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7화 〉반대 (67/72)



〈 67화 〉반대

지식의 보고, 지혜의 불빛이 꺼지지 않는 교육기관 아카데미라고하더라도.

휴일조차 없이 학생, 교수들이 공부와 연구에 시간을 쏟아붓는 것은 아니다.

평소에는 교육도시로서 운영되며 학생들과 교직원들의 전유물이 되지만.

주말이 되면 주변의 마을, 도시에서 사람들이 몰려드는 것이었다.


특히, 아카데미 외각에 위치한 학생들의 기숙사, 저택가의 근처에는

오랜만에 가족을 만나러  학생들의 친족의 왕래가 잦기에 소란스러운 편이었다.

클레온들과 만나기 전의 라일라라면 저택 전체에 방음 결계를 펼치고.

창문의 커튼을 모두 닫고 식사를 하는 것조차 잊어버린 채.

어두컴컴한 지하공방에서 빨리 이 주말이 끝나기를 기다리며연구에 몰두했을 것이다.


하지만, 쿠온과 함께 맞이하는 주말은 이전과는 그 모습이 많이 바뀌어 있었다.

아침이 되면 그녀가 준비한 식사의 향기 때문에라도 자연스럽게 눈이 떠진다.

어젯밤에 아무리 늦게 자더라도, 늘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게  덕분인가.

라일라는 밤늦게까지 책상 앞에서 머리를 싸매는 일은 줄어들었었다.


"흐아아암... 좋은 아침..."

라일라가 크게 하품을 하면서 저택의 거실로 내려가면

그곳에는 이미 아침의 준비를 마친사샤가 있었다.

그녀는 머리에 이전에는 못 보던 귀여운 장식을 단 채 거울 앞에 서서 옷매무시를 가다듬고 있었다.

"좋은 아침이에요! 라일라씨!"

라일라의 목소리를 듣고 그쪽을 돌아본 사샤.

여전히 꼬리와 귀는 남아있었지만, 변함없이 귀엽고 밝은 아이이다.

"응. 사샤. 처음 보는 머리 장식이네?"

라일라가 졸린 눈으로 사샤의 머리 부근을 가리키자.

사샤는 배시시 웃어 보이며, 빨간 열매 같은 보석과 초록색 리본이 특징적인 그 머리 장식을 만진다.

"네. 실은, 같은 과의 친구가 환영 선물이라고 준 거에요."

"역시, 친화력의 화신이네. 오늘은  친구들이랑 놀러 간다고 했지?"

"맞아요! 상업과의 자유시장에서 만나기로 했어요."

라일라가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면, 그에 따라 그녀의 머리카락이 위아래로 흔들렸다.


"자유시장은 조심해. 그 과의 녀석들은 속이 시꺼먼 녀석들이 많아서 바가지 씌우는 녀석도 있으니까."

라일라는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돌려 먼저 일어나있을 클레온과 쿠온을 찾는다.

그러면 사샤는 그런 라일라의 의도를 파악했는지 그녀에게 말했다.

"클레온씨라면 쿠온씨와 함께 방에 계세요. 오늘은 중요한 자리가 있다고 해서 옷을…."

"응? 아아. 아루루와 연인 행세하기로  게 오늘이었구나."

라일라는 조금 껄끄럽다는 표정이 되면서 머리를 긁적였다.



모두가 수석을 설득하기로 한 지 벌써 3일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 이렇다 할만한 성과를  것은 클레온뿐이었다.

어째선지 궁술과의 수석은 요 며칠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고.

쿠온의 신성학과 역시 라일라의 이름을 꺼내자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학원에서 제일 가는 유명인사이자 악명 높은 라일라는 두말할 것도 없었다.



라일라는 잠시 식탁 위에 준비된 식사와, 클레온의 방이 있는 위층을 번갈아 보다가.

발을 움직여 다시 계단을 올라 클레온의방으로 향했다.

 쿵. 하고 노크가 울리면 안쪽에서 쿠온의 대답 소리가 들린다.

라일라가 대충 대답을 하면서 문을 열면.

그곳에는 평소에는 본 적이 없는 클레온의 정장차림의 모습이 보였다.

"...어디서  거야?  정장."

말끔한 검은색의 겉옷에, 흰색의 와이셔츠.

그리고 마찬가지로 칠흑과도 같은 검은색의 바지.

"드디어 몸 전체가 흰색이랑 검은색밖에 남지 않았네."

농담으로 이야기하면, 쿠온이 웃음을 터뜨렸다.

"어제. 아루루가 이 저택으로 보내왔다. 수치는 어떻게 알았는지…."

클레온은 조금 불편하다는 듯 넥타이를 조절한다.



평생 입어본 적이 없는 정장이다 보니 어떻게 입어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쿠온 역시 시골 소녀이다 보니까 남성의 정장에 대한  잘 모르지만.

클레온 혼자서 입는 것보다야, 라는 생각으로 돕는 중이었다.

"으음..."

하지만, 라일라가 보기에는 어딘가 이상했는지.

클레온에게 가까이 다가와 셔츠의 주름을 펴거나 하여 옷매무시를 가다듬는다.

그리고는 발꿈치를 들어 올리며 넥타이를 조절해 준다.


"자. 이건 이렇게 해서…. 응. 됐네. 역시 옷이 날개야."

"이상하지는 않나?"

클레온의 말에 라일라는 조금 뒤로 물러나 턱에 손가락을 올린 채 그를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훑어본다.

"별로? 음~ 내 취향이었으면 색을 검은색이 아니라 남색으로 했겠지만."

쿠온 역시 라일라의 의견에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장이 익숙한가?"

"수석들은 이런저런 데에 과 대표로 불려가는 경우가많았거든. 그러다 보니 다른 녀석들의 정장 입은 모습을 자주 봤을 뿐이야."

클레온의 질문에, 라일라는 고개를 젓습니다.

"참고로. 무도회 같은 곳에서 가장 권유를 많이 받는  네가 지금부터 만나러 가는 아루루 트로메이아야."

남녀 가리지 않고 말이야. 라고 라일라는 덧붙인다.



"...참고로 라일라는..."

"아아!?"

클레온의 헛소리에 라일라가 이마에 힘줄을 띄우며 위협해온다.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키며 말을 아끼는 클레온.



"...그런 곳에 안 나간 지는 벌써  년 째야. 마지막으로 간 건 4년 전…. 일까. 이제는 초대도  오더라고."

눈을 피하며 말하는 라일라의 표정에는 약간의 애수가 엿보였다.

이 이상 언급하는 것은 피하는 게 좋을까.

같은 생각을  쿠온과 클레온이 고개를 끄덕인다.



"오늘 아루루와 만나기로 한 식당은 꽤 고급스러운 곳이라는 같아. 기존 손님의 소개가 있어야 들어갈 수 있다던가."

클레온의 말에 라일라가 `헤에` 하고 차가운 눈이 되어 그를 바라보았다.

"나중에 같이 가자. 사샤도, 쿠온도 함께 말이야."

"네가 내는 거로."

"... 그래."

그렇게 말하면 라일라는 짓궂은 웃음을 지며 몸을 돌린다.

"하지만 본래 목적을 잊지 말아야 해. 아루루의 `동의`를 받아내는 목적이니까."

"알고 있어. 좋은 소식을 가지고돌아오지."


001

평원 위의  정돈된 가로를 달리는 고급스러운 마차가 있었다.

가벼우면서도 단단한소재로 만들어진 몸체의 위에.

삼위일체의 용사의 가문 `트로메이아`의 문양인 교차한 세 개의 검이 장식되어 있고.

화려한 금색의 선이 몸체의 이곳저곳에 달려있다.



왕국의 수도에서 마차로 수 시간.

마법의 영향으로 안에 타고 있는 인간은 거의 진동을 느끼지 못하지만.

잘 훈련된 명마가 끄는 마차는 그런 마법이 없더라도 마치 구름 위를 걷는 듯이.

마차의 주인을 목적지로 옮기고 있었다.


"하아..."

그리고 한숨을 내쉬는 목소리가 들렸다.

마차의 안에 타고 있는 것은 50 정도로 보이는 남성.

몸 전체가 잘 단련되어 있고 몸집도 꽤 있다.

본래 금색이었던 머리카락은 과한 왕국의 업무에 의해 흰색으로 새어버렸지만.

깔끔하게 정돈된 턱수염과 함께 그가 겉치장에는그다지 신경을쓰지 않는.

허영과는 거리가 먼 무인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걸친 옷도, 붉은 기조에 흰색의 스트라이프가 들어간 왕국 대신의 제복.

어깨의 금색 장식이 달린 옷은 완벽한 각도를 유지하며 단 하나의 주름도 보이지 않는다.

가슴에 달린 훈장은 그가 대체  번이나 왕국을 구한 것인지, 쉽게 상상할  있게 해주었다.



퍼시스 트로메이아.

현 트로메이아 가문의 당주이자, 용사 아루루 트로메이아의 아버지인 그는.

공작가 트로메이아에서 배출한 두 번째 용사이며.

현재는 용사로서는 은퇴하고, 왕국의 국방대신을맡은 왕국의 중역이라고 할  있었다.

그런 그가 금쪽같은 딸을 만나러 가는 마음 들떠야 하는 상황에서.

연거푸 한숨을 내쉬는 이유는 두 가지.


첫 번째는 딸이 편지로 이야기 한 `교제 중인 남자`의 존재이다.

편지를 보내올 때마다 남자에 관한 이야기가 달라졌기 때문에 거짓이라는 것 따위는이미 눈치채고 있었다.

하지만 아버지에게 그런 거짓말을 할 정도로 약혼에 대한 관심이 없다는 것은.

차기 당주로서 걱정될 수밖에 없는 태도였다.

거기에, 직접 만나게 해준다는 딸의 이야기에.

지금부터 그녀의 거짓말의 도우미가 되어 자신을 만나러 오게 될 사내에 대해 작은미안한 감정.

자신도 모르게 검을 뽑아 베어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리고  번째.

검성 탈체크의 사망과 관련된 이슈가 그의 주변을 계속해서 맴돌았다.

정보기관의 소속으로 어느 정도 자유롭게 왕국 내부를 돌아다니며

치안유지에 커다란 이바지를 했던 왕국의 영웅 탈체크가 죽고.

그가 데리고 있던 딸- 정확히는 특수전략 병기 성검.

인조 성검 이오나 슈발리에 역시 왕국의 정보기관을 떠나려 하고 있었다.

4 영웅 중 두 사람이 사라졌고.

 사람은 왕국이 아닌 교단의 소속.

나머지 하나는 종잡을 수 없는 떠돌이.


본인은 의도하지 않았지만, 왕국의 평화에 공헌하던 탈체크가 사라지자.

여기저기서 어중이떠중이들이 고개를 내밀려 하고 있었다.

 덕분에 어제도 결론이 나오지 않는 대신들의 회의.

심지어 휴일인 오늘조차도, 딸과의 오랜만의 재회가 끝나면.

다시 그 갑갑한 왕성으로 돌아가, 대머리들과 실속 없는 이야기를 해야 했다.

"싫구만…."

신세 한탄 같은 목소리를 내뱉으며 창밖을 바라본다.

어디까지나 넓게 펼쳐진 평원.

젊은 시절의 자신은 평원을 말로 뛰어다니며.

탈체크와 함께제국 병들을 쓰러트리고.

레시아와 함께 왕국을 지켰다.

제국과의 전쟁이 끝나고 아버지의 뒤를 이어 국방대신이 된 지금.

가문은 더욱 번영했고, 왕국은 평화로워졌지만.

자신의 무인으로서의 영혼은 계속해서늙어가고만 있었다.



002

해가 중천에 떴을 무렵, 약속된장소에서 클레온은 아루루와 그녀의 아버지를 기다리고 있었다.

본래는 어머니가 함께할 예정이었지만, 예상치 못한 사고가 있어서 아버지만 오게 되었다던가.

그리고 그 둘을 기다리는 장소야말로 아카데미 내에 있는 식당 중에서도 가장 고급스러운 곳.


지배인의 안내를 받으며 개인실로 이동한 클레온은 먼저 자리에 앉았다.

클레온이 지금까지 방문했던 어떤 식당보다도 화려한 장식이 펼쳐진 곳이었다.

테이블은 물론, 천장에 매달린 샹들리에.

방 안에 있어도 들려오는 음악 소리는 이곳으로 오면서 본 `악단`의 연주이다.


비용에 관해서는 아루루 측에서 지급한다고 했으니 걱정하지 않았지만.

이후, 동료들과 함께 다시 방문할 생각을 하니지갑 사정이 머리에 떠올랐다.

라일라의 조언에 따라 약속 시각 보다 조금 도착한 것은 다행이었다.

식당의 분위기에 잡아 막혀,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릴 듯했으니까.

"남성분께서 먼저 와 계십니다."

바깥에서 들리는 목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면.

붉은색의 드레스 차림의 아루루가 모습을 드러냈다.


머리는 평소와는 다르게 풀어서 길게 내린 상태이고.

귀에는 작은 검의 형태를 한 푸른 빛 귀걸이가 눈에 띄었다.

드레스의 형태는 소매가 없는 덕분에 그녀의 가슴과 등을 감싸는 천은 있지만

어깨나 옆구리의 위, 겨드랑이 부분은 크게 노출되어있었다.

다리 쪽 역시, 드레스임에도 활동하기 편하도록 오른쪽 다리가 그대로 드러나 있다.

물론 맨다리를 보이는 것은 그녀 역시 부끄러웠는지, 갈색의 타이츠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손에는 검은색의 실크제 장갑.

손목 부분으로 올라오며 아름다운 문양이 장식된 것이.

평소에 그 손으로 검을 잡고 격렬하게 휘두르는 모습을 상상하기 힘들 정도였다.

`무인`이 아닌 `소녀`로서의 아루루 트로메이아.

하지만, 당당한 몸가짐과 살짝 입꼬리가 올라간그 표정은.

검을 잡지 않더라도, 여전히 아름다운 외모로 클레온을 마주한다.

"미안 기다렸어?"

"아니, 방금…. 일부러인가?"

이전의 문답을 떠올린 클레온의 대답에 아루루는 작게 웃음을 터뜨리며 클레온의 옆자리에 앉았다.

"아버님은 조금 뒤에 오실 거야. 손님이 생각보다 많아서 마차를 놓을 곳을 찾는 데 시간이 좀 걸린다나 봐."

"그래..."

혹시라도 무언가 일이 잘못되어 아루루의 아버지가 오지 못한다면.

같은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그런 일은 없는 듯했다.


"...후후, 얼굴이 굳어 있는데 클레온씨. 평소랑은 전혀 달라."

"미안하군, 이런 자리는 처음이라."

클레온의 말에 아루루는 조금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가 다시 입꼬리를 올렸다.



"의외인걸? 성학과의 강사니까 이미 많은 여성과 관계를 맺었을 거로 생각했는데."

"그 부분은 부정하지 않지만…. 타인의 가족에게 연인으로 소개받는 다는 경험은 없어."

"헤에, 그러면 내가 처음이란 거구나."

마치 자신을 놀리는 듯한 아루루의 태도에 클레온은 약간의 껄끄러움을 느낀다.

분명, 그녀에게 그런 의도는 없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 때, 바깥에서 `뚜벅. 뚜벅` 하는 규칙적이고 가지런한 남성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왔다."

아루루가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서면, 클레온 역시 그녀를 따라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문이 열리면서 모습을 드러내는 초로의 남성.

이야기로 들은 대로 기골이 장대하면서도 위엄이 있는 모습이었다.

탈체크와 비슷한 정도의 키가 아닐까.



"직접 뵙는 것은 벌써 몇 달만이네요. 그간 강녕하셨나요. 아버님?"

아루루는 자연스럽게 입을 열며 자신의 아버지에게 가까이 간다.

그리고, 팔을움직여 손으로 클레온을 가리키며 이어서 이야기한다.



"이쪽이 지금 저와 교제하고 있는 아카데미의 강사. 클레온 씨입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퍼시스님. 저-"

"각하다!!!"

클레온이 이야기하려는 순간, 우렁찬소리가 퍼시스에게서 울렸다.

그는 클레온을 보며 눈을 크게 뜨고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흑마의 일족에게 나의 딸은 넘기지 않아!"


003

어색한 침묵이 방 안에서 흐른다.

식사는 아직 나오고 있지 않았지만, 식전주의 와인이 따라진 술잔만이.

테이블 위에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아루루가 어떻게든 퍼시스를 진정시켜 자리에 앉혔지만.

그는 여전히 이해도 진정도할 수 없는 듯, 잡아먹을 듯한 눈으로 클레온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면서 입을 열면-

"아루루. 너는 내가 제국인과의 전쟁에서 그들과 싸웠다는 것을 알면서. 이 남자를 데리고  거냐?"

부글부글 끓어 오르는 감정을 어떻게든 억누르는 듯한 퍼시스의 목소리.

하지만 아루루는 이러한 그의 반응을 예상이라도 한 듯.

여유를 잃지 않은 목소리로 대답한다.



"네.  알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아버님의 무용담은 제가 제일 좋아하는 이야기였으니까요."

"음, 그.그런가…? 가 아니라! 대체 무슨 생각인 거냐?"

퍼시스로서는 아루루가 아무래도 자신을 놀리려는 생각이라고 밖에 여겨지지 않았다.

흑마의 일족은 제국에서 악정을 펼치며 세계를 위협했던 마검 황제와 같은 혈족.

그들이 가진 힘은 쉽게 `마`에 물들며, 언제 다시 마검 황제와같은 인물이 나타날지 모르는 것이었다.

"무슨 생각이라고 한다면. 이미 제 머릿속은 클레온씨로 가득하여 밖에 생각하고 있지 않사옵니다."

"세뇌당한 것이냐!?"

"후훗, 아니옵니다."

자신의 아버지인 퍼시스에게서 한 발자국도 물러서지 않고 대화하는 아루루.

클레온은 괜히 입을 열지 않는 것이 도움된다고 생각하여 조용히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다.


"대체 왕국의 귀족 청년들보다 이 남자의 어디가 좋다는 것이냐?"

"강합니다. 제가 알고 있는 그 어떤 검사보다도."

"나오는대로 말하지 마라. 거기에, 가문의 사위가 검술의 실력만으로 정해질 것 같더냐?"

"하지만 가장 중요한 기준이라고 생각됩니다만."



이런 식으로 서로의 의견 차이를 좁히지 않는 두 사람.

결국, 참지 못하고 언성을 높인 것은 퍼시스 쪽이었다.

"이봐! 클레온이라고 했던가? 딸의 거짓말에 어울려 주고 있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네. 하지만 거짓말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자네 만큼은 인정할  없어!"

자신에게 그렇게 말하더라도.

라는 것이 클레온의 솔직한 감상이었다.



거짓말인 줄 알고 있으면 이대로 아루루를 데려가면 되는 게 아닐까.

같은 생각을 하지만, 그렇게 하면 아루루에게 `석건`의 사용 동의를 받을 수 없었다.

대부분을 자신에게 맡겨두라고  아루루였지만.

역시 여기서는 한마디 하는 것이 맞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아루루 쪽을 슬쩍 돌아보면.

그녀는 무언가 기대하고 있는  클레온 쪽을 보고 있었다.

"...퍼시스님의 인정을 받지 못하더라도 상관없습니다. 저는 그녀의 선택이야말로 존중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요."

 조금 거만한 듯한 말에, 퍼시스의 이마에 힘줄이 솟아오르고.

아루루는 반대로 만족한 듯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귀족의 모든 선택에는 책임이 따르는 법이다. 그리고  책임은 개인의 단위에서는 해결할 수 없어."

"그래서 그녀를 속박하는 것입니까?"

"최선이라 생각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제가 알고 있는 아이 중에서도 속박된 미래에서 도망치기 위해, 스스로 삶을 개척한 아이가 있습니다. 아루루보다도 훨씬 어리죠."

"관계없는 이야기다!"

결국,조금 전의 아루루처럼 조금 열이 올라 퍼시스와 이야기를 하는 클레온.

조금씩 언성이 높아져 가는 퍼시스가 결국 참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 웬만한 남자라면 아루루의 거짓말에 어울리는 것에 동정할 수 있었다. 하지만 너는 도를 넘었군."

"... ..."

"아루루, 이 아비가 정한 일이 그리도 싫더냐? 나를 화나게 하려고 이 남자를 준비한 것이지?"

"아뇨. 아버님을 기쁘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무슨 소리를-"



다음 순간.

천장이 무너지면서 여러 명의 붉은 제복을 입은 인간들이 나타난다.

갑작스러운 습격에 클레온과 퍼시스가 당황하면 오직 아루루만은 미리 알고있었다는  귀걸이를 뽑았다.

손에서 푸른 보석이 마력의 빛을 내며 아론다이트로 변화한다.

"...설마 미리 알고 있었던 건가?"

클레온은 그녀가 당부해 둔 대로, 환영 마법으로 숨겨두었던 붉은 검을 꺼내둔다.

"으음~ 무언가가 클레온씨를 쭈욱 지켜보고 있다고는 느꼈지만. 설마 집행과일 줄이야."

퍼시스는 검을 마차에 두고 온 자신의 행동에 후회하지만.

동시에, 클레온과 아루루가 등을 맞대며 퍼시스를 지키기 위해 선다.

"그럼 클레온씨. 조금 이르지만 춤을 출까."

"... ... 말괄량이가 따로 없군."

두 사람은 그렇게 말하며, 동시에 정면의 집행과에게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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