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Step1. Germination-- >6 (8/40)

< --Step1. Germination-- >

 어제 경수 놈과 벌였던 푸닥거리. 그런데 덕분에 반에서 나의 평판을 올라간 것 같았다. 평소에는 별로 나랑 말도 안 하던 녀석들까지 어제 멋있었다며 한 마디씩 하곤 했던 것이다. 덕분에 하루 종일 콧대가 높아져 있고 어깨는 올라가 있었다. 경수 놈은 수업시간에만 교실에 나타났고 쉬는 시간에는 어딜 가는 건지 모르겠지만 계속 사라졌었다. 조금 불안하긴 하지만 아직까지 아무 일도 없는 것으로 봐 그냥 이렇게 끝날 거 같다. 다~행이다. 

"민수야. 그러다가 날아가겠다."

 하루 종일 싱글벙글 붕 떠 있는 나를 보고 현민이가 실실거리며 장난을 쳐왔다. 그리고 내 짝궁인 은미도 자리에 앉아 문제집을 풀다가 현민이의 의견에 동참해왔다. 

"그러게. 아주 입이 귀에 걸렸어."

"요런 앙큼한 것들이. 내가 교실의 평화를 지켰으니 요 정도는 그냥 넘어가줘라. 어차피 내일되면 또 원상복귀 될 텐데."

"그나저나 그 방울은 하루 종일 들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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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가 좋잖냐. 예쁘기도 하고."

"그래. 소리가 좋긴 하다."

 딸랑. 딸랑. 딸랑. 방울은 던졌다가 받기를 반복하자 그럴 때 마다 방울은 나 좀 보소. 하면서 딸랑거렸다. 허허. 

"다시 봤어. 김민수."

 현민이랑 은미랑 나. 셋이서 창가에서 별 시덥잖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나에게 들리는 누군가의 목소리. 아. 누군가 했더니 지혜였다. 한지혜. 우리 반 뿐만 아니라 교내에서도 미모가 돋보이는 여학생이었다. 공부도 상위권을 유지하는 미와 지를 겸비한 여학생이다. 

"원래는 어떻게 봤는데?"

 씩 웃으며 말하자 지혜가 말했다.

"그냥. 노친네?"

"헉. 이거 충격이네. 그럼 지금은 어떻게 보이는데."

"용기있는 노친네?"

"으음."

 지혜야. 니가 지금 내 가슴에 아주 비수를 꽂는구나. 꽂아. 후덜덜이다. 정말. 나는 방울을 높이 던졌다. 딸랑. 딸랑. 

"그래도 좀 멋있어 보였었지?"

 내 입에서 터져나오는 개드립. 현민이 이 놈이 내 말을 듣고 구토하려는 시늉을 했다. 이런 거지같은 것이. 지혜는 내 말에 별 대답도 하지 않고 그냥 살짝 웃더니 자리로 돌아갔다. 

"뭐? 좀 멋있어 보였었지. 크크크. 니가 드디어 정신줄을 놨구나."

시끄럽다. 박현민. 넌 지금 나의 살생부에 이름을 올렸거늘. 분노의 헤드락을 받아라. 

"아아. 야. 김민수. 이거 안 놓냐?"

"시끄러. 니 때문에 애들이 다 나보고 노친네라고 하잖아."

"지랄. 지가 평소에 한 행실을 생각해야지."

 행실? 하긴. 크크. 워낙 느긋하긴 했었지. 그러고 보니 원래 난 이런 장난도 잘 안치는 놈이었다. 

"야. 내 뭐 변한 거 같지 않냐?"

"응? 뭐. 어제부터 굉장히 활기 차 보이긴 하다만은. 변한 건 없는데?"

"그러냐."

 일단 활기가 찬 것은 사실인 것 같다. 여하튼 학교에서의 시간은 잘만 간다. 근데 이 시간이라는 게 참 웃기다. 그 때 그 때는 정말 안 가는 게 시간인데 또 막상 끝나서 보면 엄청 빨리 지나가는 게 시간이다. 지금 내가 그랬다.

아간자율학습이 끝난 지금 도대체 내가 오늘 학교에서 무슨 공부를 했는지 모르겠다. 적어도 서울에서 중간 이상 대학은 가야 되는데. 안 그러면 난 정말 지방에 있는 부모님한테 불효하는 게 된다. 지금도 서울로 유학을 보내주신 분들인데. 

"에휴."

 한숨을 쉬며 가방을 챙겼다. 현민이 놈이랑 명철이랑 몇몇 친구들이 인사를 해 왔다. 

"그래. 니들도 잘 가고. 내일 보자."

"민수. 잘 쉬고 내일 보자."

 저 놈들도 나랑 나름 친하다고 하는 놈들이지만 사실 내가 서울에 유학와서 혼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녀석은 한 명도 없다. 굳이 그런 걸 알려줄 필요도 없지 않은가. 혼자 교실을 나서는 데 누가 나를 부른다. 

"민수야."

"어?"

누가 나를 부른 건가 의아해서 돌아보니까 지혜였다. 

"어. 한지혜. 왜 불렀는데?"

"아니. 호. 혹시. 너. 아. 아니야."

"야 봐래이. 니 지금 내 애태울라고 일부러 그러는 거지? 뭔데. 말해봐라."

"그게 아니라. 너 혹시 집에 어떻게 가?"

"나? 버스 타고 가지."

"버스?"

"그래. 버스."

"몇 번 타는데?"

"XXX번. 그건 왜?"

"아. 나랑 같네. 같은 버스 타는데 같이 가면 안 될까?"

 엉? 얘는 왜 이런데. 갑자기. 혹시 나의 멋진 모습에 반한 건가? ============================ 작품 후기 ============================정말 가볍고 생각 없이 보면 되는 글임돠.

아. =====================================================================Text Loadi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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