했는지 내 품에 폭 안겨오는 것이 아닌가? 그녀의 머리에서 향긋한 린스냄새가 풍겼다. 아침에 학교 와서 지금 시간이 몇 신데 아직까지 이렇게 향긋한 냄새가 나다니. 나는 아무 생각 없이 그녀의 향긋한 머리냄새를 코를 벌름벌름 거리며 맡았다. 그녀가 내 품에 안겨있다는 건 전혀 생각도 하지 못한 채 말이었다.24/44 24

그런데. 냄새를 맡다가 생각해보니 여전히 그녀는 내 품에 안겨있었다. 나야 봉을 잡는다고 팔을 들어 올린 상태였고, 지혜가 두 팔로 내 몸을 꽉 끌어안은 거였다. 어우. 그녀의 뭉클한 몸이 느껴진다. 이 미친 똘똘이가 상황, 장소, 사람 파악을 못하고 움직이려고 했다. 난 황급히 지혜에게 말했다. 

"지혜야? 이 팔 좀 풀어주지 않을래?"

"응? 아. 아. 미안해. 갑자기 버스가 덜컹거리는 바람에."

 지혜가 내 말을 듣고는 황급히 팔을 풀고 다시 팔을 들어 올려 버스 봉을 잡았다. 그래. 그녀의 몸이 나에게서 조금 떨어져가자 나는 안심할 수 있었다. 다행이 똘똘이가 화를 내려다가 말고 사그라들었던 것이었다. 

"그런데 민수야. 나 하나 물어볼 게 있는데."

"어. 말해봐."

"토요일에 나 거리에서 너 봤거든. 근데 어떤 여자랑 같이 가고 있더라. 그거 너 맞지?"

"아. XX동 근처였니?"

"응. 맞아. 책 사려고 대봉문고 가던 중이었거든."

"맞아. 그 근처에 갔었어. 데이트 중이었거든."

"데이트?"

"어. 그때 내 옆에 있는 여자가 내 여자친구야."

"그.. 렇구나. 예쁘더라."

"하하하. 그렇지? 나한텐 과분한 여자야."

 다 봤구나. 음. 그래서 그랬던 거였어. 이제야 나는 오늘 지혜가 나에게 보였던 반응들이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내가 둔감한 편이라고는 해도 어느 정도 나에 대한 지혜의 마음은 알고 있었다. 지혜처럼 예쁘고 성적도 뛰어난 여자애가 왜 나에게 호감을 느낀 건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나한테 호감을 느꼈다는 것은 분명했다. 솔직히 그러지 않고서야 왜 굳이 같이 집에 가자며 먼저 말을 걸어 왔을까? 하지만 뭐. 이젠 어쩔 수 없는 일이지. 난 여자친구가 생겼고. 그걸 지혜는 알았으니. 이제 그녀와 나는 약간의 거리를 두고 지낼 수밖에. 그게 내 양심과 미진이 누나에게 떳떳할 

것일 테니. 그런 생각을 하니 차라리 지혜가 거리에서 나와 미진이 누나를 봤던 것이 잘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만약 안 그랬다면 나는 굳이 지혜에게 먼저 나 여자친구 생겼다. 라고 말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내 자신을 잘 아는데 만약 그러한 상황이라면 난 지혜랑 어중간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좋은 게 좋은 거라며 막 미인이 옆에 있는데 굳이 밀어낼 필요는 없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아쉽네. 너한테 관심 있었는데."

 싱긋 웃으며 말하는 지혜. 나는 그랬어? 라며 몰랐던 척 시치미를 떼어본다. 그래도 지혜 표정이 뭐. 그렇게 심각해보이진 않았다. 그렇게 뭐. 많은 관심이 있었던 것 아니었나보다. 많이 아쉬워하는 것 같아 보이진 않으니까 말이었다. 

"그래도 나. 너랑 친구로 친하게 지낼 수는 있겠지? 우리 같은 반 친구잖아."

"물론이지."

 남자와 여자 사이에 우정은 존재할 수 없다. 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그 말도 사람 나름인 것 같았다. 내가 미진이 누나에 대한 감정이 확고하고, 제대로만 대처한다면 충분히 지혜와 친구가 되어도 상관없으리라. 좀 안일한 생각 같았지만 난 나름대로 내 

자신에 대해서 자신감이 있었다. 나는 지혜를 보며 싱긋 웃어주었다. 지혜가 그런 나를 보더니 같이 웃어주며 손을 살짝 내밀었다. 응? 

"앞으로 친하게 지내자는 의미에서의 악수야."

"그래. 응. 친하게 지내자. 내가 모르는 거 물어봐도 잘 가르쳐줘야 된다?"

"물론. 언제든지 물어봐."

 나는 지혜의 손을 맞잡았다. 여고생의 부드러운 손 감촉이 느껴졌다. 손이 참 작구나. 지혜의 손이 힘껏 내 손을 잡아왔다. 그래. 덕분에 공부 잘 하는 친구 하나 얻었다고 생각하지. 뭐. 깊게 생각하지 말자. 말어. - - - 지혜는 정류장에 도착하자 민수에게 인사를 하고는 버스에서 내렸다. 창가로 보이는 민수를 보면서 손을 흔들어주며 인사하는 지혜. 그녀는 떠나가는 버스를 바라보며 잠시 서 있었다. 그리고 지혜는 방금 전 민수에게 지었던 사람 좋은 미소를 지우고는 표정을 싹 굳히고 있었다.

"친구?"

 뭔가 모를 독기가 서려있는 그녀의 목소리. 아름다운 외모와는 전혀 매치가 안 되는 목소리였다. 

"내가 포기할 거 같아? 마음대로 사람 마음 흔들리게 하더니."

 서릿발 서린 목소리. 잠시 그 곳에 서 있던 지혜가 발걸음을 옮겼다. - - - 

"정말요? 그 부장. 재수없네요."

 [그렇다니까. 막 훑는 듯이 쳐다보는 거 보면 따귀를 날려주고 싶다니까?] 

"누나를 그렇게 쳐다본다고 하니까 저도 막 열받네요. 확 가서 엎어버릴까요?"

 [호호. 그랬다가는 나 쫓겨날 걸? 참아요.] 

"누나가 참으라니까 참는 거에요."

[민수는 오늘 학교에서 어땠어?] 

"공부 열심히 했죠. 누나가 복덩이인 거 같아요."

 [응? 왜?] 

"누나랑 연애하고 나니까 공부도 잘 되는 거 있죠? 오늘도 야자시간에 종이 울리는 지도 모르고 공부했어요. 하하하."

 [정말?] 

"네. 하하. 열심히 공부해야죠. 그래야 누나한테 조금이나 어울리는 남자가 되지 않겠어요?"

 [지금도 충분히 좋아. 하지만 열심히 한다는 건 나쁜 일이 아니지. 그나저나 민수가 그렇게 결심했다면 내가 도와줘야 되는 거 아닐까? 피이. 우리 만날 시간도 줄겠다. 그치?] 

"아니에요. 누나. 주말마다 누나를 만나서 충전을 받아야 열심히 할 거 같아요. 그. 드라마 안 보셨어요? 저도 충전기 만나서 충전 받고 극뽁. 해야죠. 크크."

[호호. 그래. 그럼 모르는 거 나한테 물어보면 되겠네. 내가 이래봬도 대학교 때는 실력 좋은 과외선생이었거든.] 

"정말요? 우와. 그럼 전 공짜로 해주시는 건가요?"

 [공짜라니... 대신 몸으로.. 떼워.. 헤헤.] 

"그런 거라면 언제든지 자신있습니다. 누님."

 [얘가 징그럽게 왜 이래. 내 말은 와서 청소도 하고 설거지도 하란 말이었는데?] 

"에이. 그런 거였어요?"

 [다. 다른 것도 해도 되고... 히히.] 

"하하하. 그럼. 누나. 밤도 늦었는데 쉬어요. 내일 일도 하셔야죠. 저 때문에 일하시는데 지장 생기면 안 되잖아요."

 [피이. 난 괜찮은데... 알았어. 너도 공부 열심히 하고. 파이팅.] 

"네. 누나."

 [먼저 끊어.] 

"아니에요. 누나 먼저 끊으세요."

 [그럼. 하나 둘 셋 하면 끊는 걸로 하자. 알겠지?] 

"하하하. 알았어요. 하나. 둘. 셋."

 [응? 왜 안 끊어..] 

"누나야말로 왜 안 끊어요. 크크. 알았어요. 그럼. 누나. 잘 쉬어요. 푹 자고. 제 꿈 꾸고요."

 [응. 너도 내 꿈 꿔야 돼. 알겠지?] 

"네에."

 누나와의 통화는 정말 내게는 충전이었다. 시계를 보니 통화를 시작한지 40분이나 지나있었다. 이거. 이거. 누나 휴대폰 요금 장난 아니겠다. 휴대폰 요금도 넉넉히 낼 

수 없는 내 사정을 알았던 누나는 항상 먼저 전화를 걸어주었다. 작은 배려. 하지만 받는 내 입장에서는 정말 큰 배려였다. 

"정말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는 여자라니까."

 솔직히 말해 사랑이라는 감정은 잘 모르니까 함부로 말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내가 지금 그녀를 무진장 좋아한다는 것은 사실이었다. 

"읏차. 누워있지 말고 조금이나마 더 보고 자자."

 나는 평소와 다르게 끓어오르는 열정으로 침대에서 내려와 내 책상 겸 식탁 겸 해서 사용하고 있는 작은 식탁을 펴서 문제집을 펼쳤다. 딸랑. 딸랑. 딸랑. 그리고는 문제를 풀기에 앞서 방울을 흔들어 그 청아한 소리를 들었다. 이러면 왠지 마음이 안정되고 더 열심히 공부를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마음에서였다. 거의 뭐 하나의 의례가 되었다고 해야 될까? 여하튼 나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문제를 풀었다. 한 가지 목표. 물론 그게 참. 내 스스로의 꿈보다는 누군가에게 어울리는 남자가 되자는 결심이었지만 여하튼 목표

가 세워지니 의지가 따라오는 것만 같았다. 최선을 다해보자. 김민수!

============================ 작품 후기 ============================근심석? 말하는대로? 그건 어디에 있는 소설인가요? 처음들어보는 소설들이네요. 그나저나 아. 왜 이리 꿉꿉한지 모르겠습니다. 습도가 높아서 샤워를 해도 금방금방 더워지네요. ㅎㄷㄷ흐흐흐. (응?)=====================================================================

흐흐흐. (응?)=====================================================================Text Loadi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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