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화 〉추락
완전히 뻗어버린 쿠온의 몸을 욕실에서 깨끗하게 만들고 백작의 방에 눕혀놓은 뒤.
클레온은 오랜만에 마음을 놓고 잠이 들 수 있었다.
시각은새벽.
초봄의 늦은 일출에 작은 감사를 느끼며 눈을 감았다.
그렇게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은 채 깊이 자던 중
그런 모든 것을 부숴 버릴 듯한 커다란 폭음에 클레온은 눈을 떴다.
마력의 반응.
결계가 누군가에 의해 공격받고 있었다.
클레온이 서둘러 장비를 챙겨 로비로 나오자
쿠온 역시 소리를 듣고 급하게 나온 것일까.
반쯤 열어젖혀 진 가운 차림으로 복도에 나왔다가 클레온과 마주친다.
"클레온! 방금…. 꺅!"
그렇게 말하려는 순간 또다시 울리는 폭음.
그리고 이번엔 진동.
마치 작은 지진이라도 일어난 듯 흔들리는 저택에 쿠온이 균형을 잃고 쓰러질 듯 비틀거리자
클레온이 재빨리 팔을 뻗어 그녀의 몸을 잡아주었다.
마물을 쫓기 위한 결계의 내구도는 그렇게 높지 않고.
설치자인 클레온이 느끼기에
한 번 더 같은 공격을 받으면 결계가 완전히 박살이 날 것이 자명했다.
그리고 이런 식의 결계 파괴.
결코, 스마트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빠르게 결계의 해제를 원한다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다.
그렇다면.
"크, 클레온…. 이제 괜찮으니까…."
클레온의 팔에 안겨 얼굴을 붉히는 쿠온.
아직 몸의 감도가 민감한 것일까.
새끼 사슴과도 같이 부들부들 떨며 클레온을 올려다본다.
그럼, 클레온은 그런 쿠온을 팔에서 떼어놓고.
바깥으로 시선을 돌렸다.
"쿠온. 안에 있어. 보고 올게."
"에? 하지만…."
클레온의 말에 걱정된다는 표정을 하는 쿠온.
얼마 전까지라면 클레온에게 이런 표정을 보내는 일은 없었다.
그런 변화에 클레온은 잠시 입을 다문 뒤, 이어서 이야기했다.
"괜찮아. 상대가 누군지는 대충 짐작이 가니까."
001
"클 레 온-!"
적발의 소녀가 지옥에서 찾아온 사자와도 같이 소리를 내지른다.
한 손에는 전투용 지팡이.
끝에 창날이 달려 땅에 박아 넣어도 쓰러지지 않는 특주 품이다.
감정에 반응한 마력의 폭풍이 그녀의 몸 주변의 흙이나, 나무들을 흔들고 있었다.
두 번의 강력한 마법행사.
일반적인 마법사라면 이미 마력 고갈로 허덕이고 있어야 했지만.
라일라는 아카데미 수석 마법사.
보유하고 있는 마력의 양이라면 대륙에서도 손으로 꼽힐 정도의 천재.
타인이 한 번 사용하기에도 힘든 마력 소모를 필요로 하는 마법이라도,
그녀라면 쉬지 않고 두 자릿수의 횟수만큼행사할 수 있었다.
마력 소모를 생각하지 않는 연속 마법.
이라고 하면. 조금 무식해 보이지만.
라일라에게 있어서 자신의 마법은 학문의 결정체 그 자체였다.
긍지 높은 불꽃의 심장이.
다시 한 번 각인된 주문을 끌어 올리며 결계에 마무리를 지으려는 순간.
저택의 문이 열리며 걸어 나온 한 남자의 모습을 보고
잠시 그 주문을멈춘다.
"──그렇게 주문을 쏴 대서. 안에 있는 녀석까지 죽일 셈이냐."
"클레온…! 너 이 자식…!"
클레온의 비아냥거림에 라일라는 얼굴에 핏줄을 새운다.
하지만 이윽고 준비되었던 마법을 해제하는 것이었다.
"바보 취급 하지 마. 제대로 계산은 해두었어. 결계가 파괴되면 그다음에는 널 직접 찾으러 들어갈 생각이었으니까."
"역시. 아카데미 수석. 굉장한 술식 분석이야."
칭찬인지, 비꼼인지 모를 대답과 박수.
이 남자는 얼마나 자신을 화나게 하고 싶은 것일까.
라일라는 지팡이를 양손으로 고쳐 잡고 곧바로 전투태세를 취했다.
"쿠온은. 무사해?"
라일라의 질문에 클레온은 잠시 고민하는 눈치였다.
그러고는 이렇게 대답했다.
"목숨에 별 지장은 없지."
"목숨─ 너, 쿠온에게 뭘 한 거야!"
"본인에게 직접 물어보지 그래?"
한쪽 입꼬리가 올라간 비열한 웃음.
클레온의 태도에 완전히 참을성의 한계를 넘어버린 라일라가,
지팡이의 머리 부분을 클레온에게 향한다.
클레온 역시 마검을 뽑아들고 저택에 펼쳐두었던 결계를 해제했다.
"영창 파기(破棄)─ 플레어 스파이크!"
그와 동시에 라일라의 등 뒤에 거대한 화염의 구가 떠오른다.
태양을 축소해 놓은 듯한 그것.
라일라의 특기 마법 중 하나인 화염의 가시가.
촉수처럼 구에서 빠져나와 눈앞의 남자를 노린다.
개수는 넷.
가상의 손발을 움직이는 요령으로 제어 되는 가시들은 빠른 속도로 허공과 땅 위를 가로질러
클레온의 사지를 노렸다.
"3티어 마법을 영창 파기인가…. 그 사이에 실력이 또 늘었군."
클레온이 파티를 나가기 전의 그녀라면
같은 마법의 영창을 축소하는 것까지는 가능했지만.
완전히 파기하고 발동하는 경지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분노에 의한 일시적인 부스트인가.
아니, 분명 공부와 연구를 거듭해서 그녀 스스로 이뤄낸 것이겠지.
하지만, 라일라가 성장한 것의 수배.
클레온은 새로운 힘을 손에 넣은 상태였다.
클레온의 팔이 재빠르게 움직이며, 뱀과 같이 휘어진 궤도로 마검을 이동시킨다.
오른쪽 어깨. 왼쪽 허벅지. 왼쪽 상완. 오른쪽 종아리.
미끄러지듯 이동하는 검의 궤적이 정확하게 자신을 노리고 날아온 가시들을 모두 쳐낸다.
플라즈마 형태의 화염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형태로 튕겨 나오자
라일라는 `큭….`하고 침음을 내뱉었다.
"하지만. 공격의 수를 바꾸지 않으면."
클레온은 그런 라일라의 모습을 보며 나지막이 이야기한다.
1년의 모험가 생활.
클레온과 라일라에게 차이가 있다고 한다면
라일라는 클레온을 보려 하지 않았고.
클레온은 라일라를 지켜봐 왔다는 것.
덕분에, 클레온이 어떤 마법을 사용할 줄 알고.
어떻게 검을 휘두르는지 모르는 라일라에 비해.
클레온은 파티의 전력을 파악하고.
항상 작전을 준비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덕분에 라일라가 어떤 마법을 주로 어떻게 사용하는지.
클레온은 어느 정도 파악이 끝난 상태였다.
거기에, 프라이드가 높고 과시욕이 높은 라일라다.
새로운 주문을 완성하면 매번 마물들에게 테스트하는 것이 루틴이었다.
확실히 그 실력의 성장 속도만큼은 괄목할만한 것이어서.
실제로 일주일 사이에 라일라는 클레온의 상정보다도 강한 모험가가 되어 있었다.
틈을 주지 않고 날아오는 두개의 화염 구.
영창파기와 동시에 이루어진 이중영창.
대다수 마법사가 본다면 탄성을 내뱉을만한 테크닉.
하지만, 이번에도 클레온은 마력을 감싼 검을 휘둘러 녀석들을 절단 내 버리고 그대로 앞쪽으로 뛰쳐나간다.
마력에 의해 강화된 신체가 거의 음속에 가까운 빠르기로 뛰어나오자.
라일라는 자신의 주변을 화염의 벽으로 감싸 몸을 지킨다.
"플레임 버스트!"
이어진 주문의 발동에 화염의 벽이 폭발을 일으키며 클레온을 뒤쪽으로 날려버렸다.
강력한 화염의 발산으로 주변 몇 미터의 나무나 풀들이 전부 불타버렸다.
아무리 클레온이라도 이것을 정통으로 맞았다면.
안면에 화상을 입었겠지.
그렇게 생각한 라일라는 입꼬리를 올리며.
폭발의 여파로 올라왔던 흙먼지들이 내려앉길 기다린다.
하지만, 다음 순간
휘익! 하고 허공을 가르고 날아온 무언가가 라일라의 어깨에 틀어박혔다.
"아극…!"
튀어 오르는 선혈.
의복을 적시는 피와고통에 얼굴을 찌푸리며 자신의 어깨를 내려다보면.
클레온이 던진 모험용 다용도 단검이 자신의 어깨에 박혀 있었다.
그렇다는 것은
"이걸 맞고도 무사해…!?"
이윽고 흙먼지가 모두 내려앉으면 거기에는 옷을 조금 그을리고.
몸 자체는 멀쩡한 클레온이 라일라를 노려보며 서 있었다.
그 칠흑 같은 눈에는 명백한 살의가 감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라일라를 움츠리게 한 것은 그의 망막에 모여든 마력 반응.
`마력시…! 거기에, 내가 알 수 없는 무언가…! 그걸로 향상된 동체 시력으로 마법에 대응하고 있는 거야…!`
만약, 그가 조금이라도 빠르게 결판을 내고싶어 했다면.
흙먼지 너머에서도 자신의 머리나, 심장에 단검을 던졌겠지.
물론 중요한 부위는 어느 정도 마력의 막을 쳐서 방어해내고 있다고 하지만….
`위험해…. 이 녀석과 정면에서 겨루는 건 상책이 아니야. 그렇다면─`
라일라는 재빠르게 마력을 갈무리하여 다른 마법을 발동한다.
그러자, 그녀의 몸이 서서히 떠오른다.
지상에서 5m는 떨어진 높이.
입을 꽉 물고 단검을 뽑아낸 뒤.
그 부분에 포션을 쏟아 부은 그녀는 비릿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안타깝네! 클레온. 그실력을 파티에서 조금 더 보였더라면. 알베인에게 쫓겨나지는 않았을 텐데."
완전히 우위에 섰다고 판단한 라일라의 도발.
하늘을 날 수 없는 클레온과 허공을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는 자신.
만약 클레온이 자신을 잡기 위해 공중으로 도약해 온다면
허공에서 움직일 수 없는 클레온에게 마법을 빠르게 때려 박으면 된다.
하지만, 클레온은 그런 도발에는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듯.
라일라와 똑같이 여유로운 미소로 답한다.
"너희 같은 녀석들에게 그렇게 해 줄 필요가 있었을까. 잘 모르겠는걸.."
"...이 상황에서도여유로운 태도. 정말 짜증나는데. 기껏 해봐야 1티어의 주문밖에 쓰지 못하는 쓰레기가…!"
결국, 먼저 얼굴에서 미소를 지운 것은 라일라였다.
하지만. 상황의 유리함은 변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주문의 각인을 끌어올리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만천의 하늘. 영원의 광휘. 지어내는 것은 일곱의 기둥. 이끌림의 빛."
`영창. 3티어에서 파기가 가능한 그녀가 단축하지 않은─`
상상 이상의 마력 결집이, 그녀의 주변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보였다.
이전에 경험한 적 없는 질량의 마력압.
허공에 떠오른 채 공간을 비틀 정도의 마력행사에 아무리 클레온이라도 식은땀이 흘러나올 정도였다.
"두벨 메라켈 페크다엘 메그레젤 알리오첼 미자렐알카이델"
이어지는 영창.
한 단어, 한 단어마다.
붉은색을 넘어 파랗게 타오르는 화염의 덩어리가 그녀의 주변으로 떠오른다.
아까 보았던 화염구의 수십 배는 강력한 것임을 클레온은 알 수 있었다.
"너 제정신이냐? 그런 마법을 여기서 사용했다간. 숲은 물론 내 뒤쪽의 저택마저 불타 없어질 텐데?"
"아아. 괜찮아. 힘 조절은 할 테니까. 그보다 중요한 건. 널 여기서 없애버리는 거지만."
완전히 마력이 전신에 돌아 푸른색의 안에 붉은 빛을 머금은 라일라의 눈.
상정 이상의 마력사용으로 머리카락마저 불과 같이 타오르며 열기를 내뿜는다.
심장의 허용량을 넘어 몸 자체에 각인 된 주문의 문양이 그녀의 등과 어깨 위에 떠올라
눈과 같이 붉은 빛을 띄우고 있었다.
마법은 완성되었다 이제.
남은 것은 불구대천의 적을 불태우는 일뿐.
"사라져...! 클레온!"
지팡이의 끝이 지상의 클레온을 가리킨다.
Asterism Septentrion
"아스테리즘-셉텐트리온!"
성좌의 마법.
인간이 구사할 수 있는 마법 중 하나의 도달점.
예로부터 별은 인간의 손에 닿지 않는 신성한 존재의 상징으로써 여겨져 왔다.
그 형태를 모방하고, 수많은 개념을 농축시켜.
개념적, 물리적, 마법적으로 절대적인 위력을 발휘하는 삼위일체의 비기.
공간이 찢겨나가 푸른 하늘 너머로 보이는 검은 공간.
그곳을 수놓는 푸른 불꽃.
이윽고.하나하나.
거대한 화염의 기둥이 되어 클레온이 있는 곳을 향해 쇄도한다.
기둥의 크기는 인간 하나는 여유롭게 짓눌러 버릴 수 있는 굵기.
거기에, 적으로 지정한 대상을 자유자재로 쫓으며 가로막는 모든 것을 불태운다.
마법의 속도 역시 상상 이상.
도저히 눈으로 파악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으며.
그것이 머리, 어깨, 다리. 팔. 그리고 심장을 쫓아 전 방위에서 옥죄여 온다.
피할 수단은 없다.
라일라는 화염의 감옥에 휘감겨 가는 클레온을 보면서 희열의 웃음을 올렸다.
하지만. 마력으로 강화된 그녀의 눈으로.
클레온의 입가에 걸친 미소를 본 다음 순간.
"마나 쇼크."
"윽!?"
갑작스럽게 자신의 어깨를 달리는 마력의 충격.
위력 자체는 별것 아니었다.
라일라가 떨리는 얼굴로 어깨를 내려다보면, 그곳에는 자신이 각인한 것과는 전혀 다른 주문의 문양이 떠올라 있었다.
"설마, 단검에-"
다음 순간. 자신이 응축해 두었던 모든 마력이 허공으로 산화한다.
행사 중이었던 마법도 그 여파에 휘말려 형체를 잃고 단순한 마력 덩어리로 돌아가고 있었다.
"어, 어째서!? 한번 발동한 마법이, 이런 작은 충격으로 흩었지─"
거기까지 말한 다음 순간.
라일라는 깨달았다.
천재라고 자부하는 그녀의 지능이 머릿속에 수많았을 가능성을 확인하고 이윽고 깨달은 것이다.
`마력제어의…. 강제적인 무력화…. 아주 일시적이지만. 체내에서 직접 발동하면- 마력기관인 심장이 보호를 위해. 마력을 갈무리...`
보통 인간이라면 의도적으로 행해야 하는 마력을 사용한 육체의 보호.
하지만, 라일라는 자동반사 수준까지 자신의 제어를 갈고 닦아
근접전에 취약한 자신의 몸을 지킬 수 있는 수준까지 끌어 올렸다.
그것이 패인이었다.
이 이야기를 언젠가 자랑스럽게 파티의 일행에게 떠벌린 적이 있었던 것을 떠올린다.
인간의 한계라고 불리는 5티어의 마법이. 그저 자연스럽게 사라져 간다.
찢겼던 공간이 돌아오고
라일라의 무한에 가까웠던 마력은 조금 전의 마법과 방어로 인해 바닥에 가까워진 상태.
비행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해야만 했다.
그리고 그녀를 엄습하는 공포.
이렇게까지 자신이 무력해진 상태는 그녀에게 있어서 경험해 본 적이 없는 상황이었다.
`──도망, 가야 해. 나 혼자서는 무리야. 클레온은, 너무 우리에 대해 잘 알아…!`
알베인이었다면 설령 실력의 차가 나더라도 인정하지 않고 맞서 싸우려 했겠지.
하지만 라일라는 달랐다.
그녀는 현명했다.
지능의 차이라고 해도 좋았다.
그리고 어리석었다.
애초에 혼자서 와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고.
다음 순간, 깨닫게 된다.
`─뭐야?`
이렇게까지 틈을 보인 자신에게 아무것도 해 오지 않는 클레온을 내려다본 라일라.
하지만, 그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무장을 손에 들고 있었다.
검은 활.
순수한 마력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닌 실체를 확실하게 소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거기에 걸린 것은 물리적인 화살이 아닌 마력으로 이루어진 것.
그런 것보다도 클레온이 활을 사용한 적이 있던가?
아니, 저 자세는.
레인저의 것이다. 마검사가 사용할 수 있는 종류의 기술이 아니야.
지상에서 떨어진 공중의 사냥감을 노리는, 사냥꾼의 눈.
눈. 활. 사냥꾼.
"사, 샤...?"
"떨어져라."
하늘을 나는 새는 떨어졌다.
누구의 손에도 닿지 않을 것만 같았던.
고고한 붉은 새의 추락이었다.
002
"어, 어디까지 간 거지…."
숲을 나아가는 사샤.
일단은 무장하고 있었지만 사냥을 위해 찾아온 사람의 표정을 하고 있지는 않았다.
아침 일찍. 알베인으로부터 이야기를 전달받은 다음 순간.
라일라는 곧장 살아있는 숲의 방향으로 뛰쳐나갔다.
아마, 그녀에게는 다른 사람에게 보이지 않는 것이 보인 거겠지.
알베인 역시 따라가려 했지만.
목 뒤에 난 상처를 본 갈라의 제지로 우선 치료를 받기로 했다.
─쿠온을 데리고 사라진 클레온.
그 이야기를 들은 순간.
두근. 하고 심장이 울린 것은 어째서였을까.
그가 자신을 지켜주겠다고 한 이후로
사샤는 틈이 나면 클레온의 얼굴을 떠올리고 가슴의 두근거림을 느꼈다.
하지만. 조금 전의 그것은 조금 달랐다.
마음의 어딘가가 꾸욱. 하고조여 오는 감각.
하지만, 어딘가 그에 대한 신뢰를 잊을 수 없는 자신.
"클레온씨..."
자신의 가슴께에 떠오른 은은한 문양에 손을 올리며 그를 떠올린다.
이따금, 그 문양이 작게 빛을 내는 것 같았고
그때 마다, 자신과 클레온의 연결을 확인한다.
그럼. 마음이 순식간에 따뜻해지는 것이었다.
사샤는, 이 문양을 통해 클레온의 위치를 어렴풋이 느끼며
그가 있는 곳으로 향하는 중이었다.
"...어?"
다음 순간. 저 멀리서 하늘의 공간이 뒤틀리는 것이 보였다.
수 킬로미터는 떨어진 곳에서도 느껴지는 마력의 압력.
주변의 작은 짐승들이 전부 공포에 질려 자신이 온 방향으로 도망가는 것을 사샤는 보았다.
엄청난 충격이 올 것에 대비해 몸을 바위 뒤로 숨긴 다음 순간.
상상했던 일은 일어나지 않고.
빼꼼, 하고 몸을 내밀어 하늘을 확인한다.
그곳에는, 아까와도 같은 마법은 남아있지 않았고.
큰일이 일어나지 않아 다행이라 판단했다.
두근.
또다시, 심장의 두근거림.
이번에는, 달랐다.
마치, 누군가의 부름의 호응 하듯 사샤의 몸이 반응하고 있었다.
심장 부분의 문양이 크게 떠오른다.
연보라색이었던 그것은 마침내 완전한 보라색으로 바뀌고.
몸 전체를 관통하는 충족감에 사샤는 몸을 떨었다.
이윽고, 하늘을 수놓는 검은 화살이 쏘아 올려진다.
그것이 클레온과 자신의 것이라고.
사샤는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