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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7화 〉66화-전쟁이 아닌 게임 (67/74)



〈 67화 〉66화-전쟁이 아닌 게임

66화-전쟁이 아닌 게임

[쯧...조금의 망설임도 없군. 마룡이라 이건가]

"너 같은 놈한테 그런 소리 들어야 돼?"

일격에 반파된  내부.

세레나의 몸으로 기겁한 레스트리아의 말에 코웃음을 쳤다.

숙주도 기껏해야 인간일 것이고. 놈은 독안에 든 쥐다.

이놈을 지금 여기서 처치한다면, 엿같은 악마놈들은 이제 두 놈 남는다.

  글레트리아만 처치하면 이제 끝이다.

나머지 하나는 뭐 레덴이든 누구든 알아서 하겠지.

"쫄리나? 기껏 활동하기 시작했는데 바로 죽게 생겨서."

[...네놈은 아무것도 모르는군. 내가 괜히 너를 안으로 들였겠느냐]

"성녀는 못 막을걸?"

[그렇겠지. 멍청한 짐승아]

놈이 자기 본체를 향해 걸어가는 날 피식거리며 비웃었다.

죽음의 위기에 미쳐버린 건가 싶었지만, 동시에 위에서 강력한 힘이 느껴졌다.

아주 익숙한 힘이다. 이건 설마.

[성녀의 손에 죽어라!]

어째 좀 조용하다 싶더라니 놈이 노린 한수란건 이 방법이었나.



"죽어라!"

천장이 통째로 부숴지며 검을 치켜든 아리아가 날개를 핀 채 내리 꽂혔다.

나는 마력을 끌어올려 살의가 가득한 신성력을 상쇄시켰다.

그리고 나를 보는 아리아의 표정이 볼만하긴 했다.

충격과 혼란. 그녀는 처참한 잔해들만 가득한 땅에 내려앉은 뒤 내게 검을 겨누었으나, 그 눈은 사정 없이 떨리고 있었다.

[후, 어쩔 수 없네. 속여서 미안한데 아리아]

나는 별  없이 그녀에게 정체를 밝혔다.

스스로 노예를 자처했다지만 과연 내 정체를 알고도 전처럼 대해줄지는 의문이었다.

[우선 레스트리아부터 잡자. 놈은 분명 이  중심부에...]

"들은 적 있다. 사악한 마룡. 용종에겐 다른 사람의 모습으로 변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응?"

"감히! 그 모습은! 네놈 같은 사악한 악적이 취할 수 있는 모습이 아니야! 날 현혹하려 하지 마라!"

일이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했다.

내가 뭘 놓친 걸까.

아리아의 눈을 흐리게 만든게 뭘까. 역시 레스트리아의 세치 혀인가?

하지만 사실 알고 있었다.

아리아가 눈이 뒤집어 진 건 나 때문이라고.

내가, 날 생각하는 그녀의 마음을 얕잡아 본 것이었다.

"본모습을 드러내라!"

아리아의 검에서 황금빛 참격이 뿜어져 나와 성을 부수며 내게 날아들었다.

나는 온 힘을 다해서 그 참격을 깨부쉈다.

[내상(36%)]

동시에 가슴에서 느껴지는 찌릿한 감각.

망했다.

"으아아!"

또한번 날아드는 거대한 신성력에, 휘말린 내 몸은 공중으로 튀어 올랐다.

돌조각 같은 잔해들과 함께 상공 수십미터까지 튕겨나간 내 눈에, 거대했던 성이 반 이상 붕괴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어쩔 수 없다.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아리아를 제압해야 했다.

[쏟아져라]

공중에서 몸을 떠올린 나는 끌어올린 마력을 마법으로 그 형태를 변환.

곧 뜨겁게 불타오로는 불덩이 수십개가 성을 향해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아리아는 그나마 남은 성을 반파시키는 이 융단폭격을 날개로 몸을 감싸 막았다.

 되겠다. 역시 못 이기겠어.

레덴의 검이 된 지금의 아리아, 전성기의 악마들 모두 본신의 무력만으로 어지간한 용과 맞먹을 것이다.

지금 내  상태로는 절대 못이긴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일단 도주하는 건데, 나는 여기서 잠깐 멈칫했다.

레스트리아가 원하는게 과연 뭘까.

아리아가 날 무찌른다고 놈을  줄리가 없잖아.

그렇다면 역시 공멸인가?

공멸이 목적이라면 놈의 계산 착오다.

내 내상도 알고 있는 놈이, 지금의 각성 아리아가 얼마나 강한지 모를리가 없을 텐데.

하지만 또다른 목적이 있다면.

나를, 그리고 아리아를 제압할 또 다른 무엇인가가 준비되어 있다면.

"하..!"

그래서 아리아의 공격을 일부로 맞았다.

치명상 까지는 아니지만, 순간 의식이 날아갈 뻔한 일격.

내 몸이 찢겨나가고 핏물이 튀기는게 보일 정도였다.

[잡았다..!]

희미한 레스트리아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동시에, 내 의식은 누군가 강제로 꺼트린  처럼 암전당했다.


[아아..보인다. 그리고 느껴진다 어린 마룡아]

[네년이 왜 그 허접한 꼴로 인간의 곁에 붙어 있는지]

[네 마음 속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녀석은  녀석이로구나. 설마..설마 연정이라도 품은 것인가?]

문득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

레스트리아의 소름끼치는 속삭임이 귀에 울렸다.

무의식적으로 힘을 끌어올렸지만, 힘이 나오질 않았다.

평소 가녀린 소녀를 연기하던 때의  그대로다.

내 손발목은 어딘가에 묶여 있는 듯 철컥거리기만 했다.

"우으.."

입에는 재갈이 물려져 있었다.

역시 놈의 목적은 나였던 건가. 하지만 아리아의 눈을 피해 어떻게.

[이곳에서의 긴 시간은 밖에서는 찰나에 불과하지]

그때 내 입에서 재갈이 벗겨졌다.

눈에 씌웠던 안대도 벗겨졌다.

"레스트리아.. "

"사로잡힌 주제에 건방진 눈이구나."

숙주로 보이는 사내에게 걸려 있는 목걸이.

나는 그 목걸이, 레스트리아를 노려보았다.

하지만 놈의 말대로 지금 나는 옴짝달싹 할 수 없었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못한 나체로, 형틀로 보이는 의자에 앉아 단단히 묶여 있었다.

"웃기는 군. 정신지배 같은게 통할  같나?"

[물론 힘들겠지. 그러나 어디까지나 마룡으로서의 정신을 유지할  있다면]

쿡쿡 거리는 웃음이 상당히 거슬렸지만, 나는 무심코 등줄기에 식은땀 한줄기를 흘렸다.

[하지만 정신을 완전히 부숴버려, 자기가 누군지도 모를 상태로 만들어버리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쿠읍.."

동시에 놈의 숙주가  안면을 발로 강하게 걷어 찼다.

뒤통수가 의자에 부딪혀 찢어지고, 정면으로 맞은 이는 부러지고 입술이 터져 피가 흘렀다.

놈은 곧바로  얼굴에 회복포션을 들이부었다.

저 값비싼 물건을 제한 없이 들이붓는 것도 이곳이 현실이 아니기에 가능한 것이겠지.

[이건 게임이다! 전쟁 따위가 아니야! 네가 견딘다면 너의 승리, 그렇지 못한다면 나의 승리다. 이곳을 유지하는 내 힘이 다할때까지 견디고 버텨봐라 애송아. 물론 그 시간은 영겁이라 느끼겠지만!]

코에 들어간 포션덕에 콜록이는  얼굴을 향해, 지껄이던 놈은 두꺼운 집게를 집어들었다.

그리고 그것을 어느새 옆에 나타난 누군가에게 건네주었다.

"아..."

나는 무심코 탄식했다.

집게를 건네 받은 그는 내 뺨을 소중히 어루만지더니, 이내 강하게 내리쳤다.

두번, 세번, 네번.

어느새 입에서 피가 터지고 뺨도 부어올랐다.

[네가 가장 소중히 생각하던 사람이, 널 괴롭혀 줄거다. 아주 고통스럽게. 이런 고통이 있다는 걸, 마룡은 모르겠지?]

레스트리아의 비웃음을 뒤로한 루카스는 얼음장 같은 얼굴을 하고선 대번에 내 입을 벌리고, 집게를 들이밀었다.



"...어서 가야겠군."

헥트 백작은 저 멀리 보이는 황금빛 섬광을 보고 혀를 찼다.

함께한 성기사들 역시 아리아의 신성력을 알아보고 더욱 발길을 재촉했다.

"그런데  불꽃은 뭐지?"

"마법 같습니다. 모양새는 화염구를 응용한 것 같긴 한데."

황금빛 섬광 뿐만이 아니라, 마법으로 추정되는 불꽃도 드문드문 보였다.

'리아.'

이곳에서 그 마법의 정체를 아는 건 루카스 뿐이었다.

그는 은근한 조바심을 느끼며 번쩍이는 불꽃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녀가 어떤 존재인지 알고 있으면서도 어째서인지 불길한 마음이 들었다.

"놈이 발악하는 모양입니다."

"다들 전투를 준비하라 하게."

하지만 바쁘게 가던 행군은 곧 멈췄다.

 인근에서 괴물들이 쏟아져 나왔다.

레스트리아가 부리는 변이체들이었다.

"제 뒤에 계십시오."

세나가 루카스의 앞을 가로막았다.

고작해야 삼백명 가량이었다.

그리고 사방에서 달려 오는 적들도 그 정도 규모는 넘기고 있었다.

"전부 창과 검을 들어라! 마법사들!"

지휘관들의 지휘 아래 빠르게 전투 준비를 마친 병사들과 적들이 부딪혔다.

중심부에 피해 있던 루카스는 검을 뽑이
아든 세나의 뒤에서 전장을 지켜봤다.


"알렉스!"

"잡았어!"

전장에서 유독 눈에 띄는 이들이 있었다.

신분은 용병이었지만 사실상 헥트 백작의 친위대 노릇을 하고 있는 이들.

기사 전력을 거의 잃어버린 백작이 기사 대용으로 쓰는 이들이었다.

스스로 여신 레덴에게 힘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그들은 무시무시한 성장폭을 보여주며 지금도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었다.

"역시...중히 써도 될  같지 않소."

"하지만 각하, 저들은 여신의 힘을 받았다는 이들입니다. 혹 교단과 문제가 생길  있습니다."

"상관 없을 것이오. 저들 말대로라면 딱히 여신이나 교단에 통제 받는 이들이 아니니까."

최근들어 전력 증강에 목말라 있던 헥트 백작에게는 정말 꿀 같은 지원이었다.

그들의 목적이 어쨌든 어차피 대가를 주고 부리는 용병이나 마찬가지, 헥트 백작은 이번 일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면 그들을 대대적으로 모집할 생각이었다.

"숫자가 상당하다 했소. 혹시라도 우리에게 나쁜 길로 빠지기 전에 끌어모으는게 나을 것이오."

"그렇게 뭉친 이들이  딴마음을 품게되면 어찌합니까?"

"방법은 생각해 두었소. 일단 그건 나중에 고민합시다."

백작은 슬쩍 저 앞에 있는 루카스를 흘끔거렸다.

성녀 조교. 그것은 거짓이 아닌듯 보였다.

아직 제대로 확인하진 못했지만, 겉으로 보기엔 명분을 따져 움직이고 있는 성녀는 분명 루카스의 말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만약 성녀를 구워 삶은게 진짜 사실이라면 더  일을 맡겨도 될 인재다.'

물론 성녀를 궁지에 몰아넣고 있다는 다소 건전한 보고까지만 받아 본 백작은 감히 성녀를 성노예로 만들었다는 상상까지는 하지 못했지만.

"놈들이 도망칩니다!"

"쫒아라! 다시 방해 받기 전에 성으로 진격한다!"

곧 전투도 마무리 되었다.

레스트리아의 군대는 지구 출신 용사들을 앞세운 백작의 군대를 전멸시키는데 실패했다.

그들은 곧바로 성을 향해 진격했다.


"...슬슬 움직여야겠군."

[흐흐, 레스트리아의 마정석을 놈들에게 넘겨줄 순 없지. 놈을 재료로 쓴다면 내 부활도 더 앞당겨진다]

그리고 성을 향해 진격하는 이들을 지켜보고 있는 이들도 있었다.

레베르트 백작은 자신의 뒷편에 정렬해 있는 괴물군대를 보고 진격을 명령했다.

[너희도 가라. 가서 쓸모를 증명해라. 그렇다면 그에 걸맞는 대우와 보상을 약속하지]

괴물 하나의 몸을 빌리고 있는 글레트리아는 곁에 자리한 몇 사람에게도 명령했다.

그들은 평범한 사람처럼 보였지만, 그 본질은 헥트 백작의 옆에 있는 이들과 마찬가지로 지구 출신의 용사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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