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7화 〉46화-합작 (47/74)



〈 47화 〉46화-합작


46화-합작

"감사...합니다."

"아니야. 맛있게 먹어라."

따뜻한 차를 건넨 아리아가 웃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렇게 환히 웃을 수 있는 사람이었다니. 진짜 어색하다.

"성녀님, 오늘 있었던 일은..."

"미안해요 엘라. 앞으론 조심할게요."

그녀는 잔소리일게 뻔한 부관의 말을 원천 차단 했다.


이곳은 그녀의 방.

나는 지금 만찬장에서 곧바로 그녀에게 구출(?)되어 이곳으로 오게 되었다.

그 당시 명분은 루카스의 말은 믿을 수 없으니 내게 직접 물어보겠다는 것이었다.

"정말 그 조교사는 널 거둔 것 뿐인 것이냐."

차를 홀짝이던 내가 좀 진정했다고 생각한 것인지, 그녀가 침대에 앉은 내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높이를 맞췄다.

진짜 신비롭게 예쁘긴 하다.


그럼 여기서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루카스는 분명 이번 조교의 핵심을 약점이라 했다.


그리고 지금 아리아는 자신의 입지가 불안해질 수도 있는 난동까지 부려가며  데려왔다.

어쩌면 이 행위에서, 그녀의 약점을 찾을  있지 않을까.

"주..주인님은 정말 제게 아무짓도 하지 않으셨..."


"그런 작자가! 아차. 미, 미안하다. 네게 소리지른게 아니야."

내가 살짝 머뭇거리며 말하자  팔은 잡은 그녀가 발끈했다.

하지만 움찔하는 모습을 보이니 순간 사색이 되어 사과했다.

"잘 들으렴. 세상의  어떤 주인도 흑심 없이  같은 아름다운 소녀에게 이런 파렴치한 옷을 입히진 않는다."

하긴, 그녀가 입고 다니는 정조갑옷을 생각하면 충분히 설득력 있는 말이긴 한데.

"두려워하지 마라. 나는  편이니, 솔직히 말해 다오."


그녀가 다시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듣고 싶은 답이 뭘까. 원하는게 뭘까.


내가 루카스에게 조교 받은 걸 곧이곧대로 말했다간 분명 이 성이 박살나겠지?


"정, 정말이에요...정말.."


"이런. 미안하다."


내가 잠짓 울상을 지으며 무섭다는 듯 연기를 펼치자, 그녀는 안타깝다는 듯 날 껴안았다.


정말로 불쌍한 소녀를 돕고파서 이러는 것일까?

절대 그럴리 없다.


물론 순수한 동정이 감정이 대부분이긴 하지만 나는 굳이 그녀의 감정을 꿰뚫어 보지 않아도, 껴안은 채 내 몸을 조금씩 더듬는 그녀의 손이나 붉게 달아오른 얼굴에서 가까스로 억누르고 있는 그녀의 진심을 알아차렸다.

"당분간 내 옆에서 지내렴. 네가 안전하다 판단되면, 그때 다시 솔직히 말해라."

"...네."

답정너 같은데,  죽어도 루카스에게 보내주겠단 소리는 안했다.



"엘라. 슬슬 목욕을 해야겠어요."


"준비하겠습니다."


"너도 같이 가서 씻자."

해가 떨어지자, 아리아는 씻고 쉴 준비를 하겠다며 부관을 호출했다.


그리고선 내게도 함께 씻자며 손을 내밀었다.

어째 의도가 보이는 것 같지만, 거절할 이유도 없었다. 그녀에 대해 더 알아 볼 기회였다.


"대욕장도 없는 미개한 성..후."


내 손을 잡고 걷던 아리아가 한숨을 쉬었다.

베셀 성에 대규모 욕장은 없었다.

대부분 물을 길어 욕조에 붓고 그 안에서 씻었지.

소설 같은 청결 마법 같은게 있는 것도 아니라 확실히 씻기 편한 세상은 아니었다.

아리아가 씻기 위해  곳 역시, 전용 욕실이라기 보다는 성의 하인 하녀들이 준비한 커다란 나무 통과 뜨거운 물이 준비된 그냥 방이었다.

"잠시 기다리렴."


아리아는 나를 곁에 세워두곤 양팔을 벌렸다.


그러자 함께 따라온 성기사들이 가만히 선 그녀에게 달라 붙었다.


세상에, 갑옷을 입히기 위해 잠금장치까지 등장하다니 저게 갑옷이야 구속구야.


그래도 나는 지금 성녀 아리아의 갑옷 벗은 모습을 보는 최초의 유저가 되는 건가.

곧 철컹이는 소리와 함께 그녀의 몸에서 갑옷 파츠들이 하나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갑옷 안엔 상반신을 덮는 민소매의, 속살이 비치는 얇디 얇은 천 하나가 전부.


땀이 흥건한 천은 축축히 젖어 몸에 찰삭 달라 붙어 있었다.

"역시 성체의 축복을 받으신 분. 그 어떤 향수보다 향긋하세요."


"부끄럽게 무슨 소리에요 엘라."

부관이 코를 킁킁거리며 말하자 아리아가 얼굴을 붉혔다.

변태스런 말이 아니라, 아리아에게선 진짜 향긋한 냄새가 나고 있었다.

"후."

마침내 아리아가 갑옷을 다 벗었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봉긋한 가슴부터 군살 없이 조각 같은 굴곡.

살짝 갈라진 근육이 언듯 언듯 보이는 건강함 그 자체인 몸이었다.


"열쇠를."

그리고 그녀의 하반신엔 속옷이 없었다.


속옷이 있어야 할  자리에 자리한 것은 허리춤에서 자물쇠로 잠긴 정조대였다.

심지어 그 열쇠는 부관이 목에 걸고 있었다.

부관이 정조대에 걸린 자물쇠를 푸는 사이, 다른 성기사들은 수건으로 그녀의 땀을 전부 닦아내었다.

그리고 그 수건을 불에 태워버렸다.

"성녀님의 몸에서 나온 모든 것, 레덴님의 것이다."


그리고선 어처구니 없다는 얼굴인 내게 이렇게 말했다. 성수라며 핥아 먹는게 아니라 다행인 거라 해야하는지.

"조금만 더 기다리렴."


이젠 실오라기 하나 없는 알몸이 된 그녀가  머리를 쓰다듬더니, 부관이 덮어준 천으로 몸을 가리고 성기사들과 함께 어딘가로 향했다.

나는 그녀의 엉덩이 골 사이에 반짝이는 무언가를 봤다.


예전의 나처럼 성기로 조교하기 위해 넣고 있는 플러그가 아니었다.

정말 단순히, 배변을 통제하기 위한 장치였다.

교국의 성녀 아리아 폰 레스트펠트. 대체 무슨 삶을 살아가는 걸까.


분명 게임 내 설정으로도 풀리지 않았을 이런 사소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들. 슬슬 호기심이 동하기 시작했다.


더 알고 싶다.  보고 싶다.





"오늘 목욕 시중은 필요 없어요."

"하지만 성녀님."


"이 아이가 있잖아요. 무구한 소녀도 성기사처럼 성녀를 보필할 순수가 있는 아이에요."

돌아온 아리아는 욕실로 따라오려는 성기사들을 막았다.

그러더니 날 가리키며 순수하다 했다. 순간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티를 낼 순 없지.

"그 아이는 노예 출신으로, 심지어 추악한 조교사의 손에 거둬진 아이입니다. 처녀성을 증명할  없습니다."


"...리아는 그가 손대지 않았다고 했으니 그럴리가 없어요. 이참에 확인하면 되는 것 아닙니까."


어째 대화가 묘하게 흘렀다.

그러더니 그들의 눈이 동시에 내게 향했다.


"미안하구나 리아. 이것은 성스러운 의식이니, 부디 이해해 다오."

아리아가 진심으로 미안한 듯 잔뜩 풀이 죽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성기사들이 다가  내 팔을 붙잡은 순간, 나는 황급히 마력을 움직였다.

그 목적은 당연히 루카스에게 무참히 찢겨나간 처녀막의 재생.

"으으.."


"미안하다 소녀야."


엘라라는 이름의 부관이 갈아 입혀져 발목까지 오는 내 치마를 확 걷었고, 다른 성기사들은 날 눕히듯 들어 올렸다.

졸지에 공중에 떠서 가랑이를 활짝 벌리게 된 자세에서, 나는 수치스럽다는 듯 훌쩍이며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이건.."


"이런 사악한 놈들..!"

성기사들 사이에서 분노가 끓었다.


 엉덩이의 낙인을 본 것이겠지. 루카스에게 인장의 사용은 하지 말라 해야겠다.

"저, 절 산 첫 번째 주인님이 새긴 낙인이에요. 고분고분하게 만든 이후 처녀를 팔아치우겠다고..."


"..아무래도 처녀는 맞는  같습니다."


대충 변명을 해보는 사이 살짝 벌려진 내 음부에 강렬한 시선들이 느껴졌다. 이렇게 살짝 벌려서는 보이지도 않을 텐데?


조금만 늦었으면 재생하지 못할 뻔 했다.


"이제 그만하세요! 리아가 수치스러워 하지 않습니까!"


아리아의 강력한 항의에 성기사들도 순순히  내려놓았다.

정작 아리아의 얼굴도 붉게 달아오른게, 단순히 욕장의 열기 때문은 아닌 것 같았지만.





"...이제 씻자."


성기사들이 모두 나간 방.

이제 이곳엔 나와 아리아 둘만 남았다.

아리아는 먼저 뜨거운 물을 담은 통에 들어갔고, 나는 팔을 걷어 그녀의 몸을 천천히 닦아 주었다.

그녀는 몸을 이완시키며 내 손길을 즐겼다. 확실히 조각 같은 몸은, 닦아주는 맛이 있었다.

"하..."

물론 즐긴다는 것이, 단순히 개운함만은 아닌게 확실했다.


"저..성녀님. 등을.."


"그렇구나."

내 말에 아리아가 욕조에서 자세를 바꾸어, 통에 팔을 기대고 등을 보였다.

"좋아..."


한껏 풀어진 그녀가 내 손길이 지날 때마다 고롱거렸다.

평소의 이미지와는 너무 상반되는 반응에 나도 살짝 당황한 사이, 그녀가 또 자세를 바꾸었다.


통에 제대로 앉아, 살짝 다리를 벌리고서는.


"이곳도, 부드럽게 닦아주렴. 그 전에 해야할게 있지만."


자신의 음습한 욕망을 극히 일부 드러내었다.

그녀는 통에서 나와 걸터 앉고는 다리를 살짝 벌렸다.

그녀의 음부는 깨끗이 제모되어 있었다.


그녀는 내게 면도칼을 쥐어주더니, 비부를 가리켰다.

"이곳을 깨끗이 하는 것도 목욕의 일부란다."


나는 그녀의 앞에 무릎 꿇고 앉아, 천천히 칼을 들이밀었다. 상처 날 걱정은 없다. 그녀의 몸은 이까짓 날붙이에 베이지 않으니까.





"하앙..."

제모를 마친 아리아가 다시 통에 들어갔다.

물속에 잠긴 그녀의 비부를 닦기 위해선 몸을 깊게 숙이고, 팔을 전부 넣어 문질러야 했다.

그녀의 비부를 조심스레 문지르자, 그녀가 콧소리를 내며 눈을 게슴츠레 떴다.

"다,  닦았습니다."


"고맙다 리아."

그러나 그녀는 내 팔을 잡고  주질 않았다.

"날 도와주느라 옷이 다 젖어버렸구나."


"예..?"

"옷을 벗으렴. 도움을 받았다면 베푸는 것이 당연한 상식. 너는 내가 씻겨주겠다."

결국 속내를 드러내는 군.


뒤돌아  나는 살며시 웃으며 옷을 벗어내리 시작했다.


나쁜게 아니다. 그녀가 욕망을 보이면 보일수록, 파고들 틈은 많아진다.


"힉.."

옷을 모두 벗었다. 그 사이  엉덩이의 낙인에, 그녀의 손길이 닿았다.


"반드시 지울 방법을 찾아주마."


그녀가 부드럽게 내 낙인을 쓸었다. 이게 그녀의 욕망인지, 아니면 순수한 마음인지는  수 없었다.


"저, 저 같이 더러운 계집아이가 성녀님과 함께 씻을 수는..."

"아니야. 그런 소린 하지 마라."

괜히 한  연기를 쳐주니, 그녀가 슬픈 눈으로 욕조에서 일어나 날 안았다.


그녀의 가슴이 내 가슴과 만나 뭉게지는 감촉. 나쁘지 않다.


"넌 더럽지 않다. 그것이  잘못인 것도 아니야. 그리고 설령 더러워졌다 해도  더러움을 정화하는 것이 내, 성녀의 의무다."


그녀는 날 번쩍 들어, 욕조 안에 넣은  뒤에서 껴안았다.

그리고선 내 몸을 구석구석 닦아 주기 시작한다.

"난 성녀 실격이구나. 나와 같이 상처 입은 아이를 상대로 무슨 생각을..."


그러나 내 몸을 닦아 주는 지금의 손길에는, 방에서  너머로  더듬던 음험함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후회한다는 듯 내뱉는 말도 그렇고, 무슨 사연이 있는 건가.


하지만, 하지만 이건 곤란하다.

갑자기 현타에 빠진게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그녀는  보며 욕정하고 발정해야만 한다.

"그러..그러면 성녀님, 부디 더러운 절 정화해 주세요."


이게 먹힐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붉어진 얼굴로 그녀의 몸에 최대한 밀착, 고개를 뒤로 젖혀 그녀의 가슴에 얼굴을 부비며 말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