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2화 〉용사 (22/72)



〈 22화 〉용사

"───씨...?"

막 의뢰를 마치고 돌아와, 신경이 조금 날카로워 져 있던 차. 자신에게 말을 걸어오는 목소리에 청년이 고개를 돌려보면.

그곳에는,  보기에도  모험가가 된 채 앞뒤좌우 어느 것도 모르는 것처럼 보이는 소년과 소녀가 서 있었다.

소년의 쪽은 금발의 벽안. 허리에는 체격에 맞는 작은 검을 차고 있었다. 몸에 걸친 것은 경장의 갑옷이지만. 그다지 질이 좋아보이지는 않는다.

눈에는 선배에 대한 호기심과, 호승심. 그리고 기대에  빛이 보였다. 그 눈은, 맑고 투명한 하늘의 색과 같아서.

언제나 그림자 속을 걷는 청년에게는 조금 눈부시다고생각하고 있었다.


동시에 소녀는. 에메랄드 색 머리에, 사파이어 색의 눈. 상냥한 눈매가 어울리는소녀였다. 나이는 소년과 같이 청년보다 조금 아래겠지.

다만, 조금 조숙한 것인지, 키는 소년보다 크거나 같은 수준이었다. 청년을 바라보는 눈에는, 소년과는 달리 조금의 공포가 엿보였다.

이쪽이 평범한 반응이겠지. 이러한 시선에는 오히려 익숙했기에, 그다지 신경 쓸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자신에게 무슨 용무인지, 청년은 두 사람에게 물어보았다.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조금 차가운 목소리가 아니었나 걱정하지만.

소년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 했다.

"길드의 안내원 누나한테 물어보니까. 이 길드에서 혼자서 다니는 모험가 중에, 형이 가장 강하다는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그래서?

라고, 자신도 모르게 되물어보지 않으면 안됐다.



예로부터- 모험가라는 녀석들은 '자신감'과 '실력' 그리고 '행운'으로 장사를 하는 녀석들이라.

때때로, 목숨 아까운 줄 모르는 신입 녀석들은 빠르게 자신의 이름을 길드에 알리기 위해.

선배 모험가와 싸움을 걸어, 그를 꺾으려는 녀석들이 있었다.

혹시라도. 눈앞의 소년이 그런 목적으로 자신에게 말을 걸은 것이었다면─

어떻게 포기하게 만들어야 할까. 청년은 그 대답을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저희랑 파티를 짜 주세요!"

─하지만. 소년에게서 나온 이야기는 달랐다. 설마 하던 영입 활동.

청년은 쓴웃음을 지으며, 자신이 혼자서 활동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자신은 마검사이며, 그 특성상 다른 사람들로부터 미움 받고 있다. 집단으로 하는 모험에 본인은 어울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소년은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요! 저랑 이 녀석이 전력으로 서포트  테니까!"

이 녀석이라는 것은, 옆에 서 있는 소녀겠지. 지팡이를 등에 매고 있는 것을 보아, 마법사- 아니, 성직자인가.

어째서 자신이냐고 물어보자, 소년은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저희들, 언젠가 세계를 구할 정도로 대단한 모험을 하고 싶어요."

 말에, 소녀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돌린다. 낯 뜨거워지는 대사라고, 청년 역시 생각했다. 허나, 싫지는 않았다.

"대단한 모험을 하려면 '강한 파티'가 있어야 하니까... 가장 강한 사람과 파티를 맺는 건 당연하잖아요!"

심플한 대답. 논리에 오류는 없다─고 클레온은 생각했다. 물론. 아직 어린아이다운 단순한 사고방식임에는 틀림 없었다.

청년은, 소년과 소녀의 안에서 빛을 보았다. 그 빛이 어느 방향을 가리키며 빛나고 있는 것인지는,  알지 못했다.

하지만─ 그림자 속을 걷는 자신에게 있어서. 그 빛은 따뜻하게 느껴졌다.

언제나, 마음 속 어딘가에서 바라던 빛이었다.

001


"하아... 하아... ─하앗!"

거친 호흡. 커다란 기합. 그와 함께 휘둘러지는, 커다란 동작의 베기. 반월의 테두리와도 같은 궤도를 그리며 알베인의 성검이 내리쳐진다.

클레온은 가만히 선 채, 아까 부터 한 손으로만 갈라테아를 잡고. 알베인의 공격을, 한 합. 두 합. 차례로 막아내고 있었다.

알베인은, 자신의 몸을 흐르는 액체가, 땀인지. 빗물인지 모를 정도로. 체력을 소모하며 클레온을 공격하고 있었다.

하지만- 눈앞의 그는 어떠한가?

아까 부터 표정도 그대로. 호흡의 흐트러짐도 없다. 심지어, 사샤를 구한 이후. 자신의 앞에 서서 마검을 뽑은 뒤에는.

 번도, 중심을 잡은 발바닥이 땅을 떠나지 않는다.


알베인이 뒤로 한 번 물러나. 조금 거리를 보더니, 클레온의 왼쪽 옆구리로 파고든다.

재빠르게 몸을 가속하여. 클레온의 팔이 채 움직이기도 전에. 등에서부터 베어내려고 하면-

클레온은 손에서 갈라테아를 가볍게 회전 시켜, 역수로 잡아  뒤로 올린다.

카앙-! 하는 귀를 아프게 하는 금속음과 함께. 알베인의 검이 막혔다.


"젠장...! 어떻게 된 거냐...!"

알베인은 피가 나올 정도로 입술을 씹지만. 그렇다고 해서 막힌 공격이 다시 통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면- 이대로.



"세인트 버-"

"플레임 버스트."

콰앙-! 하는 소리와 함께. 클레온으로부터 화염의 폭발이 일어났다.

화염의 마력이 발생시킨 폭풍이, 열기와 함께 알베인을 날려 버린다.

땅바닥을 구르며, 잔해에 부딪히지만. 몸에 두르고 있던 신성마력으로  좋게 목숨을 부지 한  이다.

하지만. 충돌의 충격이 없던 것은 아닌지, 입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

"그 마법은... 라일라의..."

알베인은, 방금 전의 마법을 알고 있다. 자신이 실수로라도 뒤 쪽으로 몬스터를 흘리게 되면.

라일라의 짜증이 점 점 올라가고. 그것이 극에 달하면 주변 일대를 쓸어버리듯이, 분노를 폭발 시킬 때 사용하던 마법.

몇 번. 파티원들이 휘말리는 것 때문에 클레온이 주의를 주어, 그 뒤에는 투덜거리면서도 사용을 자제했던 기억이 있다.

자신의 기술인 '세인트 버스트' 역시, 라일라의 그것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었다.

라일라 본인은,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쓰레기니까 쓰지 마'라고 알베인에게 신신당부를 해두었었지만─

물리적인 실체가 거의 없는 '신성 마력'과 다르게,  존재 자체가 고열의 위험을 가진 '화염 마력'은. 분명히 그 위력에서 차이가 나는 것이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다.

어쨰서, 마검사인 클레온이. 2티어와 3티어 사이에 위치한 중급마법인 이 마법을 무영창으로 구사할 수 있는 것인가.

이것은 마치. 라일라 본인 급의 실력이 아닌가─

거기 까지 생각하면, 알베인은 입을 가렸다. 핏물이 진득하게 손에 묻어나지만.

자신이 떠올린, 클레온의 힘의 근원─



"그렇구나... 너, 라일라를 범하고 그 힘을 뺏은 거로군...!"

그 말에, 클레온의 눈썹이 움찔 거린다.

그것을 긍정이라 받아들인 것일까. 알베인은 입 꼬리를 비틀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하...! 역시!  같은 쓰레기가 그렇게 강해진 데에는 이유가 있지! 쿠온도, 사샤도, 라일라도. 모두 범하고 힘을 빼앗은 거구나!"

마치, 꼬리를 잡았다는  손가락으로 클레온을 가리키며 외치는 알베인. 상대가 비겁한 수를 쓰고 있다는 것을 알았으니. 정의는 자신에게 있다.

그런 착각에 빠진─ 꼴사나운 광대였다.



"틀려요!"

그리고, 광대에게 진실을 알리는 목소리. 클레온의 말을 따라, 옆에서 손을 대지 않은 채 지켜보고 있던 '사샤'였다.

사샤는 가슴 앞에 자신의  손을 모은 채. 알베인을  해 이야기를 계속한다.



"...클레온 씨는 저희로부터 힘을 빼앗은게 아니에요. ...어디까지나, 저희로부터 빌리고 계신 거죠."

"...너도 이 녀석에게 한 번 범해졌다고 세뇌 당한거냐...! 마검사는 사람을 타락 시키고 지배하는 족속들이야!"

알베인이 그렇게 말하자. 사샤는 슬픈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서, 자신의 심장 위. 왼쪽 가슴에 손을 올렸다.

"...알베인씨가 말하는 마검사들도 분명 이 세상에는 있겠죠. 하지만, 클레온씨는 달라요."

자신의 마력을 가슴 위로 흘려보내면. 입고 있는 위에서도 알 수 있는, 보라색의 문양이 떠오른다.

클레온이 그녀에게 새긴 '각인'이었다.

"그거 봐라! 그게 바로 지배의 각인이야! 너는  녀석에게 이용당하고 있는 거라고! 하하하!!"

꼴좋다는 듯이 웃어재끼는 알베인. 하지만. 사샤는 그것마저 부정한다.

"저는. 제가 원해서 클레온 씨의 것이 된 거에요."

"──하하──... 뭐라고?"

사샤의 대답에 말문이 막히는 알베인. 사샤는 그런 알베인을 잠시 바라보다, 시선을 클레온에게로 옮긴다.

"알베인 씨는 약자를 미워하시죠. 하지만, 사람들은 누구나 약함을 가지고 살아가요."

"그리고, 공포를 부정하죠. 용사인 자신에게, 두려움 따위는 있을 수 없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클레온 씨는 '약자'를 혐오하지 않아요. '공포'를 부정하지도 않고요."


"저는,약하고, 겁많은 자신을 부정하지 않는 클레온씨에게. 자신을 맡기기로 결정했어요."

"그리고, 저도 그의 옆에서. 그가 완전히 악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지킬 수 있도록..."

사샤의 한마디 한마디가. 알베인, 그리고 클레온의 사이에서 울린다.

알베인은 그런 그녀의 말소리가 듣고 싶지 않다는 듯. 귀를 틀어막지만. 마치 영혼을 때리는 듯 한 목소리에, 괴로울 뿐이었다.

네가  안다는 거냐! 용사인 자신을 이해해  수 있는 인간은 아무도 없는 거냐고!

공허한 외침이 맴돌고 있었다.

"비극의 주인공이 된 기분인가? 알베인."

그런 알베인에게 던져지는, 클레온의 질문. 알베인은 서서히 귀에서 손을 때며, 클레온을 노려본다.

"하지만  됐군. 너는 주인공이 아니야. 악역이지."

"닥쳐! 이 모험의 주인공은 바로 나다! 마검사주제에... 용사인 나에게 설교하지 말란 말이다! 다른 녀석의 힘을 쓰지 않으면, 나에게 이길 수 없는 주제에!"

알베인은 다시  번, 성검을 잡고 클레온에게 달려들었다. 미끄러운 바닥임에도 불구하고, 무릎에 제대로 힘을 넣고-

하늘로 도약. 성검에 자신의 무게를 실어, 마물을 단숨에 일도양단 하는 알베인의 검술.


"멍청이가."

하지만. 클레온은 그런 알베인을 잠시 올려다보더니. 그대로 허공에서 회피 자세를 취할  없는 그에게, 손을 뻗는다.

그리고 손끝에서 나타나는 검은 번개. '마나 쇼크'. 땅 위에서 라면 충분히 피하거나 막을 수 있었겠지만.

인간은 '마법'이라도 쓰지 않는 한. 공중에서 몸을 움직일 수 없다.

허공을 가르는 일격이, 알베인의 몸에 명중했다.



-002

"우왓!"

텅- 하는 무거운 나무가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두세 번. 땅바닥을 구르는 소년.

청년은 '후우-'하고 한숨을 내쉬며. 자세를 갈무리 하고 소년을 내려다본다.

그러고는 가까이 다가가, 소년에게 손을 내민다.

"어디서 배운 거야? 그 멋들어진 검술은."

비꼬는 생각은 없었을 테지만, 결과적으로 조금 소년의 자존심을 구기는 청년의 말.

소년은 윽... 하고 소리를 내지만, 이내 부끄럽다는 듯이 머리를 긁적인다.

"예전에 봤던 용사의 이야기에서... 이 일격으로 하늘을 날아, 드래곤의 머리에 성검을 꽂았다고..."

"아아. 그건가. 나도 예전에 읽은 적 있어."

청년은 기억났다는 듯이, 웃어 보인다. 그러면서도, 제대로 훈련이 되도록 이야기를 계속하는 것이었다.


"둔하고 지능이 낮은 마물을 상대할거라면 괜찮을 지도 모르지만. 도적 같은 인간이나, 마법을 사용하는 마족 같이 지능이 높은 녀석들을 대상으로는 사용하면 안 되겠네."

"에에-?"

그럴 수가-! 하고 머리를 잡는 소년의 머리에, 통. 하고 목검을 올린다.

"그리고.지상에서도 필요 이상의 커다란 움직임은 금지. 틈이 너무많고, 공격의 궤도가 읽혀."

"네에-. 아, 그러고 보니, 형의 검술은 어디서 배운 건가요? 모험가라기보다는, 병사 같은데."

그렇게 말하면서 몸을 일으키려는 소년이, 한 쪽 다리를 쩔뚝거린다.

"어?"

본인의 몸이지만, 이상하다는 듯 내려 보는 소년. 청년은 그런 소년의 무릎을 만져보며 고개를 젓는다.


"아- 떨어질 때 제대로 낙법을 안취했구나.  아파?"

"응- 아프지는 않은데."

"대단하네...! 어-이!"

그런 소년의 어깨를 두들기며, 소녀를 부르는 청년. 소녀는 '네, 네에~' 하고 허둥지둥 이쪽으로 달려와.

소년의 무릎 위에 손을 올린다.



"언제나 우리를 보호하시는 신성하신영혼이시여. 그대의 가호 밑에서 새 살과 뼈가 자라나게 하소서..."

기도문을 외우자, 발동하는 치유주문. 아직 어린 나이임에도 훌륭한 1인분의 치유사인 소녀의 주문이, 소년의 무릎을 금방 낫게 한다.

소년은 신기하다는 듯이 무릎을 바라보다, 제자리에서 점프 하여, 자신이 완치된 것을 청년에게 보여준다.



"좋아! 다음!"

"그 전에, 제대로 ‘고마워’라고 해야지."

"괘, 괜찮아요."

청년은 그런 소녀를 내려다보며. 조용히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소녀는 부끄럽다는 듯이 얼굴을 붉히고.

검술 훈련의 의욕에 불이 붙은 소년은 목검을 붕 붕 휘두르며 청년에게 졸라댄다.

─그들과 함께 하기 시작한지. 6개월이 지난 시점의 일이었다.

003


"쓸 만한 수준이 되었던 검술도. 성검의 힘을 손에 넣고 자신 만만해져서. 나와 대련하면서 배운 것은 잊어버렸다는 듯이. 막무가내. 절도 없이 검을 휘둘러댔지."

땅바닥에 엎드린 채 쓰러진 알베인을 내려다보며 이야기 하는 클레온.

그의 얼굴 표정은, 어떤 감정을 띄운 것인가. 읽히지 않을 정도로. 무심한 듯 보였다.

그저, 눈앞에 있는 이 '용사'가, 자신보다 너무나도 약하다는 사실을 곱씹고 있었다.

"닥쳐..."

알베인은 몸을 흐르는 충격이 채 가시지 않아 자세를 겨누지 못하고, 어떻게든 일어나려고 발악하고 있었다.



"마나 쇼크의 위력은 그렇게 강하지 않아. 그저 마력 제어 계통에 약간의 쇼트를 줘서 몸에 마비를 일으킬 뿐. 만약 네가 쿠온이 말하던 대로 자가 치유 주문을 배워놨으면. 스스로 회복해서 일어날  있었을 탠데."

"닥쳐...!"

부들부들 떨리는 팔과 손으로 땅을 잡고. 어떻게든 상체를 일으켜, 클레온을 바라본다.



"왜 그래? 습득한 기술이나 능력은 벌써   거냐? 이래서야 검사 시절의 네가 더 강하겠군."

"닥치라고 이 개자식아!!"

마비가 풀린 순간. 알베인의 몸이 튀어 오른다. 검이 아래에서 위로 휘둘러지면. 클레온은 마검을 사용해 그것을 비껴내듯 쳐내고. 거리를 벌린다.

알베인은 그런 클레온을 뒤쫓지 않고. 어떻게든 호흡을 고르며, 검을 위로 향하게  상태에서 양손으로 잡고 가슴으로 끌어 모은다.

"후우우─"

심호흡. 여전히 틈이 많은 자세이지만, 클레온은 잠시  광경을 지켜보았다.

알베인이 하는 것은, 갈무리였다. 전신에 퍼져 몸을 지키고 있는 신성마력을 집중 시키고, 그것을 성검으로 흘려 넣는다.

그러자, 그의 황금의 성검은 서서히 그 광도를 더해가며. 이윽고, 마력으로 된 칼날이현현한다.

"...─"

클레온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알베인은, 클레온이 압도되었다고 생각하고.  꼬리를 올린다.

"너희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았지... 내가 가진 최대 위력의 기술을...  기술을 사용하는 건, 인생의 숙적에게 라고 생각했으니까.

점 점, 마력을 머금으며 거대해져 가는 빛의 날. 그 길이는 이윽고, 건물 하나를 뛰어 넘을 정도로 커져만 간다.



"이게 바로... 악을멸하기 위한 용사의 검이다."

마치 마왕에게 말하듯. 알베인은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그의 눈은. 아까의  와는 다르게, 자신감에  있었다.

성검에 흘려 넣은 마력이. 그에게서 강제적으로 절망이나 슬픔이나, 분노를 지운 것이다.

그것이 그에게 과연 좋은 영향을 끼친 것일까-. 클레온은   없었다.



그리고. 이내, 알베인의 검이 휘둘러진다. 마치, 수평선을 베어내듯. 거대한 칼을 가로로 움직이면-

그것을 보고 재빨리 몸을 숙인 사샤의 머리 위를 가르고 지나가는 알베인의성검.

이윽고, 가만히 서 있는 클레온의 몸을 향해 날아든다.



"천붕패세참-!"

알베인의 외침과 동시에. 클레온은 갈라테아를 들어. 그 검날에 가져간다. 그러자-

갈라테아의 검날에  씌워진. 검은 마력이. 알베인 거대한 검의 신성 마력과 부딪히자.

마치, 달구어진 나이프로 버터를 자르듯.

그 부분이 잘려 나가, 마력의 날을 두 동강 낸다.

"──어?"

허공으로 산화해 흩어지는 마력. 클레온은 멀쩡히 선 채. 검에 묻었던 마력의 잔향을 털어내듯. 한 번, 검을 휘두르고. 알베인을 바라보았다.

"그게 네 전력이냐?"

"무, 뭐. 무슨 짓을  거야?"

"──네가 한 것과 같은 것을 거다."

잠시의 침묵 후, 클레온이 말한 것에 비틀 거리는 알베인. 자신과 같은 것을 했다고? 검에 마력을 주입하여, 극도까지 단련한 일도의 참격을...?

하지만, 그렇기에는 너무나도- 작았다. 클레온의 칼날이. 칼날의 크기는  마력 량의 크기. 자연스럽게, 마력 량이 더 많은 쪽이 그렇지 않은 쪽을 압도해야만 정상이었다.

"마력 량은 물론 네가 더 많았다. 다만. 네가 그것을 넓게 확신시킨 것에 반해. 내가 더 좁은 범위에 마력을 몰아넣은 것일 뿐."

"아니- 무슨... 그런 일을 하려면, 라일라보다도 마력 컨트롤이 더 능숙해야 해! 네가 그런─ 그런 게 가능하다고?"

"내가 아니야.  검이 한 것이지."

"──"

마검의 의지. 갈라테아는 주술사도 아니면서, 그와 비슷한 마력 컨트롤이 가능할 정도이다. 그것도, 인간의 모습- 분신체에서조차.

그렇기에. 검의 상태에서는, 극도의 난이도를 요하는 마력 컨트롤조차. 간단히 해버리고 마는 것이다.

알베인은 자신의 필살의 일격이 허무하게 막히고 말아다는 것을 깨닫고, 자신의 성검을 내려 보았다.

"...하...하하..."

그리고, 모든 것을 포기 했다는 듯, 웃음을 흘린다. 천천히 몸이 앞으로 쓰러졌다.

모든 마력을 사용한 것에 대한 반동... 그리고 탈진.

이제 슬슬 끝낼 필요가 있다. 알베인을바라보며, 클레온은 손에 힘을 넣었다.



-004



"성검의... 신탁?"

모험가 길드의 휴게소. 소년과 청년은, 소녀가 꺼낸 이야기에 고개를 갸웃한다.

아무래도, 소녀는 어젯밤 꿈자리에서 '성검'이 감추어져 있다는 곳에 대한 신탁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 신탁 속에서, 소년은 성검을 뽑아들고.

이 행위가 이윽고. 세계를 구하게 될 것이라는 예언까지 받았다고 한다.



"... ..."

그 엄청난 이야기에 쉽게 이야기를 다물지 못하는 소년.

그리고, 그런 소년을 걱정하는 눈으로 바라보는 소녀.



"...어이어이! 굉장하잖아!"

그리고, 가장 기뻐하는 청년.

청년은 소년의 등을 두드린다. 그가 이렇게까지 기뻐하는 모습을 본 것은 처음이라는 듯.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그에게 집중된다.



"성검의 선택을 받았다는 것은... 용사가 된다는 거야!"

당연한 말이지만. 꿈만 같은 이야기. 소년은 잠시 소녀와 청년을 번갈아 보더니, '내가?'라는 듯이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켰다.



"그래! 그리고, 너도. 신탁을 받을 정도로 신의 총애를 받고 있다는 거고."

소녀에게 감탄했다는 듯 이야기 하는 청년. 그는두 사람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웃어 보인다.

"─정말로, 세상을 구하게 될지도 모르겠는 걸. 너희 둘."

"우리들이... 세상을..."

소년은 자신의 손을 내려다 보다, 주먹을 꽉 쥐었다. 그리고 청년을 올려다본다. 이제 키는 거의 따라잡았지만. 소년은 청년에게서 배울 것이 많았다.


"자신을 가져. 이건 분명 운명이야."

청년은 그런 소년의의도를 읽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 소녀에게 신탁의 다음을 들려달라고 이야기 했다.


"성검이 있는 곳은 도시의 남쪽에 위치 한 고대 유적. 강력한 수호자가 지키고 있다고 해요. 중간의 함정도 많고."

"고대 유적이라면 어두운 곳인 걸. 조명도 충분히 챙겨가야겠고."

"...저희들이 할 수 있을까요?"

불안하다는  물어오는 소녀에게, 청년은 대답했다.



"물론이지. 모험이라는 건 카드게임 같아서─"

"나왔다."

소년이 피식 웃으면서 청년을 바라보자. 청년은 아랑곳 하지 이야기를 계속한다.

"어이. 제대로 들으라고.  번이라도 이야기해서 가슴속에 새겨두란 말이야."

그럼, 소년은 청년을 대신하여 그 다음을 이야기 했다.

"일어날 일에 대비하고, 가장 적합한 패를 내놓는다. 이것을 반복하는 것으로, 모험은 성공으로 이어진다."

005



알베인은 몸을 일으켰다. 이미, 그에게 의식은 없었다.

클레온은 그를 마무리 지으려다, 알베인의 검에서 나타나는 이상한 마력의 흐름에 검을 양손으로 잡았다.

성검- 황금의 성검.

전설에 따르면. 이것은 신이 지상에 보냈던 '천사'가 깃들어 있는 물건.


천사는 전쟁에서 육신을 잃고. 본인을 검에 담았다고 한다.

그것이. 모든 성검과 용사의 전설의 시작.

진부하면서도, 가장 그럴듯한 이야기의 근본이었다.



클레온도 알베인도. 그 사실은 '전설'이라 취급하여 믿지 않고 있었다.

갈라테아가 진동한다. 평소처럼 클레온의 행동에 불만이 있을  나타나는 것과는 달랐다.

마치, 공명하는  했다.

알베인의 머리 위, 신성마력이 응집하여비틀린 원과 같은 것이 나타난다.

성검에서 튀어 나온 마력의 터널이, 알베인의 몸 이곳저곳을 꿰뚫어. 강제적으로 몸을 움직이게 하고. 신성마력을 주입한다.

"─갈라테아. 이게-"

[맞아. 내가 이야기 했던. 용사가 '반드시'세상을 구할  있는 이유.]

──많은 용사의 전설은. 그 용사가 세상의 악과 함께 사라지고. 세상에는 평화가 되돌아오는 것으로 끝이 난다.

그것은─ 실제로. 용사들의 싸움에서 그들의 힘이 부족하여 마지막의 마지막. 적에게 당해 쓰러진다고 하더라도.


성검이 남아. 그 역할을 이어간다.

성검에 깃들어있던 천사의 영혼이, 강제적으로 용사의 몸을 부여잡아.자신과 동화 시킨다.

인간의 육체는 천사의 영혼을 견디지 못하지만─ 단시간에라도, 용사가 낼  있는 것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강력한 힘을 보유하고. 그저 눈앞의 '악'을 멸하기 위해 움직이는.

자폭 병기.


그것이. 용사이다.

클레온이 바라보는 중에도, 알베인의 모습은 점차 변하고 있었다.

천사의 영혼을 육체에 받아들이고. 헤일로는 가시관과 같이 변화하며. 그 등에는 신성의 마력으로 이루어진 8장의 날개가 펼쳐진다.

하늘의 구름을 잡아 찢으며, 천상의 빛이 내려와 알베인의 몸을 감싼다.

갈라테아로부터 이 현상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클레온은 알베인에 대한 복수에 있어서 가장 최대의 난관은.  부분이라고 계속 생각하고 있었다.

자신의 복수에 휘말려서 도시하나를 날려버리게 되면 본말전도였으니까.

하지만, 갈라테아는 그런 주인을 위해 '대책'을 속삭였다.


클레온은, 품속에서 검의 핵을 꺼내든다. 근처에서 폭주하는 동족을 느낀 것일까.

마력에 의해 충전되어 가동된 검의 핵은. 갈라테아와 마찬가지로 알베인의 성검에 공명하고 있었다.



[NRJIG NGJJHYSGDD]

알  없는 언어. 알베인의 입이 열리고 튀어나온 것은 그의 목소리일까. 아니면 천사의 목소리일까.

이미, 인간이 아니게 되어버린 것 만 같은 알베인을 바라보며, 클레온은 검의 핵을 가지고 천천히, 알베인에게 다가간다.

알베인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신성마력이, 그 여파만으로 주변의 잔해를 깎아내면. 당연히, 클레온의 몸이 무사할리 없었다.

조금씩. 조금씩. 가까이 갈 때 마다. 몸 전체의 가죽을 베어 가르는, 날카롭고 적대적인 마력의 격류.

"클레온씨!"

그 모습을 뒤에서 바라보며, 소리치는 사샤에게. 클레온은 조용히 손을 들어 보이며. 안심시킨다.

[클레온... 병기가  천사의 목소리가 아닌─ 진짜 그녀의 목소리를 들어.]

갈라테아의 목소리. 클레온은 귀를 기울이고, 마력 속에서 그녀의 의지를 읽어낸다.

[─도와, 줘─]

─알베인도, 갈라테아의 것도 아닌 목소리가. 분명히 들렸다.

클레온은 전신에 자신의 마력을 한계까지 끌어올려.  몸을 덮는다.

마치, 검은 갑주. 극도로 압축된 그의마력은, 눈 위에서 흰색으로 불타오른다.


이윽고, 검의 핵은. 알베인의 성검에 닿는다. 라일라가 분명─핵의 가동 키워드에 대해 이야기 했었다.



 단어는- 멈춰야 하는 성검의 이름- 알베인조차 알지 못한-


"칼리번-!"

빛의 기둥이. 그 자리에서 하늘을 꿰뚫듯이 솟아올랐다.

엄청난 소리에, 클레온은 마력으로 막고 있었던 귀에서 피가 흘러나오는 것을 느꼈다.

응축되었던 신성한 마력은, 그 자리에서 가동을 멈춰 중심을 잃어버리고 산화한다.

열어젖혀진 먹구름은. 서서히  틈을 벌려가고 있었다.

──하늘에서. 산산조각 난 신성마력이 마치 꽃가루와 같이 떨어진다.

황금색으로 빛나는 이것은. ─원래라면. 사람을 지키는 마력.

악의에 의해 움직이던 아까와 달리. 이제는 무해하다. 도시 전체- 아니, 이 일대에 떨어지더라도, 아무런 문제는 없겠지.

클레온의 전신을 감싸고 있던 검은 마력이 사라진다. 전신에 상처를 입은 채. 숨을 내몰아 쉬는 클레온.

그리고. 땅에 완전히 쓰러져 있던 알베인을 바라보다, 갈라테아를 내려찍는다.


─그것으로 끝.

성검은 부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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