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화 〉49화-사죄와 거래
49화-사죄와 거래
".....겠다."
"잘 안들립니다?"
"받아..들이겠다. 쓰레기 같은 네놈의 그 추악한 만행, 내가 받겠다. 그러니 리아는 이제 건들이지 마라."
이를 악문 아리아가 끝내 고개를 떨궜다.
"추악한 만행이라니요. 성녀님 본인의 결백을 증명하는 신성한 시련이 될 것입니다."
루카스는 그녀를 대놓고 조롱했다.
그러나 아리아는 그를 노려볼 뿐, 소리치지도 움직이지도 못했다.
내 손을 꼭 쥔 손이 파들파들 떨릴 정도다.
"좋습니다. 그럼 우선 사과를 받아 볼까요."
"사, 사과..?"
"제 하녀를 멋대로 건드린 것은 사실 아닙니까. 덕분에 리아의 버르장머리 교육도 다시 해야 할 판이니."
그의 말에 아리아는 말을 잃었으나, 이내 천천히 그에게 고개를 숙였다.
"허, 리아. 네가 진짜 사죄가 뭔지 성녀님께 좀 보여드려야 겠다."
하지만 루카스는 아리아의 정수리를 보며 이렇게 말했다.
그리고 나는 혀를 찬 그의 말이 떨어지자 마자, 바닥에 머리를 쳐박고 꿇어 엎드렸다.
"이, 이게..."
"보셨습니까? 진정한 사죄란 이런 것입니다."
아리아는 내 모습을 보고 기겁했다.
루카스는 그걸 빌미로 더 강하게 그녀를 압박했다.
"하긴, 성녀님의 무릎은 감히 저 같은 놈에게 바칠 수 없는 귀중한 것이겠지요. 어쩔 수 없군요."
"그, 그만..꿇겠다! 그러니 그건 내려놔라!"
루카스가 부지깽이를 다시 집어드니, 아리아가 허겁지겁 외쳤다.
"큭..여신이시어."
눈을 질끈 감은 그녀의 눈이 파르르 떨렸다.
천천히 굽혀지는 그녀의 무릎.
결국 무릎이 땅에 닿았다.
"그게 전부가 아닐 텐데요."
루카스는 봐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파들거리던 아리아의 허리도, 점점 꺾이기 시작한다.
납작 엎드린 내 옆으로, 아리아가 손으로 땅을 짚는게 보였다.
곧 그녀의 이마가 땅에 닿고서야 루카스가 짝짝 박수를 쳤다.
"조금은 진정성이 느껴지는 군요."
허리를 숙인 루카스가 속삭이자, 엎드린 아리아의 몸이 움찔거렸다.
"...이게 무엇이냐."
"성녀님의 결백을 증명할 도구 중 하나지요."
어느 정도 해탈한 듯, 얼굴이 붉어진 아리아의 목소리는 착 가라앉아 있었다.
여전히 꿇어 앉아 있던 아리아는, 루카스가 준 작은 무언가를 받았다.
반지와 비슷한 작은 고리. 난 저게 뭔지 알고 있다.
내가 직접 써본 물건이었으니까.
"듣자니 목욕하실 때는 그 갑옷과 정조대를 벗을 수 있으시다 들었습니다."
"그렇..다."
"그때, 그 장신구를 음핵에 끼우십시오. 끼우고 다음날 저녁에 다시 찾아 오십시오. 음핵이 무엇인지는 아시지 않습니까?"
"...사악한 놈."
그녀가 그를 노려보며 이를 갈았다.
그러나 그뿐이다. 그녀는 손에 올려진 그 마도구를 버리지 못했다.
"대신, 매일 밤 제게 시련을 치루시는 동안에는 리아를 빌려드리겠습니다. 듣자니 시중이 필요하실 듯 하니."
물론 루카스가 채찍만 준비한 건 아니었다.
그가 제시한 당근에, 확실히 아리아의 기세가 조금 누그러졌다.
"...그게 정말이냐."
"물론입니다. 하지만 만약 성녀님이 제대로 시련을 받지 않으시면 그 벌, 모두 리아가 받게 될 겁니다."
"그럴 일 없을 거다."
그녀가 눈을 번득였다.
루카스도 그 이상 무어라 하지는 않고 이내 자리를 접었다.
"제, 제가 직접 걷겠습니다."
"아니야. 상처는 다 나았어도 아직 힘이 안 들어 갈거다."
아리아는 그 길로 나를 데리고 루카스의 방을 나왔다.
심지어 나를 품에 안아든 상태다.
"내 걱정은 하지 마렴. 반드시 견뎌내서 널 구해주겠다."
그녀가 비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살짝 찔리는게 없잖아 있었다.
그녀가 견디는 건 안 된다. 오히려 타락해서 음탕한 몸으로 조교되어야지.
"오늘은..우선 자자. 이미 늦었으니."
아리아는 날 침대에 넣고 자기도 곁에 누웠다.
날 끌어 앉고 킁킁거리긴 했지만, 그 이상은 하지 않았다.
얼핏, 그녀가 마도구를 손가락으로 쥐고 한숨 쉬는 모습이 보였다.
"성녀님, 차라리 거짓 보고를 올리는게..."
"걱정하는 거냐."
그녀가 내 뺨을 쓸었다.
걱정된다기 보단 실수해서 루카스에게 꼬투리 잡히는 걸 보고 싶은거지만.
"이건 나를, 그리고 여신님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반드시 이겨내서 그놈에게 증명할 것이다."
하지만 아리아는 생각보다도 정직하고 굳건했다.
물론 나쁜 건 아니었다. 어차피 그녀를 기다리는 변태적인 시련들 중, 저 마도구는 정말로 워밍업 수준이니까.
"성녀님, 백작이 만남을 청해 왔습니다. 잠시 뒤입니다."
"...알겠어요."
"괜찮으십니까?"
"저, 전 괜찮아요."
부관 엘라는 의아한 얼굴이었지만, 별 의심 없이 방 밖으로 나갔다.
"하아..."
방에 혼자 남은 아리아가 탁자 위에 엎어졌다.
양 뺨을 붉게 상기시킨 그녀는, 탁자에 엎드려 미간을 찌푸리고 움찔거렸다.
'신경쓰면 쓸 수록 더..아흣.'
그녀는 조금의 쉴 틈 없이 하반신을 덮치는 야릇한 느낌에 눈을 질끈 감았다.
갑주와 정조대로 단단하게 보호 받고 있는 그녀의 음부.
현재 그곳에는, 껍질이 벗겨진 채 단단히 발기한 클리토리스를 작은 마도구가 조이고 있었다.
미리 둔덕에 덧댄 천이 아니었다면, 이미 갑옷 안까지 흥건한 상태였을 것이다.
"성녀님..."
"나는, 나는 괜찮다 리아. 걱정하지 마라."
그녀의 사정을 아는 건 이곳에 리아 뿐이다.
아리아는 필사적으로 하반신에서 엄습하는 느낌을 떨치려 애쓰며 가까스로 웃어보였다.
"준비..하자. 백작을 만나러 가야 하니까..."
그녀가 움찔거리는 다리로 가까스로 일어났다.
달아오른 얼굴에는 쾌락을 여과 없이 받아들이는 스스로에 대한 혐오가 짙게 배여 있었다.
"꽤 긴급한 안건이라 말이오."
헥트 백작은 이번 회의에 자기 가신들 뿐 아니라 아리아까지 호출했다.
다행히 상황이 상황인 것인지, 잔뜩 긴장한 이들은 전과는 달리 조신한 숙녀 그 자체가 되어 버린 아리아의 상태는 그리 신경쓰지 못했다.
"...이곳으로 회군하던 라시안의 본대가 습격당해 고립당했소."
헥트 백작이 굳은 얼굴로 상황을 설명했다.
라시안은 백작가의 장남이자 루시안의 형.
반대쪽 전선에서 회군하던 그가 습격당했다는 급박한 소식이었다.
"습격한 놈들은 그 괴물 군대와...황금숲의 엘프들이오."
"그 간사한 놈들..!"
"지금 당장 공자님을 구원해야 합니다!"
가신들의 반응은 격렬했다.
백작 역시 이대로 넘어갈 생각은 절대 없었다.
무엇보다 아직 그의 아들은 죽지 않았다.
"라시안은 본대를 수습해 인근의 요새로 들어가 농성하는 중이오. 놈들도 우리 지원이 오기 전 사력을 다해 함락시키려 들테니, 최대한 빠르게 지원군을 보내야 겠소."
그는 곧바로 출병 준비를 명했다.
이번에 함께 하기로 한 루시안과 레아나 역시 적극적이었다.
"반드시 구할 수 있어."
루시안은 레아나에게 단호히 속삭였다.
이번에 접하게 된 그녀의 동생에 대한 소식, 바로 라시안 휘하에서 싸우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레아나의 입지 회복을 바라는 루시안과, 동생을 구하고 배신자를 처단하길 바라는 레아나에게 이 전투는 기회였다.
"성녀 께서는."
"..!"
"성녀께선 어쩌실 생각이오? 놈들이 나타나면 곧바로 단죄하겠다 하지 않으셨소."
"...그렇습니다. 저희도 출발할 겁니다."
다른 이들이 분주해진 사이 백작은 아리아를 보며 말했다.
움찔한 그녀는 평소처럼 차갑게 대답했으나, 뜨거위진 몸에서 나오는 목소리엔 평소의 독기나 차가움은 없었다.
'기분 나쁘게.'
그런 그녀를 보는 백작의 표정은 미묘했지만, 아리아는 애써 그 시선을 무시했다.
"그럼 저희도 곧바로 출정 준비를 하겠습니다."
"그렇게..하세요."
'짜증나짜증나짜증나!'
부관 엘라와 이야길 나누며, 아리아는 고간을 덮은 갑옷을 원망했다.
차라리 계속해서 자극해 절정에 이른다면 모를까.
딱 발정시키는 정도로만 애태우는 마도구는 그녀의 신경을 조금도 쉴 틈 없이 계속해서 자극했다.
그 결과 미처 해소되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몸에 미친듯이 쌓여가고 있었다.
게다가 평소 쾌감을 포함 대부분의 감각을 통제당하고 있는 그녀의 몸은 자극에 너무 약했다.
"흐읏...하으윽♡"
그 결과가 이것이었다.
아리아는 유일한 자유가 허락되는 목욕 시간, 리아에게 귀를 막도록 시키고 욕탕에서 연달아 자위했다.
"하아..."
그러나 결국 자위는 급한 불을 끄는 것 뿐이었다.
세차게 조수를 뿜으면 순간 욕구는 해소 되었으나, 그녀는 머지 않아 다시 정조대를 차고 갑옷을 입어야 했다.
성기사들은 그녀의 요청에 따라 둔덕에 천을 대고 정조대를 다시 채웠다.
클리토리스의 마도구는 들키지 않았지만, 아리아는 갑옷이 몸을 조여가자 절망감이 들었다.
'이 상태로 출정을 하면...'
게다가 오늘 오후 들었던 소식이 재차 떠오르자 그녀는 눈앞이 캄캄해짐을 느꼈다.
전장에 나간다면 목욕은 어불성설, 자위도 못한다.
"난..괜찮다..나는.."
"..."
아리아는 생각보다 잘 버텼다.
마도구를 차고 있으면 자는 것도 힘들 텐데도, 그녀는 그 답답한 갑옷까지 입고 어떻게든 버티고 있었다.
"읏.."
다만 한계에 몰려가는 모습이 얼핏 보였다.
나를 껴안고 잘 때도, 전에 보이던 따스하고 애정 넘치던 눈 뒤에는 이제 점차 음습한 음심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걸 필사적으로 틀어막으며, 그녀는 오늘도 내 몸을 더듬고 냄새를 맡는 것으로 조절해내는데 성공했다.
"리아, 내가 내일부터 자리를 비운 동안, 그놈이 널 학대하면 반드시 내게 말해라."
"네..."
"마음 같아선 너도 데려가고 싶지만, 너무 위험해."
그녀가 뜨거운 숨을 내 목덜미에 뱉으며 중얼거렸다.
이 상태로 가서 싸우는게 가능할지 모르겠는데.
"그럼, 마지막이니까."
나는 슬쩍 그녀를 유혹해보기로 결정했다.
내가 자세를 바꿔 돌아 앉자, 눈이 마주친 아리아가 움찔했다.
"리, 리아.."
그녀의 눈이 사정 없이 흔들린다.
그 시선이 내 입술로 향하는게 보였다.
아마 스스로에게 이 정도는 괜찮다며 필사적으로 되뇌이고 있지 않을까.
"웁.."
결국 내 얼굴을 움켜쥔 그녀는, 입술을 깨물더니 먹어버릴 기세로 곧장 얼굴을 덮쳐왔다.
"상태가 그다지 좋아 보이진 않던데."
"솔직히 싸우다 죽는 것 아닐까 할 정도였습니다."
"고결하고 깨끗하기에, 오히려 쾌락에 저항하기 힘들 것이다. 너만해도 저딴 마도구에 흥분 하겠느냐."
함께 성 밑을 내려다보고 있던 루카스가 코웃음을 쳤다.
그의 말이 맞았다. 이제 저런 마도구로는 성에 안차긴 하지.
"돌아오면 아마 한계에 몰려 있는 상황이겠지. 그런 그녀에게 천천히 쾌락을 알려줄 것이다. 종국에는 알몸을 남에게 보이는 것만으로 가버리는 그런 변태성을 길러줄 생각이지. 너와 비견할 수 있는 노출광으로 말이다. 그 갑옷, 네 힘이면 벗길 수 있는게 확실하겠지?"
"네."
나는 히죽 웃었다.
그녀가 내심 바라고 있던 것, 그리고 이제 가장 바라게 될 것.
그 답답한 구속과 통제를 풀어주고, 그 빈자리에 쾌락을 채워 주겠다는게 루카스의 계획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