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4화 〉44화-진실?
44화-진실?
루카스가 들고 온 소식은 생각 이상이었다.
작위라니, 그런걸 일개 백작이 마음대로 뿌려도 되는건가.
"황실의 인가도 나지 않은, 공식 임명장도 없는 자리지만 지금 이 서부의 지배자는 황실이 아니라 헥트 백작이지. 충분히 쓸모 있을 거다."
"축하드립니다."
나는 짝짝 박수를 쳤다.
루카스도 백작 마음대로인 반쪽자리 작위라는 건 알고 있는지, 생각보다 그리 기뻐 보이진 않았다.
하지만 그의 말대로 효괴적인 건 확실했다.
일단 당장 우리 대우부터 달라졌으니까.
방도 평범한 손님용 방이 아닌, 한때 이 도시의 귀족이 살았던 저택을 통째로 받았다.
물론 우리만 사는 건 아니었다.
루시안과 레아나를 비롯한 황금사자 기사단이 이곳으로 와서 머물게 되었다.
오히려 좋다. 우리끼리 살면, 이 넓은 저택을 관리 하느라 하루 종일 집안일만 했어야 했을 테니까.
"...기쁘냐. 내가 자작 작위를 얻어 귀족이 된 것이."
"? 그렇습니다."
루카스가 어딘가 씁쓸한 얼굴로 물었다.
좀 의외인 질문이었다. 누구보다 출세에 대한 욕망을 빛내던 사람은 자기면서.
어쩌면 반쪽자리 작위라 실망한 건가?
"네가 기쁘다면 되었다."
그는 피식 웃으며 이 이야기를 마무리 지었다.
"그리고 백작 각하에게 조만간 이 도시를 방문할 성검교국의 성녀 아리아 폰 레스트펠트를 조교해 달라는 의뢰를 받았다."
그런데 그 다음으로는 충격적인 폭탄 발언을 내뱉었다.
아리아 폰 레스트펠트. 교국의 성녀. 그냥 미친 광신도. 패턴 까다롭기로 소문난 빌어먹을 보스.
그런데도 잡으면 희귀 아이템인 성검, 성창 등 성 시리즈 무구들을 직업에 맞게 랜덤 확률로 준다.
분명 보스몹이다. 그런데 그걸 조교하겠다고?
어지간해선 만날 일 없을 줄 알았더니.
"물론 각하께서 진심으로 하신 말은 아니지만, 나는 시도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조교를...제가 잡아 올까요?"
순간 루카스가 이 이야기를 왜 꺼냈는지 생각해냈다.
성녀 아리아는 현실인 이곳에서도 강자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존재다.
루카스가 아무 이유 없이 패기만으로 그런 결단을 내린 것 같지는 않고.
분명 믿는 구석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믿는 구석은 나겠지.
벌써 나를 써먹으려 들다니. 아주 좋은데.
"명령만 하신다면 완벽히 제압해서 무릎 꿇리겠습니다."
"그럴 이유도 필요도 없다."
그러나 루카스는 나름의 생각이 있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무력 충돌을 일으켜선 안 된다. 너조차도 경계하는 존재가 괴물 군대를 거느리고 버티고 있는데 그런 소란이 나면, 어떻게 되겠느냐."
"그럼 어쩌실 생각이신지..."
"모른다. 우선은 만나는 봐야겠지. 그리고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야겠지. 늘 말하지 않았느냐. 조교는 단순히 성노예를 길들이는 것만 있는게 아니다."
방법도 없다면서 루카스는 당당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무슨 헛소리냐며 비웃겠지만 나는 그러지 않았다.
지금까지 그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적을 이뤄왔다.
내가 개입한 부분도 분명 있었지만, 이젠 그마저도 그가 조절하고 이용할 수 있으니 분명 더 효율적인 방법을 생각해 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성녀가 도착하기 전까지 일단 성녀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 볼 생각이다. 혹시 아는게 있느냐."
"어쩌면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건.."
"말해준다면, 합당한 상을 주마."
내가 희미하게 웃으며 다리를 꼬자 그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요즘 그가 절정금지 자위금지는 기본으로 명해둔 상태라 음란한 몸에 쌓여가는 음심은 오직 그의 상과 벌로만 풀 수 있었다.
당연히 거절할리 없지. 나는 재빨리 그에게 내가 알고 있는 성녀 아리아에 대한 정보를 모두 이야기해 주었다.
"하으..하아.."
"말한 대로 나는 성녀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다. 너는 날 수행하는 대신 지난번에 말한 마법 수련을 시작해라. 공자가 구해준 마법사가 네 스승으로 올거다."
"헤으..하으♡"
엎드리고 허리를 든채 신음하는 내 엉덩이를 움켜쥐며 말하는 그의 말에 제대로 답하기가 힘들었다.
실로 오랜만에 자궁으로 받아들인 그의 정액이 너무나 강렬해서, 절정의 여운이 좀체 가시질 않았다.
"좀 어처구니가 없군. 내가 아는 상식으로 용은 세상 만물을 통달한 마법의 시조이거늘."
"제, 제가 아직 어려서...흐으.."
"못 배워 먹은 멍청한 용이란 소리로군. 하긴 뇌수까지 애액으로 들어찬 음란용이었지."
이렇게 만든게 자기면서.
여전히 잘게 떨리고 있는 엉덩이를 찰싹 두드린 그가 날 두고 옷을 입기 시작했다.
그리고선 날 내버려 둔채 방을 나가버렸다.
혼자 남겨진 나는 몸을 웅크리고 그의 온기가 남아 있는 아랫배를 만지작 거렸다.
그는 노력하고 있지만 아마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내 정체를 알고서도 똑같이 대해주겠다 했다.
하지만 그는 조금 변했다. 더 이상 내게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더 이상 날 걱정하지 않았다.
하긴 이젠 어줍잖은 놈들이 들러붙어 봤자, 내 손가락 하나에 터져나간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흐응.."
이제 어쩔 줄 모르고 내 품에 안겨 우는 모습을 못 본다는 건 살짝 아쉬웠지만 그만큼 거칠게 굴린다 생각하니 괜찮은 것 같기도 하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이른 아침, 멍한 얼굴로 길을 걷던 그는 고개를 들어 저택의 정문을 바라봤다.
경비를 서던 병사들에게 자신의 신원을 확인 받고 저택에 들어선 그는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한 하녀를 만나게 되었다.
"파르체님?"
"그, 그렇..소."
공손히 인사하는 그녀에게서는 귀족의 영애라 봐도 될 정도로 기품과 품위가 느껴졌다.
하지만 그녀가 입고 있는 짧고 외설스러운 하녀복은 그가 눈을 둘 곳이 없게 만들었다.
"이쪽으로 오십시오."
그녀는 몸을 돌려 그를 안내했다.
훤히 드러난 가슴골을 피하니 이번엔 사이하이삭스와 짧은 치마 사이에 드러난 새하얀 허벅지가 그의 눈을 괴롭혔다.
'부탁한게 조교사라더니 설마..'
이번 전쟁으로 백작가의 마법사단에 자원해 그곳에 속해 있던 신참 마법사인 그는 자신에게 내려진 명령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문제는 그 명령이 이번에 큰 공훈을 세워 작위를 받고 정식으로 백작가의 가신이 된 조교사의 하녀에게 마법을 가르쳐라. 라는 한 마디 였다는 것.
물론 신참인 그는 명령을 거부하지 못했다.
'나한텐 마리아가 있어. 정신 차리자.'
그는 방에 들어가기 직전, 양 뺨을 치며 정신을 가다듬었다.
"어서 오시죠. 루카스 벤이라 합니다."
"파, 파르체 입니다."
루카스는 긴장한 청년에게 편한 분위기로 인사했다.
그가 괜히 작위를 앞세워 고압적으로 굴까 걱정했던 파르체는 정중히 나오는 그의 태도에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명령은 이미 하달 받았습니다. 그..하녀에게 마법을 가르치라는 명령이었는데."
"그렇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이 녀석이 말해줄 겁니다."
루카스는 옆으로 슥 비키며 한 소녀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파르체는 순간 번득이는 그녀의 붉은 눈을 보고 굳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굳어버린 파르체의 모습에, 치마를 살짝 잡고 인사하는 그녀는 희미하게 미소짓고 있었다.
"그리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마법사님의 마법들을 모두 한 번 보여주시기만 하면 되니까요."
그녀는 파르체를 올려다보며 상큼하게 웃었지만, 파르체는 차마 단번에 대답할 수가 없었다.
"저, 저기. 괜찮은 것이냐?"
"하아...괜찮습니다. 제가 지금..하읏.."
그를 안내하며 수련장으로 삼은 저택 내 작은 연무장으로 걸어가는 길.
나는 신음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이미 가랑이는 축축히 젖었다.
조금만 움직여도, 항문과 질은 물론 요도까지 들어찬 막대들이 예민한 점막들을 자극했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허리춤에서 자물쇠가 짤랑거렸다.
일전에 루카스가 채운 적 있던 정조팬티.
외간 남자와 단 둘이 있는데 음탕한 날 믿을 수 없다며 입혀 놓은 것이다. 그것도 내 구멍이란 구멍은 다 채워 놓고서.
절정 금지라는 명령이 겹쳐 어쩌지도 못하고 음액만 쏟고 있었다.
아마 뒤에서 보고 있는 마법사 파르체는, 치마 밑으로 뚝뚝 떨어지는 내 음액을 따라오고 있을 것이다.
"아무리 조교사라지만 어찌.."
"이곳입니다."
물론 내 음란한 모습을 누군가 봐주는 것은 좋았지만, 숫총각 같은 반응은 영 별로였고 슬슬 공과 사는 구분해야 하니 연무장에 도착한 나는 마력을 움직여 자극을 줄였다.
"정말 보여주기만 하면 되는 것이냐? 마법이란 원래.."
"하세요."
싱긋 웃으며 말하니 그가 입을 다물었다.
역시 마법사라 마력의 변화에 민감하다.
애초에 루카스가 둔감 체질인 것이지, 어지간하면 위화감을 느끼는게 정상이다.
"나, 나는 화염 마법을 주로 익혔다. 가장 보편적이면서 강력한 전투용 마법들이지."
"아주 좋습니다."
박수를 치고 손을 펼쳐보이니 그가 심란한 얼굴로 끝에 붉은 광석이 달린 완드를 꺼냈다.
헤이즐은 주문을 외우는 쪽이었는데, 이쪽은 계산식을 위주로 마법을 쓰는 건가.
"허윽.."
"자. 이제 쏘시면 됩니다. 파르체님의 늠름한 마법을 보여주세요."
나는 눈에 마력을 집중하고 그의 몸에서 일어나는 마력의 변화를 그대로 뇌에 때려 박았다.
[화염탄]
[화염벽]
[화염포]
[화염창]
...
"이, 이럴 수가..."
그리고 나는 그의 마법을 나만의 술식으로 정리.
단 하나의 단어에 그것을 모두 담아내었다.
내 손가락 끝에서 뿜어지는 십여미터 크기의 불기둥을 본 파르체는 결국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엉덩 방아를 찧었다.
나는 만족하고 힘을 거두었다.
확실히 기존처럼 무식하게 마력을 휘두르는 것보단 효율이 좋았다.
"테라스 지방 출신 헥트 백작가 제 1마법사단 파르체님. 최근 아름다우신 약혼녀와 결혼을 맹세하셨다던데. 이름이 마리아?"
"히..히익.."
"오늘 본 것, 그리고 앞으로 볼 것 모두 무덤까지 가져가셔야 합니다?"
내가 허리를 굽히고 상냥하게 말하자 그는 미친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떠벌려도 상관 없다. 믿어 줄 사람이나 있을까.
"수고했어."
"...너무 막나가는 것 아닙니까?"
"내가 왜 저런 애들 사정까지 봐 줘야 해?"
정령술을 이용해 연무장의 시야를 가려주고 있던 레아나가 다가왔다.
나는 그녀의 말에 코웃음을 쳤다.
"성녀는 어딨데?"
"지금 도시에 근접했다고 들었습니다."
"게임에선 미쳐 날뛰는 모습 밖에 못 봤는데. 무슨 성향일까. 일단 처녀는 확실하고."
"...예?"
"아무것도 아니야."
가장 큰 관심사는 당연히 루카스가 당당히 조교할 것을 천명한 성녀였다.
그가 그렇게 하기로 결정했으면 당연히 도와야 하는 것이 나의 의무.
하지만 이번 조교 상대, 절대 만만치 않았다.
전처럼 묶을 수도 없고, 작위를 얻은 루카스보다 신분도 더 높으며 밑에 깔고 능욕할 수도 없는 상대다.
결국 루카스가 어떤 전략을 준비할지가 제일 중요한 것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