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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화 〉26화-난세 (26/74)



〈 26화 〉26화-난세

26화-난세

이곳 레라플이 있는 제국 서부의 전쟁이 격해지고 있다.

그게 여실히 체감될 정도였다.

유흥을 목적으로 이곳을 찾는 외지인들의 발길은  끊겼고, 이곳으로도 계속해서 전쟁터의 소식이 날아들었다.

어디 어디가 싸워서 어디가 이겼다더라, 지금 누가 어디로 진군중이다더라 등.

다만 그 이야기들을 종합하면 전쟁의 기세가 어느 쪽에 있는지 알  있었다.

"헥트 백작가를 중심으로 뭉친 남서부가 역전에 성공했나보군. 계속 밀리는  보니 아무래도 그들이 이길 것 같은데."

"하..하윽.."


"흔들리지 않느냐."


"죄, 죄송..흐읏♡"


루카스의 발길이 다시 내 음부를 짓누르니, 나는 비음을 흘리며 몸을 떨었다.


지금 나는 의자에 앉은 그에게 전쟁의 소식이 담긴 문서를  손으로 잡아 펼쳐 보여주며, 바닥에 꿇어 앉아 다리를 벌리고 있다.

그는 글을 읽으면서 내 음부를 발로 비벼댔고, 그 덕에 문서가 흔들리면 더 세게 비볐다.


"절정 금지령이 하루 늘어나겠구나."

"제발 그것만은...흐아앙♡"


심지어 낙인의 힘으로 몸의 감도를 수십배 이상 늘려놓은 발정 상태, 거기다 절정 금지라는 명령으로 내 애간장을 태우는게 요즘 그가 보여주는 새로운 조교법이었다.


그가 줄창 주장하던 쾌락론의 일환이기도 했는데, 낙인 때문이라지만 어째 직접 당해보니 효과가 굉장한 것 같기도.

덕분에 요즘 내 몸은 상시 성적 쾌락을 탐하는 음란한 몸으로 조교되고 있었다.


"너도 암컷이 다 되었군. 너도 저런 꼴이 되고 싶나?"

"그건..아닙니다."

퍼져버린 내가 바닥에 뻗어 움찔거리는 사이 루카스는 조교당하는 나를 보며 무심코 자기 피어스를 만지작거리던 레아나에게 다가갔다.

그는 그동안 순종적으로 조교를 받아  그녀에게 모진 조교는 하지 않았다.

그저 몇 가지 봉사 기술을 알려주고 모조 양물을 가지고 배우게 했을 뿐.

덕분에 그녀는 조교실에서 그동안에 비하면 나름 편안한 나날을 보내는 중이었다.


"큰일..."

"...당장 피..."

"뭐지?!"


하지만 지금 위에서 들려오는 급박한 목소리는 폭풍전야의 균열을 알리는 소식이었다.



"무슨 일입니까?!"

"무, 무장한 병력 다수가 도시로 오고 있다 합니다. 자세한 건 저도 잘..."


창관은 물론 도시 전체가 발칵 뒤집혔다.


관리인 라스의 증언에 따르면 도시로 진격해오는 군대가 있다는데, 이곳 레라플은 자유도시로서 사실 법적으로 중립지였다.


문제는 지금 시국이 법 따위가 효과가 있을까 싶은 시국이라는 것.


발정상태인 몸도 뜨겁기 그지 없고, 귀찮지만 나는 마력을 움직였다.

 시야가 육신을 떠나 순간 상공으로 급상승하기 시작했다.

안카리아스의 특기 중 하나인 마룡의 눈, 게임에선 은신과 속임수를 꿰뚫어 보는 육감이자 둥지에 틀어박혀 있는 안카리아스가 주변 상황을 볼 때 쓰던 기술이었다.

작중 나오는 기술이니, 지금의 내가 쓰는데도 문제 없다.


보인다.


어느새 도시 대부분을 시야에 담을 정도로 높아진 내 눈에 저 멀리 보이는 수백명 규모의 적들이 보였다.


그런데 그 꼴이 조금 이상한 걸.

진형도 엉망진창에 움직임에도 다급함이 드러나는데, 꼬라지가 정복자라기 보다는 마치...패잔병 같은데.


"리아, 우선 방으로 간다. 여차하면..이곳에서 도망칠  있도록 준비하자."


그 순간 루카스가 내 손을 잡았고, 나는 다시 몸으로 돌아왔다.

긴장한 그의 손이 축축했다.



"곧바로 공격해오진 않는 건가?"


 안, 루카스는 짐을 챙겨 놓은 채 초조한 얼굴로 방안을 왔다갔다 하고 있었다.


확실히 도시는 조용했다. 그들의 모습도 그렇고 어쩌면 도시를 공격하기 위해 온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십니까?! 아무래도 몸을 피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문을 두들기는 소리는 우리의 낙관적인 생각을 부숴버렸다.


"무, 무슨 일이오!"


"그, 그들이 공격을 시작했습니다."


소식을 전하러 온 이는 지하관리자 라스였다.


그는 덜덜 떨면서 바깥 상황을 전해주었다.

"하, 함락?! 아니 지금 시간이 얼마나 지났다고 함락이라니..!"


"놈들은 남서부군에 쫒기던 북서부 군의 패잔병들이었습니다. 투항하겠다는 말을 순진하게 믿은 시장이 문을 열었다가 당했습니다! 놈들은 이곳을 점령해 저항을 계속 이어갈 생각입니다!"


패닉에 빠진 라스는 머리를 쥐어 뜯으며 절규했다.

확실히 밖에서도 심상찮은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이거 이러면 도망치는 것도 힘들지 않을까.

...내가 나서야 하나?

"이, 일단 수비병들이 다시 모여 도시 내에서나마 놈들을 막아내고 있습니다. 말이 점령이고 저항이지, 이 상황에 패잔병들이 할 짓이 뻔하지 않습니까."

라스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보나마나 약탈이 일어나겠지. 그리고 이 도시의 기득권인 빅터나 라스는 당연히 그에 저항할 것이고.



"지금이라도 도망치자 리아."

그러나 그런 사정 따위 알바 아니라는 듯, 루카스는 라스가 나가자마자 짐을 챙겼다.

"릭센님은 어쩌죠?"

"그건.."

헤이즐을 언급하니 그가 멈칫했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영감은 마법사고, 그 제자인 티나도 마법사다. 호락호락 당할리가 없어."

그는 계획을 감행했다.

하지만 우리의 도망이 원활하게 이어지는 일은 없었다.

"으악!"

근처까지 들려온 함성, 순간 무언가가 창문을 깨고 날아들었다.

루카스는 나를 덮치듯 안고 바닥에 엎드렸다.

슬쩍 보니, 창문을 깨고 날아든 화살이 보였다.

하긴 애초에 적들이 성문을 프리패스로 통과한 순간부터 도망가는건 불가능했다.

무엇보다 뭘 어떻게 도망칠건지도 확정하지 않은 상태로.


차라리 이대로 얌전히 있는게 도망치겠다고 괜한 어그로 끄는 것보다 좋을지도 몰랐다.

"배부른 돼지들을 죽여라!"


"노예들을 끌어내!"

이제 싸우는 소리가 가깝게 들려왔다.

창관의 경비들과 한탕하고 죽자는 악에 받힌 패잔병들의 싸움이었다.


[어쩔  없네. 네가 움직여야겠다 레아나]


루카스의  밑에 깔린 채로, 지하 조교실에 있을 레아나에게 의지를 전했다.

만약을 위해 들어  보험이었는데 이렇게 빨리 써버릴 줄이야.




"이런, 벌써 도시가 뚫린 건가?"

"허, 스스로 성문을 연 것 같은데 레라플이 놈들에게 붙은 것일 수도 있습니다 공자님."

"그렇다면 저렇게 싸움을 벌이겠습니까. 기사단에 명하세요. 우선 저희만이라도 돌입합니다."

레라플 밖, 말에  몇 사람이 싸움이 일어난 도시를 보고 있었다.

그 중 젊은 청년의 명령이 떨어지자, 얼마 지나지 않아 순식간에 주변 땅이 진동했다.

 무장한 수십기 이상이 기마대가 청년의 곁으로 모여들었다.


"진격합니다. 가서 저 패잔병들이 성문을 닫기 전에 제압하고, 레라플을 우리가 점령할겁니다."

"알겠습니다 공자님."

그의 곁에 있던 중년의 기사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검을 빼들었다.

"기사단, 전원 돌격! 목표는 도시의 점령과 도적질을 하는 잔당 소탕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그의 명령에 따라, 모여든 기사들이 일제히 말을 달리기 시작했다.

선두에는 그들에게 공자라고 불린 청년이 있었다.

얼굴에 시원한 웃음을  그도 검을 뽑아 들곤, 훤히 열려 있는 레라플의 성문을 향해 진격했다.




"크억.."


"아악!"

얼핏보면 고작 수십이서 적진 한복판으로 돌진해 온 무모한 전략.

하지만 성문으로 쏟아져 들어 온 수십의 기사들은 적들의 입장에선 대항할 수 없는 공포나 마찬가지.


특히나 그들은 직전의 전투에서 황금 사자를 문장으로 쓰는 이 기사단에 처절하게 패하고 쫒긴 것이니 그 공포심은 더했다.

"화, 황금 사자..커윽."

"괜찮으냐."

 손에는 금이 든 궤짝을, 다른 손에는 젊은 여인의 손목을 잡아 끌던 한 병사의 머리가 경악한 얼굴 그대로 두 쪽으로 쪼개졌다.

그는 놀라 주저 앉은 여인을 향해 피식 웃어보이곤, 다시 말머리를 돌렸다.


기사들의 과감한 돌격에 예상대로 패잔병들은 제대로 대응하지도 못했다.


애초에 그들은 이미 전의 상실, 지휘부는 어떻게든 싸우려 하지만 병사들은 약탈이나 자기들 목숨 부지할 생각 뿐이었다.

"병사들은 도망칠 생각 뿐인데, 저항이 무슨 소용인가!"


"크윽...닥쳐라!"


그의 눈에 얼마 없는 병사를 긁어 모아 저항하려는 적장의 모습이 보였다.


그에게 그들이 날린 화살이 쏟아졌다.

그러나 피할 생각도 없던 그는 검을 치켜들고 내면의 힘을 끌어 올렸다.


순간 몸에서 번득이는 황금빛 섬광.

그 빛을 검에 두르고 그대로 휘두른 그는 발생한 돌풍을 이용해 화살을 죄다 쳐내버리곤 단번에 그들에게 돌진했다.


"너희는 끝났다. 제국도, 끝났지."

당황한 적들 틈을 비집고 들어가 단번에 기겁한 적장의 목을 베어 버린 그는 뒤는 다른 기사들에게 맡기고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중심지에 위치한 유독 화려하고 큰 건물들 중, 비명과 고함이 들려오는 곳이었다.





"허, 레라플은 음욕과 탐욕의 정수가 모이던 곳이라더니 확실히."

그는 말에서 내려 창관 건물에 입성했다.

재물을 약탈하고 헐벗은 여인들을 겁탈하는 자들이 흔했다.

간결한 검격으로 그들을 토막친 그는 건물 안을 누비며 적들을 가차 없이 베어버렸다.

그리고 그가 본관 2층으로 향했을 때, 그는 자기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어..."


적 하나를 때려 잡는 그녀와 눈이 마주친 그는 순간 얼어버렸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얼굴, 흩날리는 연한 연두색 머리칼과 그 머리칼 사이에 뾰족히 튀어 나온 귀.


'어떻게 엘프가 이런 곳에..!'


몸에 두른 펄럭이는 망토 틈으로 완벽하고 새하얀 나신이 살짝 보인...


"자, 잠깐!"

"죽어라!"


그러나 레아나는 그를 패잔병들과 같은 편으로 인식, 순식간에 들려들어 돌풍을 두른 주먹을 내질렀다.

가까스로 팔을 교차해 막아냈으나, 강철 완갑이 우그러질 정도의 일격.

그는 비틀거리며 올라왔던 계단으로 굴러 떨어졌다.


"숲의 꽃이여! 나, 나는 적이 아니네! 패잔병들을 쫒아 왔을 뿐인..으악!"

"내가 받은 명령은 2층으로 올라오는 모든 적들을 처단하란 명령이다 인간 애송이."


그러나 레아나는 유감이라는 듯 넘어진 그를 향해 발을 들어 올렸다.


그덕에 드러난 비밀스런 틈으로, 그는 그녀의 가랑이 사이에서 반짝이는 무언가를 보고 굳어버렸다.

"그만둬라."

그녀의 발이 그의 얼굴을 뭉개버리려는 순간, 계단 위에 누군가 나타났다.


동시에 미간을 찌푸린 레아나의 발이 그대로 멈췄다. 마치 강제로 멈췄다는 듯이.

"남서부 연합의 분이십니까."

"그대들은..."


그곳에서 나타난 이들은 젊은 사내와 그 옆에  소녀였다.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혼란에 빠진 그의 눈이 코 앞에 멈춘 레아나의 맨발에서, 어둑한 그녀의 망토 속에서, 루카스의 얼굴에서, 리아의 얼굴에서, 최종적으로는 다시 망토 속으로 향했다.

불편할 법도 한데, 그녀는 한쪽 다리를 든 자세 그대로 마치 굳어 버린 듯 미동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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