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화 〉14화-안심할 수 없는 세상
14화-안심할 수 없는 세상
"...허, 이 영감 취미 고약한 건 여전하군. 이런건 언제 세워둔거지?"
그렇게 도착한 곳은 척 봐도 위험하다는 티 풀풀 내는, 이 도시에서도 유독 슬럼 같은 곳.
목적지에서 제일 처음 우리를 반겨 준 것은 엉덩이를 뚫고 들어가 입으로 튀어나온, 2m정도 되는 말뚝에 관통 당한 한 여인의 나체였다.
당연히 생의 기운은 느껴지지 않는다.
죽은지 오래되었다는 뜻이지만 무슨 수작을 부렸는지 시체는 썩지 않았다.
[헤이즐 마법 공방]
그 여인의 하복부에 칼질로 새겨진 글귀가 이곳의 정체를 말하고 있었다.
...이거 괜히 왔나?
"손님이십...벤님?"
"오랜만이군 티나."
문을 넘은 우릴 먼저 발견한 것은 메이드복을 입은 검은 단발의 젋은 여인이었다.
단지 내가 입은 코스튬스러운 메이드복이 아닌, 진짜 빅토리아시대에 입었을 법한 정석적인 옷이었다.
"스승님을 뵈러 오셨습니까?"
"그래. 가서 내가 마침내 의뢰를 맡기러 왔다고 말해."
어깨를 쫙 핀 루카스는 득의양양한 말투로 고개를 끄덕였다.
티나라고 불린 그녀 역시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이곤 집 안으로 들어갔다.
"하! 이 모자란 놈."
그리고 머지 않아, 한 노인이 히죽 웃으며 모습을 드러냈다.
작은 키에 굽은 허리, 주름 가득한 거친 얼굴.
하지만 번득이는 눈빛은 여전히 살아 있었다.
"뽄새를 보니 어디서 굶고 다닌 건 아닌 것 같군. 일단 들어와라."
"제가 성공해서 오겠다고, 장담하지 않았습니까."
마법사, 헤이즐은 우리를 안으로 안내했다.
[마법사 헤이즐 릭센(121세)]
[성향: 탐구]
[특성: 하급 마법]
그의 눈이 순간 내게 멈칫했고 나도 그의 정보를 살폈다.
일단 나이, 나이가..설정상 101세인 나보다 많다. 그런데 마법은 겨우 하급이라.
내가 아는 게임 속 마법사들의 모습을 생각하면, 왜 이런 일이나 하고 있는지 알 것 같았다.
하긴 애초에 난 스킵충이었고 그와는 별개로 게임에 이런 엑스트라급들은 나오지도 않을테니.
"정문에 있는 거 봤냐? 큰맘 먹고 구입한 물건이지."
"시체 성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성애라니! 관상용일 뿐이네. 3년 전 멸문한 동부 라민 후작가의 막내딸이지. 본보기로 쓴다고 전장에서 윤간하고 노예로 쓰지도 않고 처형했는데 말뚝관통형은 확실히 보는 재미가 있어."
마법사 헤이즐은 해괴한 소리를 늘여 놓으며 낄낄거렸다.
루카스가 혀를 찰 정도니 이 미친 늙은이가 어떤 사람인지 알겠네.
"그래서, 왜 왔느냐. 아니 그 전에 이 어여쁜 아이는 누구지? 네 애냐?"
"헛소리를. 하지만 이 아이 때문에 온 건 맞습니다."
헤이즐의 눈이 나에게 꽂혔다. 흥미롭다는 반응이었는데, 나 자체에 대한 흥미보다는 나와 루카스 사이의 관계에 더 흥미가 있어 보였다.
"그래서 어떤 사이길래."
"이런 사이죠. 리아, 인사드려라."
그의 말에 루카스의 어깨가 다시 솟는 것 같았다. 그러면 맞춰 줘야지.
"주인님의 친우분께 인사드립니다. 리아라고 합니다."
의자에 앉아 있던 루카스가 곁에 서 있던 내 치마를 걷어 버렸고, 나는 그걸 잡고 속옷을 보이며 내 소개를 했다.
우리 관계를 참 직관적인 모습으로 보이는 소개이긴 한데 굳이 이렇게?
"크하하핫!"
다만 헤이즐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웃음을 터트렸다.
"성공..성공하긴 했구나. 그래, 네가 조교한 아이냐. 어디서 얻었느냐."
"이 아이 뿐만이 아닙니다."
루카스는 자랑스럽다는 듯 여전히 치맛자락을 잡고 있는 내 엉덩이를 한번 툭 치더니, 품에서 바우론 남작의 추천서를 꺼내들었다.
자신의 성과를 드디어 누군가에게 인정 받는다는 생각인가.
내가 살펴본 루카스의 마음은 지금 매우 격정적이었다.
...나를 조교할 때와 비슷, 아니 그 이상으로.
"영 어리숙한 놈일 줄 알았더니, 유리히가 보는 눈이 있었군. 그래서 이 아이를, 네 노예를 데리고 온 이유는."
"리아에게 노예 낙인을 찍으려 합니다."
"진심이냐? 너는 낙인을..."
"싫어하지요. 하지만 마법을 배제하는 건 제가 정의한 이상적인 조교에 한정. 리아가 제 소유물이란 사실을 각인하기 위해서는 상관 없습니다."
루카스가 여전히 치마를 들추고 있던 내 손을 잡았다.
헤이즐은 흥미롭다는 눈으로, 그 모습을 보고 있었다.
"뭐 좋다. 낙인이 아니라 피어스도 있는데 그건 싫으냐?"
"낙인으로."
"그렇게 하지. 티나! 손님이다!"
루카스의 의견을 접수한 헤이즐은 큰 소리로 하녀를 불렀다.
"부르셨습니까?"
"지하실에 준비를 해라. 손님께서 요구하신 건 노예 낙인이다."
"알겠습니다."
그의 명령을 받은 하녀 티나는 서둘러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니 낙인이 뭐길래 이렇게 난리부르스지? 그냥 타투 같은 거 아니었나?
"네 완벽한 몸에 흠을 내는 건...이번이 마지막일 거다."
"괜찮습니다."
자리를 이동했다.
이동한 곳은 이 집의 지하실.
지하실에는 지난날 우리가 썼던 바우론 남작의 조교실 비슷한 공간이 있었다.
음침하고 서늘한 지하의 공기가 내 몸을 훑는다.
지금 나는 모든 옷을 벗은 나체였다. 플러그도 뺐다.
"문 밖에서 지켜봐 주십시오. 마력의 움직임에 다치실 수 있습니다."
분주하게 무언가를 세팅한 티나는 걱정스런 얼굴의 루카스를 문지방 너머로 밀어내었다.
놀라운 점은 그녀 역시 메이드복을 벗고 환복한 상태였는데, 몸에 걸친 건 상박까지 오는 검은 오페라 글러브와 가터벨트에 스타킹 뿐이었다.
하지만 그보다 충격인건 훤히 들어난, 그녀의 다리 사이에 난..흉물.
분명 여성의 클리토리스가 있어야 할 자리에는 흉물스런 남성기가 껄떡대며 서 있었다.
그녀가 남자인 건 아니었다. 엄연히 여성기가 있었으며 고환도 없었다.
탁한 흉물의 색이 뽀얗고 하얀 그녀의 피부와 너무나 대조적이었다.
그런 인자하고 예쁜 얼굴로 흉물을 껄떡대지 마 제발.
"표정이 볼만하군. 티나의 성기가 훌륭해 보이냐? 부상을 입은 후 종마로 쓰이던 검투사의 물건을 이식한 것이지. 노예를 제단에 눕히고 구속해 티나."
그때 들어온 헤이즐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의 차림새는 다행히 정상적이었다.
"당황하지 마. 명령에 복종해야지?"
티나가 뒤에서 나를 부드럽게 껴안았다.
루카스에게 안긴 적은 많았지만, 커다란 살덩이가 얼굴을 감싸는 건 또 신선한 경험.
하지만 그녀의 뜨거운 흉물이 가랑이 사이로 들어와 허벅지를 비비는 감촉은, 좋으면서도 불쾌했다.
무릎을 굽혔으니 이건 고의였다.
이럴거면 차라리 루카스의...
"흑.."
"이걸 바르면 기분이 좋아지고, 고통도 덜 수 있을 거야."
그녀는 장갑낀 손으로 끈적한 무언가를 내 몸에 펴바르기 시작했다.
투명하고 차가운 젤 같은 것, 에이밀 같은 미약인가? 확실히 발라진 부위의 살결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하으♡ 흐으♡"
"귀여운데?"
"흐으윽!"
유두를 문지르는 그녀의 손이, 흔들리는 허리가 노골적이었다.
그녀의 혀가 내 귓속으로 들어 오고, 손가락이 찔꺽이는 소리를 내며 클리토리스를 문지르자 결국 나는 가볍게 절정했다.
"좋아. 이제 시작하자. 겁먹지 말고."
그녀는 절정의 여운에 헐떡이며 비틀거리는 나를 부축해 앞에 놓여진 제단에 엎드리게 만들었다.
"...되도록 아프지 않게 해주십시오. 실력은 뛰어나시니 충분하지요?"
"허 참. 알았다 이놈아."
문 너머에서 조마조마한 얼굴로 광경을 지켜보던 루카스는 준비를 마친 헤이즐에게 걱정스런 목소리로 말했다.
"조교 대상에겐 절대 정을 주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더니, 그 정신은 어따 팔아먹은게야."
"조교 하고 있지만, 리아는 고객의 물건이 아닌 제 것입니다."
"어후."
헤이즐이 질색할 정도였다.
결국 루카스를 아예 지상으로 쫒아낸 헤이즐은, 어느새 준비가 끝난 티나에게 다가왔다.
"더 단단히 묶어라. 어린 것이 감당할 수 있는 고통이 아니다."
그는 엎드려 구속된 리아의 등허리를 슥 훑어 내리더니, 엉덩이를 세차게 한번 내리쳤다.
"후으으..."
리아에겐 이미 안대와 재갈이 물려진 상태.
대자로 뻗은 다리와 팔도 굵은 사슬로 제단에 단단히 고정된 상태였다.
그의 명령을 받은 티나는 사슬을 더 가져와, 리아의 허리와 오른쪽 허벅지까지 이중 삼중으로 묶고 조였다.
"마법으로 새기는 노예 낙인이란 단순한 각인이 아니다. 마법적으로 네 몸의 신경과 근육, 감각을 장악하는 굉장한 술법이지."
그는 시술 부위가 될 리아의 오른쪽 엉덩이를 쓰다듬었다.
"복종 조교? 그딴 건 사실 이 낙인 하나만 있으면 순식간이다. 명령 받으면 그것이 무엇이든 행해야 한다. 네 몸이 네 것이 아닌 기분, 알 수 있겠느냐? 그래서 이 시술은 값비싸지만 고귀한 출신의 조교에 주로 쓰이지."
그는 티나가 건넨 도구통에서 칼을 꺼내들었다.
일반적인 칼이 아닌, 마석이 붙어 있는 칼.
그가 마석에 마력을 주입하자, 그 끝이 시뻘겋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차라리 기절하는게 편하겠지만, 그러지도 못할 거다."
그리고는 칼날을 부들거리는 엉덩이에 가차 없이 들이대었다.
"리아!!"
"주..인.."
희미한 시야에 황급히 달려오는 루카스의 모습이 보였다.
지금 나는 축 늘어져서 티나의 품에 안겨 있는 상태.
아, 말하기도 힘들 정도로 몸에 힘이 안 들어간다.
"어허! 이 애를 죽이고 싶은거냐. 쉬게 냅둬."
헤이즐은 그를 가로막았다.
확실히, 지금 내 몸은 밤새 희롱당했던 그날 밤보다 더한 상태였다.
마법이라. 확실히 대단했다.
그 끔찍한 고통에 마력을 움직여 상쇄할까 했지만, 그만두었다.
그리고 확실히 내 몸이 못 버틸 정도로 그 고통은 즐긴만큼, 썩 나쁘지 않았다. 이거 점점 더한 변태가 되어가고 있어 나.
"극한의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고통을 쾌락으로 바꿔버리는 건 흔한 일이지. 일단 이 애는 오늘 쉬게 냅둬라 푹 자야 한다."
"아, 알겠습니다."
루카스는 어쩌지 못하고 고개를 떨궜고, 티나는 움직이지 못하는 나를 방 침대에 눕히더니 몸을 닦아 주었다.
"보이니? 이 아름다운 작품."
흥건한 내 음부를 닦아주던 그녀가 거울 두개를 들어 하나를 내게 건냈다.
거울 속에는 내 엉덩이가 보였다.
오른쪽 볼기에, 손바닥만하게 새겨진 표식.
뽀얀 살결과 대비되는 그로테스크한 검붉은 색의 낙인이었다.
그 모양은 루카스가 자신의 인장으로 쓰는 문양과 똑같았다.
"넌 그분의 완전한 소유물이 되었어. 엉덩이 살을 통째로 잘라내고 다시 재생시켜도, 네 뼈에 새겨진 도료는 언제든 다시 피부로 올라와."
티나가 자랑스럽다는 듯 내 머리를 쓰다듬더니 방을 나갔다.
뭐 이정도면 나름 만족스럽다. 꽤 신선한...쾌락.
"리아는.."
"잠들었으니, 내일 깨어난다면 봉사할 수 있을 겁니다."
"이제 너도 쉬어라 티나."
헤이즐은 티나에게도 자리를 비키게 했다.
루카스와 헤이즐 두 남자만 남은 자리, 잠시 적막이 흘렀다.
"네 얘기를 더 듣고 싶지만, 그전에 묻고 싶은게 하나 있는데."
"무엇입니까?"
"저런 상급의 아이를 잘 조교하고, 이번에 실적도 하나 냈으니 말이다. 의뢰 하나 받아 볼 생각 없냐?"
그리고 다시 입을 연 헤이즐의 말에, 루카스의 눈이 동그레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