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2화 〉혼혈
고르티안 저택의 정원에 갑작스럽게 열린차원문.
그 너머에서 걸어 나온 것은 이오나와 클레온을 붙잡고 간신히 통과해 온 쿠온이었다.
땅을 기듯 끌려온 두 사람 모두 고통스러운 표정을 하고 있었다.
타이밍 좋게 차원문이 닫히면 쿠온은 우선두 사람의 상태를 확인한다.
"사샤! 라일라!"
급하게 자신들을 부르는 소리에 달려오는 두 사람.
심상치 않은 사태라는 것을 파악한 라일라가 가까이 와 두 사람을 살피면.
"몸 전체의 기능이 현저하게 저하했어…! 무슨 일이 있던 거야?"
그러면, 회귀자들과 만나면서 일어났던 일을 전한다.
특히, 티오가 가지고 있던 검의 핵과 거기에서 펼쳐진 결계.
아무리 생각해도 두 사람의 몸 상태가 이상한 것은 그것이 원인이었다.
라일라는 회귀자가 검의 핵, 그것도 활성화된 물건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눈을 크게 떴다.
"그 녀석들…. 어디서 그 물건을. 클레온이 자신들을 적대하면 그걸로 무력화시킬 생각이었던 건가..."
혀를 차며 클레온의 상체에 손을 댄 채 마력을 주입하여 몸의 기능을 회복시키려 하지만.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
"이, 이오나씨도 많이 괴로워 보이시는데, 괜찮을까요?"
사샤는 클레온의 곁에서 머리를 부여잡고 있는 이오나를 걱정하며 라일라에게 말했다.
"클레온은 마검사니까, 갈라테아와 강하게 연결되어 있어서 그렇다는 건 알겠어. 하지만…. 이오나 슈발리에. 너는…."
클레온과 같은 상황. 아니 그 이상이었다.
클레온의 경우, 마검의 기능 저하가 그대로 피드백 되어 그에게 영향을 끼치는 것이었지만.
이오나는 그녀의 몸 자체가 거부반응을 일으켜 서서히 말라 죽어가는 듯 마력이 빠르게 고갈되고 있었다.
"이오나를 욕실의 약탕으로! 어떻게든 마력의 소실을 막아야 해!"
"네!"
라일라가 사샤에게 말하면, 사샤는 가볍게 이오나를 둘러업고 저택 안으로 뛰어 들어간다.
"클레온은?"
"이쪽은 검이 문제야. 갈라테아를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라일라가 그렇게 말하며 클레온이 잡은 마검에 손을 뻗자.
파직! 하는 스파크와 함께 그것을 거절하는 갈라테아.
"거부반응…? 검이 자신의 고갈을 주인으로부터 채우려고 그 외의 것을…."
라일라가 빠르게 머리를 돌린다.
그리고 혀를 찰 수밖에 없었다.
이 상태가 된 마검을 제어 할 수 있는 것은역시 주인인 클레온뿐.
하지만 클레온 역시 갈라테아의 영향을 받아 제대로 몸을 가눌 수 없는 상태였다.
그때, 클레온이 손을 뻗어 라일라의 팔을 붙잡았다.
"클레온! 갈라테아에게 마력을 최대한 돌려! 그래야 그녀가 자신의 제어를 되찾을 수 있어!"
라일라가 클레온에게제안하지만, 클레온은 고개를 저으며 말한다.
"...내 가방에…. 검은 스크롤이…. 그걸 갈라테아에게…."
"검은 스크롤…?"
그럼 쿠온은 빠르게 옆에 있던 클레온의 가방을 뒤져 그가 말한 스크롤을 꺼낸다.
라일라에게 그것을건네면 안에 적혀 있는 문자를 확인한 라일라의 눈이 크게 떠졌다.
"이건…. 아카데미의…!? 그리고 이 문장은 집행과의 거잖아!"
"아아…. 슬쩍 해놨었지…."
클레온의 말에 라일라는 마력시를 키고 스크롤의 내용을 확인한다.
대량의 마력을 대상에게 주입하여 강제적으로 폭주시키는 이른바 `광화 스크롤`.
사용은 물론 제작 역시 금지된 물건이었다.
"큭...!"
라일라는 재빠르게 스크롤의 마법을 발동하여 갈라테아에게 마력을 주입한다.
처음에는 거부반응을 보이던 그녀도 서서히 그 마력을 받아들이며 진정하기 시작했다.
점차 호흡이 안정되어 가는 클레온.
"...어이가 없네. 이런 스크롤은 언제 챙겨놓은 거야?"
라일라의 말에 클레온은 잠시 조용히 있다가 이야기한다.
"알베인을 조종하던 집행과가 가지고 있던 물건이다. 아마, 자신이 불리해 지면 그걸 사용해 알베인의 성검을 폭주시킬 생각이었겠지."
"갈라테아는 괜찮은 걸까?"
당연한 의문을 표하는 쿠온.
라일라는 고개를 끄덕이고 스크롤과 갈라테아를 번갈아 본다.
"검의 핵이 정지하면서 소실되는 대량의 마력을 보충하기 위해 사용한 거야."
그렇게 말하며 클레온의 신체기능이 서서히 회복되는 것을 확인한 라일라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원래부터 물이 찬 풍선에 필요 이상의 물을 부으면 터져버리지만, 지금의 갈라테아는 물이 빠진 풍선이었으니까."
쿠온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혹시 모를 일을 대비하여 클레온에게 회복 주문을 사용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이야. 아마 갈라테아도 핵에 손상을 입었어. 조금은 쉬게 해 줘야 해."
"알고 있어. 이오나는?"
클레온은 무리하여 상체를 일으키려 하지만 쿠온이 그것을 붙잡아 자신의 무릎에 두게 한다.
푹신한 느낌에 잠시 전신에 힘이 빠지면, 어쩔 수 없다는 듯 그 자세를 유지했다.
"이오나는 너보다 상황이 심각해. 우선은 약탕에 담가서 상태가 악화하는 것을 막았지만…."
"그녀와할 이야기가 있어. 그녀의 정체에 관해서도…."
쿠온과 라일라는 눈빛을 마주쳤다.
그녀들 역시 이오나의 상태에 대해서는 의문점이 남아있었다.
"확실히. 통상적이라면 인간에게는 효과가 없는 검의 핵의영향을 받았다는 건 그녀가 평범한 인간은 아니라는 증거겠지."
"하지만 그렇다면 이오나씨도 용사나 마검사라는 걸까? 가지고 다니는 검은 평범해 보였는데."
"...아니. 아마 그녀는…."
그러자 다음 순간. 콰당! 하고 다시저택의 문이 열리면서 누군가가 걸어 나온다.
"자, 잠깐만요 이오나씨!"
"하아….큭..."
이오나는 상기된 얼굴로 세 사람이 있는 곳을 향해 걸어온다.
"뭐 하는 거야! 얌전히 약탕에 들어가 있으면 조금은 편해질 텐데!"
"...아뇨, 더 좋은 방법이 있습니다.
걱정과 동시에 화를 내는 라일라에게 그렇게 말한이오나는 그대로 쿠온의 품에 있던 클레온에게 가까이 오더니
"실례하겠습니다."
그 말과 함께 클레온의 입술을 빼앗았다.
"앗...!"
소리를 울리는 건 사샤였다.
라일라와 쿠온은 갑작스러운 그녀의 행동에 아무런 제지도 하지 못한 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이오나가 저력을 다하여 클레온과 혀를 섞는 모습을 지켜볼 뿐이었다.
몇 초 정도가 지났을까, 어쩌면 분 단위일수도 있다.
격렬한 행위가 이어지는 것을 조용히 바라보던 와중.
이오나가 크게 숨을 들이쉬며 얼굴을 떼어냈다.
턱을 적실 정도로 흘러내린 타액을 떨어트리며, 조금 멍한 표정의 그녀를 바라보던 라일라는 퍼뜩 정신을 차린다.
그리고 마력시의 불을 켜고 이오나의 몸 상태를 확인하면.
빠른 상태로 회복하고 있는 그녀를 확인한 것이다.
"뭐, 뭐야? 뭘 한 거야?"
영문을 알 수 없는라일라.
자신이 알고 있는 마법이론상 대응하는 부분이 없었다.
이오나는 한숨을 내쉬며 자신의 턱을 닦았다.
"클레온이 가지고 있는 마검의 마력을 조금 흡수한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제 안에 있는 성검의 힘이 방어기제를 강제적으로 작동시켜 정지하던 기능을 재 활성화시키기 때문이죠."
그리고 가슴에 손을 올리며 심장이 제대로 뛰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듯 말하는 이오나.
"성검의 힘…? 그렇다면 역시 너는…."
"용사...?"
쿠온의 말에 이오나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고개를 저었다.
"아뇨. 저는 용사가 아닙니다. 저는…. 성검입니다."
그 말에 눈을 크게 뜨는 라일라와 쿠온. 그리고 사샤.
"성검…? 그렇다면 갈라테아씨 처럼 인간의 모습으로 변신할 수 있다는 건가요?"
사샤의 말에 이오나는 잠시 고민하는 듯한 표정이 된다.
그리고 체념했다는 듯이 자리에서 일어선다.
"조금, 안에서 이야기하지 않겠습니까?"
001
모두가 빙 둘러서 이야기할 수 있는 곳이라고 하면 역시 저택의 응접실이었다.
전원이자리에 앉고 나면, 우선 이오나가 한 것은.
모두에게 자신의 모습을 보이는 것이었다.
전신에 힘을 풀고, 정신을 집중하면.
그녀의 몸이 흰색의 빛에 휩싸였다.
모두가 살짝 눈을 찌푸리며, 빛이 사라지길 기다리면.
그곳에 이오나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은빛의 칼날, 크로스 가드에 장식된 아름다운 붉은 보석이 특징인.
아름다운 장검만이 허공에 뜬 채였다.
모두의 눈이 크게 띄어졌다.
그곳에서 느껴지는 기운은 이전 알베인이 가지고 다니던 성검과 흡사했다.
즉, 눈앞의 이 검은-
[성검…. 슈발리에]
이오나의 목소리가 형체 없는 입에서 울렸다.
잠시 뒤, 원래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온 이오나는 조용히 모두를 돌아보았다.
순수하게 놀란 듯한 사샤와 쿠온.
눈을 가늘게 뜨며 무언가 위화감을 느낀 라일라.
그리고 어느 정도 예상하였다는 듯한 표정의 클레온.
이오나는 크게 숨을 들이 내쉰 뒤 입을 열었다.
"다시 한 번, 저를 소개하겠습니다. 저의 이름은 이오나 슈발리에. 왕실직속정보기관 소속 왕국 기사…. 겸. 특수 전략 병기입니다."
"...특수 전략 병기?"
쿠온이 그 말을 반복하자 라일라가 입을 열었다.
"왕국 등에서 성검, 마검을 분류할 때 사용하는 명칭이야. 즉, 왕국에서도 그녀를 성검으로 취급하고 있다는 거지."
라일라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는 이오나.
하지만 정작 라일라 본인은 의문점이 아직 남아있다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이상한 걸, 성검에게 기사 작위를 내린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어."
"그건…. 제가 반은 인간이기 때문이죠."
이오나의 말에 눈을 크게 뜨는 라일라.
아마, 이 중에서 그 말의 의미를 깨달은 것은 그녀뿐이었다.
"저는 왕국의 연구소에서 `성검`과 `인간`의 혼혈로서 태어났습니다. 아버지는 성검의 계약자였던 `용사`. 어머니는 그분의 `성검`이었죠."
"자, 잠깐. 그게, 대체…."
쿠온이 혼란스럽다는 듯 머리를 부여잡으면 사샤의 눈이, 클레온의 옆에 기대어져 있는갈라테아로 향했다.
"이오나씨의 어머님도 인간의 모습으로 변신할 수 있던 거군요."
그 말에 이오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정식적인 계약을 마치고 각성한 성검은 모두 스스로 인간의 모습을 취할 수 있습니다. 마검도 마찬가지겠죠."
이오나는 잠시 눈을 감으며 과거를 회상하는 듯했다.
"왕국의 연구자들은 인간화한 성검의 구조가 인간과 거의 다를 바가 없다는 점에서. 인간과 성검의 교배가 가능한지에 대한 실험을 시작했습니다."
"실험…. 이라니."
라일라는 조금얼굴을 찌푸렸다.
학자라는 인간들은 호기심이나 지식욕에 의해 얼마든지 비인도적으로 변할 수 있는 작자들이었다.
라일라가 인상을 찌푸린 것은 자신이 같은 입장이었으면 어땠을까를 생각한 뒤 나온 자기혐오 때문이었다.
"만약 그 둘 사이에서 태어나는 아이가 용사의 힘과 성검의 힘을 모두 가지고 있는 존재라면, 왕국에게 있어서 엄청난 전력이 될 것임이 분명했기 때문이죠."
용사와 성검은 둘이서 하나.
어느 한쪽이 사라지면 다른 한쪽의 힘은 제대로 발휘되지 않는다.
만약, 하나의 몸에 두 힘이 모두 담겨 있다면.
그것은 완벽한 구세주이자, 병기의 탄생을 의미하기도 했다.
"당시 왕국의 기사이기도 했던 아버지는 조국을 생각하는 일념으로 어머니와 몸을 섞었습니다. 두 사람 사이에 애정이 존재했는지는 모릅니다만."
두 사람의 얼굴은 그다지 떠오르지 않는다.
태어난 이후로 아주 어린 시절을 제외하면 본적이 없었으니.
"수십, 수백 번의 실험 끝에 저는 잉태되었습니다. 그리고 평범하게 시간이 지나 제가 태어났죠."
3년에 걸친 긴 실험이었다고 한다.
환경, 조건, 몸 상태, 주변에 배치된 마법적 물건들.
이 모든 것을 하나하나 바꿔 가면서 두 사람은 몸을 섞었다.
그리고 그 광경은 연구자들에 의해전부 보였다고 한다.
"그런 어려움 속에서 태어난 아기는…. 그들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습니다. 성검의 힘은 분명 어느 정도 이어졌습니다만, 중요한 건 절반이 평범한 인간이었다는 것이죠."
그들의 예상으론, 태어나는 아기는 성검과 용사의 힘을 모두 가지고 있어야 했다.
하지만 이오나는 그렇지 못했다.
절반은 성검. 절반은 인간.
성검의 기능이 있긴 했지만 그중에서도 사용 가능했던 것은약간의 신성마력뿐.
몸이 인간보다 조금 튼튼하기는 했지만 어디까지나 그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
수명이 있고 노화도 한다.
실험은 실패였다.
성검과 용사의 혼혈 따위 태어날 수 없었다.
"연구소는 폐쇄되었고. 저는 어머니와 아버지에게서 떨어져 갈 곳을 잃었습니다. 그 둘에게 저는 오점과도 같은 존재였으니까요."
그대로 있었다면 폐기처분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라고 자조하는이오나.
"그런 저를 거두어 가신 것이 왕국에서무언가를 조사하시던 탈체크님이셨습니다. 그것이 10년 전의 일입니다."
"...응?"
그 말에 사샤가 이오나를 바라본다.
"저기, 이오나씨. 실례지만 연세가…."
"아아. 15살입니다. 연구소가 폐쇄된 것은 제가 딱 5살의 일이었죠."
충격을 받는 사샤.
그리고 조용히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았다.
"...괜찮으십니까?"
"괜찮아 괜찮아. 그래서? 그 뒤에는 어떻게 됐는데?"
라일라의 재촉에 이오나는 조금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아버지께 이런저런 수행을 받은 뒤, 그가 소속된 정보기관의 기사가 되었습니다…."
그 뒤로는 모두가 알고 있는 이야기.
탈체크를 도와 일을 하다가, 이번에 이 도시로 오게 된 것이었다.
"어째서 탈체크는 널 거둔 거지?"
클레온의 질문.
그가 알고 있는 탈체크는 아이를 싫어하고, 육아에 관심을 가질만한 인간은 아니었다.
"아버지는 말씀하셨습니다. 반은 인간이지만 반은 검이라면, 세상에서 가장 검을 잘 다루는 자신이 단련해야 한다고."
"... ..."
억지로밖에 들리지 않는 주장.
하지만 그의 주장을 누가 힘으로 꺾을 수 있을까.
주변의 인물들은 아무도 탈체크를 말릴 수 없었을 것이다.
어쩌면 이오나의 부모마저.
"...검과 인간은 아이를 만들 수 있다. 그 말은 즉…. 클레온도 갈라테아를 임신시킬 수 있다는 거네?"
그렇게 말하며 클레온을 돌아보는 라일라.
그 눈은 어딘가 호기심으로 빛나고 있었다.
"너는 지금 이야기를 듣고 나에게 같은 실험을 시킬 생각이 드는 거냐?"
"아, 아니. 그저 그럴 가능성이 있으니까 이야기 한 거야. 잘됐네~ 둘 사이에서 아이가 태어날 수 있다니."
라일라는 찔린다는 듯 고개를 돌린다.
쿠온은 조금복잡한 심경인 듯했다.
"이것이 저의 진실입니다. 속일 생각은 없었습니다. 다만, 밝혀도 여러분께 좋은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을 뿐."
이오나는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고개를 숙였다.
지금까지,자신의 정체를 안 이들은 모두 놀람과 동시에 일종의 혐오감을 보였다.
인간과 검.
절대로 섞일 수 없는 두 존재의 혼혈.
부모의사랑 없이 태어나 버려지고, 주워져서 단련된검.
아버지로부터 종종 이름을 들었던 `클레온`이라는 남자아이.
`재능은 없지만. 분명 크게될 놈.`
이라고 자신의 아버지가 이야기했다.
반은 성검인 자신과는 반대에 있는 `마검사`.
어쩌면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런 그에게 다른 이들처럼 거절의 시선을 받는 것은 상상하기 싫었다.
이오나의 시선이 클레온을 향한다.
클레온은 이전과 다름없는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 ...이제 어떻게 하죠?"
"회귀자들이 후작과 연관이 있다는 것은 알았다. 그리고 녀석들이 터무니없는 일을 꾸미려고 한다는 것도."
"절계수의 부활…."
만약 맥스웰의 말대로 절계수가 부활하게 되면 어떤 재앙이 벌어질까.
이곳에 있는 누구도 정확하게 알 수 없었다.
"일단 저는 도시로 돌아가 아버지께 이 일을 보고하겠습니다.“
이오나의 말에 클레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휴즈 후작과 회귀자 사이의 연결고리를 물리적으로 증명할 순 없지만.
수양딸인 이오나의 말이다. 탈체크도 믿어주겠지.
"나는…."
"너는 하루 쉬어. 갈라테아의 기능이 완전히 복귀하려면 그게 좋아. 그리고 해줘야 할 일도 있고."
클레온이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자, 라일라가 그를 말리며 이야기한다.
"...해야 할 일? 쉬라며?"
"뭐. 너한테는 쉬는거나 다름없지."
클레온이 고개를 갸우뚱하면, 라일라는 후우 하고 한숨을내쉬는 것이었다.
002
결국, 클레온은 라일라에게 당부 받아 하루를 저택에서 보내게 되었다.
자신의 방에서 시간을 보내며 어둑해질 때까지 있다 보면.
몸이찌뿌둥해지는 느낌이 들었지만, 여전히 은은한 빛을 내며 자신을 치료하는 갈라테아를 보니.
도저히 그녀에게서 떨어질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머릿속이 복잡한 것도 사실이었다.
이오나의 정체.
탈체크의 의도.
회귀자와 함께한 티오.
검의 핵.
이미 태양이 지평선을 지나 어둑해진 밤.
마력등의 불을 끄고 침대에 누우려한 그때.
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 ..."
또 사샤인가. 아니면 루티인가.
조용히 그녀를 침대로 들이기 위해 몸을 일으키면….
그곳에는 본의가아니라는 듯한 표정의 루베라가 서 있었다.
몸에 걸친 것은 전신에 딱 달라붙는 검은 옷이었다.
그것이 시종의 프릴 달린 치마나 겉옷 안에 걸치는 것이라는 것을, 클레온은 겨우 알 수 있었다.
인상은 살짝 찌푸린 채, 가슴이나 소중한 곳의 윤곽이 곧이곧대로 드러나는 자신의 몸을 가리고.
클레온의 앞에 섰다.
"...라일라 플레임워치가 보내서 왔습니다."
"라일라가?"
그녀는 수치를 눌러 죽인 채, 자신이 클레온과 몸을 섞으려는 이유와 목적에 관해 설명했다.
클레온은 그것을 모두 듣고 잠시 머리를 감싼 채 고민했다.
"나는…. 상관없지만. 너는 괜찮은건가?"
"... ... 그것밖에 방법이 없다고 하니. 어쩔 수 없지 않습니까."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등에 메고 있던 바리사다를 방의 벽에 기대어 두고 침대 위로 올라갔다.
"큭..."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고 식은땀이 흐르는 듯한 그녀가 클레온을 내려다보았다.
"자. 시작하세요. 클레온."
자신의 몸을 클레온에게 내놓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