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화 〉3화-누가 누구를 (3/74)



〈 3화 〉3화-누가 누구를

3화-누가 누구를


그의 뜬금 없는 소리에 눈만 꿈벅거렸다.


꿇어 엎드려? 내가? 밥먹다 갑자기?

다만 충격보다는 호기심이  강했다. 만약 내가 거절하면 어떻게 될까. 날 내쫒으려나? 누구보다 날 원하는  같던 이 사람이? 아니면 때리려나?

"내가 제공하는 모든 것은  복종을 대가로 받을 것이다. 내가 꿇으라면 꿇고, 기라면 기고, 짖으라면 짖는 것이야."


그는 사뭇 엄한 눈을 하곤 나를 몰아세웠다.


"..좋다. 좋아. 앞으로 행동 하나 하나 내 명령에 따라라. 식사, 수면까지 모두 다."

끝까지 고민했지만 일단 한번 따라 주기로 했다.
어차피 당분간은 이 인간이 뭘 하려는 건지 지켜보기로 했으니까.

나는 순순히 바닥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흥미에 입각한 의도적인 행동이긴 하지만, 역시 누군가에게 머리를 조아리는 건 내 성향과 맞지 않기 때문일까.


은근히 거슬리면서도 묘한 기분이 들었다.

"이제 되었다. 그리고 나는 말 잘듣는 충견에게는 반드시 상을 준다."


만족한 듯 엎드린  일으킨 그는 나를 밀쳐 침대에 눕혔다.

그러더니 자신의 짐을 뒤져, 작은  하나를 꺼냈다.

안에는 연한 분홍빛이 도는 액체가 소량 들어 있었다.

"이걸 쓰는  아깝지만...너는 그만한 가치가 있으니까. 자, 리아. 두 번째 명령이다 다리를 벌려라."

히죽 웃은 그가 병을 찰랑거리며 말했다.

따라보기로 결정했으니, 나는 그의 요구에 맞게 다리를 활짝 벌려보였다. 어차피 수치심 따윈 없었고 흥미와 호기심 뿐이었으니까.

"에리밀의 즙에 술을 섞은 이 물약은 조교에 흔히 쓰이는 물건이지만, 같은 무게의 금보다 비싸지. 약물에 의존하는  진짜 실력이 아니지만, 보다 확실한게 좋겠지."


이상한 말을 중얼거리던 그는 병을 열고는 작대기 같은 물건을 병에 넣어  액체를 흥건히 묻혔다.

"이곳이 뭔지 알고 있나? 여인의 약점이나 마찬가지인 곳이지, 아무리 굳센 여인이라도 이곳은 연약하다."

훤히 벌린 음부를 부담스러울 정도로 쳐다보던 그는  도구른 이용해 조심스럽게 여성기의 한 지점을 살짝 찔렀다.


찌른다기 보다는 묻어 있는 액체를 묻힌다고 해야 하나.


"...?!"


"어떠냐. 지금까지 느껴본적 없는 감각일터."

하지만 별 타격 없던 내 정신과는 달리 몸은 즉각적인 반응을 일으켰다.


그는 곧바로 내 두 손을 잡아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다리를 오므리고 허벅지를 배배 꼬아도 뜨거움은  심해졌다.


 뜨거운 감각이 순식간에 퍼지며, 허리끝부터 찌르르 울리는 감각이  몸에 퍼졌다.

"하아.."

뜨거운 숨이 나도 모르게 퍼졌다.


통제를 잃고 경련하는 허리와 허벅지, 오므라든 내 발가락에 그는 이를 드러내곤 웃었다.

"몸은 이리 솔직한데 목소리는  안내는게 참 신기하군, 어지간한 창녀도 비명을 지르며 애원할텐데. 어쨌든 앞으로 잘 따른다면 지금처럼 기분 좋은 일만 있을 거다. 장담하지."

고개를 숙인 그는 제멋대로 달아오른 내 뺨을 어루만졌다.




"앞으로  내 조수로도 활동하게 될테니까. 너에 대한 조교도 계속되겠지만 일단 내 지식의 일부를 전수해주마. 이미 네 신분도 정해두었다."

사흘째 되는 날 그는 마침내 내게 제대로 된 옷을 주었다.


그 옷이란 것도 웃기긴 했다.


검은색 흰색 조합의 메이드복이야 게임에서 코스튬으로 지겹게 봐 왔으니까 새로울 것도 없지만, 실착이라니.

심지어 게임이 배경인 것 답게 중세 배경인 주제에 나일론 소재인 것 같은 사이 하이 삭스까지 있었다.

짧은 소매와 가터벨트가 보일 정도로 치마가 상당히 짧다는 건만 빼면 나름 평범한 옷이었다.

아니 애초에 창부도 아닌 소녀의 허벅지와 팔을 훤히 드러낸다는  부터가 이곳 세계관에서도 정상적인 옷은 아닌가.


"치마를 걷어 속옷을 보여 봐라."


흥미롭단 눈으로  지켜보던 그가 다시 명령했다.

그의 말에 따라 치맛자락을 들고 배꼽까지 보일 정도로 옷을 올리자 그가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그날 이후 복종 훈련이랍시고 계속해서 뜬금 없는 명령을 내려 내가 그것을 잘 수행하는지 시험했다.

지금처럼 치마를 걷으라느니, 신발을 핥으라느니, 개처럼 입으로 밥을 먹으라느니...


"너는 몰락한 남작가의 여식이고, 경매에 나온 걸 내가 사서 교육한 것이다. 증거는 전혀 없지만 귀족가의 여식 이상으로 외형이 출중하니..요즘 시국에 문제는 없겠지."


"알겠습니다."


"좋다 남들에게 선보일때도 지금 처럼  말에만 복종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면 전처럼 포상을 줄 테니까."


심지어는 그는 내게 별 이상한 설정까지 붙였다.


별 볼일 없는 애보다는, 사연 있는 경우가 특히 잘팔린다나.


게다가 포상이랍시고 '교육'때마다 그 미약을 조금씩 발라대는데, 그는 그게 진짜 효과가 있다고, 내가 그것에 중독되었다고 믿고 있는 것 같았다.


바를때 내 육체가 발정하는 건 맞지만, 내가 그것에 중독이라면 글쎄?

"이제 슬슬 나가자. 우선 돈을 벌어야겠다."

그는 빠르게 외출준비를 마치곤 가방을 내게 건넸다. 드디어 뭔가 해보려는 건가?


어쨌든 나는 사흘만에 문을 넘어 밖으로 나갈 수 있었다.




"루, 루카스..? 자네.."


"잠시 일을 보러 가는거네."

그는 웃음을 숨기지 않았다.


그와 내가 계단을 내려와 1층 홀에 도착한 순간.

좌중의 모든 시선이 내게 쏠렸다. 내 얼굴을 시작으로, 팔이며 다리며 드러나있는 내 살결을 흘끔거리는 시선들.

애초에 이 옷 자체가 이런 걸 노리고 만들어진 물건이었다.

"가자 리아."

정작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어째 루카스의 어깨가 솟은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시선들은 밖에 나와서도 똑같았다.


"어디로 가는 겁니까?"


"조교사들의 모임으로 간다. 마침 이 주변에 클럽이 있지. 그곳에서 조교 의뢰를 받을 수 있다."

기분이 좋아서 그런지, 그는 질문에 곧잘 대답해 주었다.

그나저나 조교사들의 모임에 클럽이라니, 이 게임이 수위 있는 성인등급이긴 해도 이런류의 게임이 아니었는데.


애초에 나는 조교사가 정확히 뭔지 아직도 모르겠다.


뭐 일단 따리다니다 보면 알겠지.


나는 얌전히 그의 가방을 앞으로 모아든 채 그의 뒤를 따랐다.


"이게 누구야, 루카스?"


"뭐? 지금 내가 잘못 들은 건가? 루카스?"

평범한 주점 같이 생긴 건물.


루카스는 나를 데리고 그 안으로 당당히 들어갔다.


들어 가자마자 그를 알아봤는지 여기저기서 반응이 터져나왔다.

물론 긍정적인 반응은 아니었다.


"루카스, 자네  동안 안 보이길래 때려치고 낙향한 줄 알았는데 말이야. 왜 다시 기어 왔나? 스승이신 에르히 님의 밑에서 배운 거라고는...어?"

그중 유독  체구를 가진  사내가 성큼 성큼 걸어오더니 루카스의 앞에 섰다.

하지만 콧김을 뿜으며 그를 조롱하고 비웃던 그 사내는 말을 끝내지 못했다. 나랑 눈이 마주쳐서인가.


[조교사 크리스(26세)]

[성향: 기회주의]

[특성: 중급 조교술, 연금술]


 눈에 이 사내의 정보가 보였다.


다만 크리스라는 이 사내뿐 아니라 주변이 순간 조용해졌다.


적어도 나를 성과물로 과시하겠다는 그의 의도가 지금까진 성공적으로 먹히는 것 같았다.

"뭣하느냐 리아. 이들은 한때 함께 수학했던 내 동료들이니, 곧 너를 교육한 간접적인 주인들이기도 하다. 예를 갖춰라."

그는 잠짓 엄한 표정으로 나를 돌아보았다.


이제  장단을 맞춰  차례였다. 내가 여기서 거부하면 분명 굉장히 쪽팔리겠지?

"리아라 합니다. 주인님들께 인사드립니다."


물론 지금 판을 깰 생각은 없었다.


나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다시 한  머리를 조아렸다.


"보시다시피, 최근에 의뢰 하나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부산물을 하나 얻었지. 덜 자란 어린 계집을 조교하는 건  방식과는 그리 맞지 않지만. 크흠."


"저, 정말 자네가 조교했다고...? 이, 이 계집이 진짜 노예...라고..?"


크리스는 믿지 못하겠다는 듯 말을 더듬었다.

그러면 그럴 수록, 루카스의 어깨는 더 치솟고 있었다.


"멸문한 남작가의 여식이지만 우연찮게 내가 줍게 되었지. 못 믿으시는  같으니, 리아. 지금 여기서 치마를 걷어라."


기회를 잡자 거드름 가득한 그의 말을 들으니 평소 취급이 어땠는지 눈에 선하다.


어쨌든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망설임 없이 치마를 걷고 속옷을 보였다.

밥은  것만 주면서 유독 고급스런 속옷을 주더니 이럴 목적이었던게 다분했다.


이 행동에 그들의 입이 떡 벌어졌다.

"속옷도 내려 보여라. 그 상태에서 다리를 벌려보여라."

이어지는 명령들, 나는 입으로 치마 자락을 물고 속옷을 허벅지 반까지 내리고, 다리를 어깨 너비만큼 벌렸다.


이것도 지겹게 시키더니 이러려고 그런 거였나.

"보이나? 복종도는 최상급이지. 처녀에, 매질도 없었네. 나는 오직 반복 훈련과 포상만으로 귀족 영애를 복종시킨 거라고."

득의 양양한 루카스의 말이 홀에 울렸다.

새빨간 거짓말이다. 약을 썼으면서.


그러거나 말거나, 적어도 스물 이상의 눈들이 사방에서 뚫어져라 허전한 내 하체로 향하고 있었다.

"그럴..그럴 리가."

"크흠, 웰렉스. 한 잔 주게. 그리고 의뢰를 받고 싶군? 적당한 의뢰 있나?"

멍한 크리스는 그냥 두고, 그는 태연하게 웃더니 마찬가지로 내게 멍한 시선을 고정하고 있던 주인장을 불러 일을 보기 시작했다.

나는 그대로 방치한 채.

덕분에 나는 무슨 장식물이 된 것마냥 하체를 훤히 노출한 채 계속 치마를 잡고 있어야 했다.


물론 이것도 미리 말해둔 것이기에, 나는 그가 다시 명령을  때까지 계속 이대로 있어야 했다.



"이, 이건 어떤가? 지명 의뢰가 아닌 모집 의뢰라, 자네가 자신 있다면 한 번 도전해 보는 것이."


"흠, 바우론 남작가라."

루카스는 술을 홀짝이며, 주인장의 설명을 들으며 여유를 부리기 시작했다.

"최근 바우론 남작가가 꽤 전리품을 얻은 모양이야 듣기론 일대 남작가들이 결국 충돌했는데, 바우론 남작가는 승자측에 물자를 지원했거든."

"또 전쟁인가. 그것도 일개 남작가들이 자기들끼리...허, 아무리 제국이 사분오열났다지만 어처구니가 없군."

주인장의 말에 루카스는 조금 예민하게 반응했다.


의뢰를 받는 일개 조교사가 전쟁이 무슨 상관이냐 하겠지만,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혹은 의뢰를 받아 머무르던 중 전쟁에 휩쓸리는  상당히 위험했으니까.

물론 최근 전쟁 이후의 전리품을 '처리' 하는 과정에서 조교사의 수요가 급증하긴 했지만, 결국 조교사의 무대는 어디까지나 전쟁 이후였다.


"실력 있는 조교사를 뽑는다 했는데, 그 대상이 아마 이번에 멸문한 가문의 여식일 확률이 높네. 장녀 쪽은 미색이 훌륭하다고 여기까지 소문이  정도였으니까."


"딱 알맞은 의뢰로군."

어쨌든 루카스는 결정을 내렸다. 사실 당장 돈이 급했고, 싸구려 창관의 신입 창부 조교 따위로는 그의 성에 차지 않았다.

"여, 웰렉스. 오랜..."

그 사이 새로운 손님이 들어오기도 했다.


루카스는 비웃음 가득한 눈으로 그들을 구경했다.

그들을 제일 처음 맞이하는 건 아마 리아의 맨 엉덩이. 그 모습을 본 이들은 하나같이 말을 잃고 조용해졌다.

덕분에 홀 분위기는 상당히 묘해진 상태였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