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9화 〉58화-추락과 비상
58화-추락과 비상
"준비는 되었느냐. 어차피 들리지도 않겠군."
루카스가 피식 웃으며 내 목줄을 당겼다.
아니 정확히는 '우리의' 목줄을.
"후으..."
마스크를 썼더니 역시 앞이 하나도 안 보인다.
거기다 입은 재갈로 막혀 있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신음하며 움찔거리는 것 뿐이었다.
그리고 마스크로 단단히 감싸여져 있는 얼굴과는 달리, 목 아래로는 차가운 바람이 피부를 샅샅이 훑으며 지나가고 있었다.
"조신한 척 하기는, 네 진짜 처녀가 어디서 뚫렸는지 모르느냐.
루카스가 다리를 비비 꼬는 나를 비웃었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에, 높은 굽의 신발만 신겨진 상태.
다리를 살짝 벌리니, 찌걱이는 소리와 함께 음액이 흐르고 있는 가랑이에 시원한 바람이 닿았다.
"후고옥..."
"저 암캐도 좋아라 하는 군."
그리고 내 뒤에서도 신음소리가 연달아 들리고 있었다.
뒤로 단단히 묶인 내 손에 쥐여진 목줄, 그 목줄의 끝에는 아리아가 나와 마찬가지인 차림으로 자리하고 있었다.
아직 성을 나가지도 않았는데, 사방에서 쏟아지는 시선을 견디지 못하고 벌써 발정한 듯 흥분한 신음 소리가 연달아 들리고 있었다.
사실 이 조교, 아리아만 받기로 했지만 루카스는 내게 이 조교를 지난 번 주지 못한 상으로 주었다.
상이니까, 마음대로 절정할 수 있다.
"자작님, 정말 이 계집들이 도적들이라는..."
"정말이라니까 그러네. 성녀님께서도 자비 없이 강력히 처벌하길 원하시오. 이런 어린년도 생김새에 비해 하녀로 위장해 끼어들 정도로 영악하다는 뜻 아니겠소."
루카스의 말소리가 들렸다.
상대의 정체는 분명 성의 경비병들, 사방에서 끈적하게 느껴지는 이 시선의 주인공들이겠지.
그들에겐 좀 미안하게 되었다.
옴짝달싹 못하는 죄수 신분인 나체의 여인들을 눈앞에 두고, 손 하나 못대는 처지라니.
"크흠, 처형대가 준비되었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많이 모여들었나?"
"듣도보도 못한 처벌 방식에 다들 관심이 큽니다. 인파가 벌써 구름 같이 모여들었습니다. 너무 과할 정도가 아닌지...통제가 잘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경비대로 추정되는 사내는 한숨을 쉬며 그렇게 말했다.
순간 내 가랑이에서 음액이 울컥 흘렀다.
수백, 어쩌면 수천명이 보는 광장 한복판에 나체로 묶여 방치당한다니...이정도 스케일의 조교는 나도 처음이다.
"...보이나? 저 년들, 액을 질질 흘리고 있잖아."
"...즐기고 있는 거 아니야? 허.."
게다가 주위에서 수근거리는 음담패설들도 우3리 귀에 대놓고 들렸다.
그런 매도를 들으면 몸은 더 뜨거워진다. 하지만 그건 뒤에서 연신 신음하는 아리아도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비틀거리는게 손으로 잡은 목줄에 느껴질 정도였다.
"슬슬 출발하지, 확실히 열기가 느껴질 정도군."
"예...예! 모두 움직여! 길을 터라! 사람들을 통제해!"
루카스가 때가 되었다며 내 목줄을 잡아 당겼다.
동시에 경비대도 흩어져 부산히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내가 엉거주춤 걸음을 옮기면, 자연으럽게 아리아도 목줄이 당겨지는 내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제 쪽문을 나선다 벌써 수많은 이들이 보이는 군. 어디 한 번 네 치태를 저들 앞에서 보여 봐라."
피식 웃으며 비웃은 루카스가 가면을 쓰는 소리가 들렸다.
동시에, 닫혀 있던 문이 열렸다.
성 정문도 아니고, 평소 하수인들이 쓰는 작은 쪽문이다.
"..세상에..."
"저런 소녀가.."
"..진짜 알몸이야.."
하지만 문 너머에서 쏟아지는 그 뜨거운 시선들은 감히 내 예상 밖이었다.
뜨겁다. 그리고 따갑다. 시선에 물리력이 있었던가.
웅성거리는 소음이 더 크게 들리기 시작한다.
모두 우리를 두고 하는 혐오스런 매도와 음담패설이 전부였다.
"왜 그러느냐. 이제 와서 겁이 나는 거냐? 하지만 이미 늦었다."
"케흑.. 크훕.."
내 목줄을 당기던 루카스가 피식 웃으며, 멈칫거리는 나늘 거칠게 앞으로 끌었다.
몸이 주체하지 못하고 덜덜 떨렸다.
남들이 보면 두려워 하는 걸로 보이겠지.
실제로 두려운게 맞았다. 감히 앞으로 나설 수가 없었다.
모공 하나하나가 곤두서는 느낌이다.
"보여라, 네 수치스런 모습을, 이 음란한 용아."
내 귓가에 속삭인 루카스가 다시 한 번 줄을 당기자, 나는 넘어지지 않기 위해 허겁지겁 다리를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흐우..."
그리고 내 몸은 완전히 성 밖으로 나왔다.
사방이 시선이다. 도망칠 곳도 없고, 훤히 드러난 치부를 가릴 수도 없다.
처녀를 바쳤던 날 장대에 묶여 있었을 때와는 또 다른 감각이었다.
"어서 움직여!"
루카스는 들고 있던 말채찍을 휘둘러 머뭇거리는 리아의 엉덩이를 찰싹 때렸다.
"흐응..!"
리아는 비틀거리며 앞으로 걸었다.
뒤따르는 아리아 역시 채찍을 맞고 파들거렸다.
그럴 때마다 이 원초적인 자극 앞에선 사람들 사이에서는 격렬한 환호 비슷한 뭔가가 터져 나왔다.
경비대는 흥분한 사람들 앞에서 길을 확보하기 위해 진땀을 흘려야 했기에 이 광경에도 도저히 다른 마음을 먹을 수가 없었다.
"모두 들어서 알고 있을 것이다. 이 계집들은 감히 도시가 혼란한 틈을 타 성에 숨어든 도적들이다!"
루카스는 그런 사람들을 향해 소리쳤다.
사람들은 루카스가 있지도 않은 그녀들의 죄목을 말할 때마다 더 크게 반응했다.
이 경악스런 행보에 일말의 죄의식이나 거부감을 가지고 있던 이들도 군중들의 열기와, 죄수들에 대한 처벌이라는 명분으로 시선을 바꾸게 되었다.
"이 도적년들을 직접 잡으신 성녀께서, 불안한 시국을 더욱 어지럽히는 악적들을 반드시 일벌백계 하라 하셨다! 따라서 이 암퇘지년들을 광장에 이틀간 매달아 둘 것이니 그 최후를 똑똑히 보아라!"
루카스는 그 길로 두 사람을 끌고 정해진 길을 따라 도시를 순회하기 시작했다.
그때마다 쉬지 않고 했던 이야기들을 반복했다.
리아와 아리아는 쏟아지는 사람들의 시선과 매도를 모두 받아가며, 울퉁불퉁한 바닥을 거의 발끝으로 지탱하는 힐을 신은채 목줄의 감각에만 의지해 힘겹게 나아갔다.
"돌은 던지지 못하게 해라. 처벌은 우리가 할 것이다."
간간히 돌을 던지는 이들도 있었으나 루카스는 그정도 행위는 병사들을 시켜 자제시켰다.
"더러운 년!"
"감히 성녀님의 방에 침입하려들다니..!"
"저 음탕한 몸좀 봐. 차라리 사지를 자르고 돼지 우리에 던지는게 낫지 않나?"
'이럴 수가..'
땀을 뻘뻘 흘리며 비틀거리던 아리아는 자신에게 쏟아지는 매도와 욕설을 피할 수 없었다.
성녀로서 살아오며 감히 받아 본 적 없는 순수한 증오와 깔봄, 조롱.
"저..저..또 씹물을 흘리고 있어."
누군가의 말대로 그녀의 허벅지는 타고 흐르는 애액으로 흥건한 상태였다.
'이, 이건 내가...'
그녀 스스로도 자신의 몸 상태를 잘 알고 있었다.
이미 그녀의 몸은 그렇게 되어 있었다.
아리아의 머릿속에, 그동안 봉인해 두었던 끔찍한 기억들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녀의 몸을 이렇게 만들어 버린 그 사건.
도적들의 산채에 한 달 동안이나 묶여 방치되고 희롱당하던 그 저주스런 나날.
신성력을 얻은 뒤 억지로 잊으려 했던 기억들이.
"움직여!"
"후으으윽!"
채찍이 날어들어 왼쪽 젖가슴을 찰싹 내리치자, 아리아는 자신도 모르게 허리를 떨며 음액을 왈칵 흘려버렸다.
"저것 좀 봐라! 맞으니 가버렸다고!"
당연히 이런 행위 하나 하나 조롱과 희롱의 대상이 되었다.
입으로 거친 숨을 내쉬며 헐떡이던 그녀는 필사적으로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나는....'
그녀는 이제 모든 걸 내려 놓았다. 스스로도 인정했다.
이렇게 음란하게 변해버린 자신을, 자신의 본성이 원래 이런 것임을.
"올라가라."
그리고 그런 그녀의 앞에, 나무 계단이 나타났다.
어느 정도 체념하고 받아들인 그녀는 마치 교수대에 오르는 것 처럼, 끼익 거리는 나무 계단을 천천히 올랐다.
"..너도 당하고 싶으냐?"
"저, 저는..."
"원래는 네 팔다리를 빼앗고 엉덩이에 장대를 꽂아 매달아보려 했지만, 조교 받는 인원이 너무 많으면 효과가 떨어져서."
루카스의 말에 세나는 마른침을 삼켰다.
그녀도 조교된 몸이긴 하지만 한번 미쳤다가 각성한 지금의 정신은 아직 조교되기 이전의 정신이나 마찬가지.
그런 그녀에겐 뼛속까지 변태스런 취향은 아직 없었기에 계획이 없다는 루카스의 말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도르래를 한계까지 당겨라! 보기 좋군."
루카스는 눈 앞의 광경을 보며 박수를 쳤다.
광장 한복판에 마련된 나무 단상.
그 큼직한 단상의 위에 아리아와 리아, 두 사람이 각각 2개의 장대에 묶여 있었다.
양쪽으로 세워져 있는 장대들의 위 아래에는 사슬이 달려, 두 여인의 팔다리를 묶었고, 사슬이 당겨지니 두 사람의 팔다리는 대자로 벌려져 고정되었다.
적어도 일천 이상의 사람들이 보는 광장, 그것도 돋보이는 높은 단상 위에서.
가릴 수도 없다. 오히려 쫙 벌어진 다리덕에 음액이 떨어지는 치부는 훤히 보일 정도였다.
이제 그녀들은 다음날 이 시간까지, 저 자세 그대로 이곳에 묶여 있어야 한다.
"흐으읍.."
"알고 있지 않느냐."
단상 위로 올라간 루카스는 군중들을 둘러보며 아리아의 귀에 속삭였다.
아리아는 그 말을 듣고 몸에 힘을 주었다.
이제부터 시작될 매질을 견딜 생각이었다.
리아도 함께 처벌 받는 대신, 모든 고통은 본인이 감당한다는게 원래 계획이었다.
"흐기익♡"
하지만 이내 공기를 가르는 피공성 끝에, 찰싹이는 소리와 함께 울리는 신음은 자신의 것이 아니었다.
"으읍! 읍! 흐으읍!"
'약, 약속이 다르다!'
당황한 아리아가 거칠게 저항하며 고개를 저었으나 입에 물려진 재갈에서 나오는 소음은 짐승의 울음소리로밖엔 들리지 않았다.
"흐극! 흐익! 후으윽!"
"으하하! 가느다란 몸이 안쓰럽게 떨리는구나!"
옆에선 계속해서 끔찍한 소리와 함께 매질당하는 리아의 비명이 재갈을 뚫고 들렸다.
물론 이미 진한 흥분에 취한 관중들은 더욱더 환호했지만.
격노한 그녀가 마구 발버둥을 쳤지만, 이미 힘을 잃은 그녀는 사슬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리아..! 리아!'
무력함에 눈물이 마스크 밑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아리아는 손발목에 피가나는 것도 아랑곳 않고 버둥거렸다.
"이제 그만 포기해라. 이제 끝이다. 리아는 오늘 여기서 내게 처녀도 잃을 것이다. 그러니 너도 그냥 다 내려 놔. 욕망을 받아들여라. 사랑하는 애인의 비명소리, 듣기 좋지 않느냐."
그녀의 귓가에 속삭이는 루카스의 마지막 말이 쐐기를 박았다.
루카스는 넋이 나간듯 발버둥을 멈춘 그녀의 클리토리스에 일전에도 착용했었던 마도구를 달아주었다.
그덕에 표피가 벗겨지고 딱딱히 솟은 그 돌기에, 무거운 추가 달린 집게를 물렸다.
이어서 그녀의 양 젖꼭지에도 비슷한 장식이 달렸다.
"네 몸은 절대 건들지 않을 것이다. 대신 모든 고문은 리아가 받는다. 그녀가 고통스러워 내지르는 비명과 쾌락의 신음이 네게 주어진 전부니, 원한다면 필사적으로 몸을 흔들어 물려진 기구들을 이용해 자위해라."
루카스는 그녀의 머리를 툭툭 두드리고는, 다시 채찍을 들어 헐떡이는 리아를 내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