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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2화 〉제2부. 13화. 바람이 분다. (3) (132/195)



〈 132화 〉제2부. # 13화. 바람이 분다. (3)

132.


발 끝으로 퍼져가는 시큰한 감각이
수진의 몸을 가득 채우자 한계에 다달은 풍선처럼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았다.
펑 터져서는 산산히 흩어질  같았다.
쾌감으로 감전되는 것처럼 연신 소름이 끼치고
그녀의 온몸은 팽팽하게 당긴 피아노줄처럼
긴장감으로 가득차서 어떻게 해야 할지 알수 없었다.


무어라도 꽉 잡아야 할 거 같아
명록을 끌어 안은 양손 끝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손톱이 그의 등을 파고 들어가는 거 같았지만
그를 생각하며 힘을 줄일 여유가 없었다.

점점 정상을 향해 올라가는 그녀의 신호를 읽은 
명록도 마지막 고지를 향해 더욱 거칠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퍽퍽퍽!
쩍쩍!


침대가 비명을 질러댔다.
치골이 뻐근하게 아파와도 온몸이 저리는 쾌감에 그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세상이 흔들리고 온 우주가 흔들리고 있었다.
눈을 감아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 불꽃들이 여러가지 빛을 내며 반짝거렸다.
수진의 온몸에 느껴지는 명록의 가슴이
아니 그의 온몸이 돌처럼 딱딱해져갔다.



수진아...!!! 헉헉...나  것 같아...!!!"


쥐어짜듯 말하는 그의 목소리.
평소엔 콘돔으로 피임을 하였다.
하지만 지금은 콘돔을 끼지 못한 채 시작된 섹스였다.


명록은 급박한 순간에 질외사정을 위해
분신을 빼내려 몸을 뒤로 향했지만, 수진은 빠르게
그의 몸을 끌어 안고는 팔을 풀지 않았다.

" 하앙... 오빠.... 그냥 안에다 싸도 돼!  먹었어! 괜찮아... 학학... 아흑... 오빠... 빨리... 하앙.... "



수진의 마지막 신음과 함께 그에게 매달렸다.
피임에 대한 염려를 날려버리는 그녀의 말에
안심이 되었는지 명록은 빼려던 엉덩이를 그대로 다시 흔들어댔다.
그의 움직임은 다시 거침없이 빨라지고, 높은 해일이 되어 그녀에게 밀어닥쳤다.


거대한 태풍이 되어버린 명록은
수진을 집어 삼켜버리고 미친듯이 박아대며 울부짖었다.
수진도 흐느끼듯 숨을 몰아쉬며 그런 그에게 매달려 연신 신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 아흑!!!! "

명록의 신음소리가 크게 뭉치며
짐승의 울부짖음처럼 방 안에 울려퍼졌다.
그리고 일쑨 멈추더니 천천히 수진의 가슴으로 꼬꾸라졌다.


부들부들 떨며 탁탁 끊어지는 그의 몸에서
경련이 나듯 떨며 굳어지고 수진도 아랫배를 부르르 떨고 있었다.

둘은 얼싸 안은 채 그렇게 전율의 여운을 나누었다.
천천히 숨소리가 가라앉기 시작하고
끈이 떨어져 나간 인형처럼 수진의 몸이  늘어졌다.

격렬했던 시간이 어느새 끝나고
모든 것이 사라져 버린 공허만 남아 있었다.
하지만 허무함도 잠시, 그녀의 몸 안에서
꿈틀거리는 명록의 분신의 움직임이 느껴졌다.
아직도 울컥거리며 뜨거운 액체들이 쏟아내는 모양이었다.


평상시 잘 느껴지지 않았던 정액의 뜨거움이 느껴지며 그녀의 안을 채우는 거 같았다.
움찔거리는 명록의 물건은 평소보다 더 길게 사정을 하고 있었다.

사정(射精).

단지 정액을 쏟아내는 일련의 행위를 일컫는 생식 행위일 뿐인데,
이질감 없이 그녀의  안에 원래 있었던 것인양 자신을 쏟아내고 있는
명록의 행위가 지금까지의 시간을 나타내는 문장에 대한 마침표처럼 느껴졌다.

질내 사정이 오늘 처음은 아니었는데도
이번에 몸 안에서 느껴지는 감각은 이상할 정도로 안락하고
만족스러운 감각을 그녀에게 안겨주고 있었다.

그와 하나가 되는 느낌.


가슴에 가득 느껴지는 따스함에
자신도 모르게 수진은 땀에 젖은 명록의 등을 끌어 안았다.
그렇게 두 사람의 시간만 멈춰버린 것처럼 명록과 수진은 서로의 호흡을 나누었다.
그리고 아무런 미동도 없이 오랫동안 서로의 몸을  안은 채 멈춰져 있었다.





**************





폭풍 같은 섹스.
누가 시작한 표현인지 몰라도
정말 이이상 맞는 표현은 없는 거 같다.

언제나 섹스는 폭풍과 같다.

거칠고 세찬 비바람이 몰아치듯 정신없이 무섭게 몰아친다.
그 순간 만은 다른 생각을 할 새를 주지 않는다.
하지만 절정의 순간을 넘기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고요해지고 평안해진다.
모든 것을 날려버릴 듯한 폭풍이 지나가고
갑자기 맑은 하늘이 찾아오는 것처럼....
정말...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이보다  적절한 비유는 없을 듯 싶다.


지금도...
헉헉 소리를 내며 불규칙한 숨소리가 서서히 잦아들고 있었다.
세차게 타오르는 불꽃과 같은 시간 뒤
명록과 수진은 서로를 껴앉고 누워있었다.
서로의 심고동소리를 듣고 있는 양
포개져서 땀에 젖어있는 몸을 쓰다듬었다.


하얗게 비었던 머릿속으로
수진 만을 느끼고 있는데 갑자기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 오빠.....? "


명록은 천천히 눈을 뜨며 입을 열었다.




" 응? "




" 저기... 우리.... "




무언가 말하기 어려운지 말을 끊은 수진이었다.
잠시 그녀의 숨소리 만이 들리더니 말이 이어졌다.

우리... 내일부터는 만나기 어려울 거 같아....... "

응??? "



갑자기 무슨 소리인가......
대체 왜.....


명록은 미간이 끔틀거리며 수진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그의 시선을 살짝 피하며 말을 이었다.

" 나 이제 중간고사 시작되거든..... 이제 시험 공부해야되서....... "



미안한듯 말꼬리를 흐리는 수진의 목소리가 작아지며 흩어졌다.

아....
벌써 그렇게 되었나?
개학한지 얼마 안된  같은데 벌써 중간고사라니......


명록은 시간이 그렇게 빨리 흘러버렸나....
-하는 마음에 혼자서 입 속으로 중얼거렸다.




시험.



언제나 시험이 시작되면 수진과의 만남은
빨간불이 켜진 횡단보도처럼 정지되어버리곤 했다.
그러나.....
순간 이렇게 그녀에게서 잠시 만나지 말자는
얘기를 듣게 되자 기분이 살짝 상하는 것을 느꼈다.


특히 유달리 아까 적극적이던 그녀의 모습이
겹쳐지면서 더욱 감정의 곡선이 급하강하고 있었다.
아까 좋았던 그녀와의 시간이  이런 말을 하기 위한....
사전 작업처럼 느껴져서 더욱 기분이 나빴다.


물론 그런 것이 아니리라 생각하고 있었다.
특히 성적에 대해 수진이 욕심을 부리고 있는 것은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였다.

지금까지 4학기 동안 장학금을 받았고
대학 다니는 동안 올A학점을 목표로 열심히 노력할 거라는 것은
이미 여러번 그녀에게서 들은 사실였다.



" 난.... 학생이잖아. 부모님이 열심히 뒷바라지 해주시는데 그정도는 해야지....... "

그리고 장래에 취업을 생각하면
당연히 대학때 좋은 성적은 기본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마음이 상해서 그런지 수진에게 있어서
시험보다 못한 자신의 존재감이라는 것이 더욱 크게 느껴지고
그것이 날카로운 송곳이 되어 그의 마음에 상처를 후벼파고 있었다.


명록은 괜히 그녀에게 심통을 부리고 싶어졌다.
그냥 가슴 한구석에서는 알았다고 말하고 있는데도
입은 전혀 엉뚱한 말을 내뱉고 말았다.



그냥 저녁때 잠깐만 보면 되잖아...... 꼭 그렇게 보지 말자고 할 필요는 없지 않아......? "

순간 그의 말에 수진이 멈칫하며 굳어졌다.
잠시 그렇게 멈춰있던 그녀가 천천히 표정이 변하더니
볼에 살짝 홍조가 돌면서 눈썹이 미간 사이 주름을 만들엇다.
그리고 바로 불만스런 어조로 수진이 입을 열었다.



" 치이.... 오빠는 나하고 잠깐만 보고 갈 수 있어? 그리고...... 시험공부할 때는 딴데 신경쓰고 싶지 않단 말이야.......! "



머???
딴데....?!
아니 딴데라니......?

수진의 말에 다시 명록의 마음이 시끈해졌다.
대놓고 그녀의 공부를 방해하는 존재라고 말하는 거 같아 더욱 기분이 나빠졌다.


그냥 장난삼이 꺼낸 말이었는데
왠지 지금은 장난이란 생각이 들지 않았다.
물론 심통이란 양념이 뿌려져 있긴 했지만.

" 그냥 잠깐만 보려면 보면 되지 머. 나도 공부하는 너를 길게 귀찮게 하고 싶지 않아. 난..... 네가 보고 싶을때 참기 힘들던데..... 넌 전혀 아닌가 보다.....?! "

명록의 말에 수진도 발끈하고 있었다.



그...그런 말이 아니잖아! 사실 오빠하고 있음 나도 놀고 싶은걸. 하지만 그러다 보면 전혀 공부할 시간이 없어.... 알잖아. 오빠도...... 그렇게 당일치기로 할 수 있는게 아니라는 거..... 오늘 오빠.... 이상해...... 평상시 언제나 나한테 그랬잖아...... 대학때 성적  받아야된다고.... 그렇게 말한  오빠 아냐? 근데 오늘.... 왜...왜 그래? "




사실 그녀의 말대로 대학때 성적관리를 잘해야 된다고 말한 건 명록 자신이었다.
언제나 입버릇처럼 수진에게 말해왔던 그였는데
수진이 그것을  찌르고 나오자 자신이 심통 부리고 있다는 것을 들킨 거 같아
절로 얼굴이 불어지며 내뱉듯 말했다.

" 왠지.... 넌 나보다 성적이 중요한 거 같으니까 그렇지! 수진이 너.... 솔직히 시험이 나보다  소중한거 아냐? "


약간 커지는 수진이의 눈동자.
이젠 그녀도 화가 나는지 목소리가 완전 커져 있었다.

" 그런 말이 어디있어!!! 오빠는...... "




순간 더 이상 수진은 말을 잇지 못하고
말을 멈추고는 씩씩 숨을 몰아쉬다가 이내 침대에 누워  몸을 돌려버렸다.
그에게 등을 돌리고 누워버린....
수진의 하얀 등을 보자 명록은 금방 후회가 몰려왔다.
약간 마음이 상한 것은 맞지만 그녀의 기분을 상하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하아....
이럴려고 한 건 아니었는데......



앗 하는 순간 걷잡을 수 없이 상황이 추락해버렸다.

뭐라고 말을 꺼내야 할텐데 건들지마...라고 써져 있는 듯
등을 돌려버린 수진을 보자니 어떻게 말을 해야할지 알  없었다.
아니.....
명록도 왠지 마음 속에 남아있는 서운함에 말을 꺼내고 싶지 않았다.




모르겠다.....
나도.....


그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밤도 깊었고 몸도 피곤했다.

명록도 그대로 누워서 수진을 바라보았다.
눈 앞에 보이는 작고 하얀 그녀의 등이 왠지 그날따라 차갑게 느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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