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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4화 〉사냥 (54/72)



〈 54화 〉사냥

두 사냥꾼이 나무 위를 달린다.

가지에서 가지로,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태양빛을 거의 차단하는 마력에 오염된  안에서.

오직 자신의 시력만을의지해서 발을 디딜 수 있는 곳과, 적의 위치를 항상 확인한다.



남자 쪽, 미카시아는 눈에 발현해 있는 각인의 힘을 빌려.

시각은 물론이지만, 다른 오감 역시 민감하게 반응하여.

실시간으로 사샤의 위치를 확인한다.


그에 반해 사샤는 오직 자신의 실력에 의지해서.

마치 날짐승처럼 나무 사이를 뛰어다니는 미카시아의 위치를 파악하려 한다.

하지만 각인의 힘을 빌리지 않은 사샤에게 있어.

숲에서 나는 모든 소리가 자신의 판단을 방해하는 재료였다.



바스락

하고 건너편에서 나뭇가지가 흔들리는 소리가 나면 곧바로 화살을 시위에 걸어 발사한다.

어둠을 찢으며 날아가는 화살.

하지만 그저 나뭇잎과 가지 사이를 뚫고 지나갈 뿐이고.

오히려 방금 것으로 발사 위치가 특정되어.

다른 방향에서 사샤의 팔을 노리고 화살이 날아온다.

사샤는 몸을 굽히는 것으로 미카시아의 화살을 피하지만.

상대는 그런 사샤의 상황 따위는 상관하지 않는다는 듯.

계속해서 후속의 화살을 날려 왔다.

`멈춰 있으면 계속해서 공격해 와…. 나무 덕분에 사선이 잘 통하지 않아서 급소를 저격해 오지는 않지만…!`

사샤는 식은땀을 흘리며 어떻게든 발을 움직이는 것으로 원래  있던 장소를 벗어나기 위해 옆의 나무로 뛴다.

루티로부터 받은 바람의 보조 마법 덕분에 몸이 가벼워져 있지만.

나무를 옮길 때마다, 원래 있던 곳의 가지가 떨어져 나가는 것을 본다.

`서서히 포위망을 좁히고 있어. 설 수 있는 자리를 줄이는 거야.`

"이봐. 각인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애초에 승부가 되지 않는다고."

식은땀을 흘리는 사샤를 어둠 속에서 지켜보며.

비웃듯이 이야기하는 미카시아.

"물론, 지고 싶은   소원이라면 별로 상관하지 않지만."

이렇게 말소리를 내며 자신의 위치를 알리고 있는 것도 하나의 도발이었다.

사샤가 그 방향을 향해 그가 원하는 대로 화살을 쏘더라도.

여유롭게 단검을 휘둘러 그 화살을 쳐낸다.



"저번에싸웠을  보다 약해졌군…. 각인의 힘이 없으면 결국 이 정도인가."

그 목소리는 실망보다도, 그럼 그렇지 같은 느낌의 감정이 실려 있었다.

사샤는 아랫입술을 깨물며 숨을 죽이고 자신이 이동한 곳을 알리지 않기 위해 웅크린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은.

라일라에게 전달하기 위해 가지고 온 마력 포션.

평범한 철  화살.

그리고 오랫동안 사용해온 활.

단검 두 자루.


활을 쥐고 있는 손에 힘이 들어간다.

미카시아가 마력으로 만들어진 화살을 사용하는 데에 비해.

사샤는 실체의 화살을 사용한다.

 화살의 잔량에도 주의하면서 싸워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압도적으로 불리.

숲의 너머에서 싸우고 있을 클레온이나 라일라의 얼굴이 떠오른다.

"어떻게 해서든 그곳까지 가지 않으면…!"

그걸 위해서도 눈앞의 남자를 쓰러트릴 필요가 있다.

이 싸움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것.

둘을 끌어들일 수는 없다.

자신이 마을의 속박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스스로의 힘으로 이겨내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었다.



클레온의 조언이 다시 한 번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사냥꾼의 각인은 사샤 자신의 힘.

분명, 각인을 사용하면 유리하지는 않더라도 대등하게 싸울 수 있을 것이다.

마력의 화살을 사용하는 법은 모르지만, 적어도 화살의 낭비를 줄일 수는 있겠지.



하지만.

언제까지나 각인의 힘에 의지해선.

그 힘에 집어삼켜 져 짐승이 되어버릴지도 모른다.

인간을 물어뜯는 짐승이.


그렇게 되면 더는 모두와 함께 있을 수 없다.

어쩌면 그들과 싸우게 될지도 모른다.

사샤의 머릿속에 마을을 떠난 날의 광경이 떠오른다.

마랑의 피를 씻어내는 강 속에 있는 자신.

그리고 멀리 낭떠러지 위에서 달빛을 받으며 자신을 내려 보던 거대한 늑대.

사냥의 신 `루벤`의 화신.

무엇에도 속박받지 않는 자유로운 모험의 축복.

의도치 않게 소중한 동료를 배신하는 저주.

어쩌면, 자신이 짐승이 되어.

그들을 상처 입히게 되는 것은 아닐까.



거기까지 생각한 다음 순간.

자신이 있는곳을 향해 날아오는 화살.

사샤는 급하게 몸을 젖혀 피해내지만.

다음 순간, 푸욱하고 땅이 꺼지는 느낌과 함께.

나무에서 추락한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같은 생각을 하며 자신이 떨어진 곳을 보면.

화살이 노린 것은 처음부터 자신이 아닌, 자신이 서 있던 나뭇가지였다.

적에게서 눈을 떼고 생각 따위를 하니까 이렇게 된 것이다.

"윽…!"

어떻게든 낙법을 하여 이번에는 저번과도 같이 다리를 다치는 일은 면한다.

화살이 날아온 방향을 주시하고 있으면….

이번에도 미카시아가 똑같이 땅으로 내려왔다.

"재미없는걸. 평범한 동물이라면 불리하단 걸 안 순간 도망치니까 그걸 쫓는 재미라도 있을 텐데."

그는 진심으로 따분하다는 표정이 되어 사샤를 바라본다.

눈에 떠오른 각인은 황금빛의 밝은 마력광을 발하며 끊임없이 사샤를 관찰하고 있었다.



"되도록 상처 없이 데리고 가고싶으니까 말이야. 얌전히 항복해주지 않을래? 그래야 아이를 낳는 데에도 지장이 없지."

부족의 기준으로 여성을 판단하는기분 나쁜 시선.

우수한 여성은 결국, 우수한 아이를 낳기 위한 모체.

그런 지옥 같은 곳으로 돌아가는 것은 더는 싫어.

그럴 바엔 차라리죽는 게 낫다고, 사샤는 진심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거절합니다."

"그렇게나 그 주인이 맘에 들었나? 어지간히 널 만족시키나보지?"

비릿한 웃음을 짓는 미카시아.

사샤는 참지 못하고 활을 쏘아낸다.

순식간에 시위 걸기, 조준, 발사가 이루어진다.

아까는 시야가 거의 없는 나무 위였지만.

나무에서내려온 지금이라면 사선도 통하고 있고, 시야도 확보되어있다.

그렇기에 먼저 쏴서 먼저 피하는 쪽이 유리.

상대가 한껏 자신을 깔보고 방심하고 있다면.

아픈 맛을 보여주면 되는 것이다.

"하아…."

하지만 미카시아는 피하지 않고, 날아오는 화살에 단검을 휘두른다.


그러자, 화살은 갈라져서 땅으로 떨어진다.

"봤지? 나는 너보다 훨씬 강해. 이게, 루벤의 후예의 올바른 모습이다. 어쭙잖게 각인을 봉인하는 짓을 하니, 기껏 훌륭한 솜씨가다 죽는군."

향상된동체 시력. 날카로워진 오감.

동공의 확장이나 근육의 움직임을보고 상대가 무엇을 해올지 파악할 수 있는 짧은 예지에 가까운 판단력.



확실히.  남자는 자신에 비해서 훨씬 강할지도 모른다.

각인의 여부는 제쳐놓고.

하지만.


`클레온씨라면 자신보다 강한 상대라도 포기하지 않아.`

어떠한 위기에서라도 상대방을 분석하고 그 예상을 뒤집는것이 클레온의 방식.

자신에게 부족한 것은, 그가 가지고 있는 것과 같은 상상력.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는 얼굴이군.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남자는 활에 마력의 화살을 건다.

그리고 자신을 향해 겨누어지는 시위끝.

침묵한 두 사람의 사이에서 몇 번이고 서로의 움직임을 예측하기 위해 눈동자가 움직인다.

피하는 방향과 발사되는 방향.

페인트를 포함한 미세한 동작.

짧은 견제의 시간이 끝난 다음.

먼저 움직인 것은 사샤였다.



자신에게 부족한 것은 상상력은 물론이지만 이럴 때야말로 상대의 예상을 뒤엎을 있는 대담함이다.

그렇게 판단한 결과 그녀가 취한 것은.

단검을 손에 들고 미카시아의 정면으로 뛰어드는 것이었다.



"흥. 어리석긴."

미카시아는 그런 사샤를 보며 시위를 잡은 손을 놓는다.

그러면 바람을 가르면서 사샤에게 쇄도하는 마력의 화살.

그 순간, 사샤는 재빠르게 몸을 숙인다.

"뭣…!"

자신이 `피하려고`한다면 상대는 그것을 읽고 피할 수 없는 궤도로 화살을 발사할 것이다.

하지만 정면에서 직선으로뛰어든다면.

상대 역시 쏴야 하는 장소가 직선으로 정해진다.

즉. 일부러 자신의 틈을 노출하는 것으로 그곳을 공격할 수밖에 없게 하는 것.

그것이, 클레온에게서 배운 사샤의 새로운 전략이었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 상대의 움직임을 예상할 수 있다.

각인의 여부를 제외하고, 우수한 사냥꾼으로서.

상대는 자신이 생각한 것에 가까운 행동을 취할 것이다.



자신이 틈을 보인 곳을 반드시 공격할 것이고.

사샤는  공격을 예측하여 다음 행동을 한다.


"하앗!"

결과, 땅을 슬라이딩하며 화살을 피해 그에게 다가간 사샤가.

단검을 그 복부에 찔러 넣는 데에 성공한다.


"크윽!"

`됐다…!`

처음으로 유효타를 먹인 것에 성공한 사샤가 눈을 크게 뜬다.

하지만 미카시아 역시 고통의 신음을 내면서 사샤를 발로 차서 뒤로 날려버렸다.

"아윽…!"

땅을 구르면서 뒤로 날아가는 사샤.

미카시아는 복부에 꽂힌 단검을 뽑아내서 땅으로 던진다.

흘러나오는 피는 포션을 마시면 멈출  있었다.

하지만 정면에서 그런 일을 하다간.

눈을 번뜩이면서 자리에서 비틀거리면서 일어나는 저 여자에게.

꿰뚫린다…!



미카시아는 처음으로 식은땀을 흘리며 슬그머니 뒤로 물러섰다.

정면에서 모습을보인 것은 실수였나….

"쳇…. 가뜩이나 마력이 가득한 곳이라 오래 있고 싶지 않은데 말이야."

"...!"

사샤는 미카시아의 그런 불만을 듣고 놓치지 않았다.

그의 말대로 이곳은 이차원의 마력에 의해 침식된 영역.


각인을 사용하지 않는 자신에게는  관계가 없지만.

각인은 마력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즉, 주변의 마력 농도를 높이면 각인을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게   있다.

그 날, 마안의 마력에 당했던 자신처럼.

아쉽게도 사샤 본인은 주변에 마력을 방출하는 방식의 마력 제어는 불가능했다.

기껏해야 신체를 강화하거나 각인을 사용하기 위한 정도.

하지만. 마력이 가득들어있는 물건이라면 있었다.

미카시아가 나무 위로 올라감과 동시에 사샤 역시 다른 나무 위로 올라간다.

상대가 몸을 숨겼는데, 자신만 아래 있는 것은어리석은 행위였다.

대신 이번에도 활을 잡지 않는다.

단검도 아니었다.



`죄송해요, 라일라씨...!`

그녀가 손에 든 것은 혹시 모를 때를 대비해 챙겨온 마력 포션이었다.

마력 포션은 액체의 형태로 정제된 마력의 정수.

조금 전의 실패를 교훈 삼아 조금 신중해진 미카시아지만.

피 냄새로 인해 그 위치가 사샤에게도 전해져온다.

그런데도 아직 각인의 차이로 인해 자신이 먼저 그녀를 발견할  있다고 판단한 그는.


직접 보이지 않지만, 마력의 잔향을 쫓아 이쪽으로 다가오는 그녀를 향해 화살을 날린다.

그러자-

쨍그랑! 하는 소리를 내며 깨지는 무언가.



"뭣…!"

순식간에 주변에 확산하는 마력의 물결이.

각인을 자극하여 순간적으로 그 감각을 마비시킨다.

다음 순간, 크게 도약해서 미카시아가 있는  바로 위로 이동한 사샤가 머리 위에서 미카시아를 조준하고.

"떨어져라!!"

당겨진 시위를 놓는다.

그러자, 위에서 아래로 빠른 속도로 떨어지는 화살이.

그대로 미카시아의 어깻죽지에 틀어박힌다.



"크윽…!"

고통으로 몸이 잠시 멈춘 미카시아.

그리고 사샤는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그대로 발차기를 꽂아 넣어.


그를 나무 위로 떨어트리는 것이었다.

쿵! 하는 소리를 내며 낙법조차 하지 못하고 떨어진 미카시아.

사샤는 조금 전까지 미카시아가 서 있던 곳에 착지하며.

떨어진 그를 바라본다.


그리고 손을 꽉 쥐었다.

각인을 쓰지 않고도 승리했다…!

하지만 승리의 쾌감은 잠시.

서둘러 모두와 합류하지 않으면 안 됐다.

그 전에, 사샤는 쓰러진 미카시아를 어떻게 해야 할지 정해야 했다.

솔직한 심정으로, 이미전투력을 상실한 상대에게 마무리를 짓는 것은 그녀로서는 꺼려지는 행위였다.

하지만 이대로 그를 보낸다면….

마을에 자신의 존재가 알려져서  다른 사냥꾼들이 자신을 쫓아올지 모른다.



사샤는 마음을 굳게 먹고 나무 밑으로 내려왔다.

그녀의 손에는 아까 사용한 것과 쌍이 되는 또 하나의 단검이 쥐어져 있었다.


사냥한 동물을 마무리하는 것이다.

사샤는 애써 자신을 설득하지만, 떨리는 손이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단검을 위에서 아래로 내려찍으려 한순간-.

덥썩! 하고 붙잡히는 그녀의 손목.

깜짝 놀라 그를 바라보면.

각인이 눈에 완전히 녹아내려, 이성을 잃은 미카시아의 얼굴이.

서서히 짐승처럼 뒤틀리고 있었다.



"큭...!?"

주둥아리가 길어지고, 몸 전신의 근육이 뒤틀리며 골격이 바뀐다.

팽창하는 근육에의해 몸을 덮고 있던 옷가지가 찣겨져 나가고.

관절이 꺾이면서 서서히 털이 자라난다.

자신의 손목을 잡고 있던 손에 점점 힘이 강해지는 것을 느낀 사샤는

재빨리 단검으로  손을 찌른다.

그러자, 고통에  비명, 아니 포효를 내지르며.



미카시아…. 미카시아였던 그것은 사샤를 놓은 채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나는 것이었다.

"내가…. 내가 암컷 따위에게…! 각인도 쓰지 않은 약한 년에게…!"

서서히 변모해가는 미카시아의 육체, 그리고 인격.

눈에서는 완전히 `이성`이라는 것이 사라지고있었다.


이것이 짐승으로 변한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

비유 따위가 아니었다.

말 그대로, 사냥꾼이 가지고 있는 욕망대로 자신을 바꾸며.

짐승으로 떨어지는 것이었다.



"히, 익…!"

이윽고 완전히 변한미카시아의 모습은.

늑대, 아니 마랑과 인간을 섞어놓은 듯한 모습.

속히 말하는 `늑대인간`이었다.

[KURRRRRRRRRAAAAA!]

완전히 이성을 잃고 날뛰기 시작하는 그가 마구잡이로 앞발을 휘두르자.

사샤는 재빨리 뒤로 물러서며 화살을 날린다.

하지만 두꺼운  가죽에 박힌 화살은 아무런 피해를 주지 못하고.

오히려 그 짐승의 화만 돋우는 것이었다.

`안 돼…. 이건, 이미 사냥꾼이 아니야. 그냥 짐승…! 그것도 마수에 가까워…!`

 앞발에 조금이라도 스친다면 그곳이 크게 떨어져 나가며 그대로 치명적이겠지.

거기에, 내구력은 물론 짐승에 가까워진 예민한 감각과 강화된 근력으로 나무 사이를자유자재로 뛰어다닌다고 생각하면.

상대하고 있는 것 자체가 자살행위에 가까웠다.



변이의 후유증으로 움직이지 못할 때 벗어나야….

"... ..."

하지만 사샤는 그런 자신의 인식을 바로 했다.

상대가 마수라면, 사냥하는 것은 자신이어야 했다.

클레온이나 모두에게, 언제까지 기댈 수만은 없었다.

왜냐하면.

클레온도 라일라도 자신의 소중한 동료.

자신 역시 그들을 지킬  있게 되어야 한다.



그러니까 사샤는 잠시 눈을 감았다.

아무리 자신이라도  괴물을 평범하게 사냥하는 것은 무리다.

그리고 어렴풋이 짐승화에 대한 것을   있을 듯했다.

다시 뜬 눈에, 사냥꾼의 각인이떠오른다.

억눌러두었던 각인의 마력이 해방되면.

금세 자신의 몸 전체를 감싸는 예민한 감각, 그리고 마력의 잔향.



멀리서 클레온이 누군가와 싸우고 있는 소리조차 들린다.

몸 전체를 관통하는 듯한 날카로운 충격.

"큭...!"

머리나 꼬리뼈 부분이 간질거린다.

각인이 빠르게 그녀의 몸을 잠식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화살을 활에 걸며 마수를 겨눈다.



"사샤는... 사냥꾼입니다... 사냥감인 짐승으로 떨어지지는 않겠어요!"

사냥을 위한 맹세를 읊으며.

시위를 놓았다.

001

[Ku...A...U...]

전신에 고슴도치와 같이 화살이 박혀있는 늑대인간.

이윽고, 생명의 불이 꺼지면서.

눈을 감고 고꾸라진다.

앞에 서 있는 것은 몸 여기저기에 상처를 입은 채 쓰러지기 일보 직전의 작은 소녀였다.

화살을 전부 소진했고 단검은 부러졌다.

부러진 것은 단검뿐만이 아니라 갈비뼈가  개, 한쪽 다리.

그리고 마지막 일격을 위해 손가락을 조금.

그리고 인간의 귀에 더하여 짐승의 귀가 머리 위에 솟아있었다.

등 아래에 난 꼬리가 흔들린다.

그 외의 바뀐 부분은 크게 보이지 않았지만.



각인이 반쯤 눈에 완전히 스며들어 있는 것이보였다.

"클레온...씨…."

마지막으로 사랑하는 이의이름을 부르며.

사샤 역시  자리에 쓰러지듯 잠들었다.

출혈이나 골절은 있지만.

수인족과 같은 재생력으로 어느 정도 그것을 막아낸다.

클레온을 도우러 갈 수 없게 된 자신의 약함을탓하면서.

사냥꾼은 사냥을 마치고 휴식을 취한다.

일어났을 때 처음으로 보는 얼굴이.

추악한 짐승이 아닌 사랑하는 이의 얼굴이 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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