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Step1. Germination-- >13 (15/40)

< --Step1. Germination-- >

 서울은 구경할 것도 많고 경험할 것도 많은 도시다. 특히 유흥이라는 분야에서는 따라올 도시가 없을 정도로 발전한 도시이기도 하다. 또한 대한민국의 주요업무가 모조리 모여있는 수도이기도 하다. 그런 만큼이나 사람도 많다. 덕분에 복잡하고 돌아다니기 쉽지 않은 도시였다. 하긴 대한민국 인구 5분의 1이 이 도시에 모여 있으니. 조금 더 넓혀 경기도까지 한다면 거의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이 한 도에 모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면서 점점 수도권은 과열되고 개발되지만 지방은 소외되고 농촌에는 이제 젊은 사람을 찾기도 힘들었다. 나는 그런 우리나라의 현실을 잘 나타내주는 젊은이 중에 하나였다. 나는 내 고향이 너무 싫다. 그 곳에서 보냈던 추억을 싫어하는 것이 아니다. 아무런 발전도 없는 그 곳을 떠나고 싶었다는 게 솔직한 마음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부모님께 도저히 이곳에서 못살겠다. 서울로 보내달라는 부탁을 했다. 한 번도 속을 썩인 적이 없었던 아들이었기에 부모님께서는 많이 놀라셨을 거다. 처음에는 격렬하게 반대하셨지. 그런데 어쩌겠나. 아들이 이렇게 낙후된 곳에서 살기 싫다고 울면서 사정하는데. 결국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부모님께서는 허락해주셨다. 물론 정확하게 말하면 아버지께서 허락해주셨다. 어머니께서는 이 어린 것을 어떻게 혼자 보내냐. 며 안된다고 사정하셨지만 아버지께서 남자애가 서울로 가고 싶어하는 게 어디 흠이가. 라며 허락해 주신 것이었다. 나를 서울로 보내주실 때 아버지가 하셨던 말씀이 생각난다. 16/44 16

[그려. 기왕 이렇게 된 거 서울에 가서 한 번 살아봐라. 대신에 중간에 포기하고 돌아오면 나는 니 평생 인정 안 할끼다. 부모 뜻 거슬러가면서 까지 서울 간 거니까 한 번 열심히 살아 보거라. 딱 3년이다. 고등학교까지만 생활비 보내줄 테니까 그 다음부터는 니가 알아서 자립해야 된다. 알겄나?] 그렇게 촌놈이 서울로 상경했다. 사실 서울에 올라와서 처음에는 좋았다. 혼자 원룸에서 사는 것도 좋았고, 아무도 나를 제약하지 않으니 그것도 좋았다. 하지만 그런 마음도 잠시였다. 얼마 못 가서 나는 후회를 여러 번 했다. 일단 혼자 사는 게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달은 거시다. 그냥 남아있을 걸. 괜히 올라와서 친구들도 못 만나고 엄마가 해주는 맛있는 밥상도 못 먹고, 이게 뭐하는 거냐. 면서 라면을 끓여먹으며 한탄도 했다. 그리고 매달 부모님께서 열심히 일하셔서 번 돈으로 생활비를 송금해주시는데 그 통장을 볼 때마다 마음이 편치 않은 것도 사실이었다. 지금이야 또 그런 마음 다 잊고 익숙해져서 지내고 있지만 말이다. 적응해야지. 그렇다고 돌아갈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그렇게 고집을 부려서 올라왔는데 돌아간다는 것은 자존심이 허락을 하지 않는다. 또한 돌아 가봤자 이제 부모님께서 반겨주시지도 않을 거다. 명절, 주말, 이렇게 가끔씩 내려가긴 했지만 아버지께서는 쓸데없이 내려오지 말고 거기서 공부나 더 하라시며 무뚝뚝하게 대하셨다. 어머니야 반갑게 맞이해주셨지만 말이다. 여하튼 나의 서

울행에는 이런 사연이 있었던 거다. 그래도 뭐 서울학교에 와서도 성적은 나쁘지 않았다. 나름 공부머리는 있는 모양이다. 학원도 안 다니는 상황인데. 서울생활을 하면서 나는 막연하게 이대로 공부 좀 하고 하면 서울에서 나름 괜찮은 대학은 들어갈 수 있으려니 생각은 하고 지내고 있었다. 그렇게 서울생활을 하루하루 이어가는 내게 지금 미진이 누나랑 보내는 시간은 어떻게 표현하면 탈출구라고 해도 좋을 듯하다. 함께 보내는 시간이 너무 즐겁고 좋았던 것이다. 충전이라고 해야 되나? 흐흐. 조금은 쳇바퀴 굴러가는 일상에 지쳤던 게 사실이다. 반겨주는 이도 없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렇게 충전을 하면. 앞으로 더 열심히 서울에서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우습게 말하면 어쩌면 지금 미진이 누나와 이렇게 사귀게 된 게 내 인생 최대의 업적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든다. 하하. 누나와의 데이트는 정말 즐거웠다. 뭐. 데이트는 정말 무난했다. 나는 애초에 이런 거에 대해 계획도 잡아본 적도 없는 놈이다. 결국 뭐 영화보고, 밥 먹고, 그러다가 누나가 나한테 뭐라도 해주고 싶다며 억지로 끌고 가서 기어코 안 받겠다는 나한테 바지 한 벌 선물해 준 것. 정도. 하지만 그런 평범함으로는 오늘 데이트의 소중함을 숨길 수 없다. 누나에 대해서 나는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청년실업이 사회적인 이슈인 대한민국에서. 당당하게 한성에 입사하여 능력을 뽐내고 있는 커리어 우먼. 최미진. 거기다가 한국대 출신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는 진

짜 깜짝 놀랐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좋은 대학. 오죽하면 나라이름을 넣은 한국대일까. 여하튼 이렇게 예쁘면서 한국대까지 나온 인재라니. 정말 후덜덜이다. 내가 이런 여자랑 사귀게 되었다니 말이다. 

"여기야. 내가 사는 곳이."

 결국 누나가 사는 곳까지 오고야 말았다. 번거롭게 따라오지 말라고. 혼자 가도 괜찮다고 말하는 누나였지만 어디 그런가? 억지로 같이 택시타고 그녀가 사는 곳까지 쫓아온 나였다. 뭐. 데려다주는 의미지. 다른 의도는 없다. 맹세하고. 

"혼자 사시나 봐요."

"응. 취직하고 집에서 나와서 살고 있어. 원래 독립심이 좀 강하거든."

"그렇구나."

 그녀가 사는 오피스텔. 딱 봐도 고급스러워 보이는 오피스텔이었다. 내가 지내는 좁디 좁은 원룸이랑은 차원이 다를 것이다. 아마. 하긴. 그렇게 좋은 원룸이라도 월세가 상당한 곳이 바로 서울이다. 내가 살던 고향과는 차원이 다른 물가. 나는 방울을 손 안에서 굴려갔다. 뭐. 이 방울을 손에서 만지작거리는 게 이미 무의

식적으로 버릇이 되어버린 모양이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있다 보면 언제인지 모르게 나는 방울을 만지고 있었다. 딸랑. 딸랑. 

"민수. 너 또 방울 만지고 있었네? 오늘도 하루 종일 만지고 있더니."

"아. 그러네요. 하하. 그럼. 이제 헤어져야 될 시간인가요?"

"으응. 오늘 즐거웠어."

 딸랑. 딸랑. 나는 방울을 만지작거리며 그녀에게 말했다. 

"칫. 나는 헤어지기 싫은데. 그렇다고 안 보내면 안 되겠죠?"

"응? 아. 어. 음."

 내가 조금 서운한 표정으로 말하자 미진이 누나가 말을 더듬었다. 그 모습에 나는 웃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농담이에요. 농담. 저 그럼 가볼게요. 들어가세요."

 내가 웃으면서 그녀에게 들어가라고 손짓을 했다. 그런데 미진이 누나의 반응이 좀 이상했다. 조금은 고민하는 표정이었다. 

"누. 누나? 안 들어가세요?"

"저기."

 내가 의아한 마음에 물어보자 쭈뼛쭈뼛 거리며 말을 꺼내는 누나. 

"가. 같이 들어갈래?"

"네?"

"아니. 그냥 들어가서 차나 한 잔 하는 게 어떨까. 해... 서... 아. 너무 늦을 거 같으면 안 그래도 되고. 혹시나 부모님 걱정하실 수도 있으니까. 그. 그러니까."

"아니에요. 저 혼자 사는데요. 뭘. 들어가요. 저도 누나 사는 곳에 가 보고 싶어요."

"혼.. 자 산다고?"

"네. 부모님은 지방에 사시고 저 혼자 서울에 올라와서 살고 있어요. 집에 가 봤자 아무도 없는데요. 뭘."

"그렇구나."

"들어가요. 저 누나 어떻게 사는 지 보고 싶어요."

 내가 그녀의 손을 잡고 말했다. 

"그. 그래. 들어가자."

 사귄 지 하루. 하지만 사귄 날짜가 중요한 게 아닌가보다. 하루 만에 진도는 쫙쫙 나가고. 결국에 나는 누나가 살고 있는 오피스텔까지 들어가게 되었다. 나. 나. 정말 알 수 없는 매력의 소유자인가? ============================ 작품 후기 ============================혹시 본격적인 스토리가 19금 인가요? 크크크. 걱정마세요. 곧 나옵니다. 최선을 다해 쓰고 있어요.

ntr이라. 그게 뭐. 막 파트너 바꾸기나 이런 건가요? 그런 거 저 증오하는 놈입니다. 걱정마세요. 그런 건 절대 쓸 생각 없으니. 뿌잉뿌잉. 여하튼 봐주시는 분들 당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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