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7화 〉제1부. # 외전 이야기 둘. 정말 하고 싶어? (13) - 끝
107.
" 으으....아...아파라...."
동이 차마 트지 못한 어두운 새벽.
낮은 신음과 함께 수진이 침대에서 일어났다.
한숨 자면 괜찮을 줄 알았던 엉덩이의 아픔이 아직도 묵직하게 물려오고 있었다.
얼얼한 통증과 무언가 맺혀있는 이물감은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어느새 수진의 인기척에 명록 또한 깼는지 부시시한 얼굴로 일어났다.
몸을 일으키는 그의 입에서도 작게 앓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 으으... 수진아 지금 몇 시야? "
휴대폰에서 시간을 확인한 그녀가 빠르게 말을 이었다.
목이 잠겨 있는 통에 약간 허스키한 목소리가 나왔다.
" 어.....다섯 시 반...... 오빠 나갈 준비하자. 나.... 서둘러야 해."
두 사람은 근육통을 앓는 것도 아니었다.
다 전날밤의 거래로 인한 후유증이었다.
사랑과 함께 같은 부위에 아픔도 공유하는 연인의 모습.
씻기 위해 서둘러 화장실로 달려가는 수진의 엉덩이가 찢어질 듯 아려왔다.
생각 같아선 만사 젖히고 아픈 몸을 다시 침대에 뉘이고 쉬고 싶었지만,
혹시라도 산행을 갔다가 돌아오는 부모님이 그녀보다 먼저 집에 도착하는 날이면
그야말로 제삿날이 되는 판이니 완전 범죄를 위해서는 이 묵직한 고통도 참고 서둘러야 했다.
수진이 씻고 나오자 명록이 어기적거리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 모습이 마치 포경수술 직후의 남자를 보는 듯 부자연스러웠다.
엉거주춤한 모습으로 어기적어기적 화장실로 들어가는 명록의 뒷모습을 보며 수진은 참았던 웃음을 터트렸다.
어제부터 여러번 넘겼던 웃음이 결국 큭큭 소리를 내며 세상 밖으로 나왔다.
푸흡!
어떻게~?
오빠도 아직도 아픈가봐!
킥킥킥....
저런 모습으로 출근하면 회사사람들이 뭐라고 생각하겠어~~!?
하하하.....
아하하하하.....
수진은 자신의 상태도 마찬가지라는 건 생각하지 못하고 명록의 부자연스러운 걸음에 절로 웃음이 터졌다.
하지만 그렇게 웃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별로 시간이 없었다.
간신히 옷을 입고 간단히 화장을 하는 중 명록도 나와서 옷을 챙겨 입고 있었다.
새벽 일찍......
모텔을 빠져나오는 그들의 모습은 마치 커다란 기저귀차고 걸음마를 하는 아기들 같았다.
서서히 동이 트고 밝아오기 시작하는 모텔 거리.
어기적거리며 두 남녀가 걷는 모습은 어떤 사람이라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만들 마력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히 아직 이른 시간이라 길거리에 오가는 사람들이 없는 것이 축복과 같았다.
수진처럼 명록도 걸을 때마다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아마도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스치듯이 밀려오는 항문의 고통을 느끼고 있는 자신과 같은 모양이었다.
바보.....
바보.....
훗......
수진은 그의 모습에 동질감을 느끼고 명록에게 팔짱을 끼었다.
그의 탄탄한 몸을 느끼며 자연스럽게 매달리듯 기댄 그녀가 명록을 올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 후후..... 오빠.... 이젠 이런 거 시키지 마.....? "
명록은 그런 그녀를 보며 계면적은 미소를 지었다.
" 응...... "
수진은 살짝 볼을 붉히며 말을 이었다.
" 나..... 오빠거니까 소중히 대해줘..... 알았지? "
" 응.... 알았어.......미안..... 정말 미안해....."
말썽피고 순순히 엄마에게 다신 안 그러겠다고 약속하는 아이 같았다.
그런 명록을 바라보며 수진이 만족스레 씨익 웃는 가운데 여전히 똥꼬의 아픔이 밀려오고 있었다.
엉덩이에서 느껴지는 아픔이 영 거북하긴 했지만 내심 만족하고 있었다.
아마 명록도 이번의 체험한 고통의 기억으로 인해서 이런 무리한 요구는 하지 않을 게 뻔했다.
혹시라도 애널 섹스와 같은 부담스런 요구를 한다면
수진은 이번 같이 똑같이 거래를 요구할 것이고,
명록은 이번 일을 거울삼아 한 번 더 생각하고 행동하게 될 거라 생각했다.
결과만 보자면 영연의 계획은 아주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다만....
아.....
아파.....
으으....
이거 언제까지 갈려고 이래...?
아흑...
미소 짓는 가운데 다시 밀려오는 아픔에 살짝 인상을 쓰고 있는데
누군가 보는 듯한 느낌에 고개를 돌려보니 저편에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새벽 거리를 청소하던 환경미화원 아저씨였다.
잠시 빗자루 질을 멈추고 수진과 명록의 걸음걸이에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수진은 아저씨와 잠시 눈이 마주치자 순간 얼굴이 화르르 달아오르며 부끄러워서 바로 고개를 푹 숙였다.
으윽!
민망하게 저렇게 보고 있담.....
명록도 타인의 시선을 눈치 챘는지 걸음이 조금씩 빨라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해일처럼 밀려오는 고통과, 목도리 도마뱀처럼 우스꽝스러운 걸음만 남을 뿐이었다.
한마음으로 서둘러 아저씨의 시야에서 벗어나 골목으로 들어간 두 사람은
담을 돌아서자마자 약속이라도 한듯 킥킥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 머야! 오빠..... 완전 웃겨......! "
" 으윽..... 치지마..... 울려서 아파..... 쳇.... 수진이 넌? 흐흐.... 너도 만만치 않아..... 크흐흐흐......"
그렇게....
엉거주춤 걸어가는 둘은,
키득키득 거리면서 서로 사이좋게 기대서는 정류장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
" 야~~ 상규 이 자식 하나도 안 환상적이잖아!!! "
갑자기 전화를 건 명록이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아닌 밤중에 홍두께 라더니 뜬금없이 전화를 걸어서 난리를 치는 명록이 왜 그러는지 알 수 없는 상규였다.
뚱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 뭐가??? "
" 머긴 뭐야! 애널 섹스 말이지. 너 해본 건 맞냐? 아휴~! 아파 죽겠네!!! "
순간 상규는 무슨 소리인 줄 깨달았다.
이 자식.....
완전 진지하게 듣더니.....
결국 한 거냐?
잠시 스치고 지나간 생각.
아니 근데 왜 아프다는 거지?
애널 섹스를 하면 자기도 아픈가????
하지만 그 상념도 잠깐...
상규는 술집에서의 명록을 떠올리며 한편으로 감탄하고 있었다.
그리고 궁금함이 빵 터지는 풍선처럼 폭발했다.
" 야! 너 수진 씨와 해봤구나? 대체 어땠는데 그러는 거야? "
하지만 명록은 그의 질문에 답도 하지 않고 씩씩거리며 말했다.
" 암튼 너 만나서 보자. 이 허풍쟁이 자식아! "
뚝.
순간 끊어져버린 전화.
통화가 끊어진 휴대폰은 대기화면으로 돌아와 버렸다.
아니.....
야....
상규는 명록의 소감을 듣기도 전에 끊겨버린 휴대폰을 바라보며 안타까움을 감출 수 없었다.
호기심의 자도 만족할 수 없는 이 통화.
난데없이 돌팔매질과 같은 통화가 남기고 간 마음 속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사실 그는 해본 적이 없었다.
아니....
미주한테 얘기도 꺼내보지 못했다.
그의 인생 최초이자 마지막 섹스 파트너 미주.
모든 상규의 성체험담은 그녀와 연결되어 있었다.
하지만 아주 깐깐한 미주에게 약간의 변태성이 있는 행위는 도전 자체가 이미 상급 난이도였다.
아마 거기에다가 애널 섹스하자고 말했다간 그녀의 눈이 금방 도끼눈으로 바뀔지 몰랐다.
아이씨.......
명록도 해봤는데 난 머야.......
결혼 벌써 팔 년차 기혼남으로써 자존심이 상하는 기분이었다.
얼마전까지 모태 쏠로 였던 동정 명록 따위에게 뒤처지다니....
이건 굴욕 그 자체였다.
부글부글 끓는 욕망의 마그마!
그래.....
좋았어!
상규는 눈을 가자미눈을 해가지곤 혼자 계획을 머리에 떠올리고 있었다.
언제나 미주가 시켜서 마지못해 하던 설거지도 손수 자청해서 나서서 한 저녁시간이었다.
어깨를 주무르며 미주의 비위를 맞추던 상규가 입을 열었다.
" 자기야~~ "
그의 나긋나긋한 말에 미주가 퉁명스럽게 답했다.
" 머야? 왜 눈웃음을 살살 치고 그래? "
벌써 의심스럽다는 눈초리를 하며 그녀가 상규를 홀겨 보는 중이었다.
그는 왠지 위험하다고 생각은 들었지만
얼마 전까지 여자 손도 못잡던 동정이자 아다이며 숫총각인
명록도 했다는데 유부남인 자기가 못했다는 것을 새삼 떠올리며 용기를 내서 말을 이었다.
" 나 자기랑 해보고 싶은 게 있는데..... "
미주의 어깨를 주무르는 그의 손이 조금 더 힘을 주며 조물락거리고 마사지를 이어갔다.
하지만 여전히 그녀의 눈매는 가늘게 떠진 채 경계를 풀지 않고 있었다.
대개 이렇게 상규가 알랑방귀를 꿀 때면 좋은 말이 나온 적이 없었으니 어쩜 당연했다.
" 응? 먼데 이렇게 간지럽게 그랭? "
" 자기야. 우리.... "
" 우리 머? "
두근두근 거리는 상규의 심장.
연약한 심장이 경계경보를 울리고 있었다.
하지만 상규의 욕망이 그것을 무시하고.....
힘들게 아주 힘들게 입술을 들썩였다.
" 애널 섹...... 헉!!! "
애널이란 말을 꺼내자마자 바로 도끼눈으로 변하는 미주의 눈매가 예사롭지 않았다.
지진경보로 보자면 바로 진도 10의 지진이 발생하고 이어서 쓰나미 경보가 울리는 상황이었다.
위험!
매우 위험함!
아니나 다를까 미주의 입에서 앙칼진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 아니 이 남자가 대체 멀 보고 온 거야?! 사실대로 얘기해! 애널? 애널 섹스가 머! 머! 머! 또 무슨 바람이 불었어? 엉! "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서 쏘아보는 그녀는 천하대장...
아니 천하여장군이었다.
머리 위 한참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며 쏟아진.....
서슬 퍼런 그녀의 목소리에 바로 심장이 오그라드는 것을 느끼며 상규는 사색으로 변했다.
" 윽! 아니... 난 그냥.... "
" 그냥 머! 요새 좀 편하게 있었다 이거지~! 일루와!!! 당장! 허리업(Hurry up)!!!!!! "
악....
상규는 애널섹스를 원했는데 지금 에스엠을 찍게 생겼다.
합기도 3단, 태권도 3단, 그리고 유도 2단의 그녀에게 잡히면 죽음이었다.
그는 팬티 바람에 집안을 뛰어다니며 살기 충만한 미주의 공격을 결사적으로 피하고 있었다.
고양이 앞의 생쥐.
그게 바로 상규였다.
도망쳐라 상규.
잡히면 죽음.
아니 죽음보다 더한 것이 기다리고 있다.
채찍 그리고 양초?
훗!
끝 => 로 고고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