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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4화 〉34화-부활을 꿈꾸는 자 (34/74)



〈 34화 〉34화-부활을 꿈꾸는 자

34화-부활을 꿈꾸는 자


짐승처럼 우리에 넣어져 실려가길 며칠일까.


이 기억은 전처럼 짧은 회상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단순히 우연인가, 아니면 세나의 내면에 이전에 겪었던 일보다 이것이 더 끔찍해서 깊게 남은 것인가.


모르겠다.

지금 나는 내가 누군지 왜 이러고 있는지 정신을 붙잡고 있는 것만으로도 한계였다.


조금도 꿈쩍할 수 없는 좁은 우리,  짐칸에 실린 나같은 여자들만 십 수명이었다.

식사는 놈들이 입에 관을 쳐박고 쏟아 붇는게 전부였으며, 배설이란 행위 자체를 모르던  원래 몸과는 달리 세나의 배설기관은 활동을 계속했다.


그리고 그건 내 윗 우리에 자리한 여자들도 마찬가지였고.

이 모든 상황에 대해서 슬슬 인내심이 바닥을 치고 있었다.


그냥  버릴까? 어차피 깨어나면 강대한 마력의 보호를 받고 있는 내 정신은 돌아올 테니까.

하지만 그래서는 지금까지 이고생을 한 이유가 없다.


"암캐년들을 꺼내라. 쯧, 우선 전부 깨끗이 씻겨."

"알겠습니다."


그나마 다 포기하기 직전  마차는 목적지에 도착했다.

우리 째로 짐처럼 내려지며 이곳이 어딘지 살폈다.


성이다. 바우론 삼작의 성과는 비교할 수 없는  성.


도시 레라플과는 달리  큰 성은 오직 하나의 시설만을 위해 지어진게 뻔히 보였다.

이곳은 영주성이다. 아니 어쩌면 영주 이상의 존재가 있는 곳일지도 모르지.



"전부 귀족가의 여식들...이라고?"

"뭐, 믿기 힘든 몰골이긴 합니다만, 크루제의 악취미는 아시지 않습니까?"

우릴 운송해온 사내가 성에서 나온 누군가를 맞이했다.

꽤 차려입었지만 별것 아닌 조무래기라고 확신했다.


진짜배기는 분명 저 성 안에 있다.

"참 친절하기도 하군. 알아 보기 쉽게 이리 만들어 놓다니."

쌓여 있는 우리들을 돌아본 그가 혀를 차며 손짓했다.

곧 수레가 나타나고, 거기 옮겨 실린 우리들은 그대로  안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각하."


"소식은 이미 들었다."

성으로 향하더니 그 옆의 쪽문을 통과, 그 앞엔 이미 누군가가 대기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의 얼굴을 알아보았다.

상태창은 떠오르지 않는다. 이건 내 몸이 아니니까.

하지만 그의 얼굴도 이름도 대충 기억이 났다.

그야 그는, 정석적으로 게임을 플레이 한다면 모를리가 없는 보스몹이니까.

검은 백작 레베르트. 굶주림의 사자, 식탐의 사도.

안카리아스와 함께 최후반부의 보스이기도 한 또 다른 보스 글레트리아 스토리의 중간 보스.

그게 그의 정체였다. 설마 그가 벌써, 그것도 제국 서부에서 활동하고 있었다니.


그렇다면, 그와 연계되어 있는  기분 나쁜 기운의 주인은 분명.

"이들을 지하로 옮겨라. 이번엔 제발 그분을 잉태할 수 있는 성체를 찾고 싶군."


...이럴 줄 알았다.


스토리상 글레트리아는 분명 지금 시점에서 현세에 존재하지 않는다.

이미 과거  번 죽었던 놈은, 스토리의 후반부에 들어서야 완전히 부활해 플레이어를 맞이하니까.

그리고 제국이 분열하기 시작하는 지금은 분명 스토리 초기였다.


문제는  부활이 끝나고서야 플레이어가 그걸 알기 때문에, 놈의 부활에 대해서는 스토리에 잘 나오지 않는다는 것.

기껏해야 더럽고 음습하고 '많은 희생'을 바탕으로 부활에 성공했다고만 알려져 있었다.


"이번 후보들은  특이합니다 각하?"


"잘 되지 않았나? 제정신을 가진 년들은 하나도 없으니 쓸데 없는 비명 들을 필요는 없어졌으니."

"그건 그렇군요."


지하엔 거대한 시설이 있었다.


직접 이곳을 찾은 레베르트 백작을 맞이한  검은 로브와 후드로  몸을 가리고 있는 수상쩍은 집단.

놈들의 우두머리 격 되는 놈이 낄낄거렸다.


"곧바로 준비하겠습니다."


그는 백작으로부터 우리를 인계 받았다.

도대체 글레트리아가 어떻게 살아난 걸까. 마법? 인신공양? 생체 실험?


"..."


"크하하...암캐년들이, 본능적으로 두려워 하는 것인가?"

그가 굳어 버린 우릴 보고 웃어대기 시작했다.

지하 한가운데 자리한 거대한 동공,  안은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 탁하고 차가운 어둠 뿐.


세나의 피부로도 느낄  있는 이 음습한 기운은 분명 놈의 것이었다.

"알아 들을지 모르겠지만, 네년들 운명은 셋 중 하나다. 이를 악물고 살아 남거나, 뒤져서 양분이 되거나, 아니면 그분을 잉태하거나. 그럼  내보라고 육변기들아."

그의 말을 끝으로, 그들은 우리를 따고 저항하지 못하는 여자들을 들어서, 구덩이 안에 던져 버리기 시작했다.


"히윽..힉..끄으.."

"이년은 좀 아까운데, 어쩔 수 없지."


나도 놈들 중 한명에게 들려서, 구덩이 앞으로 향했다.


있지도 않은 팔다리를 휘저으며 격렬히 저항했지만 그 뿐이다,  젖가슴을 움켜쥐고 대롱대롱 흔들던  개자식은, 그대로 나를 그 어둠을 향해 던져 버렸다.

"후아아아..."


충격은 없었다.

어둠속에서 뻗어 나온 끈적한 촉수가, 내 몸을 받아내어 순식간에 휘감았으니까.

그리고 정신 차릴 틈도 없었다.

비명을 지르는 입에도, 온전히 닫히지 않는 상태인 항문에도 꿈틀거리는 무언가가 거칠게 파고들기 시작했다.

순간적으로 처녀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으로 질구를 조였다.


하지만 촉수에게 자비 따윈 없었고, 생각해보니 지금 이 몸은 지킬 처녀도 없었다.


"그으으웁.."


구멍이란 구멍은 모조리 쑤셔지는 감각, 눈도 가려지고 사방에서 촉수 밖에 안 느껴지는 상황에서 무언가 내 자궁을 뚫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하."

"정신 드시오?"

헤이즐은 움찔하며 조심스레 물었다.

나는 눈을 천천히 떴다. 이미 밖 에선 새벽 닭이 울고 있었다. 밤을 꼴딱 샌 것이었다.

"...."

"이, 이것 참. 분명 괜찮을 거라 장담하지 않았소?! 이보시오!"

헤이즐이 내 어깨를 잡고 흔들었다.

슬슬 몸의 감각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촉수 더미에서 보낸 시간이 며칠이더라? 체감상 년 단위라 해도 믿을 정도였다.

"이제 갈래."

"자, 잠깐..."


벌떡 일어났으나 다리가 휘청거렸다.


그제야 내 몸을 보니, 가관이었다.


바닥은 애액으로 홍수가  상태였고, 옷도  젖어 있었으며 눈에는 눈물자국이 가득했고 헤이즐이 물린 재갈은 산산히 부숴진 상태였다.


"...내가 무슨 짓을 벌였지?"


"도저히 눈을 뗄 수가 없었소. 금방이라도 폭주하여, 우릴 다 죽여버릴까 봐."

헤이즐이 어색하게 웃으며 수정구 하나를 건넸다.

 미친 영감이 기록해둔 수정구에  치태가 드러나 있었다.

자기 혼자 그만하라며 애원하며 비명을 지르고 몸을 경련하며 조수를 뿜고, 앙앙거리며 개처럼 짖어대다 종국에는 시시때때로 절정하며 신음만 흘려대는 폐인 상태가 되어 있었다.

"으아아악! 그, 그거 하나에 금화가  개인데..."

"그럼 내가 이걸 내버려 둘 줄 알았나?"

나는 손에 힘을 줘 수정구를 부숴버렸다.

나름 나한테  안댔다는 증거용으로 찍어둔 것 같은데, 그건 인정하겠지만 이런  남길 순 없지.


"그럼 이만."

그대로 공방을 나왔다.   없는 절정 덕에 비부가 따끔거리고 아팠다.

곧바로 마력을 끌어올려 몸을 강화하고 통증을 지웠다.

지금은 노예로 있을 여유가 없으니까.



"주인님, 들어가겠습니다."

창관에 돌아와서 몸을 씻고 옷을 갈아입으며 생각을 해봤다.


당장 드는 생각은 놈들이 세력을 확장하기 전에 당장 날아가서 레베르트와 글레트리아의 흔적을 다 죽여버리는 것.

하지만 지금 나는 이성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내상(36%)]

비록 놈들이 아직 준비가 덜 되었다곤 하나,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처음 부터  1%도 회복되지 않은 내상, 이걸 회복하지 못하면 나는 전력을 낼 수가 없다.

여태까진 신경도 안 썼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제대로  힘을 못내는 상태에서, 어느 정도의 힘을 가졌는지 모를 적들에게 무턱대고 쳐들어 가는 짓은 할 수 없다.

몸에선 그딴 건 신경 쓰지 않는 짜증과 호승심이 끓었지만 지금 이 몸을 지배하고 있는 나는 애초에 진짜배기 마룡이 아니라고.


"그럼, 봉사하겠습니다."


그리고 지금 내게는 지켜야 할게 있다.


따지고 보면 내가 놈들과 적대할 이유가 있나?

플레이어도 아니고 같은 보스몹끼리.


물론 첫 만남에서 본능적으로 든 감정은 역겹고 혐오스러웠지만 못참아 줄 정도는 아니었다.


내가 루카스의 노예로 살며 쾌락이나 탐하며 살면, 플레이어 같은 영웅이 나타나 놈을 죽이던가 아니면 놈이 세상을 멸망시키던가 하겠지.


그리고 그건 내 알  아니었다.


"우음.."


이불 속에 상반신을 넣고 그의 물건을 가득 물었다.


순식간에 퍼지는 야한 감각. 그래, 이게 나의 진짜 행복이다.


이걸 방해하는 놈들은 반드시 으깨버릴 거지만, 그게 아니라면 딱히 신경 쓰기 싫다.

"이리 와라 리아."


어느새 일어났는지, 그가 나를 불렀다.


그의 정액을 한움큼 머금고, 이불 속을 기어서 그의 옆으로 향했다.

"삼켜라. 내일이 기대되는 군, 너의 처녀를 가져갈 그 순간이."

"하으.."

서로 마주 누운 그가 내 치마 속에 손을 넣어 음부를 만지작 거렸다.


그래, 맞다. 바로 내일이다. 내가 처녀를 그에게 바치는 날이.





"그게 무슨 소리오?! 갑자기 진군로를 바꾸겠다니! 안 그래도 지금 전선이..."

"반드시, 이길, 거니까, 안심 하시오."

레베르트 백작은 목소리를 높이지도 얼굴을 구기지도 않았다.

"으으..."

하지만 상대편은 압박감을 견디지 못하고 진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신분상 그와 동급 혹은  이상인데도.

"보이시오? 저들은 성스러운 축복을 받은 자랑스러운 그분의 군대요."


"이럴 수가..."


물론 레베르트 백작이 아무 것도 없이 아군의 멱살을 잡은게 아니었다.

사실상  서부 내전에서 북서부파의 수장을 맡고 있는 브랜던 후작은, 백작이 보여주는 광경에 말을 잃었다.


그가 이끌고  만을 넘기는 군세.

그러나 그 군세의 진정한 위용은 그들의 모습에 있었다.

여기저기 부푼 종양과 거친 피부, 일그러진 이목구비는 혐오스러웠지만 그 대신 큰 덩치와 힘을 갖게 된 이들.


아무리 잘쳐줘도 사람이라 부르기 힘들 그것들은 갑주를 차려 입고 잘 정렬해 있었다.

"황금 숲의 엘프왕도 우리와 동맹인데 뭐가 그리 무섭소. 이 전쟁, 우리의 승리요."

그는 피식 웃으며, 후작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그런데  하필 레라플이오? 물론 그곳이 놈들의 허리 역할을 하는 곳이긴 한데."

"...그게 맞소."

브랜던 후작의 물음에 그는 말을 아꼈다.

 내용은 오직 자신만 알고 있는 기밀이었으니까.


[썩어도 준치, 지금 우리 힘으로는 어쩌지 못한다. 어차피 인사나 해보려는 것이다]


"...알겠사옵니다."

[하지만 그 귀여운 어린 마룡, 큰 상처를 입었더군. 그렇다면 내버려 둬도 상관 없지만 그 오만한 콧대는 한 번 부숴 놔도 되겠지]

"지당하신 말씀이시옵니다."


후작과 헤어지고 잠시 혼자 된 그가 갑자기 들려오는 음성에 쓰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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