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Step1. Germination-- >10 (12/40)

< --Step1. Germination-- >

약속장소인 공원 입구에 도착해서 휴대폰을 꺼내봤다. 휴대폰을 열어 액정을 보니 지금 시간은 9시 8분이었다. 약속시간이 10시인데. 52분이나 남은 것이었다. 무작정 일찍 나오긴 했지만 사실 조금 후회도 되었다. 너무 일찍 나오면 도대체 뭘 하고 52분을 보내지? 으으으. 이래서 스마트폰이 필수인 거구나. 사촌 형이 이제 예비군 2년차인데 1년차 동원훈련을 갔을 때 스마트폰의 필수성을 깨달았다고 한다. 하루 종일 훈련도 제대로 안 하고 시간을 보내야 되는데 옆에 많은 예비군들이 스마트 폰으로 만화도 보고, 게임도 하고, 인터넷도 하는 모습을 보며 깨달았다는 것이었다. 사실 나는 약간 기계치에 올드한 취향인 놈인데다가 아직 고등학생인데 스마트폰이 굳이 필요하겠나. 라는 생각을 지니고 있는 놈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스마트 폰의 필수성을 너무나도 뼈저리게 깨닫고 있었다. 

"스마트 폰은 그 기능의 유용성보다는 시간을 때우는 용도였구나."

 이건 정말. 아르키메데스가 유레카를 외쳤던 그 때와 같은 깨달음이 아닐까? 그래. 그랬던 거였군. 사람들은 정말 스마트 폰의 기능성에 반해 스마트 폰을 사용한 게 아니라 시간을 때우기 위해서! 음. 나는 내 폰을 꺼내서 잠시 바라보았다. 이제는 번호13/44 13

패드가 닳아서 숫자가 군데군데 보이지도 않는 정말 오래된 폰.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문자와 전화는 잘만 된다. 

"에이. 전화만 잘 되면 되는 거지. 스마트 폰따위."

 그래. 휴대폰은 전화만 잘 되면 되는 거다. 하아. 그래도 오늘 정말 날씨는 좋구나. 별로 쌀쌀하지도 않고. 상쾌한 날씨. 구름도 별로 없는 맑은 날씨. 정말 데이트 같은 것을 하기 좋은 날이구나. 오. 저 여자. 예쁘네. 한 B등급 정도는 될 거 같다. 나는 손에 쥔 방울을 흔들면서 취미인 사람들 관찰을 해가면서 무료한 시간을 때워가고 있었다. 이 방울은 이제 없으면 허전할 지경이었으니까. 어딜 가더라도 방울은 꼭 챙겨다닐 정도였다. 그런데 그 때였다. 공원 입구에 하얀색 택시 한 대가 서는 것이 아닌가? 나는 무의식적으로 택시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는 놀라고 말았다. 택시에서 오늘 만나기로 했던 그녀. 최미진이 내리는 것이 아닌가? 나는 놀라서 시계를 바라보았다. 9시 25분. 헉. 저 여자는 왜 이렇게 일찍 온 거지? 나야 너무 일찍 준비가 끝나서 원룸에 있기도 뭐해서 나온 거지만. 보통 여자들은 약속시간에 조금 늦거나 해서 오는 거 아니었나? 내가 살짝 놀란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는데 그녀 역시 나를 보고는 살짝 놀란 얼굴

을 지었다. 아무래도 내가 이렇게 일찍 나올 거라고는 생각을 안 했던 것이겠지. 

"일찍 나오셨네요."

 내가 뒷머리를 살짝 긁적이며 멋쩍은 웃음을 짓고는 말했다. 그러자 그녀가 아직도 놀란 표정을 없애지 않고 살짝 웃으며 대답했다. 

"나와 계실 줄은 생각도 못했어요."

"하. 하. 어제 사실 한숨도 못 잤거든요. 일찍부터 준비를 하다보니 너무 일찍 준비가 끝나서. 그래서 일찍 나왔습니다. 그나저나 정말 일찍 나오셨네요. 약속을 잘 지키시나 봐요."

"아니에요. 사실 저도. 어제 한숨도 못 잤어요."

 수줍게 고개를 숙이며 말하는 그녀. 뭐라고? 한숨도 못 잤다고? 너무나도 아름다운 그녀가 그렇게 말하자 나는 두근거리는 가슴 때문에 제대로 대답도 못했다. 그리고 나와 그녀 사이에 약간의 침묵이 흐르는 동안 나는 그녀를 자세히 바라볼 수 있었다. 검은 색의 니트 원피스. 그리고 벨트로 한껏 강조한 잘록한 허리. 그녀의 아름다운 몸의 곡선이 잘 드러나는 원피스. 볼륨감이 느껴지는 가슴에 옷 위로 보아도 탄력이 

느껴지는 히프. 그리고 그녀의 쭉 뻗은 다리를 강조해주는 검은 색 스타킹. 그녀의 각선미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하이힐까지. 그야말로 엄청날 정도로 아름다운 그녀의 모습에 사실 나는 넋이 나가있었다. 아. 정말. 눈앞의 아름다운 그녀를 보자 말문이 막히고 또 내가 입고 온 옷들이 너무 초라하게 느껴졌다. 고등학생이 입기에는 무난한 옷이지만 사실 아름다운 그녀와 비교하면 너무나도 비교되는 나였기 때문이었다. 살짝 자괴감에 빠져갈 때쯤 그녀가 나에게 다가왔다. 

"저기."

"네?"

"우리 뭐하죠?"

 그녀가 나를 보며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그러고 보니. 뭐하지? 계획을 전혀 세우지 않았다. 허걱. 이런 미녀와 데이트를 하면서 계획도 안 세우다니. 정말 나란 놈의 답은 너다. 가 아니라 답이 없다. 어이구. 민수야. 정신 좀 차리자. 잠시 멍하다가 나는 황급하게 말했다. 

"우리. 잠시 걸을까요?"

걷자고? 걷자고? 민수야. 이 여자 하이힐 신고 있다고. 걷자는 게 말이나 되냐? 그런데 그 때 최미진. 그녀가 방긋 웃으며 대답해 왔다. 

"좋아요. 저 걷는 거 좋아해요."

 - - - 예상도 하지 않았던 공원산책. 어처구니없는 내 제안을 그녀는 수락했다. 덕분에 지금 그녀와 나는 함께 공원을 천천히 걷고 있었다. 

"그나저나 저 아직. 그 쪽 이름도 모르는 거 알고 있어요?"

"아!"

 함께 여유롭게 공원을 걷고 있는데 그녀는 내가 미처 생각하지도 않았던 점을 말해왔다. 그러고 보니 문자를 나누었지만 그건 약속장소나, 시간 등에 대한. 그리고 조금은 실없는 내용의 문자였고 정작 중요한 내 이름을 그녀에게 알려주지 않았던 것이었다.

"김민수에요. 정말 흔한 이름이죠?"

"이름 좋네요. 정감도 있구요."

"고맙습니다. 그런데. 저."

 내가 그녀에게 한 가지의 부탁을 하려고 잠시 뜸을 드리자 그녀가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면서 말했다. 

"말씀하세요."

"저. 누나라고 불러도 되나요? 사실 계속 이렇게 서로 존대하는 게 불편해서요."

"아."

 그녀가 내 말에 살짝 입을 벌리고 감탄성을 내었다. 그녀의 그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워 나는 또 다시 넋이 나가고 말았다. 

"괜찮아요. 그렇게 하세요."

"그리고. 저. 말 편하게 하세요. 누나가 몇 살인지는 모르겠지만 저 이제 고등학교 1학년인데 계속 존댓말 하시는 거 불편해요."

"그. 그래도. 저는 이게 편한 데요?"

"제가 불편해서 그래요. 제가. 그래 주실 거죠?"

 나는 간곡하게 부탁했다. 사실 나보다 몇 살은 많을 누나한테 계속 이렇게 존댓말을 듣는 것은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버스에서 초면에 만났을 때야 모르겠지만 지금은 이렇게 같이 시간을 보내는 사이지 않은가? 

"그래도."

"아 참. 말 편하게 하시라니까요. 적응만 되면 훨씬 편하실 거에요."

"그. 그럼 그럴.. 까?"

 그녀가 조심스럽게 내 표정을 살피며 말을 놓았다. 이제야 마음이 편안해진다. 

"봐요. 벌써부터 공기가 가벼워진 것 같지 않아요?"

 편안해진 마음으로 나는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팔을 쫙 벌리고 농담을 던졌다. 그러자 그녀가 그런 내 모습을 보고 푸흡. 하며 터지는 웃음을 입으로 감추며 웃었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연장자한테 이런 말 하면 안 되는데 정말 귀여웠다. 

"그럼. 말 편하게 할게. 그런데 막상 놓으니까 정말 편하다. 나 몇 살인지 모르지?"

"네. 누나."

"난 스물 여섯이야. 좀 많지?"

 말을 놓고 갑자기 분위기가 바뀐 그녀. 어쩌면 그녀 역시 마음이 편안해졌는지 모르겠다. 아까 전의 수줍은 그녀는 사라지고 처음 그녀를 만났을 때 느꼈던 당당함이 가득한 그녀가 내 앞에 나타났다. 아. 이렇게 순식간에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니. 역시 여자는 대단한 존재인 것 같다. 사실 분위기가 바뀐 지금의 누나가 더 좋았다. 나는 이런 내 마음을 담아. 정말 밝은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했다. 

"많다뇨. 전혀요. 사실 겉으로 보면 제가 더 늙어보일지도 몰라요. 워낙에 누나 얼굴이 동안이어서요."

============================ 작품 후기 ============================축구. 아쉽네요. 3:0 되는 순간. 자버렸음. 일본이랑 3,4위전 잘 해서 동메달 땄으면 좋겠음돠.

말을 놓고 갑자기 분위기가 바뀐 그녀. 어쩌면 그녀 역시 마음이 편안해졌는지 모르겠다. 아까 전의 수줍은 그녀는 사라지고 처음 그녀를 만났을 때 느꼈던 당당함이 가득한 그녀가 내 앞에 나타났다. 아. 이렇게 순식간에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니. 역시 여자는 대단한 존재인 것 같다. 사실 분위기가 바뀐 지금의 누나가 더 좋았다. 나시 여자는 대단한 존재인 것 같다. 사실 분위기가 바뀐 지금의 누나가 더 좋았다. 나는 이런 내 마음을 담아. 정말 밝은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했다. Text Loadi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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