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화 〉각본 (04/16 수정) (수정예정)
"장막의 이빨은 실패했나요... 뭐. 그럴 것이라고는 생각했지만~ 마검사를 잡기에는 너무 쌌나?"
매혹적이면서도, 위험한 분위기를 가진 여성이, 어둠속에서 입꼬리를 비틀었다.
그녀의 손에는, 피칠갑이 된 해골 가면과, 돈주머니가.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임무의 실패로 인해 의뢰가 취소되었으며
그 책임을 져 임무에 투입되었던 인물이 제거되었음과 함께, 의뢰 수행을 위해 건네받았던 돈을 돌려주겠다는 것이었다.
장막의 이빨은 이 일대에서 암살 업을 생업으로 하고 있는 집단.
수장의 '그림자'는 자신과 레벨이 두배이상 차이가 나는 강자의 미간마저도 단번에 뚫어 죽인 적이 있다는 소문을 들었기에
시도해 볼만한 가치는 있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이렇게 되었는가.
물론. 그녀는 그것으로 용서할 생각이 없었다. 자신의 개입을 알고 있는 그들에게는 입막음이 필요했다.
그러니─ 여기서는 용사의 힘을 쓰도록 할까.
여성은 손가락을 빙글 돌리며, 책상위에 놓여 있던 자신의 모자를 착용한다.
붉은 색의 천에 금수로 새겨진 월계수의 문장.
그리고 그 가운데의 '심판'을 상징하는 망치.
아카데미에 존재하는 21개의 학과 중. 20번째.
[집행]의 학과의 상징.
일반 학생들에게는 존재조차 알려지지 않은 위험분자들.
특히나 인간 적으로도, 윤리적으로도, 브레이크가 망가진 그녀의 경우.
기분 좋을 정도로 자신의 손 위에서 춤추는 어리석은 자를 보는 것만큼.
즐겁고도 흥겨운 연극은 없었다.
001
도시의 뒷골목. 들어선 건물들과 벽 사이에 생긴 그늘진 통로의 안에는.
일반인들이 햇빛을 받으며 평범하게 생활한다면 닿을 일 없는 어둠이. 확실하게 꿈틀대고 있었다.
다른 도시에 비해 치안은 좋은 편이라고 자부하는 길드의 모두지만.
뒷골목으로 들어가는 것만큼은, 절대로 추천하지 않는 편이었다.
빛의 면이 있다면, 어두운 면이 있다.
행복의 바람의 지휘 하에, 자유롭게 성장한 도시의 뒷면에는.
일반적인 곳에서라면 존재를 용납되지 않는 이들의 자리가 있다.
[암살 집단] [갱] [사교도]
이름만 듣더라도 머리가 아파지는 사고뭉치들.
허나, 그들도 이곳을 벗어나면 드디어 갈 곳이 없어진다는 것을 아는 이들이다.
그렇기에 어느 정도 상도덕이라는 것을 지켜가며, 오늘도 어둠을 먹고 사는 도시의 기생충들이었다.
이런 기생충들에 대한 걱정은 없는 것일까.한 명의 여성이 미로같이 얽힌 도시의 뒷골목을 걷고 있었다.
통로의 곳곳에 뿌려진 핏자국. 알코올의 냄새. 불법적으로 생성된 '약'의 연기.
노려보는 눈빛이 사방에서 느껴진다. 여성은 검에서 손을 때지 않은 채 앞으로, 앞으로. 골목의 더욱 깊숙한 곳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흑발에 흑안. 경장에 레이피어.
환영마법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바꾼, 클레온이었다.
본 모습으로 나타나면, 당연하지만 현상금을 달려드는 멍청이들을 상대해야 하기 때문에.
성별까지 바꾸어 보았지만. 머리와 눈 색 만큼은 '왜곡'으로도 바꿀 수 없었기에. 그대로 남겨두어야만 했다.
하지만, 설마 그─ 아니, 그녀가 '현상 수배범'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없었다.
너무나도 당당한 걸음걸이에, 틈이 없는 기색. 분명. 이름 있는 여성 모험가겠지.
그렇기에, 그녀를 지켜보는 눈빛들도 입맛을 다실 수밖에 없었다.
그 기척만으로도, 자신들이 상대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클레온은 그런 그들의 눈이 닿는 거리를 쭉 통과하여, 최심부의 광장에 도착한다.
평방 8 제곱미터 정도 밖에 되지 않는 작은 평지.
사방이 무언가의 건물의 벽으로 둘러 싸여있고, 오직 하나의 통로만으로 들어갈 수 있는 곳에는.
조용히 적선을 기다리는 한명의 거렁뱅이만이 앉아 있었다.
클레온은 다른 곳에 눈길을주지 않고, 직선으로 그 거렁뱅이에게 가까이 간다.
그러고는, 그가 내걸고 있는 깡통에 금화를 던져 넣으며 말하는 것이다.
"그림자의 송곳니를 두려워하라. 우자의 죽음은 달콤한 과실과 같으니. 그대의 비명이 새 아침의 종소리가 되리라."
얼핏 들으면, 의미를 알 수 없는 난해한 문장. 허나, 거렁뱅이는 그 문장을 듣자, 품에서 금색으로 빛나는 종을 꺼내 그것을 흔든다.
'치링... 치링... 치링...'
정확하게 13번 울리는, 짧은 종소리.
그러고는 재빨리, 그 광장을 클레온이 들어온 통로를 통해 빠져 나간다.
클레온이 조용히 기다리면-
건물 사이의 그림자에서 한명의 인영이 튀어나온다.
해골의 가면을 뒤집어쓰고. 검은 머리를 길게 기른- 얇은 라인의 여성.
키는 사샤보다 조금 큰 정도일까. 검은 갑옷 사이사이로 갈색의 피부가 보인다.
아마, 햇볕에 탄 것이 아닌,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색이겠지.
소녀는 가면을 벗지 않은 채. 클레온-여성의 모습을 한 모험가를 바라본다.
그러고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장막의 이빨을 찾아온 것은 누구인가."
무미건조한 목소리. 죽음의 신의 추종자로써 의도적으로 감정을 지우는 훈련을 받은 것이겠지.
클레온은 그런 소녀를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너희들과 이야기가 하고 싶다."
나오는것은 여성의 목소리였지만. 그 말투는 남성의 것이었다.
소녀는 그런 이상한 인물에 대해, 고개를 갸웃 한다.
위화감인가- 위기감인가. 어느 쪽인지 판단하는 데에 곤란해 하는 듯 했다.
그럼, 클레온은 손가락을 튕긴다. 그러자- 여성의 모습이 사라지면서, 거기에는 마검사로써의 클레온의 모습이 돌아온 것이었다.
다음 순간, 소녀의 머리카락이 불안정하게 흔들린다.
그것은 놀람인가 혹은 분노에 의한 것인가.
하지만, 죽음의 신의 신도로서 살인을 경건한 의식으로 생각하는 암살자.
스스로의 감정을 죽인 채 조용히 클레온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금에 원한을 가지더라도, 심장에 원한을 가지지 않으리.'"
그 문구는, 어느 암살집단이라도 공통적으로 신조로 가지는 문장이었다.
의뢰를 받아 죽음을 선사하는 그들에게 있어서 '금전적'인 감정을 가지더라도, 암살 대상에 대해서 '개인적'인 원한을 가지는 것을 금한다.
이를 어길 경우─ 단순한 살인자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이. 그들의 교리였다.
잠시의 침묵.
"... ... 원망을 받더라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 소녀에게, 클레온은 나지막이 이야기 한다.
아마- 어제 싸웠던 그 호적수. 그림자의 암살자는 이미 이 세상에 없다.
암살집단의 규정 상. 의뢰의 달성에 실패한 암살자는 그 집단 내부에서 처단되어야만 했다.
사람의 목숨을 가지고 오기로 약속되었기 때문에. 그 실패의 책임으로써. 자신의 목숨을 내주는것이다.
그것이 싫다면. 평생을 도망자의 신세로써 살아가며, 언제 다가올지 모르는 자신의 죽음에 떨면서 죽어갈 수밖에.
어제의 암살자는 그러지 않았다.아니, 어쩌면 그러지 못했다.
확실히. 그 실력은 일반적인 암살자의 범주를 크게 뛰어넘고 있었지.
자신 역시 첫 일격이나, 두 번째의 이동에 반응하지 못한 것을 떠올리며, 클레온은 그에대해 조용히 추모했다.
"──나는 '페르디아'. 실패로 인해 그 목숨을 신께 바친 전 대의 '그림자'의 뒤를 이은 사도다."
"클레온이다. ... 이 이상의 자기소개는 불필요 하겠지."
페르디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클레온을 올려다보았다. 이 남자가 자신의 스승을 쓰러트렸다는 사실에 의문이 들었지만.
클레온의 태도에서, 자신들을 향한 묘한 친근감을 가지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야기라는 것은 무엇이지? 너에 대한 의뢰는 이미 철회 되었다."
소녀는 한 글자 한 글자. 평정을 유지한 채 이야기한다.
암살집단에 있어서 실패란 죽음보다도 최악의 결과이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실패하기보다, 대상과 동귀어진 하는 것을 고르는 것이었다.
"너희들에게 경고할 것이 있어서 온 거다."
"경고라고? 우리를 협박하려는 건가?"
클레온의 말에, 페르디아는 조금 이상함을 느꼈다.
모험가들이 생각하기에, 암살집단이란 그저 돈을 받고 사람을 죽이는 살인자 집단.
자신들을 두려워하면서도 그 근간에는 자신들에 대한 멸시 등이 있음을 페르디아는 알고 있었다.
분명 이 남자에게서는 자신의 스승에 대한 존경이나 예의를 느꼈다.
그런 그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었다.
"아니, 너희를 위협하는 것은 내가 아니다. 더 위험한 녀석들이지."
"...뭐라ㄱ─"
거기까지 말한 순간. 광장을 흔드는 지진. 무언가가 폭발하는 소리가, 지하에서 들려왔다.
"뭐지...!?"
페르디아가 당황하여 주변을 둘러보다, 연기가 올라오는 것을 발견한다. 그 쪽은- 자신들의 아지트가 있는 방향이었다.
그러곤, 곧바로 클레온을 바라본다. 설마, 이 남자가?
하지만. 생각하고 있을 시간은 없었다. 페르디아는 우선 클레온보다도 모두의 안전을 확인하는 것이 먼저였다.
클레온을 방치 한 채, 그림자로 날아오른다. 마치 땅위를 달리듯.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발놀림으로 벽을 차고, 그 위를 달린다.
달밤의 어둠 속에서 그녀를 보았다면. 분명 형태를 갖추고 찾아온 죽음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겠지.
허나, 그 작은 등에서 보이는 '짊어진 것'이 클레온에게는 보였다.
그것을, 조용히 바라보는 것이었다.
002
"크윽... 어째서... 여기를..."
땅에 쓰러지는 소년,소녀들. 하나 같이 나이는 10이 채 되지 않는 듯 했다. 대다수는, 검은 머리에 갈색 피부를 가진 아이들.
손에 든 단검은 예리하게 단련되어 있었지만. 그들 본인은 그러지 못한 듯 했다.
그저, 눈앞에서 찬란하게 빛나는 '정의의 성검' 앞에 스러지는 '악역'들일 뿐이었다.
그들을 차례대로 배어 쓰러트리는 것은 ─ 용사 알베인.
누군가의 정보를 듣고, 암살집단의 아지트를 급습한 그는.
성검의 힘을빌어 아지트에 숨어있던 단원들을 하나 둘 무력화 시킨다.
목숨을 빼앗지 않을 정도로, 고통을 느끼게 하는 성검의 힘.
물론─ 자비나 그런 것이 아니라. 그저, 자신의 성과를 모두에게 자랑하기 위해서일 뿐이다.
"후우~ 요 며칠 동안 쌓였던 스트레스가 풀리는 걸."
마치, 도시 밖의 마물 등을 상대할 때와 같은 태도. 인간을 베는 것에 대한 저항감 따위, 그에게서는 느껴지지 않았다.
알베인은 생각했다. '그 여자와 손을 잡은 것은 정답이었다.'고.
정확한 소속이나 위치는 알지 못한다. 지위도─ 자신의 팬이라는 것도 거짓말이겠지.
하지만, 그 길드마스터를 움직일 수 있게 하는 수완이나-
암살집단의 아지트를 파악하고 있는 정보력.
클레온을 죽이고, 자신이 이 도시의 영웅이 되어.
최고의 용사로써 거듭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는 그녀의 제안을 수락한 것은.
그야말로, 여신의 도움이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자아. 남은 건 몇이지? 이 녀석들 약한 주제에 죽지 않는다고 몇 번이나 덤벼대고..."
알베인은 그런 암살자들이 짜증난다는 듯이 어깨를 풀었다.
"말해두지만. 내 의지 하나로 너희들을 죽이는 것 따윈 문제없다고."
그러면서, 쓰러져 전투의지를 상실한 이들에게 겁박을 가하는 것이었다.
"어차피 너희들은 사회에서 사라져도 문제없는 '기생충'들."
이들의 존재가 사라짐으로써, 이 도시는 조금 더 살기 좋아질 것이다.
"나는그런 기생충을 '구축'하고 있을 뿐이지. 이런 건 싸움에도 들어가지 않아."
그렇기에, 자신의 행위는 정의. 용사로써 검을 휘두르기에 부족함이 없는 상황.
승리. 성취감. 고양감. 만족.
긍정적인 감정에 성검은 미친 듯이 반응하며, 알베인을 더욱 날뛰게 만든다.
마력의 증폭이 발생시키는 진동이, 성검을 흔들리게 만들고 있었다.
그런 그를 막기 위해, 그림자 속에서 인영이 튀어나온다. 바닥에서 벽으로, 벽에서 천장으로. 그리고 다시 천장에서 바닥으로. 바닥에서 벽으로.
한번 움직일 때마다, 알베인의 몸을 베어 가르는 '검은 빛'.특제 단검은, 순식간에 용사의 몸에 네 개의 상처를 남길 것이다.
─라고, 벽에 매달린 채, 페르디아는 착각했다.
음속에 가까운 속도로 알베인을 공격했음에도 불구하고. 부러진 것은 그녀의 단검이었다.
알베인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정확히는 '능동적으로 반응'하지 않았다.
그저, 몸에 성검에서 흘러나온 마력을 휘감은 것으로, 일반 적인 공격을 무효화 한 것이다.
"용사... 알베인...! 어째서 이런 짓을!"
마치, 아까 전의 클레온에게 보이던 분노와 같은 그것.
다만, 아까와다른 점은.이번의 분노는 '합당'하다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신조에 따른 냉정함을 접어둔 채, 그저 눈앞의 침략자에게 자신의 울분을 토해냈다.
허나─ 용사는 '악인'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뭐라는거야 쓰레기가. 더러운 암살자 주제에."
악에 대한 혐오를 감추지 않는 알베인의 표정에.페르디아는 이를 갈았다.
눈앞의 이 남자는. 자신들을 인간으로 여기지 않는다. 팔 다리의 개수가 같은 '벌레'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목숨을 빼앗지 않는 것을 스스로의 자비라 생각한다.
페르디아는, 해골의 가면을 벗어 던졌다. 그 아래 숨어있던 잿빛의 눈에는, 동료를 상처 입혀진 슬픔과.
용사에 대한 증오와, 무력한 자신에 대한 분노가 담겨져 있었다.
그렇기에. 본래라면, 암살의 대상이 아니면 사용이 금지된 자신의 진정한 무기를 꺼내든다.
전신에 새겨진 마력의 문신이 빛을 발하면, 그녀의 검은 머리카락이 떠오른다.
잘 보면, 머리카락은 몇 가닥으로 뭉쳐있고, 끝에는 마치 창의 '촉'과 같은 것이 달려 있었다.
당대의 그림자가 '사신'으로부터 허락받은 무기. '영무발조술(影舞髮操術)'. 선대의 '잠영휘체(潛影揮體)'와는 다른, 암살 술의 극의 중 하나이다.
소녀의 머리카락이 그림자와 같이 춤춘다. 그 길이는 신축자제인 듯. 있을 수 없는 거리로 늘어나며, 벽, 땅. 천장을 달려 나가, 단 하나. 눈앞의 적을 꿰뚫기 위해 질주한다.
마치, 검은 짐승의 포효. 하나하나가 목숨을 끊기 위한 필살의 일격.
알베인은 그 변화에 당황하여 성검으로 방어 자세를 취 한 채로 뒤로 물러섰다.
허나, 페르디아의 '그림자'는 그것을 놓치지 않는다.
카가가가가각!!!
마치 회전하는 톱날이 철판을 때려대는 듯 한 엄청난 소리와 함께 성검에 연속으로 틀어박히는 창. 알베인이 간신히 몸에 신성마력을 두르고, 직접적인 피해를 막아내고 있지만─
그녀의 창에는 대상의 마력을 중화시키고, 공격할 때 마다 그 강도를 더하는 특징이 섞여 있다는 것을.
어깨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를 보고 난 뒤에나, 알베인은 깨달았다.
"크윽... 이벌레 년이...!"
알베인은 분노하며 마력을 성검에 모은다. 당연하게도, 몸을 지키던 마력이 없어지지만, 그것조차 상관없다는 듯이 응축된 마력은-
"세인트 버스트!"
그의 외침과 동시에, 전 방위로 폭발하듯 퍼져 나갔다.
아지트 전체를 뒤흔드는 잠깐의 충격. 발밑이 흔들리며,페르디아의공격이 일 순, 멈추었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알베인은 옆에 쓰러져 있던 암살단원 중 하나를 잡아들어, 자신의 방패로 삼았다.
"──큭…….!"
페르디아는 그 모습을 보고 다시 한 번, 움직임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알베인이 방패로 삼은 소녀의 목에 검을 가져다 대자. 선혈이 성검의 검신을 타고 흐른다. 페르디아는 복창이 뒤집어지는 느낌을받으며, 기술을 해제했다.
"좋─좋아, 하하... 혹시라도 수상한 짓을 할지도 모르니... 너, 그머리카락을 잘라버려라."
"... ..."
자신의 능력이 발동하는 것을 보는 순간. 혹은, 알베인을 공격하려는 시늉을 보인 순간.
남자는 눈앞의 아이를 죽일 것이다. 페르디아는 그저 절망스러운 심정으로. 부러지지 않은 또 하나의 단검을 들어 자신의 머리카락으로 가져간다.
뜨,두,둑...
마치, 힘줄을 절단하는 것만 같은 소리. 자신이 지금까지 쌓아온 스승과의 훈련의 기억들이 담긴 머리카락이 떨어져 나갈 때 마다.
영혼의 깊은 곳이 갈기갈기 찢기는 고통이 느껴졌다.
알베인은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그녀의 행동이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다음 순간. 검은 마력의 화살이 날아와 알베인의 손등에 틀어 박혔다.
신성마력에 의해 보호되고 있던 신체이기에, 관통상을 입지는 않았지만. 손에 들고 있던 인질이 떨어지는 것은. 순식간의 일이었다.
"어─?"
얼빠진 소리를 내리는 알베인. 그리고 또다시. 이어지는 것은 물리적인 충격을 가진 화염의 기둥. 알베인의 방어 마법을 뚫지는 않을 정도의 규모이지만.
그 출력만으로 알베인을 아지트의 바깥으로 밀어내기에는 충분했다.
알베인은 크아아악! 하는 소리를 내며, 아지트의 바깥으로 날아간다.
하늘을 올려다보면, 검은 경장의 여성이 자신을 내려다보며 마법을 행사하고 있는것이 보였다.
누구냐! 대체 누구인데 자신에게 이런 짓을!
"창천의 유성우... 플레어 스파이크."
하늘로 쏘아 올려진 검은 불꽃. 그것은, 이어서 흑색의 태양과도 같은 화염구로 모습을 바꾼다.
거기에서 튀어나오는 것은 알베인을 향해 그 촉수를 뻗어오는 검은 불꽃의 가시덩쿨.
술사가 거기에 의식을 집중하지 않더라도, 자동으로 대상을향해 연타해 온다.
"우오오오오!!!"
알베인은 성검으로 간신히 그 가시가 틀어박히는 것만을 막으며 버티려 하지만. 거기에 너무 정신을 팔린 나머지. 그림자가 자신에게 접근 하는 것을 눈치 채지 못했다.
이윽고, 알베인의 다리를 묶는 페르디아의 머리카락. 그러고는, 알베인을 쾅! 쾅! 마구 잡이로 내패대기 치며. 그를 완전히 격침 시키는 것이었다.
클레온의 마법은, 거기서 끝났다.
"... ..."
알베인은 정신을 잃은 채 땅에 처박혀 있었고.
페르디아는 반쯤 잘렸던 머리카락이, 방금 전의 움직임으로 완전히 뜯겨 나가, 아까와 같은 완전한 장발이 아닌, 머리의 오른쪽 절반만 뒤쪽으로 내려오는 비대칭의 머리모양이 되어 버렸다.
그녀가 분노한 얼굴로 단검을 가지고, 알베인을 마무리 하려 한 순간.
클레온이 그녀를 멈추기 전에, 끼어드는 목소리가 있었다.
"어머나... 설마 당신이 먼저 여기에 와 있었을 줄이야~"
붉은 제복의 여성. 여전히, 그림자와 모자의 챙으로 가려진 얼굴이 마법적인 효과에 의한 것인지 모르지만 인식할 수 없었다.
클레온으로써는 초면의 그 여성이. 본능 적으로 알베인을 뒤에서 조종한 흑막- '집행과'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이게 네 각본인가?"
클레온은 집행과에게 묻는다. 그럼, 여성은 턱에 손을 얹고 고개를 갸웃합니다.
"응~ 하지만. 독립심이 강한 주역이 각본을 망쳐버렸네요~"
그런 것 치고는 여유로운 태도의 그녀.여기서 무력화 시키는 것이 정답이겠지.
클레온이 다음 마법을 준비하려 한 순간. 그녀의 눈이 붉게 빛나며 클레온 쪽을 바라본다.
그러자 두근- 하는 소리와 함께 울리는 무언가. 클레온은 모여들었던 마력이 스스로 흩어져 가는 것을 느낀다.
아니, 마법을 해제한 것은 자신이다. 자신의 의지로 한 것이지만, 자신이 결정한 것은 아니다.
"매료인가... 마안의"
클레온은 큭. 하고 눈을 가린다. 하지만, 이미 마안의 마력이 자신에게 침투한 상황. 한동안은 이쪽에서 공격할 마음이 드는 상황조차 제어할지도 모른다.
그 모습을 본 여성이 만족스럽다는 듯, 천천히 허공으로 날아올라, 클레온에게 다가간다.
그 거리가 가까워 질수록, 여성은 그 입 꼬리를 휘어지게 만들어, 웃는 얼굴이 되어간다.
이대로- 가까이 가서. 클레온의 복부에 검을 찔러 넣으면. 승리하는 것은 자신.
페르디아는 그런 여자를막기 위해 몸을 움직이려 했지만. 무리하게 발동한 기술의 리바운드가 와 움직임이 늦어진다.
하지만. 다음 순간-
집행과가 클레온에게 완전히 다가가기 직전.
마검이 빛을 내더니 순식간에 나타난, 아름다운 악마가 클레온의 몸에 붙은 채. 여성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눈은─ 완전한 어둠을 삼킨 채. 그저 감정 없는 얼굴로. 여자를 바라본다.
그리고 나지막히. 마검의 화신은 이야기 했다.
"다가오지 마."
소름 끼칠 정도로 악의와 살의에 가득 찬 목소리. 마력이 담겨 '언령'과도 같이 작용하는 목소리를 들은 집행과와 페르디아는 본능적으로 공포에 질렸다.
이곳에서 당장 멀어지고 싶다! 라는 생존욕구가 불쑥 불쑥 머리를 들이미는 상황.
여성은 서둘러 클레온에게서 멀어지더니 쓰러진 알베인의 몸을 집어 든다.
"음~ 아무래도 지금은 불리 한 것 같으니. 다음에 하도록 하죠~"
"기다려! 멋대로..."
다음 순간. 하늘에서 떨어지는 클레온. 페르디아는 깜짝 놀라 떨어진 클레온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아마, 마안의 마력보다도. 연속으로 여러 가지 인물의 지배의 각인으로부터 힘을 빌려온 것... 그리고ㅡ, 여성으로 변신하기 위해 두 사람의 기술을 섞었던 것의 응용으로. 커다란 기술 두개를 섞어서 사용한 것에 대한 반동이었다.
어느 샌가, 검에서 나타났던 악마는 사라져 있었다.
페르디아는 주변을 잠시 둘러보다, 조용히 클레온의 몸을 들쳐 업고-
모두와 함께 비상아지트를 향해 이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