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Step0. Start-- >2 (2/40)

< --Step0. Start-- >

 딸칵. 학교에서 돌아와 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갔다. 아무도 반기지 않는 원룸. 이곳이 내가 사는 곳이다. 원룸 안은 단출했다. 침대. 옷걸이 용도인 작은 행거. 조그마한 TV. 또 조그마한 냉장고. 전기밥솥. 마지막으로 조그마한 탁자에 노트북 하나. 이게 세간의 전부다. 그래도 뭐. 크게 사는 데 불편함은 없다. 들어오자마자 교복을 벗고 속옷차림으로 화장실에 들어가 간단히 세수를 하고 침대에 털썩 누었다. 

"피곤하다."

 시계를 바라보니 벌써 10시가 되어간다. 야간자습까지 한 다음 집에 오면 딱 이 시간이다. 아침 7시에 원룸에서 나가 밤 10시는 다 되어야 집에 올 수 있으니 정말 하루 종일 학교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 피곤한데 대충 정리만 하고 자야겠네."

 유난히 피곤한 하루라 빨리 자고 싶은 마음 밖에 없다. 그래도 내 성격이 일을 미루는 성격은 아니다. 그래서 미리 하려고 마음먹었던 오답 노트를 만들기 위해 일어났다. 일단 꼼꼼히 문제를 살펴보는 것은 내일 가서 하도록 하고 오늘은 문제를 오려서 3/44 3

붙이기까지만 하자. 그것만 해도 어딘가. 시작이 반인데. 나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가방에서 노트를 꺼냈다. 이 노트는 오답노트로 틀린 문제나 정확히 몰랐던 문제들을 붙여 놓은 것이다. 나름대로 내가 공부하는 방식이기도 했다. 드르르륵. 필통에서 문구용 커터 칼을 꺼냈다. 드르륵거리며 칼날이 나오는 그 떨림이 손을 울렸다. 나는 문제집을 꺼냈다. 

"이래 많이 틀렸었나?"

 생각보다 많다. 이거 다 오려서 붙이는 데만 해도 시간이 꽤 걸릴 것 같다. 

"그래도 해야지. 젠장."

 성격 상 이런 거를 그냥 넘어가지를 못한다. 칼날을 문제집에 가져갔다. 그리고 오답노트를 만들기 위해 틀린 문제들을 오려갔다. 조금 가물거리는 눈으로 문제들을 천천히 오려갔다. 점점 구멍이 뚫려가는 문제집

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문제집들의 틀린 문제들을 오려갔다. 그리고 갑자기 느껴지는 통증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앗. 에이 씨."

 칼날에 손가락이 베인 것이었다. 더럽게 쓰라리다. 상처가 생각보다 깊은 것 같다. 손가락을 다친 것 치고 피가 좀 많이 나온다. 

"아 나. 짜증나 진짜."

 일단 급하게 휴지로 손가락을 막았다. 그런데 젠장. 오답노트에 몇 방울의 피가 튀었나보다. 군데군데 붉게 물들어 가고 있었던 것이다. 참. 오만상 티내면서 공부한다. 남들이 보면 오답노트 만들다가 코피라도 터진 줄 알겠다. 가물가물 오던 잠이 달아났다. 연고랑 밴드를 찾아야겠다. 

"아오. 쓰라려. 연고를 어디다 두었더라."

 이런 상처는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쓰라린 법이다. 그 증거로 손가락은 점점 쓰라려왔다. 일단 손가락을 감싼 휴지가 붉게 물들어갔다. 아. 저기 있었구나. 

"찾았다."

이런 상황을 대비하여 미리 사놓았던 연고와 밴드가 노트북 뒤에 있었던 것이다. 어. 어디 갔나 했더니 이것도 있었구나. 

"여기 있었네. 개방울."

 무슨 방울인지는 모르겠지만 생긴 게 개의 목줄에나 달아줄 것처럼 생긴 금빛방울. 며칠 전 왠지 모르게 끌리는 마음으로 주어왔던 건데. 노트북 뒤에 던져놓았었구나. 

"이. 이런."

 아무 생각 없이 방울에 손을 가져가다가 방울에 피가 한 방울 떨어졌다. 일단 휴지로 방울에 묻은 피를 닦아내고 손가락에 후x딘 떡칠을 한 후에 밴드를 붙였다. 혹시나 떨어질 까 싶어서 하나를 더 붙여서 단단하게 고정을 했다. 

"근데. 피 묻어있으니까 공부 엄청 열심히 한 거 같은데?"

 크. 오답노트에 군데군데 물든 핏자국을 보니 뭔가 뿌듯하다. 남들이 보면 코피가 터질 때까지 공부한 모범생으로 보지 않을까? 

"피까지 터졌는데. 에이. 그냥 문제는 내일 붙이자."

오려놓은 문제들을 노트 사이에 끼워두고 나는 그냥 침대에 털썩 누워버렸다. 여러모로 오늘 하루는 피곤한 하루다. 피까지 보게 될 줄이야. 내 아까운 피. - - - 그 날 밤이다. 변화가 이루어진 밤. 누구도 알지 못하는 변화. 시계가 정확히 자정을 지나가는 그 순간. 심령의 방울이 나지막하게 울었던 그 순간. 민수는 심령의 방울의 주인이 되었다.

============================ 작품 후기 ============================프롤로그 끝=====================================================================

============================ 작품 후기 ============================Text Loadi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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