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ep1. Germination-- >
"짜증나. 정말."
미진은 치밀어 오르는 짜증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미진은 아침에 출근하려고 차에 올랐었다. 그리고 평소와 같이 시동을 걸고 출발을 하려는 데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차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더니만 시동이 꺼져버린 것이었다.
"아. 시간도 없는데 정말."
미진은 자동차보다 출근이 더 시급한 문제였기에 어쩔 수 없이 버스를 이용하려고 나온 것이었다. 그녀는 겨우 마음을 추스르며 버스를 기다렸다.
"아. 정말. 지금 시간대면 사람도 많을 텐데."
워낙 출중한 외모와 몸매를 지니고 있는 그녀였기에 대중교통은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사람이 많을 때 불편한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어떤 변태같은 놈들이 몸을 붙여오기도 하는 경험을 수타 했던 그녀였기 때문이었다.
"빨리 와야 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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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하더라도 오늘은 어쩔 수 없었다. 아침에 회의가 있기 때문이었다. 꼭 보면 나쁜 일은 바쁜 날에 일어나기 마련이다. 굳은 얼굴로 버스를 기다리는 미진. 그리고 얼마 기다리지 않고 버스가 왔다. 그래도 버스는 빨리 왔다고 기분이 조금 좋아지는 미진이었다. 버스카드를 단말기에 찍고 앉을 자리를 찾는 미진. 정말로 운이 좋게도 오늘 버스는 한산했다. 원래 이 아침시간이면 등교하는 학생들로 버스가 가득 차는 것이 보통일 텐데.
'다행이네. 앉을 데가 넓어서.'
잠시 앉을 자리를 찾는데 그녀의 귀로 아주 작은 방울소리가 들려왔다.
"음?"
그 소리에 자신의 귀를 잠시 만지던 미진. 그리고 그녀는 교복을 입은 한 남학생을 바라보았다. 버스의 중간보다는 뒷자리에 앉은 그 남학생. 한 눈에 봐도 조금 말라보이는 남학생이었다. 못 생겼다고는 할 수 없지만 잘생겼다고 말하기도 뭐한 뭐. 조금 좋게 말하면 보통보다는 조금 잘생겼다. 라고 평가할 만한 얼굴의 남학생이었다. 다만 눈이 굉장히 선해보여 좋은 인상을 주는 남학생이었다.
'왜 이러지.'
그 남학생을 잠시 보던 그녀가 뭔가 이상한 것을 느꼈다. 저 남학생의 옆자리에 앉아야 될 거 같은 압박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자리도 많은데.'
그러면서도 그녀의 발은 저절로 남학생으로 향하고 있었다. - - - 나는 버스에서 황급히 내렸다.
"오늘 너무 컨디션이 좋은데? 뭔가 이상하네. 흐흐. 여하튼 그런 미녀랑 아침부터 이야기도 다 하고. 뭔가 대단한 하루가 펼쳐질 거 같은데?"
뭐. 그래봤자 대단한 하루가 뭐가 있을까. 고등학생이 말이다. 야간자율학습까지 학교에 있을 텐데. 대단한 일이 벌어지면 뭐가 벌어지겠는가.
"여하튼 니가 큰 역할을 했다."
그녀와 한 대화의 포문을 열어준 방울에게 장난스럽게 인사를 했다. 얼마 걷지 않아 내가 다니는 청하고등학교가 나왔다. 그리 크지 않은 고등학교. 정말 무난한 고등학교였다. 사고를 치는 놈들도 별로 없고, 뭐 그렇다고 명문대도 아닌 그냥 평범한 인문계 고등학교. 나는 교문을 들어서서는 내가 공부를 하는 학급인 1학년 3반 교실로 들어갔다. 내 자리는 앞에서 네 번째. 창가 쪽 자리였다.
"어. 민수 왔네."
"엉. 오늘도 니가 내보다 먼저 왔네."
"나야 매일 일찍 오니까."
"대단하다. 정말."
내게 인사를 건네는 저 녀석의 이름은 준서. 박준서였다. 굉장히 성실한 녀석으로 단 한 번도 지각을 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아니. 매일같이 제일 먼저 교실에 와 있는 축에 속하는 정말 대단한 녀석이다. 내 자리에 가서 앉아 교실을 바라본다. 교실에는 나를 포함해서 다섯 명이 와 있었다. 내가 일찍 오긴 왔나 보다. 총 서른 명 학생 중에서 다섯 명만 와 있는 것을 보니
말이다. 오늘은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일어났던 까닭에 평소보다 빨리 학교를 올 수 있었던 것이었다. 학교에 와 있는 네 명의 얼굴을 보니. 그럼. 그렇지. 다들 성실하고 공부를 열심히 하는 학생들이었다. 남자 둘에 여자 둘이었는데 네 명 모두 성적이 상위권에 속하는 애들이었다. 등교시간과 성적 간의 상관관계가 형성되는 것만 같은 풍경이었다. 나는 내 자리에 앉아서 가방을 책상에 걸었다. 그리고 어제 다 하지 못했던 오답노트를 만들기 위해 노트와 필통을 꺼냈다. 그리고 필통에서 딱풀을 꺼내 오려놓았던 오답들을 노트에 붙이기 시작했다.
"에이."
오답노트에 묻어 있는 핏방울들이 왠지 모르게 찜찜하다. 어제 맨 처음에 피가 묻었을 때는 붉은 피였는데 피가 완전히 공책에 스며든 지금은 약간 검붉은 빛으로 바뀌어 있었다. 비가 묻은 곳은 피로 인해 약간 딱딱해져도 있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시간은 잘도 흘러갔다.
"이 문단에서는 사랑하는 임과 헤어질 수밖에 없는 슬픔을~."
지금은 국어시간이었다. 교탁에서는 수업 중간 중간에 썰렁한 농담을 즐겨 '아이스
맨'이라는 별명이 붙은 백수철 국어선생님이 나름대로 열정이 넘치는 목소리로 수업을 진행 중이었다. [수업시간에 열심히 하자]가 평소 나의 공부노하우였지만 오늘따라 영 집중이 안 된다. 그러다 보니 계속 멍하니 샤프를 들고 공책에 낙서나 하게 된다. 왜 이러는 거지. 뭔가 가만히 앉아서 있으려고 하니까 좀이 쑤신다. 몸에 활력이 넘치는 듯한 느낌이랄까? 한참을 집중을 못하고 움찔거리고 있으니까 은미가 이상한 듯이 나를 잠시 쳐다보다가 다시 칠판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은미. 별로 공부를 잘 하는 애는 아니지만 수업시간에 학습태도는 괜찮은 아이다. 안경을 끼고 있으며 키는 그리 크지 않다. 한 158cm정도? 막 예쁘다. 라고 할 외모는 아니지만 귀엽기는 한 여학생이었다.
[띠 띠리링 띠리리리링] 망상에 잠겨서 겨우 겨우 수업시간을 보내고 있다가 보니 수업의 끝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렸다.
"휴우."
겨우 끝난 수업에 크게 한숨을 내쉬며 의자에 기대어 기지개를 켜는데 은미가 뭔가 이상한 눈초리로 나를 바라보며 말을 걸어왔다.
"오늘 좀 이상하다?"
"뭐가?"
약간 퉁명스럽게 대답하자 은미가 수상쩍다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영 수업시간에 집중을 못하는데? 평소랑은 다르게."
왜 나를 관찰하고 그러냐. 부담스럽게.
"그러게. 나도 왜 이러는 지 모르겠다. 오늘 영 앉아있는 게 힘들어서 말이야."
손을 휘휘 저으며 말하고는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창문가에 기대어서서 밖을 바라보았다. 방금 체육시간을 끝낸 학생들이 운동장에서 정리를 하고 있었고, 수업이 끝나자 학생들이 건물 밖으로 하나 둘 씩 나오고 있었다.
"아. 시원하다."
밖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했다. 이미 여름의 무더운 기운은 물러갔고 가을의 시원한 기운이 가득했다. 덕분에 시원한 바람이 좋았다. 바람을 느끼며 남자만의 고독을 곱씹는 나. 캬. 얼마나 멋진가? 찰싹.
"아. 씨. 뭐고."
고독을 곱씹는 순간. 내 등짝에 가해지는 엄청난 고통에 안 쓰던 사투리가 터져나왔다. 그러자 내 등짝을 때린 범인이 재밌다고 웃으며 내 옆으로 다가왔다. 박현민이라고 나랑 꽤 친한 친구였다.
"새끼야. 아프잖아."
"크크. 노친네. 왜 창문보고 청승맞게 있냐?"
노친네. 내 별명이다. 매사에 여유롭게 행동하려고 노력했는데 그러다 보니 얻게 된 불명예스러운 별명이었다.
"노친네는 개뿔. 내가 임마. 니보다 동안인데 헛소리고."
"뭐라고 하는 거냐. 내가 너보다는 더 동안이지."
"그래. 니 동안 해라. 바람 시원하지 않냐?"
"그렇네."
현민이 녀석은 항상 유쾌한 놈이었다. 특히 화를 내는 것을 한 번도 본적이 없을 정도로 성격이 괜찮은 녀석이었다. 나도 성격이 나쁜 편은 아니었다. 매사에 둥글둥글 넘어가는 것을 좋아해서 대인관계도 그리 나쁘지 않은 편이다. 대신에 워낙 귀찮은 것을 싫어하는 성격인지라 애들이랑 막 어울려서 놀러 다니고 이러지는 않는다. 그냥 친한 친구는 친한 대로 학교에서 잘 지내고. 별로 안 친한 애들이랑도 트러블을 일으키지 않고 학교를 다니는 것이 내 목표였다. 현민이 놈이랑 게임에 대한 이야기를 좀 했다. 내가 즐기는 게임은 FPS장르였다. 그중에서도 드래곤 킬러라는 게임을 즐겨했다. 나름 실력도 괜찮다. 적어도 Kill/Death비율이 1.3정도는 되니까. 물론 고수들에게는 따라가지도 못하는 허접한 실력이다. 박현민. 이 자식은 정말 대단한 놈이다. 하도 폐인 짓을 많이 해서 계급도 투 스타였다. 드래곤 킬러는 계급을 올리기 어려운
게임이고 별을 달기 위해서는 엄청난 점수가 필요한 게임이다. 드래곤 킬러에서도 알아주는 계급이고 Kill/Death비율도 나같은 평민이랑은 차원이 달랐다.
"그래서 어제 클랜전 뛰었거든."
"어디랑?"
"NerV클랜이랑. 와. 근데 걔네들도 잘 하더라."
"간단하게 말해라. 이겼냐. 졌냐?"
"이겼지. 내가 누구냐."
"알지. 게임폐인이자 드래곤 킬러 빠돌이."
"음. 맞는 말이라 반박할 수는 없다. 새끼야. 크크."
"감히 반박하려 하지 말거라. 내가 진리니라. 옴마니반메홈."
"크크."
현민이랑 창가에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시간이 금방 흘러갔다. 그리고 또 종이 울렸다. 다시 공부시간이 시작되었다. 아.
============================ 작품 후기 ============================이 작품은 전형적인 MC물로 갑니다. 요. 마이크 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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