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ep1. Germination-- >
유난히 컨디션이 좋은 날. 괜히 웃음이 나고 기분이 좋은 날. 누구나 살다보면 이런 날이 한 번 쯤은 있지 않은가? 민수에게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었다. 평소와는 달리 민수는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눈이 번쩍 떴고, 평소와는 달리 전혀 피로도 느낄 수 없었다. 민수에게는 정말 드물게도 활기차고 상쾌한 하루가 시작된 것이었다.
"흥. 흥. 흐흥. 흥."
민수가 콧노래를 부르며 기분 좋게 학교 갈 준비를 했다. 그러다가 문득 든 생각에 고개를 돌렸다. 민수의 시선 끝에는 노트북 옆에 놓아둔 방울이 보였다.
"왜 이러지?"
민수는 방울을 한참 바라보다 말했다. 민수의 귀에 마치 방울이 [들고 가. 나를 들고 가.] 라고 말하는 것이 들려오는 것 같아서였다.
"그래. 들고 가자. 들고 가."
민수가 웃으며 방울을 손에 쥐고 호주머니 안에 넣었다. 민수는 미소 띈 얼굴로 원룸을 나섰다. 그리고 민수는 평소와 다를 것 없이 버스 정류장에서 학교 가는 버스를 기4/44 4
다렸다. 정말 평소와는 다를 것 없이. - - - 오늘은 도대체 왜 이렇게 기분도 좋고 운도 좋은지. 평소의 등굣길 버스는 학생들이나 출근하는 사람들로 가득할 텐데 오늘은 유난히 한산하다. 덕분에 이렇게 앉아서 여유롭게 갈 수 있으니 나로서는 행운이다. 나는 사실 버스에 타면 창밖으로 지나가는 사람들 관찰을 한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관찰하는 것은 상당히 재밌었다. 입은 의상도 혼자 속으로 평가해보고 예쁜 여자가 지나가면 감탄도 한다. 내가 아니는 다른 사람을 관찰하는 것. 이거 묘한 매력이 있다. 딸랑. 딸랑. 응? 무슨 소리지? 어. 소리가 나서 확인해 보니 손에 방울이 들려있었다. 나 참. 내가 이런 걸 갖고 놀 나이는 아닌데. 그런데 방울의 청량한 소리를 듣고 있으니 기분은 좋았다. 방울을 흔들다가 나는 혹시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가 되지 않을까 싶어 주위를 둘러보았다. 다행스럽게도 방울소리가 나도 버스에 탄 주변사람들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
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방울을 흔드는 것을 멈추고 그냥 방울을 들어 바라보았다. 금색의 작은 방울. 표면에 뭔가가 음각이 되어 있다. 무슨 글자 같은데 한자도 아닌 것이 한글도 아닌 것이 영어도 아니다. 어차피 뭐. 내 알 바는 아니다.
"우와."
그냥 저냥 학교에 도착할 때까지 방울이나 바라보면서 가고 있는데 정류장에 멈춰 선 버스의 앞문으로 보기 드문 미인이 올라탔다. 단정한 정장차림의 포스 넘치는 커리어 우먼이었다. 저런 여자가 왜 버스를 타고 다니지. 누가 봐도 고급승용차를 몰 포스인데 말이다.
"흐흐. 내 옆에 앉았으면 좋겠다."
아무런 생각 없이 방울을 흔들며 중얼거렸다. 하지만 버스 안에는 빈자리가 많았다. 굳이 내 옆에 와서 앉을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그녀를 잠시 바라보다 관심을 끊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털썩. 잠시 멍을 때리고 있는데 옆에서 인기척이 들린다. 뭐지? 돌아보니 어? 방금 버스에서 올라탄 예쁜 여자가 내 옆에 앉은 것이었다. 왜 여기에 앉는 거지? 버스를 잠시 둘
러보니 자리는 많았다. 두 자리 모두 비어있는 좌석도 몇 개가 있었다. 왜 여기 앉은 거지? 의아한 마음이 든다. 뭐. 이 좌석이 자기가 좋아하는 자리라도 되는 것 같다. 하긴. 내리기 편한 자리이긴 하다. 여기가. 곁눈질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예쁘긴 정말 예쁘네.'
내 옆에 앉은 그녀의 옆모습을 바라보는데 정말 예뻤다. 매끄러운 턱 선에 오뚝한 코. 그리고 잡티하나 찾아볼 수 없는 피부까지. 물론 화장의 힘도 있겠지만 그런 것을 차치하더라도 상당한 미인임에 틀림없었다. 워낙 미인이 옆에 앉다보니 조금은 어색해졌다. 괜히 자세를 바로 하고 힐끔 그녀를 쳐다보다 그녀의 고개가 내 쪽으로 돌리려고 하면 고개를 휙 돌리기도 하고 말이다. 괜히 작은 한숨을 내쉬게 된다. 좋긴 한데 어색하다. 애꿎은 방울만 만지고 놀았다. 딸랑. 딸랑. 방울을 손으로 가지고 만지작거리고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옆에 여자가 내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헉. 아무래도 방울소리가 그녀를 거슬리게 한 모양이었다.
"아. 죄송합니다."
그녀에게 고개를 꾸벅하며 사과했다. 미녀에게는 특히 약한 나였기에 굉장히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아니에요. 소리도 듣기 좋은데요. 뭐."
그녀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내 사과를 받았다. 휴. 다행이다. 아무래도 방울소리가 거슬린 것은 아닌 것 같았다.
"참 이상하네요."
대화가 끝난 줄 알고 고개를 돌린 나에게 그녀가 말을 걸어왔다.
"네?"
"아뇨. 그냥 남자분이 방울을 가지고 계신 거 보니까요."
"아. 이거 땅에서 주은 거에요. 걷다가 예뻐서요. 한 번 보실래요?"
그냥 권했다. 그냥. 그런데 예상 밖의 반응이 나왔다.
"그래도 될까요?"
이 여자 왜 이래. 대화를 왜 이렇게 이어가는 거지?
"여기요."
어차피 못 먹을 감이니까. 이어지는 대화가 조금 귀찮기는 했지만 다시 말해도 미녀는 그 외모만으로도 벼슬이다. 나 역시 남자일 뿐이고. 보기 드문 미녀와의 대화기에 귀찮음 보다 즐거움이 큰지라 웃으며 그녀에게 방울을 건네었다. 딸랑. 딸랑. 딸랑. 그녀가 방울을 흔들며 은은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 여자. 방울을 좋아하는 건가. 허허. 맨 처음에는 포스 있는 커리어 우먼으로 보았는데 지금 웃는 모습을 보니 정말 귀여웠다. 차갑고 이지적인 미모와 귀여움까지 같이 있다니. 웬만한 연예인 보다 예쁜 것 같다. 뭔가 말을 붙이고 싶다. 음음. 무슨 말을 할까나. 칭찬이나 해 볼까. 입이 지 마음대로 움직인다. 헉.
"정말 귀여우시네요. 하하."
"네?"
내 말에 그녀가 표정을 굳히고 나를 바라보았다. 헉. 뻘쭘.
"아. 아뇨. 웃으시는 모습이."
조금 버벅거리며 대답하자 그녀가 나를 잠시 바라보다가 말해왔다.
"귀엽다고요?"
"아. 네. 네. 그. 그러니까. 음. 네. 맞아요. 어떤 남자라도 반할 만큼요. 하. 하. 하."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지. 그나저나 나 언제 이렇게 넉살이 좋았던 거야. 내 스스로에게 당황하고 있는데 그녀의 반응이 뭔가 모르게 묘했다.
"그런가요?"
"그. 그럼요. 제가 나이만 좀 더 많았으면 바로 대쉬했을걸요. 하.. 하..."
그녀의 나의 말에 멍하니 있다가 미소를 지으며 말해왔다.
"그러신가요."
"그럼요. 제가 대학생만 됐어도 바로 그랬을 겁니다. 다만 아쉽게도 제가 아직까지 나이가 어린지라."
요 놈의 주둥아리가 오늘 왜 이러지. 원래 이렇게 넉살좋게 말하는 스타일이 아닌데. 오늘 아침부터 컨디션이 좋더라니. 주둥아리도 아주 컨디션이 좋은 모양이다. 그리고 그 순간이었다. [이번 정류장은 청하고등학교. 청하고등학교입니다. 다음 정류장은...] 아. 다 왔다. 내려야 된다. 아쉽지만 말이다.
"저. 지금. 내려야 돼서요. 방울 좀 주실 수 있을까요?"
"아. 아. 네. 여기요."
그녀에게서 방울을 받은 후 나는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쪽팔리기도 하고 뭔가 기분이 이상하기도 하고 그렇다. 오늘 컨디션이 너무 좋은 모양이다. 처음 보는 여자한테 넉살좋게 귀엽다니 대쉬한다니 하는 말을 막 내뱉은 걸 보니 말이다. 자제해야 되겠다. 오늘은. 정류장에 도착하자마자 그녀에게 살짝 고개를 끄덕여 인사를 하고
바로 내렸다.
"후우."
오늘 하루. 시작부터 뭔가 부산한 하루다. ============================ 작품 후기 ============================상황을 풀어가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작업인 거 같슴돠. 본격적인 스토리 시작이네요 ㅎㅎ=====================================================================
상황을 풀어가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작업인 거 같슴돠. 본격적인 스토리 시작이네요 ㅎㅎ=====================================================================Text Loading ... 상황을 풀어가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작업인 거 같슴돠. 본격적인 스토리 시작이네요 ㅎㅎ=====================================================================Text Loadi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