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5화 〉제물 (45/72)



〈 45화 〉제물

언제나 어수선하다는 수식어로 모든 것이 설명되는 모험가 길드.

하지만 오늘은 그 어수선함의 정도가 다른 때에 비해서 2배 정도 늘어나 있었다.

이유라고 한다면 역시 `미개척 영역`의 탐험 의뢰.

전 길드 마스터인 루티 시온스가 세운 규칙에 따라.

길드의 모험가들이 의뢰를 받아 그곳으로 가는 것은 금지되어 있었다.

그 규칙이 세워지기 전부터 모험가를 하던 베테랑들이라면.

이미 다른 희생자들에 의해 미개척 영역이 얼마나 위험한 곳인지는  알고 있었다.

언젠가, 아카데미의 학자가도시로 찾아와 살아있는 숲의 미개척 영역을 탐험하기 위해.

10명의 베테랑 모험가들을 고용하여 그곳으로 떠났다.

막대한 보수, 그리고 새로운 지역을 스스로 개척해 냈다는 명예를 기대하며.

일생일대의 모험을 떠난 것이었다.



1주일 후.

그들  돌아올  있던 것은 단  명뿐이었다.

몸의 이곳저곳에 식물의 줄기 같은 것이 자라나 흉하게 뒤틀린 상태로.

정신은 이미 무너져서 더는 재기할 없었다.

그 모험가가 그 뒤에 어떻게 되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고향으로 돌아갔다는 사람도 있고.

계속해서 변이하는 자신의 몸에 절망하여.

 속에 몸을 던져 스스로목숨을 끊었다는 소문도 돌았다.


정상인 인간이라면 이런 모습을 보고 미개척 영역에 대한 공포로

그곳으로 감히 발을 들인다는 것은상상조차 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모험가  일부는 그런 위험과 긴장감을 즐기기 위해 목숨을 거는 바보들도 있는 것이다.


결국, 루티는 그런 인간들을 막기 위해 길드 마스터의 권한을 사용하여

미개척 영역으로 통하는 의뢰를 모두 막기로 했다.

그 과정에서 아카데미나 왕실과 조금 언쟁이 있었던 것 같지만.

마지막에는 그들도 루티의 판단을 인정하게 되었다.

말을 안 들어 처먹고 자기들끼리 조사대를 보냈다가 똑같은 꼴을 봤으니까.

그것이 벌써 수년 전의 일이다.

당시의 모험가들도 루티의 판단은 옳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때의 비극을 알지 못하는 젊은 모험가들만이.

어째서 살아있는  같은 낮은 레벨의 지역에 사람이 정복하지 못하는 곳을 남겨두는 것인가.


인간의 광기서린 상상의 산물과도 같았던 희생자의 모습을 보지 못한 이들은.

누구나 조금은 이 불만을 느끼고 있었다.

그런 미개척 영역에 합법적으로 들어갈 길이열린 것이다.

당연히, 호승심 넘치는 젊은이들은 그 상황에 흥분했다.

루티를 싫어하지 않는 이들마저도 보수 금액을 보고 갈등을 일으킬 정도였다.



클레온과 일행은 모험가 중에서도 회귀자의 입김이 닿은 이들만이  의뢰를 받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그것은 모험가들의 무모함을 너무나도 낮게 본 희망적인 예측이었다.

마치 퍼져나가는 광기처럼, 안내대로 하나둘 다가가 의뢰를 수주하는 모험가들.

베테랑들이 후배들을 말리려 하지만.


평소에도 잘난 척하며 자신들에게 설교하는 선배들이 그런 약한 모습을 보이면.

후배들은 그 모습을 보며 더욱 호승심에 불이 붙는 것이었다.


이오나는 절망했다.

의뢰가 발행됐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길드로 뛰어왔지만.

이미 상황은 늦었다.


결국, 직원 중 하나를 붙잡고 이야기한다.

"지금 당장 이 의뢰의 발행을 취소해주세요…! 이 의뢰는 테러리스트의 음모입니다!"

이오나의 두서없는 말에 직원은 곤란한 듯한 표정이 된다.


"죄, 죄송합니다.  의뢰는 길드 마스터께서 직접 발행하신 것이라, 취소에도 그분의 허락이…."

"후즈 휴작은 지금 어디에?"

"아침에 저희에게 의뢰를 작성하도록 지시하신 뒤에는 모습을  적이…. 아마 외출 중이신 같습니다.


길드의 직원으로서 상급자의 명령을 거스르는 일은   없다.

이오나는 어쩔 수 없이 길드의 모험가들에게 몸을 돌려 이야기한다.

"여러분! 지금 미개척 영역에 발을 들이는것은 너무 위험합니다!"

모험가 중 일부는 이오나의 말에 고개를 돌리지만.

이윽고 코웃음을 치면서 무시하는 것이었다.



이오나는 괴로운 두통을 참으며 이번에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 줄 베테랑 모험가들에게 다가갔다.

그중에는 이전 유스테스와 함께 했던 마법사, 레인저의 모습도 보였다.

"부탁해요, 여러분들을 설득해주세요."

이오나가 고개를 숙이지만, 베테랑들도 어두운 표정이었다.

실력행사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은 이미 했다.

"큭..."

이 상황에서아무것도  수 없는 자신의 무력함을 곱씹으며.

이오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하나둘 길드를 빠져나가는 모험가들.

그때.

"들어주세요. 모험가 여러분!"

길드 건물 내부에 퍼지는 목소리.

모두의 귀에 익은 그 목소리에 남아있던 모험가들은 물론 직원들도 그쪽을 돌아본다.



그곳에는, 알베인 사건의 책임을 지고 길드를 떠났던  길드 마스터.

[행복의 바람] 루티 시온스가  있었다.

"루, 루티씨다."

"설마, 의뢰의 이야기를 듣고?"

그녀의 등장으로 인해 동요하는 모험가들.

자신에게 시선이 모여드는 것을  루티는 조금 심호흡을 한 뒤에 입을 열었다.

"지금, 이 길드에는 전에 없는 위험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지금의 길드 마스터인 휴즈 후작은, 위험한 조직인 `회귀자`들과 손을 잡고 세계에 커다란 위협을 불러오려 하고 있습니다."

루티의 말이라지만,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의 모험가들.

루티는 옆에 있던 이오나를 손으로 가리키며 이야기를 계속한다.


"이쪽에 계신 분은, 검성 탈체크님의 따님이시자, 왕실의 정보기관 소속의 기사. 이오나 슈발리에님이십니다."

"거, 검성 탈체크...!?"

이오나의 정체를 밝히자 몇몇 모험가들은 침을 삼키며 놀라워했다.

"저희는 최근 며칠 동안, 이오나님과 탈체크님을 도와 휴즈 후작과 회귀자들의 관계를 조사하고 있었고, 마침내 그들의 목적을 파악해 냈습니다."

이오나는 거기까지 말해도 괜찮은 걸까 하는 얼굴이 되지만.

루티는 멈추지 않고 이야기를 계속해 나갔다.


"그들은 살아있는 숲에 상상을 초월하는 고대의 괴물을 불러낼 생각입니다. 이 의뢰는 그를 위한 위장에 불과해요."

모험가들의 수군거리는 소리가 커졌다.

반응은 가지각색.

영 믿음이 가지 않는다는 얼굴과 루티를 믿겠다는 이들.



"여러분들이 지금 미개척영역으로 향하면, 그들을 돕는 꼴이 되어버립니다. 부디. 의뢰를 받는 것을 멈춰주시고 길드에서 대기를 부탁합니다."

허리를 숙이며 정중히 모험가들에게 부탁하는 루티.

하지만 그에 반발하는 모험가들도 분명히 존재했다.


"루티씨. 나는 당신을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당신은 이미 외부인이야. 우리에게 이래라저래라 할 권리는 없어."

"그, 그래. 그리고 당신의 말에는 확실한 증거가 없잖아."

젊은 모험가들을 위주로 그에 찬동하는 분위기가 퍼진다.

이윽고 그들은 루티를 지나쳐 길드를 빠져나가려 한다.

루티는 아랫입술을 깨물은 채, 그들을 붙잡지 못하는 자신의 맹약을 저주했다.

"뭐, 뭐야?"

하지만 그때 길드를 나서려는 모험가들이 당황하며 멈춰 섰다.

출입구를 막은 채 무기를 들고 서는 `선배 모험가`들의 존재 때문이었다.


"다, 당신들. 길드 내에서의 무기와 마법의 사용은 금지되어 있다고."

젊은 모험가 중 하나가 항의하자 돈을 밝히는 레인저가 이야기했다.



"물론 무기는 사용하지 않으마. 하지만 너희도 무기 없이 우리를 돌파해서 지나갈 수 있다면. 그대로 보내주지."

"큭..."

분명, 신인 중에서도 웬만한 베테랑보다 레벨이 높은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 수는 절대적으로 적고.

각오를 굳힌 베테랑들을 돌파하려면 이쪽도 어딘가 부러지거나 다치는 것을 고려해야했다.

그렇게 되면 미개척영역에 나갈 수 없게 되니 본말전도였다.

"당신들.  여자들의 말을 믿는 거냐?"

"전부를 믿는 건 아냐. 하지만 루티씨가 머리를 숙여서 너희 목숨을 걱정하는데. 우리가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이오나는 그 모습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루티 역시 자신이 온 것이 틀리지 않았다고 느낀  미소를 짓는 것이었다.



"이오나."

그때, 조용히 이오나를 부르는 목소리.

그곳에는 어느 샌가 길드에 도착한 클레온, 루베라.

그리고 루티를 따라온 라일라의 모습이 보였다.

"다행이야. 아직길드에 있었구나."

"네. 이대로라면 저도 직접 회귀자들을 막기 위해 숲으로 갔을지도 모르겠지만요."

"그것만큼은 그만둬. 저들의 목표는 바로 너니까."

라일라의 말에 고개를 갸웃하는 이오나.

그러면 라일라는 자신들이 추측한 회귀자들의 비장의 패가 바로 이오나 본인이라는 것을 이야기한다.


"그런..."

"너에게는 가혹한 이야기지만 성검에는그런 기능이있어. 그리고 그건 성검의 자아가 제어할 수 있는 것이 아닌, 강제적인 현상이라고 봐."

라일라의 설명에 클레온은 고개를 끄덕인다.

"이오나. 탈체크에게 가 있어라. 그의 옆이 가장 안전할 거다."

"하지만…. 왕국의 기사 되는 몸으로서,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는..."

분하다는  주먹을 쥐는 이오나.

하지만 루베라가 고개를 저으며 이야기했다.

"아뇨. 그들에게 당신을 넘겨주지 않는 것이야말로 가장 적들을 곤란하게 만드는 방법입니다. 그들도 확실한 수단이 확보되지 않으면 무리해서 절계수를 불러내려 하지 않겠죠."

"... ..."

루베라의 냉철한 상황판단에, 이오나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조금 어두운 표정이 되는 것이었다.


"...아버지는 조금 이상합니다. 회귀자들의 목적을 듣고도물증이 없으므로 휴즈 후작을 체포하려 하지 않는다거나…."

"... 확실히, 검성의 실력이라면이미 회귀자들을 찾아내서 베어내는 것도 어렵지 않을 텐데."

라일라는 이오나의 말을 듣고 무언가를 고민하는 듯했다.

하지만 이내 더 중요한 것을 기억해냈다는 듯 화제를 바꿨다.

"그보다. 이미 미개척영역으로 출발한 모험가들을 찾아서 도시로 돌려보내야 해."

"그렇군요…. 그들이 돌이킬 수 없는 사태에 처하기 전에…."

"아니. 물론 그것도 있지만."

라일라는 끄응, 하고 얼굴을 찌푸리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회귀자들이 이런 의뢰를 만든 건, 단순히 위장을목적으로 한 게 아니야."

"... ...?"

라일라의 말에 의문을 표하는 이오나.


라일라는 정말로 자신들의 동족, 학자들은 역겹다는듯한 표정으로 이야기한다.

"그들은 제물이야. 미개척 영역에 들어간 모험가들은 절계수의 권속들에게살해당하면 생명력과 마력을 흡수당해 절계수가 넘어올 문을 여는 데에 사용돼."

눈을 크게 뜨는 이오나.

회귀자들이 이런 번거로운 수를 사용하는 데에는 더 사악한 의도가 숨어있던 것이었다.


모든 것을 숨기고 행동할 수도 있었음에도.

굳이 많은 인간을 휘말리게 하는 것은.

클레온을 비롯한 자신들을 막으려는 이들을 교란하고.

동시에 자신들의 목적을 수월하게 이루게 하려는 목적이 있었다.

거기까지 오면 드디어 라일라도 머리가아파져 왔다.

자신들이 읽고 있는 모든 것이 진실임과 동시에 위장일 수도 있다.

맥스웰이라는 회귀자가 대체 어디까지 무엇을 꾸미고 있는지.

그 전모를 파악하는것은 힘든 일이다.

하지만. 해야하는 일은 명확했다.

"나, 클레온, 루베라. 이렇게 셋이서 미개척 영역으로 가서 회귀자들을 쫓을게. 이오나는 탈체크와 함께 있어."

"...알겠습니다. 부디 조심하세요."

고개를 끄덕이는 이오나.

그러고는 길드 건물을 빠져나간다.

라일라는 루티 쪽을 바라보며 클레온에게 이야기했다.

"혹시라도 모험가들 사이에 충돌이 일어날  있으니, 쿠온은 이곳에 남아서 루티를 돕게 하자. 사샤도, 사냥꾼의 각인이 봉인되어 있으니 숲으로 데리고 가기엔 위험해."

"그래."

라일라의 지시에 루베라가 그녀에게 물었다.

"회귀자들이 어디로 향하는지는 짐작이 갑니까?"

"미개척 영역의 가장 깊은 곳. 쿠온들이 보았다는 책을 보면 거대한 십자 형태의 낭떠러지가 있다고 해. 그 끝은 지옥이랑 통하고 있다고 여겨질 정도로 깊은 구멍이야."

클레온은 그 이야기를 듣고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곳이 차원의 틈과 연결된 곳이군."

"아마. 슈라드셀이 자신의 기운을 보내 권속들을 만들어내는 핵이기도 하겠지."

"그렇다면.  틈을 막아내면 되는 것입니까?"

루베라의 말에 라일라는 잠시 침묵했다.



"미안. 그건 아직 모르겠어. 어쩌면, 그곳을 봉인할 방법은 없을지도 몰라."

"... ..."

라일라의 말해 침묵하는 두 사람.



"알베인의 폭주가 방아쇠가 되어, 이미 슈라드셀은 이쪽으로 넘어올  있는 좌표를 획득했어. 문이 열리면 바로 넘어올 것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조금씩 귀환에 다가가고 있을 거야."

"...그렇다면. 회귀자의 개입이 없더라도 언젠가는 괴물이 나타날 거란 이야기입니까."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는 라일라를 바라보며 클레온은 조용히 입을 열었다.

"회귀자 녀석들은 문을 여는 방법을 알고 있으니, 반대로 닫는 방법을 알고 있을수도 있다.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녀석들을 막을 필요가 있는 건 분명해."

"동감이야. 결과가 바뀌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는 없으니까."

그 모습을 바라보던 루베라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마치, 용사 같군요. 두 사람 모두."

루베라의 순수한 감상에 멈칫하는 두 사람.


"당신들의 원래 목적은 휴즈 후작과 회귀자들 사이의 연결고리를 찾아 검성에게 알리는 것이 아니었습니까?"

"그건…."

"그런데 지금은  도시와 사람들을 지킨다는 일념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루베라는 그런  사람이 신기하다는 표정이었다.

그녀에게 있어서 복수 외의 것은 그다지 의미가 없다.

휴즈 후작의 계획을 망치는 것이 가능하기에 힘을 빌려주고, 빌리고 있을 뿐.

"별로, 당신들을 놀릴의도로 말한 것은 아닙니다. 그저 순수한 감상일 뿐."

"알고 있다."

클레온이 대답했다.

그는 자신의 손을내려다본다.


자신이 알고 있는 최고의 용사와 최악의 용사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그리곤 고개를 저었다.

"용사가 아니더라도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움직일 수 있어."

"... ... 그렇습니까."

루베라는 거기까지 말하고 몸을 돌렸다.

"그럼, 가보죠. 저번에는 직접 화염 마법을 쓸  있는 인간이 없었기 때문에 고생했지만…."

"이번에는 내가 있으니 그렇게는 안 될 거야."

라일라의 자신만만한 태도.

클레온은 자신의 마검에손을 얹으며 조용히 잡념을 지워냈다.


001

"후우... 하아…!"

벽으로 몰린 채 검을 잡은 유스테스.

탈체크는 조금은 나아진 그 자세를 보며 웃고 있었다.

"재능이 없다곤 했지만. 하루 만에 그 정도로 나아졌다면 싹수는 노랗군."

"...둘이, 뭐가 다른 거지…?"

유스테스의 질문에, 탈체크는 검지를 피며 이야기한다.

"재능은 말 그대로 재능이다.흔히 천재라는 녀석들이 가지고 있는 것이지. 타인이 10배 노력해야 하는 것을 1번으로 배우고, 100배 연습해야 하는 것을 1번으로 숙달한다."

"정말로 그런 녀석이 있는 건가?"

탈체크는 쓴웃음을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싹수는..."

"싹수란 건 타인이 1번 해야 하는 것을 10번, 100번, 1000번 반복할 수 있는 녀석이 가지고 있는 거지. 즉 근성이다."

"그, 근성...?"

탈체크는 크게 웃으면서 이야기한다.


"그래. 결국, 검이란  말이다. 많이 휘두르고 많이 베어보고, 많이 베여본 녀석이 강한 거다."

"베이면 죽잖아!"

"그래. 하지만 죽지 않도록 베이면 그다음엔 그 모든 게 경험이 된다."

"어, 엉망진창이군…."

어처구니가 없어 하는 유스테스를 보며, 탈체크는 이야기했다.

"모르겠느냐? 어제는  번 맞으면 뻗어대던 너였지만. 지금은 본능적으로 맞으면 안 되는 곳에 내 공격이 닿지 않게 움직이려고 하고 있다는 것을."

"... ..."

"근력도 체력도 지구력도 순발력도 통찰력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그건 네가 스스로 단련해 나가면 돼."

탈체크는 주먹을 꽉 쥐면서 유스테스에게 보인다.

"하지만. 경험은 아니다. 누군가를 통해 죽지 않고 죽음의 경험을 쌓을 수 있다면 반드시 배워서 네 것으로 해야 한다."

"... 다음!"

유스테스는 조용히 검을 양손으로 잡으며 탈체크를 노려보았다.

그 눈에는 강함에 대한 욕망의 싹이 조금씩 땅에서 튀어나오고 있었다.

탈체크는 조금 아쉬워했다.

이 녀석을 좀 더 가르쳤으면 더욱 재밌었을 텐데.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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