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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0화 〉제1부. 외전 이야기 셋. 질투는 섹스를 부른다. (3) (110/195)



〈 110화 〉제1부. # 외전 이야기 셋. 질투는 섹스를 부른다. (3)

110.


명록이 자리를 비우고, 군중 속의 고요처럼
수진은 무인도에 덩그러니 남겨졌다.
아는 사람도 없고, 무언가 할 것을 찾지 못한 수진은
결국 자연스럽게 단  명....
아는 사람의 모습을 눈으로 쫓고 있었다.

 뚫린 홀.


많은 사람들 사이를 헤치고 신부가 바비인형처럼
환하게 웃고 있는 대기실로 그가 다가가고 있었다.
오랜만에 만나서 그런지 명록을 발견한 신부가 더욱 밝게 웃으며 그에게 먼저 말을 건네는 모습이 보였다.

살짝 고개를 든, 하얀 면사포를 쓰고 있던
신부의 얼굴이 수진의 눈에 확 들어왔다.


헉.....
예쁘다........



물론 진한 신부 화장의 탓도 있었겠지만
너무도 예쁜 신부의 얼굴이 수진은 숨을 잠시 멈추며 감탄하고 있었다.



에???
저런 여자와 같이 공부했단 말이야?
잠깐.....
명록 오빠와 동갑이라고 했던가?
아니...
 살 어리다고 했나?



수진은 여기 오기 전 명록이 얘기해줬던 대학 시절과 신부에 대한 이야기를 열심히 되감고 있었다.
그리고 여전히 시선은 신부대기실 쪽을 떠나지 않고 있었다.


순결의 상징, 흰색의 웨딩드레스를 입은
스물아홉 살의 신부는 성숙미를 한껏 내뿜으며 오늘의 주인공답게 아름답게 웃고 있었다.

공주님 미소라고 불러도 될,
아니 마치 미스코리아 대회에 나온 그녀들이 짓는 듯한
우아한 미소를 짓고 있는 신부가 살짝 하얀 이를 드러내며 명록과 대화를 하는 중이었다.


그런데.......

왠지 그들을 보고 있자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신부 대기실에서 보이는 명록과 아리따운 신부......
아무리 좋게 보아도  사람이 뭔가 심상치 않아 보이는 것이었다.

명록은 분명 동기라고 설명했는데....
그보다 좀  친한 느낌의 그들을 보고 있자니
왠지 기분이 묘해지는 수진이었다.


스스럼없이 가까이서 웃고 떠드는 두 사람의 모습.


수진의 눈이 조금씩 가늘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머리에 여러 가지 생각이 한가닥 한가닥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혹시.....
사귀던 사이는 아니겠지?
저 이상한 분위기는 머야?
아.....!
아냐아냐....
아이참....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거람......
나....
의부증 같은 게 있었던 거야?


전화를 받는 명록의 모습에도 순간 의심이 피어 올랐는데,
오늘 결혼을 하는 신부와 얘기를 나누는 그를 직접 보면서도 이런 생각을 떠올리고 있다니.......
수진은 스스로 생각해도 어처구니가 없었다.


어떤 여자가 자신의 결혼식에 과거의 남자를 초대할까.......
그것도 배우자가 같은  선배라고 하는데......

명록이 말하기를 오늘의 주인공인
이 두 사람은 오랫동안 사귀었던 <<과공식 CC>>라고 설명까지 했던 이들이었다

으....
아냐....
말도 안 돼.......



괜히 자신의 마음을 어지럽히는 생각을
자신의 머리에서 떨쳐내려는 것처럼 수진은 머리를 흔들었다.


분명 잘못된 생각이었다.
절대.....
그럴 리 없었다.
말도 안되는 막장 드라마.
거기에 주인공이 자신의 남친인 명록이라니.....
있어서도 안되고 있을 리도 없었다.

그렇게 마음을 가라앉히며 숨을 고르던 수진의 눈매가 약간 날카롭게 변하고 있었다.
분명 그녀를 보며 신부가 웃고 있는 시선을 느낀 것이었다.

씨이...
기분 나쁘게 왜 사람을 보고 웃는 거야?



이미 명록과의 다정한 모습에 수진은 기분이 묘해지고 있었는데
빤히 자신을 보며 웃는 그녀를 보니 살짝 기분이 상하는 중이었다.


순간......
입술에 자신도 모르게 힘이 들어가는데 상황은 더욱 악화되는 중이었다.




잉!
머....머하는 거야~!!!


신부가 수진을 다시   보며 환한 미소를 짓고는
마치 자기에게 보란 듯이 명록에게 손짓을 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도발을 하는 듯한 신부의 행동에 수진의 표정이 싹 바꿨다.
그러나 바보 같은 명록은 지금 뒤에서 그녀가 지켜보고 있는 줄도 모르는지
신부에게 좀 더 다가가서 가까이 얼굴을 붙이고는 속닥거리는, 아주 암수 다정한 모습을 연출하는 중이었다.


수진의 콧김이 급격히 성난 황소처럼 변해갔다.


씩!
씩!

순간 뒤를 돌아보는 명록의 얼굴이 보였다.
그녀는 강하게 그를 쏘아보며 속으로 외쳤다.
강력 텔레파시를 보냈다.

오빠!
머해!!!
당장 안 떨어져?!!!!!

수진이 눈에 있는 힘을 다주고는 무언의 강한 메시지를 보냈으나
그는 전혀 알아채지 못했는지 웃으며 금세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는 다시 신부와 시선을 맞추고는 그마저도 환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리고 다음 장면에서 수진의 눈이 완전히 도끼눈으로 변하고 말았다.



악?!
저 여자가?
우씨!
누굴 때리는 거야~!!!


그녀가 씩씩거리며 바라보고 있는데
환하게 웃고 있는 신부가 명록의 팔뚝을
마치 앙탈 부리듯이 때리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던 것이었다.


저년이.....!!!!!!!
아니 지금 행위만으로도 911급 테러였는데
그것으로도 모잘랐는지 신부가 또다시 수진을 바라보며 환한 미소를 짓는 거 아닌가.


마치 자기 보란 듯이 그러는 신부의 모습에 완전 기분이 상해버렸다.
거기에다가 여전히 가까이 있는  사람의 모습이 그녀의 가슴에 불을 붙여버렸다.



아, 바보!
오빠 바보!!!
으......
저 여자 뭐야!
지금 해 보자는 거야?
아니....!
명록오빠는 뭐하는 거야,
저 불여시 같은 여자가 달라붙는데도!!!!
씩씩.....

수진은 너무 화가 나서 아예 고개를 돌려버렸다.
다른 여자와 도란도란 명록이 얘기하는 모습이
이렇게 그녀의 기분을 날카롭게 만들 거라는 것은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왠지 짜증이 파도처럼 몰려오는데, 그들에게 확 달려가서 따질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대학시절......
명록의 시간에 저 여자가 함께 있었다는 것이 왠지 서럽고 분했다.

자신도 할 수 있었다면....
저 신부처럼 교내 커플이 되어 명록과 함께
학교를 다니고 추억을 쌓아가고 싶었다.
수진 자신이 모르는 명록의 모습을....
너무도 아름답고 어여쁜 신부가 알고 있다는 것이
그녀의 마음에 다시없는 날카로운 느낌을 새겨 넣고 있었다.

다시 한번 생각해봐도....
너무도 부럽고 짜증나고 절로 숨이 거칠어졌다.


그렇게 분한 마음에 어쩔 줄 몰라 하는데 갑자기 어깨에 가벼운 터치가 느껴졌다.

톡톡.


어느새 명록이 수진에게로 돌아와서는 그녀의 어깨에 손가락으로 치는 중이었다.
웃음기 가득한 그의 얼굴.
하지만 그 웃음이 저기 보이는 화려한 신부로 인해 생겼다는 것에 수진은 기분이 또다시 상해버렸다.

슬쩍 시선을 돌려 신부대기실을 바라보니
면사포가 조명에 반짝이며 여전히 신부가 환하게 웃으며 수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명록을 보고 있는 건지도 몰랐다.


순간 수진의 눈매가 가늘어졌다가 다시 위로 치켜뜨며 그에게 입을 열었다.




" 오빠..... 흐음.... 둘이서 완전 친했나 봐?"




명록은 털털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녀의 말에 날카로운 비수가 있는 것을 모르는지 웃음기가 담뿍 담겨 있었다.



" 아니, 뭐 그냥 같이 공부했으니까..... 동기라는 게 다 그렇지, 뭐."



" 그래? 그런  치곤 너무 가까워 보이던데?"



" 하하.... 그건 연주가 워낙 털털해서, 남자애들이랑 다들 잘 어울렸어. 뭐.... 나 말고도 모두 다들 저렇게 친하게 지냈지."

눈치라곤 한푼도 없는 명록.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저 여시 같은 신부를 두둔하고 있다니....
지금 그녀의 심정이 날카로워 있는데 거기에 그냥 기름을 붓고 있었다.

거기에다가 그가 친근하게 신부의 이름을 부르자 수진의 눈이 더욱 날카롭게 빛났다.
자신도 대학 동기끼리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지낸다는 것도 완전히 잊어먹은 
그가 다정한 목소리로 동창이라는 신부 이름을 불렀다는 것에만 신경이 미치고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 그를 취조하며 칼날을 세우기엔 너무 보는 눈이 많았다.

명록의 대학교 때 사람들에게 그녀를 처음 선보이는 자리였다.
아무리 수진이 속이 상하고 삐진다 하더라도,
그의 체면을 깎는 일을 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리고 질투심 많은 여자로 남들에게 비치는  또한 절대 사양이었다.



" 그래? "




수진은 탐탁지 않았지만, 오늘 결혼하는 신부에게
질투하는 모습도 우스워서 당장은 아무 내색하지 않고 일단 말을 끊었다.

명록은 여전히 그런 그녀의 마음을 모르는지
가볍게 수진의 어깨를 끌어안고는 예식장 안에 자리를 잡았다.





**************







사회자의 신랑 입장이라는 말과 함께 결혼식이 시작되었다.


훤칠한 신랑이 씩씩한 걸음으로 등장했다.
얼마나 행복한지 그의 얼굴엔 웃음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 그럼 신부 입장이 있겠습니다. 신부 입장."



익숙한 결혼 행진곡과 함께 신부가 입장했다.
다들 신부를 보기 위해 고개를 돌리며 입구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제 첫걸음을 떼기 시작한 새 신부를 위해 박수를 치고 있었다.


풍성한 주름의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가
식장을 가득 채운 박수소리와 음악에 맞추어  걸음씩 조심스럽게 걷고 있었다.
약간 내리 깔은 눈매로 아버지의 손을 가볍게 잡고 천천히 신랑을 향해 다가갔다.


드레스 앞부분은 브이자로 깊이 파여 있었는데
수진의 눈에 풍만한 신부의 가슴이 우선 들어왔다.
하지만 그 모습이 천박하거나 야하기는 커녕
흰색의 웨딩드레스 자태와 어우러지며 성숙미가 물씬 풍겨왔다.


이게 이십대 후반의 나이에서나 느껴지는 자태라고 해야 할까.
수진에게서는 아직 없는 그녀의 아름다움에 왠지 기가 눌리는 기분이었다.


결국 웨딩드레스를 입고 자신의 옆을 지나가는
신부의 모습에 그녀로 인해 마음이 상했던 수진도 예쁘다고 감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수진의 입술은 여전히 삐죽거리는 상태였다.

쳇...
저거 다 뽕이잖아.
세 장.... 아니 넉 장은 넣었을 거야......
흥!

수진은 아름다운 신부의 행진 모습을 지켜보며 없는 흠을 만들어가며 중얼거렸다.
하지만 주변의 다른 사람들처럼 신부의 입장에는 똑같이 박수를 보내고 있었다.


그러나....


아직 꽁한 마음은 풀리지 않았다.
아까 신부 대기실에서 마음 상했던 것이 아직 식지 않아서인지
모든 사람이 신부를 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옆에 있는 명록이 신부를 쳐다보고 있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녀의 마음은 어찌됐든
주례가 있는 단상 아래 나란히 서있는 신랑, 신부는 너무 잘 어울리는  쌍이었다.
누가 보아도 완벽한 선남선녀인 그들.
명록과  없이 구는 신부의 모습에 질투가 나기도 했지만
흠을 잡고 싶어도 나란히 서있는 그들 두 사람의 모습은 완벽하게만 보였다.

거기에다가 예물 교환을 위해 서로를 마주보는 가운데...
상대방을 보고 있는 그들의 눈빛에서
서로를 얼마나....
두 사람이 사랑하고 있는지 그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



























<<외전 이야기 셋. 질투는 섹스를 부른다.(3)>> 끝 => <<외전 이야기 셋. 질투는 섹스를 부른다.(4)>>  고고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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