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3화 〉제1부. # 외전 이야기 둘. 정말 하고 싶어? (9)
103.
명록이 어쩌면.....
그녀가 아파해서 그만두려고 할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하며 수진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냥 이대로 어서 빼고 끝나기를 바랬다.
하지만.......
그녀의 짧은 기대는 다시 항문 근처에 느껴지는 차가운 이물질의 느낌에 깨져 버렸다.
아래로 흐르는 느낌.
두 번째 느끼는 젤의 느낌은 여전히 좋은 느낌은 아니었다.
결코!!!
그의 손길이 천천히 달궈진 그녀의 부끄러운 곳을 약바르는 것처럼 매만지고 있었다.
왠지 악어의 눈물이 생각났다.
먹이를 잡아먹으며 흘린다는 악어의 눈물.
젤을 바른 그의 물건이 서서히 왕복운동을 하고 있었다.
" 이제 괜찮을 거야. "
명록의 목소리와 함께 그녀의 몸 안으로
차가운 액체들이 명록과 함께 밀고 들어왔다.
그나마 젤이 응급처치는 되었는지
그의 말대로 고무와 항문이 마찰되는 통증은 덜해졌다.
하지만.....
여전히 수진에게 애널 섹스의 쾌락을 허락하지 않으려는 듯, 아픔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여전히 얼얼한 고통은 명록의 거친 숨과 함께 계속 이어졌다.
으으...
섹스는 하나의 사이클 인가.
첫 경험의 고통과 같은 수순을 밟으며
수진은 애널 섹스의 고통을 맛보고 있었다.
그녀의 엉덩이를 앞으로 밀치며
그녀의 안으로 파고 들어오고,
빠르게 빠져나가는 명록의 분신.
그리고 그 속에서 인내에 가까운 시간이 이어지고 있었다.
수진은 무릎을 꽉 움켜쥐며 그 고통을 참고 있는 중이었다.
첫 경험 때는 그래도 알코올의 힘이 있었는지
잠에 취해있었는지 나름 야릇한 쾌감이라도 있었는데 지금은 아픔 만이 느껴지고 있었다.
수진은 어금니를 꽉 물며 참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아....
아파....
으으으....
우씨....
두고 봐...
오빠..... 으.....
수진은 잠시 후의 벌어질 작은 복수를 꿈꾸며 통증을 참고 있었다.
그래....
인내할수록 복수의 열매는 달콤한 법이었다.
" 하아... 학.....으윽! "
고통의 시간이 어서 끝나기를 바라며 인고하는 동안
열심히 움직이던 명록의 몸이 동상처럼 굳어지고 있었다.
그의 눈이 순간 몽롱하게 풀어지며 바르르 떠는 듯한 느낌.
그리고 수진의 몸 안에서 익숙하게 느껴졌던 진동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꿈틀....
꿈틀......
무언가를 쏟아내듯 명록의 분신이 만들어내는
작은 움직임이 열려있는 수진의 문을 통해서 전해졌다.
마침내....
영영 찾아오지 않을 것 같았던,
수진이 그토록 고대하던 끝이었다.
하아......
하아......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간신히 끝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영연과의 시간이 떠올랐다.
**************
"어쩔 수 없다. 명록 오빠가 그렇게 꼭 하고 싶다는데...... 애널 섹스 한번 꾹 참고 해줘. "
악!!!
영연 이년이 이제 와선 하는 소리가 이거라니
수진은 완전 머리 끝까지 화가 치밀어 올라 얼굴이 빨개졌다.
대체 그녀의 말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뭔가 좋은 방법이 있나 싶었는데......
아니 그럴싸한 영연의 말만 믿고 여기까지 왔는데
결국 나온 결론이 애널 섹스를 하라는 말이라니......
수진은 머리 윗부분이 폭발해 날아가버린 듯 울화가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 야!!! 나보고 그걸 하라고?! 미쳤어?! 절대 안할 거야!!! 지금이라도 오빠한테 전화해서 못하겠다고 할래. 으씨! 그래도 너는 내 편인 줄 알았는데..... 우씨!!! "
씩씩 대는 그녀의 말에도 영연은 시큰둥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 기집애, 한국말은 끝까지 들으라고...... 네가 아무리 싫다고 해도 남자의 판타지는 해보기 전까진 영원히 사라지지 않아. 지금은 네가 싫다고 하면 넘어가겠지만 결국 또 잊을 만 하면 다시 명록 오빠가 너한테 하자고 할 거야. 그때도 거절할 수 있을 거 같아? 설사 또 거절했다고 쳐. 아마 헤어지지 않는 이상 이런 일은 계속 반복 될 거고 그때마다 거절만 할 순 없을 걸? 그러다가 명록 오빠가 화내면 어떻게 할래? 화는 내지 않더라도 꽁해서 삐져있을 걸? 수진이 너 남자가 삐지면 얼마나 귀찮은지 알아? "
차분히 이어지는 영연의 말을 듣고 보니
그것도 맞는 말이라 화산처럼 화가 끓어오르던 수진의 마음이 조금 가라앉았다.
하지만 수진의 마음은 불판 위에 올려진 개구리 마냥 뜨거워서 팔짝 거리고 있었다.
" 흑.... 그럼 결국 해야 한다는 말이잖아.... 으... 나 어떻게 해...? 그냥 해야 되는 거야? "
" 후훗! 그러니깐, 하긴 하되 너도 똑같이 피의 복수를 해야지! 그럼 명록 오빠도 절대 두 번 다시 또 하자는 말은 못 할 거야."
" 머? 피의 복수? 그러면 오빠가 더 이상 하자고 안할 거라고? "
피의 복수라.....
복수의 어감이 영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어찌 됐든 두 번 다시 못하게 한다는 말은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역시 그전에 자신은 애널 섹스를 해야 한다는 말이니 수진은 내키지 않았다.
" 그래도 역시 해야 한다는 말이잖아.... 난..... 싫단 말이야....! "
" 으그, 안 한다고 버틸수록 남자는 더 하고 싶어 한다고. 너 명록오빠랑 평생 이 문제로 싸울래?! "
영연이 눈을 홀기며 윽박지르듯 말했다.
그녀가 말하듯 이런 걸로 명록과 티격태격 하는 것도 수진은 싫었다.
어디까지나 수진에게는 명록이란 존재가
자신의 첫 남자이자 마지막의 남자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런 걸로 계속 싸운다니......
그러고 싶지 않았다.
최대한 그에게 맞춰주고 싶고 명록과 계속 좋은 관계를 만들어 가고 싶었다.
하아....
수진은 작은 한숨을 쉬며 머릿속에서 열심히 저울질을 했다.
하지만 역시 아무리 생각해봐도....
영연의 말대로 평생의 싸움보단 한 번의 애널 섹스 쪽이 훨씬 가볍게 느껴졌다.
역시.....
할 수 밖에 없는 거야......?
자포자기 하는 마음으로 수진은 영연에게 물었다.
" 그건 아니지만... 휴우..... 그럼 피의 복수는 어떻게 하면 되는 거야? 멀 하면 오빠가 더 이상 나한테 이런 거 안한다고 하게 되는 건데? "
수진의 말에 수화기 너머 영연의 웃음소리가 음흉하게 울렸다.
" 후후훗! 그건 얼굴 보고 얘기하자. 어차피 데리고 갈 데도 있고..... 내일 만나! "
작별을 고하고 새로운 약속을 만들어내는....
옥구슬 흘러가듯 맑고 영롱한 영연의 목소리.
전화 통화가 끝난 휴대폰을 수진이 내려다보며 불안감에 휩싸였다.
아....
영연이 이런 톤으로 말할 땐 영 안 좋은 일이 벌어졌는데.....
요년을 믿어도 되는 거야?
에효....
어찌 됐든 영연에게 모든 것을 맡겨야 한다는 점에 길게 한숨만 내쉬는 그녀였다.
**************
영연이 이끄는 대로 수진은 열심히 쫒아가고 있었다.
만나서 얘기하자더니 보자마자 씨익 웃고는 아무 말 말고 쫓아와...
-라고 한마디 던지고는 어딘가로 열신히 그녀를 데리고 가는 중이었다.
아니 대체....
어디를 가는 거야?
수진은 궁금함 속에 영연을 따라가며 연신 주변을 둘러보았다.
생각해보니 이곳이 낯설지 않았다.
어라....
여기 언제 와봤던 거 같은데.....
언제 왔었지???
순간 어느 가게 앞에 멈춰 서자 기억이 났다.
나희가 끌고 왔던 그곳.
성인용품 샵이었다!
슬쩍 수진은 영연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더니 영연은 피식 한번 웃고
손가락으로 까닥 그러더니 안으로 들어가자고 하는 거 같았다.
두 사람은 예전에 갔던 적이 있는 성인용품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그래도 한번 와 본적이 있는 곳이라고, 대낮의 두 번째 방문은 부끄럽지 않았다.
다만 오늘은 나희가 왔을 때 보았던 섹시한 가게 주인 언니는 있지 않는 거 같았다.
못 보던 여자 점원이 그들을 맞이했다.
두 여자는 최신 가요가 흘러나오는 조용한 가게 안에서 돌아다니면서 상품을 보고 있었다.
정확히는 주로 영연이 무엇인가 열심히 찾고 있었고
수진은 그 뒤를 쫓으면서 힐끔거리며 전시된 상품들을 훑어보는 중이었다.
순간 영연이 손뼉을 치며 말했다.
" 이거 어때?! 딱이지? "
명록과의 일을 생각하고 있는 수진의 얼굴 앞으로 영연이 시커먼 것을 들이 밀었다.
깜짝 놀란 수진이 습관처럼 영연이 내민 물건을 받아 들었다.
그 순간 수진의 손이 묵직하게 내려앉았다.
" 악!! 이게 뭐야!!! "
가만히 살펴보던 수진이 소스라치게 소릴 질렀다.
" 흐흐...뭐긴 뭐야? 딜도지! "
영연은 재밌는지 웃음을 그칠 줄 몰랐다.
" 그걸 묻는 게 아니잖아! 이런 건 장식용 아니야? 이런 걸 쓴다고? "
수진이 놀란 것은 따로 이유가 있어서였다.
그녀가 받아들은 물건은 영연이 말한 대로 딜도였다.
남자의 성기를 본떠서 만들었다는 자위기구.
그러나 그것을 자신이 만지고 있다는 것이 소리를 지른 이유는 절대 아니었다.
그녀가 놀란 이유는 단 하나.
어마어마한 크기!!!
무려, 성인 여성의 허벅지만 한 두께에 길이는 딱 수진의 팔뚝만 했다.
" 뭐, 수요가 있으니 공급이 있겠지..... 어때? 흐흐흐..... 딱인 것 같지 않아? 후후, 피의 복수를 위해 준비된 물건 같지 않아....? "
영연이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그 미소에 수진은 소름이 돋았다.
그제서야 무슨 의미인지 깨달았다.
학....
이런 걸 오빠 거기다가 넣으라는 거야....?
이뇬이...
이것이 완전 우리 오빠를 잡으려고!!!
수진이 황당함에 입을 벌리고 있었다.
복수라고 했을 때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자신이 애널 섹스를 한 뒤 명록의 그곳에 무언가를 하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피의 복수라고 해도 지켜야할 선이 있었다......
하아....
이걸 명록 오빠의 그곳에 넣으라니....
수진은 영연의 뜻이 무엇인지 단번에 알아챘다.
뭐 남자에게 주는 교훈적 행동이라 해도,
이것을 집어넣는 상상 만으로도 그녀의 심장과 항문이 쫄깃해지는 느낌이었다.
이 정도 크기면 질에 넣어도 아플 텐데,
항문은 도저히 시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녀의 손에 들려있는 딜도는 흉기나 다름없는 물건이었다.
차라리 호신용 몽둥이로 써도 될 것 같은 물건을 쓰라고?????
이걸 명록에게 쑤셨다간 오빠는 그 자리에서 죽을지 모른다!!!!!!!!!!!!!!!
" 이..... 절대!! 네버 안 돼!!! 말도 안 돼! 이거 갖다 놔! 다른 걸로 골라, 이것아!! "
수진의 단호한 거절에 영연은 실망하는 표정이었다.
나름 짜릿한 복수를 위한 최상의 도구를 골라줬는데 그걸 거절하다니....
-하며 실망하는 그런 모습이었다.
하지만 곧 입술을 삐죽거리고 영연은 처음 고른 딜도는
다시 원자리로 돌려놓고는 진열된 상품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무래도 영연의 손에 맡겼다가 더 흉악한 기구가 나올 거 같아서
이번엔 수진도 열심히 진열대에 놓인 딜도를 살피며 복수에 쓰일 도구를 고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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