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1화 〉회귀 (41/72)



〈 41화 〉회귀

"크학!"

거친 소리를 내면서 땅바닥을 구르는 청년.

그리고 철로 된 장검이 떨어지면 귀를 아프게 하는 소리가 울린다.


"케흑... 하아..."

전신에 흙먼지를 뒤집어쓴 채.

땅바닥에 그대로 엎어진 채 숨을 몰아쉬는 것은.

탈체크의 거친 훈련에 제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유스테스였다.


먼저, 유스테스는 자신이 어젯밤 내뱉은 말을 바로 후회하고 있었다.

차라리 도망가는 편이 나았을 것이다.

이런 지옥 같은 수련에 어울리게 될 줄이야.

유스테스는 아침의 일을 회상한다.

저택에 준비된 먼지 쌓인 수련장을 열어젖힌다.

유스테스는 탈체크가 자신에게 기초부터 알려줄 것으로 생각하여.

오늘은 팔이나다리를 혹사하고 내일은 근육통이 오겠구나.


같은, 평범한 수련을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탈체크는 자신이 사온 철검을 확인하더니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역시 `볼트`아들내미의 실력은 나쁘지 않구먼. 네 손에 딱 맞는 물건을 준비해주다니. 이거면 너라도 아주아주 낮은확률로 나를 베어 죽일 수 있겠군."

"하, 하아…?"

도저히 제정신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은 광기에 물든 대사.

유스테스는 탈체크라는 남자의 머릿속을 도저히 읽을 수 없었다.

"어, 어쨌든. 그걸로 오늘부터 수련하면 되는 거지? 처음엔 뭐지? 1000번 휘두르기라던가?"

어디에서 본 것은 있다는  유스테스가 이야기 한다.

그러자 탈체크는 콧방귀를 뀌는 것이었다.



"바보냐 너. 그런 누구라도 할  있는 노력을 수업에 넣어서  하겠다는 거야?"

"하지만 왕국의 군대는 이런 식으로…."

"그건 녀석들이 전쟁에서 합을 맞추려고 일부러 같은 수련을 하는 것뿐이야."

쯔쯔, 하고 혀를 차며 철검을 던져 유스테스에게 돌려준다.

유스테스는 히익! 하고 비명을 지르며 날에 맞지 않게 조심하여 땅에떨어진 검을 줍는다.



"기초 체력 만들기. 근력 운동. 그딴 건  너 혼자서도 가능한 거다. 물론 네가 노력을 한다 면의 이야기지."

"... ... 그럼 당신은 나한테 뭘 가르쳐 줄 건데?"

유스테스가 미심쩍다는 눈치로탈체크를 바라보자, 탈체크는 입꼬리가 귀에 걸릴 정도로 크게 웃는다.

"그야 검을 `잘 쓰는 방법`이지!"

그렇게 해서 시작된 것이 자유 대련.

탈체크 본인은 목검이라기 부르기 어려울 정도로 뭉툭한 몽둥이 하나를 들고.

유스테스에게는 자신이 사오게 시킨 철검을 들게 한다.

"내가 피 한 방울이라도 흘리면 오늘은 끝이다."

"...하항~?"

유스테스는 내심 미소를 지었다.

자신에게 터무니없는 일을 시키고, 귀찮다는 태도로 일관하는 탈체크.

아마, 그는 자신에게 진심으로 검을 가르치고 싶은 마음 따위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본인도 탈체크가 아닌 다른 인간을 스승으로 찾으면 되는 일이었다.

피를 흘리게 하면된다고?

그 잘난 손가락이라도 떨어트려 주지!



그렇게 말하며 철검을 크게 위로 올려 들고 달려가는 유스테스.

투기장에서 싸우던 전사들의 자세를 따라 한 것이지만.

자세는 너무나도 어정쩡하고 몸의 중심은 어디인지 보이지도 않았다.

당연히, 그렇게 휘둘러지는 검은 그 궤도도 어설프고 쉽게 읽힌다.


퍼억!

하는 소리와 함께 자신의 얼굴이 돌아가면서 충격으로 몸이 옆으로 날아가는 것을 느낀 유스테스.

다음 순간 땅에서 구른 자신을 깨닫는 데에는조금 시간이 걸렸다.



"뭐, 뭐야...?"

얼얼한 얼굴, 그리고 탈체크가 휘두른 몽둥이를 본다.

설마, 저거에 맞은 건가?

잠깐 전까지 가만히 서 있었는데?

"어이쿠. 날벌레인 줄 알았는데 도련님이었군."

"...큭!!!"

자신을 무시하고 도발하는 말에 발끈하는 유스테스.

다시   검을 잡고 탈체크를 죽일 기세로 덤벼든다.

수련장에서 유스테스의 비명이 3시간 동안 울려 퍼졌다.

결국, 그 자리에서 탈진한 유스테스.

탈체크는 하품을 내쉰 뒤 병나발로 포도주를 들이켠다.


"재능이 없구먼."

"시…. 끄러…."

거의 울기 직전까지  유스테스가 몸을 일으키려 하지만, 팔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남자는 나를 죽일 생각이다.

지치게 하던, 패 죽이던.



"걱정 마라. 재능이 없다는 건 노력으로 재능 있는 녀석을 역전할 수 있다는 거다."

그런 유스테스에게 이어서 말하는 탈체크.

그의 말을들은 유스테스는 전신에서 힘을 뺀 채 그 자리에서기절했다.

001


회귀자로 추정되는 성직자가  사람을 안내한 것은.

도시의 외곽에 위치한 작은 가정집이었다.

이오나와 클레온은 눈을 맞추며, 혹시라도 일어날 일에 대비한다.



"이곳입니다. 자자. 들어오시죠."

웃으며  사람을 안으로 들이는 성직자.

쿠온은 침을 꿀꺽 삼키며 안쪽으로 들어간다.

집 안에는 몇 명인가 인기척이 느껴졌다.

내부의 실내장식은 낡았지만, 사람이 사용하는 흔적이 있었고.

무엇보다 곳곳에 흩어진 서적은 `고대 유물`과 관련된 책들뿐이었다.

의심이 거의 확신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세 사람을 안으로 들이고 따라 들어와 저택의 문을 닫는 성직자.

"정말 기쁘군요. 이렇게 저희에게 관심을 가지고 다가와 주시다니."

딸각.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을 잠그는 소리가 들리면.

클레온과 이오나는 동시에 자세를 잡았다.



"자, 진정하시죠. 마검사 클레온. 왕국 기사 이오나."

"...!"

그들이 자신의 이름을 부르자 눈을 크게 뜨는 클레온.

아직 자신은 금발벽안의 모습을 하고 있었는데.

이오나 역시, 자신의 신분이 노출된 것에 조금 놀란 듯했다.



"그렇다면 그 곁에 계신 아가씨는 `성녀 후보`였던 쿠온이실까요."

쿠온도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남자를 경계한다.

클레온과 이오나가 동시에 쿠온을 감싸듯 앞으로 나가면 성직자는 기분 나쁜 웃음을 흘리는 것이었다.



"수준 높은 환영 마법이로군요. 저도 처음에 봤을 때는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다만…. 당신이 허리에 걸친 그 물건."

남자의 시선이 클레온의 허리에 걸쳐진평범한 장검으로 향한다.

체인질링에 맞추어 그 모습을 바꾸었던 갈라테아였다.


"저희는 고대의 물건에 민감해서 말이죠. 아무리 모습을 바꾸고 기척을 감추더라도, 그것이 마검이라는 사실을 바로  수 있었습니다."

그런 그의 대답에 클레온은 차갑게 눈을 뜨며 몸에 걸렸던 라일라의 마법을 해제한다.

그러자, 원래의 흑발 흑안의 모습으로 돌아와 갈라테아를 뽑으려는 것이다.



"움직이지 마시죠."

다음 순간. 자신을 노리는 살기에 클레온의 움직임이 멈춘다.

집 안의 그림자에서 조용히 걸어 나온 것은 화살을 손에 건 초록색 로브의 남자.

가려진 눈가의 너머에서 사냥꾼의 각인이 느껴진다.

"미카시아 루펜볼프…."

"여어마검사 형씨. 이틀만인가? 사흘만인가? 동족은 잘 지내나?"

이전의 일을 언급하며 놀리는  이야기 하는 사냥꾼.

"후작과일하는 것 아니었나? 어째서 이들과 함께 있지?"

미카시아는 그 말에는 대답하지 않겠다는 듯 웃음을 지어볼 뿐이었다.


"면식이 있으셨군요. 그렇다면 저 사냥꾼이 얼마나 위험한지는 알고 계시겠죠?"

클레온으로서는 마력방벽을 펼쳐 자신과 쿠온, 이오나를 감싸면 되는 일이었다.

상대가 사용하는 것이 평범한 화살이라면.

미카시아가 활에 걸고 있는 그것은 아무리 봐도 평범한 화살이 아니었다.

그 끝이 두 개로 갈려져 있고, 사이에는 마석과 같은 것이 화살의 끝 대신에 박혀 있다.

마력을 머금고 있는 그 화살이 어떤 힘을 가졌는지 모르는 이상 서투른 대응은 바람직한 행동이 아니었다.

"저에 관한 것도 후작에게서 들은 거로군요."

이오나는 조용히 성직자.

아니, 회귀자의 남성에게 물었다.

그럼 회귀자는 후후하고 웃으며 그것을긍정한다.


"휴즈 후작에게서들었습니다. 검성과 그의 딸이  도시로 온다고. 저희로서도 기쁜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설마 고대 기술의 화신이 이 도시에 모습을 드러낸다니."

"... ...! 당신, 거기까지…!"

회귀자의 말에 매우 놀란 듯한 이오나.

남자의 말이 신경 쓰이는 클레온이었지만 우선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아차. 이 부분은 아직 동료들에게는 비밀이었습니까? 그렇다면 제가 이것을 밝히는 것도 예의가 아니겠군요. 방금 말은 잊어주시길."

"...큭..."

이미 다 이야기해 놓고 무슨 소용이 있느냐는 듯한 이오나의 눈빛.

그때쿠온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어째서 교단의 복장을 하고 설교를 하고 계신 거죠? 당신은 대체 정체가 뭔가요?"

"아아. 저는 교단의 성직자가 맞습니다. 동시에 회귀자에 속해있을 뿐이죠."

남자는 자신의 가슴에 손을 올리며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그리고 로브의 후드를 넘긴다.

후드 아래에 있는 것은 나이가 지긋하고 수염을 기른 남성이었다.

회색의 머리가 뒤죽박죽으로 자라나 뒤로 넘겨져 있었고.

머리카락 색과 같은 수염이 코 밑이나 턱에 자라나 있다.

눈은 살짝 초점이 맞지 않는 듯 이곳저곳으로 시선을 이동시키고 있었고.

이지적인 목소리와는 다르게,  생김새에는 광기가 가득했다.



"맥스웰이라고 합니다."

자신의 이름을 말하는 남자.

쿠온은 그의 말에 조금 당황한 듯 손을 꽉 쥐었다.



"어째서, 교단의 가르침을 거스르고 회귀자 같은 종말론자의 사상을…!"

"종말론자라뇨. 쿠온양, 회귀자들은 세상을 구하기 위해 행동합니다. 성검이나 성녀, 용사들보다도 훨씬 세계를 걱정하고 있지요."

자신이 속한 교단의 교리 자체를 부정하는 맥스웰.

이 남자가 자신을 성직자라고 소개한 것이 진실일까 세 사람은 의문이었다.


"너무 심려하지 마십시오. 저는 정말로 여러분들과 싸우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저쪽의 사냥꾼은 그저….  경호원 정도로 생각해 주세요."

"뭐, 그런 거다 형씨. 검을 뽑거나 마법을 사용하거나 하지 않는다면, 나도 이 시위에서 손을 떼지 않을 테니까."

클레온과 이오나의 머릿속에서 순식간에 이곳을 빠져나갈 방법이 수십 가지 시뮬레이트 됐다.

하지만 상대가 자신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면 조금이라도 정보를 캐낼 기회였다.


"좋아. 이야기를 듣도록 하지."

클레온이 그렇게 말하자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사냥꾼에게 눈짓한다.

그러자 사냥꾼은 활시위를 내리고, 벽에 몸을 기대 클레온들을 감시한다.

"감사합니다. 저희도 `용사 알베인`을 쓰러트린 마검사 클레온과 정면에서 싸운다면 전멸을 각오해야 했을 테니 말이죠."

"... ..."

남자의 칭찬 같은 말에 클레온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어차피 이 남자의 칭찬 따위 아무런 가치도 없었다.

"여러분께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뭐죠?"

이오나의 물음에 맥스웰은 땅에 널브러진 책 중 하나를 집어 자신의 옆에 있는 탁자위에 올렸다.

책의 제목은 `세계수 슈라드셀`이었다.

"세계수...?"

클레온이 그 명칭을 나지막이 읽으면.

이오나는 조금 고민하는 듯한 얼굴이 된다.

"세계수는 과거 이 세상에 존재했던 거대한 나무들입니다. 자체적으로 마력을 생성하고 주변에 엄청난 영향을 끼쳐 고유의 세계를 창조해낸다고 해서 세계수라고 불렸죠."

"맞습니다. 하지만 세계수는 자연의 존재. 인간보다도 식물을, 동물을 지켰기 때문에 당시의 인간들에게는 정복해야  대상이었습니다."

맥스웰은 이오나의 말에 대답하며 책을 펼쳤다.

그곳에는 세계수를 상상하여 그려낸 듯한 삽화가 몇 개나 실려 있었다.

나무 하나가 산보다도 큰 크기를 가지고 있도록 묘사된 그것은.

클레온에게는 근거가 없는 `망상`정도로밖에 여겨지지 않았다.


"세계수들을 죽이는 것은 불가능했습니다. 지맥과 연결되어 별의 생명을갉아먹으며 무한히 재생하기 때문이죠."

그렇게 말하던 맥스웰은 돌연히 읽고 있던 책을 덮고. 탁자 밑으로 떨어트렸다.



"그래서, 당시의 인간들은그들을 죽이지 않고 세상에서 지우기로 했습니다. `추방`한 것이죠."

"...추방."

클레온의 뇌리에 되살아나는 한 장면.

눈앞에서 사라지던 생명의 은인.

"대부분의 세계수들은 차원의 틈에 떨어져서 사라졌습니다. 사라지지 않은 이들도 서서히 그곳에서 미쳐가며 기괴하게 뒤틀려 갔을 겁니다."

맥스웰은 자신의 손목을 빙글빙글 돌리며 마치, 비틀어져 가는 세계수를 표현하듯 움직였다.

그 기괴한 몸짓에 쿠온이 질색인 얼굴을 하지만 맥스웰은 아랑곳하지 않고 다음 이야기를 계속했다.


"한데. 최근 들어 이 세계수중 하나의 반응이 돌아오는 것을 느꼈습니다. 살아있는 숲에서 말이죠."

그 말에 눈을 크게 뜨는 클레온과 이오나.

"이 근처에서 발생한 무언가…. 커다란 `고대 유물의 힘`에 반응한 것이겠죠."

이어지는 맥스웰의 말.

클레온의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는 것은.


황금색으로 폭발하며, 천지를 찢을 정도로  힘을 진동시킨 성검.

알베인의 칼리번이었다.

"어째서 너희가 그런 것을 알고 있는 거지?"

클레온은 우선 평정심을 유지하며 그들이 알고 있는 정보의 출처를 캐기로했다.



"징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클레온. 살아있는 숲의 미개척 영역. 최근 들어 그곳이 시끌벅적하더군요."

이오나는 바로 며칠  루베라와 함께 그곳에 떨어졌던 일을 떠올린다.

그곳에서 나타났던괴상한 마물들.

이상하게 거대했던 플랜트 골렘.


그것들 전부가, 세계수가 돌아오려는 징조였다고 하는 것인가?


"차원의 틈에서 비틀린 세계수가 세계에 현현하면…. 인간을 향한복수심을 불태우며 세계를 파괴하려 할 것입니다. 저희는 이렇게 된 세계수들을 `절계수`라고 부르고 있죠."

"명칭따위는 아무래도 좋아. 너희가 원하는 건  세계수의 귀환을막는 것인가?"

클레온의 질문에 맥스웰은 잠시 눈을 크게 떴다가 웃어 보인다.

"설마. 저희는 오히려 그 절계수를 불러들이려 하고 있습니다."

"어, 어째서…! 그런 짓을 하면 많은 사람이…!"

쿠온의말에 맥스웰은 이야기한다.



"절계수에는 고대의 인간들의 정보가 아주아주 가득하게 남아있습니다. 심지어, 이차원의 틈으로 떨어져 그 몸에 담긴 기운에는 얼마나 커다란 가치가 있을까요."

진심으로 기대된다는 듯 팔을 벌리는 맥스웰.

그 광기의 정체가 무엇인지, 세 사람은 이해할 수 있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절계수는 토벌할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순순히 협력해주신다면 더 쉽겠죠."

"미친 소리군요! 애초에 위협이 되는 존재를 세상에 풀어놓지 않는 것이 가장좋습니다."

이오나는 드물게 목소리를 격양시키며 맥스웰을 노려본다.


"내 대답도 마찬가지다. 그런 정신 나간 계획에 협조할 생각은 없어."

클레온 역시 고개를 저으며 맥스웰의 제안을 거절한다.

그럼 맥스웰은 슬프다는  손을 잡으며 고개를 젓는 것이었다.

"정말로안타깝군요. 마검과 성검의 힘이 있다면 절계수의 소환이 더욱 빨라졌을 텐데."

"... ...성검 이라고...?`

클레온이 그 말에 반응하자, 이오나가 먼저 움직였다.

손에서 터져나간 광탄이 맥스웰을 향해 날아가면,미카시아가 순식간에 발사한 화살과 부딪히면서 상쇄되었다.

"절계수는 자신이 돌아올 좌표로 검의 힘을 원하고 있습니다."

클레온은 그때 나무 덩굴이 자신이 아닌 갈라테아를 잡아당기던 것을 깨달았다.

그것이 미개척 영역에서 온 것은 확실했고, 그렇다면 그것 역시 절계수 부활의 전조였다.

루베라 역시자신이 노려진 것이 아니라 그녀의 마검 `바리사다`가 노려졌던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면, 어째서-



클레온의 사고가 거기까지 도달한 순간.

"클레온!"

쿠온의 외침.

미카시아의 화살이 자신에게 날아오는 것을 목격한 다음 순간, 클레온이 재빠르게 검을 휘둘러 그 화살을 쳐낸다.

"큭…!"

"여기서 모두를 잡아들여야 합니다…! 클레온!"

"알고 있어…!"

클레온이 그렇게 말하며 자세를 잡고 두 사람을 베어내려  다음 순간.



"거기까지입니다."

클레온과 이오나를 멈추게 하는 목소리.

그곳에는, 유스테스를 포함한  사람과 함께 모험을 떠났던 `티오`의 모습이 있었다.

윗층에서 1층으로내려오는 계단에  채, 세 사람을 내려다 본다.


"티오씨...!"

그녀의 이름을 부르는 쿠온.

허나, 푸른색의 앞머리로 가려진 눈 너머에 보이는 표정은 온화한 것이 아니었다.

티오가 손에 들고 있는 것은어디에선가 본 적이 있는 `구슬`이었다.

[잠깐, 그거…!]

다음 순간, 갈라테아가 그것을 알아보자.

구슬을 중심으로 결계가 펼쳐졌다.



"크윽...!?"

"읏...!"

동시에 무릎을 꿇는 클레온과 이오나.

클레온은 그제야 티오가 들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눈치챘다.


"`검의 핵`...!"

"오오. 알고 계신 거군요. 저것을 활성화 된 상태로 손에 넣는 데에 저희도 상당히 고생을 했죠."

맥스웰이 감탄했다는 듯이 이야기 한다.

갈라테아의 고통에 찬 목소리가 클레온의 귀에 울리고.

이오나 역시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져 오는 것을 참기위해 몸을 멈췄다.

"클레온! 이오나씨!"

셋 중 유일하게 무사한것은 쿠온 뿐.

갑작스럽게 움직이지 못하게 된 두 사람을 보며 두 손을 꽉 쥐었다.

"이런. 그러고 보니 쿠온씨가 있었죠. 어떻습니까? 저희와 함께 세상을 구원하지않으시겠습니까?"

맥스웰의 말에 쿠온은 그를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거절합니다! 저희는 그런 방식의 구원을 원하지 않아요. 사람은 서로를 돕고, 세상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 더욱 나은 세상을 만드는 겁니다."

교단의 성직자로서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그대로 전하는 쿠온.

맥스웰은 그럼 재미가 없다는  미카시아를 향해 눈짓했다.

다음 순간, 그의 활이 쿠온을 향한다.


"후우..."

쿠온은 크게 심호흡을 하더니.

잠시 뒤, 입을 열었다.


"A-W-D-H-S-N-I-J-N-"

발음되지 않는 언어.

신의 문자.

멜로디에 담아 흘러나오는 그녀의 목소리에 폭발해 나오는 신성력.


맥스웰은 눈을 크게 뜨고 쿠온을 바라보았다.

"오, 오오...! `신언송가`! 설마, 그렇게 젊은 나이에!"

"큭…!"

감탄하는 맥스웰과 다르게 전신을 감싸는 신성력에 의해 미카시아는 들고 있던 화살을 떨어트릴 수밖에 없었다.


티오와 맥스웰 역시.

순수하고 강력하며, 타인으로부터 동료를, 사랑하는 이를 지키기 위해 발현하는 신성력의 위력에 몸을 비틀거린다.

충분히 틈을 만들었다고 생각한 쿠온은 다음 순간, 차원문 스크롤을 열어젖힌다.

"클레온! 이오나!"

다음 순간,  사람을 끌고 차원문을 통과하는 쿠온.

메아리치던 신언송가가 사라지면, 이미 그 자리에 세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미카시아는혀를 차며 화살을 집어넣고.

티오는 잠시 자신이 가지고있던 '검의 핵'을 바라보다 다시 모습을 감추었다.

그저, 그 자리에 남아있던 맥스웰만이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 것이었다.

"훌륭합니다…. 쿠온양. 당신의 모두를 지키고싶다는 마음. 분명, 뼈를 깎고 피가 흘러나올 정도의 수련을 하신 것이겠죠."

그리고 조용히 고개를 떨어트린다.

"하지만…. 무의미합니다. 그런 사상으로는 모두를 지킬 수 없습니다. 결국, 과거만이 미래로 향하는 지표가  것입니다."

조용한 기도문이 실내에 울려 퍼진다.

 안에는 축복이 있었다.



새롭게 태어나 이 세상에 찾아올 세계의 적.

절계수 슈라드셀의 재탄에 대한 축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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