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7화 〉1부 막간 (27/72)



〈 27화 〉1부 막간

새벽녘의 햇볕이 내리 쬐는 `살아있는 숲`의 심부.

그곳에는 오랫동안 방치된 저택이 홀로 남아 조용히 자연과 함께 풍화되어 가고 있었다.

며칠 전, 이곳을 거점으로 하는 이들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가까이 오는 마물들을 주먹으로 쳐내며 전진하는 남성.

허리에는 검이 있는대도 귀찮다는 듯 뽑지 않는다.

그리고 조금 떨어져서 그의 뒤를 쫓는 여성.

경갑을 입은남성과는 달리 중갑을 입고 있었고, 그녀 역시 허리춤에 검을 찬 상태였다.


여러모로 대비되는 두 사람이었다.

남자의 쪽은  보아도 거친 성미의 인물이었다. 헝클어진 갈색의 머리카락. 커다란 키. 그리고 몸에는 이리저리 해져있는 경갑.

허리에  검 역시 연식이 오래된 물건으로 보인다. 크로스 가드의 이곳저곳에 패인 상처나, 가죽 칼집 역시 망가진 곳이 눈에 띈다.

허나. 그런 조잡한 장비와는 다르게 남자 본인은 극한으로 단련된 것이 보였다.

사람의 머리만 한 팔 근육. 어디에 칼을 찔러야 들어갈지 모를것 같은 몸. 60에 가까운 나이를 생각하면 이 정도로 몸을유지하게 얼마나 많은 노력을 들였을까.

마물의 몸뚱어리가 터져 나가지만 피  방울 몸에 묻히지 않는 그의 기술은 이미 인간의 영역을 벗어나 있었다.



여자는 그런 남자보다도 훨씬 아래의 나이로 보인다.

성인인 것으로 보이지만 인간의 것보다조금 뾰족한 귀, 하얀 피부.

허리까지 내려오는 은색 머리카락에붉은 눈.

마치 조각같이 조화를 이루는 눈, 코, 입.

신비적인 외견 속에, 잘 단련된 의지가 엿보이는 강인한 여성이었다.

몸에 걸치고 있는 중갑 역시, 가련한 몸을 가리고 있지만 상당한 근력이 필요한 물건으로 보인다.

"겁나게 시골구석이구먼 여기는…. 나오는 녀석들도 잔챙이들뿐이고."

남자가 재미없다는 듯이 이야기 한다. 손에 들고 있는 것은, 방금 때려죽인 늑대의 다리였고. 그것을 조리하지도 않고 생으로 씹어 먹는다.


"비위생적입니다. 그만둬 주세요. 아버님."

"크으-.  모르는구먼. 마물 고기는 오히려 위생적이라니까?"

전혀 닮지 않은 부녀 관계.



"그보다. 클레온 꼬마 녀석이 여기 안에 있는 것은 확실하겠지?"

"네. 제 마력감지에 반응하고 있는 것을 보면 아버님이 찾으시는 마검사는 분명 저택의 안에."

남자는 흐음…. 하고 소리를 내다가 이윽고 공간을 나누는결계를 발견한다.


"오오. 이건가. 결계가 있구먼."

"해제 하겠습니다."

"아니. 기다려, 이건 내가 하지."

크크. 하고 웃음을 흘린 남자가, 검을 뽑아낸다.

붉은색의 도신.

얼마나 많은 피를 빨아들인 것일지 모르는 그것이 순간 아지랑이처럼 흔들리면.


참(斬)!

결계의 끝으로 휘둘러지는 붉은 검이 그대로 결계를 두 동강 낸다.

"네가 하면 안에 있는 녀석에게 들키니까…. 서프라이즈가 부족하지."

"... 굳이, 그런 이벤트를 준비하실 이유가 있으신가요?"


"오랜만에 만나는 제자다. 놀라게 해주고 싶은  스승의 마음이란 거다."

크하하! 하고 웃어 보이며, 백작의 정원으로 들어서는 남자.

여자는 한숨을 내쉬며 조용히  뒤를 따라 들어가는 것이었다.


...사람이 없어진 곳.

깔끔하게 베였던 결계가마치 그런 일은 없었다는 듯이 붙는다.

극도로 단련된 일섬이 마력을 흐트러짐 없이 정확하게 양단한 결과.

시간에 의해 수복된 것이다.


이것이 신기(神技)에 가까운 것이라는것을 아는 이들이라면  자리에서 남자의정체를 알아챘을 것이다.


그 이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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