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Step1. Germination-- >3 (5/40)

< --Step1. Germination-- >

 점심급식을 먹고 앉아 있으려니 나른하다. 그냥 멍 때리면서 방울이나 만지고 있었는데 갑자기 교실 문이 드르륵 소리를 내며 열렸다. 

"어이. 돼지. 내 빵 좀 사다주면 안 되냐?"

 이경수. 어느 학교에나 있을 양아치같은 새끼다. 이경수 이 새끼가 교실 문을 시끄럽게 열고 들어와서는 순둥이 명철이를 괴롭히기 시작한 것이었다. 

"도. 돈 없는데?"

 명철이 말하자 경수가 말했다. 

"없으면 구해서라도 좀 사 오면 안 되냐? 엉?"

 키도 크고 덩치도 큰 장명철이지만 너무 착한 게 흠이다. 누가 봐도 맞짱을 뜨면 명철이가 이길 거 같지만 순둥이 명철이는 매일 당하고 산다. 평소에도 이경수는 저런 식으로 행패를 부리기 일쑤였고 반 애들은 명철이가 당하는 것을 안타까워하면서도 누구도 저 일에 끼어들려고는 하지 않았다. 6/44 6

아. 나는 안타깝지만 다른 애들도 나랑 같은 마음인지는 모르겠다. 사실 나도 저 일에 끼어들지 않던 일 인 중에 하나였다. 그런데 갑자기 내 자신이 왜 이렇게 부끄러운 것일까. 

"저 양아치 새끼."

 평소라면 저런 일에 끼어들지 않았을 것이 분명한 나지만 오늘은 달랐다. 분노가 가슴 깊은 곳에서 치밀어 올랐다. 나는 방울을 움켜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야. 뭐할라고?"

"말려야지. 시발."

 나랑 같이 있던 현민이 내가 성질을 내며 일어나자 깜짝 놀라 물었고 나는 욕설을 내뱉으며 대답했다. 

"하지 마라. 괜히 끼어들었다가 피곤해진다. 이경수 저 새끼. 패거리도 있다잖아."

"오늘은 내 말리지 마라. 양아치 같은 새끼한테 한 소리 해야 직성이 풀릴 것 같다."

 평소 순하고 둥글둥글하게 살던 내가 화를 내가 현민이가 크게 당황한 것 같았다. 하

지만 나는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이경수는 명철이의 옆구리를 꾹꾹 누르며 계속 괴롭히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보자 더 화가 나고 열불이 났다. 나는 방울을 쥐고 있던 손으로 경수의 교복 뒷자락을 잡고 당겼다. 

"이. 시발. 뭐냐? 너는? 김민수. 미쳤나 본데 이게 뭐하는 짓인데?"

 내 손을 쳐내면서 고함을 질러대는 이경수. 딸랑. 딸랑. 그 바람에 흔들린 손에서 작은 방울소리가 들린다. 그 방울소리를 들으니 더 힘이 솟는 것 같았다. 평소의 나라면 분명 이경수의 반응에 쫄고 말았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 영문 모를 자신감이 가슴에서 솟아나고 있었다. 

"야. 이. 시발. 줫같은 양아치 새끼야. 니가 뭔데 시발 놈이 학교에서 소란이냐? 너거 부모님은 니 이딴 식으로 학교 다니는 거 알고 있냐? 야. 이 개새끼야. 학교에 왔으면 조용히 공부나 쳐하고 집에 가라. 이 새끼야."

 내가 가슴에 품은 열을 모두 토하면서 이경수에게 고함을 질렀다. 그리고 경수 놈이 달려들 것을 마음속으로는 대비하고 있었다. 일단 쪽팔리게 얻어터지지나 말자가 내 목표였다. 그렇게 준비를 하고 있는데.

이게 웬 걸? 경수 놈이 맨 처음에는 얼굴이 붉어지며 고함을 지르려고 하다가 나에게서 돌아서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는 자신의 자리에 앉는 경수였다. 이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고 어처구니없는 반응은 뭐지? 나는 경수 놈의 반응에 힘이 쭉 빠져버렸다. 어처구니가 없어서 나는 경수 놈이 앉아 있는 자리로 가서 경수 새끼의 어깨를 툭 치고 말했다. 

"니 지금 뭐하는데?"

"뭐하기는. 니가 학교에 왔으면 조용히 공부나 쳐하고 집에 가라며."

"뭐라고?"

"너가 그랬잖아. 학교에 왔으면 조용히 공부나 하고 집에 가라고."

"그. 그렇긴 했지."

"그래서. 그렇게 하는 거 아니냐. 새끼야."

 나는 지금 이 상황이 도저히 이해가 되질 않는다. 나뿐만 아니라 당하고 있던 명철이도. 그리고 교실에 있던 애들도 이 상황을 이해를 하질 못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 경

수 놈은 책가방에서 책을 꺼냈다. 지지리 공부를 할 생각도 안 하던 경수 놈이 말이었다. 그런 놈의 반응에 뻘쭘해져서 미적거리며 나는 내 자리로 돌아왔다. 현민이 놈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야. 저 새끼 왜 저러냐?"

 내가 그걸 어떻게 아냐. 나도 지금 이해가 도저히 안 되는 판국인데. 나는 현민이한테 툭 던지듯이 말을 건넸다. 

"나도 몰라. 짜샤. 나한테 쫄리나 보지."

 현민이가 그 말에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나의 호리호리한 몸을 아래위로 보다가 피식 웃어버린다. 

"지랄하네."

============================ 작품 후기 ============================지롤하네. 

Text Loading ... 내가 그걸 어떻게 아냐. 나도 지금 이해가 도저히 안 되는 판국인데. 나는 현민이한테 툭 던지듯이 말을 건넸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