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화 〉10화-새로운 국면
10화-새로운 국면
"일단 서로 합의점을 찾아보는게 어떤가. 나는 솔직히 훌륭한 조교사와 충신인 그대들을 잃고 싶지 않아."
"합, 합의라 하시면.."
"결국 그 계집의 봉사가 논쟁아닌가. 봉사 종류가 한두가지는 아니니, 서로 양보할 건 양보하자 이 말이지."
바우론 남작이 말을 이어갔다. 노림수는 뻔했다.
저 자식도 날 노리고 있었으니. 기가차서 코웃음이 나왔다.
루카스에게 그냥 내 정체를 밝히고 다 쓸어버릴까. 하지만 그래서야 루카스가 나를 전처럼 대하지 않을게 뻔하다. 그럼 그게 무슨 소용인가.
"합의 하겠나?"
"끙, 영주님. 저는..후. 아닙니다. 감사합니다."
간사하게도 기사 카를이 선수를 쳐 고개를 숙였다,
영주가 이렇게 까지 중재했는데 여기서 빼면 루카스는 입장이 난처해진다. 어쩌면 저 반대머리, 이걸 노린건가.
"처녀는! 안됩니다. 또한 항문 역시 정성을 들여 조교하는 중입니다. 아직 시기상조입니다."
결국 루카스는 이를 악물고 먼저 조건을 걸었다.
참, 무능하다. 하지만 이렇게 쌓인 울분이 어떻게 터져 나올까를 생각하면 더 기대되는 것 같기도?
"쯧, 그 둘을 막으면 뭘 하라는 건지. 기껏해야 입으로?"
"아니. 시킬 건 많지. 나는 괜찮다 생각하는데 여러분은 어떻습니까."
정작 카를은 옳다구나 하고 제안을 받아들였다.
어째 좀 불안한데.
"...주인님?"
그들은 모두 돌아갔다.
그는 내가 주인님이라 부르면 유독 좋아했다. 하지만 지금은 망부석처럼 서 있기만 했다.
잠든 세나의 색색거리는 숨소리만 뜰에 울리고 있었다.
"너는. 리아 너는!"
그러더니 대뜸 내 어깨를 움켜쥐었다. 눈에는 분함이 넘쳐흐르고 있었다.
"너는..너는 내것이다. 나만의 것이란 말이다! 절대로...절대로 넘길 수 없어."
그러더니 확 끌어 앉았다.
아, 이제 조금 알것 같다. 루카스의 감정.
그건 그가 가진 탐욕의 일부인 소유욕이었다. 지금처럼 남에게 나를 공개적으로 자랑하며 그들의 반응에 희열을 느끼면서도, 동시에 자신만이 날 독점해야 한다는 이중적인 마음.
문제는 그는 능력도 힘도 없는 일개 조교사이며, 나는 모두가 탐낼만한 가치를 가지고 있단 사실이겠지.
"...우선 돌아가자. 암캐를 치료하고, 저 자식들에 네게 뭘 요구하는지 알아야겠다. 만약 도를 넘는다면 이곳에서 도망치자."
그는 위험할 소리를 계속해서 내뱉었다. 만약 정말 도망친다면 결국 내가 나서야 한다는 거잖아.
그 뒤로 세나를 안아든 그의 뒤를 따라 복귀했다.
뒤뜰엔 음탕한 냄새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후."
조교실, 나는 옷을 다시 갈아 입었다.
가터벨트가 보이는 미니스커트가 이렇게 건전할 줄은 몰랐다.
혼절한 세나를 탁자 위에 눕힌 루카스는 영주에게 받아 온 유리병을 따 그녀의 입에 조금 흘려 넣었다.
회복 포션, 게임에서 줄기차게 쓰는 아이템.
하급인 것 같지만, 세나의 몸이 빠른 속도로 나아가고 있었다. 이러면 굳이 내가 기력을 나눠주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암캐가 정신을 차릴 때까지...기다리자. 암캐가 정신을 차린다면 본격적인 봉사조교에 들어간다."
예상과는 다르게 그는 세나를 강제로 깨우지 않았다.
의자에 힘 없이 걸터 앉은 그는, 가방을 뒤적거리더니 무언가를 꺼냈다.
"네 조교는 시간과 공을 들여 하나 하나 천천히 하려 했거늘. 어쩔 수 없나."
그가 꺼내든 것은 평범한 성기구였다. 세나를 처음 조교할 때 썼던 그것.
그는 내게 그것을 건넸다.
"일단 한 번 입에 머금고 빨아봐라. 내가 보며 지도하지."
그는 내키지 않다는 얼굴이었다. 순수히 이번 일의 대비를 시키는 것이었다.
다만 의문이 떠나질 않았다.
왜 이런 장난감으로 훈련을 시키는 걸까. 진짜 고잔가? 그가 성욕보다 탐욕이 강하다지만, 이건 좀 아니지 않나.
"뭣하느냐. 어서 입에.."
"왜 주인님께 봉사하는 것은 시키지 않으시는 겁니까?"
"뭐라..?"
내 말에 충격을 받았는지 루카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조교사는 조교에 자신의 감정을 담아서는 안 된다."
"하지만 조교가 아닌 봉사일 수도 있지 않습니까."
"미숙한 봉사는 받지 않을 거다."
루카스는 끈덕지게 대답을 회피했다.
이러면 나도 그냥 한 수 접어야지. 애초에 껄떡대는 흉물은 누구 것이든 진짜든 가짜든 보기만 하면 혐오가 끌어올랐다.
이제서야 느끼는 건데, 이 혐오감은 원래의 내 성향인가.
...원래의 내가 누구지? 빙의된 나? 아니면 마룡 안카리아스?
"입에 물어라. 목구멍까지 쓰는 법은 지금 배워도 늦었으니 혀를 쓰는 법을 알려주마."
결국 루카스의 재촉에 장난감을 천천히 입에 넣었다. 내 입이 작아서인지, 채 반도 들어가지 않았다.
"딱히 명령이 없다면 손을 놀리지 마라. 입으로 하는 것보다 손의 비중이 더 클수도 있다."
장난감을 그가 잡아 준 사이, 두 손까지 이용해가며 장난감을 핥고 빨았다.
이게 무슨 헛짓거리야.
"무엇을 시킬 생각이오? 애초에 두 구멍을 다 막아버리면..."
"뭐 봉사하는 것이야 입이면 충분하지. 단지 나는 보고 싶은 것 뿐이었소."
"보고싶다니?"
동료의 물음에, 카를은 히죽 웃었다.
"사제께선 보고 싶지 않으십니까. 그 오만한 어린 계집이 울부짖는 모습을."
"호."
"귀족 출신이었다던데, 보아하니 고의로 그런 성격으로 조교한게 틀림 없습니다. 싸고 돌면서, 자신에게만 충성하게끔. 꽤 싸고도는 것 같던데, 그래봤자 애송이 암컷이지요."
"그리 말하니 나도 흥미가 생기는 군."
그는 카를의 말에 눈을 반짝였다.
영주 바우론 남작과는 달리, 그들은 심하게 가학적인 성향도 숨기지 않았다.
지방 유력자들이 구성한 클럽이 따로 있을 정도였다.
"굳이 구멍을 쓰지 않아도, 암캐를 미치게 할 방법은 충분히 있습니다. 준비는 제가 할 테니 다른 분들이랑 그냥 즐겨 주시죠."
"어찌 자네한테만 부담을 지우겠는가. 말만하면 부족한 돈이나마 보태겠네."
카를은 그의 대답에 이를 드러내고 히죽 웃었다.
카를의 눈에는 아직도 리아의 얼굴이 선했다.
자신을 똑바로 보던 그 오만하고 차가운 눈,
'그 눈, 반드시 오열하게 만들어야겠다. 울며빌며 봐달라고 펄떡이고, 온 몸의 물을 다 뿜어내며 기절할 때까지.'
그의 목적은 처음부터 명확했다.
"헥트 백작가에 간 론은 소식이 없느냐."
"그, 그렇습니다. 집사장님은 아직..."
영주성의 앞뜰, 바우론 남작은 문득 든 생각에 옆에 있던 젊은 집사에게 물었다.
하지만 사자로 간 집사 론은 예상 기일을 넘기고도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알았다. 넌 가보거라. 난 괜찮으니."
짧게 혀를 찬 남작은 얼굴이 붉어진 집사를 보고 축객령을 내렸다.
불편해 보이는 걸음걸이를 보아하니 아무래도 하반신에 피가 몰린 것 같았다.
하긴 지금 남작이 쥔 목줄 끝에는 나체의 아름다운 여인이, 항문에 극태의 꼬리를 꽂고 비지땀을 흘리며 정원을 돌고 있었으니까.
"오늘은 암캐를 쓰지 않을 것인가?"
"후후..밤에 있을 메인 이벤트를 위해 잠시 참기로 한 것입니다."
세나에게 입으로 봉사를 명한 바우론 남작은 곁을 함께하는 손님들에게 물었다.
기사 카를과 사제 레만 등, '추가 요금'을 낸 소수 정예만 남아 있는 상태였다.
그들 모두 단 하나만 노리고 있었다.
"허, 절륜한 그대들이 그렇게 열의를 불태울 정도면, 이거 오늘 그 작은 아이의 뱃속이 귀한 씨로 가득해지겠네."
"뱃속에 직접 넣을 수 있다면 좋았을 텐데 말입니다."
"계약은 계약이네 크흠.."
남작은 은근슬쩍 유혹하는 카를의 말을 차단했다.
물론 그 역시 리아를 안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계약 준수는 자신의 신념이기도 했다.
"준비는 마쳐두라 했나?"
"특별한 선물까지 함께 보냈으니 걱정 마십시오. 암캐에게도 좋은 기회일 것입니다. 암캐야. 너도 오만하게 널 깔보던 그 작은 계집이 밉지 않느냐."
히죽 웃은 카를은 호언장담을 이어갔다.
그의 말에 정신 없이 바우론 남작의 물건을 빨고 있던 세나의 눈이 커졌다.
"그게 무엇입니까?"
"오늘 네가 써야 할 것들...그리고 네게 온 선물이다."
루카스가 어두운 얼굴로 무언가를 가지고 왔다.
리아도 그게 뭔지는 알 것 같았다.
나는 정확히 오늘 해가 질 무렵부터 내일 해가 뜰 때까지, 루카스가 아닌 그놈들의 소유가 된다.
이제 채 삼십여분도 안 남은 것 같았다.
"이것은.."
선물이랍시고 건넨 것에 리아는 코웃음이 나왔다.
지금 그녀의 엉덩이에 들어 있는 플러그와 흡사한 플러그.
하지만 크기가 조금 더 컷고, 무엇보다 그 끝에 반짝이는 큼직한 붉은 보석이 박혀 있었다.
이곳에 큐빅 따위 있을리 없으니 저 보석은 진짜였다.
"...옷을 벗어라 리아."
또다른 것은 옷이었다. 물론, 옷이 아니었다.
금으로 된 얇은 체인. 루카스는 옷을 벗은 리아의 맨몸 그걸 둘러주었다.
형태는 속옷과 비슷하지만 천은 없다.
가느다란 체인뿐이다. 목에 찬 초커에서 시작한 네갈래의 체인 중 두개는 양 가슴 밑을 지나 등에서 묶였고 남은 두개는 가슴 사이를 지나 음부를 피해 가랑이 사이를 파고 들어가 항문을 피해 허리에 단단히 둘러졌다.
치부를 가리긴 커녕, 파고든 체인은 오히려 음부를 양쪽으로 잡아 벌리는 구조였다.
그 외엔 팔과 허벅지에 차는 링등 장신구와 금색 하이힐이 전부였다.
단지 하나하나 값비싼 보석들이 고급스럽게 박혀 있는 굉장한 물건들이었다는 것.
마지막으로 플러그. 리아는 기존의 것을 뽑고 새로 받은 것을 천천히 넣었다.
"..."
그 모습을 보는 루카스의 표정이 가관이었다.
마치 소중한 무언가를 눈 앞에서 빼앗기는 얼굴이었다.
훨씬 비싼 것이긴 했지만 자신이 준 저 플러그를 빼고 그들이 준 것을 낀다는 것이, 마치 리아를 빼앗기는 것 같아 미칠 것 같았다.
"리아."
그 모습을 보고, 리아는 방금 뽑은 플러그를 입에 넣었다.
예상치 못한 그녀의 행동에 루카스의 눈이 커졌다.
그녀는 소중하게 핥고 빤 그것을 조심스럽게 그에게 '바쳤다.'
"저는 견딜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나온 그녀의 말이 그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평온한 눈은 늘 그렇듯 차가웠다.
루카스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무릎 꿇은 그녀가 두손 모아 머리 위로 내민 축축한 플러그를 잡아들었다.
"아니, 너는 최선을 다해 그들을 만족시켜라. 그들이..그들이 어떤 짓을 시킬지 모르겠다. 그러니 너는 반드시 그들을 거스르지 마라. 네가 크게 다칠수도 있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리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정..힘들다면, 나를 불러라. 어떻게든 숨어들어 있다가 널 구하겠다.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이 말을 하며 그는 이가 아플 정도로 악물었다.
그러더니 대뜸 그녀를 끌어 안아, 그녀에게 입을 맞췄다.
무심히 바라보던 리아도, 그 모습에 보고 눈이 살짝 커졌다.
"네 모든 처음은 내것이다. 남들에게 더럽혀진다해도, 나의 것이다."
강렬한 불길이, 그의 눈에 일렁거렸다.
"보석으로 치장한 모습이 잘 어울리는 군. 그럼 가보실까 아가씨? 우선 그 아름다운 모습을 성 모두에게 보이자고."
시간이 되었다. 이죽이는 얼굴과 함께, 카를이 나타났다.
그는 리아의 모습을 보더니 만족스럽게 웃곤, 엉덩이를 만지며 플러그를 확인했다.
"좋군. 자, 이제부터 너는 다시 귀족이 된 것처럼 행동해라. 물론 우리의 명령을 들어야겠지만."
루카스에게 눈길도 주지 않은 카를은 리아를 데리고 복도로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