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화 〉5화-첫 번째 희생양
5화-첫 번째 희생양
"바우론의 주인을 뵙습니다. 저는 조교사 루카스 벤이라 합니다."
"...설명은 들었다. 그 옆의 노예가 남작가의 영애 출신이라지. 생각보다 어리군. 어린 노예는 교육이 더 쉬울텐데."
"그렇습니다만, 저는 나이와는 관계 없이, 제 능력을 증명해낼 수 있습니다."
루카스는 영주를 눈 앞에 두고서도 당당했다. 영주는 꽤 통통한 체구를 가진 중년 사내였다.
도대체 무슨 자신감인지.
"확실히...보면 볼 수록 아름답다. 일어나라."
뜬금 없이 영주가 명령하니, 에리히가 발로 툭 건들며 엎드려 있던 나를 일으켰다.
"맡겨보겠다. 한 번 의뢰를 맡길 암캐를 봐 보도록. 다만 그 전에...가능하다면 그 아이에게 밤시중을 한번 받고 싶은데."
"이런, 죄송하오나 그건 힘듭니다. 만약 이 아이의 밤시중이 조건이라면 저는 이 의뢰를 받을 수 없습니다."
영주는 아무래도 습격자 만큼이나 변태스러운 것 같았다. 다만 이어지는 루카스의 말은 나도, 그들도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무엄하다. 일개 가축년 아닌가."
"그 이전에 제 재산, 제 소유물입니다. 무엇보다 복종 훈련에 집중하느라 아직 봉사 능력은 떨어지니, 양해해 주십시오."
루카스는 물러섬이 없었다. 이곳의 법상 개인의 재산은 아무리 영주라도 건들 수 없다.
하물며 그게 타지 사람이라면야.
"아쉽기 짝이 없군."
물론 무력이 늘 법보다 가깝고 애초에 이 난세에 제국법 따위는 종잇장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 이상 고집 피우는 일 없이, 영주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영주 드레이크 바우론(41세)]
[성향: 호탕]
[특성: 중급 통솔, 하급 검술]
확실히, 그의 성향을 보건데 집착이 있다거나 뒤끝이 있어 보이지는 않았다.
겉보기에도 나름 순박하고 호방해 보이는 사람이 조교 의뢰에 페도라니 참...
"론, 이들에게 그 암캐를 보여주게."
"알겠습니다."
노집사는 영주의 명을 받들어 우리를 응접실에서 데리고 나왔다.
그가 향한 곳은 성의 으슥한 지하. 보편적인 범죄자들의 형벌을 위해 만들어진 시설 같지는 았았다.
"호, 이 계집이?"
"한때 르오세 남작가의 여식이었지만, 전쟁에서 패하고 지금은 보다시피 짐승으로써 팔린 신세지. 나는 참전하지 않았지만 물자를 지원했기 때문에, 대가로 이 암캐를 받았네."
뒤따라 온 바우론 남작이 코웃음을 쳤다.
감옥 안에서 우리를 노려보고 있는 건 재갈이 물려지고 구속 당한채 방치되어 있는 여인.
[세나 르오세(19)]
[성향: 당돌]
[특성:-]
크림색 머리가 늘어져 있었고, 푸른 눈엔 독기가 서려 있었다.
갇힌지 꽤 지나보여 차림새나 행색은 엉망이었지만 오히려 그 덕인지 훌륭한 몸매 역시 엿보였다.
"좋습니다. 좋은 품질의...암캐로군요. 그럼 영주께선 어떤 암캐를 원하십니까?"
"거창한 건 바라지 않네. 내게 철저히 복종하는 암캐로 만들어 주게."
"오, 이런. 조교란 그렇게 간단하지 않아서 말입니다."
영주의 말이 떨어지자 그가 내게서 받아든 가방에서 어떤 종이 묶음을 꺼내 건냈다.
나는 그 종이가 뭔지 알고 있다.
"부위..처녀..매질..수치..이게 다 뭔가?"
"어떤 부위를 어떻게, 어떤 성향으로 조교할지 고르시면 됩니다. 물론 갯수에 따라 금액이 더 붙긴 하지만."
바우론 남작은 홀린 듯 그 종이를 중얼거리며 빠져들었다.
내용이 하나같이...덕분에 그걸 들은 그녀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성노이면서. 암캐. 딱 좋군."
"알겠습니다. 당장 작업에 들어가도록 하지요."
"필요한 건 말만 하게."
바우론 남작은 나름 만족한 듯 전권을 루카스에게 맞기고 돌아갔다.
그의 뒷모습이 사라지자, 루카스는 엄격하고 진중한 태도를 버리곤 히죽 웃었다.
"드디어..진정하자. 이제 첫 발일 뿐이다. 후후."
흐흐 웃으며 중얼거린 그의 눈이 움찔한 그녀, 세나를 향해 돌아갔다.
확실히 나조차 흥미를 느꼈던 눈이었다. 세나는 그의 눈빛에 본능적으로 무언가를 느꼈는지 꿈틀거렸다.
"처녀는 잡힌 첫날 이미 뚫렸으니 상관 없다라. 이거 참 좋은 조건이군. 내 조교술은 거칠게 다루는 편이 효과가 좋으니까. 리아, 움직여라. 이곳을 작업실로 바꾼다."
거추장스런 망토를 벗은 그가 본격적으로 작업에 들어갔다.
"르오세 남작가라, 언제 한 번 들어 본 적 있는 것 같은데. 리아, 일단 암캐의 옷을 벗겨라. 개에게 옷이란 사치 아닌가."
감옥 창살이 열렸다. 무릎을 굽히고 그녀와 눈을 맞춘 루카스는 내게 짧은 칼을 건넸다.
일단은 명령대로 칼을 들고 그녀에게 다가갔다.
눈을 크게 뜬 세나는 내가 다가가자 묶인 몸을 바둥거리며 도망치려 애썼지만, 그래봤자 무의미한 발버둥.
나는 떨고 있는 그녀의 옷 사이에 칼을 넣어 옷을 찢어 벗기기 시작했다.
한꺼풀씩 옷이 벗겨질 때 마다, 차가운 한기가 맨살에 닿을 때마다 그녀의 몸이 잘게 떨렸다.
"억울한가? 고귀하던 자신이 이런 꼴을 당해서? 듣자니 르오세 남작은 사지가 찢겨 죽고 목은 효수되었다던데. 어린 남동생도 어딘가로 팔려갔다지."
상체를 모두 벗겨낸 내가 그녀의 하체에 손을 댄 사이, 루카스는 그녀를 향해 중얼거렸다.
모두 그녀의 상처를 후벼파는 말들, 세나의 몸이 더 격하게 떨렸다.
무슨 의도로 저런 말을 하는 걸까, 저러면 오히려 조교에 반발심만 생길 것 같은데.
"리아, 암캐의 재갈을 벗겨라."
이어서 내려 온 명령에 나는 그녀의 속옷을 벗기다 말고 재갈부터 풀었다.
"추악한 쓰레기. 저주한다 쓰레기야. 네놈들 같은 기생충들이..."
"나쁘지 않군."
당연하다는 듯 욕설이 튀어나왔다.
비록 닿지는 않았지만 그에게 침을 뱉기까지.
그러나 루카스는 오히려 좋다는 반응이었다.
"훌륭한 몸이니, 남들에게 보이는게 좋은 것 아닌가? 수치스럽나?"
"시, 시끄럽다!"
루카스는 도르래를 이용, 나체가 된 세나의 양 팔을 묶어 허공에 매달았다.
치부를 전혀 가릴 수 없는 수치스런 상태,
발은 까치발을 해야 겨우 땅에 닿을 수 있을 정도였다.
덕분에 그녀의 몸 전체에 힘이 들어가고 있었다.
그녀는 루카스의 시선에 얼굴을 붉히곤 소리쳤다.
어떻게든 비부를 가리려 다리를 배배 꼬고 있었다.
"전형적인 귀족 출신 답다. 아직도 자기 처지를 모르고 뻗대고 있지. 성격 더러운 자라면 일개 가축년이 저런 건방진 눈을 한다고 눈을 뽑아버릴 수도 있다."
그러나 루카스는 그녀를 곧바로 조교하지 않았다.
그는 나를 잡고는 구석으로 데려가 뜬금 없는 말들을 속삭였다.
"저 건방진 마음을 꺾어버리는 것이 기본이다. 허나 그 마음을 꺾는다고 심한 매질을 한다면 그 전에 마음이 부숴져 숨만쉬는 인형이 되어 버릴 수도 있지. 바우론 남작이 원하는 건 그게 아니야."
"그럼 어떻게..."
"나는 스승님께 배운 이론을 토대로 스승님의 습작 중 하나인 쾌락론이란 기법을 완성시켰다. 매질도 수치도 아닌 거절할 수 없는 쾌락만으로 복종시키는 거다."
히죽 웃은 그가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끝이 뭉툭하게 생긴 긴 막대기. 그 용도는 설마.
"히, 히익.."
"처녀도 아닌데 뭘 그리 겁내지?"
세나에게 다가간 그는 그녀의 한쪽 다리에도 줄을 묶어 허공에 매달았다.
그러곤 물건을 훤히 드러난 그녀의 음부에 대고 비볐다.
"아, 안 돼..흐윽."
"이건 시작일 뿐이다. 오, 조교술을 쓰니 보이는 군. 여기가 네 약점인가."
그는 천천히 그것을 밀어넣었다.
그때부터 그가 주장하는 쾌락지옥, 내가 보기엔 별 효과 없는 노동이 계속되기 시작했다.
"이, 이제 그만..."
"후, 정신력이 꽤 대단하군."
자기도 지쳤는지 거칠게 숨을 내쉬던 루카스는 녹초가 된 세나의 음부에서 막대를 뺐다.
그 도구도 그의 손도 음란한 액으로 흥건하긴 했지만, 세나가 절정에 달한다던가 하는 일은 없었다.
내가 보기엔 그냥 지치게 만드는 것 같은데? 애초에 아무 도움도 없이, 강간에 가까운 행위를 하는데 진정한 쾌락을 느낄리가 없잖아.
왜 그가 이전까지 실패한 조교사였는지 알 것 같았다.
쓸데 없는 개똥철학에 사로잡혀, 소용 없는 일을 반복해왔으니 그럴만 하지.
"비참한 암캐, 목숨을 부지한데 만족하고 저항하지 말고 쾌락에 몸을 맡기면 편해질 것을."
땀을 닦은 그는 가방에서 새로운 도구를 꺼냈다.
그런데 그 모양이 대단히 흉물스러웠다.
손바닥만한 사이즈의 무언가였는데, 그가 뭔가를 조작하니 중앙에서 무언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꿈틀꿈틀 거리며 날름거리는 그것. 분명 혀였다.
이런 미친 무슨 저딴 도구가...
"오늘은 첫날이니 여기까지 하지. 밤새 고통 받기 싫으면, 저항은 그만 두는게 좋을거다."
"으읍!"
히죽 웃은 그가 다시 재갈을 물렸다. 그러곤 그것을 기겁한 세나의 음부에 부착했다.
혀는 그 안으로 파고들어가 계속해서 움직였고, 그럴때마다 소름이 돋은 그녀의 몸이 푸들거렸다.
"복종 훈련이 끝나면 의뢰에 맞게 몸을 개발하고, 그 후엔 암캐로 만드는 훈련들을 진행할거다."
우리에게 배정 된 성 안의 방, 그는 여유롭게 차를 홀짝이며 내게 계획을 설명했다.
글쎄, 지금 본 대로면 그 계획 잘 안 될 것 같은데.
"왜 처음에 그녀를 도발하셨습니까. 그러면 더 반발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허, 암캐라 불러라. 하지만 좋은 질문이다."
그는 내 질문에 피식 웃었다.
나는 일단 이 이유나 들어볼 생각이었다.
"진짜 복종이란 마음을 꺾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분명 탈이 생길 테니까. 무슨 수를 쓰던 몸을 넘어 마음을 얻어야 진정한 것이다. 네가 이것에 환장하는 것 처럼, 확실히 비싼게 좋긴 한가보군."
그는 미약, 에이밀이 든 병을 흔들여 보였다.
내 입장에서야 저게 뭔 헛짓거린가 싶었지만 그는 내가 그것에 철저히 중독되었다 생각하는 상태.
그리고 실제로 내 몸은 일단 저것에 쉽게 반응하긴 했다. 단순히 병을 본 것 만으로도 나도 모르게 가랑이가 움찔거렸으니까.
"것 봐라 허벅지를 배배꼬는 군. 어쨌든 완벽한 복종을 위해선 단번에, 강하게 마음을 꺾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도발한 것이고. 그 빈틈을 쾌락으로 채워주면 알아서 기게 되겠지."
정답인지는 나도 모른다. 다만 그가 행하던 삽질에 비해 이건 나름 이해는 가는 소리였다.
아무래도 기본은 충실한데, 쓸데 없는 이상에 빠져 일을 그르치는게 맞는 것 같았다.
"슬슬 자도록 하지. 너도 자라."
차를 다 마신 그가 하품을 하며 침대로 향했다.
하지만 나는 그가 코를 골 때까지 자지 않았다.
지금 꽤 깊은 고민을 하는 중이었다.
어쩌지, 개입을 할까?
그를 끝까지 부추기는게 내 목적이었다.
다만 심각할 정도로 쓰레기 같은 수준의 능력이 발목을 잡고 있었다.
이래서야 끝을 보기는 커녕...괜히 자고 있는 그를 째려봤다.
어째 재미보려고 시작한 일이 점점 귀찮은게 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