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1화 〉21화-꺾인 꽃 (21/74)



〈 21화 〉21화-꺾인 꽃

21화-꺾인 꽃

"단장이 끝났습니다."

"볼만 하구만."


일손을 도와주었던 티나와 내가 레아나를 데리고 나왔다.

지금의 그녀는 평소처럼 묶여 있지도 않고, 네발로 기지도 않았다.

목에 건 노예걸이마저 치워졌다.

어차피 음문의 지배를 받는 몸, 그녀의 실력이라면 이곳에 있는 모두를 몰살 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 그녀가 저항할 방법은 없다.

"허..."

"완벽합니다. 크흠."

그녀의 모습을 본 그들은 하나 같이 똑같은 반응이었다.


튀어나오는 감탄,   없는 눈.


하긴 지금 내가 봐도 레아나는 너무나 아름다웠다.

상처를 깨끗이 지운 티 하나 없는 새하얀 피부에 완벽한 몸.

 몸에 새하얀 사이하이 삭스와 가터벨트, 상박까지 오는 반투명한 재질의 오페라 글러브.

베일이 드리워진 머리에  화환과 허리춤에 둘러져 치부를 드러내는 옷의 기능은 전혀 없는 드레스까지.


신부의 옷을 모티브로 한 변태적인 옷차림에 훤히 드러난 그녀의 큼직한 가슴과 음부에는 반짝이는 고리들이 버젓이 달려 있었다.

"무슨 일을   알고는 있느냐."


"제, 제 비천한 처녀를 사주신 분께 바치는 것입니다..."

"알고는 있군."


빅터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제 그녀의 인수인계는 이곳 조교실에서 그의 손으로 넘어갔다.

"넌 그저 그분의 명령대로 움직이면 된다. 어차피...그렇게 되겠지만."

빅터가 가터벨트 밑에 드러난 그녀의 음문을 보며 피식 웃었다.




"참관 말입니까? 아마 가능할 것입니다. 애초에 크루제 님께서 귀빈 여럿을 대동하신다니."


"고맙군. 그냥 내가 새긴 음문의 효과를 보려고 그런거네."

조교실을 나온 헤이즐은 빅터에게 한 가지 요청을 부탁했다.


팔린 레아나의 처녀가 어떻게 소비되는지 보겠다는 것인데, 빅터도 딱히 거부하진 않았다.

"정말 음문의 관찰만 하실 생각이신가요?"


"멍청한 년. 그럴리가 있겠느냐."


빅터가 멀어지자 티나가 입을 열었다.

그러나 코웃음을 친 헤이즐은 그녀의 말을 비웃었다.

"노르스트 펠 크루제. 레덴교의 서부지역을 총괄하는 주교급 인물이, 그것도 주변의 유력자들과 함께 왔다. 무슨 뜻인지 모르느냐."

"그들에게서 얻을  있는게 있으시다는..."

"그래. 단순히 한마디 한마디 흘리는데도 분명  정보들이 있을 거다. 특히나 지금 같이 일대 전부가 혼란스러운 상태에서는! 이런 환락가에 아무 이유 없이 그냥 온게 아닐 것이다."


나름의 목적이 있던 헤이즐이 히죽거렸다.


티나는 평소의 인자하고 우아한 얼굴로 그의 뒤를 따를 뿐.

이미 해가 져가고 있었다.


"귀빈들을 모셔. 단속은 잘 해두었나?!"

"모든 손님들을 다 내보냈습니다. 다른 창부들도 방에 감금해 두었습니다."


최대한 격식을 갖춘 빅터는 초조한 얼굴로 직원들을 닦달했다.

이미 창관은 지상이고 지하고 깨끗하게 비워진 상태.

심지어 외부에 사슬로 묶여 있던 이들까지 모두 회수했다.

"거리마저 조용해 졌군."


빅터가 마른침을 삼키며 중얼거렸다.

평소라면 계속 들렸을 상인들의 호객행위나 주정뱅이들의 고성방가도 들리지 않았다.

아무리 자유도시라지만 그래봤자 주변 영주들의 합의하에 유지되는 곳.

이곳 레라플은 균형이 틀어지면 한 순간에 무너지는 약자기도 했다.

그런 그들의 입장에서, 이번에 도시를 방문한 이들은 절대 가벼운 이들이 아니었다.


"여. 오랜만이군 빅터."

"주, 주교님...그리고 영주님들도..!"

 기른 말 여섯마리가 끄는 거대하고 화려하기 그지 없는 마차가 깨끗한 대로에 모습을 드러냈다.

마차 창문에서 이를 드러내고 웃은 이는 주름이 자글한 노년의 사내.


그는 미리 입구에 나와 있던 빅터를 알아보고 웃었고, 빅터는 머리가 땅에 닿도록 머리를 숙였다.


마차 뿐만이 아니었다.

그 마차 옆에서 말을 몰던 이들 모두 영주나 작위를 가지고 있는 귀족들.

심지어 지금 종종걸음으로 후다닥 그들을 쫒아 온 이는 이 도시의 시장이었다.




"기대가 아주 커. 다른 손님들도 마찬가지지. 극상의 대접이, 분명 준비되어 있겠지?"


"물, 물론입니다 주교님!"

호위 기사들이 움직여 마차 문이 열었다.


빅터는 마차 내부를 보고 움찔했으나 그래도 수십년 이상 묵은 장사치.

조금의 미동도 없이 직각으로 숙인자세를 유지했다.

"요즘 품질 좋은 암캐들이 많이 나와서 말이지."


낄낄 웃은 크루제가 마차에서 내렸다.

마차 안에는 사제복을 입은 한 여인이 동승했는데, 그녀는 여러개의 줄을 한 손에 잡고 있었다.

크루제의 뒤를 따라 내린 그녀가 줄들을 잡아 끌자, 안에서 몇몇 형체가 마차 입구에 달린 계단을 기어서 나오기 시작했다.

그들이 움직일 때마다 들리는 타닥 타닥 하는 금속음들.


안에서 목줄에 인도 받아 나온 이들은 하나 같이 아름답기 그지 없는 여인들이었다.

다만 그 상태는 처참했다.


허벅지의 중간, 팔의 중간부분 부터 결손된 그녀들의 사지에는 금속으로 된 끝이 둥근 커버가 씌워져 있었고, 그녀들은 이것을 이용해 목줄의 리드에 맞춰 네 발로 기어다니고 있었다


항문에 꽂힌 털꼬리들이 살랑이고, 그에 맞춰 큼직한 물건들이 들어가 있는 뱃속도 요동쳤다.

내뺀 혀에 달린 피어스와 연결된 체인들은 양 유두에 달린 피어스와 연결되어 있어, 그녀들은 짐승같은 신음을 내며 음액을 흘려대고 있었다.


"이, 이 암캐들은..."

"아아. 이 암캐들은 지금 죗값을 치루는 중이라네."

"죗값..말입니까?"

"암캐들의 엉덩이에 찍힌 낙인들이 보이나?"

빅터가 그녀들에 관심을 보이자 크루제가 히죽 웃었다.

확실 그녀들의 한쪽 엉덩이에는 불로 지진게 분명한 붉은 색의 흉터들이 하나씩 있었다.

보통 가문의 인장으로 쓰이는 문양들이 분명했다.

"모두 죄를 지어 작위를 잃은 가문들의 여식이나 안주인들이지. 영민들을 함부로 대한 가문의 죄, 당연히 몸으로 빌고 갚아야 하는  아닌가?"


식은땀을 흘리는 빅터를 향해 이를 드러내며 이죽이는 크루제가 발치에 있던 한 여인의 크림색 머리를 마구 헝클어트리며 쓰다듬더니, 빅터를 향해 얼굴을 들이밀었다.


'죄는 무슨, 패배자들의..여식들이겠지.'

그는 황급히 고개를 숙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주교 크루제와 손잡은 파벌은 짧은 시간 벌인 전쟁과 합병으로 서부 대부분을 손에 넣은 상태였다.

자신 같은 약자는, 이 거대한 파도에 휩쓸리는 약자일 뿐.



"어쨌든 오늘의 메인은 이게 아니지."


"그렇습니다. 바로 모시겠습니다."

"모두 들어가지요. 극상의 아름다움이라는 엘프의 처녀를 보러."

크루제는 뒤에 대기하던 파벌을 이끌고 위풍당당히 창관에 입성했다.


그를 위해 준비된 특실은 창관에서 가장 값비싸고 넓고 격식 있는 곳.

한 무리의 사람들이 안내를 하는 빅터의 뒤를 따라 계단을 올랐다.


도착한 곳은 최상층의 단 하나뿐인 방.

"이곳입니다. 들어가시지요."

마른침을 살핀 빅터는  커다란 문을 열었다.


 넓은 방 안에는 시원하게 뚫려 달빛을 쏟아내고 있는 유리창들과 단 하나의 거대한 침대 뿐이었다.

미리 설치해둔 발광석 샹들리에가 침대 위에만 달려서는, 스포트라이트를 침대에 비추고 있었다.

"으하하.."

크루제가 그 침대 위에 있는 존재를 보고 웃음을 터트렸다.


수치심을 숨기지 못하고 붉게 상기된 볼, 살짝 피하고 있는 눈, 자신이 요구한 음란한 차림새, 아름답기 그지 없는 몸에 화룡점정을 더하는 반짝이는 고리들까지.

"천한 엘프 레아나라 합니다. 제 처녀를...주인님께 바칩니다."


레아나는 침대에서 크루제를 향해 꿇어 엎드렸다.

시트를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지만, 음문은 이미 그녀의 육신을 아무 힘도 없는 평범한 여인으로 만들었을 뿐.


"아주 좋다."


크루제도 남들이 보든 말든 걸치고 있던 사제복을 단번에 벗어 버렸다.

70먹은 노인이라기엔 작은 체구에도 몸은 강건했다.

곧바로 침대 위로 간 그의 손이 그녀의 젖가슴을 움켜쥐고 고리를 잡아당기며 자극하자, 레아나는 금세 헐떡이기 시작했다.






"음문은  작동하는  같구나."


"더 안 보십니까?"


"저런 걸  봐."

혀를  헤이즐은 품에서 책을 꺼냈다.


요동치는 침대에서 들러오는 찢어지는 듯한 교성과 철퍽이는 음란한 소리들.


그의 관심을 끌기엔 부족한 것들이었다.

"빅터! 최고급으로 몇 마리 데려오게. 그리고 여러분도 즐겨 보시지요! 이 엘프의 보지도 엉덩이도, 극상의 구멍이니!"

한 한 시간쯤 지났을 무렵, 즐길만큼 즐긴 최고 권위자 크루제의 명이 떨어졌다.


동시에 멍하니 서서 남근을 부풀리며 구경이나 하고 있던 크루제의 파벌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몇명은 자기들도 침대로 올라가고, 또 몇 명은 빅터가 긴급히 공수해 온 창부들을 품에 앉았다.

술과 간단한 음식까지 나오니  넓은 방이 순식간에 난교가 벌어지는 연회가 되고 말았다.

"뭐야. 네년도 노예년이냐?"

그때 누군가 헤이즐의 곁에 있던 티나의 가슴을 움켜잡았다.

노예 창부들과는 달리 노예 걸이도 없고 옷도 제대로 갖췄음에도, 그 눈은 이미 욕구로 번득이고 있었다.


"저는 창부가 아니지만, 봉사해 드릴 수 있습니다. 이런 암컷이라도 괜찮으시다면야."


당황하지 않고 살며시 웃은 그녀는 그의 손을 잡아 자신의 치마 밑으로 넣었다.

"하읏♡"


"이, 이런 미친 괴물년!"

곧 움찔한 그의 손이 그녀의 가랑이에 닿았다.

그러나 만져지는 것은 축축히 젖은 음부와...굵디 굵은 남성기.


기겁한 그는 허겁지겁 손을 빼더니, 싱글거리는 그녀를 괴물보듯 보더니 도망치듯 떠났다.


"멍청한 놈."

"그렇습니다."


헤이즐도, 티나도 그런 모습을 보며 그를 비웃었다.


"슬슬 돌아다녀야 겠다. 술에 비틀어진 놈들이면 들을게 있을지도 모르니."


그 뒤로 몇이 더 티나를 건드렸지만, 그녀는 그때마다 흉기에 가까운 물건을 보여주며 그들을 쫒아냈다.


그때쯤 책을 덮은 헤이즐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시작은 구석에서 한 창부를 범하고 있는 사내부터.



"주인님."

"이대로 있자 리아. 놈들이 떠날 때 까지는."

굳이 극대화한 감각이 아니더라도,  위에서 벌어지고 있는 주지육림은 잘 느껴졌다.


이곳은 비밀스런 지하창관에서도 가장 깊은, 레아나의 조교실.


루카스는 그들이 온 순간 나를 데리고 방이 아니라 이곳으로 데려 왔다.


"놈들은..놈들은 무서운 놈들이다.  따위와는 비교할 수 없어. 일개 기사나 남작 나부랭이가 아니다."


"저는..."

"널 지켜줄 수 없다고."

그는 껴 앉고 있던  더 세게, 으스러질 정도로 끌어 앉았다.


덜덜 떨리는 목소리부터 시작해서 악문 이까지.

아무래도 내가 자기보다 권력 있는 기사 카를등에게 하룻밤 노리개로 쓰였던 그 사건이 그에게 트라우마로 남은 것 같았다.


"넌 내거야. 내거..."

그의 손이 내가 그의 소유물이라는 상징이기도 한 엉덩이의 낙인을 움켜쥐었다.


그의 감정은 이해한다. 재밌는 것도 여전하다.

다만, 더 이상 그를 부추겼다간 그가 먼저 망가질 지경이었다.


"전 누구에게도 지지 않습니다."


나도  가슴에 얼굴을 파묻은 그의 머리를 안았다.


그가 내 말을 어떻게 이해했을까.

솔직히  누가, 설령 신으로 추앙받는 놈들이 와도 이길 자신이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