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화 〉17화-꽃을 꺾는 법
17화-꽃을 꺾는 법
"깨어날 때까지 기다린다."
준비를 마친 루카스는 숨을 고르며 말했다.
그는 정신 잃은 레아나를 다시 세팅했다.
레아나가 적어도 165이상 되어 보이는, 결코 작지 않은 키였기에 헉헉 거리고 땀을 흘리며 힘들어 한 것이었다.
내가 손가락 하나 안 대고 도와 줄 수 있지만, 그는 내 힘을 모르니까.
그래도 이렇게 까지 힘들어 할 정돈가 싶은데.
"강제로 깨우진 않습니까?"
"제대로 된 첫 만남 만큼은 정중해야 한다. 이전의 암캐는 이미 고초를 겪은 이후였으니 어쩔 수 없었지만."
내 질문에 루카스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살짝 어이가 없었다. 초면에 옷을 찢어 버린 세나는 차치하고, 지금 레아나가 어떤 꼴인데.
그녀는 두꺼운 기둥에 묶여 있었다.
양 손은 가죽 수갑에 위쪽 기둥 뒤에 묶여 들어 올려져 겨드랑이를 훤히 보이고 있었고, 쪼그려 앉은 자세에서 양 허벅지는 180도로 벌려 기둥에 양쪽으로 튀어 나온 부분에 무릎을 걸쳐 고정해 가랑이를 활짝 벌린 상태.
의식을 잃은 상태기에 땅에 닿은 발가락은 힘을 잃어, 구속된 손목과 무릎 밑을 떠받힌 부분이 체중에 짓눌리고 있었다.
힘이 풀린 그녀의 항문에선 여전히 술이 한두 방울 흐르고 있었다.
정말, 끔찍한 모습이었다. 정상인이 보기에는.
"암캐와는 달리 이번엔 온전히 내가 처음 부터 만들어야 하니까. 그녀가 협조적으로 나와준다면, 더할나위 없을 텐데."
의자를 끌어 그녀의 굴욕적인 모습 정면에 앉아 구경하던 루카스가 중얼거렸다.
히죽거리는 얼굴이 협조적으로 굴어주길 바라는 표정이 아닌데?
그렇게 기다리기 몇 시간이 지났을까.
루카스 옆에 가만히 서 있기만 하니 지루해 죽을 지경이던 때, 그녀의 몸이 조금씩 움찔거리기 시작했다.
'꿈..그래, 꿈일거야.'
레아나는 손목과 다리의 고통에 불현듯 정신을 차렸다.
고통에 땅에 가까스로 닿는 발가락에 본능적으로 힘을 줘 체중을 지탱하니 고통이 조금 가셨다.
다만 고의적으로 눈을 뜨지는 않았다.
당연히 지금 자신이 어떤 꼴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다.
옴짝달싹 못하게 구속되어, 쪼그려 앉아 가랑이를 벌리고 부끄러운 곳을 보이고 있는 치욕스러운 자세.
애써 부정할 뿐이다.
하루 아침에 추락해버린 자신의 처량한 모습을.
다시 눈을 뜨면, 아무 일 없이 지내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정신을 차렸으면 눈을 떠라."
"읏..."
그의 지시에, 그녀는 당연히 그 지시를 거부했다.
그러나 이미 그녀의 몸은 그녀만의 것이 아니니, 레아나는 음문이 새겨진 하복부에서 시작해 찌릿찌릿 몸을 타고 울리는 마력의 파동에 강제적으로 눈을 떴다.
"인..간.."
얼마 만에 벗은 재갈인지. 턱이 잘 안 움직일 정도였다.
그녀의 눈앞에 자리한 것은 잘 차려 입은, 평범하게 생긴 인간 남성.
그리고 그 곁에 시립해 있는 흑발의 소녀.
소녀는 그녀와 눈이 마주치자 입꼬리만 끌어올려 싱긋 웃었다.
'어, 어째서..'
소녀의 붉은 눈이 자신을 보는 순간, 레아나는 순간 드는 소름에 당황했다.
"지금 자기 처지가 어떤지 알 거라고 생각하네. 내 이름은 루카스 벤, 의뢰를 받아 당신을 조교할 조교사지. 이쪽은 내..조수고."
"네놈도..그놈들과 한패란 소리구나. 쓰레기."
"조금 다르지. 난 의뢰만 받았으니..뭐 당하는 쪽 입장에선 똑같겠지."
흥미롭다는 듯 턱을 쓰다듬은 루카스는 다리를 꼬며 잠시 말 없이 그녀를 내려다 보았다.
음문의 지배를 받고 있는 레아나는 그 시선을 피할 수 없었다.
그러니 최대한 노려 보면서, 본인도 침묵으로 응수했다.
비록 치부를 훤히 보이는 이런 꼴이 되었지만, 자신의 명예와 긍지를 이 인간놈에게 보여 줄 생각이었다.
"우선 이야기를 듣지."
"...뭐라?"
"왜 잡혔는지, 어쩌다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지...잡히기 전에는 어떤 삶을 살았는지. 서로 이야기 하다보면, 서로에게 좋은 합의점을 찾을 수 있지 않겠나?"
그러나 레아나는 루카스의 뜬금 없는 말에 크게 당황했다.
각오했던 폭행이나 능욕이 아닌 이야기를 듣자니.
혹시나 이것도 추악한 수작일까 입을 다물었지만, 루카스는 아무짓도 하지 않고 그냥 기다리기만 했다.
"말 하지 않을 건가?"
"...네 뜻대로 되진 않을 거다."
'보나마나 이 흉측한 낙인을 이용해 강제로 입을 열게 하겠지.'
고개를 돌리며 저항하면서도, 레아나는 곧 닥쳐 올 음문의 강제력에 눈을 질끈 감고 이를 악물었다.
그러나 루카스는 히죽 웃더니, 음문을 이용한 명령은 하지 않았다.
"내 조교에 음문은 필요 없다. 리아, 준비해."
그는 대기하던 리아에게 지시를 내렸다.
동시에 흑발의 소녀가 움직였다.
손에는 작은 족집게를 든 채로.
"무, 무슨 짓이냐!"
"주문 내용에 포함된 것이라 하긴 해야 하는데, 조교 전 고통 없이 깔끔하게 갈지 아니면 이 기초적인 조치 마저도 고통스럽게 갈지는 당신의 선택이지.
자, 들을 준비 만전이니 언제든 이야기하고 싶을 때 하도록."
"그, 그, 그만. 소녀야, 지금 무슨..흐이이익!!"
루카스가 손가락을 튕기자, 무릎 꿀어 그녀의 가랑이 사이에 자리한 리아는 족집게로 그녀의 음모를 몇가닥 잡아 단번에 그 음모를 뽑아버렸다.
애초에 지금 그녀의 감각은 음문의 후유증으로 상당히 날카로워진 상태.
처음 겪는 느낌과 고통, 그녀는 참으려던 비명을 크게 질러버렸다.
"으흐..흐으으윽!"
와, 진짜 잘 버틴다.
이미 내 발치에 뽑힌 그녀의 털이 꽤 많았고, 무성했던 숲도 듬성듬성해진지 오래였다.
내 몸엔 음모가 없으니 알 수 없는 느낌이지만, 비명을 지르고 눈물을 쏟으며 부들거리는 그녀의 몸을 보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보일 정도였다.
"하으..하아.."
실금까지 해버린 레아나는 끝까지 입을 열지 않았다.
아니 고작 자기 이야기 해주는게 뭐 어렵다고 이렇게 버티는 거야.
"다시 뽑아라 리아."
"그..그마아아안!"
루카스는 냉정했다. 그의 말에 따라 다시 몇가닥을 뽑아내었다.
그럼에도 거친 숨을 헐떡이는 레아나는 끝까지 입을 열지 않았다.
슬쩍 루카스의 눈치를 살피니, 그도 살짝 당황한 것 같았다.
하긴, 내가 확인한 그녀의 성향은 명예.
쉽게 무너질 스타일은 아니란 뜻이었다.
음문을 쓰면 쉽게 원하는 답을 들을 수 있을 텐데도, 루카스는 꿋꿋이 자기 방식을 밀어 붙였다.
이거 이러면, 내가 도와줄 수밖에.
나는 마력을 움직였다.
유독 둔감하던 루카스는 절대 모르지. 하지만 레아나는 자신의 몸을 집어삼키는 힘을 느꼈는지 눈을 부릅떴다.
"다시 뽑아라."
"..끄윽..!...컥...끄으.."
나는 그 상태에서 명령에 따라 다시 한 번 뽑았고, 이번에 보이는 레아나의 반응은 전과 조금 달랐다.
"말, 말하..말 하겠다. 말 하겠다고!"
"그만."
루카스는 화색이 돈 얼굴로 나를 일으켰다.
또 한 번 실금하고 온몸을 경련 하던 레아나는 눈물을 쏟으며 절박하게 외쳤다.
내가 한 조치가 그리 대단한 건 아니었다.
그저 음문이 작용하는 것 처럼, 그녀의 몸을 잠식한 내 마력을 뒤틀어 조금 센 고통을 맛보여 줬을 뿐.
그녀는 아직도 여운이 가시지 않았는지 거친 숨을 내쉬며 엉덩이를 불규칙적으로 부들거리고 있었다.
"우선...그 당시 상황부터 들어 볼까? 왜 잡혔는지 부터. 내가 알기로 서쪽 대수림의 엘프들은 인간에게 적대적이라 대화조차 통하지 않았다던데. 조금이라도 대답이 느리다면..."
"아, 알겠다. 말하겠다!"
루카스의 눈짓에 내가 다시 족집개로 그녀의 음순을 스윽 건들자, 기겁한 그녀가 다급히 외쳤다.
"나, 나는..나는 배신당했다."
"그게 무슨 소리지?"
"약속 장소에 나왔을 때, 우릴 기다리고 있던 건 무장한 인간들이었다. 마비초에 질식초까지 쓴 철저한 매복이었다..."
레아나가 과거를 생각하는지, 살짝 멍한 눈으로 자신이 겪었던 일들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내용이 좀 특이한걸. 이건 루카스도 그렇게 여긴 것 같았다.
"누구에게 배신 당했단 거지? 아니 그전에, 그럼 넌 누구지? 네 정확한 신분이 뭐냐."
루카스는 살짝 굳은 목소리로 대답을 독촉했다.
그녀는 살짝 망설였지만, 내가 곧바로 몇 안 남은 음모를 움켜쥐자 기겁하며 입을 열었다.
"나는...일족의 세번째 가지인 레아나. 나와 내 동료들을 배신한 이는...내 동생 레지골드와 그 녀석을 따르던 장로들이다."
침통한 목소리로 자신의 신분을 이야기 하는 레아나는 고개를 떨궜다.
엘프들에 대한 설정의 일부가 기억에 남아 있었다.
그들은 일족별로 온 대륙에 흩어져 살고 대부분은 오지에 사는, 부족 단위에 불과하다고.
하지만 그들 중 인간의 도시 국가와 맞먹는 수준의 규모를 자랑하는 이들이 몇 있었다.
레아나가 속했던 서쪽 대수림의 일족들이 그 중 하나였으며, 그들은 서쪽 대수림 전체를 영역에 두고 있는 명실상부한 지역 강자 중 하나였다.
"세번째 가지란 뜻은, 그러니까 너희의 왕의 세번째 자식이란 뜻이다? 왕녀님이었나?"
"인간식으로 보자면 그렇다."
스스로의 신분을 인정하는 레아나의 얼굴이 붉어졌다.
하지만 그걸 놓칠 정도로, 루카스도 놀란 상태였다.
"웃기는 군...스스로도 완벽한 최상의 종족이라 부르는 이들이, 인간처럼 아귀다툼이라니."
그리고 비웃었다. 레아나는 입술을 깨물고 그를 노려보았으나 무어라 말을 하진 못했다.
하지만 사실 놀랄만 한게 그것만 있는 건 아니었다.
루카스는, 심지어 레아나도 모르겠지만 지금 이 사건은 단순한 엘프들의 소요사태가 아니었다.
엘프들의 왕위 찬탈 경쟁, 레지골드, 그리고 엘프들과 손잡은 인간들.
그녀의 증언에서 드러났듯 그녀의 남동생 레지골드는 인간과 손잡고 경쟁자들을 제거하고 엘프들의 왕위를 차지했다.
이 사건, 스킵충인 내 기억에도 있는 스토리상 꽤 중요한 사건이었다.
게임의 스토리가 본격적으로 흘러가며, 계속되는 대전쟁등 본격적인 난세의 시작을 알리는 사건이었다.
"우선 잘 알겠군. 기구한 사연을 가졌다는 것도, 또 이렇게 대해선 안 될 귀중하신 분이란 것도."
"무, 무슨 짓을.."
"하지만 이미 알겠지 레아나? 지금 네 신세를 말이다. 목에는 봉인 목걸이, 하복부에는 음문이 새겨져 가랑이를 활짝 벌리고 있지. 천박하게도."
"이익..!"
자리에서 일어난 루카스가 그녀에게 다가가, 허리를 숙이고 그녀의 턱을 잡아챘다.
지금 그녀가 이 상태에서 버둥거려봤자 그나마 움직일 수 있는 건 털렁이는 젖가슴 뿐이었다.
"난 의뢰를 받은 조교사고, 의뢰 받은 노예를 조교할 뿐이다. 네년이 왕녀든 창녀든 중요하지 않아. 그러니 앞으로의 조교에 암노예로서 순순히 응한다면, 지금 같은 고통은 없을 거다."
루카스는 그녀의 턱을 잡고 면전에 대고 선언했다.
그 말뜻을 이해했는지, 그녀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게 내 대답이다 천한 인간 수컷."
와우, 표독스런 눈을 한 레아나는 루카스의 얼굴에 침을 뱉으며 맞받아 쳤다.
저건 나도 당해보고 싶은데?
"...굴러들어 온 기회를 발로 차는 행위, 후회하게 될거다."
피식 웃은 루카스는 침구멍이 뚫린 공모양 재갈을 들어 그녀의 입에 물렸다.
"단 한가닥도 남기지 말고, 전부."
그리고 내게 마저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