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8화 〉제2부. # 13화. 바람이 분다. (19)
148.
오랜만의 만남.
우연치 않게 인적이 드문 벤치에서의 시간.
그리고 가볍게 시작된 키스가 불꽃처럼 두 사람을 점화시켰다.
그들 사이를 가로 막으며 방해하던 도시락은
어느새 구석으로 치워지고 더욱 가까워진 두 사람의 거리가 금세 다시 좁혀졌다.
그리고 이내 그들의 입술이 다시 하나로 맞닿았다.
사방으로 탁 트여있지만....
밤이 가져온 어두움에 용기를 얻은 듯
명록의 손이 그녀의 등을 타고 옷 안으로 서서히 올라오기 시작했다.
한적한 장소.
캠퍼스에서 어렵게 찾아낸 그들 만의 공간이었다.
도시락을 먹으면서도 아무도 오지 않았던.....
그곳에서의 시간이 수진도 그의 손길을 받아주게 만들었다.
오랫동안 밖에 나와 차가워진 명록의 손길에 수진의 피부가 긴장되기 시작했다.
타이트하게 그녀의 가슴을 조이던 브래지어 후크가
명록의 손길 아래 툭 하고 풀렸지만 오히려 그녀의 몸은
점점 더 팽팽하게 당겨진 활시위처럼 긴장하고 있었다.
가빠지는 명록의 숨과 함께 차가운...
그의 손이 그녀의 브래지어컵 아래로 들어왔다.
차가운 손끝의 흐름이 그대로 젖가슴 위로 지나고
솜털 하나 하나를 자극하고 있었다.
그 날카로운 감각들이 그녀의 온몸으로 처지며 아로새겨지듯 강하게 느껴졌다.
움켜쥐듯 쥐었다가 다시 점점 깊숙하게 들어오던
명록의 손가락이 도착한 마지막 도착지.
언제나처럼 그의 손가락은 천천히 그곳을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
짜릿짜릿한 감각.
명록의 손길이 그곳에 닿을 것을 생각만 해도
수진의 가슴이 조금씩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쌕쌕.
그녀는 거친 숨을 내뱉기 시작했다.
분명 한적한 장소는 맞았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아무도 안온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곳은 캠퍼스 안이었다.
거기에다가 시험기간 중인 학교 안.
" 중간고사 " 라는 커다란 이벤트 속에서
일요일 밤이라고는 하지만 내일 시험을 앞둔 학생들이
아직도 도서관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들 중 한 명은 이렇게 한적진 장소까지 산책 나올 수도 있는 일이었다.
누구에게 보일 수도 있는 위험한 장소이기에,
명록에게 이러지 말라고 말을 하고 싶었다.
지금 그녀의 젖가슴을 깊게 움켜지고 있는 그의 손을 빼내고
안겨 있는 명록의 품 안에서도 빠져나가야 하는데 수진의 몸은 머리와 다르게
오히려 그의 목을 더욱 바짝 끌어안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단단해진 젖꼭지가 간질거렸다.
무엇에 홀린 듯 놓고 싶지 않았다.
한껏 예민해진 유두 위로 그의 손가락이 얼음처럼 차갑게 느껴졌지만,
스치며 만지작 거릴 때마다 어떤 불꽃보다 뜨겁게 강렬한 자극이
다리 사이 깊숙한 곳을 찌릿 거리며 울려댔다.
" 아..."
가벼운 스침에도 수진의 입에서
탄식인지 감탄인지 알 수 없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강렬한 키스와 함께 그녀의 몸을 어루만지는 명록의 손길에
수진이라는 성벽이 조금씩 허물어지고 있었다.
어느새 섹스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그녀의 머리를 장악해갔다.
명록의 물건이 주는 쾌감이 절로 허벅지에 힘을 주게 만들었다.
그 쪼임이 다른 감각을 불러오고 찌릿찌릿 울릴 때마다
그녀의 아랫도리 부분에서 무언가 샘솟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금세 질척하게 젖어버린 다리 사이, 허벅지 안쪽 긴장이 점점 높아지고
익숙해져버린 쾌감에 대한 기대가 그녀의 몸을 지배하고 있었다.
수진의 입에서 거친 숨소리가 흘러나오며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뒤로 젖혔다.
다소곳이 모았던 그녀의 양 무릎 사이가 점점 멀어지며 벌어지기 시작했다.
" 하아.... 하고 싶어......."
명록의 열기 어린 말이 귓가로 흘러들어왔다.
그의 목소리와 함께 뜨거운 숨결이 느껴졌다.
욕망은 언제나 뜨겁고 끈적거린다고 했던가.
지금 그의 숨결과 속삭임이 그렇게 느껴지고 있었다.
하지만.....
수진은 바로 대답을 하지 못하고 망설였다.
그녀도 당장 그를 원하지만, 이곳은 학교 안이었다.
아무리 인적이 드물어도 역시 당장 이곳에서
그와 사랑의 행위를 하기엔 너무도 사방이 트여있었다.
열기에 젖어서 살포시 주변을 둘러보던
수진의 시선에 짙은 덤불로 가려진 건물 구석이 들어왔다.
환한 가로등 불빛이 사각처럼 가려진 그늘이 그곳에 있었다.
평소 어둡고 인적이 드물어서 무섭다며
피해서 빙 돌아가는 곳이었지만 정염에 사로잡힌 지금만큼은
그곳은 그들을 위한 최적의 장소였다.
그녀가 한다고 허락의 말도 하지도 않았는데,
명록 역시 수진이 보는 그곳을 발견하고는 그곳을 향해
그녀의 손을 잡아 이끌었다.
그리고 그 어두운 그림자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어둠 속에 숨은 두 사람은 서로 바지를 벗겨내기 시작했다.
찌이익...
지퍼 내려가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그리고 벌어진 바지가 아래로 내려가고
서늘한 밤공기가 팬티가 내려간 그녀의 터럭을 헤집고 있었다.
그의 손가락이 민감한 곳으로 들어와서 꼼지락거렸다.
그럴수록 애액이 점점 많이 흐르는 것을 느끼며
손가락이 격렬하게 움직일 때마다 더욱 진해진
찌릿거리는 느낌이 등줄기를 타고 올라왔다.
허벅지에 힘을 주며 오므린다고 하는데도
자신도 모르게 힘이 풀리며 금방이라도 주저앉을 것 같았다.
" 하아.... 아악..... "
절로 새어나오는 신음소리.
끌어안고 그녀를 애달게 만들고 있는
명록의 숨소리도 이미 거칠어져 있었다.
여름으로 가는 길목이라 한낮에는 따듯함을 넘어
덥기까지 하는 계절이긴 했지만 밤은 아직 쌀쌀한 기온이었다.
하지만 둘은 온몸이 달아올라 뜨거워진 탓에 아까의 선선함을 느낄 수 없었다.
아니 오히려 한여름의 무더움이 느껴졌다.
다시 한번 길게 이어지는 딮키스.
혀와 혀가 서로의 입을 오가고
수진은 명록을 받아드리며 정신없이 빨아대고 있었다.
키스가 이어지는 동안 그의 손은 더욱 깊이 파고 들었다.
" 아.... "
이미 애액이 허벅지를 타고 흐르는 거 같았다.
오랜만에 이어지는 명록의 손길이 학교라는
공간 속에서 더욱 빠르게 그녀를 흥분시켰다.
" 수진아....... "
그녀를 부르는 명록의 말에 감았던 눈을 뜨고 바라보았다.
무언가 말하는 듯한 그의 눈짓에 수진은 바로 무엇을 명록이 원하는지
눈치채고는 벽을 잡고 뒤로 돌아섰다.
벽을 잡고 몸을 숙이고 자신의 다리를 벌렸다.
손바닥으로 콘크리트의 차가움이 느껴졌지만, 수진은 손을 땔 수 없었다.
그리고 그녀가 뒤돌아서기를 기다렸다는 듯
명록이 뜨겁게 달아오른 딱딱한 그의 분신을 바로 그녀의 안으로 밀어넣었다.
" 아흑....... "
그녀의 몸을 열고 들어오는 명록의 분신.
손길과 다른 뜨거움이 수진을 채우고
딱딱한 그것이 가득 몸 안을 대신하고 있었다.
왜.....
여자의 몸은 그렇게
남자의 몸을 받아드릴 수 있는
공간이 있는 걸까.
이 미칠 것 같은.....
느낌은 뭘까.....
로맨스 소설의 글귀를 읽으며
연애에 대해 상상하던 그 시절과는
하아....
너무 변한 거 같아.
이렇게 달라진 듯한 내가....
내가 이상해.....
할리퀸 소설의 야한 정사를 읽으면서
발그레 볼을 붉히던 자신이 대여섯살 시절의 꼬꼬마만큼 어리게만 느껴졌다.
그리고 이젠....
자신이 읽었던 로맨스 소설의 여주인공처럼
명록의 손길을 그리워하고 원한다는 것이 갑자기 변해버린 모습인양
당황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수진은 더 이상 생각을 이어갈 수 없었다.
이내 깊숙이 그녀의 뱃속 깊이 닿는 것이 느껴지며 엉덩이에 단단한 명록의 몸이 닿았다.
그리고 다시 뒤로 물러서고 다시 밀고 들어오기를 반복하기 시작했다.
벽을 잡고 버티고 있는 수진의 몸이 흔들리고
그녀의 허리 아래 부분을 잡는 명록의 손길이 느껴졌다.
점점 빨라지는 움직임.
쩍쩍 거리는 소리와 함께 질척거리는 그곳의 소리가 너무도 야하게만 느껴졌다.
그녀의 몸을 채우고 물러나는 것조차도 어느새 더욱 빨라지며
거세게 벽으로 자꾸만 그녀를 내모는 명록의 몸짓에 밀리지 않게 저항하는
그녀의 두 팔과 다리가 조금씩 힘이 풀린 듯 후들거리기 시작했다.
준비되지 않은 섹스.
예상치 못한 섹스.
언제나 하던 것처럼 샤워를 하고 하는 것도 아닌....
충동적인 시간이었다.
혹시 생활에서 생기는 자신의 냄새가 흘러 나오지 않을까.....
살짝 걱정하던 그녀였지만, 그의 삽입과 함께 이미 쾌감과 흥분 속에서
그런 생각은 하얗게 지워져 버렸다.
그리고 야외라는 공간이 더욱 자극적으로 느껴졌다.
일상의 공간.
평상시 공부라는 것만 생각하는 공간.
정해놓은 것도 아니지만 이곳은 남녀상열지사와는 거리가 있는 곳이었다.
이곳에서 섹스를 연관지어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근데.....
지금 명록과 그것을 하고 있었다.
더군다나.......
모텔처럼 가려진 공간이 아닌.....
누군가 언제든 올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또하나의 스릴을 만들고 그것이 흥분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아슬아슬하고....
위험한 장난.
누군가 들킬까 말까 숨어있는 숨박꼭질의 그것처럼.....
제한된 시간 안에 빨리 해야 되는 무엇처럼.....
누군가의 방해가 있을지 모르는....
이런 자신들의 모습을 누가 보게 되지 않을까....
- 하는 생각들이 압박감에서 야릇한 느낌으로 바뀌며 그녀를 달구고 있었다.
벽을 잡고 버티던 수진은 어느새 무너져 팔뚝으로 버티고 있었다.
엉덩이만 뒤로 치켜세우며 그의 움직임에 탁탁 받아내었다.
퍽퍽 채워지며 한없이 뜨거워지는 아랫도리의 충격.
찌걱거리는 소리, 그녀의 엉덩이와 명록의 배가
부딪히며 내는 짝짝거리는 박수소리가 점점 커지고 빨라졌다.
그의 몸을 한껏 받아내며 버티고 서있던 수진의 몸도
점차 리듬을 타듯 그의 움직임에 맞춰 움직이기 시작했다.
자신도 모르게 움직이는 엉덩이.
허리가 휘어지고 팽팽해지는 근육의 느낌.
힘주어 뒤로 밀수록 쾌감이 커져갔다.
" 웁.... 흐읍..... 하아... 으흡...... "
수진은 자신의 입 앞에 와있는 손가락을 꼭 입술로 베어 물었다.
이빨 사이 물린 손가락에서 통증이 느껴질 정도로 물고는
명록이 그녀의 안에 그의 분신을 거칠게 밀어 넣을 때마다
자꾸만 새어 나오려는 신음소리를 간신히 틀어 막고 있었다.
모텔과는 또 다른 차이였다.
거기선 몸이 이끄는 대로 자연스럽게 하면 되었다.
들뜬 몸이 신음소리를 불러내면 그것을 그대로 방 안에 토해도 꺼릴 것이 없었다.
평상시 아무것도 아닌 것이 하나의 구속이 된다.
하고 싶어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자연스럽게 했던 것이 지금은 할 수 없는 것이 된다.
소리를 내고 싶어도 내지 못하는 것이 또 다른 쾌감으로 번졌다.
하지만 그런다고 모든 소리를 감출 수 있는 건 아니었다.
훤하게 뚫린 공간에 숨길 수 없이
두 사람의 살이 부딪히는 소리와 쇠붙이가 부딪히는 소리가
건물 벽에 반사되어 더욱 크게 들리는 것 같았다.
" 그래서 시험 망쳤다고? "
순간 들려오는 남자의 목소리.
작게 들려온 말이었지만 수진은 심장이 멈추는 줄 알았다.
<<바람이 분다.(19)>> 끝 => <<바람이 분다.(20)>> 로 고고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